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시 삼백수 : 5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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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학창 시절에 읽은 책이 평생(?)의 취향을 결정하나 봅니다. 학창 시절 정민 선생님의 한시 이야기 책을 인상깊게 읽었더랬는데요, 그 후로 당연히 정민 선생님의 책은 물론 한시에 대한 책에 내내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 꾸준히 책을 내주시고 계시는 것이 반가울 따름인데요, 작년에 우리 한시 삼백수 7언 절구 편이 출간되면서 두께에 헉, 우리 한시가 이렇게 많다는 데에 헉 놀랬었습니다. 300수라고 해도 한시라면 20자 남짓인데 왜 이리 두꺼울까 했더니 하나 하나 정민 선생님의 주석이 붙어 있더군요. 성격상 시집도 주루룩 읽어버리는 편인데 의도치 않게 음미하며 오랫동안 읽었더랬죠.

 

 

 7언 절구편이 나왔으니 5언 절구편도 나오겠다 했습니다만, 맞춘듯 딱 1년만에 출간이 되었네요. 여전히 두께가 만만치 않은데요,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한시 300편이 한글 번역은 물론, 원문과 작가의 주석이 더해져 상당한 분량이 되었네요. 7언 절구와 비교하면 행당 글자수가 2자 빠졌을 뿐이다 생각할 수 있지만 뜻글자인 한자의 특성에 구성상의 특성까지 더해져 5언 절구는 훨씬 간결한 인상을 줍니다. 머릿말에도 있듯이 저자는 그 여백을 좀 더 길어진 평설로 채워주고 있네요.

 

 짧은 한자실력입니다만 되도록이면 원문을 곱씹어보고 한글 번역을 본 후 주석을 읽는 방식으로 읽어보려 노력하는데요, 확실히 한글 번역만 해도 해석자의 주관이 엄청나게 들어가버리는구나 싶군요. 단순히 뜻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표음문자끼리만 해도 번역 전후로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인데 표의문자를 표음문자로 바꾸어버리니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겠지요. 거기에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의 가치관까지 포함되어 버리니 주석은 주석대로 새롭게 느껴집니다. 원문으로 한편, 번역본으로 한편, 주석으로 다시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네요. 저자가 번역을 다양하게 시도한 것도 작용하는데요, 의도적으로 7.5조, 4.4조, 5.5조 등 여러 방식을 써보셨다고 하네요. 어구 풀이가 있어 다른 방식의 해석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대별로 시를 실어놓으니 시대에 따른 사고의 변화나 소재의 변화가 초심자의 눈에도 일목요연하여 흥미롭다는 점도 빠뜨리면 안될 듯 하네요. 주지적이라기보다 주정적인 시가 많아 완상하듯 음미하며 읽기에도 부담 없고요. 우선 눈에 띄는 것부터 드문드문 읽어본지라 깊이 음미하며 책을 일독하는데는 아직 제법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만, 그만큼 즐거움이 길어진다는 이야기기도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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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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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석 님의 책 이후로, 우리 옛그림에 대한 대중 교양서가 적지 않게 출간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책도 꽤 많았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우리 그림들은 기법보다는 내용을, 표현보다는 정신을 중심에 두고 읽어가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다만 워낙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아 요새 좀 시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가볍게 손에 든 이 책은 생각과는 상당히 달라, 읽어가면서 놀라움을 느껴야했습니다.


 우선 소설의 형식을 택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김홍도의 그림을 감상하던 한 여대생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김홍도의 시종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설정을 더하면 좀 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여 읽게 되기 마련이고 몰입도도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이것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의 지향점 쪽이었습니다. 저는 소설의 형식을 취했을 뿐, 기본적으로 김홍도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주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경우, 일반적으로 화가의 생을 통해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을 택하기 마련일텐데요, 이 책은 놀랍게도 그 틀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더군요. 즉 작품 해석을 통해 짚어낼 수 있는 인물의 이미지와 가치관을 조합하여 김홍도라는 인물상을 창조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부분적으로 역사적 사실 역시 조합이 되기는 합니다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떠올리는 '김홍도'는 조선 시대의 화가라기보다 이상화된 가상의 인간상에 가깝습니다. 저자가 무게중심을 두는 부분으로 금강산 유람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 부분에서 초월적인 상황 설정과 선인에 대한 고찰을 택한 것은 이와 같은 의도를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김홍도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책 속에서 거의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의도였겠다 생각되네요.


