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전사 게이넥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10
단 고팔 무커지 지음, 김선희 옮김, 정소영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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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베리 상은 독서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높이고, 아동문학가들의 창작욕을 북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서 해마다 출판된 작품 가운데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품(작가)을 뽑아 수여합니다.
뉴베리 상의 경쟁력은 까다로운 심사 기준에 있습니다. 평가단은 주제 의식은 물론 정보의 깊이와 스토리, 인물과 문체의 적정성 등을 꼼꼼히 점검하여 수상작은 결정합니다. 그래서 뉴베리 상 수상작들은 뛰어난 문체와 실감 나는 표현이 특징입니다.  (본문 中)

 

 

주니어김영사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10번째 이야기 <<비둘기 전사 게이넥>>은 1928년 뉴베리 수상작이다. 삼천 년 전부터 이집트, 페르시아에서는 비둘기의 귀소성을 이용해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활용했으며, 근세에 이르러 유럽에서는 비둘기 경주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통신용 비둘기는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통신병으로 주요한 역할을 했으나 전신 전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용 비둘기는 한국 전쟁을 마지막으로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단다. 이 책의 주인공 비둘기 게이넥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활용되었다.

이 책은 1부 게이넥의 모험과 2부 게이넥과 전쟁으로 나뉘어지는데, 이야기는 게이넥의 주인인 '나'의 이야기와 게이넥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게이넥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맹하게 성장해가는 이야기 속에 인도의 종교와 인도의 자연과 풍광이 아름다운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되어있어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다.

 

캘커타(인도의 콜카타의 옛 지명)에는 적어도 인구수의 두 배만큼이나 많은 비둘기가 있는데, 인도 사나아이들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애완용 캐리터, 텀블러, 공작비둘기, 파우터를 몇 십마리씩 키우고 있다. 비둘기는 놀랄 만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을 무척이나 잘 따른다. 소년의 비둘기 친구의 이름은 치트라 그리바로, '치트라'는 '아름다운 색으로 칠한' 이라는 뜻이고, '그리바'는 '목덜미'라는 뜻이여서 이 말을 영어로 옮기면 '아름다운 색으로 칠한 목덜미', 즉 게이넥이 된다. 게이넥은 힘을 기르는 것도 비둘기 중에서 제일 느렸고, 날개 펴는 걸 약간 두려워했는데 태어난 지 삼개월이 다 되어도 날아 볼 생각조차 않는 게이넥을 아빠 비둘기는 야단을 쳤고, 야단을 피하려고 몸을 움직인 게이넥을 아빠 비둘기는 계속 야단을 치면서 쫓아다녔고 옥상 끝까지 몰아붙이는 바람에 게이넥은 날개를 펼치고 드디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날씨가 무척 더운 탓에 소년의 가족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거처를 옮겼고, 소년은 게이넥에게 방향 감각을 가르치기 위해 칸첸중가 산과 에베레스트 산맥이 있는 곳에서 비둘기 두마리를 놓아주곤 했다. 게이넥은 지난 번 폭풍으로 아빠 비둘기를 잃은 후, 이번에는 매의 공격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던 어미 새를 잃고 말았다. 이후 게이넥은 멀리 날아가버리고, 소년은 정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이 지긋한 곤드 아저씨와 함께 게이넥의 흔적을 찾아 쫓아갔다. 이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이넥의 두려움을 치료해 주었다는 라마승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게이넥을 통해 자신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모험을 통해 게이넥은 친구들을 지켜내기 위해 사나운 매의 공격에 맞설만큼 용기를 갖게 되었다.

 

 

