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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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위저드 베이커리><피그말리온 아이들>을 통해서 이미 접한 바 있는데, 참신한 소재가 모두 흥미로운 작품이었던 터라 작가의 이름은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 탓에 <<파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갖고 읽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 이 또한 참신한 소재라 읽는내내 책에 푹 빠져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으레 작가의 말에 주목하게 되는데, 60대 여성 킬러의 고독하면서 아름답고, 잔인하면서 슬픈 이야기 <<파과>>가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는 글귀를 보며 작가의 상상력의 넓이와 깊이 등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 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시선의 발아는. (본문 334p)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 <<파과>>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지레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의미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면 오산일 것이다. 사실, 작가의 '대출혈 자폭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그런 짧은 소견만으로 이 책을 이해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단순한 破果 라 생각하고 읽는다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었겠지만 말이다.

<<파과>>는 예순다섯의 청부살인업자인 노부인 조각(爪角)이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간주하는 바람직하고 교양 있으며 존경받을 만한 연장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지만 직업이 킬러라는 점만으로도 그녀는 결코 평균치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대모로 불리는 조각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나 친척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 갈 곳 없이 내쳐진 15살에 '류'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류의 죽음 뒤에도 이 일을 계속 한 이유는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으며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논거를 깔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류를 생각하면서 온몸이 뻐근하게 달뜨고 아파오는 일이 더 이상 없어진 지금,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녀는 방역작업 중 실수를 저지르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은 무사히 맞쳤으되 큰 상처를 입는다. 40여 년을 이어온 방역의 개인사에 치명적인 오점이었고 그녀는 서둘러 자신들를 봐주는 보건소의 장박사를 찾아갔다가 강박사를 만나게 되고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알게된 강박사의 부모와 그의 딸을 계기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을 도와주다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간혹 강박사 부모가 운영하는 과일가게에 들러 과일을 사가기도 한다.

아홉 달 반을 배 속에서 키운 아이가 태줄이 떨어지기도 전에 해외 입양 브로커의 손에 넘어간 뒤에도 젖몸살을 앓고 오로가 그치기도 전에 또 누군가의 목을 조르러 가기 위해 한밤의 운전재를 잡았던 조각에게는 누군가와 자신의 삶을, 삶이라고 부르기에 다소 어폐가 있는 생의 작동 원리를 공유하거나 그로써 사소한 희로애락을 등에 업고 해소하는 일상을 그려 보지 못했던 그녀가 타인의 눈 속에 둥지를 튼 공허를 발견하고 연민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제 와서 타인의 눈 속에 둥지를 튼 공허를 발견하고 생겨나는 이 연민이라니, 살과 뼈에 대한 새삼스러운 이해라니. 노화와 쇠잔의 표지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관성 없음이라니. (176p)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투우라는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사실 업자 간에는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게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할머니라 부르며 시종일관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일을 그르치게 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을 죽이면서 그녀를 조금씩 코너에 몰고 가는데, 자신 앞에 나타난 투우의 존재와 이유에 대해 조각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 중요한 상황에 왜 사람을 돕는데? 인지상정? 인간에 대한 예의? 나가 죽으라고 해. 언제 그런 거 챙기고 살았는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까 생판 남을 봐도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어? 당신이 이날 이때까지 해온 일과 살아온 방식을 생각하면 그거 너무 뻔뻔하지 않아?" (본문 215p)

 

류의 부인과 아이의 죽음으로 류와 조각은 "너도 나도, 지켜야 할 건 이제 만들지 말자."라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지켜야 할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결국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결과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에 조각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느껴지는 연민은 '고독하면서 아름답고, 잔인하면서 슬픈 이야기'라는 책의 소개글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본문 332,333p)

 

위의 글은 상처투성이의 삶도 기꺼이 살아내는 조각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하지만, 실은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자살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살다보면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말이다. 덧붙히자면, 조각이 보여주었듯이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상실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멈춤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을 살아야 함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파과>>는 좀체 보기 힘든 65세 노부인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참신한 소재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킬러가 주인공이기에 보여줄 법한 스펙터클함은 없었지만 그에 충당하는 스릴이 있었으며, 죽음이 아닌 삶이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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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 마음이 자라는 나무 35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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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는 중국 현대사의 최대 격변기인 문화 대혁명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중학생들의 이야기로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선정한 우리 시대 최고의 성장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나라도, 시대적 배경도 다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는데, 미래에 대한 고민, 이성에 대한 감정, 친구,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 등이 중학생 딸아이의 생활과 너무도 닮아 있는 듯 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 차오원쉬엔의 작품은 <사춘기>를 통해서 접한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1966년 중국의 혁명 정신 재건을 목표로 한 문화대혁명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시미는 메이원을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보며 꿈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메이원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었다. 흡사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엿볼 수 있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빨간 기와>>와 더불어 읽어보면 좋을 듯 싶어 잠깐 소개해 본다.

