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술사 -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이진숙 지음 / 민음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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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이주헌이 쓴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와 비교해 봤을 때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든다.
아마도 저자가 러시아 미술사를 전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도상학적이고 서술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아주 전문적이지는 않으면서도, 마치 미술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을 다소 지리하게 늘어 놓는 경향이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감상에 방해가 될 때도 있었다.
도판도 다소 불만스럽다.
책의 표지나 편집 등은 비교적 만족스러운데, 양면에 배치한 그림들이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한 면에 실어 놓는 게 어땠을까 싶다.
대작이라면 아예 부분적으로 확대해서 보여 주던지 말이다.
구글을 통해 확대된 그림으로 봤던 일랴 레핀의 "쿠르스크 현의 십자가 행렬" 이나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같은 경우, 그 생생한 묘사는 책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니 직접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싶을 수 밖에.

 

절대주의를 창시한 말레비치의 정사각형 그림은 이번 러시아 거장전에서 봤는데 거부감이 들었다.
이게 무슨 그림이냔 말이지.
우리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그것이 명화라고 인정받기 때문에 교양있는 척 하려고 보는 것이 아니다.
그림이 주는 울컥한 감정이라든지, 고양되는 기분, 뭔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평론가들이 훌륭한 그림이라고 치켜 세워도 나에게 감동이 없으면 그런 그림은 볼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런데 책에 실린 말레비치의 다른 그림을 보고 의외의 감동을 받았다.
역시 사각형 하나 그려놓고 20세기의 위대한 화가로 추앙받은 것은 아니었다.
절대주의에 도달하기 전까지 인상주의나 신인상주의, 원시주의 등 각 화파의 화풍을 실험하듯 그린 그의 구상 작품에서 새로운 감동을 느꼈다.
마네나 모네 같은 프랑스의 인상주의자들 그림만 멋있는 줄 알았더니 러시아의 이 위대한 화가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을 그렸다.
지나치게 단순화된 절대주의 보다는, 구상 그림들이 훨씬 마음에 든다.

 

칸딘스키의 화려한 색체 감각도 마음에 들고 특히 샤갈의 꿈속 같은 환상적인 그림들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레핀만 관심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관심가는 화가들이 많아졌다.
니콜라이 게의 "최후의 만찬" 도 마음에 들고 브률노프의 아카데미적인 화풍도 과연 레핀이 찬탄할 만큼 훌륭하다.
이동파의 기수였던 크림스코이의 "미지의 여인" 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리코프의 역사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시슈킨이나 사브라소프가 그린 러시아의 풍경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과연 러시아 미술은 리얼리즘이 돋보이면서도 결코 내용면에만 치우치지 않고 환상적이고 과감한 형식도 기꺼이 시도했다.
인구가 많고 땅이 넓은 거대한 공동체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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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저널리스트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
서형욱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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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놀랍다.
축구는 곧 삶이고 문화이며 놀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대리전투를 치르는 것과도 같고 노동자 계층의 오락거리로 탄생했다는 말도 생각난다.
넓은 운동장에서 공 가지고 발로 겨우 1,2 점 얻으려고 90분 내내 뛰어다니는데 익숙하지 않아 월드컵 마저도 심드렁하게 본 나로서는, 사실 쉽게 읽히지 않았다.
저자의 위트있는 글솜씨가 아니었다면 <피버 피치>처럼 읽다가 관뒀을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쓴 축구 이야기라 그런지 이질감이 덜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는 속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전혀 관심이 없고 잘 모르는 분야라, 사실 침대 위에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슬렁슬렁 읽어야 할 책인데도 비교적 정독을 했다.
그래서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그래도 공들여 읽고 나니 유럽 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축구팬들은 경기장에서 좋아하는 팬을 응원하는 집단적인 응원문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TV로 혼자 보는 것도 즐겁지만 기왕이면 함께 어울어져 같은 팀을 응원하고 그 카타르시스에 빠져 들어 일체감을 느끼는 데서 희열을 얻는 것 같다.
그러니까 혼자 집에서 음악 듣는 것 보다는, 공연장에 가서 현장의 열기를 느끼는 것의 차이랄까?
뉴스에서 청소년 게임방 중독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한 학생에게, 집에서 게임을 해도 되는데 왜 꼭 게임방에 가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공부도 도서관 가서 하면 잘 되잖아요.
이거야 말로 집단에 소속되어 함께 뭔가를 공유한다고 느낄 때의 즐거움을 잘 설명해 주는 대답같다.
그러고 보면, 공연장 쫓아 다니는 오빠 부대들을 빠순이라고 비하시키는 것도 대단히 편파적인 인신공격 같다.
축구에 아무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엔, 이 써포터들이란 사람들도 빠순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쩌면 10대 소녀들도 자기들 나름의 응원 문화, 혹은 공유할 수 있는 집단 문화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들, 특히 남자들의 비하적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축구 관람하다가 흥분해서 사람 죽이는 것보다야 (라이벌전이 벌어지면 경찰이 출동하고 원정팀 써포터들은 그물망 안에서 보호된다) 훨씬 인간적이고 소박하지 않은가?
이런 저런 경우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인간의 심성은 대단히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경향성을 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주 다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아주 비슷하다.

