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을이 되면 담장 너머로 감나무, 대추나무 등의 가지가 뻗어지고 가지마다 열매를 맺은 나무를 보면 그 집에서 왠지 모를 여유와 풍성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런 부러움때문에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치의 여유도 없이 쭉 늘어선 건물들 속에서 꽂꽂하게 서있는 나무의 풍채는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듯 하다.
나무를 사랑한다. 내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숨을 쉬게하는 나무를 사랑한다. 

연륜이라는 것은 삶을 살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지혜를 쌓아가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간혹 어른들의 이야기를 잔소리로 치부하기도 하고, 지금은 불필요한 구닥다리 시절의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흘려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살아오면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깨닫고 쌓아온 연륜은 어떤 좋은 전공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삶의 지혜가 녹아져있다.
이순원의 <<나무>>는 할아버지 나무가 손자나무인 작은 나무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있다.
할아버지 나무가 백여년을 살아오면서 다른 나무들을 바라보고, 바람과 비, 눈과 태풍에 맞서면서 깨달았던 지혜를 손자 나무에게 들려주고 있다.
할아버지 나무가 손자 나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좋은 나무로 성장하기 위한 지혜만은 아니였다. 나무들의 삶은 우리 사람들의 삶과 닮아 있었고, 우리 선조들이 삶을 살아오면서 깨달았던 연륜과 지혜와 맞물려져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듯 했다.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기고 모두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열 세살에 결혼한 어린 신랑은 산에서 자란 밤을 일곱 말을 주웠다. 밤값이 쌀값을 웃돌았던 시절이기에, 어린 신부를 밤을 팔아 쌀을 살 생각에 들떴지만, 어린 신랑은 벌레 먹거나 알이 자잘한 것 두 말을 따로 골라 식량과 바꾸었고, 나머지 다섯 말은 부엌 바닥에 묻어두었다.
식량이 부족한 채로 겨울을 지내면서도 부엌 바닥에 묻어 놓은 밤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윽고 봄이 되어, 부엌 바닥에 묻어 놓은 밤을 꺼내 신랑은 어린 신부와 함께 산에 밤을 묻었다.
귀한 양식을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밤을 산에 묻은 어린 부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지만, 몇 해가 지나 싹이 트고 밤이 열리면서 그제서야 사람들은 어린 신랑을 놀렸던 자신들을 부끄러워했다.
할아버지 나무는 그 다섯 말의 밤 중에 홀로 바닥에 흘려졌던 밤을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로 준 밤이였고, 신부는 부엌 바깥에 심어져 어린 부부와 함께 나이를 먹게 되었고 어린 신랑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할아버지나무는 할아버지가 된 어린 신랑과 친구가 되었다.

7살이 된 작은 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고 싶었고, 태풍에도 맞서고 싶어한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열매를 떨어뜨려야 할 줄도 알아야 하며, 태풍에 맞서기보다는 가지를 굽혀야 하는 법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할아버지 나무는 지혜와 경험을 통해서 작은 나무에게 알려 준다.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함께하는 자두나무, 대추나무, 수선화, 냉이 등을 통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밤 한 톨을 화로에 묻는 것과 땅에 묻는 것의 차이라고 말이지.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겠지만, 땅에 묻으면 거기에서 나중에 일 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문 34p)

"한 해를 살다 가는 풀이라면 당연히 꽃과 열매에 욕심을 내야지. 하지만 우리 나무는 백 년도 살고 천년도 사는 몸들이란다. 오래 살며 열매를 맺자면 우선 제 몸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지. 네 몸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꽃보다는 줄기와 잎에 더 힘을 서야 하는 게야." (본문 114p)

"그때 제가 비가 온 다음엔 꽃을 피우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도 할아버지가 끝까지 피우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네가 정해 놓은 것을 안  피운단 말이냐? 그건 한번 정하면 물릴 수 없는 세상과의 약속이고 네 몸과의 약속인걸."

