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7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예령 옮김, 박형동 그림 / 파랑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책이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J. M. G. 르 클레지오]의 작품이라는 점 또한 범상치 않은데다, 청소년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초등 저학년용의 동화처럼 얇은 책에서 무엇인지 색다름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주인공 륄라비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심리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며, 륄라비의 발걸음을 따라 보여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경 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왠지 이 가을에 어울릴 법한 배경묘사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우리들을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요구하려는 듯 그림을 그리듯 담아내고 있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감옥과도 같은 학교에서의 답답함과 아빠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을 달래보려는 듯 그렇게 무작정 걷는 륄라비는 바다가 주는 광대하게 펼쳐진 푸른빛과 광채, 바람, 거칠면서도 감미로운 파도 소리에 푹 빠져 자유가 주는 행복함을 느낀다.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이야기는 조금 몽환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일상과 멀어지면서 느껴지는 자유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래전 큰 흥행을 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의 노랫말처럼 우리 아이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교실 속에서 꿈과 이상을 뒤로 한채, 틀에 박힌 정형화 된 곳에서 살아간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은 채, 일상으로의 탈출을....
이런 탈출을 감행한 륄라비였지만, 자유 속에서도 필립피 선생님의 수업내용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가 속한 현실에서의 완벽한 탈출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륄라비는 옮겨지는 발걸음을 따라 자신이 갖는 생각을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아낸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 현실에 대한 불만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담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언제까지나...
어디선가 이런 구절을 읽었다.
"떠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나지 못한다. "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들도, 아직 정체성을 찾아가지 못하는 어른들도, 현실에 얽매어 답답해하는 어른들 역시 누구나 떠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떠날 자유는 누구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떠나지 않은 채,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에 만족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유를 느끼려고 한다.
륄라비는 그렇게 자유를 찾아 떠나 본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듯 하다. 바다 풍경이 도시의 풍경으로 서서히 바뀌면서 륄라비의 마음도 현실로의 도피에서 현실로 다시금 찾아오는 갈등을 담아내었다.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을 통한 대리만족이나 용기있게 감행한 탈출에 대한 부러움 등이 어우러져 책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륄라비의 자유만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륄라비의 방황을 통해서 아이들 마음속에 담겨진 답답함을 한꺼풀 벗겨내기를 기대한다.
누군가 자신이 답답함을 호소하며 훌쩍 떠났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그러나 필립피 선생님은 달랐다.
그저 단순한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대해주면서, 현실로 돌아온 륄라비를 반가이 맞이하여 준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필립피 선생님처럼 내 아이의 방황을 ’여행’으로 단순화하여, 반갑게 따뜻하게 맞이하여 줄 수 있을까?
누구나 마음 속에 훌쩍 떠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열망이 있고,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어쩌면 나도, 훌쩍 커버린 딸의 잠시동안의 방황을 여행을 다녀온 듯 반가이 맞이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아니..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답답함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한 륄라비의 방황은 우리 아이들의 내면의 모습을 잘 묘사하여 주었다. 조금은 모호한 느낌을 주는 책이였지만, 륄라비의 방황도, 필립피 선생님의 모습도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였다.
어느 순간, 내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할 지 모른다. 그 여행길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이 안내할 수 있으리라..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09/10/18/01/jin9802_7548223837.JPG)
(사진출처: ’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