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왕따 일기 2 파랑새 사과문고 73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파랑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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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천도서 목록 중에 <양파의 왕따일기>가 수록되어 있었고, 독서퀴즈대회의 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접하게 된 책은 지금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의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여전히 올라있다. 이렇듯 <양파의 왕따 일기>는 아주 오랜시간 어린이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만 해도, 왕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대두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의 왕따일기 2>>가 나온 현 우리 사회는 심각한 왕따 문제와 학원 폭력으로 몸살이를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왕따를 소재로 한 동화는 우리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한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이 출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권에서 왕따를 당한 정선이가 전학을 간 일은 정화의 마음 속에 가시처럼 자리잡았다. 그렇게 정선이의 빈자리에 양다솜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솜이는 미희 눈 그물에 낚인 물고기가 되었고, 제 2의 정선이가 될 듯 싶었다. 정화는 자신처럼 책을 좋아하는 다솜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미희에게 찍한 다솜이와 양파를 중재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허나 여름방학의 시작과 끝으로 교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방학동안 다솜이와 양파의 연숙이, 예진이, 소정이가 친해지면서 다솜이도 양파의 일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미희는 다솜이가 눈엣가시라 반대한다. 무조건 미희의 말만 따르던 아이들이 정선이의 일로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씩 어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희가 주축이 되어 양파를 이끌어갔다. 허나 어쩐일인지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 연숙이는 많이 달라졌고, 다솜이가 양파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미희가 왕따가 되어 버렸다. 이제 미희는 양파에서 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왕따가 되고야 만다.

 

정말 연숙이 말대로 미희는 당해도 싼 것일까? 갑자기 도토리를 몽땅 빼앗긴 다람쥐 신세가 된 미희를 바라보니 머리가 벌침에 쏘인 것처럼 쑤셔 왔다. (본문 75p)

수업 시간 내내 친구 맞느냐는 미희의 외침이 내 머릿 속에 메아리쳤다. 미희 말대로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본문 84p)

 

 

 

미희가 한 짓이 괘씸했던 아이들이 미희에 대한 왕따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화는 정선이 일로 앞으로는 왕따 안 시킬 거고, 그런 친구가 있음 내가 손 내밀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미희가 뿌린 것을 거두고 있는 생각이 들었고, 섣불리 미희에게 손 내밀면 미희처럼 왕따가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정화는 미희가 쓴 '숨이 턱턱 막혀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 정선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죽으면 그때는 엄마 아빠가 날 보러 비행기 타고 오실까?' (본문 107p) 라고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미희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미희와 양파 사이의 중재 역할을 쉽지 않았고, 결국 담임 선생님까지 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명 인간 놀이'가 시작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게 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 (본문 167p)

 

 

 

<<양파의 왕따 일기 2>>에서는 1권에서 왕따를 주도했던 미희가 순식간에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했을 정선이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어봄으로써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친구들의 장점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바라봐 줄 수 있는 긍정적 시선이 더 소중한 거였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본문 159p)

 

점점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었다. 사실 요즘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다, 그 해결책마저도 너무 일관적인 탓에 <<양파의 왕따 일기 2>>는 다소 식상한 결말로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인 고통이 잘 묘사되고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차별화 된 듯 싶다. 덧붙히자면, 경쟁구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이기심과 경쟁심을 앞세우게 되는 것을 질책하고 있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맡이 갖게 되었다.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은 더했는데, 성적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파의 왕따 일기><<양파의 왕따 일기 2>>는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시리즈가 출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참 마음이 아프다.