"한 번의 실수는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되지. 앞으로 네 키가 저기 산수유나무만큼 자랄 때까지는 꽃 욕심을 줄이렴."
(본문 114,115p)

할아버지 나무의 이야기는 사람의 삶이 가치있게 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무의 삶 그리고 인간의 삶은 오랜 세월동안 노력을 통해서 알이 꽉찬 열매를 맺는 일생과 닮아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라는 동화가 있다. 소년에게 한 없는 베품을 주었던 나무의 모습을 이순원의 <나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람과 친구가 되었던 할아버지 나무, 자신을 탄생시키고 자신을 돌봐주었던 어린 신랑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지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다. 사람과 함께하고, 사람과 친구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리 집에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터가 없다. 훗날 작은 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내 자손들을 위한 나무를 심어보고 싶다.
나무가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통해서 나무가 알려주는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나무들을 책을 통해 알게되면서 나무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이제 나무는 계절에 맞추어 잎의 색을 바꾸고, 내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며, 좋은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몸의 기운을 힘껏 쏟고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내다보며 준비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우리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되었고, 이것으로 내가 나무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기게 되었다. 나는 나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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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인체 크로스 섹션 - 인체 속을 살펴보는 특별한 탐험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홍인표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인체에 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호기심이 있었기에 인체의 신비로움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이겠죠.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들은 자신의 손과 발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입으로 사물을 알아갑니다. 어쩌면 인체에 대한 호기심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기가 좀더 자라면 부모들은 눈,코,귀,입 등 신체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에 반응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우리 인체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져가고, 신체의 이름뿐만 아니라 기능과 왜? 라는 궁금증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자연히 책을 통해서 부모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요.

크로스섹션이란, 사물을 가로, 세로로 자른 그림을 말합니다. 
<<인체 크로스 섹션>>은 각 기관의 기능과 구조를 두 페이지에 걸쳐 세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아이들과 그림의 섬세함에 "와~" 함성을 질렀습니다. 각 기관의 구조에 관한 세밀화는 정말 압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씨가 작고, 빼곡히 적혀져있어 책을 읽기에 조금 버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글을 수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읽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탐험 대상 - 스티븐 비스티
성별 - 남
직업 - 예술가

"특별 탐험대 신고합니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인 인체를 구석구석 탐험하여 지도에 표시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번 인체 탐험이 대략 24쪽 안에서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다." (본문 6p)

인체 탐험이라는 특별 탐험대를 통해서 각 기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탐험’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듯 흥미로운 구성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탐험대의 이야기로도 알 수 있듯이 총 24페이지에 걸쳐 인체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으며, 각 기관의 기능이 하는 일을 ’일꾼’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체를 거대한 건물로 상상하고 수많은 일꾼을 작업별로 구별되는 작업복을 입은 일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전담반,근육반, 신경반, 혈액반, 호르몬반, 면역반으로 나뉘어 그들이 하는 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대한 인체의 세밀화 속 수많은 일꾼들 속에서 탐험대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탐험대는 일꾼에게 길을 묻기도 하고, 탐험대와 일꾼들의 대사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인체의 기능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의학과 해부학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그림과 설명 정교함과 정확도면에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정교함에 그림을 살펴보면서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 마치 인체 탐험을 다녀온 듯 몸 속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탐험대의 탐험기록은 백과사전처럼 딱딱한 지식이 아닌, 흥미진진한 글로 그림 못지않은 즐거움을 주고 있답니다.

스티브의 침샘을 에워싸고 있는 근육을 비집으며 헤매고 다닌 끝에 우리는 잇몸의 종기를 통해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인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거대한 감자 튀김 조각에 부딪혀 쓰러지고, 정말 무섭게 뒹글뒹굴 이러지리 굴리며 마구 씹혔다. 스티브의 창자 속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본문 20p)

스티브의 신체를 탐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물 분자에 올라타고 다니는 것이다. 적혈구보다 2만 배나 작아서 훨씬 빠른 속도로 다니기 때문이다. (본문 26p)

