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너무나 피곤한 아침이다. <<지옥계곡>>은 우연히 인터넷서점에서 보게 된 책이었는데,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표지 삽화와 제목에 일찌감치 찜 해 놓은 책이었다. 책을 받고 내일 출근을 위해 초반부만 읽어보겠다고 시작한 독서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서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음은? 그 다음은? 이 궁금증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나니 이미 새벽이다. 책을 읽는동안은 그 흡입력에 피곤한 줄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부족한 잠에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궁금증에 마음을 졸이는 것보다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에 피곤함을 날려보내버렸다. 정말 굉장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2009년 12월 1일 지옥계곡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여자가 악몽으로 가득한 수많은 밤의 기억 속에 낙인찍힌 길에 등산객들을 위해 세운 위험 표지판을 무시하고 자신을 뒤로 밀어내려는 바람과 등반을 어렵게 하는 눈보라에 맞서 걸어가고 있다. 그녀는 계곡 높이 걸쳐진 다리위에 도착하더니 제일 아래쪽 가로대에 올라서더니 난간을 놓았다.

산악구조대원인 로만 예거는 겨울 시즌 동안 생각 없는 관광객들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는 문을 닫고 사무실에 열쇠를 가져다둘 생각이었으나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무시하지 못하고 따라갔다가 난간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로만을 발견한 여자는 공포와 경악으로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지만 로만이 재빠르게 여자의 오른손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러나, 여자는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한 눈으로 손을 빼려고 비틀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가득한 좁은 강에 떨어졌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듯한 여자의 눈을 로만을 잊을 수가 없다.

 

갑자기 로만의 손이 텅 비었다. 아주 잠깐, 계곡 허공에 떠 있는 듯하던 여자가 순식간에 추락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암벽에 튕기며 추락하면 몸은 뾰족한 산마루에 다시 한번 부딪혔다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가득한 좁은 강에 떨어졌다. 숨이 멎은 몸을 물결이 쓸어갔다. 사체는 저수지 모퉁이를 돌아 거품이 나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본문 19p)

 

그 시각, 절친이었던 라우라와의 소원해진 관계로 막막하고 슬퍼하는 마라에게 라우라로부터 "위로!"라는 단문 메시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후 마라가 들은 건 라우라가 예전에 그룹 친구들과 함께 갔던 그 계곡에서 자살했다는 소식 뿐이었다. 이제 스토리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듯한 여자의 눈이 지워내지 못하는 로만, 그의 딸이 자살한 것이 아님을 확신하는 그녀의 부모, 그리고 라우라의 자살을 둘러싼 친구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라우라의 비밀을 파헤쳐가기 시작한다. 라우라의 아버지는 자살로 확신하는 경찰을 대신해 탐정을 고용하기로 마음먹게 되고 탐정은 라우라의 친구들과 로만을 지켜본다. 딸의 죽음에 함께했던 로만을 장례식에 초대한 라우라의 어머니로 인해 로만은 그녀의 두려움 가득했던 눈을 지우고자 참석하게 되고, 그것은 그녀의 친구 마라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마라, 그리고 탐정의 만남으로 로만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탐정을 통해 마라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데, 작가는 라우라가 자신의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친구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그려내고 있다. 친구이자 연인이었음에도 그 고통을 외면하려고 하며, 자신의 죄를 애써 부인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비밀이든, 거짓이든 이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친구, 여인의 죽음보다 우선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라우나의 죽음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 중첩적으로 수록되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한 군인의 이야기다. 도대체 그는 왜 라우나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에 전혀 별개의 이야기로 등장하게 되는걸까? 라우라의 과거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군인의 관계도 드러나게 되고, 더불어 라우나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할 친구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면서 이들은 코너에 내몰린다. 긴박한 상황에 손에 땀을 쥐게되고, 내가 모르고 있을 또다른 진실을 쫓는 흥분에 나는 지옥계곡의 난간을 붙들고 서있는 아슬함을 느끼게 된다. 그 아슬함 속에서 거듭되는 반전, 그리고 추악한 인간의 악으로 나의 내면이 벌거벗겨지는 기분도 함께 맛본다. 내 속에도 그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거짓, 이기심을 감추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으므로.

