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르켐이 들려주는 자살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0
윤민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철학을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을 접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 눈에 띄는 철학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바로 20권 <<뒤르켐이 들려주는 자살론 이야기>>이다. 현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처럼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물질의 풍요를 이루어낸 우리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자살률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뒤르켐이 들려주는 자살론 이야기>>에서는 1897년에 출간된 뒤르켐의 자살에 관한 연구서 <자살론>과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함께 풀어냄으로써 그 이유를 찾아가고자 한다.

 

사실 뒤르켐은 다소 생소한 이름인데, 그는 콩트와 더불어 사회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리며 스승 에일 부트루와 철학자 르누비에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회학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뒤르켐은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큰 기초를 닦았다는 점과 현대사회의 위기의 문제를 사회학적인 시각 속에서 파악했다는 점, 사회학의 독창성을 강조하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해결책이자 전망으로서 도덕의 문제를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사실이라는 매우 중요한 사회의 분석 도구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인물이라고 한다.

그럼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베와 함께 사회학의 3대 인물로 불리는 뒤르켐의 <자살론>을 동화 형식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성한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에서는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이 책은 신문사의 신물들의 회의와 영웅이 된 장영식 대원의 아들인 태양의 이야기라는 두 가지 구성을 가진다.

이야기는 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슬픈 기사에서 시작된다. 강서 소방서 장영식 대원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두 사람을 구하고 또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미처 나오지 못하고 숨졌는데 그에게는 홀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이 기사를 두고 한밤중 신문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사회면의 기사로 인해 논설면에서는 뒤르켐이라는 철학자가 이야기한 자살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에 대해 다루게 되었다.

반면 태양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도둑질과 자살 시도를 하게 되고, 언론은 사회의 영웅인 아버지와 문제아 아들에 대해 떠들어댄다. 태양은 가족을 힘들게 만들고 죽은 아빠를 사회의 영웅이라고 떠받드는 세상이 싫었다.

태양의 이야기를 두고 논설면은 뒤르켐의 자살론에서 문제아로 지적받는 태양의 행동, 자살 행위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찾아보게 된다.

 

"뒤르켐은 현대사회에서 범죄라든가  청소년의 방황과 같은 일탈 문제 등이 왜 그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아노미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노미가 무엇일까요? 아노미는 규범이 없거나 무너지는 것, 즉 무규범 상태를 말합니다.그런데 이런 규범이 무너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태가 되어버리겠지요.....뒤르켐의 학설은 자살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설들과 차별성이 있습니다. (본문 50,51p)

 

<<뒤르켐이 들려주는 자살론 이야기>>은 영웅이 된 장여식 대원의 아들인 태양이 규범의 기준이 사라지면서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뒤르켐의 자살론에 이해하기 쉽게 접근한다. 뒤르켐은 자살의 문제가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관계가 있다는 점 외에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론적 자살이라는 자살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으며, 종료의식이 사회적 연대를 재강화 시키고 있으며 현대사회는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회 통합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보았다. 현대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하기위해서는 도덕의 힘을 회복할 것을 강조하였다.

 

"뒤르켐은 인간이 순응적이고 동물적인 수준을 뛰어넘을 것을 요구하였다는군요. 뒤르켐은 사람들의 도덕성을 함양시키기 위해 어려서부터의 도덕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답니다. 기본적으로 교육은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닌 가장 근본적인 수준의 인성을 가르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고 뒤르켐은 말했지요. 도덕을 모르는 상태가 곧 아노미입니다. 개인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욕망과 이익을 키워 나가게 되는데 그러한 욕망을 통제해 줄 틀이 바로 도덕이지요." (본문 109p)

 

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률의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는 뒤르켐의 <자살론>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요즘 인성교육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린이들에게 규범의 기준을 바로 세워준다는 것에 있으며 이는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일깨우는데 있다고 봐도 좋겠다.

