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니 할배 파랑새 사과문고 74
권오단 지음, 김재홍 그림 / 파랑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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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도, 이야기도 너무도 마음에 드는 책을 알게 되었다. 서포 김만중과 소년 유복이의 만남을 담은 이 책은, 역사적 사실 속에 창작을 가미하여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김만중에 대해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소년이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되고 꿈을 꾸게 되는 과정이 잘 버무려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또한 머리카락, 주름, 나뭇잎 하나하나까지 사실적으로 그려진 삽화는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노자니 할배>>는 김만중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만중은 이곳에서 '노자니 할배'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노자니 할배는 놀고먹는 할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무렵 김만중은 <서포만필>과 <사씨남정기>를 집필하고 있었던 듯 싶은데, 김만중은 한글을 천시하던 시대에 한글의 우수함을 이야기로 증명해 낸 사람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김만중의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난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폐가에 머물게 된 노자니 할배, 주인공 유복이는 샘터에 물을 구하러 갔다가 노자니 할배를 만나게 된다. 열두 살인 유복이는 유복자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아빠는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바람나서 할머니한테 쫓겨났다고 한다. 유복이는 할머니가 엄마를 못살게 굴어서 엄마가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할머니를 미워한다. 한양에 살고 있는 엄마가 보고 싶은 유복이는 산정에 올랐다가 다시금 노자니 할배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말동무가 된다. 노자니 할배는 유복이에게 유복자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할머니에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가 불쌍해서 독한 마음을 먹고 모질게 대했던 그때의 심정을 유복에게 전한다. 그러나 유복은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 아들을 모두 바다에서 잃은 할머니는 유복이가 어부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대신 봉수처럼 노를 깍는 목공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유복은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노자니 할배를 찾는다. 노자니 할배는 유복이에게 글을 알아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음을 일깨우며, 유복이에게 세종 대왕께서 만든 우리글인 언문을 가르친다.


"문자라는 것은 본래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중국의 한자는 창힐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몇 만자나 되는 글자를 일일이 외워야 하기 때문에 배우기는 어렵고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란다. 하지만 언문은 이와는 다르단다. 언문은 훈민정음이라 하여 세종 대왕께서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만든 글자란다. 자음과 모음의 숫자도 몇 되지 않아 배우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쉽지. 자음과 모음을 합치면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을 기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본문 57,58p)


유복은 그렇게 노자니 할배로부터 글을 배우게 되지만, 노자니 할배의 감시는 더욱 심해져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여의치가 않아진다. 노자니 할배는 유복이 글을 배우려는 정성이 갸륵하여 <구운몽>책을 선물하고 유복은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꿈을 꾸게 된다. 노자니 할배는 유복에게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라고 적힌 쪽지를 주며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 공부의 즐거움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또한 '철저성침'에 얽히 이야기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음을 일깨워준다. 노자니 할배는 무엇이나 제각각 맡은 몫이 있다고 하셨고, 유복은 필사쟁이를 꿈꾼다. 모친의 죽음으로 슬퍼하던 노자니 할배는 유복에게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유복은 철저성침으로 노력하게 된다. 첫 필사일로 쌀 다섯 말을 받게 된 유복은 노자니 할배의 약을 사지만 모친의 죽음으로 상심하던 노자니 할배가 결국 돌아가시게 된다. 노자니 할배는 돌아가시기 직전 유복에게 책상 위에 있는 종이뭉치를 건넨다. 그 종이뭉치는 <사씨남정기>라는 이야기책이었다.


왕비의 명으로 유복에게 있던 노자니 할배가 준 모든 책이 불타게 되고, 유복이가 필사일을 하던 서점의 책 마저 모두 불타게 되자 유복을 책을 구하러 한양길에 오른다. 모든 책이 불탔지만 할머니의 지혜로 무사했던 <사씨남정기>를 들고 한양에 가게 된 유복은 노자니 할배가 마지막에 책을 건네며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노자니 할배의 이야기는 후에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양에서 멀리서 엄마를 보게 된 유복은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제 유복은 필사하는 틈틈이 각지의 전설이나 소문을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노자니 할배의 말씀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문자로 기록될 때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도 만들 것이다.


