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비밀 - 기린과 원숭이도 깜짝 놀란 사이엔티아 7
가토 요시코 지음, 장석봉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사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동물’은 아닌가 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간 곳은 다름 아닌, 집 앞 ’능동 어린이 대공원’ 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두 아이들은 책 속에서 본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 신비로움을 만끽하곤 했습니다.
자주 방문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볼 때마다 동물들을 보며 신기해 하고,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궁금증도 갖게 됩니다. 동물에 대한 다양한 책을 접해보곤 하지만, 정작 동물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은 없었던 듯 싶어요.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느꼈던 궁금증이 이 책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Q&A 형식으로 담겨진 책의 구성은 아이들이 평소에 궁금해 하는 질문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1장 동물원은 어떤 곳일까요?
2장 동물들의 재미있는 비밀
3장 동물들에 대한 크고 작은 궁금증


동물원은 사회적으로 네 가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바로 교육, 레크리에이션, 자연 보호, 연구예요. 그중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교육과 자연 보호예요. 동물원은 아이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어른들에게도 환경 교육이나 자연 보호 교육을 하는 평생 학습 장소예요. 그리고 최대 목적은 서식 지역 이외에서도 야생 동물을 보전하는 장소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거예요. (본문 49p)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 즈음은 ’과연 저렇게 갇혀 있는 동물들이 행복할까?’ 라는 궁금증을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자유를 빼앗긴 채, 자신의 본능을 잊고 살아가는 그들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동물원의 역할, 사육사들의 역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했던 짧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동물원을 그저 레크리에이션으로 바라봐던 짧은 시각이 그런 오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행복할까요?’ 라는 질문은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아니였나 싶어요. 물론 그들이 행복한지에 대한 결론은 낼 수가 없습니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다만 동물원에서는 그들이 행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듯 합니다. 그들은 자유를 잃었지만, 굶주림과의 싸움과 자신을 노리는 동물로부터 목숨을 지켜야하는 위험으로부터는 지켜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습성을 파악하여 지루함을 참고 견딜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그들이 분명 불행할 것이다!! 라는 것은 틀린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궁금증이 수록되어 있어요. 동물원은 왜 냄새가 심하게 날까요? 먹이는 어떻게 마련하나요? 동물원에 동물이 많이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요? 동물이 죽으면 어떻게 하나요? 동물의 똥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등등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가졌던 궁금증들이 동물원에서 해설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동물행동학자인 저자가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동물도감은 한권씩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동물들의 습성,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빼곡히 담겨진 책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동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은 ’동물원’입니다. 이 책은 동물 도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원의 동물들의 모습과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번식을 제한하는 방법, 먹이를 구하는 방법 등 그동안 동물 도감에서 만날 수 없었던 동물원만의 동물들의 세계를 맛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봤던 동물원을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동물 도감에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함을 ’살아있는 동물 도감’인 동물원에서 이제 제대로 만끽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제 동물원에 갈 때는 이 책과 함께해야 할거 같습니다.

 

(사진출처: ’동물원의 비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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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지식 탐험대 4 - 우주 기지 핵심 칩을 지켜라! 떴다! 지식 탐험대 4
이승용 지음, 강경수 그림, 이인식 감수 / 시공주니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재미있는 과학동화가 참 많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떴다! 지식 탐험대>> 시리즈 역시 아이들에게 과학이 주는 즐거움과 매력을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서 알려주는 시리즈입니다.
구성과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1권부터 4권까지 빠지지 않고 읽고 있는 시리즈랍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학습만화 못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이요, 교과 과정과 연계된 알찬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과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답니다.

-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나는 알찬 지식 세계!
- 선생님이 추천하는 교과서 핵심 정보
-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정보 학습 코너
- 각 분야 전문가의 감수


4권에서는 첨단과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을 그려보게 합니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와 딸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지금 2010년은 정말 많은 모습에서 달라졌습니다. 특히 과학의 발달이 두드러져 있습니다. 아마 2030년은 지금은 상상만으로 가능한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로보트가 집안 일을 도와주고, 학교를 가는 대신에 화상으로 수업을 받고, 자동차는 달리는 대신 날아다니고, 해저 도시와 우주 도시가 개발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상상력이 우리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아이들의 상상력이 바로 과학을 이끌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아이들을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점인 듯 합니다. 자신의 상상력이 미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하고 매력적인 일일까요?
그것이 바로 과학을 즐겁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원천이 될 듯 합니다.


