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 가자! - 초등학교 선생님 일과 사람 8
강승숙 지음, 신민재 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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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선생님, 우편 집배원, 소방관, 경찰관, 패션 디자이너, 어부, 의사 등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배우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꿈을 꾸기도 한다.

사계절 출판사 <일과 사람> 시리즈는 우리 이웃과 주위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들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데, 8권 <<얘들아, 학교 가자!>>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선생님이 화자가 되어 아이들에 대한 마음과 선생님이 하는 일 등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선생님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선생님이 꿈인 아이들에게는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 주위부터 둘러보는 일일게다. <일과 사람> 시리즈는 바로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은 관점을 길러주는 이야기다.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새학기가 되면 엄마인 나는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장점을 부각시켜줄 수 있고, 차별없이 대해주는 선생님을 통해 아이가 일년 동안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올해 담임선생님은 부족한 아이의 모습을 다독일 줄 아는 분이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서툰 아이들임을 이해하고 천천히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는 분이라 마음이 놓인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는 자신감을 얻고, 어른들이 보기에는 미흡하지만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지만, 여전히 좋은 선생님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꿈을 꾸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올해 이 학년을 맡고, 아이들을 맞은 준비가 한창인 선생님은 준비할 게 많다. 자기소개를 하는 첫날부터 수업부터 삐끄덕거리지만 선생님은 꾹 참고 아이를 기다려준다. 점심을 먹을 때도, 점심 나들이 시간에도 아이들을 살펴보느라 바쁘다.

수업을 마치고도 내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하고 준비물을 챙긴다. 회의 시간에는 학교 행사와 맡은 일을 점검하느라 행사가 많으면 좀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위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험 시간이 되면 문제를 내느라 바쁘다. 선생님에게 일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알아보려고 치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왜 할까?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야.

세상가 사람, 자연과 사물들이 어떻게 이루어져는지 배울 수 있어.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갈고닦은 지혜와 문화와 예술도 익힐 수 있지. 성실하게 공부할 줄 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어. (본문 32p)

 

방학이 되면 선생님도 맨날 놀아서 좋을까? 방학이 되면 선생님은 수업도 듣고, 숙제도 하고, 시험도 봐야한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선생님도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들을 아이들이 한 해를 마치면, '이 학년 삼 반이어서 참 즐거웠어.'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낸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이웃, 선생님을 통해서 한해 동안 하는 을 보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숙제를 내고, 시험을 보고, 잘못에 대해 꾸중하는 선생님이 마냥 편하고 쉬워보였을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의 일과 관점, 생각 등을 알아감으로써 세상에 대해 하나를 또 배울 수 있었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일에 책임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이런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너 나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과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일과 사람을 보고, 또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제공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하는지 등 이 책에서는 미래와 꿈, 인성과 교양 등에 대한 해답이 담겨진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출처: '얘들아, 학교 가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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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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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일어난 사상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 JAL 123편의 비극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클라이머즈 하이>>를 읽고 있을 때,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일어났다. 뉴스를 통해 사고장면과 사고내용을 본 탓인지 항공기 추락 사고를 다룬 이 작품의 긴장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반면 보도 현장을 다룬 내용 탓인지 책을 읽는내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한 기사 역시 놓치지 못했다. 이렇게 책의 스토리와 현실 속의 사건이 맞물려지면서 나는 이 작품에 더욱 강하게 흡입된 거 같다.

<<클라이머즈 하이>>는 항공기 추락 사고라는 최악의 사건으로 최대의 특종을 맞게 된 지역신문사 긴타칸토의 기자들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보도현장과 신문사 데스크인 유키가 함께 가장 험하다고 알려진 암벽 봉우리인 쓰이타데이와에 함께 등반하기로 한 안자이의 사고를 중심으로 한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구성된 작품이다.

