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1 -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참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래전 이야기를 구지 시대별로, 사건별로, 공간별로 구별하여 모두 외워야하는 한다는 것이 참 힘겹게 느껴졌다. 요즘은 사진과 도표, 그림 등을 이용하여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과 형식으로 지루함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책들이 줄이어 출간되고 있지만, 내가 역사를 배우던 학창시절에는 그저 묵묵히 세계사 교과서에 나온 단편적인 지식들을 무조건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아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너무도 지겹기만 했다.
그렇게 세계사는 학창시절 나를 괴롭히던 과목으로 낙인되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커지고 넓어지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역사서를 접했으나, 기본적 지식이 없는 내게 세계사는 여전히 어려운 분야임을 절감해야만 했다.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라는 제목이 노란 표지위에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역사를 외우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내게 외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다는 책 제목은 나를 이끌었고,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가 한 걸음을 뗀 것처럼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요즘 구어체 문장으로 지루함을 배제시킨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 이 책에서 구어체 문장을 접하게 된 것은 그리 신선한 일은 아니였으나,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처음 느끼는 나와 처음 역사를 배우려는 아이들에게 이 문장은 역사가 한층 부드럽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 부모, 혹은 친구가 내게 역사를 천천히 가르쳐주듯 이 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서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리적인 구분을 따라 터키의 역사는 배제하고 러시아의 역사를 넣어 진행하였다. 

1장 그리스 시대
2장 로마 시대
3장 중세 시대
4장 중세에서 근대로


1장에서는 그리스 문명과 폴리스의 발달,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포네소스 전쟁,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그리고 마이너 유럽도 살아있다를 통해서 유럽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지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지중해 일대로 세력을 확장하던 그리스 폴리스들이 로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 자신보다 우수한 에트루리아 문화를 흡수한  로마 문명의 이야기를 주로 담아내었다.
2장에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식민시를 늘렸던 그리스의 폴리스와는 다르게 쉬지 않고 정복 전쟁을 벌였던 로마가 지중해를 차지하고, 유럽을 장악, 로마 제국의 탄생과 흔들리는 로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3장에서는 로마가 시들해지면서 유럽 문명의 중심지가 중서부 유럽, 즉 오늘날의 프랑스 일대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족이 왕국을 건설하면서  봉건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세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크가 유럽의 중심이 되고, 프랑스와 독일이 탄생하였으며,황제와 교황의 싸움으로 교황이 황제와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 종교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십자군 전쟁으로 종교 시대가 끝난 것을 필두로 하여, 영국와 프랑스의 백년 전쟁과 대항해 시대와 그리고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대량 인쇄기술의 발명이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영국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를 통한 영국의 급부상과 250여 년간 몽골족의 지배를 받았던 러시아의 부활을 수록하였다.



세계사의 큰 줄기의 유럽사의 이야기를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다루고 있는데, 특히 유럽사를 ’메이지 리그’와 ’마이너 리그’로 나누어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서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의 역사까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내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세계사]에 앞서 [통유럽사]를 먼저 접하게 된 것은, 그 광범위한 세계를 알아가기에 앞서서, 세계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사를 먼저 이해함으로써 역사의 흐름의 줄기를 먼저 알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였다. 각 대륙의 역사적 사건을 시대순으로 정리하여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여 담은 [통유럽사]는 그 마음을 잘 헤아려 담아냈으며, 대륙별로 나뉘어 좀더 심도있게 다루어 역사가 가진 뜻을 미흡하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진과 지역적 변화에 따른 그림 설명과 사진들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며, 단원마다 수록된 ’통박사의 역사 읽기’는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더욱 유발하고자 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역사는 과거 속에 묻혀진 오래된 골동품이 아니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중요한 풀이과정이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동안 세계사의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자라잡았던 내 머릿속에는 편견 대신에 역사의 흐름이 자리잡았고,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뿌듯함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그동안 역사서를 읽으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나는 시작하고자 한다. 서둘러 2편을 펼치는 일 말이다.

(사진출처: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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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틸리와 깔끔쟁이 리지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16
마거리트 한 싸임 지음, 강성순 옮김, 수 힙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된 [사각사각 책읽기] 시리즈는 제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연령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읽기 능력에 따라서 단계를 높여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사각사각 사과를 베어 먹듯이 수준별, 단계별로 독해력과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여 발간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이 속한 2단계는 국어 교과서와 연계된 내용으로 국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사회성과 읽기 능력을 길러 주는 단계입니다. 

