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걸 조로리 3 - 마법사의 제자 쾌걸 조로리 시리즈 3
하라 유타카 지음, 신은주 옮김 / 을파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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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리 시리즈] 1,2편을 접하면서 읽는내내 유쾌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에서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니, 아이들의 마음은 나라를 불문하고 다 같은가 봅니다.
케이블 만화채널인 투니버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애니메이션 원작이라고 하네요. 만화와 동화를 잘 믹스해 놓은 구성이라 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답니다.

초등저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동화인데, 요즘 아이들은 동화책보다는 만화책에 더 친숙하기 때문에, 동화책을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만화책은 읽기에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데다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짧은 문장은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부족하고, 지식전달에도 조금은 미흡한 면을 보입니다.
그러기에, 만화에 치중하기보다는 서서히 만화가 아닌 동화를 읽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이 되네요.
처음부터 만화가 아닌 책을 읽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책을 더욱 멀리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먼저 권하는 과정이 필요한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이 시리즈 [쾌걸 조로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듯 싶습니다. 만화와 동화의 절묘한 조화는 짧은 그림책만 읽던 미취학아동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맞는 동화를 읽어가는 과정과 만화책에만 친숙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게되는 과정에서 가장 적합한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 안쪽에서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어요. 어느 한 페이지도 소홀하지 않은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1편에서는 조로리가 장난의 왕이 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멧돼지 형제인 이시시와 노시시를 만나게 됩니다. 2편에서는 세 명이 함께 장난 수련 여행에서 요괴를 만나 또 한번 즐거움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3편에서는 조로리가 마법사를 만나게 되네요. 장난 마법을 배워서 온 세상 사람들을 못살게 굴 생각을 하니, 조로리는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듯 하네요. 마법사를 만나러 가는 길도 쉽지 않았지만, 마법을 배우는 일도 쉽지 않은거 같아요.
하지만, 누가 조로리를 말릴 수 있을까요? 일주일동안 엄청나게 힘든 지옥 수련을 하던 조로리는 마법의 비법을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지팡이 하나면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로리는 재미있는 마법을 부리고 즐거워했지만, 마법사에 의해 다시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조로리는 큰 위험에 빠졌지만, 조로리의 재치와 유쾌발랄 상쾌한 방법으로 마법지팡이를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늘 장난만 치고, 사람들을 골려주는 걸 좋아하는 조로리 일행이지만, 이번에는 이 장난때문에 마법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었답니다. 장난의 천재인 조로리가 좋은 일을 해서 조로리는 너무너무 슬펐답니다. ^^



(☞ 흑백과 칼라의 조화가 예쁜 삽화와 삽화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미로찾기 역시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듯 합니다.)

조로리의 엉뚱하고 재치있는 행동 때문에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답니다. 말풍선을 이용한 만화 기법을 믹스해 놓아, 아이들이 책을 읽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쾌걸 조로리] 시리즈가 선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로리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행동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무한 제공할 거 같아요.
엄마인 저마저도 즐거워지는 책 읽기네요. 아이와 함께 즐거운 독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조로리가 가진 유쾌함에 푹 빠지게 될 거랍니다.

(사진출처: ’쾌걸 조로리 3’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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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 파랑새 그림책 84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 파랑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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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 즈음 이승은님의 [눈사람] 이라는 그림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동심을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은 읽는 내내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저자인 이승은, 허헌선님은 “엄마 어렸을 적엔…” 개인전에서 인형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풍습을 보여준다고 하시네요. 첫 그림책이였던 [눈사람]에 이어 [색동저고리]에서도 우리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형을 통해 보여지는 옛 모습은 더욱 정겹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화려함과 강렬한 그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삽화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듯 싶네요. 더불어 엄마 아빠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엄마 아빠의 사랑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의 삯바느질과 빨래 일감으로 살아가는 돌이네 집은 가난하지만, 함께있어 늘 행복한 가족입니다.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겨울날, 엄마는 그날도 아침 일찍 일하러 가셨습니다. 우는 동생 분이를 달래기 위해 돌이는 밖에 나가 놀기로 합니다.
골목 아이들은 새로 장만한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즐거워합니다.
그 모습이 부러운 분이의 안타까운 모습이 인형의 얼굴 속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분이를 달래기 위해 가오리연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지만, 엄마는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두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네요. 이불도 없이 잠든 아이들이 안쓰러운 엄마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삯바느질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아이들에게 설빔을 만들어 주기로 한 것입니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바느질을 하는 엄마의 얼굴에는 빨갛게 홍조가 피어납니다.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며 밤새워 바느질을 하지만 힘든지도 모릅니다. 

