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술사 -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이진숙 지음 / 민음인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를 읽다가 러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새록새록 피어 올라, 재독한 책이다.
작년에 막 나왔을 무렵 신간으로 도서관에 신청해 읽었던 책이다.
그 때는 러시아 미술에 완전히 문외한이라 이 책도 상당히 정성들여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어렵거나 방대한 내용은 아니다.
어떤 책이든 배경 지식이 있으면 그만큼 읽기 쉬워진다.
결국 어렵다는 것은 독자의 독서 능력 차이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주헌씨가 쓴 러시아 미술사 보다는 더 깊이가 있고 많은 내용을 소개한다.
다만 저자가 처음부터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림의 기법이나 형식적인 측면보다는 지나치게 인문학적으로, 내용적으로, 혹은 배경 지식 쪽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았따.
그림 자체 보다는 그림을 둘러싼 배경에 집중한다고 할까?
그렇지만 이콘화를 시작으로 20세기 모스크바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천 년에 이르는 러시아의 장구한 미술사를 많은 도판과 함께 성실하게 소개한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러시아 미술에 관심이 생긴 초보 독자가 읽기에 적당한 내용이다. 

인상깊었던 그림들.
광활한 영토를 가져서인지, 러시아의 풍경화는 서유럽과는 또다른 느낌이 든다.
쉬쉬킨과 레비탄 등이 보여주는 자작나무 숲이나 겨울 풍경 등은, 정말 그 청명하고 서늘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질 듯 생생하다.
놀라운 색감과 분위기의 묘사.
니콜라이 게, 수리코프, 레핀 등에 이르는 역사화들.
자국민들이 본다면 그 배경지식까지 합해져 더 절절하게 와 닿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동양화는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그림은 못 본 것 같다.
관조적인 자연이나 초상화 등이 주를 이루지, 특정 사건을 기록한 역사화 장르는 없었던 것 같다.
문화의 차이를 새삼 느낀다.
평면적인 이콘화가 19세기 이후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된다.
루뷸로프 등이 그린 삼위일체나 블라디미르의 성모 등을 보면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고려 불화가 생각났다.
원근감이나 입체감 대신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기법도 그렇고, 숭배의 대상이 됐다는 점도 비슷해 보인다.
이런 그림들은 단순히 회화의 기술적인 측면만 가지고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 것 같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러시아의 모더니스트들은 그들의 표현대로 뒷마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풍속화 같은 경우도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 정적인 풍경을 묘사했는데 러시아의 풍속화는 굉장히 서사적이다.
페로도프나 페로로 등이 그린 풍속화를 보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현대로 넘어 오면서, 라리오노프와 곤차로바 부부의 신원시주의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 그림은 정말 내 스타일이다. 평면적이고 강렬한 원색!) 절대주의의 말레비치부터는 구상이 사라져 버리면서 감동을 얻기가 힘들다.
차라리 이런 회화는 그림 그 자체 보다는, 화가의 철학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 같다.
말레비치라면 절대주의를 주장하기 이전의 구상화가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늘 느끼는 바지만 현대미술은 더 이상 기술적인 발전이 의미가 없고, 얼마나 창의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 같다. 

도판이 많고 가능하면 많은 그림을 소개하려고 애쓴 덕분에 러시아 미술사의 중요한 그림들은 한 번 쭉 훓은 느낌이 든다.
러시아 역사에 대해 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휴가 때는 러시아 미술관을 가 봐야 하려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러시아 기행문을 읽다가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져 재독했다.
두 번 읽었을 때 신선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감동을 주는 책은 많이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더해지는 책이야 말로 진정한 고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처음에 읽었을 때는 관심이 전혀 없던 러시아 미술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 줘서 마치 신천지가 열린 양 너무 재밌었는데 벌써 1년 여의 시간이 흘렀건만 다시 보니 역시 지루하다.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함이 사라졌다고 할까?
처음 읽었을 때는 러시아 미술이 워낙 낯설어서인지 약간 어렵다는 생각도 했는데 다시 보니 굉장히 평이한 내용이다.
아마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소 지루한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실린 많은 도판들은 러시아 회화의 놀라운 매력을 선보인다.
