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영원으로 - 상 - Mr. Know 세계문학 57 Mr. Know 세계문학 57
제임스 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로 먼저 접한 책.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로 본 후, 얼마 전 DVD로 다시 봤고, 감독이 뭘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몰라서 책으로 읽기로 했다.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이 책은 특별히 표지가 예뻐서 구입했다.
친구가 사당 반디 앤 루니스에서 사 줬던 기억이 난다.
열린책들의 <미스터 Know> 시리즈는 일단 가방에 넣기 편하고 표지가 화사해서 읽고 싶은 충동이 새록새록 생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이 시리즈로 읽었다. 
분량은 무려 세 권!
각 페이지가 500 쪽 이상이니 상당히 양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묘사력은 정말 탁월해서, 역시 현대 소설은 고전과 다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미국 사람들이 읽는다면 가슴 절절하게 감동하면서 읽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히 속어의 어설픈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너무나 재밌게 또 감탄하면서 읽고 있다.
보통 소설은 줄거리나 사건의 전개를 따라 대강 빠른 속도로 읽곤 하는데 이 책은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있다.
이문열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문장을 음미하게 된다.
폴 오스터의 문체와는 또다른,  무미건조하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기막힌 묘사력! 
역시 영화는 소설의 적수가 못 되는 것 같다.
영화에서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영화를 봐서 책 속의 인물들을 상상할 때 훨씬 생생한 느낌이었다.
특히 소설의 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워든이 영화 속 배우와 이미지가 거의 일치한다.
인상착의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소설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나는 주인공 프리윗 보다 워든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소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프리윗의 삶이 애잔하고 허망하게 느껴진다.
워든은 대체 왜 장교 진급을 거부하는지, 카렌과의 관계 발전은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한 게 무척 많다.
아, 정말 탁월한 소설가이고 감탄할 만한 문장력을 가졌다.
지하철에서 조금씩 읽는 바람에 연속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소설다운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워든과 카렌의 파도 속 키스 장면은, 소설에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카렌이 추워 하는 바람에 엉망이 된 첫 데이트로 묘사된다.
웃음이 나왔다. 

나이가 좀 들어서 읽은 탓인지 성과 여자, 섹스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책에 나온 말인데 식욕과도 같은 본능 때문에 죄를 받아야 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교 문화권에서 살아서인지 내가 여자여서인지 혹은 기독교 영향 탓인지 섹스는 왠지 불결하고 더럽고 어둡다는 생각을 했었다.
키스까지는 아름다운데 손을 잡고 모텔로 들어가 옷을 홀라당 벗고 신음하는 것은 아무리 미화를 해도 그저 포르노, 배설 등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성욕이야 말로 인간에게 너무나 기본적이고 중요한 욕구이기 때문에 과부의 재가를 금한 유교 논리라든가 섹스를 금한 천주교의 사제나 수녀 제도 등은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군인과 여자, 혹은 군인과 섹스, 너무나도 밀접하고 잘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아마도 창녀촌은 인류 역사에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음식점처럼 말이다.
아무리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도, 처음부터 무조건 들이대지는 않는다는 워든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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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9-03-1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중이에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훌륭한 리뷰 감사~

노이에자이트 2009-03-1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네요.데보라 카와 버트 랭카스터의 키스 장면이 정말 멋있는 영화였죠.마지막에 파도에 꽃 뿌리는 장면도...
 
100편의 명화로 읽는 성인
자크 뒤켄.프랑수아 르브레트 지음, 노은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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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일어 집어든 책이다.
한 면을 도판으로 배치하고 다른 면은 한 페이지에 국한해 간략하게 관련 성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주제는 흥미롭지만 그림에 대한 이해가 너무 피상적이고 대충 짜집기 했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지 못한 독서였지만 가톨릭에서 숭배받는 다양한 성인들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소득이다.
프랑스 작가가 쓴 만큼 프랑스 역사 속에서 전설화 된 성인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사자와 함께 등장하는 히에로니무스나, 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성 세바스티아노 등은 뒤러나 만테냐 등의 명화로써 널리 알려져 있지만 책에서는 가능하면 덜 알려지고 덜 대중적인 성인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소개한다.
성당에 열심히 나갈 때만 해도 순교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들의 믿음에 감동하곤 했는데 처참한 고문 장면과 함께 그려진 그림들을 보고 있으려니, 인간의 집요함과 가학성, 고집불통, 극단성 등에 대한 묘한 반발심이 생긴다.
내세나 영혼 등을 믿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과연 신이라는 무형의 존재를 위해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스럽다.
신과의 교감을 통해 황홀감을 느꼈다는 성녀 빙엔 힐데가르트 등은 혹시 상상 속의 섹스를 한 건 아닌지, 하는 불경한 생각마저 든다.
하여튼 그들의 믿음에 이제는 더 이상 동의할 수 없고 주류의 것과 다른 것을 믿는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죽여도 좋다는 허락을 해 준 과거 사회도 너무 끔찍하다.
아무리 다문화주의를 존중한다 해도 여전히 종교의 자유가 없는 이슬람 사회를 곱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슷한 그림들이 반복되나 보니, 유명한 그림은 다 거기서 거기구나 느낀 적도 있었지만, 내 짧은 소견이었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그림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그림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을 찾아 여행을 해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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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ger and Me