 

무지개처럼 예쁜 저고리를 보자 아이들은 즐거워 합니다. 세상 어떤 색동 저고리보다도 곱디 고운 색상을 가진 저고리입니다.
저고리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서 온 동네를 환하게 비출 정도입니다.

그래, 이 옷이 색동저고리란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이지.


그림책을 보면서 주책(?)스럽게 또 눈물이 핑그르르 돕니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저고리는 너무도 예쁘고 곱습니다.
풍요롭지 못했던 옛날, 가진 것이 없어 가족끼리 더욱 애뜻했고,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갔습니다. 감자, 고구마 하나도 서로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랑으로 그리고 정성으로 키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색동저고리]는 그렇게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마음이 따뜻함으로 서서히 벅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겠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색동저고리]는 그렇게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 줍니다. 그 푸근함이 인형과 함께 더욱 찐~하게 전달되어 집니다. 삽화도 이야기도 너무도 예쁘고 포근한 그림책입니다. 
매년 설날이 되면 이 그림책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떠올리게 될 듯 싶네요.


(사진출처: ’색동저고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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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수 -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김용제.조성애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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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막장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 다. 나는 좀 생각이 틀리다. 욕하면서 그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다는게 내 입장이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과 설정에 대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도저히 드라마를 즐기면서 볼 수가 없다. 지금껏 나의 행동이 드라마에 국한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책이 재미없거나, 혹은 이해가 어렵다 해도 짜증이 일거나 화가 나서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 기준이 책에서도 적용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반을 읽으면서 이렇게 화가 나는 책은 처음이였고, 결국 나는 짜증을 내며 책을 덮어 버렸다.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였고, 저자의 의도를 도저히 간파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책의 반을 읽고 읽기를 포기했다.
책의 전부를 읽지 않은 채,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고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던 것 역시도 책을 읽은 느낌의 일부라 생각하고 몇자 끄적여 보기로 했다.

오래 전 한 대의 차가 여의도 광장의 질주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의 범인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 중의 한 명이다. 처음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 실화라는 점과 사형수의 참회가 담겨져 있다는 부분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몇 해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사형수와 한 여인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본 적이 있기에, 사형수와 수녀사이의 오가는 참회와 눈물의 편지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할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책은 김용제의 글과 그 글을 읽은 후 조성애 수녀님이 김용제에게 전하는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김용제 과거의 일을 담은 내용부터 시작된다.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신의 불운, 대가족이였던 가족의 해체, 엄마의 가출 등 불우했던 과거의 기록이 소상하게 담겨져 있다.

처음 몇 장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불우했던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으나, 갈수록 어처구니 없는 과거의 기록은 차마 읽어내려가기 힘들 정도였다. 불우했던 과거 때문이라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것이 모든 죄와 행동을 덮을 수는 없다.
내가 책을 읽어내려가기 힘들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하지않아야 하는 행동 때문이라기 보다, 한치의 여과도 없이 작성된 ’글 자체’ 때문이였다.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서 음란패설을 하는 듯이 적어내려 간 여과없는 단어 사용과 행동의 묘사는 정말 읽기 힘들 정도이다.
글의 제목도 음란패설의 저급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묘사들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김용제의 글을 그대로 담아 사실적인 면을 담기 위함이였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글 속에서 반성의 기미 역시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책의 뒷 부분에 김용제가 후회하고 반성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손 치더라도, 그 부분까지 읽어내려가기가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월급을 주지 않는다고 공장을 불을 내고, 초등학생을 성추행하는 일이 지겨워졌다는 등 (더 심한 부분은 도저히 내가 언급할 수가 없다.) 과거의 일을 담담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적어내려간 그의 글은 반성도 후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잘 못을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이라고 변명하듯 적은 글이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변명이나 나쁜 환경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사회는 점점 삭막해져가고, 경제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고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필요하고 절실하다.