 

유키는 안자이의 아들 린타로와 함께 인간을 위압적인 쓰이타데이와 앞에 서 있다. 17년 전 사전답사를 왔을 때 느꼈던 경외감이 다시 온몸을 지배한다. 이번에는 정말 오르는 것이다. 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속에 울리는 안자이의 소리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의 그 17년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산에 오르기 위해 유키는 1985년 8월 12일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날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지역신문사인 긴타칸토신문사에 근무하는 마흔 살의 유키는 사내에서 최고참 기자로, 부하를 두지 않고 재량껏 움직이는 프리핸드의 위치이다. 유키가 현경의 팀장을 맡고 있을 때 유키 밑으로 배치되었던 1년차 기자였던 모치즈키 료타는 배속 6일째 유키의 사진 수배 지시를 받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던 사고 탓이다. '오르자 모임'을 통해 알게된 안자이와 함께 반 년 전 사전답사를 다녀왔던 쓰이타데이와에 오르는 일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하지만 524명을 태운 JAL 123편이 나가노 현과 군마현에 추락하면서 유키는 일본항공 취재 전권이 맡겨지고 총괄 데스크 석이 세팅되면서 유키는 안자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유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자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 사고가 있어서 산에 갈 수 없다고 전했지만, 안자이는 식물인간이 된 채 돌아왔다.

한편 최대의 사건의 총괄을 맞게 된 유키는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은 보도 현장 속에서 상세한 보도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후배들이 현장에서 작성한 르포가 실리는 것을 방해하는 선배 기자들, 조직내에서 일어나는 비열한 암투와 기자들 간의 대립 등으로 상황이 녹록치않다.

 

"신문사는 신문이 상품입니다. 이쪽은 그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벌지도 못한다는 말 따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헛소리 집어 쳐. 구독료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아. 광고 수입이 없으면 아무리 천황의 말이라고 해도 신문은 단 하루도 나올 수 없어." (본문 77p)

 

<<클라이머즈 하이>>는 이렇게 두 갈래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40대를 살아가는 유키를 통해 현 우리 사화의 아버지상을 볼 수 있다. 아버지로서의 유키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상처로 아들 준이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 두 사람의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간다. 비행기 사고의 총괄을 맡게 된 유키는 후배의 르포기사를 실어주고자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차장과 차장의 편에 선 사장으로 인해 유키는 무기력해진다. 이런 유키의 모습은 아버지로서, 회사의 직원으로서 살아가는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중년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데스크 따위가 의견을 말하지 마."

"읽어주십시오."

"자네 잘리고 싶나?"

 

... 기자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할 만큼 했다. 앞으로는 더 추해질 뿐이다.

가족도 필요 없다.

겉치레다. 마음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런 걸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벌벌 떨면서 아들의 눈치나 살피고 사는 것은 더 이상 싫다. 해고됐다고 하면 유미코도 정나미가 떨어지겠지. 혼자서 살아가면 된다.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인 편이 훨씬...........

.....마음 같은 건 통하지 않아도 좋다. 혼자는 싫다.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본문 134,135,136p)

 

식물인간이 된 안자이는 "내려오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고 말했다. '내려오기 위해 오른다'는 안자이의 말은 내내 유키의 마음을 파고 들었는데, 당시 산에 오르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던 유키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쓰이타데이와에 오르면서 안자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안자이의 말은 지금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보내는 인생도 잘못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으 때까지 있는 힘껏 달린다. 넘어져도 상처를 입어도 패배를 맛보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계속 달린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그런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클라이머즈 하이.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른다. 그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문 430,431p)

 

<<클라이머즈 하이>>는 지역신문사인 긴타칸토의 기자들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보도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저자의 기자 시절의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그 사실감 탓인지 긴장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혈압계를 둘렀을 때처럼 서서히 강하게 조여오는 긴장감이 있는 작품''리더스하이(reader's high)를 느끼게 했다''메가톤급 지진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그 긴장감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두 줄기의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유키의 삶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되묻는 듯 보였다.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숨겨놓은 인생에 대한 고뇌가 작품의 무게를 더해주었고, 그 무게감은 쓰이다테이와와 같은 험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했다.