소년의 비둘기 게이넥과 히라는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고, 가족을 만든 게이넥이 부인과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 집으로 반들시 돌아온다는 것을 소년은 믿었다. 그리고 이제 전쟁터에서 일은 게이넥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게 된다. 거무스름해지는 회색 하늘에서 죽음이 거대한 뱀처럼 똬리를 틀며 비명을 질러 대고, 모든 것을 짓누르고 있었으며, 둥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포탄으로 땅이 움팍 파인 데다 수십마리의 쥐들이 목숨을 잃고 몸이 찢겨 있는 끔찍한 장면을 봐야했고, 히라 마저 죽은 상황에서 게이넥은 지쳐갔다. 임무 수행 중 다리에 총을 맞아 부러졌지만 고통 같은 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게이넥은 또다시 꼬리에 총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임무를 마친 게이넥은 치료가 끝난 후 두려움과 증오의 병이 생겼다. 다행이 여행을 통해 만난 노승의 도움으로 게이넥은 두려움과 증오의 병을 완치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우리의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무의식적으로라도 두려움이 있는 사람과 꿈이 증오로 얼룩진 사람은 분명, 두려움과 증오를 조만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 형제들이여, 용기를 갖고 살아가기를. 용기를 호흡하고 용기를 보여 주자. 사랑을 새악ㄱ하고 느끼자. 그래야 마치 꽃이 향기를 내뿜듯 아주 자연스러게 여러분 자신의 평화와 평온함을 베풀 수 있을 테니. 평화가 어려분 모두와 함께 하기를!" (본문 201p)

 

 

소심하고 겁이 많아 하늘을 날지도 못했던 비둘기 게이넥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맹한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한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묘사는 마치 영상을 보는 듯 했으며, 히말라야에서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 속에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 경이로움 속에서 인간인 우리가 그들의 영원한 침략자가 되어렸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게이넥의 성장과정,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 두려움을 치유하는 라마승의 이야기는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에게 큰 의미가 되어줄 듯 싶다. 특히 간간히 삽입된 흑백의 삽화가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 듯 싶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수많은 동화와는 다른 느낌, 다른 스토리가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사람드링 고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두려움, 걱정, 증오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만약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이겨낸다면, 나머지 두 가지는 저절로 이겨낼 수 있다.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들은 먼저 그 먹잇감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 다음 죽인다. 사실 그 어떤 동물도 적이 마음속에 공포를 심어 놓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는다. 결국 적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전에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죽는 것이다. (분문 133p)

 

(이미지출처: '비둘기 전사 게이넥'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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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말랄라 -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최연소 여성 인권 운동가
허운주 지음, 오세영 그림 / 삼성당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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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식이라는 무기로 무장해 함께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빈곤과 부정, 그리고 무지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 수백만 명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강한 무기인 책과 펜을 들고 문맹과 빈곤, 테러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어린이 한 명, 선생님 한 분, 책 한 권, 펜 한 자루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교육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말랄라 2013년 7월 유엔 연설 중에서)

 

2013년 노벨 평화상은 화학무기금지기구 OPCW가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벨 평화상 수상자보다 더 큰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후보자가 있었지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입니다. 역대 최연소 노벨 평화상 후보였지만 모두가 그녀의 수상을 기대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말랄라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그녀의 영향력은 컸습니다. 저는 사실, 최연소 노벨 평화상 후보라는 점 외에는 말랄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왜 모두가 이처럼 말랄라를 연호하는 것인지 궁금했지요. 그러던 차에 삼성당에서 출간된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랄라에 대한 궁금증에 읽어보고자 했지만, 최연소 여성 인권 운동가인 말랄라는 제 두 아이에게도 귀감이 되어줄 듯 싶었지요.

 

 

2012년 109월 9일, 말랄라는 친구들과 버스에서 평범한 여느 중학생들처럼 유행하는 노래, 개봉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다가와 "네가 말랄라냐?" 라고 물었고, 소년은 말랄라가 고개을 끄덕이자 바로 총을 쏘았지요. 그 총탄은 그녀의 머리와 목을 관통했습니다. 소년은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 소속이었습니다. 텔레반 소년은 왜 그 어린 말랄라에게 총을 쏘았을까요?

 

 

2009년 어느 날, 이슬람 과격 단체에서 말랄라가 다니던 학교를 점거한 후 여학생들의 등교를 막았습니다. 당시 열한 살이던 말랄라는 '굴 마카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BBC 방송에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해 국제적인 관심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탈레반의 위협 때문에 여자 어린이들이 교육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자신의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했지요. 마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나치의 만행을 일기장에 기록했던 안네 프랑크처럼 말입니다. 세계인들은 배우지 못하는 소녀들의 현실에 분노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2011년 11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평화상' 수상자로 말랄라를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말랄라가 유명해질수록 탈레반의 위협은 커졌고 결국 총에 맞았던 거지요.

