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무서움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서 TV프로그램 <전설의 고향>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무섭다면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인데, 그 공포가 주는 즐거움이 또 매력적이기에 눈을 질끈 감고서 늦은 저녁까지 시청하곤 했다. 무서움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은 유머가 주는 즐거움과는 다른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구스범스>는 소름이라는 뜻으로 어린이들에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전 세계 4억 2천만 어린이들이 읽으면서 이 사실을 입증했는데 이번에는 더욱 강력한 공포를 담은 새로운 이야기 <구스범스 호러 특급>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좀비 핼러윈 파티>>로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조차도 책 읽기에 푹 빠지게 할 법한 내용인데 마지막 반전이 정말 압권이다.

 

 

 

이 이야기는 1944년에서 시작된다. 열두 살의 마리오가 이사오게 된 새 집은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집으로 회색 페인트칠이 흉칙하게 벗겨져 있고, 시커먼 덧문이 먼지투성이 창문을 덮고 있다. 특히나 집 코앞이 공동묘지여서 마리오는 이 집이 공포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유령 들린 집 같았다. 여기 플랭클린 빌리지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 사귄 친구인 아이비는 늘 활달해서 마리오는 그녀에게 '햇살 소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아이비는 집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마리오를 달래주곤 했다. 그러던 중 아이비는 마리오 집에서 지하실을 발견하게 되고 마리오와 그의 동생 안토니, 아이비는 지하실 탐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 지하실 아래에 또 지하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내려갔다가 좀비를 만나게 된다. 두려움에 서둘러 올라오지만 마리오가 아이비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이비는 마리오가 알던 그 아이비가 아니었다.

 

"널 잡고 말겠어, 마리오. 넌 내게서 절대로 도망칠 수 없어. 절대로!" (본문 54p)

 

케니 만제티와 쌍둥이 여동생 트리시아는 열두 살로 할아버지가 너무 늙고 병들어서 혼자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엄마 아빠와 함께 공동묘지가 바로 앞에 있는 이 곳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친구 알렉과 함께 「워킹 좀비」게임을 하던 마리오는 진짜 이야기처럼 들리는 할아버지의 좀비 이야기를 듣던 중 옆집에 누군가 이사오는 걸 보게 되는데 이사올 사람은 보이지 않고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관 세 개를 옮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할아버지는 좀비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아이들에게 옆집에 뭐가 있는지 똑똑히 보고 오라하셨고, 아이들은 눈은 짙은 초록색에 얼굴이 창백한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지만 좀비라는 증거를 찾을 순 없었다.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고등학생들이 좀비를 목격했다는 무시무시한 뉴스를 보게 되는데, 케니와 알렉은 텔레비전에 학생들이 나온 것이 부러워 좀비 순찰대를 결성하게 된다. 처음엔 무척 재미있었지만 아주 나중에서야 이들은 끔찍한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좀비들이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리던 할아버지가 공동묘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발견한 케니는 좀비가 할아버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되고,  저녁에 좀비 순찰대원 첫 모임에서는 공동묘지를 순찰하던 케니는 옆집 아이 트레버를 만나면서 그를 더욱 의심하게 된다. 옆집 식구들이 외출을 하는 것을 보게 된 케니는 몰래 그 집에 들어가 관을 찾다가 트레버에게 들키지만 다행이 그들이 좀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날 케니는 할아버지가 좀비들에게 붙잡혀가는 것을 보게 되고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몸부치지만 할아버지를 구할 수 없었다. 대신 공동묘지에서 할아버지의 무덤을 보게 된 케니는 할아버지가 좀비를 두려워하던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케니는 지하실로 향하는 문을 발견한다.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할아버지, 좀비를 직접 봤다는 사람들, 감춰져있던 지하실로 향하는 문, 할아버지를 잡아갔던 좀비들……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펼쳐지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희열은 선물한다. 무시무시함에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묘한 희열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몰입도가 정말 최고인 작품이다. 오직 심리적인 긴장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구스범스>는 그동안 어린이들이 가졌을 불안과 두려움 등을 소심하고 평범한 주인공들이 겪는 공포를 통해 해소시켜 준다. 너무나 두려운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주인공들은 그들만의 용기로 공포를 물리치는 스토리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공포를 통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구스범스 호러 특급>시리즈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오싹한 소름이 돋지만,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책 속에 푹 빠지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책이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힘을 지닌 책이다. <구스범스 호러 특급>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공포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비룡소 카페'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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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이향안 지음, 홍정선 그림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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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보물들이 세계 곳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엄연한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지요. 수많은 전쟁을 치룬 나라이다보니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문화재를 강대국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문화재를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헌데 그 피폐함 속에서도 문화재를 지키고,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겠지요? 현암사에서 출간된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뿌리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울 성북동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 미술관인 간송 미술관이 있습니다. 간송은 전형필이란 사람의 아호로 전형필이 평생 모은 예술품들이 소장된 곳입니다. 간송 미술관에는 우리나라의 국복급 문화재와 보물급 문화재가 가득한데, 이는 간송 전형필 이 문화재들이 가장 많이 파괴된 일제 시대와 육이오에서 우리 문화재를 구해 내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쳐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그 시절, 간송은 일본 골동품상인 마에다가 고려청자인 천학매병을 2만 원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에 말성임없이 찾아왔을 정도입니다. 그는 헐값에 속절없이 팔려 나가는 문화유산들을 지켜 내기 위해 전국을 헤매 다녔고, 육이오 전쟁이 터졌을 때는 문화 유산들을 지키려고 피난 갈 엄두조지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왜 이런 길을 택했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지.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네. 그렇기 때문에 일제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유적을 자기네 나라로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것일세. 그러니 우리 힘으로 그것들을 지켜 내야 하네." (본문 17p)