[뒤죽박죽 틸리와 깔끔쟁이 리지]는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쌍둥이의 이야기입니다. 생긴 모습은 너무 똑같은 리지와 틸리지만, 두 사람을 구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답니다.
틸리는 지저분한데다가 정리를 도통하지 않고, 옷도 잘 갈아입지 않는 반면, 리지는 항상 단정하고 줄줄이 목록 만들기를 좋아하며, 항상 깔끔하게 정리해 놓는답니다.
서로 다른 성격때문에 두 아이의 다툼은 자주 일어나죠. 
틸리는 고목나무 위로 기어 오르기를 하고, 리지는 연필로 기다란 무지개 기차 만들기를 합니다.
서로 다른 놀이를 즐겨하지만, 두 아이는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걸 두 아이는 알지 못하죠.

"난 내 맘대로 할 거야, 그게 바로 나야." (본문 23p)

하늘이 우중충 찌푸린 날이라, 틸리는 책을 읽고 리지는 심심했어요. 리지는 틸리에게 서로 다른 점을 적어 목록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리지의 제안이 귀찮았던 틸리는 둘다 좋아하는 일만 적기로 했어요. 세상에 이보다 짧은 목록은 없으니까요.

1. 그림 그리기
2. 스파게티 먹기

더 이상의 목록은 나오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도움으로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로 닮은 꼴을 찾아가는 두 아이는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목록의 마지막 줄에는 '행복하기'라는 공통점을 적게 되었답니다.   

 

 

잠에서 덜 깬 틸리가 널부러뜨린 책을 밟아 미끄러지면서 방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리지는 화가 났습니다.

"정말 너 같은 애는 딱 질색이야!"
"적어도 난 따분하진 않아. 너처럼 말이야!"
  (본문 55p)

틸리는 울면서 뛰쳐나갔고, 리지는 화가나서 틸리의 책을 걷어차고, 침대 위를 올라가서 쿵쿵 마구 뛰었습니다. 마치 틸리가 하듯이 말이죠. 그러다 틸리에게 한말 때문에 마음이 아프게 되었고, 리지는 틸리를 찾아 나섭니다.
틸리를 찾아다니던 리지는 미끄러지도 넘어져서 마치 틸리처럼 되었어요. 부모님들도 리지를 틸리처럼 착각했을 정도로 말이죠.
반면 틸리는 속상해서 옆집 라벨 아줌마에게 갔습니다.

"나답게 행동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중요해.
그런데 때로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란다. 신기한 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거든. 착한 일을 하면 놀라운 일이 생기기도 한단다. 두고 보렴."
(본문 63p)

라벨 아줌마의 위로에 틸리는 리지에게 말합니다. 함께 방을 치우자구요. 그러자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리지는 틸리에게 고무나무에 올라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고, 두 아이는 이제 함께 고목나무에 올라갔답니다.
  



이제 쌍둥이는 서로의 행동을 탓하게 않게 될 듯 싶네요. 대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게 될 듯 싶습니다. 우리 집 두 녀석은 매일매일 투닥거립니다. 누나를 귀찮게 하는 작은 아이를 탓하는 큰 아이의 짜증섞인 목소리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누나에 대한 불평을 하는 작은 아이...두 아이의 외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습니다. 틸리와 리지처럼 말이죠.
라벨 아줌마의 말을 제 아이들에게 해주어야겠습니다. 이 말은 형제 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 등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말인 거 같아요. 친절은 상대방이 아니라, 친절을 베푼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틸리와 리지를 보면서 배우게 될 듯 싶네요.

쌍둥이의 알콩달콩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도 아주 예쁘구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 친절로 인해 행복해지는 마음을 제 아이 뿐만 아니라, 독자 어린이 모두가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유쾌한 이야기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사진출처: ’뒤죽박죽 틸리와 깔끔쟁이 리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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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다 잘래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1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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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진우와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진우와 닐스는 너무너무 닮은 꼴입니다. 그런데 닐스의 아빠와 저는 왜 이렇게 틀린걸까요?
책을 읽어주면서 내 아이의 마음을 닐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닐스 아빠를 보면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늘 내 마음은 닐스 아빠처럼 하고 싶은데, 오늘도 저녁내내 얼마나 많이 진우의 이름을 불렀는지 모릅니다.

"진우야~ 진우야~ 진우얏!!"
"엄마, 나 이것만 그리고...잠깐만!!"
"얼른 못 와!"