이렇듯 <<뒤르켐이 들려주는 자살론 이야기>>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도덕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동화로 접근하는 뒤르켐의 사상은 동화형식으로 꾸며진 태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내용면에서 너무 흡족한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적극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신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몇 년 사이에 고전을 참 많이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신>>은 아주 생소하다. 분명 줄거리는 알고 있음에도 읽어봤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한 것을 보면, 암기해야 할 내용-책 제목, 저자, 대략의 줄거리, 작품의 의도-만 외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온전히 <<변신>>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해도 좋으리라. 이 작품은 20세기의 불안과 소외를 담고 있는 상징이라 하는데,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는 100년 전에 쓰여진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현 사회의 자본주의의 병폐를 예견하고 쓴 듯 우리의 삶과 이어져있어 고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푸른숲징검다리클래식 시리즈의 <<변신>>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좀 까다롭고 어려운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지만 부록으로 수록된 [변신]제대로 읽기로 작품의 의도와 의미를 이해한다면 각 단편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뒤숭숭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 흉측스런 벌레로 변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본문 9p)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벌레로 변신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황당하고 기묘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벌레로 변신했으나 자신의 참담한 상황보다는 회사로 출근할 일을 더 걱정한다. 출근준비를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버거운 벌레가 되었지만, 그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한다. 그레고르는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멋진 집과 훌륭한 생활을 선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는데, 이 모든 물질적 풍요와 만족이 순식간에 끝나 버릴까 걱정한다. 결국 출근하지 않은 그레고리를 찾아 온 지배인에 의해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의 모습이 드러나고야 만다. 아버지는 분노했으며 엄마는 두려움에 떨었다. 이제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만 지내게 되었지만 여동생은 그레고르의 입맛을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갖다 주곤 했으며,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는 있었다. 그레고르가 변신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면서 그레고르의 방문은 굳게 닫혔고, 여동생 역시 그레고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소외되고 있었고, 결국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는 정체성의 위기, 가족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절대 고독, 인간이 단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 (본문 176p)

 

그레고르의 모습은 현 우리 중년의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가족의 생활비를 혼자 감당해왔으나 벌레가 되자 아버지는 냉대했으며 어머니와 여동생 마저도 그가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강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레고르를 방치한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자신보다 가족들의 생활비 걱정을 우선시하고 있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런 가족들에게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 그레고르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들이 점점 고독해지며 가족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어가는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그레고르가 왜 벌레로 변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다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다. [변신]제대로 읽기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는 이 작품을 쓴 배경이 자본주의의 성숙기로서 과학과 기계의 발달로 대량 생산을 이루어 낸 시기였음에 주목해야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야 했던 노동자들은 힘겨운 노동과 저임금, 실업 등 불안한 처지로 계속해서 내몰리고 있었고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부정당하던 노동자들의 정신적 소외가 한계 상황으로 치닫던 때(본문 173p)였기에 그레고르는 그 시대의 노동자들, 즉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당하던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레고르는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를 벌레가 아닌 인간으로 봐주지 않았다. 그 시절의 노동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레고르와 같았음을 카프카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생활력의 상실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어 노숙자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레고르는 그들처럼 그렇게 가족으로부터 고립되어 갔는데, 프란츠 카프카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예견한 듯 [변신]에서 현 사회의 모습을 너무도 잘 담아냈다.

[변신]에서도 그러했듯이 그 외 수록된 [판결][시골 의사][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단식 광대]에서도 프란츠 카프카는 주인공들에게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막막한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현 사회에서 부딪치는 막막한 현실의 소시민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진석구 너는,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 프랑켄슈타인이야. 그래서 무섭다. 그리고 먼저 산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특별한 배달' 본문 54p)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청소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병폐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이 많다. 결국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듯이 우리 청소년들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주인공들의 해답이 없는 막막한 심정을 통해 이 시대의 아버지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마음도 대변하고 있었다.

 

 고전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성 있는 소설로서만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100년이 넘은 지금과도 연결되어지고 있음에 더 큰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고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부분은 아닐까 싶다.

