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가치육아 - 멀리 보고 크게 가르치는 엄마의 육아 센스 65가지
미야자키 쇼코 지음, 이선아 옮김 / 마고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일거라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육아서를 사서 읽어보곤 했다. 그 속에 육아에 대한 모든 해답이 들어있을거라는 기대와 책에서 가르쳐 주는대로만 한다면 남들은 다 어렵다는 육아쯤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육아서의 내용을 잘 따라한다는 것은 실생활에서 육아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였다.
각종 어려운 말들을 인용하여, 육아서의 내용처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내용들이 적혀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 육아서를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했다. 그것이 비단 나 뿐만이 아니였다는 것은 육아서가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전문가들로 육아에 관한 깊은 지식들을 섭렵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부모들에게는 그런 지식들 보다는 쉽고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으며, 부모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든 육아서들이 그렇다는 뜻은 절대 아니므로, 오해가 없길 바란다. 

[차근차근] 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내 아이를 성공으로 이끌게 한다는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 아이들의 육아에 조급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육아서들이 다양한 사진자료와 컬러풀한 그림 자료 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수록된 것에 비하면, 참 볼품(?)없어 보이는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수필집 같은 느낌을 주는 느낌의 육아서~! 조금은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여러권 접했던 육아서들에 대한 신뢰도가 그닥 높지 않아서인지, 이 책을 읽을때도 솔직히 별반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은 책, 화려하지 않은 문체, 화려하지 않은 표지만큼 색다른 육아서는 육아서라기 보다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을 듣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고, 그동안의 육아서와는 다른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었다.

다른 육아서에서 접해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도 있지만, 어려운 단어와 어휘 사용이 아니라,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체들이 오히려 더 신뢰있게 다가선다.  여덞 살 된 여자아이와 이제 9개월 된 둘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저자의 글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글들이 보편화 되어있던 내용들에 신뢰감을 담뿍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1. 맛있게 먹는 아이
2. 말이 풍부한 아이
3. 의사소통을 잘하는 아이
4. 밉지 않은 아이
5. 시원시원한 아이
6. 센스 있는 아이
7. 분위기를 읽는 아이
8. 창의적인 아이
9. 늠름한 아이
10. 품격있는 아이
11. 유연한 아이
12. 느낌이 좋은 아이
13.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
14. 날마다 즐거운 아이


얼마전 7살 아들녀석의 유치원 면담이 있어 다녀왔다. 집에서의 장난꾸러기의 모습보다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내 아이에 대한 또다른 면을 알게 되어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그러나, 편식이 심한 아이의 문제점이 유치원에서도 드러났고, 집에서 와는 달리 선생님에게 자신의 의사를 또랑또랑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제기 되었다. 그동안 편식으로 인해 식사때마다 아이와 나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였던 지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한번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냥 포기하세요!" 라고 말하면 너무 무책임한가요? 하지만 부로가 뭐라고 하든 먹는 아이는 먹고 안 먹는 아이는 안 먹어요. 이게 현실인걸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가 밥을 먹든 안 먹든 어른들은 와구와구 먹는 거예요. (중략) ’먹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면 성공이랍니다.
(본문 16p)

큰 아이를 키워본지라 이 글을 읽으면서 완전 공감과 함께 조급해졌던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큰 아이도 편식이 심해서 아이와 나의 신경전이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아이는 편식을 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 먹는 아이는 먹고 안 먹는 아이는 안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렇게 조급해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차근차근’ 이 단어가 어울리는 육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육아서를 통해서 자책하고, 포기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차근차근 가치육아>>를 통해서는 이웃집 언니와 같은 저자의 글을 통해서 위로받고, 자신감을 얻고, 아이의 보폭에 맞출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육아서들의 화려한 사진과 달리, 귀여운 만화컷같은 그림들이 오히려 더 힘을 주는 독특하고 색다른 육아서와의 만남이였다.

