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세계사 - 산업혁명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24개 테마로 세계를 읽는다!, 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김윤태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을 때는 여러 책의 내용을 적당히 짜집기 한 것 아닌가 싶어 비판적인 시각이었는데 차츰 책에 빠져 들었다.
아마도 저자의 전공이 경제학 쪽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현대성을 주제로 오늘날의 세계가 형성되는 게 큰 공헌을 한 20여 가지의 사건들을 기술했다.
어떤 분야는 어딘가에 읽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들고, 또 어떤 분야는 저자 나름의 독자적인 시각이 드러나는데 아마도 자기 전공 분야와 아닌 분야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일단 주제 자체는 굉장히 잘 잡은 것 같다.
세계사라고 범위를 넓게 잡으면 해야 할 얘기는 많고 지면은 한정되어 있으니 압축하다 보면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빠지는 오류를 피하기 힘들다.
반면 이 책은, 현대성이라는 명료한 개념을 주제로 잡아 그것과 관련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술해 통일성이 돋보이고 챕터마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전체의 유기적 연결이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나 프랑스 68혁명은 관료주의의 비판과 학생 중심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개인의 권리 확대와 자유 추구라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이나 일본 문화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구의 제도와 사회 분위기에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중국의 그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문명에 감탄한다.
예전에는 신라나 고려, 조선의 사대외교가 부끄럽고 화가 났었는데 중국의 역사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상들의 외교술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탄복하게 된다.
저렇게 엄청나고 강력한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주체성을 지키면서 나름의 문화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위대한가!
일본도 마찬가지다.
식민지의 역사가 없었다면 뒤늦게 뛰어든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뿐더러 오히려 앞서 나가는 일본의 저력에 대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중국 문화에 함몰되지 않고 나름의 독자적인 문화를 지켰으며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짧은 시간에 강대국이 된 놀라운 저력의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싫다.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고 나보다는 집단을 우선시 하는 유교적 문화, 특히 가부장적 문화에 거부감이 든다.
특히 일본의 천황 숭배를 보면 영국의 여왕과는 전혀 다른,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유교가 아시아의 가치관과 전통을 수호하는 훌륭한 문화이고 정신임은 분명하지만, 서열을 따지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 하는 속성 자체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최우선으로 삼는 현대성, 혹은 서구성과 배척될 수 밖에 없는 지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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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 오백년사 - 왕비를 알면 조선의 역사가 보인다
윤정란 지음 / 이가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실망스러운 책이다.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은,  근거를 가지고 나름의 이론을 전개하는데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뒤섞인, 뭐랄까, 야사류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제대로 된 교양서도 아닌, 지식이 좀 있는 아마추어의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드시 대학 교수나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만 좋은 책을 쓰는 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직업적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옳든 그르든 자기만의 논리가 있어 이론 전개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처럼, 마치 TV 사극을 보는 것처럼 적당히 자신의 상상력을 알고 있는 지식에 섞어 기술한다.
역사 에세이집이라고 해야 하나?
조선의 왕비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왜 이렇게 밖에 이용하지 못하는지 아쉬울 뿐이다.
사료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을 많이 발휘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역사학자가 아닌 방송작가 수준의 상상력이라는 게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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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8-07-2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화면이 매혹적입니다. ㅎㅎ "술만먹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만~' 로고 말입니다.ㅎㅎ 뜨끔하네요. 하하 잘 지내시는거죠. 오랜만의 댓글이라...