<<변신>>은 다소 어려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지만 현 사회와 자아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주는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자신의 위치를 되새겨보면 더 좋을 작품인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어왕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 3
노경실 지음, 박경화 그림, 유수미 각색,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 파랑새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파랑새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 시리즈 중 <<리어왕>>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시리즈는 최고의 동화작가가 쓴 오셀로 동화와 전문 희곡작가의 희곡, 국내 전문 연극인들이 참여한 오디오 연극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동화와 연극 그리고 CD로 들을 수 있는 세 가지 구성의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도 작품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줄 듯 합니다. 희곡은 친구들과 함께 학예회때 활용하면 더욱 좋을 거 같아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한 번쯤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철학적 질문을 많이 담고 있어요. <햄릿>에서는 복수와 죽음에 대해, <오셀로>에서는 악행과 질투에 대해, <리어 왕>에서는 오만과 불효에 관해,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사랑과 운명에 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지요. (추천사 中)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시적이며, 인간의 심오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라 평가받는다고 하지요. 이 비극적 작품을 통해서 사랑과 미움, 의심과 배반, 질투와 욕망,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네요.

 

 

리어왕에게는 결혼한 두 딸과 그들의 남편 그리고 막내딸이 있답니다. 리어왕은 이제 너무 늙어 젊은이들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고자 하지요. 그래서 딸들에게 누가 가장 자신을 사랑하는지 물어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재산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맏딸인 고너릴은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말하여 막대한 재산을 받았고, 둘째 딸 리간 역시 오로지 아버님의 사랑 속에서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여 왕국의 3분의 1을 물려 받습니다. 하지만 막내딸인 코딜리아는,

"아버님, 저는 제 마음을 쉽게 내뱉을 수 없습니다. 제가 아버님을 사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것이죠. 아버지에 대한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본문 16p)

라고 말한 탓에 리어왕의 미움을 사게 되고 리어왕은 코딜리아에게 주려했던 재산마저 고너릴과 리간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두 딸에게 리어왕의 재산과 권력마저 주었고 왕의 온갖 대권과 집행권도 두 사위에게 주고 자신은 이름뿐인 왕으로 살며 두 딸의 궁에서 지내기로 한답니다. 리어왕은 코딜리아를 한 푼도 주지 않고 쫓아냈고, 리어왕의 신하인 켄트는 두 딸의 아첨에 속지 말라고 말했다가 쫓겨나고 맙니다.

 

 

다행히 코딜리아는 프랑스 왕과 결혼을 하게 되어 떠나게 되었고, 두 언니들은 상속받은 것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를 내쫓을 음모를 꾸밉니다. 한편 글로스터의 성에서는 서자인 에드먼드가 아버지 글로스터에게 적자인 에드거를 모함하여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받으려는 계략을 꾸미지요. 에드거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리어왕 역시 두 딸에게 배신을 당한 후 코딜리아에 대한 죄책감에 정신을 잃고 말죠. 그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코딜리아가 오지만 결국 두 사람은 비극을 맞게 됩니다.

 

 

 

아첨에 속아 진실을 보지 못한 리어왕은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진실을 깨닫게 되죠. 진실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글로스터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이 작품에서는 사랑과 미움과 의심과 배반 그리고 질투와 욕망 그리고 용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리어왕>>의 결말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진실과 사랑, 부모와 자식에 관한 다양한 물음에 대해 자문을 해보게 됩니다.

<<리어왕>>은 오래된 고전이지만 현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가족간의 비극과도 많이 닮아있는 듯 합니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며, 가장 잘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이 아닐까요?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네요.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 시리즈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동화로 작품에 접근하고, CD로 듣고 작품을 이해하고, 희곡으로 직접 연극을 해봄으로써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어요.

