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디로 갔을까 우리들의 작문교실 13
현길언 지음, 백성민 그림 / 계수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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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년기의 삶과 생각과 기억을 한데 묶어 쓴 작품인 "다들 어디로 갔을까"는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소년이 만났던 역경과 슬픔은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의 단면이며, 그 역경을 이겨냈던 소년의 성장은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길언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제주 4ㆍ3 사건, 그리고 6ㆍ25 전쟁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를 3부작 성장 소설(“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에 담았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어린이의 관점으로 이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전쟁’은 ’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전쟁은 아픔이고, 슬픔이며, 고통이죠. 저자는 자신이 겪은 소년기의 기억을 통해서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판타지, 모험 등 독자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요소는 없지만, 천천히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듯 합니다.
 

유약해 보이는 규명이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유일한 아이로, 가족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규명이에게는 말과 소, 닭과 누렁이가 유일한 친구입니다. 규명이를 애지중지해주던 증조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 서울로 학교를 다녔던 죽은 형에 대한 이야기에선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규명이는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삶의 이치를 깨달아갑니다.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가르치고, 가축을 돌보게 하고, 목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조금씩 세상에 다가서게 합니다. 그렇게 규명이는 세상 일을 조금씩 알아 갑니다. 그리고 규명이는 가축을 돌보면서 그들과 친구가 됩니다. 날쌘돌이 소, 형님이 타던 말, 닭순이, 누렁이는 규명이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전쟁은 우리가 가진 것, 우리의 소중한 것을 앗아갑니다. 규명이의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집니다. 소도둑, 족제비 등으로 친구를 잃은 규명이의 슬픈 모습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모습과 오버랩되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듯 보입니다.

"마루에 네 얼굴이 비치지?"

"네 얼굴 위에 네가 마음에 드는 글귀를 쓰고 있으니, 그 글 내용과 네가 하나 되는 거 아니냐?"

"그래, 네가 지금 네 얼굴 위에 쓴 글귀를 늘 얼굴과 가슴에서 떠나지 않도록 해라. 물로 썼으니 곧 마르겠지만, 네 가슴에 품고 있으면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네 얼굴에 나타나게 되느니라."

"네 닭이 족제비에게 물려 죽은 대신에 우리 규명의 붓글씨가 나아지고 있으니, 그 닭이 큰일을 했구나."
(본문 73,74p)

슬픔을 넘어 희망을 보여주려는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이야기처럼 마음에 새겨질 듯 합니다. 집을 나간 아버지, 학교 교문에 장총을 들고 지키는 경찰관, 그리고 마을에 들이닥친 토벌대들로 공회당과 주변 집들은 불에 탔다. 어머니와 규명이 단 둘만 남게 되었죠.

세상에 있는 것들은 다 멸종이 되었으나 배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살아남아, 그것들이 종자가 되고 번상하여 나중에 온 세상에 모든 새와 짐승과 동물들이 되었다.
"그래. 저것들이 씨종자가 되어서 우리도 예전처럼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본문 160p)

전쟁은 소중한 모든 것들을 앗아갔지만, 희망만은 앗아가지 못했습니다. 전쟁은 어린 규명이에게 가족과 친구들을 앗아갔습니다. 자신을 세상으로 이끌어주던 할아버지,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동물들이 규명이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규명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이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 역시도 전쟁을 모르고 자란 세대이니만큼 저자가 겪은 일에 대해 100% 공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실제 전쟁이 아닐지언정, 전쟁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은 한번 즈음은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유약했던 규명이는 슬픔을 딛고 이제 서울로 중학교를 다녀야할 만큼 자랐습니다. 
고통은 희망보다 작은 이름입니다. 독자 어린이들은 규명이를 통해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겠죠?

전체적으로 책은 잔잔합니다. 전쟁을 놀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이 잔잔함이 잘 어필이 될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슬픔과 슬픔을 이겨낸 희망을 느낄 수 있을지...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듭니다.
수묵화로 그려진 삽화가 슬픔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이라는 독자층의 선택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등 고학년이 되어야 비로소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전반적인 내용이 썩 마음에 듭니다. 전쟁, 슬픔, 삶과 죽음,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는 이 책은 경험에서 우려나오는 진실함이 느껴집니다. 

"한 번 꽃이 피면 매년 꽃씨가 떨어져서 숨어 있다가 봄이 되면 싹이 트게 마련이다." (본문 86p)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꽃은 지지만 새 생명을 싹 틔웁니다. 슬픔 너머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규명이는 그렇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다들 어디로 갔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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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가 뭐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물리가 뭐야? all about 1
케이트 데이비스.리자 제인 질리스피 지음, 이충호 옮김, 애덤 라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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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시리즈 이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의미인 듯 했어요.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물음을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래서 늘 아이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all about>>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는 책이였습니다.