 

 

다행이 말랄라는 영국의 총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파키스탄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내가 바로 말랄라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교육이 자유를 달라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말랄라는 완치된 후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파키스탄에서도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도 여자 어린이의 입학률이 크게 높아졌지요.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에도 텔레반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말랄라의 용기는 시인이자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7월 12일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하게 되는 특별한 생일 잔치를 맞이하게 되지요. 물론 이후에도 협박이 담긴 편지를 받았지만,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아는 말랄라는 자신을 비롯하여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한 여자 어린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왜 사람들이 말랄라의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바랐는지, 왜 '말랄라 신드롬'이 생겨나고, 말랄라가 연설을 했던 그녀의 생일 7월 12일을 '말랄라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너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록된 말랄라의 유엔 연설 전문을 읽어보면서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와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위해서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네요. 말랄라 외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아웅산 수치, 버락 오바마,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 킹, 마하트마 간디 등 말랄라가 만난 사람, 존경하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면서 사랑, 평화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말랄라의 용기는 많은 어린이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줄 거 같아요. 인권이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배움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듯 싶네요. '교육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던 말랄라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돕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이 아닌 교육을 통해 올바른 생각과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말랄라의 이야기가 좋은 본보기가 되어 참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이미지출처: '내 이름은 말랄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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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양아, 잘 자
안토니 슈나이더 글, 다니엘라 쿠드진스키 그림, 유혜자 옮김 / 꿈소담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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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게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안 졸린 척 애쓰는 아이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억지로 재우느라 기운이 다 빠집니다.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읽어주기도 해보지만 어느 날은 책 이야기에 푹 빠져 눈을 더 동그랗게 뜰 때도 있지요. 결국 참다못한 엄마는 아이를 윽박지르고 아이는 울다가 지쳐 잠이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선택했었는데, 아무래도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줄 때는 편안하게 잠을 유도하는 이야기나 삽화가 좋은 거 같아요.

 

 

<<아기 양아, 잘 자>>는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부담이 없는데다, 잔잔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자연스럽게 잠을 들게하는 그림책입니다. 표지 속 반쯤 눈이 감긴 아기 양이 무척 졸린가 봅니다. 아기 양의 편안해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도, 엄마인 저도 저절로 눈이 감길 것만 같습니다.

 

 

예쁜 아기 양이 있습니다. 이제 풀밭은 어두워지려 하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 있을 뿐이지요. 달은 나무 뒤에 숨어있네요. 이제 곧 밤이 될 거랍니다. 아기 양의 눈이 반쯤 감긴 걸 보니 졸린 가 봅니다. 달은 나무 뒤에 숨어 있고, 구름도 있고 사다리도 있군요. 어? 나무에 꿈이 걸려 있군요. 아기 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아기양은 나뭇가지 누워 꿈의 향기를 맡고 있어요. 꿈은 어디에 있고? 양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무에 걸려 있는 꿈을 양이 다 먹어 버린 후, 양은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쉿!

 

 

 

몽한적인 느낌이 나는 삽화와 이야기인 거 같아요. 흔히들 잠이 안 올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세곤 하는데, 스토리와 삽화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양을 세어야 할 거 같습니다. 수많은 양들이 등장하고 꿈을 먹고 잠드는 양의 모습 등이 굉장히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잘 자라, 우리 아기, 잘 자렴!'이라는 자장가 가사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읽다보면 양처럼 어느 새 꿈나라로 슝~ 날아갈 듯 싶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한 편의 시와 같은 느낌이어서 반복적으로 읽다보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몽환적인 느낌의 삽화는 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잠드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꿈나라로의 여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스토리보다 삽화가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했지요. 조근조근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주다보면 아이들이 스르르~ 잠이 들 거 같습니다.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들과의 실랑이는 안해도 될 거 같네요. 누워 있는 아이의 머리를 살살 만져주면서 책을 읽어주니 금새 잠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 책! 매일매일 읽어줘야 할 듯 싶네요. 아이가 잠든 시간, 저도 이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

 

