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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 다예아빠의 외고합격 프로젝트
이정규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1월
평점 :
책을 읽는 중간중간,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도 남편을 향한 나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다예 아빠는 이렇게 했대...자기도 해봐..책을 좀 읽어봐...에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잖아....다예 아빠의 1/3만이라도 좀 해봐’ 등등..
아마 남편은 얼굴도 모르는 다예아빠가 참 미웠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나처럼 ’엄마’가 있었다면 다예 아빠를 미워하는 남편들이 종종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빠와의 즐거운 추억을 그다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늘 엄마와 함께였고, 아빠는 밤새워 일을 하시거나, 피곤함에 주무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을 때,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을 시샘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남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내 남편은 전형적인 한국남자였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는 일에 인색한 전형적인 한국 아빠의 스타일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잘 해주는 것이 있다면, 책 읽어주기와 함께 목욕하기였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4배의 효과를 발휘한대’
’그래? 그럼 엄마가 4번을 읽어주면 되겠네..’ 하던 남편이였지만, 그 이후로 책 자주 읽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빠가 아이들과 목욕을 하면 사회성이 좋아진다던데..’ 이 한마디에 아이들의 목욕은 남편의 차지가 되었다.
성격상 다정다감한 말을 잘 못하고, 칭찬에 인색하고, 욱! 하는 성질에 아이들에게 무서운 면을 간혹 (이건 정말 간혹이다..)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간혹(이것도 정말 간혹이다..ㅡㅡ;;) 보여주곤 했다.
엄마는 잔소리를 잘해서 아빠와 이야기가 더 잘된다는 13살 딸아이와 아빠에게 달려가 잘 안기는 7살 아들 아이를 보면서 다예아빠는 아니지만,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남편의 모습은 다예 아빠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칭찬인지 흉인지 모를 남편의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고 보니, 직장을 다닌다고 아이들에게 점점 소홀해지는 내 모습을 뒤돌아보게 된다.
[하루 30분]의 주인공 다예 아빠는 직장 생활을 한답시고 육아에 소홀해하는 세상의 아빠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아빠들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한다.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해 상사의 눈치도 보고, 야근도 불사한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의무감이 가정의 외톨이로 만드는 기회로 제공된다. 다예 아빠의 방법이 무조건 좋다고는 말할 수 없고,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좋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가족에게서 외톨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멤버들의 이름을 외우고,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햄버거를 사다주며, 문자를 통해서 격려하고 소통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요즘 퇴근해서 돌아오면 ’숙제 했어?’가 나의 대화의 첫 시작이였다는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본다.
이 책은 비단 아빠들을 위한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엄마와 비밀이 생기고, 엄마의 손길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주부들도 상단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이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듯 하다.
자녀교육/육아정보 도서라기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한 책이다. 재미있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읽으면서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반복되는 구절이 좀 많았던 듯 하고 내용상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이런 장르의 책을 몇권 읽어보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늘 받곤 한다. 어쩌면 이들의 교육 모습과 나의 현실에서 오는 GAP으로 인해 억지스럽다 느끼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다른 책과 달리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강점인 책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춘기라고 퉁명스러운 듯 내맽는 아이의 말 속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간혹 유치한 엄마가 되어본다. 잔소리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때, 아이들 앞에서 티아라의 bo peep bo peep 춤을 춰보기도 하고, 은근슬쩍 다가가 딸아이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묻곤한다.
’엄마..왜 이래?’ 하면서 화를 풀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남편에게도 유치한 놀음(?)을 권해보려 한다.
내 남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남편에게 무리한 요구를 권하고자 함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저자처럼 대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다정다감한 칭찬을 해주기를 권하려 한다.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남편들,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남편들의 무거운 어깨가 안쓰러워 보일때가 있다. 가정이 행복해야 나가서 사회에 나가서도 더 일이 잘된다고 한다. 점점 가족에게 멀어지는 아빠의 모습은 결국 직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30분이라는 작은 시간이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웃으면 일할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기억해보자.
아빠들이여, 자녀에게 얼마나 많은 칭찬을 해줬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이 사실을 명심하자. 자녀들은 엄마보다는 아빠의 칭찬에 더 목말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리고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자. 인생의 바다로 향하는 자녀들에게 아빠의 칭찬은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한 무기가 될 것이다. (본문 16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