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인생의 행운 같다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정말 괜찮은 책을 집었을 때의 흥분!!
한나 아렌트, 이름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책을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유명한 여자구나,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책 읽으면서 홀딱 반해 버렸다
앞 장에 실린 사진도 흑백이라서 그런지 더욱 우아하고 지적으로 보인다
글솜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도서관에서 신간 신청한 후 빌려 읽은 책이지만 이런 책은 집에 고이 모셔다 놓은 후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의 평범성...
언제나 그것이 의문이었다
민주 투사들을 고문하는 고문관들이 잠시 쉬면서 자식 걱정을 한다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한 일은, 인간이라면 감히 하기 힘든, 그런 끔찍한 행위였는데도 정작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없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 걱정, 마누라 걱정을 한다고 한다
그 사람들도 인간일까?
그런데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바로 악의 평범성임을 깨달았다
아이히만 역시 마찬가지다
유대인 학살의 총책임자였는데도 악한 사람이긴 커녕, 매우 평범한 흔해 빠진 인물에 불과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악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결국 아이히만의 죄는,  고금에 없는 악한이라서가 아니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 무사유야 말로 사형에 처해질 죄라고 아렌트는 역설한다
그는 인식의 힘이 없었다
유대인 학살이 왜 잘못인지, 끔찍한 범죄인지를 전혀 몰랐다
모르고 한 일이니까 용서가 되는가?
천만에!!
왜 범죄인지 모르는 것도, 사고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충분히 죄가 된다
그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사유의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었다
아렌트는 바로 그 이유로, 아이히만의 사형 판결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온갖 부정부패와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도처에서 일어나지만 그것을 지켜 보는 것은 물론, 직접 저지르는 사람들조차 왜 잘못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어쩌면 군부독재 시절 생업에만 열중했던 이들은 아이히만처럼 사고가 결여된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나는 사회 불평등과 불의에 대해 과연 얼마나 인식하고 사는가?
나치 치하의 관리들은 오히려 국가에 충성한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지만, 사유가 결여된 이들에게는 그것이 충성이고 애국심이라고 여겨졋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몰랐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열심히 생각하고 무엇이 정의인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행동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선악을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하고 동참하지 않을 정도의 용기는 있어야 한다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세세히 분석한 글이라 다소 길고 지루한 면도 없지 않으나, 평범한 이들의 인식 결여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신랄하게 파헤쳐진 글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의 양심과 도덕성에 호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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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의 평범성 : 희생양 제의 뒤 추악함들에 대한 묘사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2006
    from Fly, Hendrix, Fly 2009-07-07 14:47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한길사 PD저널 헨드릭스의 책읽기 2009년 7월 4일 지행네트워크의 예사인(예술, 사상-사회, 인문) 세미나의 두 번째 책은 한나 아렌트의 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한길 그레이트스트 북스에서 나온 책을 완독했다. 책은 손의 질감과 눈으로 느끼는 두께보다 훨씬 빽빽했다. 다른 사회과학서를 읽을 때 보통 시간당 100페이지를 읽는 데, 이 책은 시간당 30페이지 읽기가 쉽지 않..
 
 
이잘코군 2006-12-3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보셨군요. 꽤 두꺼울텐데. 한나 아렌트 한번 쭉 훑어보고 싶어요. 전공 관련도 있고. 갠적인 관심도 있고.

비로그인 2006-12-31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할 때마다 대출한 사람이 반납을 안 한 상태여서(도대체 누구길래 한달째 반납을 안 하는건지-_-) 아직 못 읽었는데... 님의 리뷰 읽고 나니 내용에 대해 기대하게 되네요.^^

marine 2007-01-0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두껍긴 하지만 술술 읽힙니다 아마 재판 전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 흐름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앞에 첨부한 다른 교수님의 분석글도 마음에 들고요

콸츠님, 전 제가 신간 신청한 책이라 1번으로 봤어요 대체 누가 한 달 씩이나 연체를 하는 건지...
 
펄프 픽션 (Pulp Fiction) + 포스터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독특한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 이름에 걸맞는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라는 영화도 정말 특이한데 이 영화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앞뒤에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 사건을 배치한 게 특이하다
역시 영화의 절정은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맨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긴긴 시간 돌아온 듯 하다
2시간 반에 달하는 긴긴 시간이 지루하긴 했지만, 구조가 워낙 독특한 영화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우마 써먼이 나온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 단발이 빨간 입술과 어울려 굉장히 관능적으로 보인다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추는 그 유명한 잠자리 춤을 보다니, 새로운 소득이다
존 트라볼타는 뚱뚱한 아저씨, 혹은 느끼한 중년 같아 솔직히 별로였고 우마 써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왜 보스는 빈센트에게 아내를 즐겁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을까?
마치 "달콤한 인생" 에서 덫에 걸린 이병헌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영화들이 여러 개 겹친다
감독들이 여기저기에서 약간씩 차용을 하는 것 같다
시험에 빠진 빈센트, 그런데 얘기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 간다
보스의 아내 미아가 약물 과다로 코마에 빠진 것이다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심장에 갖다 박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던데, 이게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중독 백과 찾느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코믹했다
응급실에서도 내과 의사들이 중독백과 보면서 치료하던데, 영화 속 깡패들도 집에다 그런 의학책을 상비해 놓는 거 보고 많이 웃었다

