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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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교포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우리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작가 린다 수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 역사인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자기인 청자를 모티브로 동화를 쓰고, 더욱이 <2002년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작가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구 문학의 전통에 집중하였던 저자가 아이들을 갖게 되어서야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걸 들려 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극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적인 매화 꽃병은 원형 음각 무늬가 마흔 여섯 개 있는데, 제각각 바깥쪽의 흰색 동그라미와 안족의 검정색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먼저 무늬를 새긴 다음 뛰어난 솜시로 삼강 세공을 한 것으로, 동그라미들 속엔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 (순우리말로 ’두루미’)이 들어 있다. 원형 음각 무늬 사이로는 구름이 떠가고 있으며, 구름 속엔 동그라미 속보다 더 많은 학이 날아다니고 있다. 바탕 빛깔은 옅은 농도의 청자색이다.
이 작픔은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청자상감운학매병)>으로 불린다. 꽃병을 만든 이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본문 137p)

1,2권을 다 읽고 난 맨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진 글귀이다.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야, 저자가 이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을 통해서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였나?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청자를 통해서 자신을 보살펴주고, 키워주었으며, 자신을 늘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했던 두루미 아저씨를 기르는 마음을 담은 목이의 모습을 생각 해냈던 것 같다.

’귀처럼 생긴 목이버섯’에서 따온 이름 ’목이’는 고아였고, 한쪽 다리가 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다리 밑에서 살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음식을 구해 먹으며 살던 목이가 우연히 민 영감네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무를 하고, 진흙을 퍼내는 일만 하던 목이는 물레를 돌리고 싶은 꿈을 가졌으나, 도공은 아들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도자기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 없다는 민 영감님의 말에 좌절을 느끼게 된다.
허나, 목이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장인 정신을 배우게 되고, 가족에 대한 정을 느끼게 된다.
민 영감님이 만든 꽃병 두 벌을 송도 왕실 감도관 나리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 목이는 중간에 강도를 만나 매병이 깨지게 되지만, 민 영감님의 상감 기법이 잘 표현된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감도관 나리를 찾아간다.

그 사금파리 한 조각만으로 민 영감님의 솜씨를 알아본 감도관은 왕실의 주문을 받게 되지만, 목이가 없는 사이 두루미 아저씨가 사고로 죽게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목이는 ’형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민 영감님의 아들이 된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 바로 그 꽃병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되살아났다. 이전보다 한층 강렬한 바람이었다. 실제로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본문 135p)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에는 아마 목이의 바램과 같은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매병 속에서 도공들의 장인 정신과 도자기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저자는 ’목이’라는 주인공을 생각해냈던 것은 아닐런지.

<사금파리 한 조각>을 통해서 외국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와 더불어, 도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목이의 인내와 열정과 용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어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에도 이 책은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가진 것이 없음에도 옳바르게 살아가는 마음을 전달하는 두루미 아저씨, 도자기 하나를 만드는 동안 온갖 노력과 정성을 아끼는 않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도공으로서 성장해가는 목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사금파리 한 조각' 1,2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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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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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해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를 너무 좋아하는 딸 덕택에 (?) 이 책을 읽었었다. 사후 세계를 그리면서 선과 악 그리고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판타지 동화가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 책이였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게 된 것도 딸 덕분이다. [제3회 독서 가족 골든벨 대회] 11권의 도서 목록 중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아이들을 책 속에 빨려들게 하듯이, <사자왕 형제의 모험> 역시 사자왕 형제의 모험 속으로 아이들을 푹 빠지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양한 모험과 이야기로 쉴새 없이 읽어내려가게 하는 매력을 가진 책이다.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만의 상상력과 필체가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곧 죽게 된다는 걸 알게 된 동생 카알 (형은 스코르빤이라고 부른다)에게 형 요나탄은 ’낭기열라’에 대해 설명해준다.
죽음에 대해 겁을 내는 카알에게 형은 온종일 신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고, 병도 나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낭기열라에서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허나 화재로 집이 타기 시작하자, 형은 움직이지 못하는 동생 카알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뛰어들아가 동생을 업고 2층에서 뛰어내렸고, 형은 낭기열라로 먼저 떠나게 되었다.
형이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카알 역시 얼마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고, 두 형제는 낭기열라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행복을 만끽하게 되었다.

