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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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캄보니아와 태국, 남아시아, 우간다, 유럽, 페루, 미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도의 실상에 대해서 낱낱히 저술하고 있는데, 이는 노예제도에서 구출된 사람들을 토대로 그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성매매와 노예문제에 대한 추악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 현대판 노예제도의 근절은 경찰이나 권력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리고 함께하기를 역설(力說)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믿고 의지했던 가족에 의해 팔려가게 된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였다. 극도의 가난과 무력 갈등, 급격한 산업화와 폭발적 인구 성장이라는 네 가지 요인이 사회 안정을 해치면서 성 노예 산업이 번창하게 되었다. 사회가 급변한 변화를 겪을 때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이렇게 힘없는 이들이었다. 부모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가난한 여성들, 사회의 무력 갈등으로 소외되버린 법적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 난민들, 일자리 부족과 식량 부족에 허덕여 어린 세대를 부양할 여력이 없어 가장 먼저 희생되어버린 어린 세대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인도 뭄바이 매음굴을 잠입 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었다.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가 현실에 대한 보고였다면, 이 책은 참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영국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량한 사람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로 이 소설은 외면하고자 하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함이다.

이 책은 쓰나미가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17살 아할리아와 동생 15살의 시타의 이야기와 워싱턴의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토머스 클라크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전개되는데, 두 소녀를 바라보는 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감동과 희망이 선보이고 있어 암울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쓰나미로 모든 가족을 잃고 순식간에 고아가 된 아할리아와 시타는 나오미 수녀가 있는 세인트메리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납치를 당하게 되고, 카마티루라(뭄바이의 사창가)로 팔려가게 된다. 매음굴의 빅마마인 수미라를 통해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욕정을 채우려는 남자들로부터 더럽혀진 아할리아는 매춘업소에 끌려온 지 한 주 반이 지나서도 아직 더렵혀지지 않은 동생을 지키는 요새가 되어 주기 위해 절망에 지지 않으려고 한다. 인도의 반인신매매 단체인 CASE에 의해 아할리아는 구출되지만, 시타는 나빈에게 운반책으로 팔려 가 헤로인을 넣은 콘돔 서른 알을 삼킨 채 파리로 간 후였다. 아할리아는 동생이 사라지게 된 것을 알게 되고, 동생을 찾으려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다. 반면 시타는 헤로인을 옮기는 일이 끝난 후 식당일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언니처럼 꿋꿋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시타는 탈출을 감행했다가 다시 잡히기도 하고,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다시 끌려가기도 하는 참혹한 상황에 부딪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에 처한 또다른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며 희망을 놓치 않는다.

 

로펌 변호사인 토머스는 딸의 죽음과 아내와의 별거, 직장 동료와의 불륜 등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회사의 권유로 잠시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는 아내 프리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인도로 가게 되고, 얼마 전 목격한 인신매매 사건을 계기로 CASE에 무료 법률 자문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성매매의 잠혹한 현실와 부패한 법체계에 환멸을 느끼던 그는 아할리아를 알게 되고, 동생 시타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렇게해서 시타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이 시작되고 긴장감 넘치는 긴 추격전 끝에 결국 시타를 찾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 아내 프리야의 마음을 돌리려는 로맨스도 소소하게 펼쳐진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을 읽다보면 포주와 인신매매법, 부패 공무원, 십자군 같은 변호사, 끊임없이 납치되어 혹사당하고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리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존재하는 지하세계, 인간의 잔혹함(본문 104p)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구하려는 CASE 대원들의 노력 속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수 천명이 나 되는 미성년자 매춘부 그러나 정작 구출한 이는 스무 명 정도 밖에 안될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가 마더 테레사에게 세상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죠. 마더 테레사가 뭐라고 답한 줄 아세요? '내 앞에 놓은 일을 하는 겁니다.' 여기 일이 바로 그래요. 학자들은 통계를 떠들어 대지만, 우리는 실상을 이야기하죠.' (본문 124p)