 

곳곳에서 우리의 라이벌인 일본의 국력이 드러난다.
워낙 오타쿠 문화가 발달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축구 원정도 끝내 주게 잘 다닌다.
일본 선수를 데려 오면 그 일본인 팬들이 엄청난 부수익을 안겨 주기 때문에 유럽 리그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진출하기가 쉬울 수 밖에.
확실히 경제력이 앞서가다 보니 소비하는 수준도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송종국이나 김남일, 이천수, 박지성 같은 한국 선수들의 진출 이야기도 간간히 나와서 반가웠다.

 

다음에 축구를 보면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뭐든 알아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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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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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재밌지는 않았다.
리뷰가 좋아서 나름 기대한 책이었는데 만족도 면에서는 다소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서평집은 그 책을 내가 직접 읽지 않은 이상 대체적으로 별 재미가 없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는 좀 예외였는데, 그것은 그 사람의 문장력이 워낙 좋아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글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수필로써 작용했기 때문에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하여튼 대체적으로 서평집은 재미가 없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처럼 단순한 서평 외에 뭔가 이 사람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꺼리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
책 내용 자체가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물론 아니다.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얘기다.

 

분량이 하도 많아 (500 페이지가 넘으니까) 나중에는 대충 휙휙 넘어갔다.
옛날에는 본전 생각 때문에 아무리 지겨워도 나중에 욕이라도 할 욕심으로 끝까지 기를 쓰고 읽었는데 요즘에는 그 강박관념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져서 아니다 싶은 책은 과감하게 던지기도 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 책에서 저자 역시 그 얘기를 했다는 점이다.
하루에 평균 일곱 권을 읽어도 결국 읽을 수 있는 책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예전 같지 않아지자, 저자는 더 이상 재미없는 책마저 끝까지 읽어내는 사치를 부릴 수 없게 됐음을 인정한다.
결국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재화를 가진 유한한 존재이니까.
난소암으로 사망했다는 가슴 아픈 얘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혼 얘기가 안 나오는 것으로 봐서, 또 하루에 일곱 권의 책을 읽을 정도라면, 당연히 결혼 생활은 안 했을 것 같다.
몇 살에 죽었는지 궁금하다.
현대인은 모두 "cancer phobia" 를 가지고 있다던데 정말 암이 무섭긴 무섭다.
내가 아는 친구 한 명도 20대의 마지막을 넘기지 못하고 대장암으로 죽었다.
죽음이란 참 가까운 곳에 있는 무서운 존재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부모의 직업 덕분에 (외교관 같은 거였을까?) 체코의 프라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소비에트 연방 학교를 다녔다고 하고, 러시아로 수업을 듣는다.
러시아어라니, 참 생소하기도 하다.
일본과 러시아의 교류는 그래도 꽤 있는 모양인지 (북방 영토 문제도 있고) 일소 도서관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러시아 학교에 편입되어 중학교 3학년 때 일본으로 돌아온다.
러시아어를 익히게 된 방법은, 역시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러시아 문학 전집을 읽으면서부터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다이제스트가 유행이고, 교과서에서도 축약본이나 내용을 쉽게 바꿔서 싣는다.
어린이 수준에 맞춘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당시 체코에서는 문학 작품의 원문을 그대로 실을 뿐더러, 교과서에서 소설의 일부를 배우는 게 아니라, 그 소설 자체를 읽는 게 수업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홍정욱이 쓴 "7막 7장" 에서도 미국 고등학교 수업이 신약성서나 그리스 로마 신화, 혹은 고전을 직접 텍스트로 쓴다는 얘기를 읽은 것 같다.