책을 읽다보면 인체에 대한 호기심 해결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숨을 쉬고, 대화를 하고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일 등 내가 움직이고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인체를 알아가는 이 호기심은 심장이 뛰고 맥박이 뛰는 작은 미동이 가지고 있는 인체의 신비로움과 감사함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자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출처: ’인체 크로스 섹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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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떠나지 않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이세진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 도입부를 읽으면서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서 표지를 다시 보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이슬람교도에게 폭탄 테러를 당해 죽게 된 아들 제롬. 
제롬을 데리러 가기로 했지만, 회사 업무로 인해서 다니엘은 제롬을 데려가지 못했고, 버스를 타고 와야했던 제롬이 사고를 당하자 다니엘은 더 큰 절망을 느꼈고, 아내와 작은 아들을 남겨둔 채 테러를 사주한 이슬람지도자 셰이크 파이살을 죽이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너가’ 떠나지 않았더라면이 아니라, ’널’ 떠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음을 당한 것은 아들 제롬이고, 다니엘을 떠난 것은 분명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책 제목은 ’널’ 이라는 표현으로 다니엘이 누군가를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이 떠난 ’널’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 의미를 느끼고자 책을 다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인생은 내 아들의 몸이 버스에서 갈가리 찢겨지던 날 모두 끝났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 흩어져 날아간 아이의 살점 하나하나에 내 삶의 순간순간들도 함께 흩어져 날아갔다. 승객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수많은 살점들이 버스 자체와 아스팔트를 향해 날아가 스러질 때 내 존재의 의미도 함께 스러졌다. (본문 11p)

책은 이중구조를 가지고 시작한다.
’다니엘’과 ’장’ 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가족을 떠나 아들 제롬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오랜 친구에게 무기를 구하고 영국으로 간 다니엘은 셰이크의 주변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간다.
한편 파리 근교에서는 장이라는 알코올 중독 노숙자가 두 명의 괴한에게 납치된다. 가족들을 위협하는 말에 장은 순순히 괴한을 따라가고, 죽음을 각오한다.

"잘 들어둬.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네 가족들도 무사하지 못해!"
"예전에는 가족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난 지금 혼자야."

"당신이 가족을 떠났다고 그들의 존재가 사라진 건 아니지. 당신 가족들은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으니까. 우리에게 그들을 찾아내 죽이는 건 일도 아니란 걸 아는지 모르겠네."

"내 가족은 제발 건드리지 마라. 그들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본문 26p)

다니엘은 어린시절 불량배로 살아가던 시절의 오랜 친구들과 지금의 아내 베티를 만나고 결혼하고 제롬을 낳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린다.

내게는 또 다른 아들이 있고, 아내도 있다. 그들은 내가 돌아오기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신호와 변화를 기다리지만 나는 무기력할 뿐이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목표에만 집중한다. 그 계획만이 나를 떠받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며 나의 미래를 그려 보인다. 목숨을 걸어도 좋다.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본문 57p)

장은 납치범들에게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지만, 정작 납치범들이 처형 리허설을 하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납치범들은 처형 리허설을 찍은 동영상을 이름없는 <텔레8> 방송국의 8시 뉴스 앵커인 에릭에게 보낸다.
오래전 영향력있는 방송국 간판 앵커였던 에릭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실을 말했다가 가혹한 비난을 받게 되었고, 등 떠밀린 사퇴에 지금의 초라한 뉴스 앵커가 되었다. 자신의 앞으로 배송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사주한 납치라고 생각되는 동영상의 대한 독점권을 얻게 된 에릭은 이 뉴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한다.
사람들은 노숙자의 신원을 밝히고자 했으며, 노숙자를 구하기 위해 성금을 보내지만,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돈을 요구하는 대신,  ’이 남자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다니엘은 셰이크와 대면하는 일에 성공하지만, 이미 다니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셰이크에게 붙잡혀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오랜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니엘은 탈출할 수 있었으며 셰이크를 납치하는데 성공하지만, 정작 그를 죽이지는 못한다.
대신 그의 모든 권력과 명성을 뺏았을 법한 동영상을 셰이크의 조직원에게 보내고 셰이크를 풀어준다. 다니엘은 셰이크를 납치했던 사실을 언론에 알렸으나, 셰이크의 알 수 없는 죽음으로 다니엘은 언론과 세상에 질타를 받게 된다.
반면, ’장’의 신원이 밝혀지고 에릭과 장의 연결 고리가 이어지면서, 다니엘과 장이라는 이중 구조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고, 이야기는 놀라운 결말을 이끌어 낸다.

