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 거대한 행보 - 레이 황의 거시중국사
레이 황 지음, 홍광훈. 홍순도 옮김 / 경당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1988년 무렵 출간된 책이니 벌써 20여년 전의 책이다.
시의성에서 약간 떨어질 수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읽은 중국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고 있다.
거시중국사라는 독특한 관점이 마음에 들어 대체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왠지 긴 중국 역사를 한꺼번에 조망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계속 미뤄왔던 책이기도 하다.
일본 관련 역사서 중에서 제일 인상깊고 재밌게 읽었던 책이 <현대 일본을 찾아서> 인데 이 책이 비교적 학술적인 느낌을 풍겼다면 이 책은 교양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만큼 읽기도 쉽고 굉장히 재밌다.
저자가 재미 중국인인 만큼 중국의 역사에 정통하고 이해하기 쉽게 미국의 예에 빗대서 설명하는 것도 흥미를 배가시켰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건너가서 영어로 한국 통사를 쓴다면 미국인이 쓰는 한국사 보다 세부적인 면에서 더 자세하고 번역에서 오는 어색함도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당시 제도의 세세한 부분이나 단편적인 사실의 전달에 치중하지 않고 그 제도나 사건이 역사의 발전에 끼친 영향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구한 중국의 역사를 읽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성큼성큼 뛰어넘으면서 독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같은 저자가 출간한 책,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 하다> 와 <아무 일도 없었던 해> 등을 같이 읽어 볼 생각이다. 

지난 번 <대청제국>에서는 중국의 역사가 단지 한족만의 역사가 아니라, 몽골족, 티벳족, 만주족, 위구르족 등이 더해진 오족의 중화임을 깨달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자본주의 국가로 전환할 것인지, 왜 중국은 자본주의화에 실패했는지 전통적인 중국 농업사회와 전제왕권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일견에서는 지나치게 자본주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했다는 비판도 받는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은 (한국 같은 개방 이전의 동양 사회도 마찬가지겠지만) 르네상스나 대항해 등을 기점으로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된 서양과는 전혀 다른 전통적인 농업 전제 국가였다.
그것은 덩샤오핑의 개방 이전까지도 계속 지속되어 온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서와 고증으로 확인된 상나라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 지켜온 단일한 중앙집권제가 가능했던 이유도 바로 그 농업전제왕권의 안정성일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하는 서구의 자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산업혁명이나 대항해 시대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는 농업을 바탕으로 민중을 먹여살리고 강력한 왕권으로 (특히 잔인한 형법으로) 백성들을 통제했던 중국의 시스템이 무척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었을 것 같다.
책의 표현대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기층 사회를 안정시켰고 관료제로써 그것을 통제했으나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가는 자본주의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동양 사회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어찌 보면 전혀 다른 체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았음이 당연해 보인다.
또 그것은 전통 사회에서 서양에 비해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했던 중국이 서구보다 왜 더 잘 살았는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서구 사회가 중세를 지나면서 도시에서 상인들이 영주로부터 권리를 빼앗아 오고 시민계급의 권리가 점차 기층민들에게까지 퍼져 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발전이었던 것에 비해 중국 사회는 관료제의 발달로 언제나 관료는 상인들보다 우월했고 도시민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나 인권의 발달은 불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책에서도 본 것처럼 정조나 맹자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민주주의나 인권 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서양에서 말하는 자결의 의미가 아니라 단순한 소민보호주의, 측은지심이나 인의 발로 등이라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중국 사회에서 황제는 소규모 자영농들을 세금과 병역의 징수 단위로 삼았기 때문에 호족들의 토지 겸병이 늘어날수록 국가의 이득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토지 면적보다는 호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했기 때문에 호족들의 노비가 늘어나고 기근으로 아사자나 도망자가 늘면 남아 있는 백성들에게 부과되는 양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통사회의 통계 기법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농촌 사회의 토지 변동 사항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황제는 지주 계급의 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언제나 소규모 자영농의 보호, 이른바 소민보호주의, 민중에 대한 측은지심의 유지 이런 것이 기본적인 정치 기조였고 균전법이나 한전법, 점전법 등의 토지 소유 제한도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국가의 이러한 세금 확보 방법이 사회의 안정에 기여한 반면 최대의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쪽은 당연히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상업도 국가에서 균수법이나 전매법, 평준법 등을 통해 통제하고 그 이익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에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 사회에서 서양의 도시처럼 자발적으로 발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동안 지주 계급, 대상인 등의 계층은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 통제해야 하는 대상 이런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윤리 등의 관점 대신 역사의 발전 방향의 축에서 보면 다른 의미도 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송나라 때 왕안석의 신법이 사회 시스템상 성공하기 힘들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어느 역사가의 평가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또 동양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텄고 서구의 침입이 없었다면 저절로 자본주의가 발전했을 것이라는 그 맹아론에도 의문이 생긴다.
