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고양이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7
폴라 폭스 지음, 김옥수 옮김, 김종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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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상은 독서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높이고, 아동문학가들의 창작욕을 북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서 해마다 출판된 작품 가운데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품(작가)을 뽑아 수여합니다.

뉴베리 상의 경쟁력은 까다로운 심사 기준에 있습니다. 평가단은 주제 의식은 물론 정보의 깊이와 스토리, 인물과 문체의 적정성 등을 꼼꼼히 점검하여 수상작은 결정합니다. 그래서 뉴베리 상 수상작들은 뛰어난 문체와 실감 나는 표현이 특징입니다.  (본문 中)

 

주니어김영사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중 07번째 이야기 <<외눈박이 고양이>>는 1985년에 선정된 뉴베리 영예 도서다. 이 책의 작가 폴라 폭스는 1974년 <춤추는 노예들>로 뉴베리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까다로운 심사 기준에 맞게 <<외눈박이 고양이>>는 주인공 네드가 잘못을 저지르고 인정하고 고백하기까지 겪는 갈등의 묘사가 정말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 실수를 인정하고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실수를 숨기려하고, 실수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그로인해 우리는 비겁함만 배우고 있었다. 네드가 실수를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이런 우리들에게 무엇이 정답인지를 일깨운다.

 

뉴욕 타일러 마을 뒤쪽으로 시골길 1.5킬로미터를 올라간 낮은 언덕에는 네드의 아버지인 제임스 월러스 목사가 맡고 있는 조합 교회가 있다. 네드네 가족은 목사관이 아닌, 네드가 태어나기 80년 전쯤에 할아버지가 지은, 창문 밖으로 허드슨 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곳에서 산다. 네드는 목사 아버지,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엄마와 집을 돌봐주는 가정부인 스캘롭 부인은 늘 나무를 쪼아대는 딱딱구리처럼 수백 가지를 떠들어 대는 집을 돌봐주는 가정부인 스캘롭 부인과 함께 살아간다. 이제 네드는 열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고, 네드의 생일을 맞아 방문한 힐러리 외삼촌은 공기총을 선물로 주었다. 네드는 기뻐했지만, 아빠는 앞으로 3,4년이 지나야 한다며 다락방에 보관해두었다. 네드는 공기총을 딱 한 번만 쏘아 본다면 아빠가 시킨 대로 총에 대한 생각을 깨끗이 씻어 버릴 수 있을 거 같았고, 모두 잠든 시각에 밖으로 빠져나온다. 네드는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았고, 짧은 순간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자신이 총을 쏘았다는 자체가 꿈속의 일처럼 느껴진 네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온통 총을 쏜 난 밤 생각에 사로잡힌 네드는 자신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혼자 살고 있는 스컬리 할아버지를 도우며 용돈을 버는 네드는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한쪽 눈을 다친 야생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네드는 그 고양이가 자신이 쏜 총에 맞아 눈을 다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할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상자에 담긴 공기총이 바로 그곳에 있기에 네드는 다락방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발바닥에 가시가 박히면 사람은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신체 부위는 모두 잊어버린 채 가시가 박힌 부분만 떠올리는 법이다. 지금 네드한테는 다락방이 그랬다. 공기총이야말로 네드의 마음에 박혀 있는 가시 같았다. (본문 109p)

 

그러던 어느 날, 네드 할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양로원에서 지내게 되자, 네드는 말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병문안하러 갔다가 고양이를 다치게 한 사람이 자신임을 떨어놓는다. 마침내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게 된 네드가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해 비록 말을 할 수 없었지만 한 손을 잡아 주었던 스컬리 할아버지의 온화함은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손꼽히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고양이와 네드는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된다.