 

(사진출처: ’차근차근 가치육아’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붕 위에 농장이 생겼어요! - 토양.지구, 1단계 8~10세 사이언스 아이 1
맥밀란교육연구소 외 지음, 이정은 그림 / 을파소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언스 아이]라는 시리즈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학의 눈’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 줄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등 우리 주변에는 ’왜?’라는 질문을 이끌어내는 많은 현상들이 존재합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갖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과학’에 한걸음 다가가는 시발점이 될 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 책은 그렇게 ’과학의 눈’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더욱이 과학학습만화 못지 않는 재미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과학도서에 대한 어려움이나 지루함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지붕 위에 농장이 생겼어요!>는 토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농장이 건조 지대로 변해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제이크네 가족은 멜버른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제이크는 다락방을 차지하게 됩니다.
다락방에서 홈통을 보게 된 제이크는 홈통 안에서 무언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마침 학교에서 토양의 형성 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써야했던 제이크는 홈통을 보면서 숙제를 흥미진진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홈통에는 믿을 수 없지만,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 외계인들이 고장난 우주선을 고칠 때까지 필요한 식량을 만들고 있었답니다.
부모님들이 홈통을 청소하려하자, 외계인들은 제이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제이크는 외계인들을 위해서 부모님이 홈통을 청소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막아냅니다.

홈통 안의 작은 텃밭은 토양의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합니다. 그 즐거움 속에서 토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가게 되는것이죠. 제이크는 홈통 안의 작은 농장을 통해서 멋진 보고서를 만들어 냅니다.
토양에 관한 지식은 만화의 말풍선을 이용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이크의 보고서는 쉬운 그림 설명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글과 단어로 인해 이해하기 쉽도록 수록되어 있답니다.







2천여 개 영어권 초등학교에서 교재로 채택한 맥밀란사의 본격 과학 교육 프로그램 <사이언스 아이>는 동화를 통해서 다채로운 이야기로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과학적 지식 이외에도 지혜와 우정 그리고 용기 등으로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어요.
외계인과 제이크의 우정을 담은 재미있는 동화를 읽은 느낌인데, 제 머릿속에는 토양에 대한 기본 지식들이 담뿍 담겨진 느낌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용어 등을 전문적인 내용을 내세우기 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구성이 아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듯 합니다.
과학적 지식을 주입시키기 보다는, 우리 주변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과학적 사고를 키우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과학과 친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사진출처: ’지붕 위에 농장이 생겼어요!’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러보이 - 아주 특별한 친구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2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의 카테고리를 ’소설’로 분류해 놓은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 삶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르탱 파주의 3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렇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으면 좋은 먼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컬러보이][나는 지진이다] 세 권의 시리즈는 내면의 상처, 타인의 고통, 일상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긴 여운을 담은 책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상실감, 타인과의 괴리감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 느끼는 ’상상’이 주는 무안한 힘을 나는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상상은 그저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나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온몸에 알록달록 예쁜 색깔을 가진 표지의 컬러보이의 이야기는 어떤 느낌을 전달할지 궁금했다. 온 몸에 다양한 색상을 지닌 컬러보이는 외계인일까? 혹은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병을 가지고 있는걸까? 여러가지 생각을 머금은 채,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클레망스의 특별한 집으로 들어섰다. 클레망스의 부모님은 전 세계를 누비는 예술품 전문 도둑으로, 지금 클레망스가 살고 있는 집 역시 부모님이 물건을 훔치다가 마주친 주인과의 인연으로 살게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인은 유령이였고, 클레망스는 지금 유령과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클레망스는 학교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아니지만,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클레망스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도둑이라는 것도, 수학 선생님에게 창피를 당하는 반 학생을 보다못해 대들기도 하는 클레망스는 자유롭게 말할 권리로 늘 외톨이가 되어야 하고, 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외로운 학교생활에서 클레망스의 눈길을 사로잡는 친구가 전학을 왔다. ’시몽’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학생은 얼굴과 몸에 다양한 빛깔의 반점으로 뒤덮여 학생과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고, 클레망스는 시몽의 반점이 생긴 이유에 대해 궁금하게 되었다. 결국 유령인 오스카의 도움으로 시몽이 집을 몰래 엿본 클레망스는 시몽이 부모님께 심한 구타를 받고 있으며, 알록달록의 반점은 다양한 색상으로 표출된 멍 자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클레망스와 오스카는 시몽을 도와줄 방법을 찾지만, 시몽은 자신의 결점을 어느 누구도 알게 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반점 덕분에 나는 인기 있는 사람이 됐어. 멋진 친구들도 생겼고, 여자애들도 모두 나를 알아보지. 그리고 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해."