이것이 바로 잔혹한 세상을 구하는 방법일 것이며, 우리는 이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리라. 시타는 탈출을 감행하지만, 도와달라는 시타의 요청에 나쁜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트럭 아저씨는 시타를 구해주지 않았고, 다시 잡히게 된 시타는 또 다시 절망에 휩싸인다. 한줄기 희망마저 꺽어버리는 우리들의 안일함을 엿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 앞에 놓인 일을 하는 것,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악을 승리로 이끄는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긴장감에 가슴을 졸이며 읽은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것은 절망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이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갔던 두 소녀와 부패한 법체계에서도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CASE의 대원들이 보여준 희망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을 때 태양은 우리의 그늘에도 밝게 빛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 (본문 4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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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그놈 마음이 자라는 나무 34
세실리아 에우다베 지음, 성초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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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아이의 모습 속에서 간혹 내가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착하디 착했던 아이가 보여준 이면의 모습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그렇듯 그들의 내면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괴물이 있음을 경험탓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채 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외로운 존재인 괴물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고, 청소년들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괴물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어찌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외면받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괴물이지만, 그 괴물을 사라지게 할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춘기, 그놈>>은 사춘기 소년의 막막한 심정을 '괴물 같은 그놈'이라는 실체에 비유해 판타지 기법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저자는 멕시코에서 인기 많은 작가로 미국 북엑스코아메리카(BEA)에서 라틴 도서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며, 이 작품은 멕시코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하고 잇는 수작이라는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판타지 기법을 이용해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적 갈등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괴물이 자라게 된 배경이나 어른들의 잘못된 대처방법 등을 통해서 혼란스러운 그들에게 '제대로 된 소통'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공포를 불러일으킨 그놈은 거울 속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다가 방심한 틈을 타 내 마음속으로 파고 들었다. 내가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는 사이에 내 마음속 깊숙이로 스며들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주체하기 힘든 욕망으로 가득 채워 이상한 행동을 하도록 몰아세웠다. (본문 7p)

 

어느 날 아침, 파블로는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게 싫어 충동적으로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해, 아니 거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흩어진 거울 조각들에 비친 분노와 공포가 서린 자신의 얼굴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에 거울 속의 미로를 빠져 나와 현실 세계로 돌아온 파블로는 자신 바로 뒤, 사방으로 흩어진 거울 조각들 사이에서 창백한 혀로 자신의 피를 핥고 있는 그놈을 보았다. 뭔지 모를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왠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그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부모님은 그저 놀람과 슬픔으로 자신을 볼 뿐, 그놈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손을 치료해준 응급실 의사는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 듯 했지만, 정작 자신을 믿어주기보다는 설교만 늘어놓으며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척 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파블로가 거울 속에서 튀어나온 그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응급실 당직 의사가 아닌 바로 아빠였다.

하지만 그놈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아빠는 괴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금지 시킬 뿐이었고, 파블로는 집 안에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놈을 잡으려던 파블로는 마약 중독자라는 의심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성질을 잘 내는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도 원래 인기가 없기도 했지만 이 일로 친구들의 따돌림과 학교의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다. 더 이상 그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게 된 파블로는 스스로 그놈을 잡기 위해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놈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다 적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라지는지 세세하게 적어두면서 그놈을 자신의 생활에서 떼어 놓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는 모조리 긁어보았다. 하지만 학교 생활은 더욱 엉망진창이 되었고 결국 싸움에 휘말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파블로 일로 부모님은 계속 다투었으며, 오래전부터 모든 것이 아빠 마음대로였던 이 집에서 파블로는 집 전체가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그놈이 또다시 벌인 끔찍한 사건으로 파블로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자신을 믿어주는 덴치 박사를 만나게 된다. 청소년들이 겪는 장애 중에서 희귀한 사례를 연구하는 심리학 전문가인 덴치 박사는 파블로가 말하는 그놈에 대해 믿어주었고 그놈을 멀리 떼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기로 한다.

 

"넌 귀신에 들린 게 아니고, 그저 쫓기고 있을 뿐이야. 그놈은 너랑 놀고 있는 거지. 너무 외로워서 관심이 필요하거든.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한 거야. 녀석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네가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를 선택한 거고." (본문 67p)

 