도판이 큼직큼직 하고 저자가 설명하는 그림들이 거의 실려 있기 때문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제나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라 생각하는 레핀의 그림은 물론이고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가 특히 마음에 든다) 쉬쉬킨의 풍경화나 수리코프의 역사화 등이 마음을 끈다.
러시아의 상징은 바로 자작나무인데 이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는 풍경화가 정말 일품이다.
어쩌면 그렇게 대기의 청명한 느낌을 잘 표현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름을 그린 쿠인지의 <자작나무 숲>도 생명력 넘치는 초록의 색감이 눈을 확 끈다.
이 화가는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에 소개된 그림, <드네쁘르 강의 달밤>에서 이미 내 눈길을 확 끌었다.
워낙 땅덩어리가 커서인지 풍경화의 규모가 다른 느낌이 든다.
특히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여름숲이야 말로 진정한 러시아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민중의 풍속을 다룬 장르화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역사화 등도 러시아적인 특성이 돋보인다.
아들을 살해한 이반 뇌제의 울부짖은 모습을 그린 레핀이라든가, 수도원으로 끌려 들어가는 모리조바 부인을 그린 수리코프 등은 당대 역사적 사실에 감정을 불어 넣어 생생한 회화로 재탄생 시킨다.   

대개 19세기까지 그림이라 20세기 회화가 덜 소개된 것 같아 아쉬웠는데 마티스의 <춤>이 큰 도판으로 실려 서운함을 덜어준다.
사실 이 그림은 대체 왜 유명한지 이해가 안 간다 싶었었다.
그런데 클로즈업 해서 보니 마티스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동적인 표현이 잘 표현돼서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역시 직접 봐야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는 것인가!
러시아 회화를 소개하는 러시아 미술관과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외에도 서양 회화가 소장된 에르미타쥬 미술관과 푸슈킨 미술관의 소장품도 분량은 작지만 잘 감상했다.
러시아는 어쩐지 서양의 변방 같고 왠지 이류 같았는데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함을 새삼 깨닫는다.
공산주의의 실패로 예술이 억압되고 성장하지 못했던 시간이 안타까울 뿐이다.
러시아 여행을 꼭 가 보고 싶다.
지금은 연방 해체 이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풍부한 문화 전통을 가진 저력의 국가인 만큼 언젠가는 세계 무대에서 문화 강국의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나라가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 러시아 예술기행 2 이상의 도서관 24
이병훈 지음 / 한길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신문의 북리류를 보고 도서관에 신청했던 책인데 이제서야 받아 봤다.
전작,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고나서부터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 했기 때문에 속편격인 이 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역시 전작만한 속편은 없다고, 같은 내용의 반복이고 보니 전작이 주는 신선함이 사라져 맥이 빠진 기분이다.
언제나 늘 하는 말이지만, 학자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에세이는 전문 에세이스트가 써야 문장의 맛이 산다.
문장력은 평이하고 엊그제 읽은 고종희씨의 책과 대동소이한 느낌이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을 저지르던 상황을 직접 러시아에 가서 그 거리를 둘러 보며 상상하는 식으로 서술한 부분은 저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웠겠으나 솔직히 읽는 사람은 전혀 공감이 안 되고 지루했다.
아마 직접 그 장소를 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상상이 안 되는 것이리라.
글 읽는 맛은 그저 그런, 심심한 책이지만 대신 덜 알려진 북구의 문화강국 러시아의 이 곳 저 곳을 소개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제국의 수도였던 뻬쩨르부르크의 도시 구석구석을 걸으며 소개한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한길사에서 나온 <이상의 도서관> 시리즈는 디자인이나 편집이 참 잘 된 것 같다.
내용까지 만족시킨 적은 아직 없었지만. 

뻬제르부르크는 18세기 유럽을 따라잡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운 뾰뜨르 1세가 늪지를 메워 건설한 도시다.
프랑스의 건축가 몽페랑이 설계한, 무려 100 미터에 달하는 이삭 대성당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고종희씨 책에서 본 밀라노 대성당의 고딕식 건물도 정말 웅장하고 우와, 소리가 나오던데 사진으로 보는 이 건축물도 무척이나 규모가 크다.
그렇게 높은 돔의 천정에 그려진 이 화려한 천정화는 또 얼마나 놀라운가.
