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늙는가 - 진화로 풀어보는 노화의 수수께끼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최재천.김태원 옮김 / 궁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블루노트라는 다이어리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스킨이 마치 진짜 다이어리처럼 아기자기 하고 예쁘다는데 있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리뷰를 이 곳에 쓰는데 간혹 저장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저장을 했는데 다음에 열어 보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알라딘의 리뷰란에 직접 쓸 경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서 리뷰가 등록되지 않고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생겨 블루노트에 먼저 작성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 프로그램도 믿을 수가 없게 되서 역시 워드에 쓰는 수 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컴퓨터가 편하면서도 이런 경우에는 참 난감한 것 같다.
방금도 이 책에 관해 열심히 리뷰를 썼는데 사라져 버려 허탈하다.
같은 얘기를 두 번 하면 김이 빠질 뿐더러 처음 같은 느낌이 안 살아난다.

책의 결론은, 다소 맥이 빠진다.
특별한 노화 방지책은, 아직까지는 없다는 게 결론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믿을 만 하기도 하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를 막는 특별한 방법은 없고 입증된 것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무수한 안티 에이징 산업은 확인되지 않은 어설픈 이론을 가지고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배운 새로운 개념은 노화와 질병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흔히 생각하기로 늙으면 병이 들고, 마치 기계가 오래되면 녹이 슬듯 질병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기계화의 오류라고 한다.
그러니까 늙는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질병에 걸릴 확률은 나이에 따라 늘어나긴 한다.
질병은 신체 기관 하나가 고장나는 것이고, 노화는 전반적인 기능 쇠퇴를 의미한다.
기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작동이 잘못되는 것, 즉 아프다는 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그 노화학자의 주장은,  늙더라도 아프지 않는 이상, 신체 기능이 점점 쇠퇴하여 기능을 멈추는 것 (죽음) 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력이나 청력 등 일부 기능은 젊을 때 보다 떨어질 수 있으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기능은 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고 병에 걸리지 않을 경우, 자연수명을 다 채우면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우리가 흔히 호상이라고 부르는, 편안하게 자다가 돌아가시는 노인들의 죽음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 할머니를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할머니는 85세인데 시력과 청력이 약간 떨어지고 관절염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활동을 제한할 만큼 심하지는 않다) 매우 건강한 편이다.
미국 변호사와 노화학자가 함께 쓴 어떤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신체의 변화는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젊을 때와 달라지지만, 즉 어느 정도의 쇠퇴를 보이지만, 단계적으로 점차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비타민을 많이 먹으면 젊어진다거나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거나 하는 얘기들은 현재까지는 인체 내에서 유의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쥐를 상대로 한 연구가 많아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타민은 항산화제로 각광받고 있는데,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인 자유 라디칼이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에서 비롯됐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을 태울 때 연료가 되는 게 바로 산소다.
그래서 이 과정을 산화라고 부른다.
이 때 생겨나는 자유 라디칼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를 먹으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세포 수준으로 발생하는 일이 과연 인간이라는 유기체에서도 똑같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항산화제는 과일이나 채소로 일정양만 섭취하면 충분하다.
정제 형태로 엄청난 양을 먹는다면 오히려 과용량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고 보면 흔히 알려진 상식, 즉 저자의 재밌는 표현처럼, 엄마가 하라는대로, 혹은 FDA에서 권고하는 대로만 하면 최소한 질병에 덜 노출되고 덕분에 기대수명만큼은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적당히 운동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지방질이 적은 식사를 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정도가 현재까지 입증된 질병 예방책이다.
이 때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노화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사실이다.
담배를 안 피우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떨어지고 저지방 식이를 하면 유방암에 덜 걸리며, 운동을 하면 혈관벽에 찌꺼기가 낄 틈이 없어질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사실이 바로 기대수명은 고대로부터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고대보다 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유아사망률이 줄어들고 감염성 질환이 항생제의 개발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이나 현대인이나 병에 안 걸렸을 경우 자연사 하는 나이는 거의 일치한다고 본다.
현재까지 인정받은 최고령은 고흐와 악수했다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잔 칼망 여사다.
그녀는 몇 년 전에 122.5세를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녀는 확실히 입증될 만한 출생기록을 가지고 있으나 그녀보다 오래 살았다는 사람들은,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현재까지 인간의 최고 수명은 122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노화연구가 계속 진행될 경우 최고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내다본다.