하여튼 이 방법이 문학의 숨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은 너무 당연하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나 감수성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다이제스트는 확실히 원전의 맛을 떨어뜨린다.
성에 눈을 뜰 사춘기 무렵, 저자와 친구들은 포르노 구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고전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같은 것을 읽고 성에 대해 눈뜨는 식으로 말이다.
이 얼마나 건전한 성교육인지!
하여튼 저자는 책을 통해 러시아어에 입문했고, 다시 일본에 돌아왔을 때도 책을 통해 어설픈 일본어를 극복한다.
이렇게 이중국어자가 된 것이다.
소설만 읽을 수 있어도 무리없이 외국어를 소화할 수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된다면 충분히 외국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단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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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질문이 많아서 따라합니다

 

1. marine이란 닉네님은 왜 :
   글쎄요... 원래는  "나나" 라는 닉네임을 썼는데 어떤 분과 논쟁이 붙은 후 갑자기 이 닉네임이 지겨워져 기분 전환 삼아 바꿨습니다. 그냥 발음하기 좋아서... 바다 느낌도 나고...

2. 신비주의자라는 표현을 종종 듣는 걸로 아는데 : 
    풋, 신비주의는 무슨... 오히려 사람들이 자기 사생활을 어쩜 저렇게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그게 더 신기합니다. 누군가도 나에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매우 강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3. 이미지가 야하다 : 그럴 리는 절대로 없으니 패스하구요,


4. 좋아하는 색은 :  밝고 강렬한 색이 좋아요. 특히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이런 원색을 좋아하다 보니 고흐의 그림에도 열광한답니다.


5. 좋아하는 악기는 : 이상하게 바이얼린 같은 현악기 보다는, 피아노가 좋아요. 그래서 쇼팽도 좋고... 유일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라서 그런가? 피아노 치는 남자보면 완전 뻑 갑니다.  가수들도 피아노 치고 노래하면 완전 가슴 설레더라구요.


6.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  글쎄... 뭐든 "가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건 좀 조심스러워서...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1순위로 좋아하는 곡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대충 이런저런 취향은 있지만...  딱히 떠오르는 애창곡은 없네요.


7.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  좋아하는 화가, 너무 많은데... 고흐의 강렬한 원색 그림도 너무 좋아하고, 반대로 베르메르의 그 따뜻한 일상의 표현도 너무 좋고, 루벤스의 역동적인 바로크 그림도 좋고, 카라바조의 강렬한 명암대비도 너무 좋고, 라파엘로의 화려하고 치밀한 천사 그림도 완전 좋아하고, 마네의 평면적인 일상 그림에도 열광하고, 칸딘스키의 화사한 색체의 비구상도 너무 좋고, 피카소도 좋고...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네요. 대체적으로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렘브란트 풍의 묵상적이고 성찰적인 그림은 상대적으로 덜 끌려요. 강한 인상을 주는 화려한 그림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8. 좋아하는 작가는 :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좋아해요. 스토리도 중요한데 하여튼 문체가 훌륭한 작가가 좋아요. 필력 안 되는 사람이 책쓰면 짜증나서 미쳐 버리겠어요. 은희경식의 시니컬한 문체도 좋아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루키의 쿨한 문체가 최고죠. 에쿠니 식의 가벼운 문제는 싫어요. 소시민의 위선과 숨겨진 이기심 혹은 증오감을 잘 꼬집어 내는 박완서씨 문체도 좋아하지만, 역시 이문열이 문장은 참 잘 쓰죠. 그런 만연체를 좋아해요. 인간의 심리를 꼬집어 내는 솜씨, 뭔가 내가 내 마음을 정확히 묘사하고 싶은데 입에서만 뱅뱅 돌고 안 나올 때, 콕 집어서 글로 풀어내는 솜씨, 전 이런 문체에 열광한답니다.
폴 오스터처럼 스토리가 훌륭한 작가들도 좋아해요. 싫어하는 작가를 고르라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아멜리 노통브를 꼽겠어요.


