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 빨간머리 마빈의 소원 이야기 햇살어린이 15
루이스 새커 지음, 슈 헬러드 그림, 황재연 옮김 / 현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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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북스에서 출간되는 <빨간머리 마빈> 시리즈 전 8권이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로 완간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리즈를 8권 마지막 이야기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비로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는 반가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지요. 비록 8권을 먼저 읽게 되었지만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리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대변하고 있는 탓이지요. 이 책은 주인공 마빈이 캐시에게 우정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그 풋풋함이 너무도 예쁜 이야기랍니다.

 

 

노스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친구들보다 늦게 교실 밖으로 나간 마빈은 마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닉과 스튜어트가 싸우는 걸 보게 되었지요. 맥카브 교장 선생님이 나타나 싸움은 끝났지만, 두 친구가 교장실에 가야하는 탓에 오늘 스튜어트 집에서 놀려고 했던 마빈의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두 친구의 싸움의 원인이 된 같은 반 캐시가 집에서 같이 놀자고 하네요. 캐시의 집은 예전에 소방서로 쓰던 건물로 거실 중앙에는 소방관들이 내려오던 쇠기둥이 있었답니다. 기둥을 타고 내려와 보고 싶었던 마빈은 캐시와 함께 꼭대기층인 도서관에 올라가게 되었고, 캐시는 마빈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마법 수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던 이야기였지만 마빈은 이 수정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리고 마빈과 캐시는 함께 내일 노스 선생님 수업 시간에 아무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소원을 빌게 됩니다.

 

 

다음 날, 마빈의 집으로 놀러온 캐시와 함께 과자를 먹던 마빈은 과자를 먹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는 캐시의 이야기에 화가 납니다. 이유인 즉, 앞으로 소원을 빌 때는 하루에 한 개씩 함께 빌기로 약속했는데 캐시가 그 약속을 깨버린 거죠. 결국 화가 난 마빈은 마법 수정에 소원을 빌던 찰 나, 캐시에게 입을 다물라고 소리치게 되고 그 소원이 이루어져 버렸습니다. 캐시는 다음 날 학교에서도 말을 하지 못했죠. 마빈은 캐시가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캐시에게 신경이 쓰입니다. 캐시가 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자꾸 쳐다보게 되고 신경쓰면서도 친구들에게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말하지요.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던 마빈은 농구공을 가지러 집으로 갔다가 캐시가 놀러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마빈의 동생 린지는 '언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고 소원을 빌라고 하지만, 마빈은 절대 할 수 없었죠. 분명 캐시는 뻥을 치고 있는 것이고, 마빈이 캐시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할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 보아도 집중이 되지 않았지요. 결국 선생님과 함께 간 호수 공원에서 사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빈은 캐시 모르게 소원을 하나 빌게 되지요. 너무도 깜찍한....!

 

마빈은 캐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캐시가 자신이 빈 소원때문에 말을 못하게 되면서 캐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혹 자신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지요. 아이들이 마빈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네요. 마빈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하게 잘 표현된 동화책인 거 같아요. 정말 깜찍하고 예쁜 순수한 마빈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덧) 아이와 함께 <빨간머리 마빈>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어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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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7
애드리안 포겔린 지음, 정해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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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멍때리기는 나의 전문 분야다. 불과 며칠 전, 회사에서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은 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한동안 멍때리고 앉아있었던 일이 있었다.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멍때리고 있다보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생각이 드는 탓이다. 느낌 아니까, 책 제목이 친숙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드는 순간, 나는 이런 느낌으로 멍때리기에 자주 돌입하는가 반면, 내 아이들이 멍~하고 있는 순간을 참으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런 나의 아이러니함을 이 책 속에서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발짝마다 한 번씩 호흡하도록 시간을 조절한다. 하나, 둘, 셋, 넷에 들이쉬고 다섯, 여섯, 일곱, 여덟에 내쉬고. 앞마당이 흐릿해진다. 걱정 많은 나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멍때리기에 돌입하는 바로 그 순간은 비몽사몽의 순간과도 같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 상태에 돌입하자마자 부모님의 전투는 그저 아득한 웅얼거림이 된다.