(이미지출처: '아기 양아, 잘 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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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34
박해용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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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 34번째 이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비트겐슈타인이 누구이며, 그의 사상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바로 이러한 일상 언어 분석에서 철학의 의의를 발견한 인물이지요. 언어철학은 비트겐슈타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철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자라고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그의 초기 사상으로 언어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가 일치한다는 생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후기 사상으로 언어의 뜻은 바로 그 언어가 씌어지는 문맥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는 언어의 뜻은 그 사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문맥에서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바로 언어의 의미는 쓰임에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풀어내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이야기가 참으로 어려운 듯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헌데 해신, 해류, 해이, 해라 4남매의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시리즈의 장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철학 사상을 이해시켜준다는 것이지요. 또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알찬 내용으로 청소년과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요.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큰 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엄마의 강압으로 집에 있던 해이와 해라는 마당의 잡초를 뽑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돌아온 큰형 해신은 도와주지 않고 무심하게 안으로 들어갈 뿐입니다. 그런 해신을 보고 해이가 투덜될 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둘째 형 해류가 등장합니다. 해류는 해이가 잡초를 뽑아 담아놓은 바구니를 걷어차고 들어가지요. 며칠이 걸리든 한 바구니를 다 채운다는 걸 명세하고서야 저녁을 먹게 된 해이는 사악 대마왕인 해류로 인해 해라의 잡초 뽑기까지 모두 떠안게 되었지요. 해이의 머릿속에서 많은 말들이 와글와글 외치지만 입만 어버어버 벙긋벙긋할 뿐이었습니다.

 

내일 해류의 친구가 영국에서 온다고 온 집안 식구가 들떠 있을때, 해이는 이틀째 잡초를 뽑고 있었지요. 두 형들과 여동생 사이에 껴서 숨죽이며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던 해이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가출을 하게 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해이는 "버스가 달린다."를 살짝 소리 내어 말해 보다가  혼자만의 말을 만들어봅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의문점을 갖게 되지요.

'사람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내가 한 말이 무슨 의미가 있지?' (본문 43p)

말을 쓰는 것과 말을 전달하는 것과 말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로 전해지는 것이 전부는 아닌 걸까? 아니면, 말한 것 이상의 의미가 말 속에 들어 있는 것일까? 그런 고민 속에 해이는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지요.

 

그곳에서 해이는 내일 온다고 했던 해류의 친구인 천우 형과 그의 동생인 천재 신조를 만나게 됩니다. 형제와 우연히 만나게 된 해이는 자신이 가출하게 된 이유를 빠짐없이 이야기하게 되고, 친구가 된 신조는 해이가 가졌던 말에 대한 의문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으로 풀어내줍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세상을 언어로 모두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런 말을 남겼지.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정확히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 (본문 81p)

 

하지만 해이는 또 의문이 생겼어요. 엄마는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엄청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요. 표현하는 것과 보이는 게 사실이 다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신조는 해이의 이 궁금증도 풀어줍니다. 비트겐슈타인도 나중에야 그걸 깨닫게 되었고, 말하는 사람의 미묘한 눈짓, 몸짓, 그리고 억양까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지오는 신조가 들려주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서, 그리고 신조의 상처를 통해서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지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에 감추어진 것이 다르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 아픔은 있으니까요. 그 아픔을 드러내 놓고 말하는 순간 이미 치유는 시작됩니다. 말은 세상의 진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힘도 있으니까요. (본문 120p)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의 사용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어. 언어는 삶의 흐름 속에서만 뜻을 갖기 때문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언어를 쓰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지." (본문 123p)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 다양한 말, 말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뜻도 다르지요. 말을 따라가 보면 생각이 있고, 생각을 따라가보면 거기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해이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음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해이의 방황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풀어낸 이 책에서 언어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중심이 되는 도구인 언어에 대해 풀어낸 이 책은, 언어의 파괴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깨닫게 해주지요. 우리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언어는 소통의 가장 중요한 도두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지성의 마법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또한 언어 속에서 싸우고 언어를 통해서 마법에 대항한다" (본문 中)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는 놀라운 마법을 가지고 있는 거 같네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해이의 방황과 궁금증을 담은 일상의 모습 속에서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 알게된 언어를 통해 논술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이라 더욱 마음에 드네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철학을 동화로,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나를 둘러싼 사람, 사물, 자연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어려울 듯 보이기만 했던 철학을 이 시리즈를 통해 한층 가까워지는 거 같네요.

