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풀꽃 시리즈 1
이상권 지음, 김미정 그림 / 현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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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큰아이 추천도서 목록에 있어 읽어본 바 있던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가 현암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었다. 최근 <성인식><하늘을 달린다><사랑니><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통해 이상권 작가와 무척 친숙해져 있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풀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가까운 곳에 아차산이 있어 접할 기회가 많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나에게는 수많은 종의 풀꽃들이 마치 하나인 양 보인다. 그러다보니 풀꽃에 대해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주지도 못했다. 그저 예쁘다, 신기하다, 라는 감탄사가 전부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에서 만난 풀꽃의 다양한 이야기는 풀꽃에 대해 많이 아는 기회가 되었다. 생생한 사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이름 따로, 생김새 따로 알고 있던 풀꽃들이 이제야 내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특히 풀꽃 이름의 유래, 풀꽃의 효능, 풀꽃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등을 주인공 승찬이가 여름방학동안 시골에서 보내는 에피소드를 일기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풀꽃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어 한없이 기뻤다.

 

 

5학년인 승찬이와 여동생 승미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아주 깊은 산골 마을인 흙내리에 할머니네 댁에서 지내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쐐기에 쏘인 승찬이에게 아빠는 풀을 돌멩이로 콩콩 찧어 다리에 붙어주었다. 그 풀의 이름은 애기똥풀로 풀에서 나온 즙이 갓난아기 똥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애기똥풀 즙은 무척 독하지만 쐐기에 쏘일 때 붙이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렇게 승찬이와 풀꽃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잠자리를 쫓는 자신을 비웃는 흙내리에서 유일한 초등 학생인 민구와의 첫 만남에서 다툼을 하게 되는데, 승찬이의 태권도에 민구가 코피가 나게 되고 쑥잎은 민구의 코피를 멎게 해주었다. 승찬이는 이렇게 길가에 흔한 쑥도 달리 보게 되었다.

 

 

비 묻은 딸기를 너무 많이 따먹어서 탈이 난 민구는 배앓이를 한 덕분에 익모초라는 풀을 알게 되고, 감기에 걸린 승찬이에게 도라지 뿌리를 솥에다 푹 삶아서 준 할머니 덕분에 감기도 나았을 뿐 아니라 도라지의 재미있고 슬픈 유래도 알게 된다.

흙내에서 물놀이를 하고 눈이 충열된 승미에게는 냉이가, 눈다래끼에는 질경이, 사마귀를 없애는데는 씀바귀,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는 정구지, 개한테 물린 상처에는 돌나물, 뱀한테 물렸을 때는 쇠무릎, 두드러기에는 괭이밥, 승미의 버짐에는 제비꽃, 종기에는 엉겅퀴, 치질에는 뱀딸기가 효력을 발휘했다. 이렇듯  여름방학 동안 시골에서 보내게 된 승찬이는 풀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승찬이는 시골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정말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 승찬이가 자연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매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듯 싶다. 고구려의 역사와 자연이 담뿍 담은 아차산이 가까운 곳에 있어도 자주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자주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이 책이 눈여겨 보지 않았던 길가에 작은 풀꽃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각과 마음을 넓혀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줄 듯 싶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식물도감 못지 않게 풀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다 동화적 스토리도 가미하고 있어 재미있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뒤를 이어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풀꽃과 재밌게 놀았어요>가 출간될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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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3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프란시스 던킨 베드포드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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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세계명작전집> 시리즈가 새로 출간되었다. <올 에이지 클래식><클래식 보물창고> 등을 통해 보물창고의 고전을 접해본 적이 있는지라 새로운 명작 시리즈의 출간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001 <어린왕자>를 시작으로 10권의 고전이 이미 출간되었으나 내가 처음 접하게 된 책은 003 <<피터 팬>>이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 팬처럼 '영원히 늙지 않는 고전'이라는 별칭이 붙을만큼 연극,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재탄생되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세기의 명작 <<피터 팬>>. 어른도, 학교도 없는, 그래서 즐겁게 놀기만 해도 좋을 동심의 세계 '네버랜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던 곳이며, 책임감도 사회의 억압도 필요없는 마냥 행복한 어린시절 그대로 머무르고 싶어 피터 팬이 되고 싶었던 바람 역시 누구나 가져보기도 했지만, 사실 네버랜드와 피터 팬은 열세 살 죽어 영원히 소년으로 남은 형과 그를 대신해야 했던 작가 제임스 매뉴 배리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탄생된 조금은 슬픈 사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총애를 받던 형 데이비드가 사고로 죽자 우울증에 시달린 어머니를 위해 형의 옷을 입고 형의 행동을 흉내 내며 형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배리는 형이 죽은 나이인 열세살 무렵부터는 자라지 않아 평생 150센티미터 남짓한 키로 살아야 했다고 한다. 이런 배리의 환경과 형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아픔 등이 <<피터 팬>>으로 탄생된 것이다.