궁녀들 사이에 <사씨남정기>가 퍼졌고 결국 임금님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임금님은 <사씨남정기>를 보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폐비는 복위되었고 새 왕비는 희빈으로 강등되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도를 누리던 장희재도 큰 벌을 받았다....노자니 할배의 바람처럼 <사씨남정기>는 세상을 바꾸었다. 나는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또한 그것이 내 인생을 또 바꾸었다. (본문 195p)


<<노자니 할배>>는 서포 김만중과 만나게 된 소년 유복이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고, 이야기를 통해 꿈을 꾸고 세상이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의 힘을 알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유복을 이끌어 준 노자니 할배 즉, 서포 김만중이 보여주는 우리말의 우수성, 이야기의 힘, 가족의 의미를 잘 일깨워준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성장하는 유복의 모습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탄탄한 구성력과 멋진 삽화로 구성된 <<노자니 할배>>는 이 책에서 표현하듯 이야기가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은 배우는 즐거움이 무엇이며, 배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배움을 통해 유복처럼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유익한 이야기들은 우리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 주리라.

(사진출처: '노자니 할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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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0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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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로보 거론될 만큼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상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면의 묘사가 압권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제나가 느꼈을 상실, 그로 인한 고통과 혼돈 그리고 그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인기그룹이었던 클론의 멤버인 강원래는 교통사고로 당하게 되고 장애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는 교통사고 후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방송활동에 재기에 성공하여 휠체어댄스를 선보이며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보였다. 절망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제나를 통해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리라.

 

어디 좀 갔다가 돌아와 보니 엄마가 없어졌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부디 내 탓은 하지 마시길. (본문 11p)

 

엄마와 함께 허디슨 강 파탄지 다리를 건너던 제나는 앞 도로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하고(아마도) 핸들을 움켜 잡았는데(아마도), 그 뒤 자동차가 날개를 뻗더니 날아오르게 된다. 제나는 머리 외상, 뇌부종, 기억 상실, 안명 열상, 늑골 골절 진단을 받고 집중 치료실에서 깨어났지만 엄마는 없었다. 제나는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느꼈고, 엄마가 자신을 두고 다른 이들과 떠나가고 있는데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음에 절망한다. 제나는 이모, 아빠의 목소리를 듣지만 파란 나라에 머물고만 싶다. 파란 나라에서는 행복하고 평화롭게 슬슬 떠다니면 됐다. 파란 나라에서는 모든 게 참 쉬웠다. 제나에게 사고 전은 잃어버린 옛 삶일 뿐이었고, 그 다리 저 편에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사고 경위에 대해 묻지만 제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목격자가 없으므로 제나는 함구하고싶다. 그들은 파편 속에서 생물체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거기에는 아기 사슴도, 개도, 기러기도 없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없었다. 제나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럼 아무도 알지 못할 테니 말이다.

 

제나는 파란 나라에서 날개를 쫙 펴고 날았고, 깃털처럼 가볍게 떠다녔다. 그러나, 그 파란 나라가 고통 완화제인 아편계 약물 중 하나인 데메롤에 의한 약효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엄마와 제나가 함께 있을 수 있는 파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파란 나라에서는 자신이 숨을 곳이 있었지만, 데메롤을 끊으면서 제나가 숨을 곳은 없었다.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새로운 가족과 살고 있는 아빠와 살고 싶지 않은 제나는 퇴원 후 이모네 가족과 함께 살기로 한다. 사고 후 세상은 모든 게 변해 있었다.

 

사고 후에 나는 다짐했다. 상처는 비밀에 부치리라.

그리고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리라.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본문 71p)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제나는 이모부의 옥시콘틴을 훔치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간직한다. 친구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옥시콘틴으로 트리나 홀랜드와 친구가 되고, 제나의 삶은 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유일한 친구라 여겼던 트리나로 인해 제나는 술, 마약, 남자로 자신의 삶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거부한 제나는 트리나가 좋아하는 크로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크로우의 도움으로 사고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그만 떠나보내, 제나."