 

(사진출처: '양파의 왕따 일기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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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대장 짱뚱이 저학년 사과문고 4
오진희 지음, 장경혜 그림 / 파랑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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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즐겨보는 책이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유독 어른인 내가 읽어도 정말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다. '검정 고무신'과 '짱뚱이' 시리즈가 바로 그렇다. 그 이야기의 배경이 아마 나의 어린시절과 일맥상통하는 탓이다. 서울에서 자란 탓에 모든 것이 공유되지는 않지만, 그 시절의 놀이, 그 시절의 음식 등 그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른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 만화 <짱뚱이> 시리즈는 몇 년전까지 지금은 중학생이 된 큰 아이와 함께 정말 열심히 읽었던 작품이었다. <짱뚱이> 시리즈는 안타깝게도 2006년 신영식 화백이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끝나는가 싶었는데, 너무도 반갑게도 2013년 만화가 아닌 동화형식의 <<이야기 대장 짱뚱이>>로 새롭게 탄생되었다. 기존 신영식 화백의 짱뚱이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짱뚱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모습만은 그대로여서 더욱 반가웠다.

 

 

<<이야기 대장 짱뚱이>>에서는 짱뚱이가 가지고 있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무서워하면서도 참 좋아한다. 어린시절 나는 '전설의 고향'을 볼 때면 이불을 폭 뒤집어 쓰고 보곤 했는데, 우리 집 아이들도 귀신 이야기를 들을 때면 으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듣곤 한다.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하면 자지러지는 아이들. 짱뚱이도 마찬가지다. 짱뚱이네 학교에서 들리는 무덤 위에 학교를 지었다는 둥, 몇 번째 칸 화장실은 절대 가면 안된다는 둥의 소문은 어떤 학교에나 내려오는 전설(?)이다. 비가 오는 날, 선생님께서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는 정말 어찌나 무서웠는지...짱뚱이의 귀신 소동, 달걀 귀신을 보기 위해 숙직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 학교에 간 아이들의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게 그려졌다.

 

 

 

유령처럼 생긴 뒷집 아저씨네 집에는 가지 말라는 동네 어른들의 말씀에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할 때도 그 집 근처에 숨질 않았는데 그런 옆집 아저씨에 대한 짱뚱이의 상상력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그 뿐인가? 여름 내내 한 번도 동네에 나타나지 않은 소쿠리 장수 아줌마를 두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아줌마가 대밭에서 죽었다는 끔찍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다시 나타난 소쿠리 장수 아줌마를 보면서 짱뚱이의 놀라운 상상력이 또 발동하기 시작한다. 신작로가에 생긴 찐빵 집의 서울 할머니를 보며 짱뚱이는 다시 한번 엉뚱한 상상력으로 찐빵 집 할머니가 마귀할멈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헨젤과 그레텔>에 나온 것처럼 동네 아이들을 모두 다 단골로 삼은 다음에 나중에 커다란 가마솥에 집어넣는 마귀할멈이 아닐까 하는 짱뚱이의 상상력은 즐거움을 준다. 갑자기 나타난 소쿠리 장수 아줌마는 정말 귀신이었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빵 집이 생긴 짱뚱이네 동네에 온 서울 할머니는 착한 마귀할멈은 아니었을까? 짱뚱이의 상상을 엿보면 혹시?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의 어린시절은 누구나 짱뚱이와 같았기 때문일 게다.

 

 

<<이야기 대장 짱뚱이>>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 책은 초등3학년인 둘째 아이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짱뚱이 탄생을 엄마인 내가 더 반가워하고 더 신 나서 읽은 듯 하다. <짱뚱이> 시리즈는 요즘 우리 아이들과 부모 세대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끈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 어린시절에는 이렇게 놀았구나, 이런 모습이었구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탓이다. 짱뚱이를 통해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고보니, 나도 그랬었구나....라는 생각에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좀더 이해할 수 된 듯 하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같은 <<이야기 대장 짱뚱이>>는 어린이들에게는 공감대 형성을,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로의 추억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어주는 동화책이 되어 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욱 즐거워질 작품이기에 꼭 함께 읽기를 권해본다.