 

간송 전형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 대전때에는 히틀러에 의해 강탈당한 예술 작품과 문화유물을 찾아내는 '기념물 전담 부대'인 모뉴먼치 맨이 있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인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을 지켜 내는 일을 했던 모뉴먼츠는 문화재의 암흑시대로 불리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그 나라의 역사이자 인류 전체의 역사를 지켜냈던 것입니다. 앙리 무어가 전설의 도시 앙코르를 찾아냄으로써 캄보디아는 사라졌던 역사를 되찾게 되었지요. 하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문화유산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간신히 되살아난 왕국이 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유네스코는 이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하여 파괴된 유적을 복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사라졌던 왕국이 되살아나면서 인류 역사도 되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앙코르 유적은 당시의 세계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되었어요. 사라졌던 왕국이 되살아나면서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던 앙코르 왕국의 역사가 되살아났으니까요.

어쩌면 앙코르 유적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인류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그러니 잘 지켜서 후손들에게 소중하게 전해 달라고. (본문 41,42p)

 

그리스 배우로도 활동했던 멜리나 메르쿠리는 1799년 영국인 엘긴 백작이란 자가 자신의 저택을 꾸미려는 목적으로 가져간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한 조각품인 파르테논 마블스를 되찾기 위해 영국 정부를 비판하며 반환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평생을 받친 반환 운동이었음에도 파르테논 마블스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그리스인들의 바람은 전 세계적인 문화재 반환 운동의 신호탄이 되었지요. 그녀가 꿈꾸는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 운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문화재 반환 운동에도 그녀의 도움이 컸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왕조실록' 역시 전라도 지방 유생인 안의와 손홍록에 의해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전주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는 백성들의 작은 힘 하나하나가 모이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어요. 안의와 손홍록의 바람, 백성들의 마음,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서 이뤄 낸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본문 64p)

 

댐 공사로 아부심벨 유적이 수몰 위기에서 구해낸 유네스코, 중국 시안 성벽을 지켜낸 시중쉰, 내전 속에 파괴되고 도난당할 위기에서 7인이 힘을 모아 유물을 지켜낸 아프가니스탄의 보물을 지켜낸 '카불의 7인의 열쇠지기', 히틀러의 부하였지만 역사와 전통이 깊은 파리를 차지할 수 없으면 연합군에게도 줄 수 없어 차라리 폭파 시켜 버리겠다는 히틀러에 맞선 콜리즈까지 이 책에는 보물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들에게 막연히 문화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문화재를 지켜야하는 이유와 문화재의 가치,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 너무 잘 드러나 있네요. 목숨을 걸고 문화재를 지켜낸 이들이 있어 우리가 인류의 역사와 뿌리를 알 수 있었던 것일 겝니다.

 

 

 

세계 곳곳에 보관되어 있는 우리의 문화재가 하루 속히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문화재를 지켜려는 특정한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으로 인해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정신인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의미을 이해하는데 이 책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이 견인차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이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싶은 책입니다. 강추!