하루에도 몇번씩 진우의 이름을 부릅니다. 자기전에도 "엄마 물 먹고 싶어""엄마, 화장실 갔다 올게""엄마 책 한권만 더 읽어주면 안돼?""엄마, 누나는 왜 안자?" "엄마......."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녀석은 자기 싫은지 계속 엄마를 불러댑니다. 그럼 저는 "내일 유치원 가려면 빨리 자야지..조용히 하고 자자!"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모른 채 합니다.

진우는 닐스를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겠죠? 아마 닐스를 많이 부러워했을지도 모릅니다. 닐스의 아빠는 결코 닐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습니다. 닐스의 마음을 받아주고 함께 놀아줍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말이죠.

 


저녁 먹자고 아빠는 닐스를 부르지만, 닐스는 더 놀고만 싶습니다. 닐스가 음식을 뒤적거리고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자, 아빠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유를 다 마시고 이 닦은 다음에 놀자며 닐스를 달랩니다.
목욕 하기 싫다고 도망가는 닐스를 아빠는 신나게 좇아가며 결국 목욕을 시킵니다. 숨바꼭질 하자는 닐스의 요구에도 아빠는 웃으며 놀아줍니다. 닐스를 공처럼 휙 던져 올려 주기도 하고 말이죠.

잘 시간이 되었지만, 닐스는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아빠는 닐스가 해 달라는 대로 그림책을 세 번이나 읽어주었고, 자는 대신 춤을 추고 싶다는 닐스와 지칠 때까지 춤을 춰 주었어요.

"그만 이불 덮고 자자."
"아빠, 목말라요."
"아빠, 쉬 마려워요."

그래도 닐스는 자지 않고, 아빠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자기 싫다고 떼를 쓰는 아이와 아이들을 달래는 부모들의 모습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무섭게 눈을 뜨며 "이제 그만 자야지" 하는 제 모습과는 다른 닐스 아빠의 모습은 엄마인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아빠의 늦은 퇴근으로 함께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아이는 아빠의 품이 그리운 듯 합니다.
"아빠도 이렇게 휙 던져 올려주는데..."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 속에 그리움이 묻어나네요.

자기전에 읽은 이 그림책은 진우를 행복한 꿈나라로 안내할 듯 합니다. 꿈 속에서 아빠를 만날 수 있겠죠? 오늘 밤 꿈 속에서는 닐스와 아빠와 함께 춤추고, 잡기 놀이하고, 노래하는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닐스의 아빠처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진우의 마음도, 그리고 제 마음도 따뜻하게 달래주는 그림책이였습니다. 공감대 형성이 즐거운 그림책인 듯 합니다.

(사진출처: ’더 놀다 잘래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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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192센티 레인보우 북클럽 1
조앤 바우어 지음, 하창수 옮김, 박정인 그림 / 을파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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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페이지마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이 참 많았던 책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문구들은 절망에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들이 ’절망’이라는 느낌을 알게 되는 건, 바로 어른들에게서이다. 원치 않는 목표를 세워주고 그 목표에 합당해지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에서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가정의 불화에서 절망과 상처를 떠안는다. 더욱이 그 절망과 상처를 혼자 이겨내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폭력(감히 폭력이라 말해도 될 것이다.)은 그 절망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마음은 전쟁터다. 그들은 지금 힘겨운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192센티미터의 큰 키 덕분에 샘이라는 이름 대신에 트리라고 불리우는 12살 소년은 선생님과 부모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년이다. 두 형과는 달리 운동에는 소질이 없는 트리지만, 큰 키는 농구부 선생님에게 트리는 특별한 존재이다. 그 기대감에 트리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늘 절망감과 슬픔에 빠지게 된다. 농구공, 미식축구공, 야구공, 골프공, 축구공, 테니스공, 탁구공에 집중해야만 했던 것은 트리의 큰 키때문이였다. 어느 누구도 트리의 또다른 재능을 봐주지 않았다. 그저 트리의 큰 키만 봐줄 뿐이였다.
큰 키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이혼으로 트리는 ’집’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을 상실해 간다. 아빠 집과 엄마 집을 번갈아가며 살아야 하는 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작년과 변함없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감은 여지없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열두 살 트리는, 어디로 가야 하고, 어디서 자야 하는지를 엄마가 만들어 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일정표를 지녀야 했다. 
’난 나의 숙소로 가고 있다.’
’나는 우리 엄마의 숙소로 가고 있다.’
(64p)
자신이 처한 현실이 고통스럽기만 한 트리는 숙소와 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큰 차이를 주는지 느낀다.