 

<<빨간 기와>>는 주인공인 린빙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아버지 꽁무늬를 따라 유마디 중학교에 들어서는 장면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린빙이 새로운 친구와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깨닫고 이해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유마디 중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 소처럼 우람한 체계에 가물치처럼 시커먼 셰바이싼,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무엇이든 지시하려고 하는 마수이칭, 그리고 류한빈과 금새 친해지게 되는데, 그 중 집안 형편이 좋아 친구들에게 고기를 자주 사주는 마수이칭과는 집을 오가며 각별하게 지내게 된다. 바람을 쐬면서 급속도로 친해진 이들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린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챠오안을 함께 내쫓으면서 챠오안과의 권력다툼(대립)이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담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급 전체에 권력을 휘둘렀던 챠오안은 순식간에 절대 권력을 차지했으나 마이수칭에 의해 줄곧 반장 이미지로 자리잡았던 챠오안 대신 셰바이싼이 반장이 된다. 챠오안 대 린빙과 친구들의 기선제압은 그렇게 시작되고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학교생활은 한동안 평온하게 흘러갔다. 똑같은 일들이 날마다 되풀이 되었다. 수업 종이 울리면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이 되면 끼리끼리 모여서 놀고, 또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똑같은 날이 반복되었지만 우리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고정된 테두리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매번 새롭게, 모두 다른 빛깔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일상에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본문 29p)

 

강가의 허름한 움막집에 살고 있는 왕루안 교장 선생님을 위한 린빙의 은밀한 거래, 곡마단원인 가을이와 셰바이싼의 슬픈 첫사랑, 마수이칭의 집에 머물면서 알게 되는 마수이칭의 가족사, 딩황 씨와 딩양 씨 그리고 딩사오광 부부의 이야기, 비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알게 된 대장간의 푸사오추안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린빙은 어른이 되어간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린빙은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 대연합에서 길을 잃고 다른 배를 타게 된 린빙은 그곳에서 좋아하는 타오훼이와 만나 함께 동행하면서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으며, 문예 선전단 활동을 하면서 자오이량과의 연주는 린빙을 한층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망갈 길이 모두 막혀 버린 생쥐처럼 불안했다. (본문 360p)

 

그렇게 유마디 중학교에서의 생활이 끝나가고 빨간 기와를 떠날 때가 되면서 두려움에 휩싸이는 린빙과 친구들에게 눈앞에 다가온 미래가 뿌옇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친구들, 그리고 대립이 아닌 친구가 되는 챠오안과의 관계는 새로운 미래를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미래는 불안하지만 린빙은 빨간 기와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에 절망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빨간 기와>>는 빨간 기와의 유마디 중학교에서 입학과 졸업까지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가난과 불안 속에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린빙과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학교 생활은 청소년 독자들로 하여금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성장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어줄 듯 싶다.

<<빨간 기와>>는 린빙을 통해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저자의 탁월한 필력이 강점인 작품이다. 학교 생활 모습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준 점도 마음에 든다.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많은 탓에, 이렇게 나와 다른 환경,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린빙의 성장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유쾌함과 감동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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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5
헤르만 헤세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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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학년 딸아이의 생각과 성격 등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초등5학년때부터였다. 가정과 학교에서 늘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는 세계 속에 머물던 딸아이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반항과 갈등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한 양심, 용서와 사랑이 있던 가족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좋아하면서도 반면 그 안정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였고, 그 속에서 갈등하는 듯 보였다. 이는 비단 내 딸아이만이 겪는 방황은 아닐 것인데, 허르만 헤세는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선과 악의 세계, 육체적 충동과 정신적 사유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 성장의 단계마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데미안>>을 통해서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기록한 바 있다. 이렇게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겪게되는 고뇌와 갈등으로 인해 <<데미안>>은 청소년 시기에 꼭 읽어봐야 할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데,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딸아이가 이 책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딸아이의 첫 소감은 '어렵다'였다. 까마득하게 오래 전 이 작품을 읽었던 나 역시도 어렵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푸른숲징검다리클래식> 시리즈는 현직 국어 선생님의 해설을 통해 [데미안 제대로 읽기]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 아이는 끝까지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아이의 내적인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겪는 고뇌와 갈등 등이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어쩌면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지도 몰랐다. 이 순간부터 점점 더 나쁜 세계에 속하게 되고, 사악한 사람들과 비밀을 나누고, 그들에게 종속되어 복종하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잠깐 어른처럼, 영웅처럼 굴었다. 이제 그 결과를 책임져야 했다. (본문 31,32p)