 

<<외눈박이 고양이>>는,

휠체어를 탄 엄마,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 친구와 외눈박이 고양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잔잔한 일상에서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주인공의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진 수작! 이라고 평가받았다. (표지 中)

 

실수를 저지르고, 실수를 인정하고, 그리고 잘못을 고백할때까지 괴로워하며 갈등하는 네드의 심리변화가 정말 압권이다. 그 속에서 스컬리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네드는 혹독했던 겨울을 보내고 성장해나간다. 잔잔하지만 고통 속에서 성장해가는 삶의 과정을 배우게 되는 작품이었다.

 

인간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 고통을 신의 은총으로 차분하게 받아들일 때 인간은 완성의 길로 접어든다. (본문 247p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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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의 신부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1
이영수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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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렛미인> 등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가 인기몰이를 한 바 있었다. 이제는 좀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린 탓이었을까? 이영수 작가는 '늑대 인간'이라는 조금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처음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처럼 환상적인 느낌, 참신한 느낌은 부족했다. 주인공인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연서의 캐릭터를 잘 살린 반면, 늑대 일족의 후계자이며 한순간의 실수로 죽음에 몰린 연서를 물어 늑대 인간으로 만드는 남자 주인공 이시랑의 캐릭터가 약한 것은 못내 아쉽다.

 

늑대 일족의 후계자 이시랑

한순간의 실수로, 죽음에 몰린 연서를 물어 늑대 인간으로 만든다.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결혼해야 하지만 결혼이 불러올 잔인한 결과 때문에 연서를 사랑하면서도 안아줄 수 없다.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 연서

죽음 직전의 순간 늑대 인간인 시랑에게 목을 물려 늑대 인간이 된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자신을 문 시랑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 앞에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표지 中)

 

지겨운 주사들, 무서운 기계 소리, 이제 아프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뻔한 거짓말, 내일이면 몸이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엄마의 눈물, 엄마의 미안하다는 말로부터 벗어나고자,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폭포에서 자살을 하기 위해 서 있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연서가 조금의 말성임도 없이 자신의 몸을 폭포 아래로 던져버리는 순간, 목포 옆 풀숲에서 검은 형체로 보이는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허공에 떠 있는 연서의 목을 낚아챘다. 그 검은 형체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자 아시아의 스타인 이시랑이자 늑대 인간이었다. 이시랑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의식을 치르고 난 뒤에야 자신이 낚아챈 인물이 후계자로 삼으려했던 연예인 지망생인 동수가 아닌 다른 인물임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 그 인물이 율법에 따라 후계자가 아닌 반려자로 삼을 수 밖에 여자라는 사실이 그를 더욱 당황스럽게 했다. 시랑은 연서가 늑대 인간이 되어가는, 인간의 근본을 바꾸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아내는 표정에 시선을 뺏아기게 되고, 기묘한 호기심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연서를 보는 그의 눈은 본능과 욕망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반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난 연서는 자신이 늑대 인간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병이 낫았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시랑은 반려자가 되는 연서의 운명을 알고 있는 터라 연서를 멀리하지만, 연서는 그런 시랑에게 계속 다가간다.

 

"나 당신 사랑하면 안 돼요?" (본문 206p)

 

율법에 따라 반려자가 되는 연서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이다. 시랑은 연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연서를 받아들이는 대신 연서를 잃지 않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지만, 그런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고 자신을 우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험에 빠뜨려는 시랑을 위해 연서는 시랑을 위해 운명을 받아들이려 한다.

 

