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어린 시절 잠자리를 잡고, 가재를 잡았던 개울가는 지금 아스팔트가 깔리고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립니다. 어느 새 높다란 빌딩이 세워졌고, 내가 자라는 만큼 건물도 점점 높아지고 많아졌습니다.

세상이 점점 발달하면서 풍족해지고, 편리해진 것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의 그 개울가와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그 소박한 동네가 그리워집니다.
<<작은 집 이야기>>는 점점 문명화 되어가고 도시화 되어가며 빠르며 변화하는 지금,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기적이고,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우리들의 마음, 산업 발달로 점점 삭막해져가는 도시의 모습, 공해와 환경오염으로 찌들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저 먼 시골 마을에 자근 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이 집은 튼튼하게 잘 지어졌고, 이 집을 지은 사람은 이 집을 절대 팔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금과 은을 다 주어도 이 작은 집은 절대로 팔지 않겠어. 이 작은 집은 우리 손자의 손자, 그리고 그 손자의 손자가 여기서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야.” (본문 5p) 

 

 

작은 집은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저녁에 지는 해를 보았습니다. 밤이 되면 저 먼 곳에서 비춰 오는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도시에 사는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도 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마을의 경치를 바라보고, 개울에서 놀고 있는 꼬마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도시로 떠났고, 저 먼 곳의 도시 불빛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집들이 생겨나고, 도로가 생겨나더니, 도로는 자꾸자꾸 늘어났고 마을은 조각조각 나뉘었으며, 아파트와 가게가 생겨났고, 오래지 않아 전차가 생겼고 또 오래지 않아 고가 전철이 지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먼지와 매연이 가득 찼고, 이제 작은 집은 언제가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작은 집은 변함없이 훌륭했지만, 너무 슬프고 외로웠으며 높은 빌딩 속에서 초라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인은 작은 집을 보았습니다. 

 

“이 작은 집은 우리 할머니가 어렸을 때에 살았던 작은 집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군요. 이 집이 저 먼 시골의 언덕 위에 있기만 한다면요. 온통 데이지꽃으로 뒤덮이고 주위에 사과나무가 자라는 언덕 말이에요.” (본문 36p)

부인은 작은 집을 조그만 언덕 꼭대기에다 옮겼습니다.  

 

작은 집은 해도, 달도, 별도 보게 되었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밤에도 환한 세상은 매연으로 가득한 하늘에서 별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세상은 산업화로 급속도로 변했고, 우리는 그에 맞추어 바쁘게 살아갑니다. 간혹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가끔씩 자연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빠른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갑니다.

도시의 녹색화로 이제 도시는 조금씩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편리하기만 한 도시보다는 흙냄새와 물소리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집 이야기>>는 그렇게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예쁜 그림책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야 자연의 소중함에 눈을 뜹니다. 이미 과학의 발달은 자연의 많은 부분을 파괴했지만, 작은 집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우리 자연도 보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말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말입니다.  


(사진출처: ‘작은 집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여자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새아버지의 폭력과 어른들의 무지막지한 폭력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돈이 무엇이기에, 돈 때문에 어린 딸을 매음굴에 팔아야만 했단 말인가.

지은이의 말에 의하면, 매년 12,000명에 가까운 네팔 소녀들이 가족에 의해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인도의 매음굴로 팔려가 성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더욱이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만 명의 어린이들이 성 노예로 거래된다고 추정했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힌 세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대한 뉴스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를 막아낼 방법은 과연 없단 말인가?

라크슈미가 사는 네팔은 우리나라의 50~6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딸을 부잣집에 가정부로 보내 돈벌이를 시키고, 가장인 남편에게 복종하며 살아가는 여인네의 모습이 그러하다.

“왜 여자들은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하죠?”
“그건 우리의 운명이니까. 그냥 견디는 게 이기는 거야.” (본문 24p)

“노름으로 우리가 가진 걸 다 날리고도 좋은 모자에 새 옷을 입고 다니는 남자라도 있는 게 나아. 집안에 남자가 없는 것 보다는 말이야.” (본문 49p)

노름으로 돈을 날리고, 집안을 돌보지 않는 남편 대신, 열심히 일하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라크슈미의 엄마는 남편이 사라지면, 새로운 남편을 맞이한다.
가난하지만, 아마(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행복했던 라크슈미는 새아버지로 인해서 삶이 바뀌어버린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마가 조금이라도 여자의 운명에 반하는 생각을 가졌다면 라크슈미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마의 낡은 사고방식에 화가 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운명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아마와 같은 여자의 일생에 안타까움이 든다. 
 