자본주의가 역사가 나아가야 할 사표가 아닌 이상 모든 사회가 다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아닌 만큼, 오히려 그런 관점이야 말로 (전통사회에서 자본주의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 관점을 비교한다.
첫째는 전통적인 사람들의 인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국지연의에서 보여주는 조조에 대한 미움, 관우나 유비 등을 추앙하는 분위기 등인데 역사학자들도 이런 윤리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
이른바 소전통인데 조조는 한나라를 배반하고 황제를 억압해 나라를 세웠으니 나쁜 놈이고 유비는 한나라의 지키려고 했으니 착한 사람이다, 이것이 기본적인 역사 인식의 틀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른바 대전통인데 공자나 주희 등이 주장한 춘추기법일 것이다.
정사의 구별, 의인과 악인의 대비, 칭찬과 비난의 확연한 구분으로 역사를 이분법적으로 분명하게 대비되도록 기술한다.
나라가 번창할 때의 황제들은 언제나 성군이고 망할 때는 항상 혼군인 것처럼 말이다.
개개인의 도덕심이나 윤리 의식 등이 역사 발전을 망치고 흥하게 한다기 보다는 사회 구조나 시스템의 변화가 역사의 흥망성쇠를 가져온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단순화된 관점인데 지금도 기본적인 마인드는 선인과 악인의 구별, 윤리의식의 투영 등인 것 같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바라 본 저자의 이 거시중국사가 흥미진진 하다.
기존의 당위적인 전통적 관점에서 조금 비껴섰기 때문에 신선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볼 수 있게 된다. 

모처럼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고 한자를 많이 표기해 줘서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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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보는 영화.
환타지를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꼬마들이 지팡이 들고 주문 외우는 게 앙증맞아 개봉할 때마다 봤다.
그런데 이제 너무 커서 도저히 애라고 볼 수 없고, 누구 말대로 호그와트 대학교라 해야 할 것 같다.
해리 포터는 원래 잘 생긴 얼굴이 아니라 귀염성 없어지니 별로고, 차라리 개성있는 론 위슬리가 더 맘에 든다.
사랑의 묘약을 먹고 헤롱거리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역시 제일 멋지게 변한 사람은 헤르미온느.
늘씬한 숙녀가 되어 아름답게 변신했다.
초반에 시작하면서 마치 3D 입체 영상이라도 되는 듯 쑥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순간이동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혼혈왕자가 대체 왜 스네이프일까?
스네이프가 볼드모트와 대적하려고 일부러 그 쪽 편에 선 건가?
책도 안 보고 졸면서 봐서  (무려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 영화 보다 화장실 간 건 또 처음이네)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선택받아 누구 말대로 나쁜 놈에서 악한 놈으로 바뀌고 그래도 괴로워 한다.
덤블도어 교수가 스네이프에게 죽는 건 일종의 반전 같았다.
아, 난 제대로 이 시리즈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이제 학교를 떠나 진정한 악과 대항하러 떠나는 해리 포터.
다음 편에서도 이 커다란 대학생이 귀여운 해리 포터 역을 맡는단 말인가?
언제 시간나면 책을 읽던지 시리즈를 제대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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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가이드북 - 역사적 숨결과 문화의 힘이 생동하는, Official Guide to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국립중앙박물관 엮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한창 박물관 관람에 열을 올릴 때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서 읽었던 책이다.
막상 받아서 읽어 보니 지루한 느낌이 들어 대충 훑어 보고 말았는데 올해 다시 펼쳐 봤더니 그 때보다는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동안 열심히 박물관 구경한 덕분에 유물들이 눈에 익었기 때문일 것이다.