다니엘과 장을 통해서 이야기는 가족, 복수, 우정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묻고 있다. 다니엘에게는 아내와 아들 피에르 가족이 있었다. 여기서 제목에서 말하는 ’널’은 남은 가족, 친구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테러에 의한 아들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큰 고통을 받았을 다니엘의 마음을 다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분명 절망과 고통과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을 느꼈을테고, 아들을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그런 절망 속에서 힘겨워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다니엘은 왜 남은 가족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동안 엄마는 눈이 빠지게 아버지를 기다렸어요. 한순간도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어요. 아버지를 찾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섰고, 사립탐정을 몇 명이나 고용했는지 몰라요."

"아빠 때문에 끔찍할 정도로 괴로웠을 텐데 너는 왜 내게 원망의 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니?"

"아빠가 엄마와 저를 위해 그렇게 하셨다는 걸 알아요. 우리가 형의 억울한 죽음에 짓눌려 살지 않게 하려고 그 자를 죽이려 했다는 걸 알아요."
(본문 372p)

그랬다. 다니엘은 제롬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고, 복수를 하려했던 것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감내했던 다니엘은 결국 정치적인 부분에 이용되면서 인간적인 존엄성을 말살당했고, 자신으로 인해 남은 가족이 희생되었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 아팠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미가 이것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되었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
다니엘과 장을 둔 이중구조 그리고 하나로 통합되면서 상상 이상의 결말을 이끌어 낸 구성이 굉장히 놀라웠다.
사실, 중반부에 이슬람교니 정치니 하는 좀 난해한 이야기들이 나열되면서 지루한 면이 있기는 했으나 다니엘과 장의 연결고리를 알아가고자 하는 흥미로움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같다.

다니엘이 가족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제목은 독자들에게 가정을 통해서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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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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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사회에서 ’아빠’는 굉장히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서 힘겨운 사회생활을 묵묵히 견뎌내지만, 그 결과 얻은 것은 가정내에서의 왕따라고 한다. 현 시대가 원하는 아빠는 사회에서는 능력이 있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능력있는 가장이여야 하며, 아내에게는 애처가여야 하며, 자식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늘 함께 놀아주는 친구같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를 이끌어가야 하는 그들의 어깨가 오늘따라 굉장히 지쳐보이는 듯 하다.
어린 시절, 내 아빠는 무뚝뚝했으며 우리 남매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시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빠 모습이였다.
놀이공원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놀러나온 아이들을 보면 부러움과 질투어린 시샘으로 그들을 보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아빠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다. 철없던 나는 아영이처럼 아빠에게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영이의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철이 들면서 연민의 대상이 된 아빠,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더 많은 불만을 가졌을 거라는 걸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굽어버린 허리 속에서 가족을 위해 애써왔던 헌신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엘리펀트 데이 - 나뉨의 날’ 나에겐 쓸모없지만 다른 사람에겐 쓸모가 될 만한 물건을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영이는 아빠를 학교에 오라고 한다. 아영이의 엉뚱하고 당돌한 행동에 아빠는 당황했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진태는 아저씨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빠가 왜 쓸모없는 물건이야, 왜?"
"엄마가 그랬잖아.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엄마가 그랬다고 아빠를 교환하면 어떡해? 너에겐 아빠잖아. 아빠!"
"아빠 같은 거 필요 없어!"
(본문 22,23p)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틀어진 트레이닝복에 떡진 머리, 아랫도리를 벅벅 긁던 손으로 과자를 집어 먹는 태만은 백수다.
미용실을 하며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아영 엄마 지수는, 9년 동안 백수 생활을 하는 남편이 집안 일조차 도와주지 않아서 불만이 많다. 그런 불평을 들으며 자란 아영 역시 아빠에게 불만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태만은 진태와 게임을 하면서 신나게 놀아주었고, 진태는 아영의 아빠 태만을 좋아하게 된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하는 아빠를 좋다고 부러워하는 진태때문에 아영은 더욱 심통이 났다.