벚나무 골짜기의 기사의 농장 ’사자왕 형제’라는 초록빛 글씨로 적혀진 집에서 두 형제는 행복했으나, 그들 앞에는 큰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낭기열라의 또다른 골짜기인 ’들장미 골짜기’는 텡일이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가난과 고통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들장미 골짜기’의 평화를 위해 두 형제는 모험에 들어선다.

겁쟁이였던 카알이 형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 악에 맞서 싸우는 형 요나탄의 모습, 그리고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펙타클하게 진행되어 간다. 책을 읽다보면 형제가 위험에 처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손에 땀이 쥐어지고, 그들이 용기있게 행동하는 모습에는 환한 웃음을 짓게 하는 책.

사후 세계인 낭기열라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한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악에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모험이 신이 나고, 악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승리릍 통해서 ’선’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지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그릇된 자의 권력이 가져오는 백성들의 고통과 평화를 위한 싸움에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소년의 용기와 희생이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들이 가려는 ’낭길리마’에는 평화만 존재할까?
어느 세상이든 악은 존재하게 마련인 듯 싶다. 그러나 ’정의’와 ’선’이 있다면 평화는 늘 우리 가까이에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후 세계에 대해 늘 궁금해 한다. 천국와 지옥이 공존한다는 사후 세계...그것은 선과 악이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악’에 대한 비판을 위한 바램을 담은 사람들의 상상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잠시 생각해본다.

지금쯤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낭기열라 혹은 낭길리마에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계시지는 않을까?
사자왕 카알과 사자왕 요나탄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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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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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아들을 낳고 두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서 여러번 접했었고, 그때마다 그 부부의 모습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에겐 우리가 가지지 못한 또다른 모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 마리의 닭과 그 옆을 따라오는 오리..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무슨 내용일까 참 궁금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보다 더 나은 동물의 모성애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꼭 찝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록색 잎사귀가 늦은 가을까지 살다가 노랗게 물들고 조용히 졌다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름해 봄에 연한 초록색으로 다시 태어나고, 바람과 햇빛을 받아 자라다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어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것을 보고 닭장속의 암탉은 잎사귀처럼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을거라 생각하고 스스로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어 답답한 양계장에서 닭장 밖 마당을 부러워하던 암탉..

알을 낳으면 발끝으로조차 만져 볼 수 없이 바구니에 담겨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암탉은 마당에서 병아리와 닭들이 줄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알을 낳아 기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알을 품지 못하는 슬픔에 젖어 날로 야위어지고 알을 낳게되지 못하자, 양계장 주인은 잎싹을 폐계하였고 죽은 닭속에 잎싹은 묻혀있었다.

"달아나..서둘러!" 라는 청둥오리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족제비를 피해 달아난 잎싹은 마당에서 살게되길 원했지만, 마당의 우두머리인 수탉은 잎싹을 내쫓고 만다.

자신을 도와준 청둥오리가 뽀얀 오리와 같이 있는 것을 보면서 외로웠지만,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은 날로 키워갔다.

할수없이 마당을 나와 들판으로 가던 잎싹은 비명 소리에 달려가보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하얀 알 하나였고, 잎싹은 열심히 알을 품었다.

어느 날, 알을 품은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청둥오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매일 잎싹에게 물고기를 물어다 주었고, 산등성이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뛰어다녔다.

"잎싹아, 너는 사려 깊은 암탉이니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알 거야. 알이 깨면 여기를 떠나. 그리고 저수지로 가는거야. 마당으로 가지 말고. 달이 기울었듯이 족제비의 배도 비었다는 걸 잊지마.."

그리고 며칠 후, 청둥오리의 비명과 함께 족제비는 나그네를 물어갔다. 잎싹은 알게 되었다.

족제비 때문에 자신과 알을 위해 밤마다 깨어 날개를 퍼덕이며 뛰어다녔다는 것을...

알이 깨어낳고 잎싹은 아기를 데리고 마당으로 갔지만, 모두들 잎싹과 아기를 내쫓으려 했다. 닭이 오리를 낳았기때문에 닭으로서의 체통을 지키기 못했다고..집오리들은 오리새끼를 키우려고 했지만, 잎싹은 자신이 품은 알이 오리인 줄 몰랐던 것에 놀랐을 뿐 자신의 아기를 남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아기를 데리고 들판에서 키우면서, 잎싹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족제비에 대항하여 아기를 지켜냈다. 점점 말라가고 힘이 들어도 아기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한 잎싹은 청둥오리가 저수지로 가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고, 아기를 아니, 초록머리를 청둥오리떼에 보낸다.