판형은 가지고 다니기 좋게 문고판 형식으로 되어 있고 사진이 화려하다.
유물 사진에 설명을 다는 식이라 체계적이지 못한 점이 흠이지만 말 그대로 박물관 갔을 때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전시관의 대표 유물들을 화려한 도판과 함께 보여 준다. 

박물관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른 도시에 가면 제일 먼저 그 도시의 대표 박물관을 방문하게 됐는데 역시 지방은 서울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는 것을 느꼈다.
춘천이나 부여, 공주 등은 도시가 작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대구 박물관의 빈약함에는 정말 깜짝 놀랬다.
중앙박물관의 규모가 세계 6위라고 하니, 비교하는 게 무리인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지방 박물관에도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각 지방의 대표적인 문화센터 내지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선사시대 유물들은 워낙 고대의 것들이라 대체 어떤 식으로 어디에 이용됐는지 감이 잘 안 잡혔던지라 설명을 자세히 읽었다.
박물관에서 상영되는 짧은 영상물들이 도움이 됐다.
대구박물관에 가 보면 당시 무덤 속을 재현해 놓은 모형이 있는데 실제 느낌을 아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시대로 넘어오면 그 때부터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정말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품들이 즐비하다.
특히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책에서 사진으로만 봐서는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이다.
엄청난 크기의 괘불도 직접 박물관에서 실물을 보지 못했다면 크기가 주는 위압감과 웅장함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박물관은 지식 습득의 공간일 뿐 아니라, 대중들이 손쉽게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심미적 공간이기도 하다.
내 경우도 고고관 보다는 미술관에서 훨씬 더 감동을 받는다. 

박물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읽어 볼 만 하다.
중앙박물관에서 발간하는 책들은 전문적이면서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뮤지업 샵에서 이 책들을 고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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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과 박물관
존 H. 포크 외 지음, 이보아 옮김 / 북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책의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 주긴 하지만 impressive 하지 못해서 아쉽다.
책 내용은 정말 괜찮다.
나처럼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나도 박물관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나오는 사람들처럼 아주 열성적이지는 않다.
1년에 40회 이상 박물관에 가다니, 허걱 놀랬다. 
그렇긴 해도 나 역시 열성 관람객에 속한다.
저자는 관람객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아예 한 번도 안 가는 사람, 1년에 2~3회 가는 사람, 4회 이상 가는 사람.
나는 1년에 10여 회 전후로 가는 것 같다.
보통 자주 가는 사람들을 위주로 정책을 짜지만, 21세기 박물관의 화두가 교육기능인 만큼 저자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박물관으로 끌고 올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단순히 자기 주장이나 직관적인 말만 늘어 놓는 게 아니라 (특히 자기 계발서들, 아무런 근거도 연구도 없고 그저 말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마치 자기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훈계를 늘어 놓는 이 썩을 놈의 책들!!) 수많은 연구와 분석, 데이터들을 통해 관람객의 행동 유형과 전시 행태 등을 분석해서 신뢰가 가고 그만큼 재밌다. 

저자는 박물관에 가는 것을 개인적 맥락, 사회적 맥락, 물리적 맥락으로 나눴다.
개인적 맥락이란 가고 싶은 욕구나 동기를 말한다.
나처럼 역사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사회적인 맥락은 학교의 현장학습처럼 단체관람을 가거나 입소문을 듣고 그 전시 대단하더라, 안 보면 왕따 될 것 같으니까 가게 되는 것, 즉 사회적인 의미에서 방문하는 경우다.
물리적 맥락이란 박물관까지 가는 교통편이나 시간 소모, 접근성, 편의성 이런 것들이다.
박물관이 여가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인지, 뮤지엄 샵이 훌륭한지, 식당 음식은 괜찮은지, 주차는 가능한지, 직장이 끝는 후에도 방문할 수 있는지 그런 주변적인 것들 말이다. 
사실 이 물리적 맥락은 간과되기 쉽지만 반복관람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책에 나온 바대로 시간이 지나면 museum fatigue가 온다.
1시간 정도 지나면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프고 전시물에 압도당해 신경이 무뎌진다.