1권 [물리가 뭐야?]는 물리의 기본 개념을 독자 어린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과학적 사고를 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야 해요.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그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에요. (옮긴이의 말 中)

PART 1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PART 2 힘을 느껴 봐!
PART 3 에너지는 모든 곳에 있다
PART 4 놀라운 전기의 세계
PART 5 넓고 넓은 우주
PART 6 물리에 대해 더 알아보자!


그림을 통해서 내용의 이해를 돕는 구성은, 물리의 기본적인 개념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은 초등5~6년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학교까지 아우르며 폭넓게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이 알찹니다.
물리학은 물질의 물리적 성질과 그것이 나타내는 모든 현상,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말합니다.
물리학의 가장 큰 매력은 아직도 발견할게 많이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왜? 라는 호기심은 바로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발점에서 물리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은 미래의 물리학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시작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물리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좋은 책 한권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양한 그림 설명 때문인지, 어렵다는 물리의 선입견 없이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등 6학년 딸아이가 지금껏 배워왔던 과학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그에 따른 설명은 호기심을 일으켜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그 호기심 덕분에 아이들은 그 물음에 대한 답변에 관심을 갖게 되겠죠.



이 책에는 중요한 법칙과 공식이 많이 나오는데, 필요한 것은 오워 가면서 공부하는 게 좋아요. 구구단도 외워 두면 일일이 더해서 계산하는 것보다 편리하지 않나요? 세상에는 외우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물론 공식을 달달 외우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해야 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해요.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물리 문제를 풀 수 있는 책을 더 찾아서 보면 좋아요. (옮긴이의 말 中)

물리를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한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물리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물리학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을 보여준 듯 싶었습니다.
어렵다는 선입견보다는 주변에서 보여지는 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이 현상을 이해하려 한다면 물리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책은 분명 물리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사진출처: ’물리가 뭐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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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무지개 안경 미래의 고전 18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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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독자라면 주인공 대단한의 ’무지개 안경’을 갖고 싶어할 듯 싶다. 투시경, 천리경, 진심경, 지혜경, 인연경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무지개 안경이라면 누구나 탐내지 않을까?
우리는 늘 보이는 것에만 집중을 한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만 집중하기에 외모지상주의가 생겨나고, 경제와 권력 등 눈에 보이는 ’힘’이 최고라 생각하는 듯 하다.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드러나는 부분에 집착하여 진실과 진심을 보지 않으려 한다.
’무지개 안경’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과 희망, 사랑 그리고 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 하는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진국(발해의 정식 국명은 진국이다)의 건국 영웅 대조영 할아버지의 47대 손인 밀양 대씨 이름은 단한이다. 대단한은 키는 중간쯤이고 좀 통통하고 얼굴도 동글동글해서 별명이 호빵이다.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말을 잘 듣는 대충 착한 아이 대단한은 평범한 아이다. 눈이 굉장히 나쁜 대단한은 삼촌을 따라 삼득거사를 찾아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의 골짜기에 갔다가 안경을 잃어버리고, 대신 무지개 안경을 얻게 되었다.
꿈에 나타난 신선은 빨간색은 투시경, 노랑색은 인연경, 초록색은 지혜경, 파랑색은 진심경, 보라색은 천리경이라 일러주었고, 보람차게 사용하라 말씀하셨다. 잘난 척하거나 헛되이 함부로 쓰면 혼쭐이 난다는 엄포도 함께.

단한이는 투시경으로 짝사랑하는 송채린 담임 선생님의 병을 찾아내고 병원에 가도록 권유했다. 천리경으로 아빠 엄마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보면서 장사가 안되서 속상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다.
티격태격 싸움이 잦은 단한이네 반 아이들이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인연경과 지혜경으로 아이들의 기운과 인연에 따라 짝꿍을 바꾸어 싸움이 잦은 반을 정다운 분위기로 바꾸었다.
그 뿐인가? 약혼한 담임 선생님의 아픈 마음을 인연경과 진심경으로 이유를 찾아내고 선생님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조류 독감으로 장사가 안되는 부모님의 치킨집은 지혜경으로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간혹 옳지 못한 일로 무지개 안경을 쓰기도 했다.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해서, 천리경으로 친구의 답을 보고, 투시경으로 교과서나 참고서를 보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했지만, 단한이는 보람찬 일에 무지개 안경을 사용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늘 투닥투닥 싸우는 미강이와 창규가 청실홍실로 연결된 부부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는 겉모습 내면에는 사랑을 핑계로 다른 사람을 구속하려는 나쁜 기운도 있다는 것을 단한이는 알게 된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이다. 그 사람의 겉 모습, 드러난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마음을 가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단한이는 무지개 안경으로 세상을 보았지만, 우리가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면 단한이의 무지개 안경보다 더 멋지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기억해야 할 듯 싶다.