반면 저자와 반대 의견을 펼치는 쪽에서는 120세가 최고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노화연구가 발전해도 120세 이상 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전자 치료에 희망을 거는 것 같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고 염기 서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게 되면 어떤 부분에서 노화를 일으키는지 통제할 수 있을리라 본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화 메커니즘은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하여 지금까지 연구로는 실제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다행히 곧 뭔가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거라고 낙관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여성의 폐경 문제다.
야생에서는 인간처럼 번식이 중지되고도 오래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당장 남성만 봐도 평생 동안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반면 여성은 50을 전후해 난자가 고갈되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지만 오히려 남성보다 오래 산다.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를 낳는 것 보다 낳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폐경이 온다고 할 수 있다.
한 번에 하나 밖에 못 낳고 낳을 때 죽음을 무릅쓸 정도로 위험한 걸 보면, 확실히 계속적인 출산은 개체를 위협할 수 있다.
또 인간의 아이는 오랜 시간동안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출산을 한다면 제대로 돌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게 바로 좋은 할머니 이론이다.
자기가 계속 위험을 무릅쓰고 출산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동안 낳은 아이를 잘 키워 그 아이가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을 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긴 것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대표적인 문제로 유방암과 골다공증을 들 수 있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유선 세포가 재생을 반복할 때 즉 자극이 활발할 때, 조절되지 않은 복제 세포, 즉 암이 발생한다.
보통 암은 분열이 활발한 장기에서 생긴다.
피부나 소화기관, 면역계의 혈구 세포, 난소나 자궁, 전립선 등의 생식기관에 암이 생기는 것도 이 기관들의 상피 세포가 활발하게 분열되기 때문이다.
한 번 분열할 때마다 DNA를 복제해야 하는데 여러 번 복제하다 보면 실수하는 놈이 생길 것이고 이것이 자가 치유 기전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다면 무한 증식되는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 생리가 끊길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성생활을 하지 않는 수녀들은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출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인 월경으로 인해 유선 세포가 계속 자극되므로 유방암 확률은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의 중요한 기능으로 뼈의 밀도를 높여주는 것이 있다.
폐경기 이후의 골다공증은 골절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호르몬 치료가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인위적으로 에스트로겐을 주입하다가 오히려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면?
에스트로겐의 역할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이득과 손실을 따지기도 매우 복잡한 것 같다.
요즘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트론의 복합 요법을 실시하고 용량도 줄이는 쪽으로 나가기 때문에 암에 대한 공포는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 폐경기 이후 여성 사망률 1위는 유방암이 아닌 심장병이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받을 경우 심장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저자는 저용량 복합 호르몬 요법을 지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워낙 복잡한 기전이라 반드시 득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제일 큰 수확은 실험 결과를 얼마나 믿을 것인가의 기준을 정해 줬다는 점이다.
확실히 과학자들은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경험론자들이다.
저자가 든 예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하기를, 세계 지도의 양쪽 끝을 맞춰 보면 누구나 아프리카 해안과 남아메리카 해안이 퍼즐처럼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저확장설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되기 전까지는 지구가 하나의 초대륙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과학자들은 타당한 설명 가능 체계가 세워지지 않는 한 절대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단지 실험실에서 그랬다더라, 하는 것 가지고는 어떤 주장이든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저자가 지적한 바대로 실험실의 쥐에게 발생한 효과가 인간에게도 똑같이 나타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저자에 따르면 오히려 인간과 비슷한 조건의 포유류, 즉 인간만큼 오래 사는 고래류나 원숭이류 등을 가지고 연구해야 하는 게 낫다는데 동물 보호론자들이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다.
실험실에서 쥐를 쓰는 이유는 물론 그들이 번식이 쉽고 세대가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설치류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 실험을 받아들이게 했을 것이다.
하여튼 어디서 이랬다더라, 이 정도로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는지 확실한 인과 관계가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 봐야 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일반인들이 복잡한 과학자들의 실험을 검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단한 기준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다양한 연구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둘째 위험 인자가 있다면 그 크기를 측정해서 질병을 일으키는데 적어도 세 배 이상의 위험이 있는지, 셋째 동물 연구의 증거가 있는지, 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지 등을 든다.
인간에게 직접 실험할 수는 없으니 대안으로 동물 연구라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뜻 같다.
하여튼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여 공인된 이론으로는,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거나, 적당한 운동과 저지방 식이가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 정도가 있을 것 같다.
항산화제가 노화를 막는다는 것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실제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비타민제 너무 좋아할 일은 아니다.