 

선하고 밝은 세계에 속해있던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를 만나면서 지금까지 속해있던 세상과는 다른 어려운 세계를 알게 된다. 크로머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쁜 짓거리를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이 결국 크로머에게 휘말리는 일이 되었고, 이는 싱클레어가 어둠의 세계와 맞닥뜨리는 결정적인 일이 되었으며,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계기가 되고 만다. 싱클레어가 고통에서 구원받게 된 것은 상급생인 막스 데미안이 전학을 온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그는 성경에 쓰여 있는 짧고 명확한 이야기에서 독특하고 비밀스러운 의미를 찾곤했다. 데미안은 자신에게서 크로머를 떨쳐 버려주었지만 싱클레어는 그런 데미안을 멀리했다. 그 역시도 낙원같은 자신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속해있었고 크로머와 다르게 자신을 유혹하는 자였던 탓이다.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아주 위험하게 들렸는데,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개념들을 모두 뒤집으려 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본문 137p)

 

김나지움으로 진학한 싱클레어는 여전히 선과 악의 세계에서 갈등한다. 그곳에서 만난 알폰스 베크와의 만남으로 싱클레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한 세계의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느꼈고, 그를 통해 알게 된 금지된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감도 느끼고 있었다.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던 그는 관심을 끄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고, 단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베아트리체라 이름붙힌 그녀는 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고 어두웠던 세계에서의 생활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데미안과의 조우,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크나우어와의 만남으로 인생의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게 되고, 이는 내면 깊은 곳의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되어준다.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 걱정하는 것은 표식을 지닌 사람들의 임무가 아니었다....각자가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자기 안에서 자라는 자연의 싹에 완전히 일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 불확실한 미래가 각자에게 어떤 일을 초래하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본문 219p)

 

확신이 없는 갈망에 자신을 빼앗기면 안 돼요. 당신이 뭘 원하는지 난 알고 있어요. 그 갈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제대로 갈망하든가요. 마음속으로 성취될 거라는 확신으로 갈망한다면 실현도 되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갈망만 하다가 곧 후회를 하지요. 그러면서 두려워하고요. 그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해요." (본문 222,223p)

 

<<데미안>>에서 헤세는 인간의 내부에 함께 존재하는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한 단계 승화되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본문 260p)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새에게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새는 다른 세계로 나오기 위해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우리가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년기라는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선과 악, 밝음과 어두움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시련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성과 어두운 뒷골목의 호기심과 충동도 따라온다. 물론 이런 성장과정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뇌는 유년기의 알을 깨고 나오게 하는 용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성장 과정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크로머와 베크처럼 악으로 이끌 것이고, 누군가는 데미안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며, 누군가는 피스토리우스처럼 정신적 성장을 도울 것이며, 누군가는 베아트리체처럼 어두운 세계에서 구원해주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는 바로 우리가 인생에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계단(본문 261p)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이제 '그'와 완전히 똑같은, 내 친구이자 인도자인 '그'와 똑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본문 248p)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인물이었지만, 마지막에 싱클레어가 자신의 모습에서 데미안을 보았던 것처럼 싱클레어가 성장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데미안>>은 성인이 된 내게도 난해한 작품이면서 아주 강렬한 작품이다. [데미안 제대로 읽기]를 통해 시대적 배경이나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 등을 엿보지 않았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고노와 갈등, 밝고 어두움 등 인간의 양면성, 세상이 가진 두 가지의 모습을 겪은 후 어른이 되어 읽게 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내면 갈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꽤 벅찬 느낌이 들었다. 지금 알에서 나오려고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춘기 딸아이에게 이 작품이 주는 감흥은 나와는 또 다른 떨림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싱클레어가 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더 성숙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었듯이, 지금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데미안'이라는 인생의 진실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푸른숲징검다리클래식의 <<데미안>>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싱클레어의 '데미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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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워프 수학특공대 2 - 도형의 응용 타임워프 수학특공대 2
조재호 지음, 김주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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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워프 수학특공대> 시리즈는 수학의 세계에 입문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수학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학습만화입니다. 이 시리즈는 수학 영재가 되는 지름길인 신개념 스토리텔링 학습 비법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그 비법을 살짝 소개하자면,

1단계 머리에 쏙속 박히는 만화 속 수학 이야기로 잠자고 있는 수학 두뇌를 깨워 주는 만화로 즐기는 수학 두뇌 마사지 비법
2단계 수토리텔링을 통해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학습하는 스토리텔링 개념 학습 비법
그리고 3단계 응용력을 키워주는 수학 퍼즐 수록으로 재미있게 문제를 풀다 보면 수학 실력이 향상되는 수리수리마수리 수학 퍼즐 비법이지요.