무엇보다 책을 읽는 것에서 듣는 것으로 한층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구성은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사진출처: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_리어왕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한 배달>>은 <시간을 파는 상점>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탤런트 이민우의 낭독으로 연재가 되어 호평을 얻었던 작품이니만큼 나 역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들 하지만, 예외가 있듯이 그 어떤 아쉬움도 실망도 없었던 작품이었다. 각 주인공들의 특징도 마음에 들었고, 판타지를 겸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는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아버지가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단 한 줄의 쪽지만 남겨고 사라진 엄마와 자신을 방치한 채 내버려두었던 아버지로 인해 마음을 닫은 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은 탓에 장래 희망에 '잉여인간'이라고 적었다가 담임에게 혼쭐이 난다. 먼저 쏘시개질 한 진석구 녀석과 달리 먼저 폭력을 썼다는 이유로 입학한 지 일주일 만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 태봉은 진석구를 죽사발 냈다는 소문 탓에 클럽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지만 양아치 놀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다시 한번 폭력에 휘둘리게 되는데 스스로를 닷근이라 부르며 자신을 도와준 (오)근수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둘은 친구가 된다. 근수와 함께 퀵서비스 배달을 하게 된 태봉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맞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는 오직 자신만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입양아로 엄마의 데코레이션으로 살아가던 슬아는 또 다른 입양아였던 동생 상하가 엄마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파양되는 걸 보고 두려움 탓에 엄마의 욕망에 맞추어 살아가지만 일종의 보호 본능처럼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몸이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기면증을 앓게 된다. 그런 슬아를 가장 위로해 주는 것은 <평행 이론>이라는 책 뿐이었다. 낳아준 엄마, 아빠랑 오붓하게 사는 또 다른 자신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상상이 위로가 되는 탓이다. '순식간에 땅이 훅~꺼지다. 도심 속 거대 구멍 발생'이라는 기사에서 오토바이와 배달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을 보며 슬아는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기면증으로 두 차례 도움을 받았던 태봉이에게 그 곳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슬아, 그런 슬아에게 말려들어 기현상이 벌어진 곳에 데려다 주게 된 태봉은 슬아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슬아는 죽었을 거라는 모두의 생각과 달리 웜홀을 통과하여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라는 확신으로 사라진 배달원 김일구를 찾아나서고 뜻밖에도 그를 만나게 된다. 김일구를 통해 웜홀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슬아는 태봉에게 함께 웜홀을 통과해보자고 권유한다.

 

"나의 선택이 어디서 잘못된 건지 알고 싶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너도 지금의 너를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니?...이렇게 무기력하게 눌려 살 수는 없잖아. 한 번쯤 용기를 내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다고 봐. 준비할 건 딱 한 가지, 용기뿐이야.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맞닥뜨릴 용기" (본문 151~153p)

 

그렇게 태봉은 슬아와 자신을 위한 특별한 배달을 하게 되는데, 웜홀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게 된 그들은 각자 기억하지 못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보게 된다. 태봉은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산업폐기물이었던 아버지가 도시 광산을 꾸리는 선배를 통해 쓰레기 속에서도 금이 있으며 버려진 것들에 오히려 순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 안에도 아직 캐내지 못한 금광이 아직 빛을 내고 있을 거라는 걸 증명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면 슬아는 상하를 찾아 보육원에 갔다가 상하의 죽음과 파양에 관한 진실을 듣게 되고, 욕망으로 가득찼던 엄마의 진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길 바라기도 하면서, 어느 날 우두커니 서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여기 있지? (본문 219p)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모두 각자의 선택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선택은 잊은 채,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았던 부모에 의해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음에 절망한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핑계일 뿐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나의 선택에 의해 서 있는 자리임에도 우리는 때때로 그 진실을 잊고 살아간다. 슬아와 태봉이 그랬듯이 진실을 바로보고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일 것이리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바로보는 것, 바로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맞닥뜨릴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진석구 너는,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 프랑켄슈타인이야. 그래서 무섭다. 그리고 먼저 산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본문 54p)

 

<<특별한 배달>>에서는 선택의 책임에 대해 두 주인공을 통해 생각해보게 하는데, 두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과 사회의 현실을 담은 배경은 선택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석구를 향한 문학쌤의 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47퍼센트, 절반도 넘은 아이들이 불만족 상태로 살아가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서,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어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해서, 내 아이의 1등과 좋은 대학이 최종 목표가 되어버린 엄마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작품에는 이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 교육현실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에게 대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오근수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내 인생의 삶은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환경을 탓하며, 부모를 탓하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절망하고 있다면 생각해보라. 슬아처럼 부모에 의해 완벽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부모에게 버림받은 탓에 잉여인간이 되려고 하는가? 그 모든 선택에 '나'는 결코 없었는가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는 결코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명 내 선택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선택의 책임은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배달>>은 환경이나 부모를 탓하며 무기력해지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엄마 탓을 하며 부풀려온 풍선에 쇠꼬챙이가 꽂힌 기분이었다.

