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황당한 이야기지만, 지금의 내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나의 실수와 후회스러운 일들을 고쳐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나에게 다른 결정을 내리라고 귀뜸을 해주고 싶다. 그럼 현재의 내 모습이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황당무계한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황당무계하다기보다는,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기욤 뮈소의 책에 빠진 나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네번째 작품으로 만났다. 4권의 작품을 통해서 기욤 뮈소가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알듯 싶다. 주로 ’내면의 상처’’진실한 사랑’’부성애’ 등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기욤 뮈소의 작품에는,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만이 그 상처에서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곤 한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인 소재를 가미한다는 점이다. 죽음의 사자라는 캐릭터와 죽음의 기로에 선 자들이 가는 곳 탑승대기 구역이라는 장소의 설정 등이 그 예인데, 이 책에서는 ’시간 여행’을 통해 기욤 뮈소가 말하는 ’상처극복’’사랑’’부성애’를 이야기한다.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백 투더 퓨쳐"라는 영화가 있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가게 된 마티로 인해, 과거가 변화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모님의 사진이 희미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책의 내용이 이 영화를 통해서 착안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로 인해서 현재가 바뀌어가는 내용이 영화를 보는 듯한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기욤 뮈소의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두가지 특징은, 스피드한 전개와 뛰어난 영상미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의 두가지 특징을 가진 문체가 더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1960년대와 2006년대를 넘나들며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남아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리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질까?
우리 인생에서 어떤 고통을, 어떤 회환을, 어떤 후회를 지워버리고 싶을까?
(본문 中) 

구호활동을 위해 캄보디아 오지마을에 온 예순 살의 의사 엘리엇은 떠나기 위해 헬기에 오르려던 순간, 한 노인이 힘겹게 안고 선 어린 아이를 보게 된다. 기껏해야 세 살이 넘어 보이지 않은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은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파열된 선천성 기형으로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평생 유동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 꼬마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못했던 엘리엇은 헬리콥터를 보내고 아이를 수술해준다. 피로와 후유증이 남는 구호활동이지만 순조롭기만 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삼았던 엘리엇은 아이를 안고 있던 노인으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게 된다.

"혹시 반드시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소?"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선생?"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예,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단 단 한 명의 여자."
"그 여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아쉽게도 그녀는 30년 전 사고로 죽었어요."
(본문 中)

노인은 작은 황금색 알약 10개가 들어있는 조그만 병을 건넸다. 그리고 엘리엇은 30년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1976년 서른살의 엘리엇은 사랑하는 일리나에게 아이를 갖고싶다는 제안을 받게 되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엘리엇은 일리나의 제안을 장난으로 응수한 후 심란해 하던 차에 30년 후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서른 살의 엘리엇은 예순 살의 엘리엇과의 만남을 통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던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와 고통을 끄집어 내게 된다.
일리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예순 살의 엘리엇과 일리나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서른 살의 엘리엇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른 살의 엘리엇은 일리나와의 사랑, 어린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예순 살의 엘리엇 역시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일리나와의 사랑과 딸 앤지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일리나의 죽음을 변화시키려는 서른 살의 엘리엇과 과거의 변화로 자신의 딸을 잃게 될까 두려운 예순 살의 엘리엇.
과거를 변화시려는 그들의 사투 속에서 미래는 점점 변화되어 간다. 

책을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다. 묘한 떨림과 긴장을 최고조로 높여주는 기욤 뮈소의 필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과거의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로서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연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성애와 우정까지도 말하고 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현실적인 괴리감을 주고 있을지 모르나, 30년이라는 시간이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그로인한 괴리감보다는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함을 더욱 강하게 느낄 뿐이였다.

마흔이 되어서야 사랑 말고는 혼탁해져가는 세상을 치유할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본문 中)

(글 내용 중 일부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본문에서 인용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처럼 할래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3
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더 놀다 잘래요>>를 통해서 꼬마 닐스와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소통을 도와주는 그림책이였어요. <<아빠처럼 할래요>>에서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를 더 많이 배운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세상의 곳곳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의 손을 잡고 이것저것을 만져보게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좀 자라면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안 돼!!" 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세상이 궁금한 아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어른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닐스도 우리 아이들처럼 어른이 되고 싶은 듯 합니다. 아빠가 하는 걸 다 해보고 싶어하니까 말이죠.
커피를 마시겠다는 닐스와 안된다는 아빠의 작은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커피 마시면 안 돼. 네가 커서 어른이 되면, 그때 마시렴."

닐스는 의자에 올라가서 다 컷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못 이기는 척 커피 위에 얹은 크림을 맛보게 해줍니다.
닐스는 아빠처럼 신문을 보고 싶어요. 글자를 모르는 닐스를 위해 아빠는 신문지를 접어서 모자를 만들어 줍니다.
이번에 닐스는 아빠처럼 수염을 깍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안 돼!!!"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닐스의 얼굴에 면도 거품을 조금 발라 주었죠.
닐스는 아빠처럼 신용 카드가 갖고 싶지만, 아빠는 대신 영수증을 쥐어줍니다.
아빠처럼 요리하고 싶어하는 닐스를 위해 샐러드를 만들도록 해주네요.