 

(이미지출처: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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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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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작가라 이력부터 살펴보니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 책은 2014년 쥘 베른상, 오디오립상, 비브르 리브르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려 나갈 만큼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란다. 이 책은 실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난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는데, 프랑스, 스페인, 영국을 오가며 무려 31차례에 걸쳐 이사를 다녔을 만큼 여행과 이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 그의 삶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동화책을 연상케하는 책 제목이 독특한 이 작품은 주인공 파텔이 의도치 않은 여행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삶의 가치를 깨달아 간다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내용이다.

 

여러 해동안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갈취하고, 최근에는 류마티즘과 척추 디스크 증세를 연기해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준 여행 경비로 최신형 못 침대를 구입한 다음 고향에 가서 되팔 작정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인도에서 온 고행자인 파텔은 택시를 타고 이케아로 가려한다.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속으로 벌게 될 돈을 계산하며 공항에서 8유로 25상팀 택시비가 나오는 루아시 파리 노르점이 아닌 현재 위치에서 차로 45분쯤 떨어져 있는 파리 쉬드 티에점으로 차를 몰았다. 98유로 45상팀이 찍힌 요금을 내야할 순간이 오자 파텔은 돈 많은 사업가인 척 연기를 하며 한쪽 면만 프린트 된 100유로짜리 가짜 지폐를 내밀었고, 귀스타브의 주위를 딴 곳으로 끌어 자신의 새끼손가락과 초록색 지폐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고무줄을 잡아 당겼다. 10분의 1초 만에 돈은 다시 원래 주인인 파텔의 수중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텔은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침대를 주문했지만 세일 기간이 끝난 탓에 15유로 89상팀이 부족했다. 시장기를 느낀 파텔은 한 여자를 목표로 여자의 잘못으로 선글라스가 파손된 척하는 속임수로 20유로를 받아냈으며 점심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파텔은 자신을 선함을 주변에 퍼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마리의 말에 자신의 폐부를 강타한 최초의 강력한 전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곧, 임무 수행을 위해 마리의 유혹을 뿌리친 파텔은 매장 침대 밑에 숨어있다가 폐점되면서 밖으로 나와 호사스러운 호텔에 지내듯 시간을 보냈다가 매장 사람들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눈에 띈 옷장 속으로 숨었다. 하지만 그 옷장은 화물 트럭을 실려 곧 영국으로 보내졌다. 이 트럭에는 영국으로 가려는 수단의 밀입국자들이 타고 있었는데, 가족에게 그리고 고향 땅에 남은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정직한 일자리를 얻는 것이 단 하나의 소원이라는 바라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파텔은 자신의 비열한 동기가 부끄러워졌다. 파텔은 적어도 일생에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곧 영국 경찰에 들키게 되고, 밀입국자들이 검거될 때마다 자국 국경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보낸다는 영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바르셀로나로 가게 된다.

 

파텔은 엉엉 울지는 않았지만 납덩어리처럼 묵직한 뭔가가 가냘픈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치 철제 옷장 속에 들어 있었던 게 아니라 어쩌다 듣게 된 타인의 비밀, 그것이 가져다준 회환, 때론 너무 힘들고 부당한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묵직한 옷장에 깔려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이었다. 사람들이 파텔을 철제 감옥에서 꺼내 주는 동안 그는 이제까지 눈 뜬 장님, 자신이 태어나서 살던 곳보다 훨씬 암울하고 음험한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 (본문 83p)

 

한편, 100유로를 사기당한 걸 알게 된 귀스타브는 경찰에 신고하여 그가 영국으로 가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곧, 가족과 함께 일주일의 휴가를 얻어 바르셀로나로 가게 된 귀스타브는 파텔을 만나게 된다. 파텔은 귀스타브의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콘베어 벨트 위로 나가떨어지게 되고, 그를 찾으러 수하물 창고로 온 귀스타브를 피해 커다란 여행가방에 들어갔다가 로마 피우미치노 행 비행기를 실린다. 그렇게 화물칸에 실린 파텔은 글을 쓰고 싶었던 욕구에 의해 셔츠에 <신은 택시를 타고 여행하신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007 언리미티드>에 본드 걸로 출연했던 배우 소피 모르소는 가방에 들어있던 파텔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소설이 출간될 수 있도록 돕는다. 파텔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10만 유로를 받게 됐지만 곧 귀스타브에 의해 또 쫓겨 열기구를 타고 이번에는 리비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파텔은 비라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동안 자신의 일을 털어놓으며 그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파텔은 마리를 만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가고, 마리를 파텔을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 택시 운전기사는 귀스타브로 공항 수하물 창고에서 파텔을 찾는 것을 도왔던 산타마리아와 자신의 딸 제시카의 결혼식에 마리를 초대했다. 그렇게 파텔과 귀스타브는 다시 만나게 된다.