결국 199페이지 전혀 여과되지 않는 욕들을 담긴 부분을 읽다가 나는 결국 책을 덮어 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나는 걸 참아가며 내가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감동, 휴먼, 가족애 등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화가 나거나, 읽으면서 기분이 상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는가?
내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인내심을 테스트 하면서까지 참기 힘든 책의 내용을 읽고 싶지는 않다.
그게 내 한계일지라 하더라도..

죄에 대한 참회, 살고 싶은 욕망 등을 담은 책일 것이다. 더불어 마지막 사형수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까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었다. 책 읽기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이러한 느낌이 나 하나만 느끼는 감정이기를 나는 절실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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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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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현실 속에서 주인공은 늘 예뻐야만 가능하다. 현실은 점점 외모 중심으로 움직여진다. ’예쁘다’는 것...그것은 살아가는데 참 유용하게 작용된다. 그러나 별로 예쁘지 않는 나에게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솔직하자면 예쁜 사람보다 특별한 혜택을 받지는 못 했을 뿐이지, 가혹한 현실에 부딪치지는 않았던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혹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 예쁜 친구들을 시샘하는 어리석음이 현실은 가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표지 속 두드러진 여인은 한마디로 ’못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여인들의 들러리로만 살아야 하는 여인의 모습이 두드러진 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에게 그녀는 못생긴 여자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소설이였다. 제목이나 표지 그리고 블로거들의 서평을 통해서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던 책이였으나, 현실 세계의 어두운 면을 담았기 때문인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공감대를 형성한다. 20살, 사랑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고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아니 세상에 대해 알고 싶었던 그 시절의 성장통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요한’이라는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부러 활발한 척 자신을 포장하는 그의 모습은 아프고도 슬프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자신을 포장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내 자신을 포장하고, 아닌 척 감추는 것은 오랜 나의 습성이다. 내가 가진 약한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겠다는 결연함으로 포장된 거짓스러운 내 모습을 나는 요한을 통해서 보고 있었다. 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와 닮아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세상을 보게되는 주인공 ’나’와 세상의 가혹함에 주차창의 암연으로 들어온 못생긴 그녀 그리고 그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아픔을 숨기며 살아가는 요한.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BEAR와 BEER 그리고 HOF와 HOPE가 뒤섞인 세상에서 희망을 보고, 희망을 차버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즐거움과 어두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우스운 이야기에 웃다가, 심각한 상황에 그저 침울해하며 읽었을 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인생’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슴 떨림도 풋풋함도 전혀 없다.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현실 속에서 받아야 할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고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 만들어 놓은 외모의 잣대로 상처받은 그녀와 그녀를 감싸안은 나와의 사랑이 안타까울 뿐이다.
길을 걷다가 예쁜 사람을 보게 되면,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를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못생긴 사람을 보게 되면 그녀를 따라 신랄한 비판을 하게 된다. 세상은 그렇다.
외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한다. ’못생겼다’라는 이름 대신에 순수한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와 외모가 아닌 온전한 그녀를 사랑했던 ’나’와의 사랑은 정말이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은 어떤 조건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사랑은 외모가 아닌 마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상관이 있든 없든, 또 누가 이익을 보았든....퇴근 무렵의 주차장이나 옥외의 광장...드롯 떼가 지나간 벌판처럼 휑한 느낌의....그래서 홀로 어느 고원에 선 것 같은 기분으로....(중략) 그해 가을을 살았던 사람들 중 누구보다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랑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익이었고, 세상의 가장....큰 이익이었다. 천문학적 이익이란 아마도 이런 걸 뜻하는 게 아닐까, 무렵의 나는 생각했었다.