9. 좋아하는 꽃은 : 꽃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썩 관심갖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래도 식물원이나 장미 축제 같은데 가면 식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가 종종 있어요. 활짝 피는 탐스러운 장미가 좋다고 해 두죠.


10. 좋아하는 먹거리 :  단백질을 좋아해요. 고기류는 별로고요, 생선을 엄청 좋아합니다. 고등어, 병어처럼 통통하고 퍽퍽한 생선을 무지 좋아하고요, 순두부, 계란, 두부, 청국장 이런 거 엄청 좋아해요. 빵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고기나 밥은 별로 안 좋아해요.

11. 가장 기뻤을 때는 : 글쎄... "가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갑자기 부담스러워져서 생각이 잘 안 나요. 좋아서 쫓아다니는 남자가 있었는데 어떤 날 데이트에서 생각지도 못한 첫키스를 하게 됐을 때가 제일 기뻤던 것 같네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죠.


12. 가장 슬펐을 때는 : 슬플 때는 뭐 워낙에 많아서... 그런데 또 잘 잊어 버려요. 슬픈 감정이 해소되면 금방 잊는 성격이라 딱히 떠오르는 사건은 없어요.


13. 지금 읽고 있는 책은 :  중구난방으로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이것저것 뒤적입니다. 지금 손에 있는 책은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와 "분노의 지리학" 정도네요.


14. 그래도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 뭐, 모든 책은 항상 다 읽고 싶어요. 언제 어느 때라도. 그래도 지금 꼭 읽고 싶은 책을 꼽으라면, 일단은 세계문학전집 쪽인데 당장 떠오르는 소설로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와 레 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없다" 그리고 토마스 만의 "부르텐부르가 가의 사람들" 이 최근 많이 땡깁니다. 언제쯤 읽게 될지...


15. 갑자기 1억이 생기면 : 집 얻어야죠. 요즘 집 때문에 하도 골치를 섞여서리...


16. 삶이란 : 고행길이죠. 고뇌의 여정이고... 자기 십자가를 등에 이고 가는 길...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으니 또 금세 잊어버리고 열심히 걸어 가는 거죠.


17. 늦은 시간에 댓글 놀이를 하던데, 몇 시에 자나 : 원래가 야행성인데 직업 때문에 더더욱 새벽에 잡니다. 초저녁에 잠깐 잔 다음에 (저녁 먹은 후) 거의 새벽 4~5시까지 깨어 있는 것 같아요.

18.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나 : 유명한 미술관이 있는 나라에 가 보고 싶어요. 뉴욕이랑 마드리드, 런던, 파리, 피렌체 이런 데... 하여튼 그림 보는 게 너무 좋아요. 풍경은 그다지...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파리에서 살고 싶어요. 불어는 못하지만... 의사소통이 문제라면 런던도 괜찮겠군요. 의외로 인종의 전시장이더라구요.


19. 살짝 소심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완전 소심하죠. 소심의 극치

20. 지금 떠 오르는 단어는 : 빨리 자야 내일 또 일하는데...
 