 

파텔은 가만 생각해 보니 여행 내내 자신에게 운이 따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흐레 동안 놀라운 여행을 했다. 그에게 이 세상엔 다른 것들이 존재하며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가르쳐 준 내면 여행. (본문 260p)

 

 

 

비열한 동기로 프랑스에 가게 된 파텔은 우연한 사건으로 옷장에 갇히게 되고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물론 그 나라를 관광할 수는 없었지만, 파텔은 그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의 그릇된 삶을 되돌아 보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간다.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유머를 놓치지 않는데다 그 유쾌함 속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삶을 살펴보게 함으로써 삶의 교훈을 선사한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여행의 시작이 옷장이라는 것부터 얼마나 색다른가.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그의 여행은 좀 고단했지만 참 행복했으리라 생각된다. 부도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고 베품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옷장에 갇힌 여행! 삶의 가치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 패키지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세상엔 사기꾼, 협잡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최근 며칠 동안 경험한 여러 만남은 속임수로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되는 일이 존재함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일이란 바로 남에게 돈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것이었다. (본문 255p)

 

(이미지출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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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셋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1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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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3
조엘 샤보노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9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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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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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이 울 때
장주식 지음, 오치근 그림 / 상상의힘 / 2015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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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사는 집
김상현 외 지음, 전홍식 옮김, SF&판타지 도서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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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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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그네>를 통해 처음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후 오쿠다 히데오의 여러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의 줄거리나 소재 등에 상관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무조건 찾아읽게 되었다. 이번 책 <<나오미와 가나코>>도 마찬가지였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주저없이 선택해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이런 기대감으로 책을 읽다보면서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서는 드문 일이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기대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쾌감마저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는데 옮긴이 김해용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듯 싶다. 남편으로 인해 답답한 현실에 불만을 느끼던 델마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했던 웨이트레스인 루이스가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여행길에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국 벼랑 끝으로 차를 내몰게 된다. 이 영화를 친구와 둘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나오미와 가나코>>는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주인공이 두 여인이라는 점, 친구,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점, 남편 그리고 결말. 사실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해방감'이라는 점에서 나는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다른 결말이었지만, 두 작품 모두 쾌감을 느끼게 한 탓이다. 이 책의 결말은 또 하나의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바로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영화 <정사>다. 두 작품의 결말은 모두 사회적 통념을 깨버렸다는 점이다. 우리가 사회적 통념으로 흔히 생각하는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색다름을 선사했다. 또한 <<나오미와 가나코>>는 두 영화에서는 찾을 수 있는 작품만의 독특함을 분명 가지고 있다.

 