 이상화된 인물상에 김홍도라는 이름을 씌워놓고 있으니 혹시 오해를 낳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홍도, 혹은 그와 동시대의 사람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인간의 이상적 모습에 대해서 완상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개성있게 주관화된 책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소재를 다룰지 기대해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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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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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다 신조 역시 추리 소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만, 그런만큼 출간된 작품의 수도 적지 않고 생각보다 성격이 상이한 작품들도 많은 듯 합니다. 저로써는 '잘린 머리...'가 준 충격이 워낙 큰지라 그의 작품은 공포스럽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읽은 '사상학 탐정'은 전혀 딴판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작품 속의 등장인물로 만들어낸, 일종의 스핀오프라고 들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분위기나 내용이 상당히 가벼운 편이더군요.


 '사상학'은 사상(死狀), 즉 사람의 얼굴에 떠오르는 죽음의 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주인공인 쓰루야 슌이치로가 가진 능력이 바로 이것인데요, 그의 할머니가 매우 유명한 영매이고 보면 그 피를 이어받아 발현한 능력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릴 적 끔찍한 경험을 통해서 이 능력이 각성한 이후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다소 삐뚤어진 인물로 자라난 그는, 그 능력에 대처하고자 하는 한 방안으로써 탐정 사무소를 열게 된 것이죠. 이곳에 한 여자가 찾아오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됩니다. 약혼자의 죽음 이후, 약혼자의 가족들에게 연이어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에 놀라 탐정을 찾아온 것인데요, 처음에는 사상을 보이지 않던 여인이 일주일 후 심각한 사상을 보여주자 겨우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1권인만큼 주인공에 대해 설명하고 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많은 분량이 할당되고 있는 것인데요, 말하자면 자기 중심적이고 한편으로는 짜증나는 인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상의 영향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를 꺼리는 것이야 그렇다치고 만사 귀찮다는 식으로 행동을 하니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뭐 이런 탐정이 있나 싶을 것입니다. 사실 탐정의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탐정일을 시작한지라, 탐정으로써의 능력은 아직 시원찮아 보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이 소설의 단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설 속 추리 요소가 영 뜨뜻미지근한 것입니다. 소설의 미스테리는 두 줄기로 나누어져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죽음을 일으키는 저주의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것, 다른 하나는 범인의 의도와 정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일단 전자는 일종의 퍼즐인데다 일본어 내지 일본 문화를 모르는 사람은 짐작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고, 그나마 후자는 추리를 요하는 부분입니다만 비중도 적고 단순한지라 감흥이 별로 없더군요.