 

(사진출처: '이야기 대장 짱뚱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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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 나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8
노혜영 지음, 김선배 그림, 강금주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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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속 아이돌 그룹은 우리 아이들의 우상이죠. 우리 아이들은 그런 우상들의 잘 생기고 예쁜 얼굴과 착한 몸매에 감탄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외모지상주의의 우리 사회와 아이돌 그룹은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이나 나만이 가진 장점보다는 외모가 최고라는 생각이 갖게 합니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 결국 뚱뚱하거나 못난 얼굴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외모보다는 내 안의 장점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고,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올바른 가치관을 성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동화책입니다.

 

 

 

여기 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반 평균 체중을 올린다며 놀리는 아이들에게 바보, 멍청이, 찐따 취급을 당하고 있는 한나와 얼굴에 난 점때문에 점박이라는 놀림을 받는 남우입니다. 한나는 친구들의 놀림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고자질쟁이라는 놀림만 더 받게 되었고,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할머니랑 사는 남우는 시장에서 산 싸구려 옷과 신발을 신는다는 이유로 더 많은 놀림을 당하게 되었지요. 요즘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이렇습니다. 너도나도 브랜드의 옷을 찾고, 다이어트를 하는 등 외모에 치중하지요.

이 동화책에서는 한나와 남우가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받고 아파하다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아이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진행되다가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만나는 구성이 재미있는 작품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매력을 타고 났단다. 내 몸 깊숙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능력이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내록 노력해 봐. 그리고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겉모습이나 비싼 옷이나 신발로 평가하지 말고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가려진 매력을 볼 줄 알아야 해." (본문 89p)

 

교통사고를 당한 한나는 자신을 구해준 멋진 오빠를 만나지만, 우연히 못생긴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오빠의 말을 듣고는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됩니다.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무리한 운동과 단식으로 결국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게 된 한나는 헬스크럽의 트레이너 언니로 인해 자신을 사랑하고 소신껏 살아야 할 자유와 책임에 대해 알게 되지요.

반면 남우는 폐휴지를 주워서 팔며 생활하는 할머니를 졸라 비싼 신발을 신게 되었고 현욱이와 기범이의 패거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의 요구에 할머니의 돈을 훔쳐야 했지요. 남우는 그 친구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잘못을 느끼게 되고,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중 가지가지 고물상의 할아버지의 권유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잘못을 뉘우친 남우는 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한나는 모둠별 3분 연설에서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가꿀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게 되고 친구들과 가까워집니다. 남우는 고물상 할아버지를 통해 물건을 조립,해체하는 법을 배우면서 발명에 눈을 띄게 되지요. 발명을 계기로 현욱이와도 친구가 되고 발명대회에서 함께 상도 받게 되지요.이렇게 두 주인공은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장점을 찾게 됩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외모로 따돌림을 당했던 두 주인공들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수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소중한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부록으로 수록된 '소중한 나'를 만드는 3가지 생각을 통해 한나와 남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보면 좋을 거 같네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특별하고 소중하며, 유일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본문 156p)입니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장점을 찾아보세요. 동화 속 한나와 남우가 그 방법을 잘 알려줄 거랍니다.

 

(사진출처: '내가 제일 잘 나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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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 1 아름다운 선 1
강도하 글.그림 / 예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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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때도 많은 친구들이 즐겨보던 순정만화 조차 보지 않았던 나였기에 그동안 웹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올해 초 웹툰이 책으로 출간된 몇몇 작품을 읽게 되면서 웹툰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얼마 전 읽었던 <길에서 만나다>는 그 설레임이 참 예쁘고 좋았다. 그 탓에 웹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읽어보게 된 작품이 바로 <<아름다운 선>>이다. 작가 강도하는 1세대 인디 만화가이자 인기 웹툰 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2004년에 선보였던 <위대한 캣츠비>의 네 주인공 중 '선'을 화자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선>>을 읽다보면 <위대한 캣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게 되는데 같이 읽어보면 그 재미가 더욱 커질 듯 싶다. 이 책을 덮으면서 <위대한 캣츠비>를 검색해봤는데, 서둘러 읽어보려한다.


