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때리면 안 돼!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1
김대조 외 지음, 김은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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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초중고 학생들의 대화 속에서 쉽게 욕을 들을 수 있습니다. 친근함을 나타내려는 듯한 ~년은 오히려 애교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지요. 주위에 누가 있는지 상관없이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욕을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욕하기에는 어른으로서 할 말은 없습니다. 어른들이 싸우고 욕하는 소리 역시 쉽게 들을 수 있으니까요. 또 그렇다고해서, 욕하는 아이들을 그저 두고 볼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주먹으로 때려야만 폭력은 아니니까요. 언어폭력도 상처와 고통을 주는 폭력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친근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욕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 입에 붙은 욕은 잘 떨어지지도 않지요. 습관이 되어버린 욕, 이제 욕 때문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언어폭력의 심각성과 바른 말 사용의 필요성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말로 때리면 안 돼!>>는 욕 때문에 아파하는 네 가지 동화를 담았습니다.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깨닫고 바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 어린이 스스로가 함께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끕니다. 부모도 함께 읽으면서 함께 고쳐나가는 것도 아주 좋을 듯 싶네요.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하지요. 우리 아이들은 바로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바른 말 사용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욕 연습]은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전학 온 박강지가 따돌림을 받게 되면서 욕을 배우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강지는 전학 온 첫날 인기 스타가 된 듯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런 강지가 병기는 못마땅하지요. 며칠이 지난 후에 강지는 왕따 은수처럼 따돌림을 받게 됩니다. 반에게 가장 힘이 센 병기를 중심으로 강지는 놀림을 받게 됩니다. 짝꿍인 은수마저도 강지에게 욕을 하자, 강지는 화를 내지요. 하지만 은수는 강지에게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욕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따인 은수는 힘 있는 말, 한 마디만 해도 듣는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마는 그런 말, 바로 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무기가 되는 욕을 수집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이제는 욕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닫지요. 결국 두 친구는 지금까지 연구한 욕을 비 오는 운동장에서 시원하게 퍼붓고 끝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지요.

 

 

"강지야, 화가 나서 진흙을 던져 봤는데 다른 사람이 맞기도 전에 내가 먼저 더러워졌네. 이것 봐! 내 손하고 옷이 더 더러워졌잖아. 강지야, 이제 우리 욕하지 말자. 다른 사람 욕하려다가 내가 먼저 때가 묻을 거야." (본문 44,45p)

 

[욕 대장 혼내 주기]는 옛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덩치도 작은 데다 몸까지 허약해서 동네 아이들에게 늘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던 막돌이가 천석이를 혼내주기 위해 장돌뱅이인 막쇠 삼촌에게 욕을 배우게 되지요. 막돌이는 삼촌이 알려준대로 말에다 '개'자를 붙히게 되고, 천석이를 내빼게 만들었어요. 결국 동네 친구들은 욕 대장이 된 막돌이를 멀리하게 되었고, 막돌이는 입에 욕이 붙어서 아무한테나 욕을 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그런 막돌이를 동네 개들이 혼내준다는 재미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죠.

 

[4학년 5반 악플 수사대]는 요즘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방송부에 꼭 들고 싶었던 자두는 3차시험에서 떨어지고 온라인 게임에만 몰두하고 시무룩하게 지내던 어느 날, 친구들은 시험에 떨어진 자두가 대화방에서 욕을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의심을 받게 된 자두는 대화방에 들어가 '백마 탄 환자'라는 아이디로 욕을 하고 있는 아이디를 발견하고 정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대를 결성하지요. 1등을 못 하면 마구 화를 내고 분이 안 풀리면 때리기도 했던 엄마로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던 친구의 사정을 듣고 난 뒤 아이들은 숨어서 함부로 욕하고 악플을 다는 사이버 세상과 그동안 해왔던 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 욕하지 말자. 한 사람, 두 사람, 욕하기 시작하니까 대화방이 너무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말에는 예언적인 힘이 있어서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일만 생긴대. (본문 114p)

 

 

[네가 하면 욕, 내가 하면 멋?]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나쁜 언어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고운 말 으뜸이'제도를 정하고 고쳐나가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욕이 가진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된 아이들은 의미없이 사용한 욕에 담긴 무시무시한 뜻을 알게 되는데, 독자 어린이들도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면 나쁜 언어 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어줄 듯 싶네요.