과학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 쓴 덕분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을 지켰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와 비과학자의 차이일 것이다.
과학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지키는 것이 바로 엄격한 회의주의임을 새삼 확인한 기분이 든다.
역자가 추천한 다른 노화 관련 서적도 읽어 볼 생각이다.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역자 후기다.
지난 번 "과학의 변경 지대" 를 읽으면서도 역자에게 감탄했는데 이 책의 역자 역시 성실하게 역자 후기를 쓰고 또 관련 서적까지 추천해 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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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자의 외로움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7-12-12 09:45 
    * 과학자의 외로움 * marine님의 <인간은 왜 늙는가> 2007년 12월 12일자 리뷰 중에서 발췌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하기를, 세계 지도의 양쪽 끝을 맞춰 보면 누구나 아프리카 해안과 남아메리카 해안이 퍼즐처럼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저확장설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되기 전까지는 지구가 하나의 초대륙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과학자들은 타당한 설명 가능 체계가 세
 
 
마립간 2007-12-12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일부를 저의 페이퍼에 인용합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 과학의 프리즘으로 미술을 보다
전창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제목만큼 기획도 신선했다.
화학자의 눈으로 본 명화 해설이라는 새로운 발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실 책 자체는 썩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저자의 글솜씨가 안정적이고 도판이 훌륭해 읽어 볼 만 하다.
요즘 나오는 미술책들은 생생한 화보집처럼 도판을 싣기 때문에 저자의 문장력이 왠만하기만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문국현씨가 쓴 법의학자가 본 명화라는 책 보다는 훨씬 재밌고 설명도 자세하다.
아마도 저자가 프랑스 있을 당시 미술품에 대한 원서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풀이하는 수준이 전문가는 못되더라도 아마추어 이상은 된다.

제일 새로웠던 발견은, 물감의 발전이 그림에 가지고 온 혁명이다.
그러고 보면 물감은 그림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미술과 화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상파들이 풍경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던 배경도 다 튜브 물감이 나오면서부터라고 하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펼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안료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가능했다.
유화 역시 마찬가지다.
플랑드르에서 유화를 처음으로 발전시킨 얀 반 에이크로 인해 르네상스 그림은 생생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아르놀피니의 결혼. 이라는 그림을 보면 그 고운 녹색 드레스의 색감이 눈부시다.
또 안료를 석회에 개서 그리는 프레스코화 보다 훨씬 더 섬세한 묘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니 르네상스 시대의 사진 같은 훌륭한 묘사는 유화의 발전 덕분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달걀 노른자를 바르는 템페라화는 광택이 나는 유화에 비해 보존 상태가 나쁘다고 한다.
특히 수성 물감을 쓰는 템페라화와 기름을 쓰는 유화를 섞어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은 현재 거의 색깔을 잃어 버릴 정도로 훼손이 심해서 최근 복구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수백년 동안 원형 상태를 잃지 않고 보존할 수 있는 것도 미술사 발전에 화학이 기여한 부분이다.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라부아지에 부부의 초상화를 만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저자 역시 화학자라 그런지 라부아지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교과서에 보던 위인을 그림책에서 만나니 무척이나 새로웠다.
약간의 미화가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 부부는 매우 세련되고 점잖은 귀족 같이 묘사됐다.
실제로는 세금 징수원이었고, 프랑스 대혁명 당시 자코뱅파에게 참수됐다고 한다.
역시 같은 세금 징수원이었던 장인도 함께 참수됐다.
참으로 끔찍한 시대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라부아지에를 고발한 마라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욕조에서 온건파 아가씨의 칼에 찔려 죽은 마라의 최후는, 역시 같은 급진파였던 다비드에 의해 그림으로 생생하게 묘사됐다.
다비드의 정치적 행각은 EBS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혁명 때는 로베스피에로를 지지하면서 온갖 권력을 휘둘르더니, 그가 참수되자 한낱 그림쟁이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태도를 바꾼 다비드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중에는 나폴레옹 대관식 등을 그리면서 어처구니 없게 왕정에 충성을 맹세하다가 그마저 귀양가고 나자 결국 벨기에에 망명해 평생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죽고 만다.
그 프로그램의 평론가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다비드를 매우 정치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는데, 인물 평가가 어떻든 간에 다비드의 그림은 정말 위대하다.
그 크기 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고 주제도 역사화가 많아 웅장한 맛이 있다.
특히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나 사비니 여인들의 약탈, 같은 그림은, 과연 신고전주의의 기수답다는 찬탄을 불러 일으킨다.