 

"웬디, 밤이 되면 우리에게 이불을 덮어 줄 수도 있어."

"밤에 우리에게 이불을 덮어 준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거든."

"우리 옷을 꿰매 줄 수도 있고 주머니를 달아 줄 수도 있을거야. 우리 옷엔 주머니가 하나도 없거든." (본문 51p)

 

사실 나에게 <<피터 팬>>은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더 많이 접해온 작품이다. 책은 어린시절 읽은 것이 전부였기에 성인이 되어 읽게 된 <<피터 팬>>은 또다른 감흥을 선물했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 피터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네버랜드는 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엄마가 되어 읽게 된 <<피터 팬>>에서 나는 엄마라는 존재가 점점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을 느꼈다. 피터가 엄마가 필요하다며 웬디를 데리고 갔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엄마는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싫었던 어린시절 어른이 없는 네버랜드는 환상의 세계였다. 하지만 네버랜드에서 조차 엄마는 필요했고, 우을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해 형이 되어야만 했던 배리에게도 배리 자신을 향한 엄마의 관심,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보물창고 <<피터 팬>>에는 배리의 생가와 무덤, 그리고 피터 팬 탄생의 배경이 된 켄싱턴 공원과 피터 팬 동상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터 팬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켄싱턴 공원에서 인연을 맺게 된 데이비스 부부의 다섯 아이들의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배리가 <<피터 팬>>의 저작권을 기부한 그레이드 오먼드 스트리스 아동 병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고자 했던 배리의 마음이 느껴진다. 헌데 <<피터 팬>>이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 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피터 팬의 이야기가 원작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 듯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작보다는 각색된 작품이나 <<피터 팬>>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여겨지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원작 <<피터 팬>>에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비유와 풍자가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아름답고 귀엽게만 '꾸며진' 등장인물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등장인물들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본문 中)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유와 풍자가 가득한 원작에 충실한 <<피터 팬>>을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소 낯설은 느낌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를 바가 없어 안도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동심은 그대로였으며, 아이들이 느끼게 될 환상도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엄마, 지금은 왜 못 날아요?"

"그건 엄마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어버려."

"왜 나는 법을 잊어버리는데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순진하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으니까. 즐겁고 순진하고 이기적인 사람만 날 수 있거든." (본문 257p)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해야 할 의무와 책임과 사회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웬디는 해적을 무찌르고 집으로 돌아오고 어른이 되어 딸을 낳았다. 웬디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으며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었다. 소년들도 물론 어른이 되었다. 누구나 이렇게 어른이 된다. <<피터 팬>>은 모든 아이들은 자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알려주고 있다. 다만 현실에 지치고 지치는 어른이 될지라도, 어린시절 가졌던 동심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우리에게는 힘든 마음을 달래줄 네버랜드가 있기 때문에.

 

웬디는 비참한 소년의 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이제 웬디는 피터 팬 때문에 상심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젖어 있었다. (본문 262p)

 

 

어른이 되면 때때로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마음, 즐거웠던 시절들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바람을 담은 <<피터 팬>>이 더욱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어린시절 네버랜드를 날 수 있었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하지만 웬디가 제인에게 피터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려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네버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일 테니까.

 

(이미지출처: '피터 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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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저장음식 -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김영빈 지음 / 윈타임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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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제철 과일, 채소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요즘 저장음식이 왜 필요할까? 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 나 역시도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굳이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지, 그 수고스러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트에서 고추를 싸게 팔길래 잔뜩 구입해 고추간장장아찌를 만들게 되면서부터 그 수고스러움과 정성과 기다림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틈만나면 저장음식을 만들고 있다. 매실청도 만들고, 고추, 오이, 양파, 깻잎, 마늘로 간장장아찌도 만들면서 저장음식을 만들게 하는 매력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하지만 할 줄 아는 재료가 몇 개 되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었다. 요즘 식초, 효소 등을 만드는 법을 담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터라, 저장음식에 관한 책도 있을까 싶어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게 꼭 필요한 책 <<열두 달 저장음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봤다.