그러고 보면 인간의 능력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대체 이렇게 거대한 건물은 어떻게 지었으며 또 그 꼭대기에 그림은 어떻게 그렸단 말인가.
하긴 에르미따쥐 박물관의 동선은 무려 20km에 달한다고 하니, 과연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멘쉬꼬프 궁전도 바로 앞에 놓여진 파란 네바 강과 잘 어울어져 우아함을 자랑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양식이라 그런지 서구의 이런 화려하고 거대한 건축물들을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역시 제일 기대가 큰 곳은 18세기에 지어진 겨울궁전, 에르미따쥐 미술관이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프라도 등에 비견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이 미술관의 백미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와 루벤스라고 한다.
<십자가를 벗다> 라는 같은 제목의 두 화가 그림이 나란히 실렸는데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역시 렘브란트는 주위를 어둡게 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빛의 초점을 맞춰 경건하고 강렬한 느낌을 준 반면 (마치 연극 무대에서 한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처럼) 루벤스는 예의 그 화려하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색체로 화면 전체를 환하게 묘사한다.
같은 바로크 시대 화가라 해도 스타일이 정말 다른 화가들이다.
이런 엄청난 그림들을 분리대도 없이 바로 코 앞에서 보고 있는 사진 속 관람객들이 정말 부럽다.
이런 고전주의 양식의 그림들도 좋지만 역시 내 마음을 끄는 건 고흐의 두터운 붓터치와 환상적인 색체들이다.
책에 실린 <시골집들> 이라는 그림은 고흐가 죽기 직전에 그렸다고 하는데 처음 봤지만 역시 내 마음을 확 끈다.
솔직히 그 뒤에 나온 세잔의 <생 빅뚜아르 산> 이나 마티스의 <춤>은 유명세에 비해 별 감흥은 없다.
 

에르미따쥐가 외국 그림들을 모아 놓은 반면, 자국의 회화를 전시한 곳은 미하일로프스끼 궁전으로 현재는 러시아박물관이라 불린다.
이 곳은 빠벨1세라는 황제가 아들 미하일 대공을 위해 기금을 모았고 형 알렉산드르 1세가 제위에 오른 후 지어준 궁전이라고 한다.
그랬던 곳이, 나폴레옹 전쟁 이후 민족적 자부심이 고조되면서 수도에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 없어야 되겠냐는 말이 나오면서 니콜라이 2세가 결단을 내려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모스끄바에는 뜨레찌야코프스끼 미술관이 자국의 회화를 전시하고 있다.
18세기 화가 로꼬또프가 그린 <황갈색 부인복을 입은 어느 부인의 초상화>를 보면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의 정교한 묘사, 사실적인 색체 감각, 입체적 표정,  모델의 성격을 드러내는 놀라운 감정 처리 등 당시 조선의 초상화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게 된다.
예전에는 서구에 비해 수묵화는 한 단계 아래의 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재료의 차이 혹은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로 다른 양식의 그림이 발전한 것이므로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를 산 관아재 조영석 등이 그린 초상화 등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먹으로 그린 그림은 입체감과 정교한 묘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양식 같다.
예까쩨리나 2세이 초상화로 흔히 등장하는 그림은 레비쯔끼의 작품이었다.
남편을 밀어내고 근위대의 지지를 받아 여제 자리에 오른 독일인 황후의 정치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마치 루이 16세처럼도도하고 거침없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풍경화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쉬쉬낀의 작품도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다.
사진 같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데, 사진이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서정성이나 주변의 청아한 공기가 느껴진다.
꾸인쥐의 <드네쁘르 강의 달밤>도 어두운 밤 달에 비친 물가 풍경을 굉장히 고혹적인 색감으로 그려내 당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역시 러시아 미술의 백미라면 일리야 레삔을 들고 싶다.
러시아 미술사를 소개하는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위대한 화가에게 푹 빠져 화집도 구해 보고 서간모음집도 읽었었다.
나는 레삔의 그 인물묘사가 마음에 쏙 든다.
니콜라이 2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듯한 초상화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노동자나 카자크 같은 하류 계층의 살아있는 표정을 정말 잘 잡아낸다.
완전히 마음을 뺏긴 그림,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을 보면 바지선을 어깨에 매고 뭍으로 날라야 하는 인부들의 고단하고 신산한 표정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다.