어쩜 좋아요.
얼마 전에 안락사한 우리 똘이 생각이 미친 듯이 나네요.
저도 요즘 똘이가 뭔가 문제가 있는 일종의 환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똘이는 요크셔테리어인데 남들이 왠지 잡종 같다 했던 귀도 안 서고 털도 까만 그런 강아지였는데요, 언제나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전 정말 <말리와 나> 읽으면서 세상에 똘이보다 더 심한 개도 있구나 하고 그나마 다행이다 안심했을 정도라니까요.
똘이는 대소변을 꼭 자기 화장실 바로 아래에다 쌌어요.
이상하게 화장실 위로 못 올라가고 올려 주면 으르렁 거리다가 금방 내려와 버렸어요.
오줌을 아무대나 지리는 것도 아니고 꼭 화장실 바로 옆에다가만 쌌어요.
배변통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바꾼 것만 해도 수십개!
똘이는 항상 화가 난 것처럼 짖어댔고 심지어 우리 엄마까지 피가 날 정도로 물어서 밤에 응급실에 갔을 정도였답니다.
그 조그마한 요크셔가 말이죠.
아빠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아빠가 밥 주고 화장실 치워 주는 사람이었음) 아빠와 친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적대적이었는데 (그래서 엄마를 아주 싫어했음. 아빠가 엄마랑 안방에 자러 들어가면 그 문 앞에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칭얼대서 급기야는 아빠가 똘이를 데리고 따로 자게 됐음) 문제는 아빠에게도 절대 복종하지 않고 공격적일 때가 많았어요.
가끔 우릴 똘이를 보면서 공격성 인격장애, 혹은 ADHD 뭐 이런 병명이 떠올랐답니다.
하여튼 6년을 키웠는데 언제나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격적이고 심지어 식구들도 물 정도로 꽤 거친 편이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우리 똘이는, 아빠가 정말 헌신적으로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은 전혀 교정되지 않고 날로 심해졌는데 엄마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면서 아빠가 엄마 때문에 똘이를 안락사 시켰어요.
엄마가 아프니까 똘이가 더욱더! 공격적이 됐거든요.
아,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아빠가 너무 괴로워 해서 정말로 절에 가서 똘이 명복을 빌었대요.
지금 생각하면 똘이도 어딘가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였을 수 있었는데 돌봐 줘야 할 환자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 똘이는 이상한 개야, 이렇게 생각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지금도 똘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아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아빠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이해도 되지만...
하여튼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이런 생각도 다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이겠지만, 정말 우리 똘이는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뛰어 놀고 있을까요?
거세 수술 시킨 것도 너무 미안하고 (남자애였음) 친구 하나 없이 집에 혼자 놔 둔 것도 정말 미안하고 아픈 거 이해 못해 준 것도 정말 정말 미안해요.
똘아, 너 저 세상에서 여자 친구랑 신나게 뛰어 놀고 있니?
관절염 있어서 수술 두 번이나 하고, 다리 부러져서 또 수술하고 그래서 높은 데 잘 못 뛰었잖아.
지금은 잘 뛰고 있지?
(개도 관절염 약 먹는다는 거 처음 알았음)
우리가 잘 돌봐 준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외로웠을 우리 똘이, 똘아 너 때문에 너무너무 행복했고 너무 보고싶고 정말로 다른 생이 있다면 그 때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같은 종으로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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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2-24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말리와나,를 보고 전 개와의 그렇게까지의 친밀감을 나눈 경험이 없었는데도
안락사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어요. 똘이 이야기를 읽어보니 마음에 병이 있었던 아이
맞는 것 같네요. 참 많이 괴로워셨겠다 싶어요. 눈물 나는 페이퍼입니다...

marine 2009-02-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저 새벽에 이 글 쓰면서 엄청 울었어요. 똘이 안락사 시켰을 때는 덤덤했는데 (제가 서울로 이사오는 바람에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봤었거든요) 어제는 정말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답니다.
ㅊ님, 공감해 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말리와 나,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영화도 꼭 보려구요.