"떠나보내라니, 뭘?"

"두려움."

"그건 떠나가지 않아.........달라붙어 있거든........"

"네 자신을 비워, 빛처럼. 두려움을 떠나보내. 붙들어 두지 말고." (본문 301p)

 

제나는 사고 당시의 상황이 그 당시 보았던 것보다 더 또렷하게 보인다. 그 다리 위에 뭔가 있었다는 것, 상상해 낸 것이 아니었다는 것, 엄마도 알고 있었을 것에 대한 안도감에 제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이 울어버린다. 이제 제나는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살고 싶어요, 엄마.

살고 싶어요, 영원히! (본문 314p)

 

이제 제나는 옛날의 삶에서 그랬듯 달린다. 새로 사귄 육상부 주장과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로우도 제나처럼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겨냈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얻은 해답으로 제나를 이끌어 준다. 이야기 속에 제나의 독백은 상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제나의 심리묘사가 정말 압권이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파란 나라에서 머물고 싶은 제나가 그 고통스러운 시간과 대면하는 장면은 너무도 인상적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상처와 조우하는 것이라 했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제나처럼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 장면으로 어두운 터널이 끝나고 빛이 보이듯 환해졌다.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절망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다고 했다. 절망은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고통에서 이겨내고 스스로 답을 찾았던 크로우, 제나가 다시 날아오르듯이 말이다.

이렇듯 상실의 아픔과 치유에 대한 기록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는 제나를 통해 독자들에게 힐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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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파랑새 그림책 97
이원수 글,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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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가 있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바로 <<고향의 봄>>입니다. 이 노래는 이원수 작가의 작품에 1927년 홍난파가 곡을 붙여 동요로 발표되었다고 하지요.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어른이 되어 이 노래를 부르자니 아련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란 저는 고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들로, 산으로, 냇가로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지요.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저도 어린시절에 꽃들이 만발한 산(아차산)에서 산딸기를 따 먹고, 산에 흐르는 개울가에서 가재를 잡고, 아이들과 물장구를 하던 기억이 있더군요. 저는 제가 어린시절 자란 이 곳에서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30년 전의 이곳은 지금 이곳의 모습과 많이 다릅니다. 개울가는 콘크리트로 덮여졌고,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던 그 많던 산딸기는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똑딱똑딱 시계소리에 맞춰 앞만 보고 살다보니, 그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잊고 있었네요. 돌이켜보니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을 읽으면서 그리운 어린시절과 30년 전 내가 살았던 이 동네의 모습을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처음 이 책의 표지삽화를 보고 바로 한 눈에 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화풍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접해보게 된 책 속 삽화들은 글과 함께 저에게 어린시절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담겨진 삽화는 명화와 같은 느낌으로 보는 즐거움을 만끽시켜주었지요. 저는 그렇게 이원수 작가의 글과 김동성 그림 작가의 삽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지요.



동요가 흥얼흥얼 불러집니다. 한 페이지에는 한 소절과 그 소절에 어울리는 한 폭의 멋진 삽화가 담겨져 있습니다. 꽃피는 산골은 모습은 여유로움과 소박함이 묻어나네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는 인간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분홍빛으로 가득합니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웃, 친구들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어린시절의 추억 속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까까머리의 소년, 단발머리의 소녀의 모습은 어린시절 친구를 연상케 합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네요.
꽃피는 산골을 연상케하는 마디 마디 아름다운 글귀에 초록, 분홍, 노랑 등 자연의 빛깔이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정말 그 시절,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지네요.



나이가 들어 어린시절의 동네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뒷모습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괜시리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면서 코끝이 찡해지네요. 어린시절에는 몰랐는데, 이 노래가 이렇게 아련함을 느끼게 했었군요.



