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 34번째 이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비트겐슈타인이 누구이며, 그의 사상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바로 이러한 일상 언어 분석에서 철학의 의의를 발견한 인물이지요. 언어철학은 비트겐슈타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철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자라고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그의 초기 사상으로 언어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가 일치한다는 생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후기 사상으로 언어의 뜻은 바로 그 언어가 씌어지는 문맥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는 언어의 뜻은 그 사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문맥에서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바로 언어의 의미는 쓰임에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풀어내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이야기가 참으로 어려운 듯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헌데 해신, 해류, 해이, 해라 4남매의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시리즈의 장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철학 사상을 이해시켜준다는 것이지요. 또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알찬 내용으로 청소년과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요.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큰 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엄마의 강압으로 집에 있던 해이와 해라는 마당의 잡초를 뽑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돌아온 큰형 해신은 도와주지 않고 무심하게 안으로 들어갈 뿐입니다. 그런 해신을 보고 해이가 투덜될 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둘째 형 해류가 등장합니다. 해류는 해이가 잡초를 뽑아 담아놓은 바구니를 걷어차고 들어가지요. 며칠이 걸리든 한 바구니를 다 채운다는 걸 명세하고서야 저녁을 먹게 된 해이는 사악 대마왕인 해류로 인해 해라의 잡초 뽑기까지 모두 떠안게 되었지요. 해이의 머릿속에서 많은 말들이 와글와글 외치지만 입만 어버어버 벙긋벙긋할 뿐이었습니다.
내일 해류의 친구가 영국에서 온다고 온 집안 식구가 들떠 있을때, 해이는 이틀째 잡초를 뽑고 있었지요. 두 형들과 여동생 사이에 껴서 숨죽이며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던 해이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가출을 하게 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해이는 "버스가 달린다."를 살짝 소리 내어 말해 보다가 혼자만의 말을 만들어봅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의문점을 갖게 되지요.
'사람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내가 한 말이 무슨 의미가 있지?' (본문 43p)
말을 쓰는 것과 말을 전달하는 것과 말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로 전해지는 것이 전부는 아닌 걸까? 아니면, 말한 것 이상의 의미가 말 속에 들어 있는 것일까? 그런 고민 속에 해이는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지요.
그곳에서 해이는 내일 온다고 했던 해류의 친구인 천우 형과 그의 동생인 천재 신조를 만나게 됩니다. 형제와 우연히 만나게 된 해이는 자신이 가출하게 된 이유를 빠짐없이 이야기하게 되고, 친구가 된 신조는 해이가 가졌던 말에 대한 의문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으로 풀어내줍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세상을 언어로 모두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런 말을 남겼지.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정확히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 (본문 81p)
하지만 해이는 또 의문이 생겼어요. 엄마는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엄청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요. 표현하는 것과 보이는 게 사실이 다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신조는 해이의 이 궁금증도 풀어줍니다. 비트겐슈타인도 나중에야 그걸 깨닫게 되었고, 말하는 사람의 미묘한 눈짓, 몸짓, 그리고 억양까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지오는 신조가 들려주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서, 그리고 신조의 상처를 통해서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지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에 감추어진 것이 다르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 아픔은 있으니까요. 그 아픔을 드러내 놓고 말하는 순간 이미 치유는 시작됩니다. 말은 세상의 진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힘도 있으니까요. (본문 120p)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의 사용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어. 언어는 삶의 흐름 속에서만 뜻을 갖기 때문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언어를 쓰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지." (본문 123p)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 다양한 말, 말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뜻도 다르지요. 말을 따라가 보면 생각이 있고, 생각을 따라가보면 거기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해이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음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해이의 방황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풀어낸 이 책에서 언어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중심이 되는 도구인 언어에 대해 풀어낸 이 책은, 언어의 파괴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깨닫게 해주지요. 우리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언어는 소통의 가장 중요한 도두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지성의 마법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또한 언어 속에서 싸우고 언어를 통해서 마법에 대항한다" (본문 中)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는 놀라운 마법을 가지고 있는 거 같네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해이의 방황과 궁금증을 담은 일상의 모습 속에서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 알게된 언어를 통해 논술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이라 더욱 마음에 드네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철학을 동화로,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나를 둘러싼 사람, 사물, 자연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어려울 듯 보이기만 했던 철학을 이 시리즈를 통해 한층 가까워지는 거 같네요.
(이미지출처: '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