 

"클라이머즈....하이?"

"말 안했었나?"
"처음 듣는 말인데."

"흥분상태가 극한까지 달해 공포감이 마비되어버리지."

"마비?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그런 건가?"

"바로 그거야. 홀린 듯이 올라가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쓰이타테이와 정상에 있는 거지.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본문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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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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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길고양이>는 내게는 좀 특별한 책이다. 이 책으로 블로그축제에서 수상하게 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고양이로 인한 놀람이 결국 공포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는데 <행복한 길고양이>는 내가 가지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버리고, 그들이 길 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인정하게 되었으며, 무서운 존재가 아닌 참 괜찮은 존재로 다가왔었다. 그로 인해 내 오랜 상처가 치유되었던 정말 특별한 책이었다. 그 뒤로는 자동차 밑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가 무섭지 않았으며, 아직 친구가 되지는 못했지만 길 가다가 눈이 마주친 고양이에게 '안녕'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배짱도 생겼다. 이제 고양이들과 친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 탓인지 행복한 길고양이 2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의 출간 소식은 나를 너무도 들뜨게 했다.


제목탓인가? 표지에서도 따뜻하고 나른한 느낌이 느껴진다. 길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도 좋지만, 나는 내가 모르는 고양이들의 표정이 궁금해 서둘러 사진부터 살펴본다. 뽀뽀하고, 미소짓고, 궁금해하고, 나른해하고 때로는 경계심을 풀지 못해 숨어있는 길고양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제 나도 이들이 점점 좋아지나보다.


길고양이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작가가 참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마치 길고양이들의 마음을 읽고 그대로 적어놓은 듯, 표정과 행동과 글이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었나 모른다. 그래도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길고양이들을 가족처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은 읽는내내 행복하고, 따뜻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가장 놀라는 점은,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야가 보여 준 친정엄마 같은 모습이 그렇고,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며 살갑게 보살펴 주는 의젓한 수고양이들이 그렇다.....그런가 하면 뱃속에 새끼를 가진 고양이나 어린 고양이, 젖먹이를 거느린 어미들에게 먹이를 양보하는 매너 좋은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짐승', '짐승이 뭘 알겠냐'는 말이 흔히 하지만, 우리는 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런 놀라움과 마주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점이다. (본문 47,48p)



반가운 마음에 새끼를 낳다가 저자에게 달려 온 엄마 반야, 그런 엄마 반야가 낳은 새끼를 하나하나 깨끗이 핥아주며 보살피는 할매 반야, 나이 많고 몸도 아픈 고양이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기들은 불편을 견디며 사료를 먹는 북아현동의 길고양이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직접 사냥한 새나 쥐, 벌레 등을 물어주는 고양이 선물, 어미를 잃어버린 어린 고양이를 데려다 마치 엄마처럼 챙겨주는 큰 수고양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삶이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한다. 이해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에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줄 때뿐만 아니라 받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 마음을 크게 오해할 수 있다. 애기가 내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본문 52p)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고양이에게 또 한번 배운다. (본문 205p)



고양이가 추울까 봐 간밤에 담요를 덮어주는 이, 자신의 집 앞 한켠에 상자로 집을 만들고 춥지 않도록 버리는 옷가지까지 살포시 덮어 주는 이, 오가는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시다 하나 둘 집 안에 들여놓기 시작하셨다는 연남동 골목길 아주머니, 추운 12월의 어느 아침 주차장에서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고 추운 날시에 어미도 없이 혼자인 걸 보고 얼어 죽을가 걱정되어 그대로 품 안에 넣고 출근하신 아저씨, 행운을 주는 수컷 삼색고양이에 얽힌 이야기에도 수놈이든 암놈이든 복남이면 된다며 그저 덤덤히 웃는 아저씨, 서강대 X관 고양이를 보살펴주는 학생들이 만들어놓은 야옹이 상자와 야옹이 수첩 등을 보면서 독자들은 사회가 따뜻해지는 법도 배운다. 고양이 가족들과 사람들, 그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행복함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준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간디 (본문 65p)



