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독특하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거나 혹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모여 하나의 소설로 만들어진 작품인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저자의 첫 장편 소설이라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 <여섯번째 꿈>으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단편인가 하여 다음편을 읽다보니 앞서 이야기와 만나는 접점이 생긴다. 앞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듯 하여 다시금 앞선 내용을 뒤적여보며 다시 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같은 듯 그러면서도 다른 듯한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책에 몰두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독특한 구성의 작품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선하면서도 난해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을 두고 ’장르와 경계를 무너뜨린 벼락처럼 찾아온 한국문학의 축복’이라 하고, ’한국소설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낯설고 진귀한 물건’이 될 거라고 했는가보다. 

’실버해머’ 카페의 운영자인 ’악마’로부터 초대를 받은 여섯 명이 산장에 모여 주인장을 기다리며 서로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늦은 시간까지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다 산장에 있는 여섯 개의 방에 각자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닉네임 ’한니발’을 시작으로 한 명씩 살해되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떨게 된다. 꿈 속에 나타난 검은 가면을 쓴 사람이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다음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악마를 기다리며 나누었던 연쇄살인범의 대한 이야기처럼 죽어가는 이들...게임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실버 해머’의 일원으로 여기에 모이게 됐습니다. 놈은 ’실버 해머’의 주인이고, 힌트가 있다면 그곳에 숨겨뒀겠죠. 우리가 아는 지식을 동원해봅시다. 지금까지의 형태로 봤을 때 악마라는 놈은 철저한 조직적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직적 연쇄살인범은 일정한 기준과 목적을 먼저 세우고 거기에 맞춰 희상자를 선택하는 게 특징이죠." (본문 41p)

밀실 살인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은 자들은 게임의 단서를 풀기 위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지만, 그들을 하나로 이어줄 연결점은 찾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민규는 사람들이 꿈 속에서 보았다는 검은 가면을 보았다. 민규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게임은 정말 끝난 것일까? 굉장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여섯번 째의 꿈>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복수의 공식><π><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앞선 <여섯번 째의 꿈>에서 파생된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단서를 풀기 위해 각자에 대해 알아가려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후속편으로 보여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면 여기서 악마가 만들어놓은 실마리를 우리는 풀어내야 하는 것인가보다. 이들은 서로를 모르는 듯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를 되짚어보면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고 마지막에 <여섯번 째의 꿈>을 읽었다면 이 정도로 책에 몰두하지 못했으리라. 단편이라 생각했던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묶여지면서 독특한 구성을 가진 깜짝 놀랄만한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조금은 난해한 느낌을 주고 있고, 그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읽어갈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찾아내었는지도 의문이고, 여전히 작가가 만들어놓은 미스터리한 미로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마법 같은 완벽한 미스터리!’라는 책 소개 문구가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눈에 들어온다. 정말 마법같은 작품 그래서 도저히 그 마법에서 풀려나지 않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단순한 미스터리소설이 아냐."
"그럼?"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소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그게 어떤 건데?"
"그게 바로...............그 소설의 핵심 미스터리야."
(본문 196p)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본문 내용 중에 실려있다. 이 소설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읽어보라고 권할 수 밖에...그의 독특함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듯 하다. 그의 전 작품인 <퀴르발 남작의 성>이 궁금해진다. 과연 이 책에서도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을까?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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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기 싫어 - 정리 정돈 잘하기 바른 습관 그림책 5
이다영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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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바른 습관 그림책>>에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다섯 가지 주제들을 수록했습니다. 미운 4살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이맘때의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면서,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바른 습관을 잡아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그쳐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엄마 아빠의 생각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양육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이고, 또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주인공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의 모습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은 어린이들이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엄마 아빠에게 양육 지침을 일러줍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바른 양육을 함으로써 서로 신뢰를 통해서 올바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5권 <정리하기 싫어>는 즐겁게 정리 정돈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우리집은 이 방 저 방 할 것없이 아이의 장난감으로 늘 지저분합니다.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놀이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헌데 열심히 놀고 열심히 어지른 아이는 치우는 것은 정말 싫어합니다. 처음에는 함께 치워주며 정리 정돈을 권유했고, 지금은 혼자 정리를 잘 하게 되었지만,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답니다. 이 그림책은 여우를 통해서 정리 정돈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고 있답니다.