21. 책은 왜 읽는가 : 책 읽는 게 너무너무 즐거워요. 특히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기쁨이 커요. 이런 게 다치바나가 말하는 지식욕이 아닌가 싶어요. 알고자 하는 욕구, 그 아저씨 말로는 식욕과 성욕에 맞먹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더라구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한 발견을 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지적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22. 그럼, 왜 굳이 철학 서적 같은 고리타분한 책을 읽는가 : 철학 서적 좋아하지 않아요. 생각하기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이해할 수 있는 가변적인 지적 유희는 싫어요. 사회과학이나 역사서, 혹은 과학 서적이 좋아요. 진실을 밝히는 것, 객관적인 사실을 이해하는 것, 분명한 학문이 좋아요. 체질적으로 철학은 저와 안 맞아요. (그래도 칸트나 헤겔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책을 맛보기로 읽을 때면 정말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서운 분들이셔)


23.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세상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글쎄요, 세상은 원래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거 아닐까요? 산업혁명이 세상을 확 바꾸었듯, 공산주의도 세상을 완전히 뒤집었으니 사상이 세상을 변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고정되어 있는 세상은 아닙니다.

24. 책은 왜 버리는가 : 책 버리는 게 싫어서 선뜻 사지도 못합니다. 책 소유하는 데 별 의미를 안 둬서 잘 사지도 않지만 (도서관 이용) 한 번 산 책은 내용이 좋든 나쁘든 절대 못 버리겠어요. 마치 내 자신의 정체성 같아서 쓰레기통에 처 넣을 수가 없어요.


25. 책에 얽힌 버릇이 있나 :  이것도 버릇이라면 버릇인데, 누워서나 뒹굴면서는 책을 못 봐요. 꼭 책상에 앉아 독서대 위에 책을 올려 놓은 뒤 연필과 노트를 옆에 두고 정자세로 마치 공부하듯 집중해서 책을 봐야 잘 들어와요. 문학책 대신 주로 인문과학 서적을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커피도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책 못 읽어서 도서관이 제일 좋더라구요. 그런데 도서관 열람실은 죄다 수험생들 뿐이고... 독서가들은 대체 어디서 책을 읽으라는 건지...


26. 책 보관 방법은 : 그냥 책꽂이에 꽂아 둡니다.


27. 지하방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  지하방에서는 살아 본 적이 없어서...


28. 책에서 쉼을 얻은 적이 있는가 : 책은 최고의 휴식이면서도 일종의 노동 같아요. 한 두 시간 읽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고 배가 고파지더라구요. 그러나 또 지적 충만감 때문에 피로를 잊고 열심히 읽게 되죠. 

29. 자랑도 아닌데 왜 수술한 이야기는 공개하나 : 수술은 어렸을 때 코뼈가 부러져 한 번 해 봤어요.

30. 그럼 몸 관리는 하나 : 몸관리라기 보다는 뛰는 걸 좋아해서 매일 달리기를 합니다. 한 번 뛰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싹 가시거든요.


31. 돈벌이 안한지 3개월이 되어간다 :  돈벌이 안 하면 조급증 나고 영원히 못할까 봐 무서워서 쉴 수가 없어요. 직장이나 일에 대한 강박 관념이 강한 편이라...


32. 요즘 그림은 왜 안 그리나 : 그림은 절대로 못 그립니다. 그 쪽으로는 완전 젬병.


33.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데 : 영화도 좋아해요. 코믹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구요 공상 과학 영화도 별로고, 좀 진지한 영화가 좋아요. 뭐랄까, 우리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들 있잖아요. 좀 지루하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 영화가 진짜 리얼리티 최고인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도 현실성 있어서 좋고...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 같은 영화는 토나오고요.

34. 책 말고 사고 싶은 거 있나 : 사고 싶은 건 늘 많은데... 지금 당장은 없네요.


35. 외모에 대한 불만이 있나 :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아요. 다만 웃는 모습이 별로 안 예쁘다는 게 컴플렉스입니다.