부끄러움을 타는 길고양이들의 순진한 표정이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아기들을 지켜주는 갑옷은 사랑스러움뿐이라고 했다. 아기 고양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자꾸 미소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애교넘치는 행동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를 바라보는 새끼 고양이, 그런 새끼 고양이를 핥아주는 할머니 고양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행복한 새끼 고양이의 미소가 담겨진 사진은 오랫동안 나를 잡아두고 있었다. 가족의 의미, 사랑을 점점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서로를 바라보는 이들의 사진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행복해보일 수 있을까? 이들의 모습이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길고양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길 위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저자는 말한다. 예뻐해 주지 않아도 좋으니, 아니 설령 싫어하더라도 상처만큼은 입히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도둑고양이라니, 말도 안돼요. 그런 슬픈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주세요. 훔친 건 사람들의 마음뿐인걸요." (본문 59p)



나는 <행복한 길고양이>를 만난 이후로 그들을 도둑고양이라 부르지 않지만,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훔친 도둑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던 나 조차도 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행복한 표정 속에서 나는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삶을 배운다. 나는 이렇게 점점 고양이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아한 걸음걸이와 유연함, 목욕을 안 해도 유지되는 깔끔함,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나는 집중력. 고양이에게서 닮고 싶은 것들. (본문 126p)


(사진출처: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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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노란상상 그림책 12
소냐 다노프스키 그림, 김시형 옮김, 파울라 카르바예이라 글 / 노란상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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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전쟁이 끝났어. (본문 中)

페허가 된 마을, 집, 부서진 자전거와 유모차 등 거리는 암울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더 이상의 희망도, 꿈도, 살아갈 용기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도 전쟁은 끝났지만 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침울해보이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래도 슬퍼하지 말자. 우리에겐 차가 있으니까." 라고 아이들을 다독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길에서, 자동차에서 살게 되었지요. 사실감이 강한 그림 속에서 저는 암울함을 느꼈습니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옷이 점점 낡아 입지 못하게 되자, 아빠는 그만큼 빨랫감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옷을 입은 채로 강에 들어갔다가 양지바른 곳에 누워 몸을 말렸지요. 제 예상과 달리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웃음이 있습니다.
전기가 없는 캄캄한 밤에는 무슨 소리만 나도 무서웠지만, 서로 꼭꼭 부둥켜안고 잠을 잤어요. 누군가 인생에는 덧셈과 뺄셈이 있다고 하더군요. 전쟁은 삶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뺄셈뿐이라 생각했지만, 이들은 그 속에서 덧셈을 찾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아이가 놀이를 시작했고, 다음 날에는 어떤 아이가 웃음을 트뜨렸지요. 그 뒤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더 많이 들렸고, 요리사 아저씨가 들려주는 맛있는 요리 이야기는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어요. 밤이 되면 낡은 자동차들은 잘자라는 인사로 경적을 울렸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맞아. 우린 살아있었어. 그건 진짜 파티 같기도 했어.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파티 말이야. (본문 中)



그랬습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 듯 했지만, 이들의 웃음, 희망까지는 앗아가지는 못했어요. 살아있는 것은 축복이었고, 살아 있음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암울할 것만 같았던 전쟁 이후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가족의 사랑이 참담하기만 한 삶에 희망을 느끼게 해준 듯 했습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전쟁의 참담함은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인 듯 보였지요. 가족은 이 고통을 함께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었습니다.
사실감 넘치는 삽화는 전쟁의 참담함도, 희망의 웃음소리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네요. 고통은 더욱 참담하게, 희망은 더욱 찬란하게 표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삽화는 이렇게 독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잘 전달하고 있네요.