 

가운데 삽입된 부치 이야기는, 좀 뜻밖이었다
나는 부치가 보스의 명령을 어긴 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전해 준 시계 찾으러 갔다가 죽임을 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뜻밖에도 감독은 부치를 죽이는 대신, 그를 노리던 빈센트를 죽여 버린다
부치가 집에 찾아 오면 죽이려고 대기하고 있던 빈센트는, 어이없게도 부치에게 먼저 발견되어 한 방에 가고 만다
이 놈은 억세게 운이 좋은 놈 같다
또 빈센트를 죽이고 도망쳐 나오다가, 보스 마르셀레스와 맞딱뜨린다
딱 죽는 타이밍인데 엉뚱한 놈들에게 붙잡혀 갑자기 한 패거리가 되버린다
그 놈들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스는 부치를 용서하고 멀리 떠나라고 보내준다
정말 운 하나는 끝내 주게 좋은 놈이다

 

부치의 아버지는 베트공에게 포로로 잡힌 후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계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항문 속에 넣고 5년을 버틴다
그가 죽게 되자, 전우에게 넘긴 후 아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친구는 그 시계를 자기 항문 속에 넣고 다시 2년을 버틴 후 미국에 귀환해 친구의 아들 부치에게 시계를 전해 준다
정말 엽기 그 자체다
이런 시계였으니 부치로서는 도저히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버지는, 아들이 목숨을 걸고 그 시계를 찾으러 가길 바랬을까?
부치가 운이 좋아 무사히 시계도 찾고 탈출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마 총맞아 죽기 십상일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이 되면, 항문에 시계 숨기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버린다
그래서 평화의 시대가 좋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 폭력이 일상화된 시대,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 이를테면 샤워나 햄버거, 수면 같은 평범한 것들이 매우 사치스러운 것으로 변하는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너무나 감사하다
갑자기 북핵 걱정된다

 

사무엘 L 잭슨의 연기는 놀랍다
존 트라볼타는 그냥 곁가지인 것 같고 잭슨이야 말로 진짜 주인공 같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성경 구절을 읊는 살인자
그는 자신이 총알 세례 속에서 살아남은 까닭이 바로 신의 은총이라고 믿는다
살인자들도 기도를 한다더니, 정말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내려지나 보다
직업적으로 살인을 하는 킬러들은 인간에 대한 외경심이나 동정심 같은 게 없지 않을까?
보통 살인을 저지르면 꿈에 그 영혼이 나타나 괴롭힌다고 하던데 그런 것들도 다 자신의 양심에서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가 보다
어쨌든 잭슨은 총알 세례가 퍼붓는 곳에서 자기가 살아난 것을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손을 씻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 날 음식점에서 초보 강도를 만났으나 개과천선 기념으로 살려 주고 돈도 줘서 보낸다
이 강도들은 억세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강도가 잭슨을 위협하자, 던진 말이 예술이다
"기죽이고 싶진 않지만, 나 이런 거 전문인 사람이야"
완전히 잘못 걸린 거다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쏴 죽이고 끝냈을텐데, 개관천선 하기로 결심한 첫날이므로 그는 점잖게 훈계한 후 보낸다
아마도 그 강도 커플은 새 인생을 살 것 같다

 

같이 있었던 존 트라볼타, 즉 빈센트는 그 길로 나가 보스의 명령을 받고 부치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총맞아 죽는다
역시 신의 섭리를 우습게 본 댓가인가?
아마도 잭슨은 손을 씻고 건전하게 살아갈 것 같다
한 가지 의문은, 동료를 실수로 죽인 후 그 시체 처리에 골몰하던 장면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죽인 후 유유히 현장을 떠나던데, 왜 갑자기 그 동료 시체 치우느라 애를 먹는지 모르겠다
경찰에게 발각되면 안 된다는 게 이유인데, 그렇게 따지면 영화 속에서 계속 죽였던 나머지 시체들은 어쩌란 말인지?
영화에서는 사람 죽이고 장소 뜨면 끝이지만, 실은 사후 처리가 더 문제인 것 같다
핏자국 지우고 시체 유기하고 차는 폐차시키느라 둘이 무지하게 고생한다
역시 현실은 영화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전체적으로 구조가 독특한 인상적인 영화였다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다
좀 길긴 했지만...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가 부치 역으로 나왔는데 긴가 민가 했더니 역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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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텍 iUBI PMP ACADEMY 20GB+사은품:이투스 30만원 강좌권증정+액정필름
이랜텍
평점 :
절판


고민고민 하다가 드디어 구입한 PMP
종류가 워낙 많아 결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원래 계획은 목에 걸 수 있는 가벼운 MP3였는데 점점 규모가 커져서 결국은 PMP로 낙찰됐다
뭔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하다못해 물건 사는 것이라도 언제나 많은 고민의 시간들을 요하는 것 같다
더구나 나처럼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더더욱!!

