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경제학
김국현 지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가 너무 컸나?
절반 정도 밖에 공감을 못했다
일단 내가 잘 모르는 내용들이 꽤 있었고, 나처럼 컴퓨터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하게 쓰여 있는 건 아니었다
책 수준이 높다는 얘기는 아닌데, 뭐랄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쉽게 개념 파악을 할 수 있을 만큼 저자가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 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웹, 혹은 블로그를 개인이 전체에서 탈피해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과연 블로그가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 내는 훌륭한 등용문이 될까?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들어내고 일부 블로그 스타들이 탄생한 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그것이 제도권 내의 매스 미디어를 대신할 만큼 확고한 위치를 점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블로그를 통해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몇몇 블로그 스타들이 쓴 책을 읽어 봤지만 글 참 잘 쓴다, 정말 좋은 책 읽었다, 감탄한 적은 거의 없다
즉 블로그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공공의 장임은 분명하나 여전히 아마추어적이라는 얘기다
등용문이 넓어진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과연 저자의 전망처럼 블로그나 웹이 인간의 잠재력을 120% 뽑아 낼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마디 짚고 넘어갈 말은, 저자는 웹 2.0의 세계가 능력없는 사람들은 도태되고 창의적이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창의적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 역시 인터넷의 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또 인터넷 없이 살 수 없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서열 파괴나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현상은 결코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정보화 사회가 된 후 놀랄만큼 발전 속도가 빨라졌지만 제대로 적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화, 신자유주의 같은 것도 결국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없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 아니겠는가?
저자가 장미빛으로 예상하는 그런 미래가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될지는 정말 모르겠다

 

웹 2.0이 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했는데 인터넷 버블 시대를 견뎌 낸 다음 시대를 지칭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현실을 현상계, 인터넷 세상을 이상계, 리니지처럼 캐릭터를 부여하고 사회를 이룬 것을 환상계라고 이름붙였고 이 환상계야 말로 인간의 개성이 드러나고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환상계가 현실을 정말로 대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임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실감을 못하는 걸 수도 있지만, 가상의 세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잃는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인터넷이 우리 삶을 200% 변화시켰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엄청난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
내 업무도 그렇지만 개인 생활에서도 웹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가 없다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기 위해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소수만이 누리던 정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같이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러나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바람에 경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고 과거보다 편한 대신 훨씬 더 살벌한 경쟁 속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부 좋기만 한 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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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재출시 (3disc) -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 OST 포함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만큼이나 독특했던 영화

요즘 부쩍 일본 영화의 맛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톡톡 쏘는 특별한 맛

4월 이야기도 그랬고 러브 레터도 그렇고, 이 영화 역시 헐리우드나 한국 영화와는 또다른 일본 영화 특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1. 장애인에 대한 편견

마을 사람들 눈이 무서워 조제는 산책을 밤에만 한다

조제를 거둔 할머니는, 넌 평범한 사람과 다르니 함부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할머니 생각에 조제의 하반신 마비는, 천벌 같은 걸로 여겨지는 듯 하다

장애인은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영화 속에서는 조제를 괴롭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분노하지만, 정작 우리 마을에 하반신 마비 환자가 유모차 타고 돌아다닌다면?

직접 위해를 가하지는 않더라도 슬금슬금 피하거나 애들더러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할 것이 뻔하다

비단 장애인 뿐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 지능이 낮은 사람,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 노숙자들...

막상 일상 속에서 그런 저소득층과 마주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피하고 본다

냄새나고 행동도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편견없이 사람을 대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조제를 사랑하는 츠네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2. 자기만의 공간에 갇힌 조제

어렸을 때도 고아원에서 자라고 커서는 하반신 마비가 된 이 여자

그녀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 틀어 박혀 할머니가 주어 온 헌책을 읽는 재미로 산다

(그러니 조제에게 산책은 가장 중요한 일일 수 밖에)

새 책도 아니고 사람들이 읽다 버린 헌 책, 잡지, 교과서까지 읽는 조제

그래서 그녀는 아는 게 많다

나도 한 때 책으로 둘러 싸인 공간에서 평생 책만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머릿속의 상상일 뿐. 만약 조제처럼 두 다리를 잃고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야 한다면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많이 봤다

장기 입원 환자들인데 대부분 보호 환자라 퇴원도 안 한다

그 사람들은 하체를 못 쓰기 때문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로 이동을 하므로 살이 무섭게 찐다