육체적 피로 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휴식 공간이 필수이고 뮤지엄 샵이나 식당, 카페테리아 등도 잘 갖춰져야 한다.
내 경우는 영상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박물관에서 20분 전후의 짧은 영상물을 틀어 주는데 이게 의외로 재밌고 앉아서 휴식도 취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아니면 샵에 가서 예쁜 엽서나 관련 책들을 들춰 본다.
실제로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나가면 뮤지엄 샵에서 뭘 살 수 있을까 기대가 크다고 한다.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학교 밖으로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신나게 얘기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그런 부수적인 것들에 더 큰 괌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학습 효과를 얻으려면 이런 주변적인 것들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써야 한다. 

1인 평균 박물관 이용 횟수는 한국인이 미국인의 1/65 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에게 박물관이란 작은 비용으로 가족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로 인식되어 있다.
영화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사 박물관 등에 가는 모습이 흔히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오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사실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관람에 방해되는 경우가 정말 많기는 한데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이 관람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또 어린 시절 박물관에 자주 가면 커서도 자연스럽게 방문하게 되므로 일정 부분은 이해해 줘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도 박물관은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 사정이 좋은 백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특히 동물원에 비해 미술관 이용객은 사회경제적 수준 격차가 가장 크다고 한다.
경제 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교육 수준이다.
부르디외가 말하는 문화 자본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여러서부터 인문학 교육을 시키고 자주 박물관에 데려가고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학교가 유도한다면 빈부격차가 정말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경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같이 가는 걸 싫어한다.
옆사람 때문에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성 관람객들은 나처럼 혼자 가던지 일행이 있어도 타인과의 교류 보다는 혼자 즐기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나는 레이블을 전부  꼼꼼히 읽는 스타일이라 중앙박물관의 경우 하루에 한 전시실 밖에 못 본다.
그래서 동행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반면 가끔 이용하는 관람객들은 전시물 보다는 함께 간 사람과의 교류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야생고양이 표본을 보고 학교에서 일어난 고양이 사건을 서로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도시를 방문할 때도 나는 제일 먼저 그 지역의 박물관에 간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외국이 아닌 이상 박물관 가자고 말하기가 껄끄럽다.
영화관은 자연스럽게 가는데 왜 박물관 가는 건 이렇게 힘든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면 일반 대중들이 더 쉽게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좀 더 문턱을 낮추고 홍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뒷부분은 지하철에서 서서 다 읽었다.
뒤로 갈수록 동어 반복이 많아 좀 지루했다.
제일 큰 수확은 학습의 개념에 대해 알게 된 점.
학습이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지식이나 개념 등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과 통합하여 나중에 비슷한 일을 겪으면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학 시간에 새로운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게 학습이 아니라, 기존에 자기가 갖고 있던 지식과 개념, 감성 등에 덧붙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내 머릿속에서 맥락화 되면 나중에 다른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내가 적용시키는 것, 일종의 내제화, 변형이라고 할까?
수업시간에 무조건 암기하는 게 학습의 본질이 아니다.
학생이 수업을 들을 때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어떤 환경에서 배웠는지 누구와 함께 했는지, 교실 환경은 어땠는지 등 사회적, 물리적 맥락도 모두 학습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니 어휘 10,000 개 뭐 이런 식의 암기가 오래 기억될 리가 없지.
개인적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다.
하고자 하는 의지, 욕구, 갈망 이런 게 있어야 비로소 머리 속에 저장이 가능하고 회로가 형성되어 기존의 지식과 통합된다.
flow 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일 교수가 인용되는데, 제대로 된 학습효과를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야 한다.
먼저 자기 실력에 맞는 학습이어야 하고 (너무 쉬워도 어려워도 안 된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학습 후 반복 강화를 통해 자주 써 먹어야 자기 것으로 내제화 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반복해서 외우는 게 다가 아니라, 자기 생활에서 끄집어 내서 노출 빈도를 높혀야 한다.
박물관을 예로 들자면 관람을 한 후 가족들과 느낀 점을 얘기하고 학교 가서 친구들과 또 얘기하고 TV로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책이나 잡지에서 또 읽고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생활에 노출시켜야 비로소 기존의 지식들과 통합이 가능하다.