바로 이 물건이 내가 산 PMP다
사실 가격적인 혜택이 제일 컸다
MP3도 요즘 나오는 것은 20만원 이상 줘야 하는데, 이 PMP는 출시된지 좀 됐고 상위 모델들이 대거 나오는 바람에 거의 떨이로 판매됐던 것 같다
일단 하드가 20G라 넉넉해서 좋고, 화면이 4.3인치라 넓어서 시원시원하다
특별히 동영상에 목숨 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자책이라도 읽으려면 화면 넓을 게 좋을 것 같아 일부러 PMP로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동영상을 넣어 보니, 20G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요즘 나오는 것처럼 100G는 되야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장점을 말하자면 소리 출력이나 화면이 시원시원하다
솔직히 다른 PMP는 안 써 봐서 비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나는 매우 만족한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 조작하는데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대세에 지장없다
블루투스가 아닌 점도 걸리지만, 이어폰 껴도 충분하고, 또 블루투스 있으면 가격 많이 상승한다
DMB는 옵션인데 추가하면 5만원 정도 가격 올라가길래 빼 버렸다
TV를 안 좋아한다

단점은, MP3로 들으려면 부피가 크기 때문에 불편하다
조작 가능한 리모콘이 이어폰에 달려 있으면 좋겠다
거치대도 있으면 보기 편할 것 같다

나는 이 PMP를 운동할 때 쓴다
오랫동안 바래 왔던 게 뭐냐면, 런닝 머신 위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거였다
요즘은 트레드밀에 TV가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긴 하지만, TV 거의 안 보는 나는, 기왕이면 원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트북 가져다가 본 적도 있긴 한데 분실 위험도 있고 불편해서 포기했었다
PMP가 생기고 보니, 동영상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헬스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절대 지지 않을 만큼 출력이 빵빵해서 맘에 든다
영화도 보지만 특히 히스토리 채널에서 하는 교양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해서 마음에 들고 덕분에 운동하는 게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동영상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참, 웬만한 동영상은 다 돌아가니까 변환 안 시켜도 되서 좋다
그리고 TV out 기능 너무 편하다
다운받은 후 편하게 TV 화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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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12-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에 30만원주고 526M MP3장만했을 때 참 뿌듯했는데..20기가라니요 ㅠ.ㅠ
정말 전자제품은 사면 후회, 그렇다고 안 살수도 없고 말이죠.

marine 2006-12-2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년 전에 20만원 주고 256 mp3 샀습니다 지금은 회사 망해서 없어지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소설책 포함 한정판
도이 노부히로 감독, 나카무라 시도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따뜻한 사랑 이야기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영화 동감이나 고스트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둘 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해바라기 밭에서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너무 예뻤다
미오의 빨간 우산도 정말 예뻤고, 유우지 역을 맡은 일본 꼬마애 무지 귀엽다
엄마가 없는 불쌍한 아이, 유우지
그러나 아빠와 둘이 씩씩하게 잘 커 나간다
둘이 용감하게 살아가기 위해 미오가 한 번 더 나타났을 것이다
비의 계절에 잠깐 왔다 간 미오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장마라는 단어는 참 지루하고 축축한데, 비의 계절이라고 쓰니 정말 예쁘다
아이오는 생각지도 못한 질병 때문에 육상을 그만두고 대학마저 포기한다
사랑하는 미오와도 헤어진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안고 갈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인생의 많은 부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스스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아이오의 심정,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웠을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미오가 찾아왔다
우리는 잘 할 수 있다고, 너 밖에 없다고 말이다
아마 아이오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

 

아이오가 2년간 짝사랑 해 온 미오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단번에 받아들여졌던 이유가 있었다
아이오는 몰랐지만, 사실 미오 역시 아이오를 짝사랑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모든 일이 갑자기 술술 잘 풀릴 리가 없다
미오와 아이오는 서로의 마음을 몰랐을 뿐, 사실은 서로를 사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쪽이 모두 같은 감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둘은 정말 천생연분이다
더구나 미오는 공부도 잘 하고 대학도 도쿄로 갔지만, 현실적인 조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학도 포기한 아이오를 택한다
어린 시절의 사랑은 참 따뜻하고 아름답다
차라리 결혼을 어려서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까지 든다
고등학교 때 만난 연인과 결혼하는 커플들이 부럽다

