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1st 콘서트 : 슈퍼 쇼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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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콘서트 DVD는 팬심이 있어야 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지난 번에 이승환 콘서트 갔다 와서 완전 반해서 dvd 로 다시 봤는데 왠걸, 무대의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정말 밋밋하고 잠 왔다.
이번에 슈퍼주니어 쇼 역시 공연 동영상 볼 때 보다 훨씬 심심하고 밋밋했다.
아마 객석에서 가수들과 같이 호흡했던 관객들은 화면으로는 느껴지는 않는 엄청난 열기와 흥분을 느꼈을테지만, 방에 앉아서 TV로 보는 시청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안무도 거의 안 하고 완전히 막 하는 느낌이 들어 슈퍼주니어 특유의 힘있는 군무를 볼 수 없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나중에 콘서트 하면 꼭 보러 가야지. 

대체 이 나이에 슈퍼주니어라니, 이게 왠 말인가, 싶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다.
<절친노트>인가 거기서 처음으로 슈퍼주니어라는 팀을 알게 됐고 호감이 생겨서 노래도 유심히 듣게 됐는데 그 때가 쏘리쏘리로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열 두 명이 나와서 한꺼번에 힘있는 동작으로 군무를 하는데 와, 진짜 너무 멋진 거다.
난 원래 노래도 합창을 좋아하고 춤도 같이 모여서 집단으로 추는 걸 좋아해서 딱 내 스타일에 맞았다.
처음에는 열 세 명이라니, 대체 왜 이렇게 많아 했지만 팬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다 보니 한 명만 빠져도 금방 눈에 띄어서, 요즘에는 왜 기범이가 안 나올까 아쉽기까지 하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왠 애들이 떼로 나와 정신없이 하나 싶겠지만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열 세 명이 제각각 뛰어난 매력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게 다 보인다.
아이돌 스타에 대해 인터넷을 보면 비하하는 말들이 많은데 각 세대마다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든 축구를 좋아하든 영화를 좋아하든 그냥 그걸 보면 행복하고 좋아지는 하나의 문화일 뿐이다.
뭘 그렇게 비하하고 깍아 내리고 빠순이 운운하는지, 참...
어떤 세대나 다 나름의 스타와 우상이 있지 않을까?
요즘 아이돌은 춤추면서 노래도 잘 하고 연기도 하고 준비 기간도 정말 길고 심지어 보아나 비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니, 이승철 말처럼 슈퍼스타 k에 뽑히는 게 판검사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게 실감난다. 