선은 다시 솔로가 되었다. (본문 10p)


솔로가 되면서 먹고 풀고 쌓고 찌고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선, 그런 선을 다독여주는 선의 룸메이트인 32세의 커 그리고 선의 해바라기 봄 사원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비참하고 괴로운 선은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난, 그동안 연애를 했을까?
나를 좋아했을까?
사랑은 했을까? (본문 41,42p)


선은 남자는 미세하게 다를 뿐 결국은 다 똑같다는 커 선배의 말에 사랑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한 달을 앓았지만 울컥증만 사라졌을 뿐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 선은 그동안 헤어진 이유를 분명하게 말한 사람도 없었기에 이별 이유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이별을 정리하기 위한 아니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한 선의 여행이 시작된다.


헤어지기 위해 핑계처럼 만든 이유 말고 진짜 이유를 듣고 싶어. 그 사람들은 과거겠지만 난 정리되지 않은 현재야.
언니 말대로 사랑도 뭐도 아니었다면 엉망이잖아. 엉망인 감정 하나로 그동안 연애를 해왔던 거잖아. 앞으로도 할 거고. 앞으로도 엉망인...
간단하게 물을 거야. 왜 헤어졌냐고. 사랑은 했냐고. (본문 73p)


부산을 찾은 선은 나쁜 남자였던 시안을 만나게 되고 그 이유를 묻는다. 사랑 가까이까지 와줬던 시안, 그 대답을 듣고 선은 두 번째 여행을 떠난다.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던 그는 공무원이 되어 있었고 결혼을 해서 예쁜 아내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며 여전히 선을 사랑하고 있다며 매달린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그와의 만남에 이어 선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더 이상 만나주지 못하는 수길을 만나러 간다. 못 만날 거 뻔히 알면서도 수길을 찾아간 선은 어렵게 수길을 만나고 마음의 정리를 하게 되는데, 수길의 남자친구로부터 수길이 자신을 사랑했었음을 듣게 된다.


여행을 통해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기로 한 선은, 커 선배의 엄마가 만들어 놓은 선자리에 커 대신 나가게 된다. 결혼 정보회사에 C등급으로 매겨진 커와 상대방 남자. 그렇게 C급이 되어 나가게 된 자리에서 선은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1권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상대방 C급 남자가 바로 캣츠비라고 하니 <위대한 캣츠비>가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420여 페이지가 이렇게 짧다니. 너무도 큰 아쉬움에 책장을 덮여야만 했다.


<<아름다운 선>>은 올해 연말까지 연재될 예정이며 1권은 3~6월 연재분을 수록하고 있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선이 이별의 아픔을 겪으면서 알아가게 되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통해 독자들도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을 듯 싶다. 선의 궁금증은 독자들을 향한 물음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인스턴트식 사랑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선의 물음, 독자들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으리라.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의 사랑이 캣츠비와 만나 어떻게 전개될지 그 뒷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할 뿐이다.


(사진출처: '아름다운 선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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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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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작가의 이름은 책 보다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로 먼저 들어본 바 있는데, 놀랍게도 그가 쓴 작품은 모두 열일곱 편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버지의 길>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재익 작가의 작품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히 이번 소설은 올봄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연재했던 작품으로 작가는 창작의 의도보다는 오로지 읽는 쾌감만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흔히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본다고들 하는데, 사실 소재면에서는 딱히 참신함이 없었고 불륜, 욕망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소재였음에도 디테일하면서도 과감한 정사신이나 액션신 등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듯한' 소재에 대한 아쉬움은 충분히 달래줄 수 있었다.

 

20대의 사랑은 환상이다. 30대의 사랑은 바람기다. 환상도 깨지고 바람도 피워본 뒤 40대에 이르면 비로소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 (본문 10p)

 

서른여덟 살의 인기 아나운서 한석호는 아홉 살 딸 은혜와 세 살인 아들 준우 두 아이의 아빠이자 사랑스러운 아내 미선의 남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십대의 막내 작가 은정의 호피스텔에서 깊이 공감했던 괴테의 글귀처럼 열렬히 사랑을 나누는 중이다.