 

아이오의 주치의도 인상깊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는 얘기를, 어쩜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 줄까?
보통 의사들은 환자의 얘기를 사무적으로 듣기 마련인데, 영화 속의 의사는 아이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
마지막에 아이오를 좋아하던 회사 직원과 잘 될 줄 알았는데 진전없이 끝나서 아쉬웠다
끝장면이 아이오와 아들 유우지의 생일 파티로 끝난 걸 보면 아이오는 계속 혼자였을까?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들을 놔두고 떠난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잊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
먼먼 훗날의 일이라고 잊어 버리고 살지만 반드시 그 때는 올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그리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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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12-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보셨어요? 전 도서관 디지털실에서 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잔잔하고 따뜻하고, 아역꼬마도 참 귀여웠구요.
책도 읽어봐야되는데 매번 미루고만 있네요 ^^

marine 2006-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우지, 참 귀엽죠?
그런데 도서관에서도 dvd를 보시나 봐요 전 집에서...^^

DJ뽀스 2006-12-2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도서관에 괜찮은 영화가 많더라구요. (마이리스트에 목록이 있습니다.)
공짜~ 좋잖아요. ㅋㅋ 그리고 시설도 집보다 여러모로 나아서 책빌리러 간 김에 한 번씩 보곤 합니다.

marine 2006-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도서관에서 영화 볼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이용해 봐야겠네요^^
 
천하장사 마돈나(2disc)
이해영 외 감독, 류덕환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참 재밌는 영화를 봤다

청룡영화제 시상식 때 류덕환이 이준기를 누르고 신인상을 받길래 상당히 의아했었는데 과연 받을 만 하다

연기 너무 잘 하고 참 신선했다

또 시나리오 쓴 작가나 감독도 상 받을 만 하다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좋다

여성스러운 기질을 지닌 남자의 특성을 참 잘 표현했다

이준기 같은 꽃미남이 아니라서 더 현실적이고 정이 간다

그리고 류덕환 너무 귀엽다

영화 도중에 체중 재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80kg일까?

60kg 대 정도일 것 같던데

그 외 배우들도 모두 굿 캐스팅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이상아를 봐서 정말 반가웠다

결혼과 이혼의 반복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영화 속에서 예쁘게 나온다

결혼 생활만 원만했어도 연기 계속 했을텐데 아쉽다

옛날에는 심은하와 같이 나올 정도였는데 말이다

김윤석도 정말 연기 잘 한다

충무로의 보증 수표라더니, 그 말이 실감난다

오히려 백윤식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존재감이 너무 없다

초난강의 등장은 정말 쇼킹했다

일본인 동성애 코드에 딱 어울린다

한국말 더듬거리면서 욕 하는 거 재밌었다

전형적인 일본 미청년 같다

 

영화 속의 김윤석은 권투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둔 후 노동판을 전전하는 알콜 중독자다

아내와 고등학교 때 만나 동구를 가진 후 술과 폭력으로 가족을 괴롭히고 직장에서도 잘린다

자식들이 자기처럼 되길 원하지 않아 운동도 못 하게 하고 걸핏하면 인생 똑바로 살라고 소리치고 한 발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겁을 준다

아마도 자기 인생에 투영해서 남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동구는 아빠와는 달리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적인 성향을 가진 스스로를 사랑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낙오됐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학대하지만, 아들은 세상을 이기는 대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래서 동구의 자아는 매우 건전하다

 

하리수 같은 트렌스젠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하리수는 아예 여성처럼 보이지만 동구는 성향만 여자일 뿐, 겉모습은 남자다

가슴이 나온 것도 살이 쪄서 그렇지 여성 호르몬 분비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동구는 씨름하기게 적합한 체격을 지녔다

결국 마지막에는 마돈나처럼 여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동구의 성정체성은 남자인 것 같다

아마도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동구의 엄마는 고등학교 때 동구 아빠를 만나 가출한 후 동구를 낳았지만 결국 가정을 버리고 뛰쳐나간다

왜 사랑의 끝은 이렇게 끔찍한 걸까?

동화 속의 왕자님과 공주님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데, 현실에서 사랑의 끝은 대부분 어처구니 없이 끝나고 만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너무 큰 걸까?

아니면 원래 사랑이란 감정이 별 게 아닌 걸까?

그렇지만 엄마는 동구의 여성적 취향을 인정해 주고 그것을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전한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동구가 뒤집기 한 판으로 승부를 가릴 때 참 멋있었다

씨름도 흥미진진한 스포츠인데 오늘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해 참 안타깝다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점도 참신해서 좋다

으랏차차 스모부를 보는 기분이었다

류덕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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