숲 속에서 가장 유명한 멋쟁이 여유는 정리하는 건 무척 싫어합니다.
오늘은 오소리의 생일이라 거울 앞에서 한참 꾸미고 있어요. 여우는 오소리에게 줄 예쁜 카드과 꽃다발, 선물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생일잔치에 가려던 여우는 카드를 챙기지 못해 찾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러다 가방에서 카드를 찾았어요.
이번에는 꽃다발이 보이지 않네요. 다행이 옷 밑에서 찾았습니다.
그런데 선물 상자는 또 어디 있는걸까요? 아무리 여기저기 뒤져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떡해, 방이 지저분해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생일잔치에 늦을까 봐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그 때, 친구들이 여우를 찾아왔습니다. 친구들은 여우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방 정리를 해주었어요.



"다 같이 방을 정리하자! 그러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정리를 다 끝낸 방은 여우의 방에 쏙 들었어요. 선물 상자도 찾을 수 있었지요. 우리 집 작은 녀석도 매일 "엄마, oo 어디있어?"라며 장난감을 찾습니다. 장난감 정리를 하긴 하지만, 늘 제멋대로 담아두기 때문이죠. 이제 정리 정돈을 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정리 정돈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먼저 아이가 어지를 수 잇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의 수를 정하고, 장난감을 넣어 놓는 수납장을 마련하여 아이가 그 중 몇 가지만 골라 놀게 한다면 방 치우라고 아이를 혼내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격려와 칭찬은 아이를 자라게 합니다. 즐겁게 정리 정돈을 할 수 있게 아이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아이가 스스로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정리하기 싫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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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그랬어 - 거짓말 안 하기 바른 습관 그림책 4
조은희 그림, 김영미 글 / 시공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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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습관 그림책>>에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다섯 가지 주제들을 수록했습니다. 미운 4살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이맘때의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면서,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바른 습관을 잡아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그쳐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엄마 아빠의 생각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양육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이고, 또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주인공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의 모습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은 어린이들이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엄마 아빠에게 양육 지침을 일러줍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바른 양육을 함으로써 서로 신뢰를 통해서 올바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4권 <내가 안 그랬어>는 거짓말 하는 어린이들을 이끌어주고, 부모들의 양육 방법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혼이 나는 것이 두렵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토토는 엄마에게 혼이 날까봐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토토의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잘 표현되었어요.
토토는 동생 티티랑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다투기 시작했어요. 토토는 블록을 들고 도망가다 화분을 깨게 되었고, 토토는 혼날까 봐 동생 티티가 그랬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 순간 토토의 가슴이 콩당콩당 콩, 몸은 쑥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사탕을 한 개만 먹으려던 토토는 달콤한 사탕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 한 개만 더, 한 개만 더 하다보니 그만 한 봉지를 다 먹고 말았답니다. 토토는 이번에도 혼날까 봐 얼른 동생 티티가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죠. 엄마가 티티를 안아주자 토토는 아프다며 엄마에게 달려듭니다. 아빠는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왔지만 토토는 아파서 먹지 못했어요. 토토는 엄마 아빠에게 솔직히 말했더니, 그동안 작아졌던 몸이 훌쩍 다시 커진 기분이었죠.



아이가 뻔한 거짓말을 할 때는 심한 말로 상처를 주는 대신 아이 스스로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도록 두면서 우선 속아주고,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야단을 맞더라도 아빠 엄마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 그 속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몸이 작아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토토를 보면서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하면 어떤 마음이 들지 알게 됩니다. 솔직히 털어놓았을 때 부모님의 반응을 보면서 정직함의 중요성도 알게 되죠. <내가 안 그랬어>는 토토를 통해서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거짓말을 하고 난 뒤에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옳은지를 깨닫도록 이끌어주고 있답니다.