닐스는 기차 놀이를 합니다. 아빠는 같이 놀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닐스는,

"미안하지만 안 돼요, 아빠. 아빠는 너무 커요." 

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처럼 예쁘게 화장도 하고, 뾰족 구두도 신어보고 싶습니다. 아빠처럼 넥타이를 매고 멋진 양복을 입고 싶어합니다.
커서 아빠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아빠 엄마를 따라해보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어른들은 "안 돼!"라는 말로 응수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더 많은 떼를 쓰게 되죠.
하지만, 닐스의 아빠는 "안 돼!"라는 말 대신에, 닐스의 마음을 이해하고 달래주는 방법을 택합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안 돼!" 라는 말로 호기심이 가득찬 아이의 마음을 모른 체 했습니다. 닐스의 마음을 다독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속이 상합니다. 제 아이의 마음은 더 많이 속상했을 거라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닐스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호기심 많고, 어른이 되고싶은 닐스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닐스 아빠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어떤 육아서보다 마음에 와 닿는 육아법입니다. 
이제는 안된다는 말 대신에,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닐스의 아빠에게 배운 육아법으로 말이죠..^^
제 아이와 닐스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합니다.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좀더 자랐다는 증거겠죠?


(사진출처: ’아빠처럼 할래요’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연애소설이라 함은, 달콤하고 새콤함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욤 뮈소의 소설 속에서는 초콜릿처럼 달콤함 로맨스는 기대하기 힘들다. 긴장감과 반전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욤 뮈소의 섬세한 필체 때문일 것이다.
기욤 뮈소의 주인공들은 모두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면서 치유보다는 고통으로 감내하는 무모함을 선택한다. 저자는 그 무모함으로 인해 자행되는 아픈 결과 대신 치유를 통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듯 하다. <사랑하기 때문에><구해줘>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서도 정작 본인은 상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당신 없는 나는?> 경찰과 세계 최고의 도둑의 대립을 통해서 사랑과 치유를 보여주고 있다. 스릴, 긴장 그리고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피드한 전개와 영상미로 책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1995년 여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스무 살의 가브리엘과 스물 한 살의 마르탱은 사랑하게 되었지만, 프랑스로 돌아간 마르탱과 그를 잡을 수 없었던 가브리엘의 오랜 이별이 시작된다. 가브리엘이 가진 슬픔은 찾아내었지만,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마르탱과 가브리엘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가브리엘로 인해 상처 받는 고통을 껴안은 채, 경찰로서의 삶을 시작한 마르탱은 세계 최고의 도둑인 아키볼드과의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하게 된다. 
마치 마르탱이 쫓아오길 바라는 듯 아키볼드는 마르탱을 조종하는 듯 보인다. 보석을 가지고 있으면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온갖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전설의 다이아몬드 ’천국의 열쇠’ 를 미끼로 아키볼드는 마르탱을 캘리포니아로 불러들인다.
숨막히게 진행되는 그 게임을 통해서는 아키볼드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마르탱과 가브리엘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구해줘>에서 ’죽음의 사자’라는 판타지적 캐릭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해가고 있다면,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게 되는 ’탑승대기구역’을 통해서 대립되는 두 인물의 갈등을 풀어가는 장소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아키볼드와 마르탱은 대립관계이지만, 서로 닮아 있다. 한 여인을 위한 그들의 애절한 사랑은 고통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과거의 흔적 속에서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겪어야만 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깃들어 있어.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지."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예측불허하게 흘러간다. 독자들이 추측할 수 있는 과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뛰어난 영상미가 느껴지는 섬세한 필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한동안 나는,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듯 하다.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가벼운 연애 이야기를 선호하던 나에게, 그의 작품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거대한 힘..사랑!! 나는 기욤 뮈소의 필체를 통해서 사랑의 마력을 다시금 깨달아 간다.

(글 내용 중 일부는 ’당신 없는 나는?’ 본문에서 인용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 목욕탕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2
피터 시스 지음 / 시공주니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공룡에 대한 호기심’은 필수과정이라도 되는 듯, 아이들은 공룡에 관심을 갖습니다.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는, 이미 사라져버린 존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공룡’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지는 듯 합니다. 그런 상상력이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를 탄생시키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공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공룡 목욕탕>> 그림책에 관심을 갖습니다.
표지를 열자마자 나오는 공룡들의 캐릭터가 아이의 흥미로움을 자극하는데 충분했습니다.

<<공룡 목욕탕>>은 글자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처음 글자없는 그림책을 접했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지 난감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글자 없는 그림책 속에서 더 많은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만들어가고 그려갑니다. 제 2의 ’쥬라기 공원’이 탄생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공룡과의 만남을 꿈꾸며 책을 바라봅니다.