이제 파블로는 덴티 박사의 조언에 따라 그놈을 쫓기 위해 노력한다. 앞선 내용에서 알 수 없었던 거울을 향해 주먹을 날리게 된 원인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의 갈등, 부모님의 다툼, 아웃사이더같은 학교 생활을 통해서 섬이 되어버린 외로웠던 파블로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거울 저편의 녀석들은 사악하진 않아. 다만 애착을 필요로 한다는 점, 또 너무나 외롭다는 점이 녀석들을 위험한 존재로 만들지. 아무도 녀석들을 봐 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고립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버려진 거나 마찬가지야....아무도 없으니 다른 존재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거지...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소통할 줄을 몰라. 그러니 녀석들을 미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른 척하는 편이 나아." (본문 108,109p)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놈의 정체가 드러나고 모두 파블로가 말한 그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비로소 파블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아빠는 여전히 파블로를 인정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그놈을 잡기 위해 그놈과 정면 대결을 하게 된 파블로는 결국 승리하고 만다. 비로소 그놈의 정체를 알게 된 아빠는 자책하고 혼란스러워했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가족을 연결해주는 끈이 되어주었다.

 

여기서 괴물은, 사춘기 소년의 외로움, 분노, 가족과 친구와의 소통의 부재 등을 대변하고 있다. 그놈이 나타났을 때 파블로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고 파블로는 더더욱 고립되었다. 스스로 헤어나오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그것마저도 무시되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괴물 즉 파블로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믿어주는 척 하지만 진심으로 다가와주지 않는 엄마, 강압적이며 파블로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았으며, 대화를 하고자 다가가지만 파블로를 외면하는 아빠, 대화하는 척 하지만 설교만 늘어놓는 의사로 인해 파블로는 더욱 외로워진다.

파블로가 처한 상황은 바로 현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소통의 부재와 자신들의 잣대로 평가하는 어른들 속에서 점점 고립되는 청소년들은 폭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문제 속에서 가장 필요한 해결 방법은 관심과 대화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른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알아내고 함께 풀어가자며 대화를 요구하지만, 사실 어른들은 '대화'가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응급실 의사처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척하지만 결국 설교만을 늘어놓고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덴티 박사는 그들과의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사춘기, 그놈>>은 사춘기 소년의 정신적 갈등을 섬세하게 다룸으로써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렇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괴물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안의 또 다른 모습인 괴물과 함께하고 있있으며, 죽을 때까지 그런 자신과 싸우면서 두 개로 나뉜 자아를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음에 혼란스러운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법에 아직 서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은 그런 자신을 뛰어넘으라고 강요한다. 자신들의 잣대로 그들을 보면서 그들을 평가하여 그들을 고립시킨다. 손을 잡아주는 척,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척,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파블로의 부모, 선생님, 의사 등을 통해서 어른들의 그릇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어른들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는 게다.

 

책을 덮은 뒤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힐링이 될 수 있을 법한 <<사춘기, 그놈>>에 대한 언론의 찬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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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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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이라 생각하고 읽다보니 어느새 성인소설의 느낌이 나는 스토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청소년소설의 한계가 더욱 넓어졌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는 청소년소설과 성인소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자하는 작가의 바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청소년을 막 벗어나 이제 성인이 된 이십 대의 독자들에게 혹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가진 청소년들에게 반가운 소식일지 싶다. 이금이 작가의 신작 출간 소식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유진과 유진>을 비롯해 최근에 읽은 <소희의 방><신기루>까지 사춘기 딸을 둔 엄마에게는 많은 생각을 이끌어주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 출간은 작가에 대한 신뢰 탓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다. 독자들의 이런 열망을 알기나 하듯 저자는 청소년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고, 그 변화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이게 되는데,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자신의 몫이다. 저자는 다음엔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 내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고 운명임을 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하고, 도망치고, 결과에 아파하고 후회하면서 자신 앞의 생과 마주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언젠가는 빛나는 순간이 있으며 그 시간은 자신이 만드는 것(작가의 말 中)임을 일깨우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23살이 된 지오에게 갑자기 온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 한방 썼던 석주는 4월 25일 오후 2시 경부선 추풍령역에서 기다리겠다며 꼭 와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다.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 자퇴한 후에 연락 한 번 나눈 적 없었던 터라 지오에게는 스팸 취급이 당연할 만큼 어이없는 메일이었지만, 여자친구인 해수와의 결별과 대학 휴학으로 인해 마음이 복잡한 지오는 석주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이제 이야기는 지오가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동안 과거와 조우하는 장면과 5년 전 석주가 태명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간이 중첩적으로 펼쳐지면서 선택과 갈등, 책임 등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캐나다 유학을 하던 지오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에게 돌아오지만, 강압적인 아버지에 의해 지방의 기숙학교인 태명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 아들의 미래를 결정지으려는 변변한 운동화 한 켤레 없이 자기 구간을 1등으로 완주한 계주 선수같은 아버지와의 벽 사이에서 방황하며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자처하는 지오와 엄마의 보호 속에서 뱀대가리 작전으로 전교 1등으로 태명고에 입학하게 된 석주의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졌고, 두 사람은 태명고에 어떻게 들어왔나 싶게 무식한 근석과 태평고에 어울리지 않게 만사태평한 한결과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집에 가는 주였지만, 모의고사 성격이 좋지 않았던 석주는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아빠와 데면데면한 지오 역시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고, 그 여행으로 은설이라는 여학생을 알게 된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은설은 엄마의 전략대로 살아오던 석주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나빠진 성적, 재수, 그리고 뜻하지 않은 은설의 임신은 자신의 선택없이 엄마에게 고분고분했던 석주에게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알아가게 한다.