우리나라는 지금 사회,정치,경제적으로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시작으로 어른들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자살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자살은 그 고통을 잊게 해주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낸 뒤의 희망과 내일은 지켜주지 못하지요.
살아있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파티입니다. 삶에는 뺄셈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로인해 많은 덧셈을 얻기도 하지요. 하루하루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낸다면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 오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전쟁으로 인한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웃음과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참담한 고통 속에서 힘겨워하지 말고 희망을 꿈꾸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출처: '새로운 시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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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달님 파랑새 그림책 96
에릭 바튀 글.그림, 한소원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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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스갱 아저씨의 염소' 본문에서 발췌)



파랑새에서 에릭 바튀 그림 동화가 출간되었네요. 에릭 바튀를 처음 만난 건 물구나무에서 출간된 <에릭 바튀 철학 그림책>을 통해서였습니다. 붉은 계열의 색을 자주 사용하는 에릭 바튀의 그림이 참 독특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 요소를 담아낸 재미있고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도 매력이었던 그림책이었지요. 에릭 바튀의 그림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기에 눈에 잘 띕니다. 얼마 전에 읽어본 <스갱 아저씨의 염소>에서도 에릭 바튀만이 가지고 있는 삽화의 느낌이 잘 드러나 있었지요. 헌데 이번에 출간된 <<예쁜 달님>>은 에릭 바튀의 색깔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에릭 바튀의 독특한 느낌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에릭 바튀의 새로운 시도가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파랑새 출판사에서 에릭 바튀의 그림책을 20권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에릭 바튀의 새로운 시도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붉은 계열을 좋아하는 에릭 바튀가 <<예쁜 달님>>에서는 검은 색과 그에 대비되는 흰색으로 재미있는 그림을 선보였네요.
하얀 색 동그라미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이게 멀까요? 궁금한 마음에 아이와 함께 서둘러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그러자 작은 동그라미 두 개가 또 나타났습니다.


아이는 궁금함에 또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아! 이제야 칠흙 같은 어둠 속에 환하게 빛난 달님을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눈동자는 사람일까요? 두 쌍의 눈동자는 함께 달님을 보기로 합니다. 그러자 또 한 쌍의 눈동자가 찾아오고, 함께 달님을 보기로 하지요. 이번에도 한 쌍의 눈동자가 다가왔습니다.
이쯤되니 도대체 이 눈동자는 누구의 눈동자일지 너무너무 궁금해집니다.



앗! 그런데 구름이 하얀 색 달님을 가리고 말았네요. 잠시 후 달님은 사라져버렸습니다. 눈동자들은 달님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도대체 달님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런데 휴! 다행이네요. 달님이 다시 나타났어요. 마치 달님이 눈동자들과 숨바꼭질을 한 듯 합니다.
동그랗고 하얀 달님은 너무 예쁩니다. 눈동자들은 그런 달님을 보며 감탄하지요.



어머나? 누군가가 불을 켰네요. 그제서야 눈동자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어요. 궁금증은 풀렸지만 하얀 달님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군요. 그런데 도대체 누구 불을 켰을까요? 그 범인은 바로 조그만 생쥐였네요.
하얀 달님을 볼 수 없게 한 생쥐가 야속하지만, 궁금했던 눈동자들의 주인공을 볼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네요.

반복적인 이야기와 짧은 글이지만, 이 작품은 궁금증을 자아내어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듯 합니다.
하얀 동그라미는 무얼까? 작은 두 개의 동그라미는 뭘까? 이 눈동자들의 주인공은 누굴까? 달님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불을 켠 것은 누굴까?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향상시켜 주고 있네요.



단순한 색감이지만 이 그림 속에는 명도가 다른 두 색을 이웃하거나 배색하였을 때 밝은 색은 더욱 밝고, 어둔 색은 더욱 어둡게 보이는 명도대비를 저절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검은 색 속의 하얀 동그라미와 불을 켠 후 하얀 바탕의 하얀 동그라미의 명도는 확실히 차이가 나지요. 검은 색 바탕에 그려진 수많은 여러 색상의 눈동자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지요.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 짚어주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예쁜 달님>>은 에릭 바튀의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어요.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답니다.


(사진출처: '예쁜 달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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