 

욕과의 전쟁을 선포한 네 편의 동화를 담은 <<말로 때리면 안 돼!>>는 욕을 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언어 폭력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을 통해 그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부모도 같이 읽어봐야 할 거 같아요. 아이들이 왜 욕을 하게 되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이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깨닫고 바른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면 좋겠네요~

 

(이미지출처: '말로 때리면 안 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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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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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얕보지 마라. 내 안에도 천지의 모든 기운이 들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줄기라고 안타까워하지도 말아라. 한 번 잡으면 내 몸이 끊어지기까지 놓지 않는다. 너희는 언제 이렇게 목숨 걸고 무언가를 잡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단단하게 익어본 적이 있는가?" (본문 108p)

 

키가 작은 남자가 어느 순간 루저가 되어버린 세상에 나는 통탄한다. 나 역시도 그들의 시선으로 보면 루저인 탓이다. 바지를 사면 너무 길어서 꼭 수선을 해야하고, 높은 곳에 올려진 물건을 꺼내지 못해 꼭 남편이나 키 큰 딸을 불러야하는 사소한 불편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키가 작다고 해서 내 인생을 완성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이렇게 큰소리치면서도 키 큰 딸을 보면 뿌듯하고, 또래보다 키가 작은 아들을 보면서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나 역시도 그들의 시선과 다를 바가 없는가보다. 이런 우리의 시선에 정면대결을 신청한 인물이 있다. 바로 <<달려라, 돌콩>>의 주인공 오공일이다.

 

공일인 일요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름이 공일이 된 그는 키 159센티미터 몸무게 46킬로그램으로 놈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곤 했다. 놈들은 먹잇감을 놓고 희롱하는 고양잇과 야생동물이었지만, 공일은 짤막한 다리를 스쿠터의 바퀴처럼 열나게 굴려야만 했다. 오늘 공일은 끝장을 내보자는 결심으로 정대의 머리통을 향해 플라스틱 화분을 날렸고 명중이었지만 결과는 비굴했다. 일단 죽을힘 다해 달릴 수 밖에 없다. 그들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공일은 비상등을 켜고 멈춘 구형 다마스에 올라타게 되고 그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변속기를 드라이브로 옮겼다. 택시기사였던 아버지의 덕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되다니. 공일은 다마스를 몰고 아버지가 다른 시쳇말로 씨가 다른 형제인 26세 나이 차가 나는, 한우를 키우는 형의 목장으로 갔다. 공일은 형의 목장에서 46세에 재혼하고 자신을 낳은 대책 없이 용감한 엄마 다음으로 대책없는 형의 목장에서 간혹 일을 돕는 금주를 만나게 된다. 자초지종을 들은 금주와 형은 다마스 운전자와의 일을 해결해주게 되고, 공일은 자퇴서를 낸 후 형의 목장에서 일손을 돕게 된다. 족보상으로는 엄연한 조카지만 공일보다 두 살 많은 형의 아들 도민은 축구 선수가 되어 대학의 스카우트가 확정된 상태였는데, 공일을 철저하게 무시하곤 했다. 채찍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며 스스로를 다그쳤던 도민은 공일에게 채찍을 건넨다.