"미래를 보는 미래경은 없어요? 그거 있으면 진짜 좋을텐데."

"아는 순간 미래는 변해. 미래는 확정된 게 아니거든. 사람의 의지로 변화시킬 수도 창조할 수도 있지. 무궁한 변화와 발전이야말로 인간의 최고 가치인데, 그게 확정되면 되겠냐."
(본문 185p)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지혜로 새로운 발상을 찾아내고, 넓은 가슴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무궁한 변화와 발전이 있을 것이다. 미래는 바로 자신의 마음 속에서 발전한다는 것을 대단한 무지개 안경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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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왜?
홍은경 지음, 오치근 그림 / 계수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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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때문인지, 나는 유난히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늦은 밤 아기 울음소리와 같은 고양이의 울음은 스산하기만 하다. 간혹 일명 명품(?) 고양이들의 우아한 자태를 보면 밤에 유난히 빛나는 무서운 고양이 눈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곤한다.
그러나 여전히 도둑 고양이는 내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여기~!! 명품 고양이를 흉내내는 도도한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도둑고양이라는 별명은 억울하다며, 떠돌이 고양이라 불러달라는, 절대 쓰레기를 뒤질지언정 도둑질은 하지 않는다는 고고한 고양이다.
몸단장을 하며 거리를 나설때, 도도한 떠돌이 고양이는 쇠사슬에 묶인 개들을 향해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자랑한다. 

"쯧쯧, 불쌍한 녀석들."
나는 혀를 차요. 아무리 애룰 써 봐도 복줄 길이 이상 나갈 수 없는 개들의 신세라니. 나는 녀석들을 비웃는 대신 차라리 불상히 여겨요. 난 마음씨까지도 착하니까요.
 (본문 13,14p)

떠돌이 고양이는 매일 영숙이네 집을 찾아가 영숙이가 주는 우유랑 카스텔라를 먹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영숙이에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함께 지내자는 영숙이의 청을 거절한 것은, 함께 살면 같이 자야하고고 같이 놀아줘야 하는 귀찮음 때문이다. 떠돌이 고양이는 자유를 사랑하는 고양이니까.
떠돌이 고양이는 가끔 엄마 꿈을 꾼다.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라고 훌쩍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떠돌이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는 쓸쓸함과 허전함을 느낀다.
그 날도 영숙이를 찾아가 우유와 카스텔라를 먹으려던 떠돌이는, 영숙이 품에 있는 단비라는 이름을 가진 작고 어린 강아지 한마리를 보게 된다. 단비로부터 영숙이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떠돌이는 영숙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을 한다. 
단비와 떠돌이의 생활을 담은 부분은 유쾌하고 즐겁다. 똥오줌을 못 가려서 늘 영숙이에게 혼나는 단비를 보며 즐거워하는 떠돌이의 모습이나, 떠돌이에게 놀아달라고 징얼대는 단비의 모습이나 모두 귀엽고 유쾌하기만 하다. 단비를 구박하는 떠돌이와 자신과 놀아주는 것인지 알고 좋아하는 단비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영숙이가 외출 후 돌아오지 않자, 배가 고파진 떠돌이 고양이는 단비를 놔둔 채, 밖으로 나가 예전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를 채운다. 가끔 단비를 걱정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며칠을 보낸 떠돌이는 배고파 누워있는 단비를 위해 우유와 카스텔라를 훔친다.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원망할 줄 알았는데, 놀자며 칭얼대는 단비의 순진무구함에 떠돌이는 그제서야 단비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된 떠돌이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조그맣게 녀석의 이름을 불러 보았습니다. 그러자 가슴속 저 밑에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저 아래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씨앗처럼 톡, 깨어났습니다. 그것은 점점 커지면서 온몸으로 퍼져 갔습니다.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늘 허전하게 비어 있던 가슴이 채워지고 있음을. 비로소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음을. (본문 129p)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이기적이라 말한다. 풍요로운 생활로 부족한 것없이 자라다보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관심갖고, 배려하는 법보다는 ’나’의 잇속의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는게다. 머하나 부족할 것 없었던 도둑고양이는 영숙이에게 사랑을 받을 줄은 알았지만,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함께 살아가면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을 알게 된 떠돌이 고양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즐거움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넌 이제 다 컸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배워야 한단다. 내면이 어른이 되어야 진짜 어른이야. 자, 네 세상을 찾아 떠나거라."

"아이들만 엄마랑 사는 거야. 넌 이제 아이가 아니잖니? 사나이답게 네 꿈을 마음껏 펼치고 세상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다오. 그게 네가 태어난 이유고, 또한 엄마가 널 낳은 이유다."