진태와 아영이 재활용 전문 매장인 ’아름다운 가게’를 지나갔다. 진태가 헌옷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아빠도 재활용됐음 좋겠다."
"재활용?"
"웅.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쓰이면 좋잖아."
(본문 40,41p)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의 손길이 피료하신 분. 형광등 갈기가 어렵거나, 못질을 못하거나, 아이들과 놀아줄 친구 같은 아빠가 필요하신 분.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본문 53p)

아영은 인터넷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내게 되고, 처음엔 화를 내던 태만은 아영의 도움으로 카페를 개설하여 본격적인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한다.
세상에는 아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태만을 알게 되고, 태만보다 나이가 많은 아버지가 되어 자식을 혼내기도하고, 자식이 된 아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딸의 출산을 지켜보고, 딸의 보디가드가 되었다가 아들을 잃은 진태 할머니의 아들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면서 진태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을 두고 집을 나갔던 어머니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었으며,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같은 색깔일 수 없듯이 표현 방법이 달랐다는 것을 태만은 조금 알 것 같았다. (본문 99p)

"아이들은 흰 도화지 같아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고. 귀엽다고오냐오냐 하는 게 사랑이 아냐.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이야길해야 바르게 사는 거라고!"

지수가 발끈했다. 순간 태만의 머릿속에 용민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날 혼내거나 때리지 않았네. 그렇다고 특별히 날 사랑한 적도 없지. 아버지에게 칭찬받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는데 단 한 번도 칭찬해주지 않았어. 아버지에게 난 거실에 놓인 장식장과 다를 게 없었지. 그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본문 147,148p)

태만은 성격이 다르고, 사는 방법도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와 사랑을 찾아가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의 가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자신에게 화를 내는 아영을 풀어주는 법도, 아영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빠이며, 아내 지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지 못한다. 

태만이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누구나 애를 낳을 수는 있지만 누구나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격 미달인지.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아버지란 존재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때문에 아빠 렌털 사업이 번창할수록 태만은 씁쓸했다. (본문 260p)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버려진 신생아들에 대한 끔찍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누구나 애를 낳을 수는 있지만 누구나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글에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태만은 아버지가 되어 딸을 출산과 갓 태어난 자식과 여자를 버리고 도망가는 남자를 지켜봐야했다. 많은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버지가 있고 없음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바른 길로 인도할 줄 아는 아버지, 가족의 어려운 일에 함께 할 줄 아는 아버지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아내와 자식을 때리는 아버지, 친딸을 몇 년씩 성폭행하는 아버지, 칭찬도 꾸짖음도 없이 무관심으로 대하는 아버지가 필요한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아버지가 우리는 필요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영이의 황당하고 엉뚱한 행동에 웃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이 ’가족’을 생각하고,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현 시대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은 슈퍼맨과 같다. 영화처럼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슈퍼맨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그리고 내 남편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그들은 비록 하늘을 날수는 없지만, 가족에겐 이미 최고로 멋진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유머와 따스함이 공존하는 소설,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권해본다. 가족을 이해하고, 가족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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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왕과 비밀의 나라 가야 박영규 선생님의 숨겨진 우리 역사 2
박영규 지음, 권송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수로황후였던 허황옥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가야에 대한 기록문화가 그다지 많지 않아, 가야의 건국 초기 모습은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나타나 수로왕 탄생설화와 수로왕후를 맞이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하네요. 허황옥에 대해 다루었던 역사 소설은 아유타의 어린 공주가 어떻게 가야에 오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상상력을 바탕을 한 이야기로서 가야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다 준 책이였습니다.

그 호기심에 재미있게 역사 읽기의 바람을 일으켰던 박영규 선생님의 역사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박영규 선생님의 숨겨진 우리 역사 시리즈인 <<김수로왕과 비밀의 나라 가야>>는 수로왕의 탄생 설화와 흥망성쇠에 대해 두 어린이의 모험을 통해서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답니다.