2030년의 미래, 오다식은 무서운 꿈을 꾸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삼촌 연구실에 놀러 갔다가 실험 기기를 잘못 만져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잘리고 인공 손가락을 붙힌 다식이를 침대가 직각으로 세워지면서 깨웠네요. 엄마의 모습이 홀로그램을 통해 입체 영상으로 나타나는 퓨처폰, 후각 기능이 발달한 애완견 바이오로봇 바로코, 인공 지능 전자칩을 달고 있는 가전제품들이 가득한 다식이네 집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그래도 친구와의 우정과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용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절대 변하지 말아야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2030년 미래에서 사는 다식이와 늘 다식이에게 골탕을 먹이는 신비의 좌충우돌 즐거운 이야기는 저절로 첨단과학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동화 곳곳에 수록한 첨단 과학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식이와 미리 만나는 첨단 과학의 세계’ 에서는 더 재미있는 미래를 만날 수 있답니다.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책은 그렇게 즐거운 상상이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에게 또다른 상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학으로 안내하고 있답니다.
즐거움과 유익함이 공존하는 <떴다! 지식 탐험대>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과학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에 마음에 쏙~ 드는 과학도서랍니다.

(사진출처: ’떴다! 지식 탐험대 4’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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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이탈리아 아동 도서 베스트셀러인 ’팍스 선장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시리즈를 읽어오면서 카멜로온호가 어떻게 바다 위에서 적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카멜레온호>에서 그 비밀이 밝혀지네요.
[팍스 선장 시리즈]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해적들의 이야기를 통해 모험과 우정을 그린 이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삽화와 이야기로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리키 랫의 귀여움과 팍스 선장의 용감무쌍함이 ’해적’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긴장감과 유쾌함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약혼녀 ’믹스 팍스트로’를 구출하기 위해 ’잊혀진 섬’으로 가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어두운 밤 어는 날, 리키 랫은 불길한 기운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지만, 불피리오는 어린 생쥐라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만 말합니다. 먼가 숨기는 듯한 불피리오가 수상해보여요. 카멜레온호가 어떻게 한 마리의 동물처럼 자유자래로 색을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진 리키 랫은 그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했죠. 마치 카멜레온호도 뼈와 살이 있는 생명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팍스 선장 일행은 잊혀진 섬으로 가던 도중, ’리가바카’가 공연하는 ’시스탁 섬’에 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평소 해적의 삶을 꿈을 꾼 록사스 리가바카도 카멜레온에 탑승하게 되죠. 또 한명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탄생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화물선을 만나 이들은 그 배를 약탈하기로 했습니다. 그 화물선은 바나나를 가득 실은 ’잠자는 바나나호’ 화물선이였어요. 
바나나를 먹은 해적들은 나무늘보의 게으름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버렸네요.
그렇게 유쾌한 에피소드를 간직하던 중 리키 랫은 드디어 카멜레온호의 비밀을 알게 되었답니다.
바로 팍스 선장의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일곱 개의 바다를 누비던 위대한 카멜레온이였던 ’존 잭 제임스 조 주카스 카멜레온’인 ’J,J,J,J,J 카멜레온’의 놀라운 이야기가 그 비밀의 열쇠였죠.

 
 
해적이 된 용감한 꼬마 생쥐 ‘리키 랫’과 안대 속에 비밀을 감추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해적 두목 ‘팍스 선장’이 펼치는 우정과 모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팍스 선장 시리즈>의 다음 모험이 기다려집니다.
리키 랫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팍스 선장은 약혼녀 믹스 팍스트로를 구할 수 있을지? 비록 해적이지만, 정의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여주고 있네요.

(사진출처: ’카멜레온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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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미자 씨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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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만으로 이 책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접해왔던 저자의 책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냄새 나는 책, 그래서 따뜻한 책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치약을 어떻게 사용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치질을 할때만 사용할 것입니다. 저는 간혹 커피잔을 닦는 용도로도 사용을 합니다. 수세미와 세제로도 닦아내지 못하는 얼룩을 치약은 아주 쉽게 커피잔을 하얗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에는 성지가 미자씨에게 치약으로 할 수 있는 열 가지를 들려주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상대방에게는 내가 판단하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을 거예요.
왜 우리는 그 사람의 겉 모습만 보려하고, 상대방에게 느낀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그 사람을 보는 걸까요?
그런 선입견과 편견이 상대방을 외롭게 하고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미자 씨가 외로운 것처럼 말이죠.