한편, 추풍령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석주는 그동안 잊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의 이혼, 조기유학에서 느낀 패배감, 미래를 결정지으려는 강압적인 아버지, 그로인해 아웃사이더로 살아갔던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렇게 서로 다른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만나게 된 석주를 보면서 지오는 이른 봄 얼음이 깨질 때의 냇가로 자신을 데려다 놓는다.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서의 옳은 선택은 그의 삶을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가에 있어 보마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 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제.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 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라.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빛나는 긴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 카믄 일단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기라.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지 싶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겄나. 사는 기 평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다." (본문 303,304p)

 

지오와 석주는 우연찮게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은설과 만나는 우연을 함께 공유한 사이지만, 그 후로는 각자 다른 선택을 통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지오의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로, 석주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는데 두 아이야기가 서로 중첩적으로 구성되면서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다. 지오와 석주의 삶 뒤에는 강압적인 지오의 아버지와 아들의 삶을 대신 살아가려는 석주의 어머니가 있었다. 반면 은설의 아버지는 이들 부모와 달리 어떤 상황에서도 딸의 선택을 믿어주고 울타리가 되어주려고 했다. 석주나 지오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의 그릇된 모습을 보게 되고, 은설의 아버지를 통해서 부모인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었다. 

 

수많은 선택 앞에 놓여진 아이들, 현실이 비록 지난 선택에서 오는 지리멸렬 같은 삶일지라도 앞으로 선택으로 인해 반드시 빛나는 날이 오게 된다. 비록 결론에서 석주와 지오의 모습이 희망이나 빛나는 미래 등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용기있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석주의 모습에서 우리는 분명 스스로의 선택이 지리멸렬한 삶과 다른 빛나는 순간을 보여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은 내 삶이 힘겨울 때가 있다. 그러나 이들을 보면서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의 지리멸렬 같은 삶을 지속하기보다는 석주처럼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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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 -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찰떡.떡케이크 66가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9
강숙향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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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생일날, 제삿날, 사업의 번창 등에 우리는 떡을 준비했다. 그 떡에는 아이의 돌을 맞이하여 준비하는 돌떡은 아이의 무사함과 건강을 기원하고, 수험생을 위하여 준비한 찹살떡엔 합격을 기원하고, 어르신들의 생신 잔칫상에 오른 덕은 부모의 수복강녕을 기원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돌리는 떡은 사업의 번창을 기원(머리말 中)하는 의미가 담겨져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떡보다는 빵을 선호하게 되고, 건강과 무사함의 의미를 담은 떡 대신에 화려하고 예쁜 케이크가 놓여지게 되었다. 이로인해 떡 문화가 조금씩 사라지는 듯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떡을 찾는다. 식사대용을 위한 포장용 떡이나 생일을 위한 떡 케이크 등이 판매되면서 건강에 좋은 떡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다.



빵에 익숙한 아이들임에도 떡을 워낙 좋아하는 탓에 떡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도 집에서 떡을 만들어 줄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데, 부엌일에 서툰 초보 주부도 손쉽게 떡을 만들 수 있다는 이 책을 보고서야 집에서도 떡을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핑계로 간식은 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자, 빵으로 대신하곤 했는데, 주말만이라도 맛과 영양까지 고루 챙긴 엄마 손으로 직접 만든 떡을 준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얼른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면서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떡 사진을 보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했는데 차근차근 책을 살펴보니 레시피가 그리 복잡해보이지 않아서 갑자기 의욕이 충만해졌다.