36. 심리학을 전공하긴 했나 : 전공은 생명에 관한 쪽입니다.


37. 화는 왜 못내나 : 화를 너무 잘 내서 탈이죠. 성격이 급하다 보니...


38. 성격은 어떤가 : 완전 급합니다. 또 감정이 폭발하고 나면 금방 잊어 버리고...

39. 존경하는 인물은 있나 : 특별히 존경하는 인물은 없는 것 같은데... 옛날에 퀴리부인 전기를 읽으면서 그 학구열에 감탄했던 기억은 나네요.

40. 좌우명도 있나 : 행복하게 살자 혹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정도? 너무 진부하네요.


41. 숲이 좋은가 나무가 좋은가 : 같은 의미 아닐까요? 그래도 고르라면 전체적인 의미의 숲이 좋겠어요.


42. 늘 고민하던 소통의 문제는 해결했는가, 아니면 적어도 타협이라도 했는가 : 소통은 항상 어려운 문제죠. 인간관계를 맺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42. 딴청이라는 별명도 있던데 : 별명은 아직 없구요.


43. 왜 서재를 못 버리나 : 리뷰 올릴 때 책에 대한 정보가 같이 올라가니까 편해요. 내가 쓴 리뷰를 읽어 볼 때 책에 대한 정보와 서평을 같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서재 시스템이 안정적이라 좋아요. 타 인터넷 서점 싸이트 보다도 블로그 부분이 강화되어 있어 좋더라구요. 네이버처럼 거대한 블로그 보다는 비슷한 성향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관심사를 토로하는 부분도 좋구요. 그렇지만 리뷰 외의 블로그로써는 부족한 부분이 많죠.


44. 남에게 글이 읽히는게 싫은가 : 리뷰를 제외한 사생활은 많이 꺼려져요.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자기검열을 하는 게 싫어서 요즘에는 페이퍼를 안 쓰고 있구요.

45. 왜 가끔 글을 지우나 : 내가 쓴 글은 절대로 안 지웁니다. 내 역사니까 흔적을 보관하고 싶어요.


46. 알라딘 사람들이 좋나 : 나름대로 애정이 있는 편이죠. 다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47. 평소 글 쓰는 스타일로 여기에도 쓰나 : 비슷한 것 같아요. 결국 성향이란 것이 있으니까.

48.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어떤가 : 일상 생활을 재밌는 문체로 발랄하게 쓰는 분들이 있어서 페이퍼 읽을 때 즐거워요.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분은 역시 나귀님이구요.


49. 알라딘 분들 중에서 보고 싶은 분들도 있는가 : 몇년째 서재를 유지하는 분들은 한 번쯤 만나보고 싶기도 해요.
 


50. marine: 심도있는 질문들이었던 것 같아요. 피상적이지 않아서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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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8-02-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린님이 페이퍼를... ^^ 11번에서 므흣 했어요.
 
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닉 혼비라면 "About a boy" 를 쓴 작가가 아닌가?
그 영화를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더군다나 알라딘에서 읽은 리뷰가 맛깔스러워 꽤나 기대를 하고 집어든 책이건만...
역시 내가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농구 얘기를 하면 더 나을 것 같다.
축구에 관한 얘기라면 이 책 보다는 서형욱이 쓴 "유럽축구기행" 이 훨씬 흥미롭다.
팬에 관한 얘기라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더 나을 것 같고.
하여튼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지루하고 심심했다.
외국 사람이 쓴 에세이라 그런지 문장이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도 조지 오웰의 소설은 마음에 콕콕 박히는 유머가 있잖아.
아,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거야...