새아버지는 라크슈미를 도시의 가정부로 보내서 돈을 벌게 하겠다고 했으며, 라크슈미를 가난으로 고생하는 아마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도시로 나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는 도시가 아닌 먼 인도 땅 매음굴에 팔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을 해야만 했다.

내 침대 옆에는 물 한 동이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주 씻고

문지르고

씻고

또 문질러도

내 몸에서 남자들을 씻어 낼 수가 없다. (본문 143p)

일만 루피의 빚을 갚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잠깐의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라크슈미는 영원히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계산을 해 본다.
난 이미 산 채로 묻혔다는 걸 깨닫는다. (본문 164p)

희망이 없는 그곳에서 라크슈미는 하리슈라는 소년을 만나고, 그 소년에게 그 나라의 말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하리슈가 선물한 연필 한 자루에 행복을 느낀다.  

 

이곳에서 나는 맞고,
갇히고,

수백 번 수천 번 유린당했다.

굶주리고,

속임수에 넘어가고,

사기당하고,

치욕을 겪었다.

그런데 노란 연필 한 자루를 준 작은 소년의 소박한 친절 때문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정말 이상하다. (본문 199p)

“오늘 어때, 라크슈미?” 라고 물으며 늘 이름을 불러주던 하리슈는 떠났다.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세 살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하리슈가 떠나고, 라크슈미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미국 사람을 쫓아가면 발가벗겨 길거리를 돌아다니게 한다는 소문이 있어 라크슈미는 자신을 구해주겠다는 미국 사람의 말을 믿지 못했다. 며칠 후에 다른 미국 사람이 라크슈미를 찾아와 다른 소녀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쉼터 이야기를 해 주며 라크슈미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깨끗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본문 274p) 
 

미국 사람과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너도나도 벽장으로 숨지만 라크슈미는 그들이 자신이 도와 줄 거라 믿는다.

미국인이 나를 부른다.
대답해 보려고 하지만 내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욕지거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미국인이 가려고 한다.

내 미국인이 가려고 한다.

그때 내 안의 뭔가가 나를 부수고 연다. 나는 계단을 달려 내려간다. (중략)

내 미국인이 보인다. 다른 남자들도 있다. 인도 사람도 있고 사진에서 본 미국인 여자도 있다. 나는 말한다.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네 살입니다.” (본문 287,288p)

이들의 범죄를 막을 방법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고통 받는 그들을 보듬어주고 위로해 줄 수는 있다. 라크슈미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아픔을 겪었지만, 사람에게 그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 성폭력 사건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죄인들이 그에 합당한 벌을 받기를  원한다. 새로운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그들을 향한 따뜻한 온정이다. 분노는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없다.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위로와 관심이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라크슈미가 새로운 삶을 찾고, 그녀를 사랑했던 아마를 만나 다시금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또 다른 라크슈미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소녀이기에 당해야 했던 그들의 억울한 삶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또 염원한다.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라크슈미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의 관심이 분명 모든 라크슈미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진출처: ’나는 라크슈미입니다‘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에 이 그림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큰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참 예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작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다시 한 번 이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디아는 할머니, 아빠, 엄마에게 그 마음을 받았기에 그 방법을 알았던 것 같아요.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삼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할머니와 토마토(?)를 따는 리디아의 모습을 풍요로워 보입니다. 수많은 꽃과 채소로 둘러 쌓여있지만, 사실 리디아네 가족은 그다지 풍요롭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리디아가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빠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아무도 엄마에게 옷을 지어 달라고 하지 않아서 리디아는 형편이 아나질 때까지 외삼촌 네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첫 번째 편지는 작아도 힘이 세다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거들어 드린다는 외삼촌에게 보내는 리디아의 편지입니다. 기차를 타고 가서 만난 삼촌은 무뚝뚝합니다. 삼촌은 잘 웃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리디아는 외삼촌에게 아주 긴 시를 지어 드립니다. 삼촌이 웃지는 않았지만, 좋아하신다는 것을 리디아를 알 수 있습니다.

엠마는 비밀 장소를 발견했고, 삼촌을 위한 멋진 계획을 준비합니다.

어두컴컴하고 칙칙했던 외삼촌의 집은 꽃들로 점점 밝아집니다. 그 덕에 삼촌네 가게에는 손님들로 꽉 찹니다.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이 도시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비밀 장소는 언제든지 짐 외삼촌께 보여 드릴 수 있게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략) 
저는 엄마, 아빠, 할머니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아름다움을 다 담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본문 中) 

 

 

 

아빠가 일자리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리디아를 꼭 안아주는 외삼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나던 날 리디아를 안아주지 않았던 삼촌은 이제 리디아를 꼭 안아줍니다. 리디아가 떠나는 것이 많이 아쉬운 듯합니다.
웃지 않는 삼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외삼촌에 대한 관심과 외삼촌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는 리디아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할머니와 리디아는 넓은 대지 앞에 섰습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없는 곳을 바라보는 리디아와 할머니의 뒷모습은 사뭇 비장합니다. 그곳에 리디아와 할머니는 또 사랑과 희망을 심어내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외삼촌은 리디아를 많이 그리워하겠죠? 우리는 그것도 느낄 수 있답니다. 