<<늑대 인간의 신부>>는 늑대 인간에게 내려오는 전설과 운명을 이끌어가려는 구성 탓에 로맨스가 보여주어야 할 달달함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대신 '민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긴장감을 가미하여 연서와 시랑의 운명을 더 끈끈하게 맺어주고는 있다. 개성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연서와 민수의 캐릭터가 가장 잘 부각되는 반면, 주인공 시랑의 캐릭터는 조금 밋밋했다. 그것이 달달한 느낌을 끌어올리지 못한 요인이 된 것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늑대 인간과 인간의 로맨스, 그리고 그들 종족에게 전해지는 전설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으나, 달달함의 부족, 캐릭터의 밋밋함으로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면, 그래서 오늘 밤이 어떤 의미로 남는다면 그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의미가 시랑에게는 단순한 추억일 뿐이라도 상관없었다. 시랑과 보내는 오늘 밤이 연서에게는 단순한 추억이 될 수 없으니까. 앞으로 그녀가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시랑과 보낸 짧은 오늘 밤을 스스로 세상에 빛났던 날로 기억할 테니. (본문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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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까, 안 보일까? 알이알이 호기심그림책 5
권오식 외 글, 이해준 구성, 백선웅 그림 / 현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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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동화

 

머릿 속 생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

사고력을 키워 주는 똑똑한 그림책 

 

현북스 <알이알이 호기심그림책>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사고력을 키워 주는 똑똑한 그림책이라니? 호기심에 얼른 읽어보게 되었지요. 와~ 읽다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책이네요.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정말 똑똑한 그림책이었어요. 이야기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티티카와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에 사는 곰곰이가 주고받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네요.

 

마다가스카르에는 신기한 나무와 동물들이 아주 많이 있죠. 티티카는 동물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동생 슈슈는 동물들을 무서워합니다. 궁금쟁이에겐 모든 게 재미있지만 겁쟁이에겐 모든 게 무서운가 봅니다. 티티카는 슈슈와 숲으로 소풍을 갔어요. 슈슈는 뱀을 보자마자 무섭다고 엉엉 울었지만 울음을 그친 뒤에는 나무 타기를 하면서 신 나게 놀았습니다. 그 덕에 배가 고파 바구니를 열었더니 사향고양이가 고기를 물고 달아났고, 집에 가는 길에는 카멜레온이 나타나 슈슈의 모자를 물어갔지요. 엄마는,

"카멜레온은 정말 눈이 나쁜가 보구나. 모자를 먹이인 줄 알고 물고 가다니. 아니야, 카멜레온이 눈이 좋아 슈슈를 알아보고 장난을 친 건 아닐까?" (본문 中)

 

 

티티카는 갑자기 정말 카멜레온은 정말 눈이 나쁜지 좋은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곰곰이에게 물었지요. 곰곰이는 인터넷으로 검색했지만 답을 알 수 없어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지요. 선생님은,

"음, 카멜레온의 눈이 좋다면 작은 먹이도 잘 찾아낼 테고, 카멜레온의 눈이 나쁘다면 큰 먹이밖에 못 찾겠지." (본문 中)라고 대답해주셨지요. 곰곰이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카멜레온의 눈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는 실험방법이 말이죠. 곰곰이는 큰 먹이와 작은 먹이를 통해 카멜레온의 눈이 좋은지 나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곰곰이의 편지를 읽은 티티카는 슈슈와 함께 작은 먹이를 구해 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슈슈는 그 실험을 통해 카멜레온의 눈이 나쁜지, 좋은지 알 수 있게 되었어요. 큰 먹이와 작은 먹이가 필요하다는 열쇠를 통해 추측하고 생각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쑥! 향상시켜줄 수 있겠어요. 똑똑한 이 그림책에 감탄하네 되네요. 부록으로 수록된 [동화 속 4단계 사고 유형 다시 보기]를 읽다보면 생각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다잡을 수 있어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보일까, 안 보일까?]는 작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궁금증으로 호기심을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사고력을 키워주는 똑똑한 동화책이네요. 처음 접해본 책인데 정말 만족스러운 책이었답니다.