이별을 하고, 돈을 날리고 그래서 가난하게 혼자 사는 미자씨는 동네 아이들 간식도 뺏어 먹고, 동네 잔치 음식도 잔뜩 먹고 다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돈을 몽땅 잃어버린 다음부터 말입니다. 미자씨는 그 허기를 먹는 것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밤이 되면 하루를 돌아보며 슬픔에도 잠기고 어떤 날은 훌쩍훌쩍 울기도 하죠.
미자 씨를 상대해주는 사람은 건넛방에 사는 주인집 조카 성지 뿐입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서 큰집으로 온 성지는 외로움을 미자 씨를 통해서 달래는 듯 보입니다. 만만한 미자 씨에게 짜증을 내곤 하지만, 성지의 아픈 마음이 그렇게 표출 되는 듯 보입니다.
성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에게 다가와 주는 미자 씨를 통해서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극복해 나가고 있답니다.

미자 씨와 성지의 치약 에피소드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치약의 열 가지 효능을 다 사용해 보지 못하는 가난함이 미자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니 말입니다. 퉁퉁거리며 이야기하는 성지지만, 아픈 미자 씨를 그렇게 달래주는 듯 합니다.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성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미자 씨가 아파서 꼼짝을 못 하자, 사람들은 또 ’자다 깨다 방바닥 뒹굴다 다시 자기’ 취미 생활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 미자 씨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아픈 미자 씨의 마음은 더욱 아파집니다.
그런 미자 씨를 위해서 어묵을 대신 어묵을 사러가 주는 성지와 성지의 이야기를 듣고 동태 두 마리를 선뜻 내어주는 부식 차 장수로 미자 씨의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그리고 예쁜 짝사랑을 꿈꿉니다. 부식 차 장수를 좋아하는 미자 씨를 보는 성지는 화가 납니다.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자신만 남은 듯 해서 말이죠.

미자 씨의 짝사랑은 부식 차 장수가 총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끝이 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먹는 것으로 허기를 메우고 있던 미자 씨에게 또 다시 아픔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성지가 있고, 순례 할머니가 주신 따뜻한 여우 목도리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 동화책을 미자 씨와 성지의 외로움에 타겟을 두고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아픔을 가진 미자 씨, 부모의 이혼으로 큰 집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성지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은 듯 합니다.
우리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건넨 작은 마음에 그 외로움은 눈녹듯 사라진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거예요.
미자 씨도, 성지도 그렇게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분명, 우리 주위에는 우리의 작은 관심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짝사랑에 마음 아픈 미자씨는 예전처럼 먹는 것으로 허기를 달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작지만 외로움을 채워주었던 성지의 품에서 실컷 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나 한 번만 안아 줄래?"
미자 씨는 목도리를 풀었어요. 그리고 성지를 꼭 안았지요.
"아, 숨 막혀. 팔에 힘 좀 빼."

성지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사람 품에 안겨 본 게 아주아주 오랜만이었거든요.
(본문 97p)

나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사람의 품이 그리운 시기입니다. 어려운 경제, 무서운 사회범죄로 사람들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갑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 누구든 의심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겠죠?
점점 사람 품이 그리워질 것 입니다.

"있잖아 성지야, 내 보통이 보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게?"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불행해져."
(본문 63p)

(사진출처: ’우리 동네 미자 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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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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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었던 책, 리뷰어들의 서평을 보고 더더욱 읽어보고 싶었던 책, 그래서 그만큼 많은 기대를 품었던 책이였다. 
너무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재미를 덜(??) 느끼기는 했지만, 정말 괜찮은 책이였다. 책을 잡은 후 놓을 때까지 잠을 자지 못 했다는 점은 큰 기대만큼이나 괜찮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이렇게 막장 구성원을 가진 가족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어느 하나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고,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기 펴고 살고 있다. 그것이 ’가족’ 이기에 가능한 일이였을 것이다. 가족(엄마는 더더욱이나...)은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설사 그들 하나하나가 절대 멀쩡하지 않을지라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는 마흔여덞의 중년 남자로 영화감독을 하다 홀딱 말아먹고 지지리 궁상처럼 살고 있다. 아내와...(미안하지만 아내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누구보다도 먼저 실패의 냄새를 맡았고 그 즉시 보따리를 쌌다는 사실만 밝히겠다. 11p) 헤어진지는 오래였고, 집주인으로부터 당장 집을 비워달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신세였다.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은 닭죽을 먹으러 오라는 칠순이 넘은 엄마의 전화였다.
쪽팔리고 민망한 일이지만 이미 엄마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쉰 두 살 된 형과 함께 같이 얹혀살게 되면서, 이 집안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흥행 실패 이후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완전한 패배자인 나 오인모,
이 집의 장남이자 폭력과 강간, 사기와 절도로 얼룩진 전과 5범이 변태성욕자, 정신불구의 거대한 괴물..한마디로 인간망종인 쉰두 살에 백이십 킬로그램인 형 오한모,
그 뿐인가,
딴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당한 여동생 미연이와 그녀의 딸 싸가지 장민경까지 합세를 했으니, 
오합지졸이 다 모인 격이다.


