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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 ㅣ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3월
평점 :
위안부 이야기를 읽고나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몹쓸놈들!!! 자꾸만 화가 난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늘 우리를 아프게 한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진정한 사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라는 한 마디를 전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뻔뻔하게 우리의 땅을 탐내고 역사를 왜곡하는 그들의 잘못이 언젠가는 꼭 벌을 받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아프고 슬퍼서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아지지만, 그럼에도 우리도 꼭 읽어야하고 꼭 알아야 할 이야기다. 단비청소년 《꽃과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에 동원되었던 춘희 할머니의 이야기다. 자신의 과거를 끝내 밝히기 두려웠던 할머니는 나비가 되어서야 비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춘희 할머니의 껍데기가 한 줌의 재가 되고 나비가 되면서 시작된다.
이 책은 춘희와 춘희를 왕할머니라 부르는 증손녀 희주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수록된다. 위안부에 동원되었던 춘희의 삶과 친구에 대한 미움과 사춘기를 겪는 희주의 이야기를 통해 가해자가 떳떳하고 피해자가 숨죽여 살아가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최 대감댁 일을 봐주었다는 이유로 온갖 고문을 당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에 병약한 어머니와 열 살인 동생 복규를 보살펴야 했던 춘희는 가죽신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일본 순사가 된 춘삼이 아저씨의 말에 친구 순이와 따라나섰다가 위안부에 동원되고 만다. 아랫마을에 살던 꽃분이는 정신줄을 놓았고 순이와 춘희는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었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엄마와 복규는 세상을 떠났고 화냥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던 춘희는 고향을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엄마를 잃게 된 아이를 거둬들이고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순이는 과거를 꼭꼭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춘희는 위안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늘 죄책감을 갖는다.
일본은 끝끝내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던 일을 어찌 제 눈만 가리고 모르는 척한단 말인가. 괘씸했다.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 나는 수시로 명치 끝에서 뜨겁게 달궈진 돌멩이가 목구멍으로 치받쳐 오르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숨죽여 그 화를 조용히 삼킬 뿐이었다. 하지만 그이는 억울한 분노를 세상 밖으로 던져 내었다. 참으로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다. (본문 141p)
한편, 희주는 단짝인 은채에게 화가 나 있다. 은채는 남자친구인 준석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었고 희주는 그런 은채에게 헤어질 것을 권하지만, 은채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희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태호가 준석을 때리는 것을 본 후 은채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은채가 양다리라고 욕했고, 태호는 여자친구를 뺏으려고 준석을 때렸다며 욕했다. 가해자인 준석은 피해자가 된 셈이다.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진 위안부 할머니의 삶이 명치 끝을 아프게 한다. 철없이 웃던 꽃다운 소녀시절을 앗아갔음에도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하고 아픈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춘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위안부의 삶을 보았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기억하게 되며, 희주의 이야기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모순을 보게 된다. 가해자인 일본은 여전히 큰소리를 내며 역사를 왜곡하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하루라도 빨리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를, 그때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사시길 이 기회를 통해 바래본다. 가해자는 언제고 필히 벌을 받을 것이다!!
나는 안다. 일본군 성노예였던 이들이 하나씩 눈 감을 때까지, 내가 이렇게 한 줌 재가 되어 바다에 흩날릴 때까지 그들은 사과하지 않았지만, 그 고무신과 털모자, 목도리를 둘어 주었던 이들은 언젠가 꼭 그 사과를 받아 내리라는 것을. 우리가 다 죽고 난 후에도 그들이 꼭 그리해 주리라는 것을.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본문 144,14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