 

 

 

시판 제품보다 못생기고 유혹적이지는 않지만 돌아서면 생각나고 입맛 다시게 하는 시간의 맛이 고스란히 녹아 있지요. (본문 5p)

 

이 책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소개하면서 저장과 보관이 가능한 양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책을 받자마자 여름재료부터 찾아보면서 무엇을 해보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어찌나 설레여했던지. 얼마 전 먹고 버린 수박껍질이 왜이리 아까운지, 마트에서 애호박 싸게 파는 걸 안 사고 온 것이 왜이리 후회스러운지, 책을 보고 있자니 다시 마트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다. 괜시리 만들어놓은 마늘간장장아찌랑 매실청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뿌듯해해보기도 했다.

 

 

여름 장마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알뜰 살림 밑천이 되는 봄 저장음식으로는 쑥, 고사리, 취나물, 가죽, 죽순을 말리고, 딸기잼, 체리잼, 앵두잼 등을 만들면 좋다. 양배추로도 피클을 만들 수 있으며, 도라지대추피클, 셀러리당근피클도 만들면 좋은 저장음식이 된다. 특히 봄에 나는 햇고사리를 직접 말리면 향도 좋고 시판되는 제품보다 질감도 부드럽다고 하니 내년 봄에는 고사리 말리기에 도전 해봐야겠다. 어린시절 밥상에 자주 올라왔던 마늘종은 결혼 후에 한 번도 구입해본 적이 없는데, 마늘종과 무를 이용해 간장장아찌를 담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것도 기억해둬야겠다. 내년 봄에는 이래저래 바빠질 거 같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 매실을 얼른 구입해 매실청을 담아두었다. 하루에 한 번씩 괜시리 들여다보면서 혼자 뿌듯해하곤 했는데, 장마가 시작되기 전 초여름의 짧은 한때를 바쁘게 움직여야 배탈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저자를 보면 매실청 하나 해놓고 좋아하는 걸 보면 아직 초보인가보다. 애호박을 말리기에 제철인 여름, 얼마 전 저렴한 가격에 파는 애호박을 안 산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장아찌 담그는 것만 생각했지 말리는 것은 생각 못한 탓이다. 말린 애호박은 나물을 해도 맛있지만 된장찌개에 넣으면 식감이 쫄깃하고 감칠맛이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잊지 말고 말려놔야겠다. 꽈리고추, 감자, 깻잎으로 만든 부각도 눈도장을 찍어본다. 오이로 장아찌를 담아두긴 했지만 피클은 만들어본 적이 없어 생각도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얼른 오이를 구입해 피클을 만들었다. 지금 숙성 중이니 며칠 후에 다시 끓여 식혀 부으면 된다. 어떤 맛이 나올지 폭풍 기대중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은 저자가 일 년 중 가능 눈코 뜰 새 없는 계절이란다. 얼마 전 이웃사촌이 고구마빼데기를 주었는데, 어떻게 먹을지 몰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 책을 보니 부드럽게 불려 죽을 끓이거나 밥을 지을 때 넣거나 조림 등을 만들 때 넣으면 요긴하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어야겠다. 가을이 되면 해보고 싶은 건 무말랭이다. 레시피대로 잘 만들어봐야겠다. 고구마, 우엉, 연근 등으로도 피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색다른 느낌의 피클은 어떤 맛을 줄지 기대가 된다. 고추장박이, 된장박이 등은 어린 시절 먹어만 봤는데, 이 책을 보니 간장장아찌와는 달리 새로운 맛을 줄 거 같다.

올 겨울에는 아이들이 먹다 버린 귤껍질을 잘 모아 말려봐야겠다.

 

 

얼마 전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징어를 판매하는 트럭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오징어젓 만드는 레시피를 본 듯 하여 얼른 구입했다. 봄에 해 먹는 음식이지만, 한 번도 도전해 본 적 없는 젓갈 담그기가 하고 싶어 구입하고 말았다.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닦은 후에 저자가 알려준대로 곱게 채 썰고 다리는 5센티미터 길이로 썰었다. 소금과 청주에 버무린 후 밀페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지금 1차절임 중이다. 내일이면 쪽파와 마늘과 함께 무침양념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처음 만들어보는 오징어젓, 어떤 맛일까? 그 기다림이 너무 설레인다.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 책을 보면서 오이피클과 오징어젓을 만들었다. 지금도 이 책은 식탁 위에 펼쳐져 있으며, 나는 매일같이 무엇을 만들까 뒤적거리고 있다. 6년을 직장을 다니고 지금 6개월째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직장을 나가게 될 거 같다. 저장음식이 있으면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도 밑반찬 때문에 고민할 걱정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달은 유난히 마음이 바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우리 가족 식탁은 인스턴트가 아닌 내가 만든 반찬으로 채워주고 싶은 마음 탓이다. 예전에 선물 받은 김이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으니 오늘은 김간장장아찌를 해봐야겠다. 수록된 [재철 재료 열두 달 캘린더]를 냉장고에 붙혀놓고 꼭 잊지 말고 준비해나가야겠다.