수학 실력의 차이는 수학의 개념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타임워프 수학특공대>는 바로 수학 실력의 핵심인 수학의 개념을 확실하게 잡아 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만화가 조재호는 '수학은 언어다'라는 말을 접하게 되면서 수학의 비밀을 풀어가고자 했어요. 이에 수학의 세계에 입문하는 친구들을 위해 수학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재미있게 풀어 보기로 했고, 수학의 개념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성격을 부여하고, 논리와 추리 등 수학의 여러 영역들을 추상적인 글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림을 통해 설명하기로 한 것이지요. (작가의 말 中) <타임워프 수학특공대>는 아이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흥미로운 학문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바로 그 비밀의 열쇠가 되겠네요.



두 번째 이야기 <<도형의 응용>>에서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야기와 함께 수학특공대의 모험을 통해 수학의 개념을 익힐 수 있습니다. 수학특공대는 우주에서 가장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글루제 561g 행성의 공주인 엄마, 엄마와 가족 그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의의 용사인 아빠, 넘치는 용기와 체력 그리고 충만한 모험심을 지닌 호야, 마지막으로 얌전하비만 꽃미남 앞에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 주책바가지로 변신히는 10대 소녀로 수학에는 과힉 천재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윤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등장인물부터 아이들의 기대감을 향상시켜주고 있네요. 영웅들의 모험이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해줄 거 같습니다. 이번에 수학특공대가 찾아간 곳은 삼국시대입니다.



한문에서 수학에 수(數)자는 "수를 세다"라는 뜻도 있지만, 배움, 정신 수양이라는 의미도 있지요. 수학이 단순한 셈법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엔 사물과 마음을 이해하는 원리와 바른 판단력을 키워 주는 격물치지의 원리가 숨겨져 있답니다.
수학을 하여야 하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수학이 정직함을 배우는 학문이라는 겁니다.
'원리와 이해'와 '증명'은 바로 정직함에 있는 거지요. (본문 12,13p)



삼국지 시대 최고의 천재인 제갈공명은 수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타임워프 능력을 이용해 지구의 역사에서 수학을 없애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무한대 박사의 도움을 받아 적벽대전을 일으킨 조조를 응용통계학을 이용한 바람의 변화를 예측하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게 되지요. 이 책에는 동양 최고의 수학 고전인 <구장산술>이 소재가 되고 있는데, 이 책의 해설을 정리한 중국의 수학자인 유휘는 삼각함수의 원리를 응용해 무한대 박사에게 대항한답니다. 비록 조조는 적벽에서 100만 대군을 잃었지만 <구장산술>을 모두 모았고 유희에게 벌을 내리죠. 조조는 유희에게 <구장산술>에 나오는 모든 문제를 풀어서 누구나 쉽게 수학을 접할 수 있게 해설집을 만들라고 하였고, 결국 유희는 동양의 위대한 수학자가 되고 맙니다.



수학을 얻는 자, 천하를 가질 것이다. (본문 187p)



수학특공대는 수학을 없애려는 무한대 박사로부터 지구의 수학을 지켜냅니다. 그러나 곧 무한대 박사는 서울에서 은행을 사라지게 하지요. 이번에도 수학특공대가 수학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가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수학과 삼국시대의 역사의 절묘한 조합 속에서 도형에 관한 수학의 개념을 익힐 수 있는 <타임워프 수학특공대>는 그 스토리가 정말 흥미롭습니다. 흥미로운 만화를 통해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학습하다보면 머리에 쏙쏙, 저절로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수학 영재가 되는 지름길,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학습 비법이면 어렵지 않겠네요.

(사진출처: '타임워프 수학특공대 2_도형의 응용'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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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비룡소 클래식 35
오스카 와일드 지음, 찰스 로빈슨 그림, 원재길 옮김 / 비룡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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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읽었던 <행복한 왕자>를 통해서 나는 이 작품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의 현실을 비판하고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긴 다분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읽어본 각 언어권별로 최고의 권위자들이 정성을 다해 번역하여 문체가 유려하고, 개성 넘치는 독특한 삽화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새롭게 읽는 세계 어린이 문학의 고전 비룡소 클래식 <<행복한 왕자>>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우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각 편의 이야기를 통해 오스카 와일드가 전하는 참된 사랑과 우정, 참된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는 행복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행복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어른들에게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닐런지.