PART 01 에서는 떡의 기본인 백설기, 맛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흑임자편, 한여름에도 잘 쉬지 않는 증편,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은 절편, 풍부한 비타민으로 몸에 활력을 주는 쑥설기,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을 위한 백복령편, 달걀 모양의 함경도 지방 토속떡인 닭알떡, 오메가 3가 풍부한 아마씨를 넣어 만든 아마씨유 설기 등 19가지의 폭신폭신 부드러운 메떡이 소개되어 있다.



PART 02 에서는 피부미용에 좋은 호박과 인절미로 만든 호박인절미, 수험생을 위한 찹쌀떡, 색색이 맛이 다른 삼색경단, 달콤함 호박 향이 좋은 영양떡인 쇠머리떡, 잡귀를 쫓아 액운을 막아주는 팥시루떡, 든든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좋은 흑미모듬백이, 아이들의 입맛을 확 사로잡을 간식인 참쌉떡 쿠기 등 24가지의 쫄깃쫄깃 쫀득한 찰떡을 수록했다.



PART 03 에서는 특별한 날 마음을 전하는 떡케이크 10 종류를 담았는데, 섬유소가 가득한 당근을 넣어 만든 당근떡케이크, 통통한 밤초로 장식한 영양만점 꿀밤떡케이크, 아이들 돌잔치 상차림을 위한 팥설기케이크, 어른 생신에 선물하기 좋은 대추떡케이크, 새콤달콤한 과일 떡케이크인 망고사과떡케이크 등 먹기엔 너무 아까운 예쁜 케이크들이 가득하다.



PART 04 에서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한고와 음청류가 소개되었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올리브오일과 로즈마리가 듬뿍담긴 개성약과, 아이들 간식으로 좋은 고구마호두강정, 취위를 이기게 해주는 생강과 계피로 만든 수정과, 천연 비타민C가 가득한 유자차, 마무리 디저트로 훌륭한 와인배숙, 감기예방에 효과적인 구기자차 등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 찰떡, 떡케이크 등 66가지의 레시피는 특별한 재능 없이 쉽게 떡을 만들 수 있도록 소개되었는데, 단계마다 알려주는 스페셜 팁이 있어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도 떡 만들때 필요한 기구와 도구, 떡을 멋스럽게 해주는 고명의 종류와 만들기, 쌀가루에 색과 맛을 내주는 재료, 쌀가루와 고물 만드는 법과 시럽 만드는 법 그리고 떡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기본 사항까지 차근차근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절기에는 5시간 정도, 동절기에는 7시간 정도 불리는 것이 좋고, 쌀가루의 적절한 수분 함량을 판단하는 방법은 쌀가루를 가볍게 쥐었다가 살짝 던졌을 때 부서지지 않을 정도면 알맞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보다 쌀가루 반죽이 어렵다는 느낀 적이 있었는데, 쉽게 설명해 준 탓에 도움이 된 듯 싶다.



생소한 떡을 접하는 기회도 되었고, 직장 생활로 소홀한 탓에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엄마표 떡으로 만회할 수 있을 듯 싶다. 가래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초간단한 떡강정을 해주면 좋아할 듯 싶다. 노릇노릇 구워진 가래떡에 호두와 건포도를 넣고 호박조청으로 버무리면 아이들의 영향과 간식으로 안성맞춤이겠다. 아이들 생일에는 단호박떡케이크면 어떨까?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망고사과떡케이크도 좋아할 거 같다. 짐작한 것보다 더 간단한 레시피를 보면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완성된 떡에 예쁘게 옷을 입히는 포장법도 소개하고 있어 정성과 마음을 담뿍 담은 선물로도 활용 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실생활 활용만점!의 착한책이다.

(사진출처: '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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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스갱 아저씨의 염소 파랑새 그림책 95
알퐁스 도데 글, 에릭 바튀 그림, 강희진 옮김 / 파랑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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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그림을 보니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의 에릭 바튀이네요. 에릭 바튀는 볼로냐 작가상, BIB대상, 국제어린이문학회 옥토곤상을 수상한 <에릭 바튀의 철학그림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바 있습니다.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삽화와 다양한 생각을 돕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지요. 이번에 프랑스 문학의 대표 작가 알퐁스 도데의 <<스갱 아저씨의 염소>>로 다시 에릭 바튀의 그림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습니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색체가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주어 작품의 의미를 더욱 잘 드러내 준 듯 합니다.