 시리즈 1권은 보통 설정을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네요.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분발해주지 않으면 안될 듯 합니다. 또 주인공 설정상 적절한 보조 캐릭터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고양이와 할머니로는 조금 부족해보이고 뉴페이스의 등장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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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 코스모스에서 뉴런 네트워크까지 13편의 사이언스 북 토크
고중숙 외 22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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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크로스로드는 가끔씩 올라오는 단편 소설 곶감 빼먹듯 보러 가는 곳이었는데요, 소설만 딱 보고 마는지라 다른 꼭지는 제대로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과학책에 대한 서평도 꾸준히 올라왔던가봐요^^; 그것을 모아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하여 펴낸 것이 이 책이라고 하네요. 서로 맥락이 닿는 두 권씩을 묶어서 그 책에 대한 서평을 쓴 이들을 모아 서로 대담을 나누게 한 후 그 내용을 덧붙여낸 것이죠. 아무래도 그냥 서평을 죽 열거한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일종의 대비를 만들어내면 아무래도 독자 입장에서는 더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괜찮은 기획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첫번째 책 대 책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데요, 칼 세이건의 소설 '컨택트'와 작가인 칼 세이건의 평전입니다. 그가 쓴 '코스모스'는 과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들을 과학에의 욕망(?)을 불타게 만들었던 베스트셀러였고 (소설은 못 보았습니다만) 영화 컨택트 역시 조디 포스터의 호연에 힘입어 감동적으로 봤었으니 말입니다. 그에 비해 실은 칼 세이건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습니다만 알고보니 과학자로써는 제법 명암이 있는 삶을 사신 양반이었다라고 해야할 것 같더군요^^; 서평을 쓴 배명훈, 이명현 님의 대담을 보다보니 과학자가 SF를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의 와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더군요.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들이 과학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작가적 상상력이 과학적인 발견을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죠. 과학의 전문성이 아마추어가 더듬을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지 한참이고 보면 이것도 일종의 괴리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저 역시 가끔 생각하게 되곤 했는데요, 그렇기에 가교 역할을 일부나마 담당할 수 있는 SF 작가들의 활약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플랫랜드' 대 '숨겨진 우주' 편도 흥미로웠습니다. 플랫랜드 역시 책은 아니고 유튜브를 통해서 내용을 구현해낸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것이 130년도 전의 작가가 쓴 내용이라고 해서 경악을 했더랬지요. 단순히 과학적 내용을 떠나서 거기에 담긴 풍자적 내용이 심상치 않아 인상적이기도 했는데요, 짝지워진 책인 '숨겨진 우주'는 다차원에 대한 어려운 책인 듯 합니다. 서평만 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서평 작가분의 대담을 보면 더 무서워지더군요. 분량 때문이겠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펼쳐내기 때문에 저로써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이 꼭지뿐 아니라 제법 많은 수의 꼭지가 읽기에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소개하고 있는 책 자체가 과학 전문서인 경우가 많아서라고 보이는데요, 웹진 크로스로드가 이론물리센터에서 발행하는 것이니만큼 소개된 책이 다 물리책이라 그 내용의 범상찮음을 예상할 수 있을 만하죠. 읽기가 버거운 서평집이라니,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래도 읽어볼 책의 목록에 한권 한권 책 제목을 더해보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한동안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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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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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칼럼을 모아 책으로 내는 일이 꽤 많은데요, 한국경제신문에서 흥미롭게 보던 칼럼이 책으로 엮여 나왔더군요. 어쩌면 책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요. 간략하게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의 내용을 발판으로 삼아 경제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컬럼인데요, 함의가 풍부한 소재로써 영화만한 것이 없는 만큼 참 여러 장르의 책들에서 활용되는구나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사실 자신이 본 영화가 소재가 되면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도 되겠습니다만 무엇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칼럼을 엮어낸 책이니만큼 꼭지 하나하나의 길이가 3장 정도인데요, 따라서 깊이있게 파고들기보다는 개념을 소개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내용이 조정되어 있습니다. '건축학개론' 속에서 주인공이 왜 첫사랑에 대해서 그 후의 어떤 사랑보다 강렬한 감정을 가지는가를 설명하면서 '한계 효용의 체감'을 소개하는 식이죠. 하지만 그래도 첫사랑과 다시 결합하지 않는 것은 '위험 회피'의 개념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경제 개념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개념이라고 할만한 정도라서 아주 가볍게 읽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도 해요. 죽 읽어가다보면 이러한 직접성 때문에 독자에게도 한계 효용의 체감이 일어날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컬럼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은유적 내용이 가미된 꼭지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예컨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나 '오즈의 마법사' 등이 그렇습니다. 난쟁이 족의 지하 광산을 은행으로 비유하여 스마우그의 출현이 화폐량 급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더 나아가 스마우그 자체를 현재 경제의 여러 위기사항으로 보는 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필자의 해석이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만 원작 소설 자체가 당시의 은본위제 함의를 담고 있다는 것을 소개해주어 새로웠습니다.

 


 책으로 엮어내면서 본래의 내용 외에 '한걸음 더'라는 형식으로 심화된 내용을 덧붙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데요, 경제 개념을 익혀가는 입문용 책으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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