지난 번에 한국에 온 <러시아 거장전> 에서 이 작품은 못 오고 대신 습작들이 왔는데 얼마나 수많은 스케치를 하고 습작을 했는지 그 작업의 방대함에 깜짝 놀랬다.
피카소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 준 어떤 영화에서는 정말 쓱쓱 몇 시간 만에 그려내던데 레삔은 3년을 붙잡고 있었고,<자뽀로쥐예의 까자끄인들> 같은 경우는 무려 12년을 그렸다고 한다.
직접 볼가강에 나가 인부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까자크인들의 생활을 연구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후에 제자 세로프의 <이다 루빈쉬쩨인의 초상화> 같은 현대적인 그림은 묘사력도 형편없고 죽어 있는 그림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굉장히 모더니즘적이고 세련된 그림인데 말이다.
20세기로 넘어오면 알리뜨만이 그린 <안나 아흐마또바의 초상화>도 인상적이다.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에 파란 원피스를 입고 앉아 있는 러시아의 위대한 여류 시인의 매혹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어쩐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나서, 굉장히 독창적으로 보인다. 

책 한 권을 가지면 뻬쩨르부르크라는 도시를 탐방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구석구석 세심하게 소개한다.
덕분에 분량이 500 여 페이지에 달하지만 사진이 많고 내용도 평이해서 쉽게 잘 넘어간다.
맛깔스런 문장력이 아쉽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상상력 부족으로 쉽게 몰입이 안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매우 성실한 기행문이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의 디자인이나 편집도 괜찮고 무엇보다 덜 알려진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를 유발시켰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오래 전에 읽은 다른 러시아 미술사 책들을 몇 권 빌려 왔다.
간만에 러시아 문화에 푹 빠져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Mr. Know 세계문학 38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 정말 어렵게 읽은 책이다.
영화를 먼저 봤고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 되서 원작을 봐야지 벼르다가 정말 힘들게 빌려서 읽었다.
여러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을 읽고 다른 단편들은 도저히 도전할 용기가 없다.
나는 일단 서사구조가 약하면 재미가 없다.
아무래도 내가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만의 작품을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소설 속의 타치오를, 영화에서 스웨덴 아역 배우가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다.
앞부분에 실린 아센바흐의 예술가로서의 고뇌는 영화에서 표현이 안 되지만 베네치아에 도착한 후 타치오 곁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장면은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소설을 제대로 그려내기가 참 어려운데 굉장히 충실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타치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더운 베네치아 거리를 헤매는 아센바흐의 모습은 정말 완벽했다.
영화 속의 타치오는 토마스 만이 그리고자 했던 바로 그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소년이 아니었을까 싶다.
동성애, 사실 공감하기 어렵다.
예술가로서의 예민한 감각과 약한 체력을 가진 아센바흐가, 문장으로 귀족 칭호까지 하사받은 그가 거리의 어떤 남자에 의해 자극되어 자기도 모르게 여행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마음을 움직이는 미소년을 만나 그 곁을 맴돌다가 전염병의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죽고 만다.
소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서 피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젊어 보이려고 화장을 하는 노대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소설의 백미다.
결국 그는 단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해변가에서 숨을 거둔다.
동성애, 특히 어린 소년에 대한 애정, 문득 그리스인들의 동성애가 생각난다.
어른이 미소년을 상대로, 어쩌면 젊음에 대한 동경,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앞부분에서 작가는 아센바흐의 예술가적 자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약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자기 안에 함몰하는 남자.
미친듯이 몰아쳐서 글을 쓰기 보다는,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엄격한 자세로 집필하는 정말 독일인다운 작가.
삶의 욕망을 모두 금기시하고 게으름이나 사치는 생각도 할 수 없고 오직 성실하게 문장을 이어나가는 남자.
일반적인 천재적인 예술가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고 어쩌면 내가 그려온 그런 작가상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즐거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오직 정신적인 것, 신성한 그 무엇을 향해 인고하고 절제하며 금욕하는 남자!
사실 이 소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가가 창조한 이 예술가에 대해 애정이 생기고 또 하나의 창조물 타치오에 대해서도 애착이 간다.