"나는 이 모든 걸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본문 49p)

그럼에도 클레망스는 시몽을 도와주려 경찰에 신고를 해보고, 교장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보지만, 아무도 클레망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시몽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클레망스와 오스카의 도움으로 시몽이 부모에게 더이상의 폭력을 당하지 않게 될거라는 통쾌하고 깔끔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시몽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클레망스와 오스카의 모습은 허탈감을 준다.
그러나, 그 허탈감 속에서 클레망스와 오스카는 시몽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온전한 ’시몽’보다는 알록달록한 시몽만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달리, 고통을 행복화 하려 애썼던 ’시몽’을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무언가가 영원히 달라졌다. 이제 둘은 선명한 색깔을 볼 때마다 시몽을 생각할 것이다.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꾼 놀랍고도 비극적인 힘을 함께 떠올리면서. (본문 106p)




유령과 함께 산다는 독특한 발상, 도둑인 부모님을 기다리는 클레망스의 삶 등은 재미있는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냈지만, 이야기는 왠지 무겁고, 허탈하고, 슬프고, 안타깝다. 썩 좋지많은 않은 감정들만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작은 불빛을 발견했다. 
시몽의 삶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시몽은 슬프지만은 않았다. 고통으로 인해 얻은 반점을 행복함으로 전환시켰던 시몽은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삶에서 숱한 나쁜 일을 겪게 된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쁜 일로 인해 늘 힘겹다할 것이 아니라, 이 나쁜 일로 인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구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시몽은 매를 견뎌 내기로 결정했다. 어떤 신비한 방식으로, 시몽은 상처를 아름다운 무언가로 바꾸는 법을 알아냈다.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불행을 시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본문 57p)

(사진출처: ’컬러보이’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입김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동심원 5
신형건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김>> 제목에서 주는 따뜻함이 좋다. 추운 겨울 차가운 손을 녹이려 호호 입김을 부는 아이의 모습이 미소를 자아낸다. 추운 겨울 학교를 마치고 서둘러 집에 들어온 아이의 차디 찬 손을 녹여주려 손을 꼬옥 잡고 호호~ 입김을 불어주곤 한다. 그러면 어느 새 손의 찬 기운은 사라진다.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이렇게 차갑고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입김과도 같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설레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은 가족, 친구 등 어느 누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누구여도 좋다. 그래서일까? 시를 읽으면서 부모님을, 내 아이를 그리고 오랜 친구를 차례대로 떠올릴 수 있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따뜻하다.
시를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나는 ’사랑’이라 말하고 싶어진다. 세상에 하나뿐인 너를 향해서 말이다.







입김

......(생략)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추운 겨울, 친구 혹은 연인을 기다리며 종종 걸음을 치다가 너와 만났을때 추웠던 그 느낌보다는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마음이 녹아내리던 느낌을 기억한다. 그 행복했던 기억 때문일까? 시를 읽으면서 내 마음은 어느새 친구와 만나고, 남편과의 연애 시절을 떠올린다. 시들은 그렇게 내게 잊고있던 행복했던 소소한 기억들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종소리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중얼거리는 마음에
종소리는 단숨에 날아와 앉는구나

- 이 상쾌한 음속, 초속 340m

종소리를 타고
그보다 한 발 앞서
너는 벌써
내 가슴에 와 있구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 속에 애절하게 녹아들어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싶어 하는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너가 보고 싶어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1분 1초라도 더 빨리 보고싶어 서두르는 내 얼굴엔 홍조가 가득이다.
사랑하는 마음, 보고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 설레이는 마음이 담뿍이다. 내 마음마저 설레이는 것은 그동안 잊었던 가족과 친구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이제 막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 사람에게, 아니면 사랑하는 마음이 무언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책이겠지만, 그것이 꼭 연애를 하는 연인이라고 한정시키고 싶지 않다.
날 무조건 사랑해주던 부모에 대한 그리움, 엄마인 나에게 의지하며 웃음짓는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오래전 나의 어린시절부터 함께했던 그리고 같이 자란 친구를 향한 마음, 늘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을 향한 마음 등 이 시는 상대방이 누구여도 상관없다.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시이다.








모두모두 꽃

.......(생략)

이 세상 사람들 모두는 
웃을 때 향기 나는
꽃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향기 좋은 꽃은
바로,

너지!