"아들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훨씬 강하단다."
(본문109,110,112p)

엄마가 들려주었던 말의 의미를 이제 떠돌이는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 개는 상극이라는 벽을 깨고 사랑할 수 있었던 떠돌이는 이제야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떠돌이 고양이를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감정인 편견과 선입견을 토해내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사는 참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우리는 그들을 믿고 지켜 봐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 나는 도둑고양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고양이가 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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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푸른도서관 37
김진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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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카니 혼자 계단에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참 쓸쓸하고 안타깝게 보인다. 14살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내년이면 14살이 되는 딸아이를 생각해서일수도 있고, 어른인 척 흉내를 내면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기 시작했던 14살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일수도 있다.

책 속에는 "절실한 애정"이라는 뜻을 가진 <범의귀> 꽃이 등장한다. 유독 두 장의 꽃잎이 다른 꽃잎들보다 큰 꽃으로, 두 장의 꽃잎이 큰 게 아니라 세 장의 꽃잎이 더 자란 것 같이 보이는 꽃. 왠지 범의귀가 아직 덜 자란 열네 살 또래의 아이들 모습을 담아낸 듯 보인다.

꽃을 다 피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범의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애매모허한 바로 우리 중학생. (본문 30p)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몸은 훌쩍 컸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제 막 자라려는 새싹같다. 어른들은 상황에 따라 그들을 ’어른’이라고 했다가, ’아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더욱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킨다. 그랬다. 책을 읽는내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 때문에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인공 강하리를 통해서 우정, 가족, 꿈, 그리고 희망을 보게 된다. 보잘 것없는 하리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하리는 누구나 자라면서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비밀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리는 ’에픽하이’ 가수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성민이를 좋아하게 된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하리는 성민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시작으로 비밀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우연히 교회 화장실에서 포장도 뜯지않은 에픽하이의 새로나온 앨범을 발견한 하리는 생각 할 겨를 없이 앨범을 가지고 나오게 되었고, 비밀을 만들어가기 위한 거짓말이 시작된다.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예주, 도벽을 가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하리, 아빠 앞에 늘 주눅들어있는 엄마와 하리,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편갈아 놓은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안타깝게 진행된다.

성민이에게 준 앨범에 대해 알아버린 예주는 하리에게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을 시킨다. 그저 예주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하리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식당 물건을 훔쳐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리를 주인공으로 이끌어가지만 예주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성들여 쓴 글짓기가 읽혀지지도 않은 채 휴지통에 버려져 상처입은 예주의 모습은 성적에 의해 아이를 구별짓는 교육현실과 어른들의 그릇된 잣대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사랑없는 아빠 엄마에게 태어난 예주는 그렇게 물건을 훔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하리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선천성 심기형을 갖고 태어난 하리의 동생이 돈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되자, 엄마는 남자 아이만 보면 물건을 훔치게 되었고 도벽광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질병분류상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분류된다. 도벽이 있는 사람은 훔치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우며 충동을 억제할수록 오히려 정신적인 긴장을 더 커진다. 훔친 물건이 그 사람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신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하나 절도죄로 체포되거나,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여 생기는 불안이나 우울과 관련해서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기 전에 도움을 구하는 도벽광은 드물다. (본문 100p)

엄마는 하리를 위해서 스스로 자수를 하게 되고, 하리의 마음속 응어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온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소통’이 주는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하리네 가족의 단절된 대화는 그들만의 비밀을 만들어갔고, 그 비밀은 거짓말과 상처로 점점 곪아지고 있었던 게다. 

"하리야, 미안해. 너한테 이런 모습까지 보여 주게 되어서.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다른 도움이라도 받아야만 했어.......(중략) 너한테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간 건데........" (본문 126,127p)

하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예주 앞에서도 당당하게 더 이상의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졌다. 이제 하리의 비밀은 사라지고 없다. 성민이에 대한 마음, 물건을 훔치고 순간의 짜릿함을 느꼈던 비밀은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하리는 또다른 비밀을 간직하게 되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준비하려는 비밀~!! 

이전에 난 꽃잎이 두 개인 범의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꽃의 꽃잎 크기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범의귀 자체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처럼. (본문 153p)

하리와 예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말이다. 우리 어른들은 그들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덜 자란 듯한 범의귀의 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비밀과 거짓말을 만들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다. 범의귀의 꽃잎의 크기가 틀린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다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안한 시선이 아닌,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한다. 그것이 ’가족’일때 그들은 용기를 얻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절실한 애정’의 꽃말 범의귀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대면한다. 각기 다른 모습의 그들을 인정해 주기를, 절실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게다.
꽃잎의 크기는 달라도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모두 갖추고 있을 범의귀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기억하리라. 

(이미지출처: '네이버 http://blog.naver.com/pms4774/60102167267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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