한석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인기 절정의 라디오프로그램 <해브어 나이스 데이>의 청취율은 동시간대 1등인 반면, 동료 아나운서이자 사촌 처남인 재우는 늘 석호와 비교당한다. 그런 석호는 재우를 늘 불쌍하게 여겼는데, 재우의 아내인 연이가 대학시절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며 사랑한 여자였다는 사실 탓에 남모르게 그를 더 동정했다.

석호가 자신을 온몸과 영혼을 송두리째 내놓고 사랑했던 연이 대신에 연이와 같은 과, 같은 학번 친구인 미선과 공식 커플을 선언하게 된 것은 미선이 방송국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충격으로 연이는 학교를 휴학했는데, 이후 사촌 처남댁이라는 애매한 관계로 석호의 인생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말 테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구 없이 꼬여버린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성공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부르는 술 같았다. 미선과의 결혼은 그가 쟁취할 것들의 사이즈를 단 번에 열 배, 수십 배 불려줄 기회였다. (본문 29p)

 

미선의 소개로 연이를 만난 재우는 연이에게 흠뻑 빠져 결혼하게 되었지만 연이와의 결혼은 순탄치 않았다. 우울증 약을 먹는 연이는 늘 위태로워보였다. 특히 재우와 연이와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는 듯한 재우의 어두움은 독자로 하여금 그를 의선상에 올려놓게 한다. 석호는 연이의 연락으로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고, 재우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연이와의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음을 그들을 모른 채 말이다.

 

결혼한지 십 년이 넘었지만 아내의 아버지는 장인어른이 아닌 언제나 회장님이었는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회장이 석호를 비서실장으로서 경영에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표했고, 이로인해 석호는 어린시절 식모였던 엄마가 작은 사장님이라는 작자에게 강제로 겁탈을 당한 뒤 합의금으로 집과 가게를 구했던 치욕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어린 시절의 분노와 갈증을 모든 여자를 짓밟는 것으로 그리고 불륜으로 풀어냈던 증오심으로부터 새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자신에게 다가온 조태웅이 보여준 자신의 정사신이 담긴 사진은 그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는 조태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조태웅은 점점 더 그의 숨통을 조이고, 결국 그는 조태웅의 지시에 따라 은정, 연이, 미선 중 한 명을 직접 죽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연이와의 재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석호는 연이에게 모질게 대하고 결국 연이는 우울증과 충격으로 자살을 감행하게 되는데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석호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깨달았다. 그에게 단 한 명의 여자는 아내라고. 그녀뿐이라고. 만약 그에게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허락된다면. 허락만 된다면....(본문 329p)

 

석호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숭고함과 이 지옥에서 반드시 나가겠다는 집념으로 조태웅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남들처럼 아들을 키울 수 있다면 뭐든 참을 수 있다고 다짐했을 부모님의 마음을,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태웅의 등장을 시작으로 스토리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는데, 특히 한석호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그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조태웅과의 대립에서 보여주는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조태웅의 배후 인물을 추리하는 일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모든 것을 끝났다고 생각할 때 즈음 독자의 허를 찌른 반전의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복수의 탄생>>은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읽는 쾌감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작품이다. 성공을 위한 욕망으로 점점 몰락해가는 한석호가 진정한 사랑,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를 해소해가는 심리변화로 인한 긴장감의 고조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욕망에 반기를 든 복수 속에서 거대한 욕망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파헤치는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의 크기를 가듬케 해본다. 이 소설은 디테일하면서도 파격적인 묘사, 넘치는 긴장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움이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싶다.

 

- 이카루스라고 알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던 이카루스 말이야. 날개가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날아오르는 높이가 높아질수록 추락할 위험도 커지지. 적당한 바위 위에 안착해야 해. 그러나 어떤 이들은 멈추지 못하고 점점 더 높이 날 수밖에 없는 거야. 태양에 밀랍 날개가 녹을 위험을 무릅쓰고! 너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지. (본문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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