 

"나도 힘들어 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힘들어 죽는 것하고 그냥 죽는 것하고 다른 것 같더라. 그래서 기왕이면 힘들다 죽겠다고 결심했다. 그랬더니 살아지더라. 네 자신한테 냉정하게 물어봐라. 17년 동안 네가 한 일이 뭐냐고. 정말 어떤 일에 죽을 만큼 버르적거린 적 있었느냐고." (본문 69p)

 

 

공일은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고생으로부터 기수로 오해받은 후 기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키와 몸무게가 모집 조건의 범위에 있음에 기뻐한다. 그렇게 기사 후보생이 되어 노력하게 되고,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인 고아영으로부터 돌콩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작고 왜소한, 그래서 누군가에게 만만한 대상이 되었던 공일이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그 속에 살짝 가미한 공일의 달콤쌉싸름한 첫사랑까지)은 '작고, 느리고, 못생긴 것들에게 보내는 완성을 향한 행진곡'이었다. 작고 왜소하기만 했던 공일은 이제 작지만 단단한 돌콩처럼, 기수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은, 도민의 방황이 좀 아이러니했다는 것이다. 공일을 철저히 무시한 듯 했지만, 알고보면 공일을 괴롭혔던 녀석들을 혼내주려했고, 자신 안에 꽁꽁 감춰져있던 공일을 꺼내주려했으며, 채찍으로 공일의 꿈을 채찍질했다. 자신의 허벅지를 때려가며 힘을 내곤했던 도민이 공일이 꿈을 찾고 나아가자, 오히려 자신은 방황을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도민 또한 축구선수가 아닌 자신의 꿈을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잠시 생각해본다. 이는 궁금증 폭발을 유도한 작가의 고도의 필력이었을까? 이런 탓에 시크한 도민의 캐릭터는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달려라 돌콩>>은 공일 외에도 아영과 금주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불안전한 청소년들, 그들은 이렇게 완성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앞서 표기했던 69페이지 도민의 대사는 정말 강렬하다.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이들, 더 이상의 희망을 포기한 이들, 그들은 어떤 일에 죽을 만큼 버르적거린 적이 있는가? 지금 절망 속에 허우적대는 청소년들에게 도민의 강한 채찍을 선물하고 싶다.

 

(사진출처: '달려라 돌콩'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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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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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1944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작품 <<봄에 나는 없었다>>는 작가 스스로 완벽하게 만족하는 작품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로, 수년 동안 구상한 후 삼일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가 필명을 사용한 것은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심리 서스펜스에 대한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었다고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작품이 추리 소설이 '아닌'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는 것을 보면 그녀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놀라운 것은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추리 소설이 아닌 심리 서스펜스로서의 애거사 크리스티의 역량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서의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닌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으리라. 그녀는 '매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성의 고독, 사랑의 오만함과 잔인함에 대한 특유의 날카로운 성찰을 담은 여섯 편의 장편을 발표했고, 그 중 <<봄에 나는 없었다>>는 중년의 여인인 조앤 스쿠다모어가 자기기만적인 삶을 깨닫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 작품(표지 中)이다.

 

막내딸 바버라의 갑작스러운 발병 소식에 바그다드에 갔던 조앤은 모든 일을 계획해서 순조롭게 돌아가게 해 놓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의 기차역 숙소 식당에서 세인트 앤 고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블란치 해거드를 만나게 된다. 조앤은 학창시절에는 누구랄 것 없이 열광했던 블란치가 볼품없이 마르고 부산하고 너저분하고 늙수그레한 여자가 된 것을 보며 그녀의 삶이 불행했음을 짐작하며 자신의 모습에 우쭐해지지만, 오히려 조앤은 블란치로부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뜻밖의 말들을 듣게 된다.