 

절망 속에서도 꽃을 피우며 희망을 가꾸었던 리디아. 그 리디아의 희망과 용기와 사랑이 삼촌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입니다. 빈 화분에 꽃이 피어나는 것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피어내는 것과 같았습니다.
리디아의 그 마음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전달되어질 거라 생각됩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꽃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겠죠? 이 또한 리디아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사진출처: ‘리디아의 정원’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을 실재로 부려 사람의 마음을 얻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혼내주기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리포터처럼 지팡이도 아니고, 마법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액체도 아닌 맛있는 빵으로 마법을 부리는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만나온 성장 소설이라 함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음직한 소재를 현실감있게 그려내어 감동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묘미를 가진 분야라 생각하고 있었다.
판타지가 가미된 성장 소설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사실 성장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느끼기에는 좀 역부족이라는 나의 생각이었다. 나의 생각을 완전히 깨트린 작품을 만났으니 그것이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적극 권유로 구입하게 된 이 작품은, 사실 그동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이였는데, 사춘기를 맞이한 딸과 함께 읽게 되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동적인 걸 좋아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을 딸에게 권하면 딸아이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눈물 찔끔 흘려야 하는 나와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많이 다른 딸인데, 이번 작품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딸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모두 마음에 든 작품이기에 더욱 뜻깊은 책이다.

빵이 지긋지긋한 16살의 소년은 오늘도 어김없이 빵 집에 들러서 빵을 사가지고 간다. 자신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아빠, 새엄마의 영역에는 절대 침범할 수 없는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은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기 보다는 빵을 사가지고 방에서 혼자 먹는 것이다.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이 소년이 살아가는 방법인 게다.
단지 그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소년은 부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평소 단골이였던 위저드 베이커리로 숨어들어갔다.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조금도 망설이는 법이 없고 발음도 새지 않는 그이지만, 활자가 없을 때는 간단한 대답 조차도 명쾌하게 하지 못하는 말 더듬이다. 
여섯 살 때 친엄마에 의해 청량리역에 버려지고, 얼마 후에 자살한 엄마로 인해 말을 더듬기 시작했던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맞게 된다.

소제목은 쿠키나 빵의 이름들이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판매를 하는 제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빵의 성분과는 많이 틀린데다가, 독특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면 평균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만들어주는 쿠키다. 
체인 월넛 프레첼은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먹이면 사랑을 쟁취하게 되고 사슬처럼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인연을 갖게 된다.
이런 효과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면 누구나 효과를 떠나서 구입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테지..모두가 자신에게 이롭게만 활용하려고 하는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는 유심히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체인 월넛 프레첼로 사랑을 쟁취했다가, 그 사랑이 지겨워 마지팬 부두인형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나,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구입으로 악몽에 시달리게 된 소녀 모두 현재의 자신의 이기심에만 가득찬 사람들이다.
소년은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베이커리의 주인 점장과 파랑새와 지내면서 그동안 묵혀왔던 고통들은 조금씩 대면하면서 상처로부터 이겨내려는 용기를 얻기 시작한다.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본문 176p)

지금의 결과는 선택에서 시작된 것이다. 소년의 선택은 무엇이였나? 소년은 영역 싸움을 하지 않는 동거 생활을 택했다. 서로 꼭 필요한 만큼만 관심을 갖고, 서로의 역할이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전시하면 그만인, 한마디로 시한부 역할놀이를 선택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배 선생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무언의 기선 제압 의욕을 보여서 내가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인지, 내가 처음부터 배 선생을 소 닭 보듯이 하여 그녀로 하여금 반감을 갖게 한 것인지는 역시 할 수 없다. (본문 25p)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소년은 결국 혼자만의 방안에서 혼자만의 영역에 웅크리게 되었고, 결국 부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점장은 말한다. 선택의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이다.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그렇게 책임질 수 있을 용기와 지혜를 얻어간다. 

지금의 나는 마법사네 빵가게라는 안전한 결계 속에서 땅에 떨어지기를 도리질하고 있다. 이곳에 평생 머물 수 없고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걸 아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데. 알고 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싸움의 끝을 볼 수 있고, 아버지 또는 배 선생과 삼자대면을 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 배 선생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에 따라 약간의 복잡한 조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이 가족이란 명분과 틀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잘못을 빌어야 할 것임을. 그런데 배 선생이 그때까지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면, 과연 나의 아버지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는 할지 의무이었다.