라로 2009-02-2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에 먼댓글을 다셔서 똘이 이야기 쓰신거 이제야 알았어요~.
먼댓글을 쓰시는 분들이 드물어서요~.^^;;;
똘이의 이야길 읽으니 참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추천으로 대신하렵니다. 가슴이 먹먹하네요~.

개인주의 2010-02-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같은 건물의 무법자녀석들을 막 욕 하다가도 문득.
지들도 이런 좁은 데 갇혀서 지내고 싶진 않을텐데
예뻐해주는 듯 하다가 아침이면 나가버리고 밤 늦게 오는
주인 땜에 외로워서 짖나..
그런 생각을 가끔 해요..
 
한국 회화의 이해
안휘준 지음 / 시공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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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지 아님 슬슬 지치지 시작했는지 (일종의 매너리즘이랄까?) 한 권의 책을 진득하게 못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읽을 시간은 늘 부족하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아 독서라는 걸 제대로 못하고 있다.
독서가  TV와 다른 건 TV는 컨디션이 좀 나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비해 책읽기는 고도의 정신력을 요하기 때문에 기분이 우울하거나 몸이 피곤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다.
특히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쪽 책은 더욱 그렇다.
소설과는 달리 일정한 줄거리나 캐릭터 같은 게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쭉 읽으려면 꽤나 집중해야 한다.
하여튼 이번에도 2/3 정도 이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이고 수준도 훌륭하다.
역시 전공자, 학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전통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우리 회화의 흐름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김정희에 대해 19세기 조선 화단을 이끈 엄청난 공적과 영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나치게 우상화 되는 요즘의 경향을 경계하고 남종화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고 지적한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 중에 조희룡이라는 여항문인이 있었는데 화려한 매화 그림이 맘에 꼭 들었다.
그런데 김정희의 평은 문기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현란해서 품격이 없다고 평했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김정희는 사대부였고 조희룡은 중인 출신이기 때문에 신분적 한계가 작용했다는 해설이 들어 있었고 나도 공감했던 부분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추사의 지나친 남종화 추종을 비판한 것 같다.
쓰다 보니 김정희라는 대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지껄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훌륭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품격과 수준을 갖춘 비판은 허용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수화 그림이나 매화도, 초상화 등은 무척 마음에 들고 보면 뭔가 울컥 하는 게 있는데 솔직히 소나 말, 개 등이 등장하는 영모도는 아직까지는 그 참맛을 모르겠다.
뒤러의 정밀한 토끼나 코끼리 그림에 감탄하는 나에게, 전통 회화의 영모도는 왠지 어설퍼 보인다.
이암이 그린 강아지 그림이나 김시의 소 그림이 따뜻하고 정감이 가면서도 어쩐지 정교한 묘사를 한 르네상스 화가들에 비해 한 수 아래로 느껴진다.
아마추어 느낌이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말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윤두서가 말을 굉장히 잘 그렸다고 하는데도 그의 초상화나 기타 산수화에 비해서 <유하백마도>는 어설픈 느낌을 받았다.
보는 관점의 차이인가?
아마도 내가 동양화의 포인트를 잘못 짚어서일 것 같기는 한데 하여튼 아직까지는 초상화나 산수화에 비해 영모도는 관심이 덜 간다.
대신 초상화는 기운생동이라는 기치 아래, 그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그린다는 전신사조의 화풍이 서양의 인물화와는 매우 다른 강렬한 느낌을 준다.
사실 우리나라의 초상화는 얼굴에 주로 신경을 쓰기 때문에 손을 대충 그린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부분도 서양의 인물화와는 구별되는 특징일 것 같다.
김은호가 그린 고종의 초상화에 감탄하면서도 손이 너무 대충 그려져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여튼 윤두서 등의 자화상도 그렇고 조선 선비들의 초상화를 보면 정말 뭔가 그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먹으로 그렇게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에 건너간 수문과 문청이라는 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안 사실이다.
일본 학계에서는 정말 이 두 사람을 조선에서 건너간 화공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저자의 설명으로는 당시 조선 화풍과 너무나 일치하기 때문에 도일한 조선 출신 화공이라고 추측했다.
한일 교류의 새로운 예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중국의 문화권 아래에 있다 보니 중국 화풍이나 화가들이 많이 등장했다.
관심의 폭이 넓어져 이제 중국 회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긴다.
또 우리나라 그림 역시 중국의 고사성어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많다 보니 같이 알아 두면 이해의 폭이 깊어질 것 같다. 