그러나 트리에게는 베트남전에서 다리를 다치고 얼마전에 한쪽 다리를 절단 한 할아버지가 계셨다. 긍정적인 마음을 보여주고, 트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할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했고, 트리가 가진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이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겪었던 전쟁 이야기는 트리의 마음을 대면하는 듯 보여진다. 전쟁, 그것은 트리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였다.

"우리도 모두 뭔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거란다. 특히 전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지. 전쟁은 모든 것을 뒤집어 놓고 소중한 것들이 있던 곳을 텅 빈 곳으로 만들어 버린단다."
"할아버지 다리처럼요?"
"그렇지, 네겐 아빠하고 엄마가 그렇겠지?"
"비슷하죠."
"그렇게 사라져 버린 자리는 곧바로 채워지지가 않아. 그래서 그곳을 유심히 살펴봐야 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뭔지 알아내야 하는거야.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뭔지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야 해."
(본문 106p)

트리의 사라져 버린 자리는 할아버지와 그리고 새로 전학 온 소피를 통해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서슴치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피는 트리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늙어서 잘 움직이지 않은 자신의 개 브래들리가 고양이를 쫓기위해 달리는 것처럼, 트리는 소피를 통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운동에는 소질이 없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트리지만, 소피와 사교 댄스를 배우면서 운동으로 인해 느낀 절망을 벗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고통과 절망이 뒤엉킨 전쟁이 끝나려했지만, 제방이 무너져 홍수로 인해 마을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홍수를 피해 대피하면서 트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돕고, 마을의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찾아간다. 
홍수가 끝나고, 복구를 하면서 트리는 절망을 이겨내는 법을 깨달았다. 

"복구를 할 때 알아 두어야 할 첫 번째 법칙은 뭔가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란다." (224p)

제대로 고치려면 먼저 뜯어내야 하는 법이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망가진 석고 벽을 부숴버려야 집을 고치듯이,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담겨진 절망을 뜯어내야 하는 법이다. 트리는 집을 고치면서 그렇게 자신의 절망도 뜯어내고 있었다.
리플리 참전용사 기념일 퍼레이드에서 트리는 기꺼이 할아버지의 오른쪽 다리가 되어 주었고, 바람 때문에 희망의 촛에 불을 밝힐 수 없을 때는 큰 키를 이용해서 바람을 막아주었다.
트리는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희망과 목표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엄마 아빠의 이혼이라는 전쟁 한가운데 제가 서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가 싸우시는 거지 제가 싸우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 사이에 제가 있거든요."
"넌 폭탄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는 법을 배워야 해. 그게 바로 이 할아비가 한 일이기도 하지."
(본문 153p)

부모님의 이혼과 홍수, 트리의 절망은 모두 전쟁과 닮아 있다. 전쟁 후에 남겨진 할아버지의 다리에 남겨진 후유증처럼 부모님의 이혼은 트리에게 후유증을 남겼다. 할아버지가 새 다리를 얻고 연습을 통해서 걸을 수 있게 된 것처럼, 트리도 할아버지와 소피를 통해서 한걸음씩 내딛는 법을 배웠다.
요즘 사회는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어른들의 전쟁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마음 속에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들을 이끌어 줄 부모는 아이들의 후유증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후유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무책임한 존재이다.
할아버지처럼 내가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든든한 존재이고 싶다고 나는 다짐 또 다짐한다. 아이들에게 잔소리와 다그침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울타리가 되어야 겠다.