 

(이미지출처: '보일까, 안 보일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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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1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1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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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그렇게 무서워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었다. 좀더 자세히 밝혀두자면, 그 어느 순간이란 것은 <행복한 길고양이>이라는 책을 읽은 후부터였다. 그 이후 몇 권의 책을 더 접하면서 무서운 길고양이는 이제 가끔 길에서 만나게 되는 귀여운 친구들로 바뀌었으니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책이란 정말 가끔 이렇게 굉장한 유력을 발휘하곤 한다. 이렇게해서 또 읽어보게 된 책이 바로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 <<뽀짜툰>>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다.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며, 다 읽고나니 벌써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매력넘치는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에게만 부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0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그리고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이다. 작가의 삶은 타인의 속도와 같지 않은 삶이지만, 그녀는 자신있게 말한다. 지금 행복하면 되는 것이며, 행복한 지금이 모여 행복한 미래도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말이다. 지금 그녀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정말 행복해 보인다.

 

 

얘들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야.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 애쓰는 건 너무 당연한거야.

나가 뭐라든.....누가 비웃든...

나는 내가 살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지키면 돼. (본문 131p)

 

외딴 농장집의 삼남매 중 터울많은 막내로 태어난 작가 곁에는 언제나 동물들이 있었으며, 비록 부모님의 가축들이었음에도 그녀에겐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스물셋이 되던 무렵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동물의 부재를 겪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고양이앓이가 시작되었다. 고양이는 실내생활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동물이었지만, 반백수에 키울 돈도 없어 그냥 로망이었던 그녀에게 '찐이'라는 고양이를 오게 되지만, 집 안에 동물을 들이는 걸 용납하지 못한 아버지로 인해 처음으로 부모님의 가축이 아닌,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인 찐이와 헤어지면서 큰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책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책임지기 위해선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찐이를 통해 배웠다.

 

 

작가는 찐이를 통해 이후에 만난 인연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이 자취방에서 처음으로 고양이 짜구와 만나게 된다. 전 직장의 사장인 K군이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주웠고 편집장인 L군과 함께 사이좋게 나누어 맡게 된 것이다. 이후 촬영으로 인한 외출이 잦은 L군의 고양이 뽀도도 기르게 되면서 두 자매를 작가가 기르게 되었다. 작은 단칸방에서 늘 아슬아슬한 통장잔고와 모자른 생활비에 고양이를 둘씩 끼고 살면서 의도치않게 1일1식을 실천하던 작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슬픈 이야기인데 정말 재미있게  쓴 작가로 인해, 웃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작가에게는 좀 미안할 뿐이다.

반백수에도 세째를 생각하던 그녀에게 인연처럼 다가온 쪼꼬맣고 쪼콜렛 색의 쪼꼬가 두 언니들과의 유혈낭자한 생활을 하면서 지내는 순간순간들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듯한 작가의 표정에 웃음기 싹 뺀 감동도 받아보게 된다.

 

 

뽀또와 짜구로 인해 생긴 흉터 외에도 내 왼손엔 일곱살 시절, 개싸움 말리다 물린 이빨자국도 어렴풋 남아있다.

이 흔적이 남아 있는 한.

나는 그 옛날 하얀 스피츠 두 마리, 알롱이와 달롱이를 기억해내겠지.

그리고 훗날, 이 뽀또와 짜구가 남긴 흉터들도 소중한 추억의 통로가 되어주겠지. (본문 191p)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게 되면서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결사 반대하면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방안에 가둬 두면서 좁은 영역에서 생활하던 고양이들이 이제 집 전체로 영역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들을 포착한 기분이랄까. 무심한 아버지가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통해 웃음을 짓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이 안정적이 되어가는 순간에 운명처럼 다가온 또 하나의 가족 포비는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으며, 가족이라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진 듯 이별 후에 다시 만나게 된 순간들은 마치 영화같다. 쪼꼬도 자매들 사이에서 더 이상 혼자만의 왕따가 아닐 수 있어서 행복할 것이고.

 

 

유쾌함과 감동이 어우러진 <<뽀짜툰>>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느낌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나도 한 번 키워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물론 앞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것, 호기심과 달리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 신중해야하겠지만 이들의 유쾌한 생활을 보면서 부러움을 많이 느껴보았다. 작가의 아버지의 변화되는 모습이 마치 나와 같다. 작가는 그들과 부대끼면서 사랑하는 법,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지만, 나는 이들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 모든 법들을 배워나갔다. 무작정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두 아이들에게도 권해 볼 만한 책이다. 함께 배우면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싶다.