"엄마는 나랑 다르게 생겼지만, 그렇지만, 엄마 사랑해요." 아기 초록머리의 마지막 말..

그리고 잎싹은 족제비의 배고픈 아기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 놓는다.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동화속에서는 어른들이 배워야할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고 있다. 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잎싹보다 못한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철없는 행동으로 임신을 하고 그리고 가차없이 버리는 미혼모가 있고, 자신의 아기를 사랑해서 어린 나이에 그리고 주위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려는 미혼모가 있다.

그리고 그 미혼모에게 용기를 주지 못할 망정 손가락질 하는 우리네들은 오리를 낳았다고 내쫓는 마당의 수탉들과 다를 것이 머가 있을까?

이혼을 하면서 아이들의 책임까지 회피하고 보육시설에 떠넘기는 부모들이 있다. 자신과 다르지만 알을 품고 나은 오리를 위해서 무서운 족제비와 맞서 싸우는 잎싹 보다 못한 어른들이 있다.

혹시 내가 마당에 수탉같은 속물같은 인간은 아니였을까?

동화속에서 또 하나를 배우고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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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뒤주 사계절 아동문고 67
이준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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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조화이다. 판타지와 역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 권의 멋진 동화를 만들어 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옛 물건인 뒤주를 통해서 역사와 모험을 연결 시켰다. 결코 어울리지 않을 연결고리 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만들어낸 절묘한 조화는 감동과 함께 즐거움까지 전달해주고 있다.
 

얼마전 텔레비전을 통해서 이산가족의 상봉과 이별을 보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혼절한 사람을 보면서 그들의 고통을 나는 십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라도 빨리 그들이 다시 만날 날이 오기를 빌어보았다.
가깝고도 먼 그 곳...북한. 역사의 오점이 남긴 이산 가족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안타까움이 뒤섞여 오열을 낳는다. 혹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까?
과거를 뒤바꾼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떻게 되버리는걸까?
<할아버지의 뒤주>를 읽으면서, 과거의 오점도 현실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시골에서 혼자 사신 할아버지는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아, 민제의 집으로 오시게 된다. 낡디 낡은 뒤주를 가지고서 말이다.
낡은 뒤주는 민제의 책상 옆으로 옳겨왔고, 보기 흉한 뒤주와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냄새가 결코 좋지많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새벽 2시 5분 뒤주에서 나오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었고 호기심에 뒤주로 들어가 본 민제는 뒤주가 과거로 들어가는 통로임을 알게 된다.
정조의 아버지 이선을 만나고, 이야기 인줄만 알았던 배비장을 만나게 되고, 임진왜란과 1980년 광주학생 운동의 현장을 체험하게 된 민제는 할아버지에게 발견되었고, 그 뒤 두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6.25때 할아버지의 잘 못으로 인민군에게 잡혀진 큰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뒤주 속에 몸을 숨기곤 하던 할아버지는 뒤주가 과거로 가는 통로임을 알게 되고, 형님이 잡혀가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형님을 구하기 위해 몇 십년을 그 통로를 찾아 헤매게 된 사실을 알려준다.

과거 속에서 몸을 다친 할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할아버지를 위해 혼자 뒤주 안으로 들어가던 민제는 드디어 큰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결자해지라는 옛말이 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지. 내가 형님을 잡혀가게 했으니 내 손으로 구해 낼 거다. 누구나 돌이키고픈 과거가 하나쯤은 있을 거다. 
그렇다고 과거로 가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거나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을 만들면 현재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지겠니.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네 증조할아버지께선 마을 방죽에서 멱을 감다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게 안타깝다고 과거로 가서 증조할아버지를 방죽에 가지 못하게 말리면 어떻게 되겠니? 
당연히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겠지. 그렇데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형님을 구하려고 하는 건 죄책감을 씻지 않고는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란다. 이 할아비 마음 알겠니?"
   (본문 151p)

민제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큰 할아버지가 잡혀간 뒤, 큰 할아버지가 도망칠 수 있는 틈을 마련해주기 위해 유인 작전을 펴게 된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민제가 받은 한통의 전화에는, 큰할아버지를 찾던 할아버지에 보낸 편지가 왔다는 적십자사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과거의 통로를 열여주던 뒤주의 문은 막혀버렸다.

뒤주의 통로는 자신의 잘못으로 형님을 잡혀가게했다는 죄책감과 형님을 찾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 낸 출구였던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전하고 픈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형님에게로 전달되었던 것일게다.