마지막 페이지의 글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의 목적을 찾지 못했거나,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거나, 자신의 재능을 찾고픈 모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전쟁은 끝났고, 후유증도 곧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 고치는 법, 절망을 뜯어내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모든 일에는 진정한 목적이 있다. 우리는 다만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고양이는 늙은 개가 살아 있도록 도와준다.
상실의 슬픔은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게 도와준다.
죽음은 삶을 찬양하게 도와준다.
전쟁은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홍수는 우리가 아직 당당히 서 있다는 것을 기뻐하게 만든다.
그리고 키 큰 소년에겐 희망의 촛불이 밝게 타오르도록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본문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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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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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드라마 ’애인’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기혼자들의 애인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불륜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수 많은 드라마들이 ’사랑’이기보다는 서로를 상처주기에 급급한 내용으로 보여졌다. 그 가운데 ’푸른 안개’라는 드라마가 파격적으로 등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3살의 에어로빅 강사와 46살의 평범한 가장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였다.
불륜인 사랑이였지만, 순수한 사랑을 느끼는 유부남과 부성애의 결핍을 가진 23살의 젊은 여인의 사랑을 불륜이라는 소재를 순수하게 보이게 하려는 포장과 노력이 보이는 드라마였다. 
우리가 그것을 사랑이거나 혹은 아니거나를 단정짓기를 바라지 않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였다.
[풀밭 위의 식사]를 읽으면서 문득 오래전 드라마를 떠올린 것은,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랑 역시 불륜이라 단정짓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푸르른 초원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왜 ’소풍’을 떠올렸을까? 소풍처럼 설레이고 예쁜 사랑이였더라면, [사랑]이라는 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해답도 풀이방법도 없는 사랑은 그저 몸소 부딪쳐보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가면서 알아갈 수 밖에 없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랑...왜 사랑은 다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걸까? 누경에게도, 기현에게도 그리고 서강주에게도....서로 사랑하지만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사랑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요즘 결혼이 상대방의 능력과 외모와 성격을 재어보며 하듯이, 사랑도 내 마음이 먼저 100m 달리기를 하기전에 먼저 재어볼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 미리 확인하고 재어보고 시작하면 어떨지를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결코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닐 수 없겠지....! 

누경에게 치마는 아픔이 되었다가 사랑이 되었다가 슬픔이 되었다. 그리고 누경의 사랑은 유리와 닮아있었다. 누경이 유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과 닮아있어서는 아닐지 싶다. 

"유리는 과학적으로 액체예요. 아무리 높은 열에 끓여도 끓지 않고 아무리 높은 열을 가해도 수증기로 변하지 않는 액체죠. 고무같이 신축성 있는 물질로 변했다가 식어서 단단한 덩어리로 굳는 거예요."
"액체면서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다니 뜻밖이군."
(본문 108p)

단 한번의 사랑에 끓었던 그녀의 마음은 더 이상 끓여지지도 않고, 수증기로 변하지 않는 유리같다. 자신을 바라보는 기현의 안타까운 사랑에도 변함이 없는 액체를 닮은 누경의 마음은 굳게 닫혀만 있다. 자신을 움츠리게 했던 과거의 유리조각은 현재 유리를 닮은 듯 끓여지지 않는 유리를 닮았지만, 녹인 유리를 밑틀에 넣고 모양을 잡아 물결 무늬를 넣은 녹색 화병은 미래의 누경을 보여주는 것이리라...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놓게 했던 유리 조각에 대한 앙금을 누경은 유리 공예로 천천히, 아주아주 느리게 그렇게 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다른 게 아니라 내 몸의 고요란 것을 알게 되었어. 몸안에서 손톱으로 할퀴며 울부짖던 여자아이가 울음을 그친 것처럼 조용해. 몸이 이렇게 고요한 거란 사실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어. 눈 내리는 날의 따스한 실내처럼 고요해." (본문 225p)

슬픈 사랑이였고, 다른 사람들 눈에게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랑이였지만, 누경에게는 이 사랑은 마음을 할퀴었던 유리조각을 녹색 화병으로 만들 수 있도록 유리를 녹여주었던 따뜻한 사랑이였을 것이다. 태산에 눌린 듯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사랑은 누경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상처를 녹여내 준 높은 열이였다. 
누경은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아픔도 기쁨도 그리고 슬픔조차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심한 열병을 앓으면서 끝끝내 혼자 감내하려는 인물이다. 오래전 누경을 나무라던 아버지와 이불을 뒤짚어 쓰고 울던 엄마는 누경을 그렇게 만들었다. 사랑의 상처를 감내하기 어려워 차마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혹은 자신을 나무라던 아버지의 그늘 때문인지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벽을 쌓아 놓았다. 오롯이 혼자이고 싶어하는 누경의 마음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들에서 핀 꽃나무가 누구를 향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밝히며 활짝 피어나듯, 자신의 사랑도 그런 것이면 좋겠다던 누경의 바람은 자신의 상처에서 벗어나고픈 몸부림이리라. 
누경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니, 사랑에 아파하는 모습보다는 내면에 담겨진 상처로 인해 힘겨워하는 모습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게다. 비록 남들에게 나쁜 사랑으로 보여질지 몰라도 누경에게는 그 사랑은 지난 유리조각과 치마를 덮어줄 수 있는 치료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런 생각때문일까? 그들의 사랑이 불륜이니 아니니하는 쓸데없는 논쟁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내어 본다.

(사진출처: ’풀밭 위의 식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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