다들 재밌다고 감탄하는 <부텐부로크 가의 사람들> 을 읽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 미술사학자 고종희와 함께 이상의 도서관 26
고종희 지음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기행문은 이제 정말 안 봐야겠다.
제목에서 벌써 기행문임을 암시하지만 그래도 이 분의 전작들을 재밌게 본 나는 꽤 기대를 하고 도서관에 신간을 신청해서 읽었는데 만족도는 그저 그렇다.
훌륭한 기행문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주헌씨만큼 평범하고 무난하게 쓰기도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기행문도 자기 여행 코스 소개하고 거기서 본 미술품이나 건축물 좀 소개하고 약간의 소회를 덧붙이고 사진으로 치장하면 끝이다.
차라리 작가들의 기행문을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문열 같은 글쟁이가 쓰면 좀 나으려나?
예전에 신라 왕릉을 소개한 어떤 작가의 기행문을 읽었는데 문장 하나하나에 정말 감탄했었다.
고종석씨 기행문도 참 괜찮은데.
역시 에세이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 에세이스트가 쓰는 거다. 

문체나 글의 수준은 솔직히 실망스럽지만, 책 내용은 무척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5년 동안이나 수학한 만큼 또 전공인 만큼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소개한다.
이탈리아 하면 기껏해야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정말 곳곳에 유명한 미술관이 많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이 많다고 한다.
밀라노에 가면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을 볼 수 있다.
식당에 이렇게 엄청난 그림이 있다니, 밀라노란 도시가 달리 보인다.
이 성당은 역시 유명한 건축가 브라만테가 설계했다고 한다.
두오모 대성당 역시 프랑스의 고딕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으로 봐도 우와, 할 정도니 실제로 올려다 보면 신심이 절로 생길 것 같다.
무려 500여 년에 걸쳐 제작됐다고 한다.
작가의 생각에 딱 동의하는 말이 있었는데 이 분은 나처럼 라파엘로를 세상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평소에 라파엘로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반가웠다.
완벽한 비례, 균형, 대칭, 그리고 살아 숨쉬는 그 선명한 색체 감각!
고전주의의 완벽한 현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라파엘로의 <아테나 학당> 밑그림이 밀라노의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에 있는데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완벽한 소묘라고 한다.
정말 가서 꼭 보고 싶다.
여기에는 다 빈치의 <음악가의 초상> 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 라는 최초의 정물화도 있다.
밀라노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미술관, 브레라 미술관은 미술책에 흔히 나오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대표작 <신성한 대화> 가 있고, 물에 빠져 죽은 사람 같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 가 있다.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의 결혼식> 도 만날 수 있다.
다들 미술책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위대한 그림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탈리아에서는 단지 오래 됐다는 것만으로는 언급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명작 중의 명작, 그야말로 명품들만 언급하기에도 모자란 회화와 조각, 건축의 보고가 아닐까 싶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에 나오는 만토바의 공작궁에는 만테냐의 유명한 그림 <루도비코 곤차가의 가족과 신하들> 이 있다.
<목이 긴 성모 마리아> 를 그린 파르미자니노는 파르마의 대성당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파도바에는 조토의 벽화가 있는 아레나 예배당을 볼 수 있고,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수도였던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에서는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부부의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치마부에와 조토의 벽화로 가득찬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도 있다.
이름만 주어 섬긴 도시들이 모두 엄청난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의 분석대로 지방 분권제가 오래 지속되어 통일까지 시간이 한찬 걸리긴 했으나 대신 각 지방의 독특한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개된 그림들이 모두 미술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화가들의 대표작들이라 하나하나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이탈리아 순례를 떠나도 좋을 것 같다.
정말 서양 미술의 역사는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이고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이런 예술품들을 일상으로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사실 유럽 여행 때 이탈리아에 들렸을 때 프랑스나 독일과는 달리 너무 덥고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들어 (특히 소매치기들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간다면 이 놀라운 미술품들을 마음껏 보고 싶다. 

파란 표지가 무척 예쁘다.
저자가 언급한 그림과 조각들은 모두 사진으로 싣는 정성이 돋보이고 내용도 어렵지 않게 한번에 죽 읽을 수 있다.
다만 역시 수박 겉핥기 식의 쓱 둘러 보는 정도라 깊은 내용은 없다. 
가벼운 이탈리아 미술 기행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