언젠가 책에서 보고 좋아하게 된 부그르의 그림을 만난 것도 반가운 일이었다.
부그르는 인상파가 세력을 얻기 전, 국전파의 마지막 주자라 할 수 있다.
달력 같은 정형화된 그림에 나올 법한 그의 작품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물론 고흐나 렘브란트 등이 주는 개성은 많이 떨어진다.
뭐랄까, 너무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해야 하나?
밋밋하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하여튼 마치 천상의 여인을 그리듯 어쩌면 인간을 저렇게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나 싶을 만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그림이 많다.
인상파가 대세를 이룬 후 몇 십년 간 완전히 잊혀졌다고 하나, 어떤 평론가에 의해 발견된 후 현재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고 한다.
어쨌든 개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드로잉 솜씨나 색감은 훌륭한 화가다.

벨라스케스는 인상파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왜 그 화가가 위대한가 했더니, 이미 17세기에 근대적인 감각을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시녀들, 이야 워낙 많이 인용돼서 오히려 식상하지만, 그 외의 다른 그림들을 봐도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에 중점을 둔다거나, 평면적인 강렬한 묘사를 한다던가, 현실에 주제를 찾는다거나 하는 등 시대에 걸맞지 않게 근대적인 기법을 스스로의 천재성에 기대어 많이 선보인다.
그러고 보면 벨라스케스 그림은 세련됐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에 따르면, 멀리서 보면 분명하게 형채를 갖추었는데 가까이 들여다 보면 쓱싹쓱싹 선으로 대충 버무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밀하게 선 하나하나를 그린 게 아니라 대충 선을 뭉개면서도 완벽하게 하나의 형체를 구현했다는 점이 화가의 위대함을 설명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마네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화가인데, 마네 역시 벨라스케스를 몹시 존경해서 많은 모사를 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화가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이라는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어찌나 정교하게 사물을 묘사했는지 또 그들이 입은 비단옷은 마치 그 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특히 가운데 해골을 교묘하게 배치함으로써 MOMENTO MORI 라는 경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가히 당대를 대표할 만한 화가답다.
특히 이 사람이 그린 에라스무스의 초상화는 그 고귀한 인격까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너무 마음에 든다.
대체 훌륭한 화가들은 왜 이리 많은 것인지...

전체적으로 도판도 훌륭하고 저자의 글솜씨도 어지간 하고, 시도도 새롭고, 그래서 평균 이상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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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읽은 책. 하반기에 더 열심히 읽은 것 같다. 이용한 도서관은 평촌 도서관과 과천 도서관이다. 본인의 독서 활동에 큰 도움을 준 두 도서관에 감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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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18,900원 → 17,010원(10%할인) / 마일리지 940원(5% 적립)
2007년 12월 25일에 저장
구판절판
처음 읽었을 때는 지루했는데, 다시 보니 흥미롭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새삼 놀랬다. 악령은 결국 우리의 뇌가 만들어 낸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 그러나 이 논리를 따라가면 결국은 무신론자가 되야 한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7년 12월 22일에 저장