marine 2008-07-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더 반가워요^^
 
경제학 패러독스 -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해법으로 완성한 경제학 사용설명서!
타일러 코웬 지음, 김정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문화 생활에 대한 조언이 많았던 점이다.
특히 미술 관람에 대한 조언이 유용했다.
요즘 내가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 흥미있게 읽었다.
독서야 뭐, 너무 많이 읽어서 탈이니 어지간한 건 다 아는 팁이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소설을 읽을 때 한 인물을 따라가라는 충고였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써 본다거나 플롯을 메모지에 그려가면서 읽는 방법, 전체적인 맥락을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대충 뛰어넘어도 된다는 점, 첫 장은 가능하면 꼼꼼하게 읽는 게 좋다는 점 등은 나 역시 평소에 실천하는 방법이다.
소설은 첫 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일단 몰두하게 되면 흡인력이 생겨 어지간해서는 마지막까지 한 번에 쭉 읽게 된다.
그림의 경우, 역시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은데, 미리 예습하는 것 보다 관심이 생긴 미술품에 대해 나중에 복습하는 게 더 낫다는 충고에 나도 동의한다.
관심의 유발, 나의 주의(attention)을 잡아 놓는 게 모든 문화 생활의 핵심인 것 같다.
현실적인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문화적 억만장자가 되는 것은 돈이 거의 안 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물론 아주 안 드는 건 아니다.
책도 사고 할 수만 있다면 미술 작품도 사는 게 나으니까.
클래식 연주회도 티켓 값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소비 생활에 비하면 새발의 피고, 또 실제로 돈을 버는 일 보다는 훨씬 쉽다.
문제는 관심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도 나온 바지만, 어차피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모든 음악을 다 들을 수도 없으며, 모든 그림을 다 볼 수도 없다.
나에게 지루함을 주는 예술 작품을 일부러 애써서 볼 필요는 없다.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더 직설적으로 스노비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예술 작품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감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결국 주의와 희소성의 원칙으로 귀결된다.
한정된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는, 즉 희소성이 있는 것,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 돈, 권력 등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한다.
인간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고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은 남도 갖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남보다 나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나의 한정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 가장 원하는 것, 제일 얻을 가능성이 큰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와 욕망까지 모두 포함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왜 자본주의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해답도 이 책에 들어 있다.
인간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동물이 아니다.
눈에 들어나지 않지만 속에 숨겨진 내적 동기나 인센티브, 긍정적인 자아상의 강화 등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자극하기 때문에 시장경제는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한정된 내 주의를 어디에 돌릴 것인가,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하고 선택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참 쉽게 잘 쓰여진 책이고 흥미롭게 읽었는데 표지가 너무 허술하고 제목도 인상적이지 못해 아쉽다.
번역도 비교적 매끄럽기는 한데 일부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잘 안 쓰는 단어라 적절한 번역인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번역하기 애매하거나 우리 문화에서는 낯선 단어라면 원어 표기를 해 주면 좋겠다.
그래야 구글에서라도 찾아 볼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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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궁전
루이스 만도키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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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맨틱 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나는 영화다.
수전 서랜든이라면 <Deadman walking>에서 무척 인상깊게 본 지적인 여배우인데, 역시 나이 앞에서는 빛이 죽는 것 같다.
열 네살이나 어리게 나온 남자 주인공에게 한참 뒤져 정말 퇴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욱 사실적이다.
임성한이 쓴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도 여자가 남자볻 열 두 살 많은 설정이 있는데, 실제로는 한 살인가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여배우라 도대체가 현실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정말 열 네 살이라는 나이를 보는 내내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리얼했다.
열 네 살 어린 남자와 같이 사는 기분은 어떨까?
그것도 남자는 중산층의 잘 나가는 카피 라이터고 음악도 대중음악 대신 오페라를 들을 정도로 지적이고 교양있다.
반면 여자는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햄버거 가게 종업원에 사는 곳도 가난한 동네이고 청소라고는 안 하는 지저분한 여자이며 술 담배를 진창 해댄다.
정말 완벽한 부조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맥스는 여자에게 푹 빠진다.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비참해져, 함께 있으면 다른 의미로 비참해...
맥스의 이런 독백이야 말로 그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함께 있지 않으면 비참하다는 말, 정말 최고의 사랑 고백이 아닐까?
또 함께 있으면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계급차로 모든 게 엇갈리고 여자는 차라리 떠나라고 종용하니, 또다른 의미로 비참해진다.
스물 일곱의 지적인 남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현실 같다.

<명랑소녀성공기>의 양순이나, <너는 내 운명>의 장새벽, <별난 남자 별난 여자>의 종남이, 양국화 등등 드라마에 나오는 가난한 신데렐라들은 죄다 어리고 착하고 예쁘다.
누구하나 문화적 차이로 고민하지 않는다.
부자 남친이 옷만 비싼 걸로 입혀주면 그 때부터는 어느 귀족 아가씨 못지 않게 자연스럽게 우아한 여자로 바뀐다.
옷차림만 바뀌면 그게 다일까?
그래서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이고 진부하고 또 유치한 것 같다.
왜 현실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차이를 간과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계급차가 심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동등하다는 생각이 유난히 강한 나라니 말이다.