신사숙녀 여러분, 저스틴 릭스이 영혼이 방금 육신을 떠났습니다. (본문 12p)

 

지금 저스틴의 현실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아빠의 외도가 원인이 되어 아빠와 엄마의 전투가 시작되었고 결국 아빠는 집을 나갔다. 엄마 아빠의 전투를 잘 해결해왔던 듀안 형은 지금 입대하여 곁에 없는데다, 늘 함께했던 벤은 여자친구 카스와 사귀면서부터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멍때리기에 돌입하던 순간, 벤과 사귀면서부터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카스의 친구인 제미를 만나게 된다. 아빠가 집을 나간 뒤 나약해지고 히스테릭한 엄마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저스틴은 엄마를 블랙홀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울한 엄마는 침대에서 나오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형으로부터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엄마의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저스틴은 제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녀의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그녀의 할머니인 그레이스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는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듯한 할머니와 피아노의 리듬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저스틴은 아빠의 외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듀안 형의 이라크 파병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엄마의 나약함으로 방치되어가는 저스틴은 스스로 집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과금을 내는 방법을 알아보거나 장을 보는 등 힘든 상황 속에서 절망하는 대신 조금씩 강인해져가고 있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고, 제미를 향한 첫사랑의 감정 등으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듯 했다. 아빠에 대한 미움으로 스스로 가족을 지키려 했던 저스틴은 아빠가 돌아오는 것이 못 마땅했으며, 제미에 대한 비밀스러운 감정과 친했던 친구 벤과 생긴 벽 등으로 저스틴의 마음속은 여전히 전쟁중이었다.  그런 저스틴에게 건네는 그레이스 할머니의 이야기는 저스틴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형의 무사함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벤과의 재회 그리고 제미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면서 저스틴의 마음속 전쟁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엄마와 나만 있을 땐, 모든 게 안정적이었어요. 우린 아빠가 필요 없어요."

"사람들은 변한단다, 저스틴. 죄인이 성자가 되지. 아버지에게 기회를 줘야 해. 가족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란다."

"난 아빠만 버리고 싶은 거예요. 엄마는 제가 보살필 거예요."

"유감스럽지만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가족은 가족이야." (본문 298,299p)

 

암울했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멍때리기를 했던 저스틴은 피아노를 통해 위안을 받게 된다. 피아노는 저스틴에게는 소통의 도구였고, 소심하고 주눅 들어있는 저스틴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다. 저스틴을 보면서 앞서 멍때리기에 대한 나의 아이러니함에 대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내 아이들이 멍~하고 있을 때, 내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에게 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복잡한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혹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돌파구가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내제되어 있었던 듯 싶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던 저스틴은 상황을 잘 이겨내면서 성장해나갔다.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 속이 바로 저스틴같지 않을까? 그들의 마음 속은 가족, 이성, 성적, 미래 등으로 인한 시끄러운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저스틴처럼 그 마음속 전쟁을 몰아낼 수 있는 자신만의 도피처 하나씩은 갖고 있기를 소망한다. 이 작품은 우리 청소년들의 심리를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의 또 하나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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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7
호세 A. 라미레스 로사노 지음, 파블로 오테로 그림, 정미화 옮김 / 책속물고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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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러분이 요리를 만들어 볼 차례예요.

새로운 맛 멋진 요리를 상상해 봐요.

내 상상이 너무 엉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수많은 단어 구름 속을 날아요.

그렇게  고르고 골라 만든 요리는

틀림없이 놀랍고 즐거운 맛일 거예요. (본문 '토토의 요리법 시' 中) 

 