 

"그날 밤 나는......친구라고 믿었던 이들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똑똑히 보았고요. 그들은 되도록 자신에게 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만, 그래서 이 난관을 벗어나려고만 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나도 그들과 똑같다는 걸...깨달은 순간이었어요." (본문 152p)

 

호기심을 이끌며 강한 흡입력으로 빠르게 읽어나갔던 <<지옥 계곡>>이지만, 사실 아쉬운 점도 약간 있었다. '비슷하게 들리는 이름'으로 엮어가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린 듯한 부분이 살짝 안타깝다. 노련한 경찰다운 모습이 포착되었다면 더욱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 탓에 누군가는 그 장면을 노련미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어쨌든간에,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나 탁월한 심리묘사, 강한 흡입력, 호기심을 일으키는 스토리 전개 등으로 기꺼이 덮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에 흠뻑 빠져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뛰고 있는 심장의 쿵쾅거림이 정말이지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미지출처: '지옥계곡'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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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5

 

 

<<나쁜 학교>>에서는 이 년 동안의 기숙 학교 생활로 이누이트로서의 모습을 잃어가는 올레마운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후 <두 개의 이름>에서는 올레마운이 이누이트 사회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고군부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한다.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올레마운의 마음은 이누이트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저자 마거릿 포키악 펜턴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자아정체성과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부당한 일에 기꺼이 맞섰던 올레마운의 용기는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부당한 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누이트의 아픈 상처를 기억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더 큰 선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올레마운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들려줄 차례가 아닐런지.

 

 

 

 

누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거예요. 존재 자체가 가능성이지요. 앞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꿀 힘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가능성을 무한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한 것입니다. (본문 134p)

 

<<피카이아>>는 삽화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는데, 그 색감과 달리 삽화의 표현은 난해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이 가진 힘을 일깨우며 희망을 전하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지구는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되어주는 자연, 우리는 자연을 이용할 줄만 알았으며, 자연재해 앞에서 절망할 줄만 알았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우리는 자연과 사귀는 방법을 배워야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하는 법을 배워야 할 듯 싶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고통받은 이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달아났던 아이들이 있어 우리는 또 살아가는 법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무서웠던 일본의 대참사,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사건이지만, 그것을 통해 자연은 인간에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새로운 지혜를 일깨워 준 셈이다.

 

 

<<잘되는 집안의 10cm비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집안을 둘러보게 된다. 내일은 현관에 달 작은 종을 하나 사와야겠고, 화장실에 놓아둘 붉은 색 꽃이 피는 작지만 화사한 화분을 좀 사놔야겠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 방도, 산만한 작은 아들의 방도 좀 바꿔줘야겠고, 우리 부부의 안방도 변화를 줘야할 듯 싶다. 외부 기운을 집 안으로 공급하는 호흡기와 같다는 베란다는 항상 청결해야한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베란다 청소도 해줘야겠다. 그동안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집안을 좀 소홀히했는데, 그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정리를 잘해야 하고, 치워야 하며 집안이 밝아야 한다는 풍수 인테리어의 기초부터 시작해야겠다. 아무래도 옆에 두고 틈틈이 읽어가면서 차근차근 정리하고 배치하여 가족의 건강과 운을 챙겨야겠다. 풍수 인테리어에 관한 책은 처음 접해 봤는데, 굉장히 흥미롭다. 편독이 심해 자주 접하는 분야의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소모는 아닐까 싶었는데, 읽을수록 빠져드는 작품이다. 한 번 즈음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메뉴를 살펴보고나니 거창한 요리제목만큼 레시피도 거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사실 정말 간단하다. 무엇보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가 큰 장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재료'다. 초보자들이 요리책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은 제일 먼저 재료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된장,고추장,소금 등이 아닌 잘 사용하지 않는 해선장, 블랙 올리브, 엔초비, 그라나파다노 치즈, 타임, 화이트 와인 등의 재료가 있으면 일단 그 레시피는 패스다. 얼마 전에 접해본 요리책에서는 대체 재료를 소개해주어 재료에 대한 당혹감이 없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스위트 칠리소스 대신에 토마토케첩과 올리고당을 사용하고 사워크림대신 떠먹는 플레인 요구르트와 다진 양파로 대체할 수 있음을 수록해주었다. 요리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주부라면 구비되어 있을 재료들이지만 요리 초보자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할 때가 많다. 이왕이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을 곁들어 소개해주면 더욱 실용적인 레시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내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을 하다보면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만날 수 있어 나의 지독한 편독을 고치는데 도움이 되곤 합니다. 특히 저자, 출판사 기준으로 책을 선정하곤 하는데, 신간평가단 책들을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앞으로도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항상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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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머시기데이 라임 청소년 문학 1
핀 올레 하인리히 지음, 이덕임 옮김, 라운 플뤼겐링 그림 / 라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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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피 머시기데이>>는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 읽어보게 된 책인데, 출판사 이름이 처음 들어본 '라임'이다. 초록색 오렌지로 유명한 '라임'이라는 이름이 새콤달콤 산뜻한 느낌이 들어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푸른숲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새로 선보인 브랜드란다. 그동안 푸른숲주니어 책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듯 싶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책을 펴내는 것을 목표'로 2014년 1월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다고 하니, 앞으로 두 아이를 위해 '라임' 브랜드에 주목해야겠다.