영화의 강점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의 문화적 차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점이다.
맥스와 노라의 집은 두 계급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중산층과 상류층의 차이보다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차이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중산층은 상류층에 비해 돈만 없을 뿐 적어도 교육 수준이나 문화적 교양 면에서는 오히려 더 우월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부르디외의 주장처럼, 혹은 <희망의 인문학>처럼 인문학적 또는 문화적 측면의 지원이 계급 격차를 좁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맥스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스파이더는 정말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굉장한 미남이다.
수잔 서랜든이 빛을 바랠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해 몇 년 째 정조를 지키고, 대중음악 대신 오페라를 듣고 담배도 안 피운다.
모든 게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잘 생겼는데 바람둥이도 아니라니, 더구나 교양있고 지적이기까지 하다니!
영화 속의 노라는 대체 무슨 복으로 이런 남자를 꿰찼는지 모르겠다.
사실 둘은 성적 궁합이 기막히게 잘 맞는다.
단지 섹스를 위해서였다면 맥스는 노라를 자기 삶 속으로 들여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맥스는 문화적 차이와 계급 차이에 대해 괴로워 하면서도 그녀를 용감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노라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그녀가 자격지심으로 떠났을 때 직장마저 팽개치고 안정된 기반을 버린 채 그녀를 찾아 나선다.
마지막 결말이 약간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하여튼 나이차와 계급차, 문화차이 등을 뛰어넘는 사랑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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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우에하라 다카시 지음, 이은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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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마음에 들어 별 기대 없이 집어든 책인데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알싸한 감동을 받았다.
사실 이 제목보다는, 오히려 혼자라고 느낄 때,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다고 생각될 때, 뭐 이런 식으로 바꾸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잘난 친구에게 치여 상대적으로 비참한 느낌이 들 때를 묘사한 글이 아니라, 그 잘난 친구마저 하나도 없고 정말 세상에 혼자 던져진 외로운 사람들의 쓸쓸한 일상을 기록한 글이다.
일본은 르포 문학이 발달했다더니, 과연 그렇다.
이 책도 작가가 비슷한 사정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취재해서 엮은 책이다.
그래서 문장력이 아주 우수하거나 통일성이 있지는 않고, 가볍게 지하철 안에서 읽을 수 있게 잡지 수준으로 평이하게 쓰여졌다.
그렇지만 내용 자체는 찡 하다.

남들과 수다떠는 걸 좋아하고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면서도, 정작 시끌벅적 하게 어울리는 걸 싫어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나는, 여기 나온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는 게 좋다.
약간의 오타쿠적인 경향이 있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일본은 이런 은둔형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 느낌이 든다.
작가가 남자라서 그런지, 여자보다는 사회에서 소외된 남자들을 주로 인터뷰 했다.
그래서 이혼녀보다 이혼남의 사연이 더 많이 소개된다.
이혼은 여자한테만 비참한 줄 알았더니, 남자들 역시 별로 할 게 못 되는 쓸쓸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왠지 쓸쓸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니 독신이라고 해서 애인마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어찌 보면 독신이야 말로 애인이 필수인지도 모른다.

얼굴이 아주 못생긴 여자가 직장 다니면서 독신 생활을 하는 얘기가 나온다.
친구도 별로 없고 애인도 없고 돈벌이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원룸에서 혼자 심플하게 살아간다.
이런 게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면 퍽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으로 그려질텐데, 그래서 가사일에 치이는 아줌마들에게는 화려한 싱글로 비출텐데, 역시 현실이다 보니 외롭고 퍽퍽하기 그지없는 적나라한 일상이 노출된다.
혼자이기 때문에 얘기할 사람도 없고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것도 귀찮아서 날마다 혼자 저녁을 사먹는다.
독서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다.
사실 나도 결혼하지 않고 좋아하는 책 보면서 가볍게 살고 싶다는 충동을 종종 갖는데 왠지 그녀의 삶을 보면서 따라 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인간은 교류하지 않으면 고립될 수 밖에 없고, 아무래도 혼자는 정신적 평안함을 유지하기가 힘든 것 같다.
보통 의지나 자아로는 안 될 것 같다.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역시 실명한 친구 얘기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차라리 장님보다는 귀머거리가 되는 게 나을텐데, 하고 저자는 안타까워 한다.
그 마음, 너무나 이해된다.
나는 가끔 내가 시력을 상실하면 어쩌나, 그래서 책을 못 보면 어떻게 하나 이런 불안감에 빠진다.
밀턴이나 세종대왕도 말년에 시력을 잃지 않았던가?
생각만 해도 너무 암담하고, 정말 내 신체 중에 어떤 부분을 잃어야 한다면 눈 대신 팔다리를 잃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시력을 상실한 이 친구는, 이제 책 대신 음악을 듣는다.
인간은 자기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낸다는 저자의 마지막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나도 눈을 읽게 되면 그 때부터는 귀를 열게 될까?
아, 너무 무섭다.
앞으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는 책 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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