(사진출처: ’내가 안 그랬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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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가 고를 거야 미래의 고전 25
김해우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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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믿음과 사랑이 가장 강한 울타리가 아닌가 싶다. 나를 제일 먼저 응원하고, 믿어주고 평생 사랑해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가족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사회가 많이 변화하면서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에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다양한 문제도 발생되고 있다. 편견을 이겨내고 불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가족의 해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몇 해전,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혼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다. 이혼으로 인해 서로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고아원에 아이를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를 기른다고 해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이혼으로 인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이들은 가장 믿고 의지했던 울타리가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떠안게 되지만, 부모로부터의 버림이라는 또 한번의 상처를 받는다. 
주인공 은지는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사랑, 약속, 믿음이 깨지는 것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이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부모로부터 받은 배신감은 은지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엄마는 언니와 은지를 보듬고, 키우기 위해 분식집을 하며 노력하지만 맹세하고, 믿었던 사랑이 깨어지는 것을 보게 된 은지가 받은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이혼이 재혼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또 한번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믿음이 깨어진 아이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새엄마, 새아빠의 자리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또 다른 배신을 보게 되지않을까, 혹은 자신이 문제가 되지 않을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한부모가정의 아이들로 재혼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새엄마를 얻게 된 미혜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새엄마의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로 새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준구는 기름기 잘잘 흐르는 머리와 손톱 밑에 까맣게 낀 때, 구멍 난 양말을 신는 그야말로 꾀죄죄한 아이로 아빠의 재혼에 대해서 담담한 편이다.
반면 창민 오빠는 아빠와 단둘이 살지만 공부도 잘하고 친절하지만, 아빠의 재혼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은지는 아빠의 배신으로 이혼을 하게 된 엄마가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잘생긴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엄마가 은지 눈에는 철이 덜든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 엄마가 꾀죄죄한 준구 아빠와 연애를 한다고 하니, 은지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하여 은지는 창민 오빠의 아빠가 쿠키와 케이크도 잘 만들고, 아들에게 다정다감하며 기타도 잘 치는 것을 보며 새아빠감으로서 안성맞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엄마와 아저씨가 결혼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짠다.

자신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랑만 믿고 결혼하려는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의 의견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좋은 아빠를 선택하려했던 은지의 노력은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엄마와 아저씨에게 단단히 약속을 받아냈지만, 또 한번의 배신을 당한 셈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은지는 또 한번의 아픔을 겪게 되었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은지는 엄마의 결혼 상대가 자신의 새아빠가 되기때문에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새아빠감을 고르겠다는 것은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한 표현이기에 옳다는 생각이 들지만, 은지의 엄마가 그랬듯이 은지 역시 엄마에 대한 생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실수를 범했다.
가족이란, 누군가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너무 상투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족을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대화’이다. 
대화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진리인 셈이다.

은지는 이제 당당하게 일어섰다. 바다처럼 변치 않는 사랑과 믿음이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겠다는 용기도 생겼다.

사랑 따위 필요 없다면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을 거다. 용감한 여전사가 되어 왕자님을 찾아 나설 거다.
내 안에, 바다가 있다! (본문 152p)