욕망은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라고? (본문 20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지 교수, 거리의 인문학자라 불리는 저자 최준영, 그는 전국 초청 1순위 대중 강연가이며 '420자 칼럼' 페이스북의 논객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인문학과는 별개로 살아온 나였기에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이다. 편독이 심한 탓에 인문학과 관련된 책은 잘 읽어보지 않는 편이지만,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에 호감이 느껴져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에세이라 그런지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읽다보며 작가에게서 사람 냄새,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곤 하는데, 저자는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그가 만난 사람 중 노숙인 김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문학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고 까다로운 학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대 가장 낮은 곳에서 소통하고 실천하는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을 통해 나는 사람 냄새와 온기가 전하는 인문학이 주는 희망에 한껏 매료되었다.

 

김 씨를 행복하게 해준 건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흔히 인문학을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라고도 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성찰하는 학문이라고도 말하지요. 그러나 김 씨를 만난 뒤 인문학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김 씨처럼 사람으로 인해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 사랑을 통해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그것 이상의 인문학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본문 34p)

 

우리가 흔히 인문학자라고 하면 그럴싸한 학벌이나 학력을 떠올리게 되는데, 저자의 학력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야학을 거쳐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갔지만 세 번씩이나 제적을 당한 끝에 끝내 졸업장 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전국 초청 1순위 대중 강연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한 열정으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묵묵히 일을 해왔던 탓이었으며 그에 대한 그저 합당한 대가를 받게 된 탓이다. 원고료 없는 매체에 글을 보내고, 원고료가 아니라 외려 후원금을 내야 할 법한 수원의 한 공부방의 소식지에 칼럼을 써 주었던 것이 지금의 저자 최준영을 있게 했다. 강사비, 강의 공간, 강의를 위한 기자재 등 제대로 갖춘 건 아무것도 없이도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오래도록, 열심히, 의미 있는 강의를 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댓가를 위해 무작정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무언가를 전해준다.

 

이번 주엔 어디서 강의하고 다음 주엔 또 누가 날 불러줄까나. 강사비, 강의 대상, 강의실, 수강 인원 따질 것 없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달려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숙연케 하고 성찰하게 하는, 나는야 강의하는 광대, 거지 교수, 거리의 인문학자! (본문 22p)

 

1장 인문학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사람들 / 2장 일상에서 만난 생각들 / 3장 텍스트와의 만남과 단상들 / 4장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총 4장으로 나뉘어 수록된  매냥 흔들리고 부유하고 떠도는 삶을 선택한 저자의 삶, 강의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에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인문학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자신의 글이 너무나 초라하고 무디고 부족하며 문장력도 형편이 없고 깊은 사유나 올곧은 반골 정신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그런 그의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가 작가 이외수의 글에 반감을 느낄 때가 있듯이 나 역시도 그의 글에 반감을 느끼게 되는 대목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저자는 자신의 글이 미우나 고우나 자신이 낳은 자식이기에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투박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글 속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 사람의 온기가 있어 나는 그의 글이 좋다. SNS에 친숙하지 않은 탓에 그의 '420자 칼럼'을 읽어본 적 없으며,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이 유일무이하고, 글에 대해 잘 모르는 탓에 그의 글을 평가할 능력은 없지만 말이다. 이해하기 난해한 글보다는 읽기가 훨씬 수월한데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탓이다.

 

"내 글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어제도 썼고, 오늘도 썼으며, 내일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족한 글이지만 몇 개월 후 혹은 1년 후의 내 글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다. 어쨌든 나는 계속 쓸 테니까 말이다." (본문 284p)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는 "중요한 건 현재의 조건이 아니라 삶에의 의지와 용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인문학의 의미를 이해하고 삶의 성찰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이야기였다. 문학과 글쓰기에에 대한 그의 단상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는 묻는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스한 손길이었느냐고.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에피소드와 단상들을 통해 나는 되돌아본다. 나는 어떠했는가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전문 (본문 23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