 

이 책의 장점을 굳이 들자면, 내 소녀 시절의 열정을 추억하게 만든 걸 꼽겠다.
나는 언젠가 이런 책이 나오리라 기대하는데, 한창 아마추어 농구가 유행할 때 현대와 기아가 라이벌 관계일 때 나는 언제나 만년 2위인 현대를 응원했다.
이충희의 전성기가 지나고 허재와 김유택, 강동희 등이 한창 날리고 있을 때 한물 간 이충희나 이원우가 있는 현대 농구단의 광팬이었다.
그 때만 해도 서울에서만 경기가 있을 때라 지방에 살던 나는 직접 관람도 못하고 TV로만 중계 방송을 봤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했으면 팬클럽에라도 들텐데 그 때는 고작해야 스포츠 신문에서 기사 한귀퉁이 얻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렇게 수집한 신문 기사가 노트 한 권은 족히 넘었으니 나름 꽤나 애정을 갖고 팬 노릇을 했다.
남들은 죄다 기아를 응원하고 응원한 팀이 이겨 승리를 만끽하는데 나는 항상 그 팀에 패배하는, 꼭 기아의 밥 같은 현대만 응원하고 패배에 몸을 떨어야 하는 처지였으니, 어떻게 보면 닉 혼비가 아스날을 응원할 때의 그 열패감을 나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나중에 연세대가 한창 끗발을 날릴 때도 나는 이상하게 연대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고려대를 응원했다.
죄다 이상민이나 문경은, 서장훈, 우지원 같은 연세대 스타들을 환호하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고려대의 김병철이나 전희철, 현주엽 같은 스타성이 다소 부족한 선수들이 더 좋았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선수들의 주소, 이원우는 노원구 상계동에 살았고, 현주엽이 사는 아파트 이름은 개나리 아파트였다.
나는 원체 마이너 기질을 타고난 모양이다.
나의 우상은 현대팀의 이충희도 아니고 늘 이충희에게 가려 빛을 못 본 비운의 가드 이원우였다.
이 사람은 결국 은퇴 후에 인간극장에 나올 정도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불행하게도 뇌종양에 걸려 세 번의 수술 끝에 사망하고 말았다.
유명한 농구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도 국가 대표까지 지냈다) 언론의 주목도 못 받고, 하필 죽을 때가 허재 은퇴하는 날이라 정말 언론의 한 줄 기사거리도 못 되고 쓸쓸하게 사라졌다.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여튼 내 중고시절은 닉 혼비가 아스날과 함께 성장한 것처럼 나도 현대 농구팀과 함께 자랐다.
그렇지만 그가 느낀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
요즘 10대 소녀들이 열광하는 그런 팬문화도 아닌 것 같고, 집단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그런 제스처도 아니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꽂힌, 그런 취미와 비슷했다.
마치 지금 내가 책을 좋아하듯 나는 현대 농구팀을 사랑했다.
용병들이 등장하고 무지막지하게 덩크슛을 꽂아대는 프로농구는 내 취향이 아니다.
차라리 나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신체접촉 없이 깔끔하게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배구가 훨씬 좋다.
아니면 이충희나 이원우가 3점슛 라인에 서서 슛을 던지는 그런 아기자기한 실업농구가 더 좋다.
이원우의 죽음, 언젠가 꼴지팀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소설로 부활할 날이 있지 않을까?
그의 딸 이름이 이혜민이었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들 현수도 농구선수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인간극장에 나온 이원우 선수의 형도 키가 컸던 기억이 난다.
아, 삶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신해철이 영국 갔다 온 다음에 영국인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축구를 사랑하고 즐긴다는 말을 했었다.
한 때 신해철의 팬이긴 했으나 요즘의 그 언론플레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하여튼 그 말의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한 느낌이 든다.
영국인에게 축구란 닉 혼비의 절묘한 표현처럼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월드컵 4강이 국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외국 경기에서의 승리를 열망하는 한국 축구 문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같다.
단순히 축구 선진국이나 종주국 같은 간단한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것 같다.

 

이혼 문제가 얽혀 있어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이 찌릿했다.
프랑스 여자를 따라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사춘기의 아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대체 뭐가 있겠는가?
축구 관람이란 얼마나 시의적절한 놀이였을까?
닉 혼비의 넋두리처럼 어색한 부자간에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참 부족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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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현 2014-11-06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