이 작품은, 파리에 있는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글로 시작이 됩니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고, 좋은 대학과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지요. 당연히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꿈만을 쫓을 경우 일어나는 어려움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글쟁이, 그림쟁이 등이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겝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상과 현실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요.



어린이가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파리에 있는 유명한 신문사 기자 자리를 거절하고 10년 넘게 시 쓰기에만 매달린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네요. 깡마르고 창백한, 구멍 뚫은 셔츠와 닳아빠진 바지는 아저씨의 모습입니다. 기자가 된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고급 음식점에서 값비싼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연극을 보러 갈 때도 멋진 옷을 입고 폼 잡을 수 있는데, 아저씨는 왜 마음 내키는 대로 제멋대로 살고 있냐고 묻고 있네요. 아이는 아저씨의 마음을 돌리고자 <<스갱 아저씨의 염소>>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림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갱 아저씨는 여섯 마리 염소를 길렀지만, 모든 염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줄을 끊고 산으로 달아났고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혔지요. 스갱 아저씨가 염소들을 아무리 정성껏 보살피고, 산속에 있는 늑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도 염소들은 기어이 산으로 도망가 버렸답니다. 두 번 다시 염소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아저씨였지만 또 일곱 번째 염소를 사 왔습니다. 온순한 두 눈과 멋진 수염, 반지르를 윤이 나는 발굽과 작고 단단한 뿔을 가졌으며, 보드랍고 풍성한 새하얀 털을 가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염소였지요. 아저씨는 '블랑께뜨'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블랑께뜨가 답답하지 않도록 경치 좋은 곳에 말뚝을 박고 목에 긴 줄을 매 주었어요.



하지만,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싱싱한 풀과 예쁜 꽃 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결국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에게 산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요. 아저씨는 늑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블랑께뜨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아저씨는 블랑께뜨를 외양간에 꼭꼭 가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양간 창문을 닫지 않은 탓에 블랑께뜨는 산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블랑께뜨는 정말 즐거웠어요.
목에 잠긴 줄도 없었고요,
블랑께뜨를 묶어 놓을 말뚝도 없었지요. (본문 中)


야생 꽃이 잔뜩 피어 있는 산은 매혹적이었고 블랑께뜨는 행복했습니다. 풀숲에서 마음껏 뒹굴었고, 산속을 뛰어다녔지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요. 언덕 아래 보이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너무 작게 보이는 탓에 자신이 이 세상만큼 커졌다는 생각에 우쭐해졌습니다. 야생 영양 무리를 만나 검은 영양과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찾아온 저녁, 블랑께뜨는 숲 속에서 섬뜩한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바로 스갱 아저씨가 말했던 늑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게 울부짖는 늑대, 나팔을 불며 자신을 애타게 찾는 스갱 아저씨의 목소리 사이에서 블랑께뜨는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다시 줄에 묶이고 울타리 안에 갇힐 바에야 무서운 늑대가 있는 산이 더 나아보였어요. 블랑께뜨는 온 힘을 다해 끝까지 늑대와 싸워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늑대에게 용감하게 덤벼들었지요.
그러나 블랑께뜨는 아름다운 새하얀 털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아저씨, 제 이야기 잘 들으셨죠?
아침이 되자 늑대가 기어이 염소를 잡아먹었다고요! (본문 中)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지만 결국 잡아먹혔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산에서의 자유가 끝났지요. 자신을 찾는 아저씨에게 돌아갔다면 블랑께뜨는 죽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왜, 블랑께뜨는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스갱 아저씨의 염소>>는 어른이 읽기에도 참 심오한 작품입니다. 꿈과 현실, 자유와 억압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 하지요. 꿈을 찾고, 자유를 찾은 시인 아저씨와 블랑께뜨의 현실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가난과 죽음뿐이었지요.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억압된 삶을 사는 것은 과연 행복할까요? 죽음을 맞이했지만 블랑께뜨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가지의 선택에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우리 교육현실은 아이들이 하고싶은 꿈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블랑께뜨처럼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라도 꿈을 찾기를 바라지만,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음에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겠지요.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 그림책은 이렇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만약 우리가 블랑께뜨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사진출처: '스갱 아저씨의 염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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