<<고향의 봄>>은 어른인 저에게는 이렇게 어린시절의 추억, 고향에 대한 아련함을 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겠지요? 자극적인 색감에서 벗어나 자연의 느낌을 살린 삽화에서 아이들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시간이기도 하겠네요.
아름다운 노랫말, 아름다운 삽화로 엄마인 저도, 아이도 함께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사진출처: '고향의 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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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꼬마 디자이너 - 보고 이해하고 따라해 보는 어린이 디자인 학교
김지영 글, 최혜인 그림 / 토토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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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넘쳐나는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미지의 폭우 속에서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느냐에 관점을 두면서, 이제 보고 즐기는 것에 이르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이미지가 중요시 되고 있기에 21세기를 디자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디자인은 과학, 산업, 예술 등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연필, 지우개 등 작은 물건 하나에도 디자인은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좀더 예쁘고 특별한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디자인은 더 각광받는 분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직면한 과제는 '같은 것을 보고도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흔히 남과 다른 생각을 '창조적 사고'라고 표현하지요. 이제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가 미래의 리더가 될 것입니다....창조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무엇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중요하지요....디자인 교육은 21세기와 어울리는 창조력을 기르기에 적합합니다. 디자인을 하는 과정은 만들고 그리는 것보다는 발상, 즉 '아이디어 내기'에 중점을 둡니다. (작가의 말 中)



디자인은 갑자기 반짝 하고 떠오르는 발상보다는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인 재료들을 꺼내어 재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튼튼하고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하네요. 이에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여러 사물을 디자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사고하며, 실제 디자인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하고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경험으로 생각을 넓힐 수 있도록 명화 속에서 사물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 사물의 정의와 역사와 쓰임새, 종류 등에 대해 알아보며 디자인이 잘 된 상품이나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디자인의 필수 요소와 과정 및 방법을 이해토록 합니다. 또래 친구들이 디자인한 작품을 살펴보며 안목을 높여 주고, 사물에 대한 질문과 답을 통해 아이디어를 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기 마련이지요. 이어 워크북을 통해 직접 그리고 오리고 디자인 해 봄으로써 창의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디자인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나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일,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 우리 주변을 가꾸는 일 그리고 나를 표현하고 알리는 디자인이 있지요.
디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건을 사용하는 용도에 맞아야 하며,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겠지요. 예를 들자면, 드레스 같은 수영복은 물속에서 거추장스럽지 않을까요? 이처럼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필요한 디자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답니다.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활동입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남과 다른 발상이 떠오르게 되고, 창의력도 쑥! 향상되겠지요?



이미지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창의력은 더욱 중요시 될 것이며 디자인 역시 더욱 중요한 분야로 그 영역을 넓히게 될 것입니다.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는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디자인 감각을 키워주는 책입니다. 생활 속 사물들을 자세히 관찰해보고,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다보면 창의적인 발상을 생겨나면서 디자인 감각을 기를 수 있지요. 이 책은 이 점을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창의력, 디자인 감각을 높여 줄 수 있는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을 갖춘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는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되어줄 거 같아요.

(사진출처: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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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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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고 기리시마가 어떤 이유로 동아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상상을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기리시마의 친구일 것이고, 주인공은 기리시마일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기리시마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리시마가 가진 존재감은 너무도 컸다. 그는 '위'였기 때문이다.

 

왜 고등학교 교실 안의 인간은 이토록 알기 쉽게 계층화되는 것일까? 남자 톱 그룹, 여자 톱 그룹, 그 외의 나머지. (본문 62p)

 

아무리 작은 사회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학교라고해서 다르지 않다. 학생들 사이에도 엄연히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위'와 '아래'는 서로 융화될 수 없으며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그 계급의 '위'에 존재하던 인물 기리시마가 갑자기 배구부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 일로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기리시마의 일은 야구부, 배구부, 브라스밴드부, 영화부, 소프트볼부, 배드민턴부 동아리활동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여섯 학생들의 생활과 생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나는 기쁜 거다.