아오이 백화점 외판부에서 일하는 나오미는 오늘도 물 쓰듯 돈을 쓰는 개인 고객들을 만났다. 외판부는 거의 집사나 다름없는 일을 처리해주기도 한다. 판매와 직접 연결되는 일이라서 외판부가 고객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신입사원은 모두 매장 근무를 경험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보석 매장에 배치 되었다가 장기적인 불황 때문에 미술관 업무를 축소한 탓에 나오미는 직장을 바꿔야 할 것 같았지만 희망을 품어도 될 만큼 마땅한 직장이 없었고, 조금만 더 참으라는 인사부의 말에 그냥 단념해버렸다. 이날 저녁, 나오미는 오랜 친구인 핫토리 가나코와 식사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헌데 오후 3시가 지나 가나코로부터 감기에 걸려 취소 문자가 왔다. 가나코는 대학 동창으로는 나오미의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가치관은 일치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일 년에 몇 차례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전했고, 아마 평생 친구일 거라고 나오미는 생각했다. 가나코는 대형 가전업체에서 일했는데 작년 가을 은행권과 결혼하면서 퇴직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가나코의 남편은 늘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아마 혼자일거라 생각했던 나오미는 열이 있다면 저녁을 준비하기도 힘들 가나코를 위해 정시에 일을 마친 후 들러보기로 했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조심스러운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나코의 맨션에 들르게 된 나오미는 마스크를 쓴 가나코의 볼이 공처럼 부어 있는데다 시커먼 멍이 마스크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가나코를 추궁해 남편의 폭력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폭력 이야기는 나오미에게는 이중의 타격이었다. 봉인 되었던 기억,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얻어맞던 폭력의 광경이 떠오른 탓이다. 가나코는 나오미에게 이혼을 권유하지만 가나코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어쩌지 못한다. 한편 나오미는 도쿄에 사는 화교들을 위한 상담회를 개최 중 300엔이 넘는 시계에 관심을 갖던 아케미라는 부인에게 제품을 소개한 후 분실된 것을 알게 되고, 경찰의 조사결과 아케미가 시계를 가져갔음을 알게 된다. 시계는 되찾는 과정에서 나오미는 아케미와 친분을 쌓게 되고, 아케미의 직원 중 가나코의 남편과 너무도 닮은 사람을 보게 된다. 이후에도 가나코 남편의 폭력이 계속되자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남편을 죽이자는 제안을 한다.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나오미가 말했다. 물론 내친김에 한 말일 뿐이었지만 입 밖에 낸 순간 죽인다는 선택지가 불쑥 마음속에 출현했고, 그것이 또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다쓰로가 살아 있는 한 가나코는 계속 위협을 받는다. 그렇다면 다쓰로를 죽이는 것은 중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된다. 중국인이었으면 그렇게 했을거라고 아케미가 말했었다. (본문 123p)

 

다음 날부터 나오미의 머릿속은 어떻게 다쓰로를 사라지게 만들까 하는 공상이 지배하게 되었고, 나오토 과장에서 인계받은 요요기의 사이토 씨가 치매임을 알게 된 나오미는 다쓰로의 제거 계획을 구체화 한다. 사이토 부인이 자신을 믿고 은행 업무까지 맡기면서, 나오미는 다쓰로가 사이토 부인의 예금을 착복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다쓰로를 제거한 후 다쓰로를 닮은 아케미의 직원 린류키를 이용해 중국으로 출국한 것처럼 보이기로 한다. 그렇게 나오미와 가나코는 계획대로 다쓰로를 제거하게 되고, 단순 가출로 본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으며 다쓰로의 착복을 알게 된 은행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들의 계획은 무사히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쓰로의 여동생인 요코는 흥신소에게 사건을 맡기게 되고 나오미와 가나코의 헛점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나오미 이야기와 가나코 이야기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나오미 이야기에서는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담아냈고, 가나코 이야기에서는 살인 후 주변 인물들의 의혹으로부터 맞서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살인은 엄연한 범죄이며 그에 따른 댓가를 꼭 처벌받아야 하는 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나코와 나오미의 범행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가나코를 옥죄는 주변 인물들과 그에 맞서는 가나코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고, 그들의 범행에 허점이 얼마나 많았는지가 드러날 때마다 긴장감은 더욱 팽배해졌다. 경찰로부터 협박을 받고 요코에게 쫓기면서 결국 모든 것들이 끝났다고 생각될 즈음 저자는 저혀 예상치못한 새로운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이 작품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실 나오미이다. 절친이라고 하지만 친구를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아버지의 폭력을 심어두었다. 그것이 하나의 방편이 되었고, 가나코를 돕는 일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엄마를 도와주지 못했던 자신의 자책감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오미가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의 폭력보다 엄마의 작은 동물 같은 눈이었다. 저항도 못하고 울지도, 소리 내지도 못한 채 계속 맞았다. 지배당하는 인간의 표정을 나오미는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 어니인 히로미와 손을 잡고 2층으로 도망친다. 어린아이에게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 말고 달리 선택할 게 없었다. 도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귀를 막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본문 234p)

 

마지막 구절을 읽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희열! 이 두 글자만이 이 결말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폭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여자들의 현실 앞에서 수많은 허점에도 완벽한 반격을 보여준 <<나오미와 가나코>>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다른 말은 필요없다. 꼭 읽어보시라.

 

(이미지출처: '나오미와 가나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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