유익한 책이었고 도판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전문적이지만 어렵지 않게 쓰여져 한국 회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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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2011-12-1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있잖아염~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니고 어느 강아지그림인데... 제발여~~ ㅜㅜㅜㅜㅜㅜ
 
전쟁세계사 -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59가지 전쟁 이야기
김성남 지음, 진선규 그림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뜨인돌이라는 출판사에서 삽화가 많이 첨부된 가벼운 소재의 말랑말랑한 역사서들을 많이 출판하는 것 같다.
역사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혹은 청소년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면서도, 필자진이 전문 학자들이 아니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한다.
가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역사에 관심이 있다거나 혹은 전공한 사람들과 본격적인 역사학자의 차이는 뭘까, 재야 사학자들과 강단 사학자의 차이는? 인터넷에 수준있는 글을 올리는 일반인들과 교수의 차이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막연하게나마 느낀 점을 써보자면 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이른바 학자들은, 역사철학이 있고 시대를 조망하는 눈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보다는, 그 사건이 역사 발전에 미친 영향이나 결과 등을 보다 유기적으로 분석하고 지나친 확대 해석을 자제하고 주장에 끼워 맞추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해석을 한다고 해야 할까?
적어도 자기 주장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무리한 주장은 하질 않는다.
이덕일 같은 사람도 역사를 전공한 이른바 학자인 걸 보면 이 말이 모두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역사서들에 비춰 볼 때 아마추어와 전문 학자들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은 전쟁을 소재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낸다.
비교적 재밌게 읽었고 유용한 내용도 많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이야기가 나오면 너무 민족주의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 아쉽다.
광개토대왕이 정말 CEO 형 군주였을까?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관점에 맞춰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 때부터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단지 이미지화 된 캐릭터에 불과하다.
내가 잘 모르는 동로마 제국의 위인들을 소개받아서 흥미진진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전후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화되고 전형화된 에피소드 중심으로만 인지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이를테면 책에 소개된 광개토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인물편에서는 저자의 오버나 자니친 확대해석을 비교적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지만 잘 모르는 서양사의 경우 이게 저자의 오버인지 제대로 된 평가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그러므로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정말 전문가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너무 지나치게 극단적인 언어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네티즌들의 그 과격하고 격렬한 언어들을 볼 때마다 어쩜 그렇게 자기 말을 맹신할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전쟁을 일반 병사의 입장에서 그린 챕터는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전쟁을 직접 수행해 내는 최하층의 병졸들에게 전쟁은 얼마나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었을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동서양의 군인은 대부분 둔전병이었다.
군에서 지급한 농토에다 농사를 짓고 살다가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군인으로 변신하여 낫 대신 창을 집어드는 식이다.
이들은 무장도 알아서 해야했고 이동 경비도 스스로 충당해야 했다.
반면 로마 군인은 직업 군인으로 월급을 받고 은퇴하면 연금도 받았으며 군대 내에서 최고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무장도 군대에서 지급해 준다.
일종의 상비군 개념이었다고 해야 할까?
로마가 끊임없이 팽창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로마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나라다.
대체 학익진이 뭔지를 한니발의 칸나에 전투를 통해 알게 된 점도 기록할 만 하다.
학익진과 칸나에 전투의 초승달 대형은 같은 원리인데 중앙에서 적군을 유인해 한 곳으로 몰면 양 옆으로 기병대가 나타나 적군을 에워싸는 것이다.
학이 날개를 펴는 것과 같다고 해서 학익진 전법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니발도 이런 방법으로 칸나에 전투에서 로마군을 몰살시킨다.
말의 등장은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지만 처음에는 말의 몸집이 작아 사람을 태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전차를 끄는 운송용으로 이용했다.
벤허의 화려한 전차 경주와는 다르게 실제로 전차를 주무기로 이용한다기 보다는, 상대의 대열을 깨는 역할을 주로 했다.
일단 전차로 돌진한 후 대열이 흩어지면 그 때 보병들이 달려들어 공격하는 것이다.
말이 개량되어 사람을 태울 만큼 튼튼해지자 이동에 제한이 많은 전차는 사라졌다.
신립이 조총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
여진족들도 조총을 사용했기 때문에 북방에서 활약한 신립은 이미 조총의 존재와 한계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책에서 다시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조총은 점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조총만으로는 싸우기 어렵고 주변에 사수들이 도와 줘야 하는데 조총이 임진왜란 당시 얼만큼의 역할을 했는지는 더 살펴 볼 문제다. 

비교적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삽화도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책의 수준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라 가볍게 일독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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