관심이 생겨 옛날 앨범들도 유심히 듣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애들 취향이고, 이번 콘서트 DVD도 살짝 민망하고 손발 저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노래들도 꽤 많다.
특히 려욱이와 규현이, 노래 정말 잘 한다.
나중에 슈퍼주니어가 해체되더라도 솔로 가수로 성공할 것 같다.
어쩐지 뒤로 갈수록 음악적으로도 성숙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콘서트는 직접 가서 봐야 제맛이다.
공연 문화가 더 활성화 되서 가수라면 당연히 콘서트, 이런 분위기가 일반화 됐음 좋겠다.
기타 치는 성민이와 드럼 치는 시원이가 나와서 반가웠다.
좀 많이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피아노 치는 려욱이와 같이 노래 부르는 규현이, 완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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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 중국문화 13
항지앤 지음, 한민영 옮김 / 대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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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알라디너의 서재에서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알라딘 서재의 힘을 새삼 느낀다.
광고의 홍수 속에 좋은 책들이 묻혀 버리는 것 같아 참 안타까운데,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이 좋은 책을 발굴하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가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 전통문화 시리즈는 참 재밌다.
200 페이지가 안 넘는 가벼운 분량에 사진을 많이 실어 볼거리가 많고 중국인 학자들이 직접 설명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돋보이며 번역자들의 각주 또한 성실하다.
기획력이 참 돋보이는 책인데 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다.
시리즈로 다 읽어 보고 싶은데 이게 또 도서관에 비치가 안 되어 있다.
다행히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상호대차 서비스 덕분에 빌려서 편하게 읽고 있다.
이럴 때는 정말 세금 내는 보람이 느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목공예실을 가보면 조선의 가구들이 얼마나 담백하고 단아한 맛을 풍기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옛날에는 그저 촌스럽고 투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거야 말로 잘못된 교육의 폐해였다.
우리 것은 무조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서구적인 게 최신 유행이고 세련됐다는 생각은 개발 독재 시대의 잘못된 논리였음을 요즘에 깨닫는다.
정말 식민지 시대라는 불행한 단절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도 현대적으로 계승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국 도자기는 한국의 백자나 청자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하고 일견 촌스럽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짧은 소견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중국의 공예품은 일단 세계 최대의 인구와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경극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인형극이나 그림자극도 매우 유명하다.
종이 인형들이 어찌나 정교한지 저것도 하나의 예술이구나 싶다.
도자기들도 형형색색 시대별로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서문에서 중국 공예품의 특징은 장식성을 배제한 실용성에 있고 농경 문화의 특성에 맞다고 했는데 한국의 공예품에 비하면 중국 공예품도 매우 장식적이다.
특히 청나라대 공예품들은 여백을 남기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 넣어 매우 화려해 보였다.
영국의 바이외태피스트리를 보고 감탄했는데 중국 자수도 못지 않다.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신석기 시대의 토기를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 예기들이나 목조 건축물 등 주변에 공예품이 아닌 게 없다.
기계화가 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전통 공예품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우리 문화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구 중심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것인지 많이 느꼈다.
항상 우리 것은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서구화가 곧 세계화이고 보편화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에게는 베토벤, 모짜르트, 고흐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없을까 약간의 비하 의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야말로 독특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문화의 가장 위대한 기준 척도는 바로 다양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에 인터넷을 타고 곧바로 문화가 퍼져서 쉽게 보편화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 같다.
중국의 도자기와 옥공예품, 자수, 인형들을 보면서 완물상지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했다.
아름다운 공예품을 보고 있자니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회가 되면 중국의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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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문화 살림지식총서 144
신규섭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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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서재에서 리뷰가 워낙 좋길래 보게 된 책.
살림 총서는 분량이 너무 작아 주제가 클 경우 맛배기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요즘에는 잘 안 본다.
그렇지만 반대로 짧은 분량에 압축해서 주제를 섬세하게 보여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훌륭한 소개서가 되고 있다. 

페르시아라고 하면 막연히 아테네에게 패한 다리우스 왕의 나라 정도로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게, 이원복씨가 그린 만화세계사라는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으로 페르시아와 아테네의 전쟁을 그렸다.
아테네의 승리는 군주정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패배한 다리우스는 굉장히 희화화 됐었다.
과연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을 현대의 민주주의와 동일 선상에서 놓을 수 있는지 의문이며, 고대 페르시아 제국이 한 변의 패배로 우스꽝스러운 독재 국가로 묘사될 수 있는지 지금은 매우 의문이다.
지난 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페르시아展 을 보면서 페르시아 제국이 얼마나 위대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헤로도토스의 페르시아 전쟁사를 읽으면서 이 위대한 제국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이슬람 문화를 이루는 두 축, 아랍 문화와 페르시아 문화를 구분해서 설명한다.
막연히 페르시아는 고대 이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문화권에 속하고 아직도 페르시아어를 쓴다고 한다.
서역 문화의 첨병 역할을 한 소그드어도 바로 고대 페르이사어의 갈래이기 때문에 소그드 상인들과 그들이 신봉한 마니교 역시 페르시아 문화로 봐야 한다고 한다.
돈황에 한자가 많은 것은 페르시아 승려들이 불경을 한자로 번역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새로운 시각이다.
이 책에서는 페르시아 문화가 현대에 미친 영향 중 하나로 키아로스타미를 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의 어디인가>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서사적이지 않은 구조 때문에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중간에 껐지만.
여기 소개된 <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봐야겠다.
그노시스, 신비주의, 영적인 것의 추구, 명상 등으로 대표되는 페르시아 문화를 잘 표현한다고 한다.
이 영화 보다는 신발이 없어 동생과 돌려가면서 신는 <천국의 아이들>을 훨씬 재밌게 봤는데 그 때는 막연히 이란이 가난하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역시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비로소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힘이 보인다.
경제력만으로 한 나라를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나 천박하고 표면적인 일임을 느낀다. 