영화 속의 조제처럼 날씬한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영화 속의 조제에게는 동정심이 생기고 따뜻한 마음이 드는데, 현실에서 마주치는 환자들은 왠지 모를 거부감을 준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느냐 안 맺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이를테면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장애인이 되서 남들에게 기피되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그들을 똑같이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장애인이라면, 그것도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모습이라면 나는 그들을 피할 것 같다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까지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대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츠네오의 사랑은 더욱 빛난다

 

3.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쓰레기 버릴 사람이 없어 옆집 아저씨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 준 조제

츠네오는 그녀를 비난하지만, 조제는 울면서 소리친다

그럼 쓰레기는 누가 버리란 말이냐고

그녀를 돌봐 주는 복지과 직원들은 낮에 오지만, 쓰레기차는 아침에 온다

직원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쓰레기를 버리러 갈 수도 없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옆집 아저씨가 가슴을 만지게 해 주면 매일 쓰레기를 버리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조제로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을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을까?

 

츠네오의 애인이 조제에게, 장애를 이용해 남자를 뺏어갔다고 비난하자 조제가 한 마디 던진다

"너도 다리 자르면 돼"

촌철살인과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고통과 불편함은 정상인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성격에 씩씩한, 조제가 너무 마음에 든다

장애인은 착할 것이라는 편견도 조제 앞에서는 여지없이 깨진다

그녀는 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착한 가냘픈 사람이 아니다

그것이 조제의 매력일 것이다

 

4. 조제가 츠네오에 대한 고마음의 표시로 섹스를 허락한다

가냘픈 조제가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옷을 벗을 때 츠네오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나에게 100% 전달됐다

조제가 줄 수 있는 건 자신의 몸 밖에 없었으니, 그녀로서는 최상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조제의 그 마음을 100% 받은 츠네오,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그 말에 나도 동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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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참 좋았어요. 참 아프고, 그리고 참 담백하게 끝났죠. 그래서 더 슬펐어요.

marine 2006-12-2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따뜻하게 봤답니다
 
교실의 고백
존 테일러 개토 지음, 이수영 옮김 / 민들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를 많이 했던 것에 비하면 솔직히 좀 실망했다
나는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대안 제시를 한 책을 원했는데, 이 책은 주로 연설문을 모아서 그런지 당위적인, 막연한 내용이 많다
미국 교육은 잘못됐고 옛날로 돌아가라, 대충 이런 게 주요 내용이다
학교 교육의 왜곡 현상은 분명히 심각한 것이지만, 과연 저자의 말처럼 가정에 교육을 맡기는 게 최선일까?
아미쉬를 찬양하지만, 내가 읽은 기사 내용으로는, 아미쉬 공동체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으나 21세기 현대 사회에 살면서 과거로의 회귀 현상은 바람직한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얘기도 많았다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은 모든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 다니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집단 속으로 숨어 들어가 전체의 일부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힘들다고 역설한다
교육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저자는 현실에서 큰 필요없는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담느라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물론 그런 면이 분명 있다
정규 수업으로 모자라 보충수업에 자율학습, 학원까지 소화해야 할 학생들의 부담감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불필요한 지식의 일부로 제시한 진화론이나 기타 수학적 내용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기초 교양이 되는 중요한 지식이 아닐까?
문제는 현실과 결합하지 못하고 교실에서 듣고 끝나버리는 죽은 교육 방식에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과학 수업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고 특히 수학의 경우 여전히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기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운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지금 관련 서적을 읽을 능력을 갖추게 됐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 얘기들도 쉽게 알아 듣는다
학교 교육이 개인을 죽이고 전체화 시키는 점이 없지 않으나, 보통 교육, 의무 교육 덕분에 문맹률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가 된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학교가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뺏어갔다고 비난하지만, 학교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부모에게 교육을 맡긴다면 대부분의 부모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제대로 교사 역할을 할 부모다 얼마나 될까?
또 그것은 부모, 특히 엄마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다소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다
저자의 본뜻이 그것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아마도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암기식으로 흐르고 부모들은 학교에 자식을 전적으로 맡겨 버린 채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강력한 발언을 한 것이라 믿고 싶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소 이상한 결론이 될 수 있겠지만, 어쩌면 모든 학생들이 전부 대학에 가야 하는 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즉 직업교육이나 실습 현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부 이외의 재능을 가진 다른 모든 학생들도 꼭 대학에 가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공부할 학생들은 대학에 가고, 직업 현장에 뛰어들 학생들은 그에 맞는 교육을 시키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학생들은 굳이 현실에서 별 필요도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목을 배우는 대신, 보다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을 배우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학벌 사회를 먼저 타파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안 학교에 보다 많은 기회를 주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일률적인 것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교육 시스템이 개방되어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홈 스쿨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언젠가 시장에 학교 교육을 맡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본주의에 공교육을 맡기라는 말이 너무나 도발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책과도 통하는 맥락이 있다
저자는 반복해서 학교가 권력화 되어 창의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공교육에 대항하여 건전한 사교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전적으로 의무교육에 맡기는 것 보다, 일정 정도는 시장에 교육을 개방시키는 것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원하는 학교에 바우처를 지급함으로써 재정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한다
시장에 교육을 맡기라는 책에서는, 무조건 학교 신청만 하면 정부에서는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해 주고 인가를 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맡기면 알아서 잘 돌아간다는 주장이 다소 과격하고 낭만적이긴 하지만, "교실의 고백" 에 나온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공교육은 거대한 공룡이 되어 아이들의 미래를 잡아 먹고 있는 꼴이니 그 말도 일리있지 않을까?