라임 브랜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핀 올레 하인리히와 라운 플뤼겐링 콤비의 두 번째 역작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 <<해피 머시기데이>>다. 코믹한 삽화와 제목 그리고 '주둥이 왕국'이라 불리는 집을 묘사하는 첫 장부터 호기심을 이끌고 흡입력이 강한데다 재미있어 유쾌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상상밖의 이야기다. 가족의 해체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어버린 환경, 엄마의 병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파울리나의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아냈다. 하지만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유쾌하게 이끌어나가는 스토리가 퍽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해일처럼 몰아닥친 구질구질한 현실과 맞짱을 뜨게 된 열네 살 소녀 파울리나의 이유 있는 방황과 갈등, 그리고 항변! (표지 中)

 

 

없는 게 없었던 4층짜리 집은 아빠, 엄마 그리고 파울리나가 사는 주둥이 왕국이었다. 그랬다. 그 시절, 파울리나 집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하지만 파울리나는 이제 엄마와 단둘이 도시 외곽의 플라스틱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예전에 갖고 있는 것이 팬케이크였다면, 이제 파울리나에게 남은 것은 빈 접시에 팬케이크가 남기고 간 버터 자국과 혀 끝에 남아 감도는 달콤한 맛뿐이라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서 있는 엄마는 주둥이 왕국의 공주가 자신의 왕국을 떠나 도시 외곽의 곰팡내 나는 동네로 이사 온 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너털거리며 웃었다. 그나마 치즈 장군인 할아버지 집과 가까워 졌다는 것이 파울리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목덜미에서 우유 냄새가 많이 나던 그 사람은 주둥이 왕국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다. 자기 혼자 모든 걸 차지한 채, 엄마와 자신을 늙은 이웃들이 득실거리는 동네로 내몬 그 사람을 파울리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파울리나가 큰 소리로 투덜거리면 엄마는 특유의 천사표 미소를 지으며 코코아를 한 잔 건넬 뿐이다. 이사와 학교, 이 모든 걸 엄마 혼자 결정했다는 것이 파울리나는 화가 났고, 그 반항심으로 새로 친구를 사귀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지금 그 사람 혼자 차지하고 있는 주둥이 왕국을 탈환해서 모두 함께, 아니면 혼자서 살아갈 거다. 앉으면 엉덩이가 꽉 낄 것 같은 이 좁아터진 집에서 내가 계속 살 것 같아? 천만에! 나는 절대로 이런 데서 썩지 않을 거다. 다시 주둥이 왕국을 차지하고 말겠다! 주둥이 괴물을 앞세워서라도. (본문 41p)

 

파울리나는 갑자기 바뀌어버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겨웠고, 흐느끼는 엄마를 대신해 모든 다 해결하리라 생각한다.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는 파울리나의 다짐과는 달리 파울이 찾아와 학교에 같이 가게 된다. 파울은 전에 살던 사람이 왜 집 안에 있는 손잡이들과 지레 따위 등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파울리나에게 전에 살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으며 집에 드나들기 편하도록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들었고, 걷지도 일어시지도 못했던 할머니는 집 안에 손잡이를 만들었다고 귀뜸해준다. 이 사실은 파울리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 그동안 엄마가 숨기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호박벌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간단한 것들이란다. 자신이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장애가 닥치더라도 반대편을 향해 계속 날아가는 것. 장애물을 무사히 통과할 때까지 말이다."

호박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알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삶은 계속되리라는 것을. (본문 170p)

 

 

파울의 생일에 초대받은 파울리나는 파울에게 "해피 머시기데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생일파티가 정말 싫었지만, 파울리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주거 시설에 사는 파울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 파울로 인해 파울리나는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달라진 환경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파울리나의 모습은 청소년들이 갖게 되는 다양한 고민으로 인한 심리변화를 너무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방황하고 싶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파울리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런 파울리나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치즈 장군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며, 함께 책을 읽게 될 어른들에게도 깨달음을 전한다. 파울리나의 상황은 정말 절망적이지만 파울리나는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호박벌처럼 말이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호박벌을 본 적 있니? 아니면 공포와 분노, 혹은 걱정에 찬 호박벌 얘기를 들어 봤니?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거다! 호박벌에게는 이 꽃, 다음에는 저 꽃이 기다리고 있거든. 참 쉬운 일이지. 뭔가 다른 것이 항상 나타나니까." (본문 168,169p)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않는 상황에 놓여질 때가 있다. 파울리나처럼. 하지만 호박벌처럼 가능한 한 침착하게 끊임없이 날개짓을 하다보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게다. 다소 무겁게 진행될 수 있을 법한 주제임에도 이 책은 유쾌하게 수록하였지만,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파울리나를 통해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유쾌함을 더하는 만화풍의 삽화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청소년 시기를 분명히 지나고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지만, 사춘기 딸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딸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푸른숲의 새 브랜드 '라임'으로 첫 신호탄이 되어준 <<해피 머시기데이>>, 그 시작이 썩 마음에 든다.