이란이 이슬람 세계에서는 소수에 속하는 쉬아파를 선택한 것도 아랍 문화와 대비되는 페르시아 문화의 독창성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채롭다.
솔직히 이란 하면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래, 호메이니의 신정정치가 자행되는,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라고만 생각해 왔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란 고원의 원주민들이 메소포타미아 평원으로 내려와 이룩한 문명이 바로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고 보면, 또 이들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인더스 문명을 이룩하고 남쪽에서 엘람을 건설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장구한 페르시아 문명을 이룩했는데 왜 국제 사회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다.
어쩌면 이슬람교라는 종교로부터 더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문명을 이룩한 이란인들의 진정한 힘이 비로소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좋은 책이고 짧지만 알찬 내용이 돋보인다.
이슬람과 페르시아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자세히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 알아 보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식의 지평을 넓힐 뿐 아니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후진국이고 종교가 지배하는, 핵무기나 만드는 형편없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란과 그들의 페르시아 문명이 국제 사회에서 보다 더 올바르게 평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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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 (2DISC)
박건용 감독, 이범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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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보려고 했다가 놓친 영화 중 하나.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재밌다.
도입부는 좀 억지스럽고, 무엇보다 전라도 사람인 내 귀에 배우들의 사투리가 어찌나 어색하게 들리는지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다른 나라 말도 아니고 같은 한국어인데도 사투리의 억양을 제대로 구사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새삼 느꼈다.
그렇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점점 영화에 빠져 들었고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로 드디어 번쩍 하고 역기를 들어 올렸을 때 영화 속의 배우들처럼 나도 기쁨에 겨워 울고 말았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진부한 말이 정말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수천 억원의 돈을 받는 프로 선수들 보다 눈물어린 빵이라는 고달프고 서러운 아마추어 종목, 그 중에서도 특히 자신과 경쟁해야 하는 이런 기록 경기가 더욱 가슴을 친다.
억지스런 감동 대신 가난한 아이들의 재능을 꽃피워 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영화다.
<국가대표> 볼 때도 극장에서 펑펑 울고 말았는데 이번 영화도 비록 CG 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의 감동을 끌어낸다.
세상은 왜 항상 나쁜 놈이 이기고 착하고 우직한 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을 외면하는 것일까?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합숙소를 만들어 주고 직접 지도해 주는 이지봉 선생과 교장이 성희롱 죄로 교육위원회에 회부되어 결국 합숙소가 폐쇄되고 마는 장면은, 세상의 불의를 보는 것 같아 참 안타까웠다.
성희롱의 위협으로부터 학생을 구해 내겠다던 교육위원회는 결국 갈 곳 없는 영자를 체육관으로 몰아 넣고 말았다.
일괄적인 행정 처리가 실제의 삶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 준다.
무식한 후배 감독의 폭력...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 주는 부모가 없기 때문에 무식하게 맞고 막 대해지는 가엾은 아이들.
아이들을 지켜 주는 선생님은 오히려 국가로부터 성폭력자로 몰려 분리되어지고 아이들은 무지막지한 감독에게 맡겨지고.
세상은 왜 늘 이 모양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이범수의 연기가 좋았다.
잘 생긴 얼굴이 아닌데도 서민적인 연기를 참 잘 한다.
왠지 이 배우는 짠한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협심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가슴이 죄어 오는 통증이 얼마나 끔찍한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자의 비애, 부상당해서 버려진 이의 슬픔.
이제 역도도 장미란 선수처럼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조안은 여중생으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어려 보인다.
섬세한 디테일은 좀 부족하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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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9-10-22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영화 기억해둬야 겠어요.
이범수, 정말 얼굴은 별로인데도 (머리도 크고..) 연기를 참 잘하는 것 같아요.
맑은 (선한) 눈빛도 참 매력적이구요..