제철의 풍미를 살려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음식, 이 책을 통해 저장음식의 매력에 더욱 푹 빠지게 된 듯 하다.

 

(이미지출처: '열두 달 저장음식'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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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8-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 - 세계사 속 두 사람 이야기 : 서양편 인물로 읽는 역사
아작 지음, 이영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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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잘 속에 숨어 있으면서 적을 피하거나 먹이를 구하는 보답으로 말미잘의 병든 촉수를 자르고 찌꺼기를 청소해 주는 흰동가리, 고래류, 상어류 등에 붙어살며 그들이 흘리는 찌꺼기들을 먹으면서 청소를 해주는 빨판상어, 진딧물의 달콤한 감로를 먹는 대신 무당벌레 등으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는 개미 등 두 종류의 동물들은 서로서로가 도움을 주며 공생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가 존재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 관계 속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세계사 속 두 사람이야기를 담은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바로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뛰어난 인물로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은 '두 사람' 덕분에 인류는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었어요. (머리말 中)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관계는 정말 유명하지요. 스물일곱 뒤늦게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고흐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작은 충고에도 쉽게 상처받은 성격 때문에 가족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서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동생 테오는 이런 고흐를 가장 잘 이해해 주었지요. 고흐가 화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늘 응원해 준 테오는 용기와 희망은 물론이고, 가난했던 고흐에게 생활비와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돈도 주었습니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화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고흐를 위해 화가 고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테오가 어려움에 처하자 고흐는 괴로워했고,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계속 부담을 주는 것이 괴로워 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불과 6개월 후 테오도 세상을 떠나게 되지요.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의 명작들은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자연을 빚은 건축가로도 유명합니다. 가우디의 독창적이면서도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구엘이었고, 부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카탈루냐의 찬란한 문화를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꾸는 구엘과 카탈루냐 특유의 문화를 건축에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가우디는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되었지요.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부담함에 맞서 싸운 한스 숄과 조피 숄은 모두가 잘못된 것을 보면서도 침묵할 때 용기 있게 맞서 싸운 남매였습니다. 과학자 이렌 퀴리는 엄마 마리 퀴리의 인류를 위한 과학자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실천하였고, 길 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철학을 널리 알렸던 위대한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그 스승이 못다 이룬 것을 자신의 손으로 갈무리하고 싶었던 플라톤운 신념을 지킨 스승과 철학을 꽃피운 제자였습니다.

 

 

책 제목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국민을 사랑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와 왕의 언어 치료사였던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입니다. 왕을 제 몸처럼 돌보며 정성을 다하는 로그가 있어 조지 6세는 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말더듬이 왕이 아닌 조지 6세 곁에는 언어 치료사이며 가장 가까운 벗으로 왕을 보좌한 로그가 있었기 때문이죠. 마르크스를 이야기할 때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은 이름 엥겔스는 처음에는 서로 좋지 않은 첫인상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지요. 마음과 뜻이 통했기에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격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같은 꿈을 꾼 두 사람은 정말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문학의 길을 함께한 친구 괴테와 실러, 동등한 왕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 부부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보살피고 의지한 아버지와 딸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마리아 갈릴레이, 그리고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이룬 부부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티격태격 싸우며 단단한 우정을 쌓은 친구 푸치니와 토스카니니 역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좋은 사람이 되어 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발전하고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세요. 나는 누구에게, 또 나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힘을 얻고 있을까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며, 그들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세계사 속 두 사람처럼 나와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나는 누군가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수도 있구요. 누군가와 함께 꿈꾸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거 같습니다.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들을 통해 인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역사를 알아갈 수 있어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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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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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박범신 작가의 책은 그리 많이 읽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최근 <은교>를 영화로 접한 바 있었지만, 박범신 작가의 책을 읽은 건 <물의 나라><불의 나라> 이후로 정말 꽤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한 박범신 작가의 책 <<소소한 풍경>>은 독특하면서도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사랑 이야기였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세 사람의 삼각관계로 인한 질투, 갈등이 아닌 세 사람이 사랑하는, 그렇다고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먼가 결핍이 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소소한 풍경>>이었다.