믿음 엔진의 진화에 대해 설명한다.
최선의 세계에 살고 싶다는 희망, 자연현상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이 미신과 우상과 종교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읽어 볼 만 하다.
르네상스의 비밀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48,000원 → 43,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0원(5% 적립)
2007년 12월 22일에 저장
품절
도판이 너무 훌륭하고 설명도 섬세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그림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꼬집어 준다.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다. 이런 양질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김갑수의 세상읽기
김갑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7년 12월 21일에 저장
품절
저자의 세상 보는 식견이나 문장력에 실망했다. 전문 분야인 음악 에세이에 주력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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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부터 7월까지 읽은 책. 3,4월에 거의 못 읽었다. 새 직장으로 옮기면서 너무 바빠서 그 때는 거의 한 권도 못 읽었던 것 같다. 나머지 달은 대략 한 달에 10권 정도는 읽었다. 도서관에 대출내역이 정리되어 있어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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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7년 12월 08일에 저장

알라딘의 여울마당님께 선물받은 책이다.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책이다.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당당하고 이렇게 가냘픈 멋진 주인공이 있다니, 아, 제인 에어, 너무 사랑스럽다!!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버트란드 러셀 지음, 김영철 옮김 / 자작나무 / 1997년 3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7년 12월 08일에 저장

옮겨 적은 구절은 많은데 솔직히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먼저 읽은 "행복의 정복" 과 많이 겹친다. 자기계발서 보다야 천 배는 낫지만... 동어반복은 어쩔 수 없는 한계 같다.
오르세미술관 소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4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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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록으로 공부 열심히 하고 미술관전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감상을 못했다. 언젠가는 기어이 파리로 날아가고 말테니...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이야기
알리 러셀 혹실드 지음, 백영미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5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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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을 좀 더 책 분위기에 맞게 지었으면 좋았을텐데...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가볍다. 에세이 같은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학술적이다. 미국의 7,80 년대 이야기가 왜 대한민국의 2000년대와 일치하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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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ngkiller 2007-12-25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까지 있으신 분이 한달에 평균 10권이라니...리스트 보니까 쉽지 않은 책들도 많이 끼어 있는데...대단하시단 말밖엔 안나오네요. 혹시 속독법을 익히신 건 아니신지...
박지향씨 책은 영국사, 슬픈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적인... 이 세 권을 읽어봤는데...초창기와 달리 최근으로 올수록 글에 예리함이 많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최근들어 동아일보 논설을 통해 망발을 많이 하시던데 역시 같은 맥락인 듯 합니다.
앞으로도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릴께요.^^
 
루나파크 다이어리 2008
국내
평점 :
절판


작년 이맘때도 온 인터넷을 뒤져 도로시 다이어리를 샀던 생각이 난다.
나이로 보면 이제 이런 캐릭터 다이어리는 졸업을 하고, 거창하게 업무 계획을 세우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나,  하다못해 몰스킨 다이어리라도 구입을 해야 할텐데, 여전히 팬시 제품이 귀여우니, 원...
가격이 착하다고 하지만, 다이어리 두께를 본다면 9800원이라는 가격도 절대로 착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다이어리가 얇다.
욕심이 많아서 쓰든 안 쓰든 두꺼운 다이어리가 좋은데, 아마 문구점에서 직접 봤더라면 선뜻 안 골랐을 다이어리다.
상당히 얇고 이렇게 적은 분량의 다이어리도 무려 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팔린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품질보다는 디자인의 시대가 도래한 모양이다.
알라딘 적립금이 만 원 가까이 있어 그걸 써 버리고 싶어 며칠을 고민해서 고른 다이어리인데, 너무 소박해서 좀 그렇다.
얇아서 핸드백에 넣기는 편할 것 같다.
안의 디자인은 먼슬리와 위클리로 이루어져 있고 프리노트 부분이 다섯 장 정도 밖에 안 되서 아쉽다.
캐릭터는 내가 루나파크를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별로 귀여운지 모르겠다.
9800원이면 돈 조금 더 보태서 책 한 권 살 수 있는데, 이런데 돈을 쓰는 걸 보면 난 아직도 유아틱 한 것 같다.
어쨌든 올 1년은 다른 다이어리에 눈길 안 돌리고 열심히 써 봐야겠다.
참고로 작년에 샀던 도로시 다이어리는 12월 한 달 쓰고 결국 2007년은 한 장도 안 쓰고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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