비록 은지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은지는 사랑과 믿음을 알게 되었다. 은지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이 짠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은지를 통해서 배워가는 가족, 사랑, 믿음 그리고 대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이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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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푸른도서관 43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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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하게 하는 진한 감동이 책을 읽은 후에도 짙게 남아있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달리, 아버지는 항상 무뚝뚝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내색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끔찍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 커가는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크고 작은 마칠로 인해 그 사랑을 미처 느끼지 못하지만, 철이 든 후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책을 읽는동안 친정 아버지를 떠올렸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제대로 건네주지 않으셨던 아버지였지만,  나이가 든 후에야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진한 사랑을 연수가 깨달아가는 과정이 공감을 일으키면서 내게 벅찬 감동으로 전해졌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에 맡겨진 연수는 자신을 찾으러 올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끝내 아버지는 오지 않았고, 연수는 고아원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자신을 후원해주는 위탁가정에서 3년을 지내게 되었지만, 연수는 행방불명이라는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온전한 입양아가 아닌, 동거인으로서 살아가야만 했다.
연수는 해외 여행에서 온전한 입양아가 아닌 탓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연수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동생 수아는 엄마를 재촉하고, 엄마는 수아 채근에 못 이겨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아니요, 동거인이거든요, 법적 대리인은........" (본문 8p)
자신이 있는 앞에서 버젓이 통화를 하는 엄마, 엄마를 채근하는 수아가 연수는 못마땅하다.
순간 너무 비참해진 연수는 자신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아버지, 자신을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아버지를 찾아 친권포기각서를 받아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어린시절 가족이 함께였던 예전 동네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연수는 어린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냈다. 엄마가 죽고 나자 아버지가 일하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무서운 밤을 혼자 견뎌 내야했던 일,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같이 가자고 조르던 일이 떠올랐다.
몇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아버지와 처음으로 여행을 하고, 모처럼 자장면을 사 주었던 그날, ’행복원’이라고 쓰여진 건물 앞에  자신을 버리고 갔던 일까지. 곧 데리러 온다는 아버지는 하루가 열흘이 되고, 열흘이 모여 다시 1년이 되어도 데리러 오지 않았다.
연수는 예전 동네에서 아버지와 친하게 지냈던 김씨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엄마의 병원비로 막대한 빚을 지고 사채없자에게 쫓겨다녀야 했던 아버지의 불우했던 삶을 전해듣는다. 
하지만 연수는 빚이 많다고 해서 자식을 버렸던 아버지를, 사는 게 구덩이고 늪이라고 해서 자식을 버렸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 번도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연수의 묵혀두었던 감정을 터트렸다.

김씨 아저씨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만난 아줌마는 아버지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전해주었고, 치매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처음으로 만들어준 장난감 새를 꼬옥 쥐고 있는 아버지, 엄마와 연수 그리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찍었던 가족사진을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연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연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고아원에 맡기고 받아야 할 고통과 번뇌가 얼마나 컸음을 짐작하게 된다.

널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본문 175p)

연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새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4년 전 아빠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아빠가 연수를 후원하고 함께 살게 된 과정을 듣게되면서 연수는 불편했던 진실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연수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대신, "연수, 내 아들. 우리 아들, 연수 거란 말이야." 하며 장난감을 꼬옥 쥔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하고자 한다. 자신을 돌봐주는 후원자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했던 연수는 처음엔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두려웠다. 혹여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면 가족들이 자신을 밀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 연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면서 연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동거인이 아닌, 아들로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있으며, 비록 자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도 저렇게 마누라, 자식새끼가 있으니 살지. 그게 힘이지, 힘."
사는 힘. 손잡아 줄 사람. 마누라와 자식새끼. 아줌마  혼잣말이 사방 벽에 부딪혔다가 내게 날아왔다.
문득 아버지는 그동안 혼자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내가 혼자였듯 아버지도 혼자였을 테고, 내가 힘들었듯 아버지도 죽을 것처럼 힘들었을 텐데.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본문 143p)

저자 최유정은 민지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고 했다. 미혼모 쉼터에서 그들을 만나게 되면서, 저자는 민지에게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은 연수의 친구 명후처럼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제 안의 분노와 부끄러움을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연수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입양아, 가족, 정체성에 대한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저자는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기억조차 잃은 아버지가 어린시절 연수의 모습을 기억하고, 연수에게 만들어주었던 장난감 새와 가족 사진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 
연수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사랑이 얼마나 진하고 깊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남루하고 볼품없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연수에게는 오래전 든든했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연수를 지탱하게 해주리라.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 따뜻하고 가슴벅찬 감동이 내 가슴에 오랫동안 머물러 주기를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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