재미있는 책 제목에 눈이 갔던 동화책이었습니다. 책 제목만큼이나 기발한 상상력이 압권인 이야기였지요. 유쾌한데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키워주는 이야기 속에 녹아낸 교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토토 무루베는 마드리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거지였습니다. 집이 없는 토토는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겨울에는 현금 인출기 옆 빈 공간에서 크고 두툼한 종이 상자를 두고 지내곤 했습니다. 토토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지요. 함께 지내는 친구들은 글도 모르는 토토가 요리사가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꼬꼬네' 레스토랑의 파블로 산쓰 사장님은 여섯 가지나 되는 신문을 항상 읽은 탓에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였어요. 파블로 사장님은 레스토랑 문을 닫을 즈음 늘 읽고 난 신문지에 닭고기나 생선 살 한 덩어리를 놓고 둘둘 말아서 토토에게 주었답니다. 찐득한 기름이 배어 나온 고기에는 온통 신문지가 붙어 있었는데, 토토는 고기를 먹으면서 음식에 달라붙은 글자들까지 먹곤 했어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때 토토는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꼬꼬네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토토는 주방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들떴던 때와 달리 매일 똑같은 메뉴와 똑같은 요리법으로 급하게 찍어 내듯 요리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새로운 요리법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기 위해 공책과 연필을 산 토토는 맨처음 '글자 수프 요리법'을 썼지요. 하지만 파블로 사장님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토토의 요리법 종이를 내던져 버렸지요. 화가난 토토는 자신의 요리법을 마구 구겨서 뭉쳐 입에 넣고 꾸역꾸역 씹었어요. 그리고는 알게 되었지요. 요리법이 적힌 종이를 씹어 먹기만 해도 실제 그 음식을 먹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렇게 토토는 동업자 피케로 아저씨와 종이와 연필만 필요한 레스토랑을 열었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토토의 상상 레스토랑은 유명해졌고, 체인점까지 내게 되었어요. 체인점 사업은 아주 잘 되었고, 요리법을 혼자 쓸 수 없는 토토는 복사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 토토의 욕심도 돈도 쌓여 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직접 연필로 쓴 요리법이 아닌 탓에 식중독에 의한 사망자가 생기고 토토는 다시 거지가 되었어요. 그 사이 파블로 사장님은 계단에서 떨어져서 척추를 크게 다쳤으며, 녹내장으로 신문의 큰 제목만 간신히 보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있었지요. 다행이 파블로의 요리는 파블로 사장님이 신문을 다시 읽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종일관 유쾌함을 주는 <<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은 토토를 통해서 지나친 욕심을 화를 부른다는 우리가 꼭 잊지말아야 할 절대적인 교훈을 일깨워주지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진심'이 깃들어져야 한다는 점까지도 잊지않고 전해주었습니다. 70여 페이지의 짧은 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끝도없는 상상의 세계를 선물하는 책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답니다.

 

(이미지출처: '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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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가께 한림 고학년문고 31
기시모토 신이치 지음, 강방화 옮김, 야마나카 후유지 그림 / 한림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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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르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동그라미냐 가위표나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소중한 것을 빠뜨리기 십상이지요. (본문 173p)

 

이 책을 읽다보면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이토 미나코가 전학오면서 고다니 선생님은 시련을 겪게 되고, 반 아이들도 불편한 일이 생겨났다. 하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미나토를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으며 배려하고 성장하리라는 것을 믿었고, 아이들은 그 바람처럼 미나코를 통해 함께하는 것을 배우고, 선생님 역시 미나코를 돕는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정말 감동적인 동화였는데 이 책이 창작을 통해 보여준 감동이라면, <<봄이 오면 가께>>는 23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저자가 유타의 모델이 된 치아키라는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와 만나면서 겪은 일이 바탕이 된 실화가 주는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동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었던 감동을 실화를 통해 그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되는 기분은 정말 묘했다.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 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 탓이다.

 

 

종이 울리고 10분도 더 지난 시간, 전학생이 오지 않음에 의아해하던 미나미다 선생님은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어머니에게 끌리다시피 하며 남자아이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걸 보게 된다. 선생님께 인사 드리라는 어머니의 재촉에도 유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새장에 달라붙었다. 교실로 들어가자는 말에도 돌아보지 않는 유타의 옷소매를 당긴 선생님은 목청껏 고함을 지르는 유타의 목소리에 놀라고 만다. 이것이 유타와 미나미다 선생님의 첫 만남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결심으로 교사가 된 지 올해로 4년째인 미나미다 선생님은 조금은 다른 유타의 전학 소식에 느슨해진 신경이 다시 팽팽해지는 것 같아 기뻤으나 유타가 온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몇 번씩이나 한숨을 쉬고 있다.