marine 2009-10-2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차우차우님 반가워요^^
이범수는 정말 갈수록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영조를 만든 경종의 그늘 - 정치적 암투 속에 피어난 형제애
이종호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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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그냥 못 지나치고 집어든 책.
제목이 왠지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냄새가 나서 지나칠까 하다가 그래도 저자 약력을 보니 사학 전공하신 분이라 읽기로 했다.
지나치게 영조와 경종의 우애 이 쪽으로 포커스를 마주려다 보니 무리한 전개가 곳곳에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기 쉬운 경종 시대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암살설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임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다.
게장과 감이 상극인데 영조가 둘을 진상해서 경종이 먹고 급체해서 죽었으니까 독살이라는 어떻게 보면 코메디 같은 얘기를 지금도 버젓히 학설입네 주장하는 이덕일 같은 사람들이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설명처럼 차라리 몸이 허한데 평소 즐겨 찾던 음식이 나와 간만에 기력 회복하고자 무리해서 먹다가 탈났다는 게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문제가 되는 인삼차도 저자의 설명처럼 영조가 훗날에도 두고두고 애용하던 나름의 보양식이었으니 형 경종에게 권했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이미 즉위 당시부터 세제로 책봉되어 차기 대권 주자로 인정받았고 대비나 노론 세력의 지지도 있으며 경종 역시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독살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무리수란 말인가.
오히려 경종의 죽음을 계기로 몰락한 소론측에서 흘린 일종의 음모론이라 봐야 맞을 것 같다.
특별한 증거도 없이 게장과 감이 상극이네 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암살당했다고 하는 얼치기 사학자들이 문제다. 

경종은 강팍했던 어머니 장희빈과는 달리 유순하고 소심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하나뿐인 동생 영조를 아끼고 집권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냈으니 과연 형제간의 우애가 남달랐으리라.
불같은 성격의 아버지 숙종은 형 경종보다는 오히려 동생 영조가 더 닮았던 것 같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80을 넘긴 것도 그렇고, 큰 아들을 낳아 준 여자를 죽은 것처럼 영조도 하나 뿐인 친아들을 죽였으니 과연 비슷한 구석이 많다.
경종이 말을 더듬어 심리적 충격에 의한 실어증이라 해석한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어쨌든 열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서도 국정을 꽉 장악했던 아버지 숙종과는 달리 신하들에게 끌려 다니고 만만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기는 하다.
책의 설명처럼 경종이 유약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즉위 첫 해에 벌써 세제 책봉론이 나올 수가 없다.
서른 중반에 사망할 때까지도 자식이 없었던 걸 보면 확실히 경종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형수가 되는 어대비는 시동생 영조를 증오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는 오히려 사이가 좋은 걸로 나와 약간 의아했다.
연산군처럼 왕위에 오른 후 어머니의 복수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신원 회복은 커녕 오히려 신하들에게 그 문제로 공박을 당할 정도였으니 카리스마 있는 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재위 4년만에 죽은 건 당시 조선의 상황으로 봐도 차라리 잘 된 일 같기도 하다.
정종을 윽박질러 2년 만에 퇴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태종도 있는데, 영조는 본인의 힘으로 세제가 된 것이 아니어서일까? 책의 내용으로 봐서는 오히려 권력의 자리를 극구 사양하고 목숨을 부지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군사력을 장악했던 왕조 초기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던 것 같다. 

관심이 덜 가는 경종 시대를 조명해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고 비교적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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