 

"바버라는 걱정하지 마. 이젠 괜찮을 거야. 내가 장담해. 윌리엄 레이는 좋은 사람이야, 너도 알겠지만. 아이도 있고, 모든 상황도 그러니 말이지. 바버라가 아주 젊고 이곳 생활이 그래서 그랬을 뿐이야. 젊은 여자의 머릿속은 종종 그렇게 된다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게 바로 학벌 의식이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것. 넌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본문 26p)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해 돌아가려던 그녀는 기차를 놓친 탓에 사막의 기차역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블란치의 의미심장했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에게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게 한다. 반듯하게 잘 자란 아이들, 자상하고 유능한 변호사 남편, 여유로운 삶을 누리며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던 조앤은 과거 속에서 남편이 원하던 농부가 아닌 변호사가 되기를 권했던 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외도와 유부남과의 결혼하려는 딸, 외톨이가 되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완벽하다고 느끼던 자신의 삶 속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과 마주하면서 진실 속에 가려진 허울뿐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조앤은 과거를 의심하게 된다. 그런 의심 속에서 그녀는 끝없이 불안해한다.

 

도와주세요, 하느님....저는 미쳐가고 있습니다...제가 미치지 않게 도와주세요...생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세요....고요....고요와 태양....그리고 심장 뛰는 소리...신은 날 버리셨어....신은 날 돕지 않으시지...난 외톨이야. 완전히 외톨이야...무시무시한 고요.....지독한 외로움....가여운 조앤 스쿠다모어....멍청이, 헛똑똑이, 사기 덩어리 조앤 스쿠다모어.... (본문 207p)

 

이 책은 이렇게 그녀가 외면했던 진실 속에서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추락하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기록되고 있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덮어버리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관대하고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나의 이런 모습이 타인에게도 포장된 모습 그대로 보여지는 것은 아닐게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바꿔나갈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조앤의 결말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끝없이 추락하면서 자신의 진실된 모습과 마주했던 조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후의 이야기는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은 자기만족에 빠진 딱한 영혼인 조앤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불안해하는 심리묘사가 압권인 작품이다. 조금은 지루한 진행도 있었으나 마지막 결론이 주는 반전이 놀라운 작품이기도 하다. 불편한 진실 속에서 끝없이 추락해가는 조앤의 모습은 우리가 감추고 외면하며 스스로 포장해왔던 나 스스로의 모습과 닮아있다. 조앤은 아내이자 엄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마주한 인간의 본성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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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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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마이 라이프><개 같은 날은 없다>로 이옥수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다. 사춘기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는 입장이 유독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갖게 하는 탓이리라. 청소년 소설 작가 이옥수의 신작 <<파라나>>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나와 내 딸의 모습을 함께 보았으며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붙여준 이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인해 만들어진 나에게 맞추어가려는 노력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누군가가 붙혀진 내 이름표가 나를 성장하게 하고 나를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지만, 나의 본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으며, 마치 진실이 아닌 거짓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 정호의 엄마처럼 나 역시도 딸에게 내가 붙혀주고 싶은 이름표를 달아주고 있었다. 그동안은 그 이름표에 버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었는데, 정호의 모습에 자꾸 딸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수업시간에 잠이 든 정호에게 부모님의 호출이 벌이 떨어졌다. 정호가 이제 곧 아이들 앞에서 적나라한 신상정보가 드러날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것은, 이때까지의 경험상 그의 정보가 노출되면 아이들은 어쭙잖은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기계음처럼 멋대로 씹어 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집 앞에 있는 학교 놔두고 굳이 이 먼 학교를 고집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호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호는 '착한'을 들먹이는 무개념 인간들을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고 만들어놓은 블랙리스트 3호 아름 슈퍼 김씨 아저씨를 만났다. '착한 녀석!'. 정호는 '착한'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찍어 내리는 어떤 비애감과 더불어 알 수 없는 적개심마저 일었으며, 벌건 대낮에 엉덩이를 까고 다니는 것처럼 모욕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블랙리스트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은 전춘희 여자, 즉 엄마이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싶을 정도로.