 

(이미지출처: '해피 머시기데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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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넷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4.1.19~2014.1.25)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노암 촘스키의 생각을 읽자-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
박우성 지음, 진선규 그림, 손영운 기획 / 김영사on / 2013년 12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27일에 저장

과학공화국 물리법정 10- 상대성 이론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5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27일에 저장

빰빠라밤! 빤스맨 8- 두 빤스맨의 대결
대브 필키 지음, 위문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01월 27일에 저장
절판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김명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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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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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선보인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우는 어른」입니다. 나는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로 '우는'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울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것이겠죠. 나는 '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는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쁩니다. (본문 229p 작가 후기 中 )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와 '우는 어른'이 출간되었다. '울지 않는 아이'는 작품 활동 초기에 쓴 8년 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며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나서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작품이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내가 '울지 않는 아이'가 아닌 <<우는 어른>>을 먼저 읽어보고자 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면서 잘 우는 어른이 된 탓이다. 책 제목을 본 순간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로서 형성될 공감대가 느껴져 마음을 빼앗겼다. 앞서 언급한 작가의 후기를 읽으면서 '아!' 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운다는 것, 그것이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작가의 말이 그동안 가끔을 흘러나오던 의문스러웠던 눈물의 해답이었음을 깨달은 탓이리라. 내가 마음놓고 울면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내가 마음놓고 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나는 문득 간혹 무심하게 흘러내리던 그 눈물을 애써 감추고, 애써 지우려했던 일들이 쓸데없는 소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다. 그런 탓에 보통 작품을 통해 갖게 되는 작가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은 없었기에 이 책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책 읽기에 앞서 작가 후기를 먼저 읽어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녀를 소개받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랄까.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책 제목이나 작가 후기에서 오는 공감이 스토리 상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밤', '갖고 싶은 것들'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와 달리 남성 친구의 방에서 보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생각이나 그녀의 글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었다.

 

음악은 늘 곁에 있었다. 비처럼 내려와 느끼고 생각하지 전에 내게 스며든다. 음악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동요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움직인다. 그 결과 어떤 에너지가 생긴다. 내일도 또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도록. (본문 37p)

 

함께 여행하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부럽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부럽다. 누군가 내게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수많은 명확하지 않는 그것들 중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참 어려울 거 같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읽으면서 '아,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나 자신도 정리하지 못하는 '나'를 정리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정리한다는 것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질지 몰라도, 잘 몰랐던 나 혹은 지금은 기억하지 못했던 예전의 나를 꺼내보는 기분이 들어 설레이는 기분이었다. 문득 나에 대한, 나의 일상에 대한 메모를 기록해야겠다는 새로운 계획도 세워보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준다.

 

현실과 그 바깥, 즉 일상과 그 바깥은 양말과 마찬가지로 금방 휙 뒤집힌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 현실이라 여겼던 것이 갑자기 비현실이 되고, 비현실이라 여겼던 것이 천연덕스럽게 현실이 된다. 일상이라 여겼던 것이 갑자기 비일상이 되고, 비일상이라고 여겼던 것이 당당하게 일상이 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놀라거나 난감해할 것이 아니라, 헉 하고 조그많게 중얼거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치 꿈에서 깨어날 때처럼. (본문 41p)

 

4개의 주제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가장 공감했던 것은 '갖고 싶은 것들' 이었다. 나에게 없는 능력, 나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 탓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든다. 그렇다고 반지, 목걸이와 같은 보석이라 생각하지 말기를. 갖고 싶은 것들에는 하늘이 내려준 가창력, 능수버들 같은 허리, 운전 능력, 외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침 먹는 방 같은 것도 있지만,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 용기가 갖고 싶은 것이니.

 

나는 용기를 원한다. 그 용기를 아낌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면서 살리라. (본문 199p)

 

<<우는 어른>>은 사실 내가 생각했던 주제와는 조금은 다른 내용들이었다. 책 제목에서 갖게 된 선입견으로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인생, 울음이 주는 의미 등을 담았으리라 생각했던 탓이다.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아주 미비한 인생에 대해 그녀의 삶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고, 위안삼으며 그녀로부터 배우고 느끼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부족한 느낌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책 제목은 정말 기가막히게 잘 지었다고 이야기해도 좋고.(왠지 책 속에서 느껴졌던 에쿠니 가오리의 명확함을 배운 거 같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감추고 있었다. 누군가로 인해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 비로소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나 스스로를 잘 몰랐다는 점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부분에서 나를 많이 이끌어준 셈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처럼 용기가 갖고 싶어진다.

 

(이미지출처: '우는 어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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