그것은 묘한 경험이었다.
(본문 159p)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누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極)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오고, 때문에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발하게 되는거야.
(본문 185,186p)

그 뜻을 다 이해하기에 나의 지식은 모자라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어렵다...어렵다...하며 읽은 책이였으나, 끝까지 책을 놓치지 못했던 것은 스무살의 내 모습과 맞물려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우리 모두의 스무살의 모습과 닮아있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예상치 못한 결말의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프다. 사랑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이 아픔은 사랑의 상처로 인한 아픔과 달리 가슴이 저리다는 느낌을 준다. 순탄치 못했던 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젊음이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거야, 꿈같은 사랑이란 것도 별다른 게 아니지.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 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일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거야. 이쁘지도 않은 서로를, 잘난 것도 없는 서로를....평생을 가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실릴 일 없는 사랑을.......그런데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거지. 왜,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느냐 이 얘기야. 기적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본문 224p)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외모, 권력, 재산 이런 조건 따위 없이 그냥 사랑하는 것....그것은 바로 기적인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늘 기적을 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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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고개 비룡소 전래동화 9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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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멋이 그대로 느껴지는 멋진 그림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비룡소 창작동화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처음 접해보는 『비룡소 전래동화』시리즈도 삽화와 내용 모두 퍽 마음에 듭니다.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수묵화의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요즘은 화려한 색상과 서양기법이 담뿍 담긴 그림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이렇게 한국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림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듯 싶네요.
더욱이 ’옛이야기’라는 내용면에서도 수묵화 기법의 삽화는 아름다운 어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이지를 펼치자 한지의 느낌을 살린 종이의 재질이 편안함을 주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상이 아닌 은은함을 살린 한지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들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붓 터치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으며, 잘 보이지 않는 나무의 결이나 지붕의 기와에 그려진 삽화는 고풍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듯 합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구어체로 담겨진 이야기는 운율이 느껴지는 반복적 문구로 인해 맛깔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헌 누더기 가시 적에
까막까치 말한 적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깊고 깊은 산골에 사는 총각은 하루는 나무를 하고, 하루는 나무를 팔면서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머니 드시라고 장에 가면 생선 사다 구워 드리고, 어머니 기쁘시라고 봄 여름 마당에 꽃을 가꾸었고, 어머니 입맛 다시게 해 드리려고 가을이면 이 산 저 산 다니며 머루, 다래 개암, 으름을 그득그득 따다 드렸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서 방에다 뜨끈뜨끈 불을 때었습니다. 
그러던 무더운 여름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간 총각은 목이 말라 ’작은 옹달샘 하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때 뽀골뽀골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얼음처럼 차갑고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단물이 있었습니다.
총각이 이 단물을 팔기 시작하면서, 점점 돈에 대한 욕심을 생겼고, 어머니에게도 소홀하게 되었답니다.
더 많은 단물을 얻으려던 총각은 단물이 콸콸 솟아나게 하기 위해, 단물 샘을 팠지만 단물은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옛 이야기가 주는 교훈 중 하나인 ’욕심을 부리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단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땅을 파고, 어머니를 돌보지 않았던 총각이 끝내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효자인 총각에게 내려졌던 ’단물’ 이라는 선물은 욕심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단물’은 총각을 시험한 달콤한 유혹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평범한 물이였다면 총각은 팔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고, 욕심을 부리는 일도 없었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이렇게 달콤한 유혹들을 많이 접하게 된답니다. 아이들에게 총각은 욕심을 부리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성실했다면 총각은 맛나고 달콤한 물을 오랫동안 마실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재미난 이야기 속에 담겨진 교훈이 멋스러운 삽화와 어우러집니다. 한국의 멋과 한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싶네요.

(사진출처: ’단물 고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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