최근의 엄마에겐 의아한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온 식구가 한데 모여살면서부터 엄마에게 알 수 없는 활기가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엄마는 이미 칠순이 넘은 노인이었다. (중략)

그날,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기를 먹다 문득 엄마를 쳐다보니 그녀는 어느새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우리들이 먹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엇던 것이다. 그 표정은 오래 전, 엄마 앞에서 제비새끼들처럼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 어린 우리들을 지켜보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본문 57,58p)

번듯하게 자란 자식하나 없지만, 어릴 때 제대로 못 먹이고 정부미만 먹여 애들이 부실해서 걱정이 된 칠순 넘은 엄마는 그렇게 고기를 사다주면서, 자식들의 잘못이 마치 자신의 탓인 양 안타까워하는 듯 하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조카의 용돈을 삥 뜯는 삼촌, 조카의 분홍 팬티를 손에 쥔 채 성욕을 해결하는 삼촌, 혼자 피자 시켜먹으면서 삼촌들은 주지도 않는 조카, 피자 한 조각에 조카를 구박하는 삼촌, 새로운 남자 친구와 카섹스를 하다가 오빠에게 걸려 흠씬 두들겨 맞는 미연의 남자친구..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일은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친형제인 줄만 알았던 이들의 관계와 엄마의 과거사까지 밝혀지면서 가족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헐뜯는 듯 보이지만 이들은 "가족"이였다. 허물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절대 허물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끈끈하게 맺어지고 있었다. 흔히 싸우다 정든다고 말한다. 이 가족들의 모습이 딱~!! 이 모습이다. 저자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침울한 가족의 모습을 ’침울하게’ 가 아닌, ’유쾌하게’ 그려놓았다.
’나’ 오인모는 비록 인생에 실패했지만, 그나마 평범하게 살아가던 인물이였다. 그런 그에게 말도 안되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 뿐이였다. 그러나 그는 그들 가족에서 소외되어 보였다. 가족 중에 혼자 대학을 나오고 영화감독을 하고, 스튜어디스랑 결혼을 했던 그가 가족들에게는 어려운 존재였으리라.
그래서일까? 가족들의 공공연한 비밀조차 모르고 있던 그는 가족들과 아웅다웅하면서 점차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듯 했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싫어하던 형을 위해 기꺼이 몰매를 맞고, 가출한 조카를 찾겠다고 일어서는 (일어서기만 했다) 그는 비로소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된 듯 보인다.

저자 천명관의 책을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 강한 그의 문장력이 매력적인 듯 하다.
공감과 유머와 생각거리를 함께 적절하게 배합해 놓은 그의 탁월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였다.
감동적으로 이끌어가는 듯 하지만 결국엔 빵~!! 터지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컨셉이 마음에 든다.
정말 막장 가족이다. 이보다 더 막장일수는 없다. 도대체 멀쩡한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기’ 팍팍 세워주는 엄마, 자식 먹는 모습에 흐뭇해 하는 엄마,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지만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는 형, 그토록 싫어한 형임에도 불구하고 종내는 그를 사랑하게 된 동생. 가족이 있어 그들은 더이상 실패한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가족’ 구성원이지만,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서로 부대끼고, 서로 아웅다웅 싸워가면서(?) 가족도 알아가는 것인 듯 하다. 서로간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면, 가족은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유쾌한 이야기로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 나름대로의 감동을 전해주었다.
각자의 삶을 찾아간 후에야 엄마는 편안(?)해졌다. 마치 앞가림 못하는 자식들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터득하고, 각자의 터전을 마련해서야 엄마는 자신의 임무를 다 끝냈다는 듯이...엄마는 그렇게 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요, 구세주였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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