기리시마가 없어져서. (본문 30p)

 

배구부의 주장이었던 기리시마가 그만두면서 부주장이었던 고스케가 중심이 되고, 기리시마의 포지션이었던 리베로는 고이즈미 후스케가 맡게 되었다. 후스케의 기분은 어떨까? 기리시마가 손가락을 삐었을 때와 집안 사정으로 시합을 쉬었을 때 딱 두 번 외에는 공식전에 나갈 수 없었던 후스케였다. 너, 조금은 기쁘지? 라는 고스케의 말에 후스케는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마냥 기쁘기만 할 것 같은 후스케는 기리시마의 빈 자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알게 된다. 타임아웃 때마다 늘 벤치를 지키던 자신에게 의견을 구했던 기리시마의 마음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말이다.

 

왜 동아리 그만뒀어, 류타가 농구 좀 하게 해줘, 기리시마~, 라고 누군지도 모르는 기리시마에게 화풀이도 해본다. (본문 66p)

 

밴드부 주장인 사와지마 아야는 친구인 시노가 마음에 둔 류타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기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둔 후에는 기리시마와 함께 농구하는 류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시노의 길고 예쁜 갈색 머리, 핑크빛 입술이 아야의 머릿속을 헝클어 놓는다.

전교생 앞에서 고교생 영화 콩쿠르, 일명 영화 고시엔에 출품한 작품으로 특별상을 받게 된 마에다 로야, 스스로를 아래라고 판단하며 배스민턴부 가스미를 지켜만 본다.
배구부의 후스케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소프트볼의 미카는 자신을 죽은 친딸 '카오리'라고 생각하는 새엄마와 살아간다. 패배라는 걸 실감한 적이 없던 미카는 4번 에리카에게, 카오리에게 늘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17세, 고등학교 2학년. 새하얀 도화지. 자주 듣는 말이다. 분명 우리는 젊고 힘도 있고 새하얗고 도화지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붓도 없고 애당초 아무것도 그릴 마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본문 173p)

 

앞으로 뭐든 손에 넣을 가능성을 품고 있는 손바닥만 있을 뿐, 지금은 그저 텅 비어 있다는 생각에 꿈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는 야구부의 히로키, 그는 기리시마가 그만 두고 더욱 초조해진다.

로야가 바라만보는 배드민턴부의 히가시하라 가스미는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유미와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유미는 자신과 친구임이 알려지면 가스미까지 따돌림 당할 것을 걱정한다. 가스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보지만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런 이유로 말을 걸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스미는 유미를 통해 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더 즐거울 것임을, 왜 자신이 한 걸음 나서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저자 아사이 료가 19세 때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아사이 료는 이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았고, 영화화되면서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열입곱 살을 지낸 직후였기에,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학교라는 사회에 속한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 친구, 이성관계, 미래, 꿈에 대한 많은 부분에 고민과 불안, 초조가 공존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흔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서열이 존재하는 그들만의 세계인 학교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기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 둔 것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소위 '위'에 속하는 아이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있으며 '아래'에 속한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그 서열 안에서 고민하고 꿈꾸고 갈등하는 열일곱 살 청춘들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나이였던 저자가 너무 잘 묘사하고 있다.

 

열일곱 살인 우리는 생각한 대로 말한다. 그 순간 생각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크게 외친다. 하늘을 때리기라도 할 듯 뛰어오르고, 거리를 가르기라도 할 듯 뛰어다닌다....마음 가는대로 산다는 것이 왠지 기쁘고, 또 지금이 아니면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본문 11,12p)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서로 다른 여섯 명의 이야기지만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 둔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 있으며 하나의 장면에 서로 다른 그들이 모습이 다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열일곱 살 청춘들이 겪는 고민을 다 엿볼 수 있었는데,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계급, 서열, 권력 등이 씁쓸한 느낌을 준다. 이들은 학교 밖 더 큰 사회로 나가게 될 것이다. '아래'라는 자격지심이 그들의 꿈이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섯 학생들이 그 자격지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하얀 도화지에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가듯 말이다. 청춘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많은 붓을 가지고 있다. 그 붓으로 마음껏 도화지를 채워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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