 

저자는 학교가 학생의 개성을 죽인다고 비난했는데, 아마도 한국 고등학교에 와 보면 깜짝 놀라 기절할지도 모른다
창의력을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욕구마저 억압하는 게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이 아닌가
두발단속이나 교문지도 같은 말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아이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써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길 원할 것이다
저자는 이제 학교에만 아이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부모가 할 일이 훨씬 많아진 셈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창의성을 살리면서 바람직한 미래를 구현시킬지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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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쇼핑 -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
이규현 지음 / 공간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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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디자인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기대했던 것 보다는 못 미쳤지만 책 자체가 예쁘게 디자인 되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감각있는 디자이너가 편집한 것 같다
특히 샛노란 페이지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미술 시장이 돌아가는 경제적 원리를 설명한다는 게 컨셉인 모양인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확실히 글을 쓸 때 글쓴의 전문성이라든지, 필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차라리 경매사나 화랑 주인 같은 전문 직업인이 같은 내용으로 글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예전에는 기자들을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쓴 몇 권의 책을 읽으며서 그들 역시 좀 더 많이 아는 아마추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경제 기자가 쓴 경제 관련 서적, 미술 기자가 쓴 미술 관련 책, 정치부 기자가 쓴 정치 서적 등등 기자들이 쓴 책을 읽고 만족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그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과 옆에서 보는 사람과는 수준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주제 자체는 신선했다
서양 미술이 왜 그렇게 발전했는지 깨달은 기분이다
정말 모든 분야는 돈이 연관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술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식의 막연한 논리는, 예술 시장을 위축시키고 발전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다소 껄끄럽긴 했지만, 그런 경제적 마인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서양 미술의 엄청난 발전을 이끄는 힘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현대 미술도 그렇다
창의적의고 독특한 시도에 대해서 시장이 확실한 경제적 보상을 해 주기 떄문에 현대미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다 죽은 고흐 같은 불쌍한 예술가는 정말 매우 드문 케이스이고, 돈과 예술은 뗄 수 없는 매우 주요한 관계인 듯 하다
그러고 보면 경제와 연관되지 않은 분야가 어딨겠는가?
그래서 공산주의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결국은 창작력의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욕망이 억압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주식도 개미투자자들은 죄다 망하듯, 그림 투자 역시 작은 돈으로는 별 재미를 못 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매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경매 자체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저자는 미술 경매가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니 재미삼아 구경해 보라고 권한다
기회가 되면 경매 시장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좋은 물건을 잡으려면 안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100만원 선에서도 활발한 경매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정말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 한 번 시도해 봄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진품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의를 안 두는 사람이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내 집에 걸어 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확실히 유럽의 유명 미술관들을 가 보면 진품이 주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봤을 때 붓끝의 터치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울컥 하기도 했다
이제는 명화가 되어 버린 유명 그림들은 미술관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현대 작가들의 그림에 관심을 좀 가져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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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가 바람났다
송강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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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평범했다
뭐랄까, 진부하고 뻔한 얘기를 340페이지로 늘려났다고 해야 할까?
같은 얘기가 너무 많이 반복되서 나중에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았다
200쪽 내외로 줄였으면 훨씬 더 참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랬다면 책값도 확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글들을 엮은 책을 보면, 대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문장력도 조악하고 내용도 진부하고 분석력 있는 글들을 별로 못 봤다
이 책 역시 게시판에서 봤으면 굉장히 재밌게 읽었을텐데, 한 권의 책으로 읽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실망하게 된다

 