내 경우 선행학습을 할 경우 흥미가 떨어져 복습을 위주로 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가벼운 지식은 먼저 습득하고 관람해야겠다.
관람이 끝난 후 뮤지엄 샵에 들려 도록을 산다거나 서점에서 관련 책들을 읽으면 기억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감상문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여튼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단순한 유물의 보존과 전시가 아니라 교육에 있지만 관람객들은 배우는 것보다 재미를 더 우선시 하므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끌어 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까 박물관은 스포츠 경기장, 영화관, 쇼핑 센터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와 고고함을 위해 방문하는 관람객들도 있지만 역시 본질은 즐거움이다.
심미적 즐거움을 위해 박물관의 건물 양식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접근성, 편의성도 고려해야 하며 흥미를 끌어 당기기 위해 홍보도 많이 해야 한다.
뮤지엄 샵을 쇼핑 센터처럼 구매욕을 자극하도록 품질좋고 디자인 좋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다.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 해설사 등을 배치하여 관람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도 필요하다.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심적 접근성을 높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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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논문 작성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물관과 문화산책
이인숙 지음 / 집문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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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집어든 책이다.
제목이 좀 딱딱하긴 한데 그래도 여자 박물관장으로서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 사명의식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안산에 경기도 박물관이 있다는데 이 분이 우리나라 최초로 공립 박물관의 여성 관장이 되셨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가 봐야겠다. 
아쉬운 점은 1990년대에 쓴 글들이 많아 (심지어 88 올림픽 전에 썼던 글들도 눈에 띈다) 시의성에서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발행은 2005년도로 되어 있지만 주요 글은 전부 90년대에 각종 언론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새로 손을 봐서 다듬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박물관의 기능을 전시 보다 교육이 우선이라고 한다.
이것이 요즘의 트렌드인 모양이다.
사실 교육기관으로서의 박물관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박물관은 그저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고 미술관은 박물관과 다른 개념이라고 인식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물관에 가 보면 학습 효과가 상당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몇 번 갔던 적이 있는데 역사관 같은 곳을 관람할 때는 책에서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른바 현장 학습이라고 할까?
특히 레이블을 꼼꼼히 읽으면 책을 읽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게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들과 숙제하러 많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선사시대 유물 같은 것도 책에서 볼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실제로 유물을 보고 레이블을 읽고 또 관련 영상물까지 같이 보니까 아, 저렇게 쓰는 것이구나 감이 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물관이야 말로 학생들의 현장학습은 물론이고 대중교육이나 평생교육의 좋은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특히 공공 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그냥 얻은 게 아닌 것 같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무원들이 이런 마인드를 내제화 시킨다면 정말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센터로서의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보면 실감이 난다.
다른 나라와 교류 전시전도 많고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회도 개최되고 이번에 하고 있는 이집트전처럼 국제적인 유물의 전시회도 열린다.
이런 부분은 입장료나 뮤지엄 샵 외에도 훌륭한 수익성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에 지역 박물관이 많이 생기는데 저자의 말대로 박물관이 지역 문화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은 수도 중심주의가 심한 만큼 지방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데 박물관이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나 자긍심이 생기지 않을까?
영국의 어떤 마을에서는 그 마을에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조상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지방 박물관에 전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뭔가 거창한 유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역의 특색을 보여 주는 문화적인 요소로 꾸민다면 박물관이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교류의 장으로써의 박물관은 지난 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베트남 전을 본 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아가씨가 직접 한국어로 안내를 해 줬는데 지금까지 베트남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한 시간 정도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고 나니, 정말 베트남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각 지역 박물관들이 다른 나라의 지방 박물관과 상호 교류하면서 전시회를 갖는다면 저자의 말대로 세계 시민으로서의 보편적인 모럴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적대적으로 대한다.
단지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는 문화나 사람들을 아는데 충분하지 않다.
지역 박물관끼리 상호 교류를 통해 이웃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촌이 가능하지 않을까? 

당위적인 말이 많고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모으다 보니 동어반복이 잦지만 박물관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과 사명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21세기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 이 책은 박물관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 만큼 이번에는 관람객 입장에서 쓴 박물관 이야기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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