 

싫다, 좋다, 싫다, 좋다....싫은 것도 좋은 것처럼, 아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정직하게 생각을 나타낼 기회도 주지 않고 무조건 착하다는 말로, 아니 착해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몸이 성치 않은 어머니 아버지, 불쌍하다. 그런데 불쌍한 것과 날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은 다르다. 이것은 자신이 살아내야 할 현실이고 삶이다. 그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는, 묵묵히 홀로 걸어가야 하는.... (본문 142p)

 

담임은 부모님의 호출에 대해 언급이 없었으나 정호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직접 부모님을 호출한 담임 탓에 부모님이 학교를 방문하게 되고, 부모님의 방문 이후 정호는 엄마가 만들어준 이름표에 의해 효행 대상을 받게 된다. 부모님을 잘 모셔서 받게 된 효행 대상, 하지만 정호는 자신이 이 상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부모가 학교에 왔다는 것 때문에, 장애 부모아 살아가기 때문에 효행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정호는 화가 났다. 그리고 이제 타인이 붙혀진 '착한' 이름표를 벗어버리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이름표를 얻고자 하는 정호의 성장통이 시작된다.

 

'파라나' 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 찾아보니 '마음이 푸르러스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라는 뜻이란다. 타인의 붙혀진 이름표에 맞추어 내가 아닌 거짓의 모습의 살아가기보다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파라나가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에는 정호에게 다가온 효은이라는 친구가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인물인데, 정호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데 힘이 되어준다. 사고로 인해 다리를 잃은 아버지에 대해, 가난에 대해 정호처럼 쭈그러들지 않고 당당한 효은은 정호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더불어 저자는 효은을 통해 "뭐가 겁나서 튀는데,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니면서.....인마, 당당하게 쭈그러들지 않는 것. 그게 존심이야!" (본문 121p) 이라고 말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당당해지라 말하고 있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착한'이라는 이름표에 갇혀 살았던 정호의 갑갑함, 버거움에 대한 심리묘사가 잘 드러나있다. 독자들은 정호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두 친구를 통해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어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될 듯 싶다. 지금 나는, 타인이 만들어준 몇 가지의 이름표 속에 갇혀있다. 당당하게 내 이름을 찾아가야하는 이유를, 내 아이에게 스스로 이름표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정호를 통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만들어준 '모범생'이라는 이름표 속에서 버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정호 속에서 보았고 그로인해 미안함,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미안한 내 마음을 담아 이 책을 권해보고자 한다. 자신이 살아내야 할 현실과 삶에 그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엄마라는 자격으로 박탈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파라나>>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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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슈 코르차크 -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도토리숲 어린이책
필립 메리외 지음, 페프.쥬느비에브 페리에 그림, 윤경 옮김 / 도토리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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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어른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형이 아닙니다. 어린이들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래야만 어린이들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야누슈 코르차크 (표지 中)

 

 

'야누슈 코르차크'라는 이름은 제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던 터라,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책 정보를 본 후 궁금함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이라는 작은 책자와 함께 도착했지요. 유네세프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펼치는 곳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어린이 인권과 권리를 위해 어린이 권리 지킴이로 헌신했던 '야누슈 코르차크'의 정신을 기려 만든 단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어린이와 하께한 야누슈 코르차크의 일생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느끼게 되는 감동과 존경심으로 이제 '야누슈 코르차크'라는 이름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야누슈 코르차크의 실제 이름은 헨리크 골드슈미트라고 하네요. 문학 작품을 발표하면서 야누슈 코르차크라는 이름을 썼다고 합니다. 헨리크는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한 젊은이었어요. 헨리크가 17살이 되던 해, 폴라드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어머니 홀로 생계를 꾸리기가 힘들어지자 헨리크는 동네 어린이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며 돈을 벌었지요. 헨리크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을 때 거리의 아이들을 본 후, 그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열심히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르치곤 했어요. 헨리크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여자 가정교사에세 엄하게 교육을 받았고, 우울하고 엄격한 학교에 입학하여 매를 맞으며 배운 탓에 어린이들을 무섭게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고, 어린이들과 함께하기로 한 것입니다.