 

이 책은 소설가인 '나'에게 제자인 여자 ㄱ이 간만에 전화를 걸어 의례적인 서두도 없이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셧어요?'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ㄱ이 살던 집터에서 발견된 데스마스크, '나'는 ㄱ을 기억내했고 다음 날 소소로 그녀를 찾아갔다. 그것은 10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혼자 살던, 둘이 살던 그리고 셋이 살던 좋았던 그 이야기로 말이다. ㄱ은 오빠와 부모를 차례로 잃은 뒤 대학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자신처럼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그와의 우연한 부합에 사랑하게 되고 동거를 하게 되지만, 둘이 함께 살면서 알게 된 그의 모습에 대한 오해의 확장과 실망감으로 헤어지게 된다. 그 뒤 그녀는 부모님이 살던 소소라는 곳으로 오게 되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느끼던 그녀는 어느 날, 남자 ㄴ를 만나게 된다. ㄱ은 늦가을 사선으로 내려다보이는 다세대주택 외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서 있던 갈 곳이 없던 남자와 함께 살게 되고 둘이 사니 더 좋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한 달쯤 뒤 이번에는 키 작고 동그란 눈을 가진 소년 같은 얼굴의 한 조선족 처녀가 찾아오게 되고, 그렇게 두 여자와 한 남자가 함께 덩어리가 되어 살아간다. ㄱ은 셋이 사니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뜻밖이다. ㄴ이 내 집에 들어오고도 나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남편'이 아니라 단순한 '동숙자'이기 때문일까. 둘이 사는데 혼자 사는 것 같고 혼자 사는데 둘이 사는 것 같다. 동숙자가 줄 수 있는 예상 밖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본문 61p)

 

ㄴ은 우물을 판다. 그는 스스로 풍경이 된다. 마침내 우물에서 물이 솟았으나 ㄴ은 성취감 대신 그의 어때와 등은 한없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우물에 바짝 다가가  앉았고, ㄷ은 그런 그에게 다가갔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등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고, 마침내 우물에는 그녀만이 그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우물 밑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ㄱ은 다시 혼자가 되어 이사를 하게되었고, 이후 그들이 살던 집터가 허물어지면서 ㄴ의 데스마스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ㄱ은 경찰로부터 심문을 받게 되지만, 불법체류자였던 ㄷ을 경찰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고, 미제사건이 되어버린 이 사건 아니, 이 사랑은 이제 ㄴ의 이야기 그리고 ㄷ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소소한 풍경>>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은 모두 셋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랑하며 사랑받는 자, 오직 둘만 있는 독특하고 이상한 사랑(본문 336p)을 담아냈다. 복도훈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셋이 동거하는 사랑은 욕망이되 욕망의 "멸진"을 향하는 욕망이며, 삼각형을 원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소소한 풍경'의 사랑은 불가능한 사랑이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을 삼각관계의 사랑 이야기라고 콕 짚어서 말하기에는 먼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생의 심연으로 가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녹아내어 인간의 본질적인 사랑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과 죽음, 사랑과 욕망에 대한 본질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다보면 소설가 '나'로 인해 자연스럽게 <은교>가 떠오른다. 이 두 작품에 대한 공통점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책을 읽는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두 작품에서 박범신 작가만의 사랑을,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파격적인 사랑과 인간 심연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독특하지만 매혹적인...사랑.

<<소소한 풍경>>은 <은교>에서 시인 이적요가 꿈꾸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즉 결핍되었던 완전범죄를 새롭게 꿈꾸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소소한 풍경>>이 <은교>를 떠올리게 하는 건 사뭇 시사적이다....<<소소한 풍경>>은 <은교>와 가장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가장 먼 이야기다. (본문 343,344p)

 

"사람들 몸뚱어리 속에 가시들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일 뿐만 아니라, 사랑이 어떻게 죽음까지 이어져 있는지, 또한 타자의 그 무엇이 한 존재를 그토록 매혹시키는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매움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록(본문 348p)인 <<소소한 풍경>>을 통해 바라본 사랑, 삶, 죽음은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독자로서 내가 이 작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는 나 스스로에 대해 커다란 의구심이 들지만, 독자를 끌어당기는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스토리임을 이해하고 확신하기에는 나의 짧은 독서력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이들 ㄱ,ㄴ,ㄷ...하지만 나는 어느 새 마음 깊이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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