이산가족의 마음을 십분의 일도 알지 못했던 나는, <할아버지의 뒤주>를 통해서 조금 알아가게 된 듯 하다. 이산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짓던 마음이 무엇이였나를 조금 알았나보다. 
전쟁을 알지 못하는 나보다 더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세대는 이산 가족의 마음을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
저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사가 남긴 슬픔을 우리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그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어내고, 또 미래를 만들어낸다. 과거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역사의 오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으면 미래는 더 나은 삶을 보여주게 된다.
저자도, 할아버지도 민제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이 그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꼈으면 싶다. 
민제가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그 슬픔을 알아가듯이.....


<할아버지의 뒤주>가 이산가족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같이 가져본다. 





(사진출처: ’할아버지의 뒤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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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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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제목과 함께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고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의 그림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며 읽지 못했는데,  [제3회 독서 가족 골든벨 대회] 도서 목록에 담겨져 있어 꽤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책이였다.

책 제목이 너무도 예쁜 책이다. 책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의 눈이 왠지 쓸쓸해 보이지만, 책을 쥔 손은 책에 대한 열의가 담겨져 있는 듯 힘이 느껴진다. 이 소년이 주는 여러가지의 분위기가 나를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오래된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종이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한 책표지를 넘겨본다. 그리고 나는 흠뻑 책 속에 빠져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 한권을 만난 느낌이다. 내가 장이가 된 듯, 혹은 장이 옆 낙심이가 된 듯...책 속에 빠져 그 시절 속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본다.

천주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과 노니는 집>은 필사쟁이 아버지를 둔 장이를 통해 시절의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동화이다. 필사쟁이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 때문에 천주학쟁이로 오해를 받아 죽음에 이르면서 장이는 천주학에 대해, 그 시대적 상황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장이의 눈을 통해서 함께 그 시간을 바라본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최 서쾌의 책방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던 장이는 장서가 홍 교리를 알게 되면서,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 나가게 된다. 자신을 영민하다며 칭찬하시는 분,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장이는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따뜻함을 홍 교리에게서 채워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홍 교리가 천주실의를 읽는 천주학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장이는 그것을 묵인해준다. 
홍 교리를 통해서 필사쟁이로 성장해 나갔으나, 다시 한번 아픔을 겪게 된다.
관원들이 천주학쟁이 집에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홍 교리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달리는 장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무 냥이 모아지면 장이와 책방을 내고 싶으시다면 아버지의 소원을 장이는 언문으로 쓰인 <책과 노니는 집> 현판과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여러 권의 역사책을 아이에게 내밀어보지만, 아이는 늘 지루해하고 재미없어한다. 역사의 지식만을 전달하려는 책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듯 하다. 역사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알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역사적인 배경을 우리 아이들 또래 아이인 장이를 통해서 바라보게 하면서, 역사적 지식과 그 시대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할 뿐만 아니라, 서로와 서로를 연결짓게 하는 ’책’이 주는 의미도 알게 한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 양반들의 허세, 천주교 탄압, 언문, 그리고 서민들을 통해서 활성화 되어가는 우리네 문학을 엿볼 수 있다.
역사를 강요하지 않아도, 동화를 통해서 전해오는 그 시절의 모습이 잔잔하게 전해져 온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아닐까 싶다.


또한 무엇보다 장이가 홍 교리와의 대화 속에 묻어나는 ’책’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느냐?"
’도리원에서 전기수 이야기를 들으니 좋더구나. 아주 재미있었어. 한문으로 된 어려운 소설이라면 그리 재미지게 읽을 수 있겠느냐?"
(본문 154p)

여러운 역사책, 과학책 등을 고집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내밀었던 내 손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최 서쾌가 말하듯,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책이나 이야기를 옳게 전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이 대목은 <책과 노니는 집>이 주는 역사동화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음은 아닌가 생각된다. 어려운 책이 아니였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으며, 역사를 느끼게 되는 책. 어쩌면 저자는 홍 교리를 통해서 저자의 마음을 전달한 것을 아닐런지.

이 글귀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담아 두었던 부분이다. 책꽂이에 한권 두권 꽂아두며 마음을 채워가듯 뿌듯해하는 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던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본문 78p)

오랜만에 좋은 책 한권을 만났다. 도리원에서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 앞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틈바구니 내가 있는 것처럼 나는 책 속에 흠뻑 빠져있었다.






(사진출처: '책과 노니는 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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