나름대로 독특했던 점을 들자면, 바람피우는 것이 일종의 범죄 내지 엄청난 배신이란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 능력있는 남자가 바람 피운다거나, 아내와 애인에게 둘 다 잘하고 안 들키면, 가정만 잘 유지한다면 바람 피우는 건 일종의 환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이 책의 강력한 메세지가 더욱 튀는 것 같다
서문에서 밝힌 바대로 요즘은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 역시 바람 피울 수 있는 확률이 늘었기 때문에 비단 남자들에게만 보내는 질타는 아니다
요는,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를 배신한 행위에 대한 무서운 비난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다
결혼이라는 건 남은 인생을 평생 함께 살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는 건데 그걸 깨 버린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금전적 정신적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애까지 있다면 그 충격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피우는 게 범죄라는 저자의 강력한 주장은, 100% 공감하기 힘들었다
외도가 배신 행위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범죄일까?
그렇다면 저자는 아직도 간통죄의 존속을 주장하는 것일까?
저자는 매춘에 대해서도 외도와 똑같은 배신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나 역시 매춘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단 한 번의 매춘이 부부생활을 흔들만큼 엄청난 배신행위가 되는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인류 역사 시작 이래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지속되온 매춘 제도는 대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저자는 또 성폭력 두 번 저지른 사람은 성기를 잘라 버려야 한다거나,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데, 성폭력이 엄청난 범죄인 건 분명하지만 역시 이런 식의 처벌에는 100% 동의할 수가 없다

 

확실히 한국 사회는 매춘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술집 가서 여자랑 한 번 잤다고 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아내가 성을 사서 하룻밤을 지냈다면?
과연 돈 주고 한 번 한 거니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할 베짱 좋은 남편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저자의 말대로 남자는 외도나 매춘에 대해 큰 죄책감을 안 갖지만, 여자들의 경우 심리적 부담감이 훨씬 크고 가정이 깨질 각오까지 해야 한다
여전히 여자의 외도나 매춘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저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드라마가 바로 "장밋빛 인생" 이다
남편이 바람 피워도 절대 헤어지면 안 되고 (누구 좋으라고??) 바람핀 여자 꼭 떼어 놓고 (여자가 떨어져야 완벽하게 헤어지니까) 외모가꾸고 자기 계발 하면서 남편 기다려라...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간통죄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고, 부부가 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또 아직 내가 미혼이기 때문에 어떻게 옳은지는 솔직히 지금은 판단 보류하고 싶다
겪어 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다
물론 상대방에게 배신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위자료 확실하게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도 내놔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 위자료나 양육비에 대해 제도정립이 철저하지 않은 편이고, 더구나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 수입은 안 봐도 뻔한 수준이니 저자의 걱정대로 과연 이혼해서 제대로 위자료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이혼 한 번 하면 남자가 쪽박차는 그런 세상이 오려나?

 

자식이 있고 특히 전업 주부인 경우, 이혼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득 전경린의 소설이 생각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인데,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사는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한탄하느라 삶의 에너지를 낭비해 버린 미흔이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남편의 배신 행위를 응징할 수 없는 여자들의 처지가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뜻밖에도 심리 치료를 권한다
사실 나 역시 정신과 치료가 어떤 경우에는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조언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정신과에 가는 것은 의지가 약하다거나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남편의 외도는 생의 기반을 흔들만큼 중대한 외상이기 때문에 꼭 심리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씩 사람들 붙들고 신세 한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현실적인 충고들은 마음에 들었다
이혼을 안 해 주더라도 일단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보라든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바람피다 들킨 남편을, 엄마 돈 훔치다 들킨 아이로 비유한다
아이가 부모 돈을 훔치다 들켰을 경우, 잘못해다고 비는 애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완강하게 부인하고, 오히려 자기를 의심한다고 화를 낸다
이 때 엄마가 아이를 압도해서 기를 팍 죽이며 다시는 못 하게 야단을 치면 그제서야 울면서 용서를 빈다
남편의 외도도 똑같다고 말한다
확실한 증거를 잡은 후 기선을 제압하고 당장 정리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야 남편이 두려움을 느끼고 주변정리를 한다는 얘기다
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부부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고, 일단 만만하게 보이면 한없이 올라타려는 게 인간의 심리이니, 외도 문제도 이렇게 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확실히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빌고 사정한다고 해서 과연 남편이 돌아올까?
오히려 계속 바람피우면 난 끝장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겨야 멈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방법에 100% 찬성하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정말 아닌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고쳐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아줌마들에게 유효한 충고 같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책이었다
동어반복이 너무 많아 그 말이 그 말 같은 분위기가 끝까지 갔다
다만 외도나 매춘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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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2-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의 긴 댓글에 감사~~^^

에른스트 2009-05-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글의 저자일수록 성매매를 줄기차게 비난하면서 책의 인세로 호스트바갈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