커다란 욕조가 있네요. 아이는 공룡 인형와 함께 욕조에서 물놀이를 즐깁니다.
어라? 욕조에 공룡이 하나둘 나타났어요. 아이는 화들짝 놀랍니다.
그러나 곧, 공룡들의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네요. 
트리케라톱스가 나타나고, 이구아노돈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공룡이 나타나면서 욕조는 점점점 작게 보여집니다. 처음 커다랗게 보였던 욕조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것으로 공룡의 크기를 짐작하게 됩니다.
이제 아이는 공룡과의 만남을 기뻐합니다.

   

   

 

(☞ 아이의 표정변화가 재미있게 묘사되었네요.)

동물원에서도 만날 수 없는 공룡들을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서 만납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는 공룡들과 함께 목욕하는 것을 상상했던 걸까요? 그림책에서는 욕조에서 공룡과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우리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유치원에서 함께 뛰어노는 것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자하나 없는 그림책은, 활자에 의존하여 활자가 알려주던 이야기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듯 합니다.
활자가 보여주는 세상보다 더 넓고 깊고 큰 세상을 아이들은 만들어 가는 거 같아요.


단순하게 그려진 공룡들의 그림이 마지막에는 섬세하게 그려졌습니다. 함께 목욕을 하던 공룡 이름을 표지 안쪽에 그려진 공룡들 속에서 찾아보는 즐거움도 누리면 좋을 듯 싶네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들녀석에게 좋은 책선물이 된 듯 싶어요.
제 아들의 상상력이 더욱 풍성해진 듯합니다.



(사진출처: ’공룡 목욕탕’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 - 소리를 시늉 낸 말, 모양을 흉내 낸 말
이상교 지음, 박지은 그림 / 토토북 / 2010년 3월
장바구니담기


씨앗 한 개에서 나무의 눈이 트입니다.
나무는 바람과 햇볕과 비를 맞아 가지를 뻗고 쑥쑥 자랍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납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쑥쑥 자랍니다.

나무가 자라고 아기가 자라면서 나무와 아기의 말도 쑥쑥 자랍니다.
아기의 말은 나뭇가지로 날아가 한들한들 잎사귀가 되고 싶습니다.
꽃으로도 열매로도 매달리고 싶습니다.

더 먼저 잎사귀로 돋아납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발췌)

시작하는 글이 동시같습니다. 잎사귀 하나 매달린 앙상한 가지가 보입니다. 아이의 말이 자라면서 앙상한 가지는 풍성하게 잎을 피어낼 것입니다. 맑은 마음을 가진 예쁜 말로 말입니다.
요즘 신조어와 비속어들로 어린 아이들도 예쁘지 못한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놀라운 흡수력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아이답지 않은 언어들이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마저 헤칠까 걱정이 됩니다.
아름다운 말로 쓰여진 동시와 동요들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동시를 수놓은 예쁜 말들은 순수하지 못한 어른인 저조차도 깨끗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참 예쁩니다. 이 책속에는 다양한 표현력을 구사할 수 있는 예쁘고 귀엽고 통통 튀는 단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읽는내내 입과 귀를 맑게 해주는 거 같아요.

식탁

후룩후루룩
뜬끈뜨끈 무국.

깍둑깍둑
알맞에 익은 깍두기.

똑똑 딱딱
젓가락질.

식탁은 한상 가득 차려놓고는
꿀꺽꿀꺽 침만 삼켜요.


동시 하나하나마다 흉내 내는 말을 담아내고 있어, 아이들의 표현력이 쑤~욱 향상되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시한 일조차도 흉내내는 말과 함께 특별한 듯 묘사되고 있어요.
아이들이 흉내 내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말 할때마다 나뭇가지는 잎사귀를 피웁니다. 아이들도 함께 자란다는 뜻이겠죠?
모양, 소리, 색깔, 냄새, 감촉까지 표현할 수 있는 흉내 내는 말은 아이들의 어휘력을 더 풍성하게 자라게 합니다.

내 동생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깔깔 웃다
떼구루루.

나는 그런 동생을 보고
키득키득 킥킥!

엄마 아빠는
우리 둘을 보고
빙긋 웃으신다.

텔레비전

와글와글
왁자지껄 떠들썩
텔레비전.

하하!호호!
시끌시끌
텔레비전.

텔레비전을 끄자
우리 식구 목소리가 들려요.
두런두런 종알종알.

웃는 소리도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예쁜 우리 말을 듣다보면, 어휘력뿐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표현력도 자랄 듯 합니다. 나무가 푸르른 잎사귀로 풍성해진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풍성하게 자랄 듯 싶어요.
동시는 항상 마음을 순수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아이와 즐겁게 동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제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 합니다.
주제별로 나뉘어진 동시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쁘고 톡톡 튀는 흉내 내는 말들의 힘이 아닌가 싶네요. 책 제목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제사 깨달아 봅니다.

(사진출처: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