 

전학 온 지 2주가 지난 체육 시간에 유타는 심장이 아파 체육을 할 수 없는 사유에게 일등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칙을 하기도 하고 일등을 한 찍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쫓기도 했다. 선생님은 유타에게 글자를 가르치기로 하고 카드를 내밀지만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은 이름을 부르자 도망가 버렸다. 유타가 키우던 개구리를 가지고 놀다 죽게 한 찍이와 싸우던 유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겐지는 아빠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물을 겁내하는 유타의 눈높이에 맞추어 유타에게 용기를 주는 사유가 있는가 하면, 유타를 불쌍히 여기고 친절하게 대해 줘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유타를 도와주지 않는 다케시장, 유타를 놀리는 찍이 등 유타를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제각각이었다.

 

"친절하게 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쌍하니까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유타가 나쁜 아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무슨 말이야. 저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저는 유타를 보면서 가끔 부러울 때도 있어요. 유타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 유타는 우리가 공부하는 데에도 피해를 많이 줘요. 유타 때문에 진도가 늦어지고 헷갈릴 때가 있어요." (본문 71,72p)

 

 

사유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유타는 사유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글을 배우자 했고, 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유타에게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글자를 익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함께 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체육 대회 연습이 시작되면서 반칙이 난무하는 달리기를 하는 유타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겐지는 유타가 함께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유타는 오래전 사유에게 일등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몰고 왔다.

 

미나미다 선생님은 박수를 치면서 가슴이 몹시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눈물을 참으려고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러나 저만치에서 주먹을 치켜들며 승리를 만끽하는 겐지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미나미다 선생님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본문 166p) 

 

이혼으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유타의 어머니는 늘 혼자 있어야하는 유타를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체육대회를 끝으로 유타는 아이들과 헤어졌다. 그리고 체육 대회가 끝나고 2주가 지난 어느 날, 5학년 3반에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유타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편지로 대신했다. 유타는 아이들에게 글을 배우고 달리기하는 법을 배웠지만, 아이들과 선생님은 유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하는 법을 배웠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배웠다. 어느 책의 글귀에서 본 적이 있는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5학년 3반은 함께 하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던 게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도. 그리고 책을 읽는 나 역시도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게 되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정성가득 쓴 짧은 편지에 눈물이 핑 돈다. 감동이 있는 이야기 <<봄이 오면 가께>>였다.

 

(이미지출처: '봄이 오면 가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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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고의 날 햇살어린이 14
박주혜 지음, 강은옥 그림 / 현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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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최고, 형 이름은 최제일

우리 형 최제일은 늘 전교 1등이에요.

상장이란 상장은 모두 휩쓸어 오지요. 그런데 형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엄마가 그 많은 숙제를 다 해 주기 때문이에요.

우리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랍니다. (표지 中) 

 

현북스 <햇살어린이동화> 시리즈 열네번 째 이야기는 <<오늘은 최고의 날>>입니다. 여기서 '최고'는 가장 높다, 으뜸이다의 뜻을 가진 최고가 아닌 주인공의 이름이랍니다. 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교장 선생님의 이름은 강목청, 아주 까칠한 성격을 가진 최고의 담임 선생님 이름은 왕까칠, 최고의 엄마 이름은 이겨라, 할머니의 이름은 박박사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그 사람의 성격에 맞게 작명한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조회시간, 6학년인 형 제일이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2학년인 최고는 입을 삐죽이며 운동화로 흙바닥을 툭툭 찼습니다. 제일이는 승리초등학교의 전교 1등이고, 학교에서 열린 대회란 대회는 모두 참여해서 상을 휩쓸어 오지요. 그 이유는 엄마라는 든든한 도깨비방망이 때문입니다. 학교에 숙제를 가져갈 날이 되면, 제일이의 책상 위에는 엄마가 해 놓은 완벽한 숙제가 떡하니 올라 있었고, 형은 엄마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됐으니까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최고는 상을 받는 형에게 박수를 칠 수 없었지요.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가 사준 '최고의 상장 파일'은 유치원 졸업장 이후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최제일의 상장 파일'은 벌써 세 권이나 되었습니다.