 

(이미지출처: '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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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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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 환하게 떠있는 보름달도, 손톱만한 초승달도, 구름 사이로 빼꼼히 눈이 내보인 달도, 그 어떤 모습의 달이라도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마주한 달은 왠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줍니다. 보고 있으면 마냥 빠져들어 한없이 바라보게 되는 달, 그렇게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달 속에서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의 얼굴, 오래전 함께 놀았던 친구의 얼굴 등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움이 잔뜩 묻어난 달, 그래서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하는가 봅니다. 저는 오늘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에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사람, 이어폰을 꽂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의 달을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하늘빛 표지가 마음에 들어 우연히 읽어보게 된 권대웅 작가의 <<당신이 사는 달>>에는 달을 보며 느끼는 수많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바쁘고 삭막한 서울의 지하철 속에서 저는 그렇게 고요를 맛보았답니다.

 

 

<<당신이 사는 달>>은 달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애정이 담긴 책으로 '달詩' 23편과 저자의 일상과 생각, 여행을 통한 사진 등이 달과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영시도 수록이 되어 있는데, 이 영시들은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인 'Rachel Bach'님이 달詩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이 책 속에 '지금 여기에서 당신과 함께 숨 쉬고 느끼고 존재하는 바로 이 순간의 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저자의 바람처럼, 언제나 환하고 밝은 달의 기운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아닌, 내 마음 속에 환하고 밝은 달을 선물받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지요. 나만의 달처럼 나 역시도 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생겨나네요.

 

달은 참 좋은 에너지다. 언제나 따뜻하고 밝고 환하고 둥글다. 그런 달의 기운을 받고 또 나누고 싶었다. 선물하고 싶었다. 조금 외롭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 아름다운 당신의 달을. (본문 282p)

 

저자는 참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달을 닮은 사람이라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워할 줄 알고, 눈물 흘릴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한 줌도 안 될 햇빛에 옷가지를 말리려고 젋은 아낙이 마당에 나와 탁탁 옷을 터는 소리에 눈물겨워할 줄 아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지요. 불어터진 라면에 잔뜩 배인 깊은 맛을 느낄 줄 알았으며, 엄마의 촌스러움을 이뻐할 줄 알고, 각박해지고 급해지고 마음은 작아지는 바쁘고 정신없고 지치고 외로운 무뚝뚝한 로봇같은 도시에서 오랜 시간 손때 묻은 가구, 작은 것들을 그리워할 줄 알았지요. 그렇게 저자의 달을 닮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에게도 있었던 하지만 잊고 있었던 그 감수성들이 조금씩 톡톡 터지곤 했습니다. 그리움이 잔뜩 배어있지만 늘 환한 달처럼, 제 마음도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그리워하면서 또 그 그리움에 묻어있던 기억들로 마음이 벅차올랐지요.

 

강렬했던 어떤 정신, 사랑, 고통, 잊을 수 없는 추억들 또한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저장되어 보존되어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다른 그 무엇으로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공간, 바로 이 자리에서 먹고, 자고,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꿈을 이루어내려고 생을 껴안았던 사람들. 그들의 힘이 이 지구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문 76p)

 

치열한 도전이나 열정에서 오는 고통은 우리 영혼에 유익한 무언가를 안겨준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아프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했던 순간들. 진짜 삶이란 그러한 과정들, 바로 그 순간 속에 있다. (본문 88p)

 

사랑은 그런 것이다. 둘이 서서 네 발로 가는 게 아니라 둘이서 두 발로 가는 것. 당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나도 바라보는 것. 당신 마음에 내 마음이 앉아 있는 것. 둘이서 아름다운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 것.

기다려주고 편들어주는 것. 미워도 다시 한 번 껴안아주는 것. 강물이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기쁨처럼, 햇빛이 꽃잎을 만나러 가는 눈부심처럼, 둘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살아내는 그 과정이다. (본문 223p)

 

 

'사랑은 둘이 서서 네 발로 가는 게 아니라 두 발로 가는 것'이라는 문구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래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야했던 조금은 빡빡했던 하루의 일정 속에 저는 너무 고요한 시간, 그리운 시간,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과 마주했습니다. 책 속의 달詩는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이 주었지요. 얼마 전 호기롭게 퇴사하며 남모를 맘고생을 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이제 원망스럽지도, 후회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달의 환한 기운이 이제 저를 채워줄테니까요. 정말 오랜만에 기분좋은 독서였습니다. 제 마음 속에 저자가 선물한 달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이미지출처: '당신이 사는 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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