 

헨리크는 어린이들은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기에 이를 돕기 위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원에서 일하면서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아픈 어린이들에게 줄 약이나 장난감을 사 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코르차크는 많은 어린이들이 병이 나으면 다시 비참한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을, 거리에서 때로는 집에서 가족들에게 학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코르차크가 32살이 되었을 때 코르차크는 어린이의 권리를 지켜 주면서 잘 돌볼 수 있는 '작은 공화국'을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스테파라는 젊은 여성과 힘을 모았지요. 이렇게해서 가난한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처음으로 마련된 셈입니다. 두 사람은 어린이 의회를 만들어 어린이들 스스로 단체 생활 규칙 따위를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1914년 8월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서 코르차크는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가게 되었고, 군의관으로 야전병원에서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면서도 가까운 곳에 있는 난민 아동 수용소에서 다친 어린이들을 치료하고 공부도 가르쳐주곤 했어요. 이때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1918년 11월 집으로 돌아온 코르차크는 고아들을 위한 두 번째 집을 지었고, 여러 해 동안 어린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강연을 하고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1924년 오십 개 나라가 '제네바선언'을 채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이었습니다. 코르차크는 1926년에 온전히 어린이들을 위한 신문 <작은 비평>을 발행했지요. 하지만 1933년 독일에서 히틀러와 나치가 정권을 잡았고 1942년 나치는 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을 몰살하기로 했지요. 코르차크는 나치의 위협에 맞섰지만 1942년 8월 6일 아침 7시, 군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모두 짐을 싸자.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챙기렴. 우린 이제 떠나야 한단다. 나도 너희와 함께 갈 거야." (본문 37p)

 

 

가장 좋은 옷을 입은 '고아들의 집' 어린이 백아흔 두 명은 어린이의 상징인 초록색 깃발을 들고 걸었습니다. 코르차크, 스테파 그리고 '고아들의 집' 어린이들은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어요. 코르차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코르차크는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어린이와 함께 했습니다. 어린이들 곁에서 어린이들을 존중하며, 어린이와 어른의 온당한 관계를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코르차크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초록색 깃발을 앞세우고 수용소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가는 행렬이 바로 '천사들의 행진'입니다.

 

코르차크는 어른들이 벌인 전쟁에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고,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되는 기막힌 현실을 무척 슬퍼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고, 전쟁을 벌이기 전에 어린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전쟁의 피해에 고통스러워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어, 전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 인권이 보장되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현명하게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본문 43p)

 

얼마 전 <평화를 기다리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지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의 슬픔과 고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코르차크의 노력에도 여전히 아이들의 인권은 지켜지지 않은 채 생명을 보호받지도 건강하게 자랄 권리도 주장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동권리선언의 채택이 기뻤지만, 좀 더 나아가 실제로 약속을 지켜 주길 바랐던 코르차크, 그 약속이 세계 곳곳에서 모두 지켜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저 역시도 바래봅니다.

 

 

소풍을 가고 싶다는 아이를 때린 울산 계모사건에 대해 얼마전 사형이 구형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고통이,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과 코르차크의 일생이 오버랩되면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으며,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록에 수록된 코르차크가 한 말들은 모두 부모인 제게는 가시가 되어주었네요. 행복보다는 성적이 우선시 되는 우리 사회, 폭력없는 전쟁터가 아닐까요? 우리가 지켜줘야 할 어린이들의 권리, 그 의미를 되새겨볼 때입니다.

 

"어린이들 스스로 오늘을 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내일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모든 어린이는 한 가정을 행복과 진실로 빛낼 수 있는 불꽃을 갖고 있는 존재입니다." (본문 47p)

 

(이미지출처: '야누슈 코르차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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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작은 하늘 2014-05-02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TV 서프라이즈에 야누슈 코르차크에 대해 나와서 책을 찾아 봤는데 없더군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뻐요~ 당장 사야겠어요^^ 추천합니다~

동화세상 2014-05-06 23:53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