그래도 이 모든 일에서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현실은 쓴데 입속은 달다.
(본문 123p)

소년이 떠나는 날, 점장은 소년에게 가고 싶은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 리와인더’를 선물로 준다. 소년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 세상은 달라진다.
과거로 돌아가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에서 지금과는 다른 것을 선택했을 때, 인생은 얼마나 달라질까? 선택에 의해서 결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소년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는지와 안 먹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Y’’N’을 통해서 결과는 달라졌다.
저자는  두 가지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최선인가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선택에 의한 결과 또한 나의 몫이다.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뒤바꾼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만 집착을 하고 있다.
책임지지 못할 결과에 대한 또다른 선택을 하려하고, 그에 따른 결과 역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마법이라는 판타지를 통해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중요한 임무에 대해서 자못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떠한 선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 세상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므로 우리는 그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는 나를 붙드는 현실에서 격렬히 도망치다가 그곳에 다다랐을 뿐이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본문 21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록 눈 코끼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초록 눈 코끼리 푸른숲 어린이 문학 21
강정연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집 앞에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이 있습니다. 동물원이 있어서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동물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커다란 코끼리입니다. 코끼리 울타리 앞에는 늘 많은 아이들이 모여 코끼리가 코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 합니다.

코끼리의 덩치에 맞지 않는 작은 울타리, 쇠창살에 갇혀 더 먼 곳을 볼 없는 원숭이와 사자, 곰 등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지만, 동물들에게 이곳은 어떤 곳일까요?

만약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들은 행복한지? 답답하지 않은지? 가족이 그립지 않은지?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어요.

 

얼마 전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물원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의 일부 중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존시킬 수 있으며, 생태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와 생태계 속에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그 속에서 먹이를 구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본능을 인간의 힘으로 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초록 눈 코끼리>>는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코끼리 범벅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동화로 엮었습니다. 사육사 콧수염의 말을 잘 듣고, 훈련을 잘 습득해서 동물원의 슈퍼스타로 자리 잡은 범벅이는 어린이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주인공이 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범벅이는 다른 세상에서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할머니는 범벅이에게 천 일 만에 태어난 코끼리이기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합니다.
사육사 아들 환희는 코끼리의 말을 알아듣고, 범벅이와 대화를 할 줄 압니다. 환희에게 사람의 말을 배우던 범벅이는 깊은 잠에 빠져 인간에게 죽음을 당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꿈꾸게 됩니다. 그리고 범벅이는 초록 눈이 되어 할머니에게 범벅이가 해야 할 임무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백여 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었다. 인간들은 그 아름답고 조용한 초원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였지. 맹수들의 송곳니나 발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무기를 가지고 나타나 아무것도 모르는 초원의 동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쏴 댔지. 그걸 총이라 부르더구나. 총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어떤 동물이든 ‘탕’하고 하늘을 찢는 소리와 함께 몸뚱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곧바로 쓰러져 죽었단다.”

“인간들은 왜 그런 짓을...”

 

“그저, 몸이, 마음이, 눈이 즐겁기 위해서였단다. 특히 코끼리사냥은 인기가 좋았지. 우리의 앞니는 그들에게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었어. 게다가 그들은 먼 아프리카 초원에서만 사는 동물들을 집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보고 싶어 했지. 그중에서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코끼리는 더욱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동물원이야. 그래서 인간들은 코끼리를 사냥하기 시작했단다. 인간들은 새끼 코끼리만 노렸지. 이미 자랄 대로 자란 코끼리는 다루기 어려우니까.” (본문 102,103p)

 

인간들의 만행에 대해 듣고, ‘초록 눈’은 아프리카코끼리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범벅이는 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위해 환희와 함께 노력합니다.
욕심에 눈이 멀어 범벅이를 괴롭히는 사람들로 인해서 범벅이는 백 년 전에 겪었던 고통을 다시금 겪게 되지만, 환희를 통해서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물론 동물원은 그들을 위해서 존재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고, 아픈 동물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서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일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선물로 환희에게 해 줄 말을 연습해야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 사람 말, 그 말.
친구. (본문 204p)

 

자연은 우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야 하는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에게 고통 받고 상처받았던 그들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 사람들입니다.
이제 동물원에 가면 그들의 아픔이 보일 거 같아요.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어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본능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아픔 말입니다 .

 

이 동화책에서 ‘코끼리’는 ‘자연’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 우리나라는 많은 눈과 많은 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연은 경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초록 눈 코끼리'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