아리와 마루 쌍둥이 남매는 위대한 박사인 아빠와 한 성깔 아줌마인 엄마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 지식이 많은 강아지 쭈글이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가야로 가게 됩니다.

거북이 구(龜), 뜻 지(旨), 봉우리 봉(峰), 거북이의 뜻이 서린 봉우리란 의미를 담고 있는 구지봉을 일본인들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없애기 위해 거북이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에 도로를 내었습니다. 구지봉은 바로 김수로왕의 탄생 신화가 서린 곳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주몽, 박혁거세처럼 김수로왕 역시 황금 알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촌장의 우두머리였던 아도간이 가져 온 황금 알 여섯 개에서는 사내아이 여섯 명이 깨어났고, 백 일쯤 되었을 때는 장성한 어른이 되었으며, 그들 모두 키가 아홉 자나 되고 얼굴이 용 같으며, 눈썹에는 여덟 가지 빛깔이 났다고 합니다. 그중 맏이였던 사람이 ‘처음으로 나타났다’는 뜻의 수로였고, 수로가 왕위에 올라 나라 이름을 가야국이라 일컬었으며, 나머지 형제 다섯도 각자 왕위에 올라 여섯 개의 가야국이 건국되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읽었던 허황옥에 대한 역사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속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정확히 알고 싶었으나, 허황옥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수로황후를 맞이할 때도 수로왕은,

“나의 왕비는 내가 왕위에 오를 때 하늘이 보내 줄 것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시오. 이제 왕비가 올 날이 멀지 않았소.” (본문 49p)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유다국의 공주였던 당시 열여섯 살의 허황옥이 가야에 오게 되어 수로황후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유타’‘허황옥’ 그리고 ‘불교’라는 단서로 허황옥이 인도, 태국, 혹은 일본인 등의 여러 설이 나돌고 있으나, 허황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알 수는 없는 듯합니다.

왜국에 진출하여 많은 문물을 전해 주고, 새로운 땅을 개척하여 가야와 왜는 형제 국처럼 친한 사이가 되었으나, 가야와 왜국 사이에 백제가 개입하여 가야는 점점 약소해졌습니다.

어린이들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로 전쟁을 일으키고 가야와 왜국 사이에 백제가 개입하여 땅을 차지하는 역사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쌍둥이 남매 아리와 마루는 우리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질문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도록 하고 있답니다.  


떻게 그럴 수가! 백제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거네요?  


하지만 국가 사이엔 늘 그런 정복 전쟁이 있게 마련이란다. 가야가 백제에게 그런 야심을 품을 수 있도록 빌미를 준 것도 문제지. 가야는 백제처럼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데다, 가야의 백성들이 자꾸 구주로 이민가는 바람에 점점 국력이 약해졌어. 결국 가야엔 가야인의 수는 줄어들고, 백제와 왜국 사람들의 수는 늘어갔어. 심지어 백제와 왜국은 그곳에 있는 자기 백성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군대까지 머물게 했을 정도니까. (본문 99p) 





역사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수록한다고 해도, 역사적인 의의에 대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쌍둥이 남매의 질문과 아빠인 위대한 박사의 답변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가는 구성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듯싶어요.

건국한지 520년 만에 가야는 멸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야사는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데다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채, 여섯 개의 나라로 혹은 아홉 개의 나라가 되기도 하는 묘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는 느낌을 주곤 합니다.

어쩌면 520년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오천년 역사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김수로왕과 비밀의 나라 가야>>는 비록 역사 속에서 짧은 기록을 남긴 나라였지만, 가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와 가야의 비밀을 재미있게 수록하였습니다.

가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어내려 간 이 책을 통해서 가야국이 가지고 있던 의미를 보다 많이 알게 되었고, 더욱 흥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문답식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해주는 구성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재미있는 역사책 읽기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저자 박영규의 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역사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출처: ‘김수로왕과 비밀의 나라 가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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