 

최고는 수학 쪽지 시험에서 무려 50점이나 올라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지만, 엄마는 형의 과학 표어 숙제로 바쁜 탓에 시험지는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잘했다고 합니다. 최고는 자신의 숙제도 해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대신 형처럼 학원가서 공부하라고 하지요. 결국 최고는 엄마가 형 숙제를 해주는 옆에서 표어를 그려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최고는 엄마 것을 살짝 베끼려다 오히려 혼만 났지요.

 

 

"야, 최고! 너 엄마 것을 베끼면 어떡해. 그럼 형이 상을 못 타잖아."

"생각이 안나는 데 어떡해!"

"그래도 이렇게 비슷하게 쓰면 안 돼. 얼른 다른 거 생각해. 괜히 형한테 피해 주지 말고."

"씨, 엄마 완전 나빠. 이번엔 형이 또 상 타면 내가 선생님들한테 다 이를 거야! 엄마가 매일 형 숙제 다 해준다고!" (본문 43p)

 

 

심통이 난 최고는 꼭 완성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에디슨 책을 꺼내보며 궁리해봅니다. 완성된 표어는 최고의 기대만큼 멋지기는 커녕 조금 지저분해 보였지요. 결국 시무룩해진 최고는 학원에 갔다가 10시 반이 되어 돌아온 형 몰래 자신의 표어와 엄마가 해 준 형의 표어와 바꿔 놓게 됩니다. 하지만 최고의 선생님은 형이 해 준 숙제를 가져왔다가 나무랐고, 형 역시 표어를 바꿔 놓았다고 화를 냈지요.

 

"형은 매일 엄마가 그려 주는 걸 가져다 내면서,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데? 왜 안 돼? 나도 상 타고 싶단 말이야. 학교에서 주는 상은 다 형 거야? 그런 게 어디에 있어! 형이 진짜로 그린 것도 아니면서 왜 화를 내는 건데!" (본문 69p)

 

 

그런데 이게 왠일이에요. 최고가 바꿔놓은 탓에 최고가 그린 표어 숙제를 어쩔 수 없이 내야했던 제일이가 상을 받게 된 거에요. 최고는 너무 억울했고 다음 날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제일이는 최고가 하루 종일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고, 무엇인가 커다란 잘못을 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제일이는 용기를 내게 되지요.

 

<<오늘의 최고의 날>>에는 우리 아이가 최고, 제일이 되길 바라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어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아이들 숙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못하는 편이지만,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큰 아이 숙제에 일일이 신경을 썼던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든 최고이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을 따라가는 아이들은 너무도 버겁습니다.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학교의 상을 모든 휩쓰는 제일이가 안타까운 것은 아마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저도 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네요. 늘 형을 위해 숙제해주는 엄마와 그로 인해 갈등을 겪는 최고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그릇된 욕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등이라는 건 참 좋아요. 주변에서 인정을 해 주거든요. 부모님도, 형제들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뭐든지 일등을 할 수는 없잖아요. 일등을 하는 것이 있다면,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져요. '그래. 난 이걸 잘하니까, 저건 조금 못할 수도 있지.' 이렇게 말이에요.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인정하는 거니까요. (본문 작가의 말 中)

 

<<오늘은 최고의 날>>은 작가가 최고가 되길 바라는 엄마와 갈등을 빚었던 경험을 통해 쓰여진 책입니다. 경험이 녹아있는 탓인지 엄마에 관한 묘사나 아이들의 감정이 잘 표현된 거 같아요. 저자는 지금도 일등을 향해 달리는 세상의 모든 제일이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랐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엄마의 그릇된 욕심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게 되었네요. 공부가 1등이 아니라해도, 상장을 받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내 아이들은 저에게는 제일이고 최고임을 잊지 않으렵니다.

 

(이미지출처: '오늘은 최고의 날'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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