 

 

 

비룡소 클래식 <<행복한 왕자>>는 책 읽기에 앞서 각 편의 이야기들의 일부를 담은 12페이지에 수록된 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의 스토리가 전하는 분위기를 먼저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할까? 삽화를 보면서 책에 수록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행복한 왕자]를 비롯 총 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각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이란 참된 사랑과 우정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너무도 유명한 작품 [행복한 왕자]는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 살아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었고 눈물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런 걱정 없는 궁전에서 살았던 왕자는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동상이 되어 궁전 밖 도시에서 벌어지는 꼴사납고 불행한 일들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납으로 만들어진 심장이지만 눈물을 흘릴 줄 알게 된 것이다. 왕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빛나게 하던 보석을 주었고, 제비는 왕자를 위해 일을 하면서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렇게 왕자와 제비가 죽어갔지만 도시의 소외된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시장과 시의원들은 그런 왕자가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권력만 내세울 뿐이었다. 위선이 가득한 상류사회 사람들에 맞서기 위해서 행동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마음이 왕자와 시위원들의 모습에서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다.

 

"저 도시에서 가장 귀한 것 두 가지를 갖고 오너라."

천사는 납으로 만든 심장과 죽은 제비를 하느님께 갖다 드렸다.

"아주 잘 골라 왔구나. 이 작은 새는 영원히 천국의 정원에서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이곳의 황금 도시에서 나를 찬미하며 지낼 것이다." (본문 41p)

 

 

 

[자기 밖에 모르는 거인]에서도 [행복한 왕자]와 마찬가지로 나눔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거인은 담을 쌓아 자신의 정원에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고, 결국 정원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에 의해 정원에 봄이 찾아오고, 거인이 한 아이에게 처음 친절을 베풀게 되면서 비로소 거인은 자신의 정원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게 된다. 그렇게 거인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낌없이 주는 친구]는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담한 집에서 혼자 살며 날마다 정원에 나가 일을 하는 한스는 시골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었다. 그런 한스에게는 덩치 큰 방앗간 주인 휴가 있었는데, 그는 부자였고 한스에게 온 마음을 바쳤다. '진정한 친구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휴는 글 한스에게 욕심을 버린 참된 우정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한스는 그런 휴를 좋아했다. 휴는 늘 한스의 정원에서 많은 것을 가져갔지만 부유한 휴는 한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한스가 힘들었을 때조차 휴는 한스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그를 찾아가지 않았는데, 진정한 배려,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이 밖에도 스스로 자신을 높이려고 애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며, 늘 외롭게 살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남다른 로켓 폭죽], 사랑을 위해 자신을 목숨을 바친 나이팅게일과 아가씨를 사랑하는 청년의 사랑에 대한 기쁨과 슬픔을 보여주는 [나이팅게일과 장미], 아름다움을 쫓다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보지 못했던 어린 왕이 비로소 백성들의 삶을 보게 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 [어린 왕], 다른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면서 얻는 행복이 과연 참된 행복인지 돌아보게 하는 [공주의 생일], 자신이 별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빠져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다가 거지꼴로 나타난 어머니를 내쫓다가 독사보다 못 생긴 얼굴로 변해 고생을 하다가 베품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 [별 아이], 사랑보다 고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어부와 영혼]이 수록되어 있다. 이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깨닫게 되는 한가지는 참된 행복은 사랑과 우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재물, 더 높은 지위, 권력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따뜻한 심장을 가졌으되 눈물을 모른 채 살았던 왕자는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뒤에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참된 행복이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므로.

 

"빨간 장미를 얻는 대가로 죽어야 한다니 너무 지나쳐요. 생명은 누구한테나 더없이 소중하잖아요. 푸른 숲에 앉아 있거나 황금빛 마차를 탄 태양을 바라보거나, 진줏빛 마차를 탄 달을 바라보면 얼마나 즐거운데요. 산사나무 꽃은 또 얼마나 향기로운데요. 골짜기에 숨은 파란 종처럼 생긴 꽃들, 언덕 위에서 피는 헤더 꽃들은 또 얼마나 향기로운데요. 하지만 사랑은 생명보다 값져요. 그리고 어떻게 감히 새 한 마리의 심장을 한 인간의 심장에 견줄 수 있겠어요." (본문 119p)

 

<<행복한 왕자>>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1등이 되어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그릇된 어른들의 교육,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굉장히 낮게 측정되었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진정한 행복이 사회적 성공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어른들 스스로도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점점 잊고 있는 탓이다. 19세기 영국 최고의 극작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쓴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 9편이 담긴 비룡소 클래식 <<행복한 왕자>>는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이에 나는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에게도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기에.

 

(사진출처: '행복한 왕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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