 

그저 동물들을 좋아할 줄만 알던 나는,

녀석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작은 생명 속에 깃든 거대한 우주를 배우고 만납니다. (에필로그 中) 

 

(이미지출처: '뽀짜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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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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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자람과 넘침의 격차 사이에서 불안하게 뒤흔들리는 젊음

바다를 품은 소녀 에리와 파도를 타는 소년 미쓰히데의 뜨거운 성장기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표지 삽화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열혈 서퍼인 미쓰히데와 자타 공인 모범생인 에리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수록된 이 작품은 불안하게 뒤흔들리는 청춘 남녀의 뜨거운 성장기를 담고 있다. 여자 친구와 서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임없이 서핑을 택할 미쓰히데에게 서핑은 한없이 자연스럽고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지금, 미쓰히데는 아버지의 폭군 같은 행동에 집을 떠나 지금은 혼자 하숙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집이나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하는 에리를 두고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에리에게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욕구가 있다. 가장 오래된 유치원때의 기억에 의하면 자신은 성적인 욕구의 싹 같은 게 숨겨져 있는 것, 자신의 성욕이 아무래도 남들보다 훨씬 강한 것, 마음은 여자를 원하면서도 몸은 남자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지겨운 것은 나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모범생이라는 가면 밑에 숨겨놓은 채 태연히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도 진짜 나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제 새삼 내 입으로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기대되는 역할이라는 게 있고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능숙하게 그 역할을 해내버렸다. 이제 와서 그걸 내던진다면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나는 이대로 계속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로 모든 게 지겨워진다. 이따금 내 손으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을 만큼. (본문 21,22p)

 

아버지에게 반감을 느겼던 것은 아버지라는 인간이 내가 가진 싫은 부분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존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문 263p)

 

폭군같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런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미쓰히데와 이따금 여자를 사랑스럽게 느낀 적이 있다는 걸 친구 미야코에게 털어놓으면서 미야코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한 에리가 서로 만나게 된 것은 미쓰히데는 아빠와 이혼한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며 에리는 길거리에서 만난 남자와 처음 잠자리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 우연한 만남으로 에리는 미쓰히데에게 함께 잘 것은 요구하고 그들의 만남은 지속된다.

 

때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가 부르기 전에 내가 먼저 그의 하숙방에 쳐들어갈까 생각했을 정도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매번 미쓰히데의 인내력이 먼저 바닥났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로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본문 160p)

 

미쓰히데는 아버지의 암, 에리는 큰오빠의 살인으로 두 사람은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그들은 서로 금기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의 답을 조금씩 찾아간다. 딱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될 때 슬쩍 도망쳐버리는 미쓰데이는 에리를 향한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도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에리 역시 미야코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청춘들의 방황이 있었지만 파도는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파도를 통해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낸 저자의 비유를 보면서 청춘과 파도가 참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파도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친 파도도 언젠가는 점점 멀어지고 작아져버린다는 사실을 마치 몰랐던 것 마냥 새롭게 받아들여본다.

 

점점 멀어져간다. 작아져간다.

콩알만큼 작아지고 이내 금빛 점이 되더니...

이윽고 반짝이는 물거품과 구별이 되지 않았다. (본문 433p)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는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음....글쎄...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성적인 부분에서 우리와 같지 않다는 얘기는 많이 들은 바 있지만,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성장 소설에서 성적인 묘사가 너무도 세밀한 이 표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파도에 빗대어 불안안 청춘의 묘사한 부분이나 그들의 고민, 방황 등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한 것은 정말 좋으나, 아무래도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듯 보이는 성적 표현이 조금은 거북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섬세한 묘사와 스토리의 진행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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