아이들 중 가장 향기로운 꽃은 내 아이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중 가장 향기 좋은 꽃은 내 부모님, 많은 부부 중에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향기 좋은 꽃은 내 남편인게다. 
오늘 나를 시를 읽으면서, 함께하기에 더 소홀할 수 있었던 그들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깨달았다.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내 가족과 친구들, 늘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있던 내 가족과 친구들...
오늘은 말해보리라.
가장 예쁘고 향기 좋은 꽃은 바로 너! 라고 말이다.

내 차가워진 마음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준 한 권은 시집은, 내 마음을 뜨겁게 불타게 하는 듯 하다. 이 설레이는 마음...참 오랜만이다.

(사진출처: ’입김’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지진이다 -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3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카테고리를 ’소설’로 분류해 놓은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 삶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르탱 파주의 3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렇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으면 좋은 먼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컬러보이][나는 지진이다] 세 권의 시리즈는 내면의 상처, 타인의 고통, 일상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긴 여운을 담은 책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상실감, 타인과의 괴리감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 느끼는 ’상상’이 주는 무안한 힘을 나는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상상은 그저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나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친구에 대한 상상, 선물에 대한 상상에 이어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이다. 마르탱 파주의 두권의 책을 접하면서,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발상과 독특함에 매료되었다. 짧고 간결한 글 속에는 상상이라는 도저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넓고도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지진이다] 역시 상상 속에서는 무궁무진한 사랑과 관심을 끄집어내고 있다.




주인공 ’나’의 오래전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전쟁이 한창이였던 나라, 그리고 전쟁의 폭격으로 인해 부모를 잃어야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탕 공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은 사탕 공장에 떨어진 폭탁에 의해 돌아가셨고, 나는 그날 이후로 사탕을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양부모’를 얻게 되었고, 부모님은 ’나’를 많이 사랑하셨다. 지난날의 경험을 가진한 그대로의 ’나’를 말이다.
나는 자신의 주변에서 아주 미세한 흔들림 같은 것이 생긴다는 것을 느꼈고, 나중에는 물건이 흔들리거나 벽도 움직였으며, 교실 바닥이 흔들리거나, 학교 체육관 건물 정면에 금이 가는 상황도 일어났다.
그리고 그 상황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게 된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을 통해서 지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지질학자를 통해서 ’지진’임이 틀림없음을 알게 된다. 나도 부모님도 모두 걱정을 하는 반면, 지질학자는 오히려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지진은 우리가 사는 지구의 일부예요. 사냥할 수 있는 동물도, 뿌리 뽑을 수 있는 바이러스도 아니죠. 이 아이는 지진과 함께 살아가야 해요. 지진은 비나 광합성처럼 자연스러운 겁니다. 없애야 할 질병이 아니예요!" (본문 34p)

시장님, 교장선생님, 정부를 대표한 아줌마 모두 ’나’를 위험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시민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경고의 글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은 도망을 결심한다. 풀숲 이곳저곳에 헤매이다 소년은 어떤 지진도 지식과 내 안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았으며, 부모님의 사랑과 지질학자의 관심을 통해서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게 된다.
지진이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는 소년은 지진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의 고통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관심과 배려로 인해 점점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것은 내면의 고통, 상처, 아픈 기억 등을 표현하고 있다. 소년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도망을 치지만, 결국 고통 자체가 자신의 삶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쟁과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지진으로 표현된 상상은 고통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나 소년의 고통은 양부모의 사랑으로 조금씩 치유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랑은 소년 스스로도 아픈 상처를 이겨내는 힘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가슴 속에 깊은 고통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내 삶의 전부를 흔들 수는 없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을 바꾸거나, 고통으로 인해 내 삶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통은 가족,친구 등의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고통 속에 몸을 웅크리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아갈 때 그 고통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고통이 나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엉뚱한 상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려 한다. 고통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아픔으로 힘겨운 나 역시도 그들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려는 용기를 저자는 특별한 상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렇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불행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다른 무언가에 정신을 빼앗겨야 한다. 그리고 내 영혼과 정신이 이 세상을 사로잡도록, 세상 모든 것에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숲 속에서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는 모두 지진이니까. (본문 76,77p)

(사진출처: ’나는 지진이다’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