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그들 역사의 이방인들 - 섞임과 넘나듦 그 공존의 민족사 너머의 역사책 1
이희근 지음 / 너머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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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실히 다문화주의가 대세인 모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국제결혼으로 인해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를 넘었다고 한다.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되는 상황이 왔다.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은 차별적인 언어가 돼버렸다.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타 민족과의 동화가 결코 낯설지 않은 오래된 전통이었음을 보여준다.
대륙의 끝자락에 붙어 상당히 고립된 생활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순혈주의가 가능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상식을 깨는 사례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를테면 여진인이나 거란인, 몽골인들이 고려 시대 이래로 귀화하면서 백정 계층으로 편입됐다는 예가 그렇다.
그러고 보면 거란이나 여진인은 북쪽 국경을 맞닿으면서 유목 생활을 했던 민족이니 고래로 교류가 활발했고 특히 여진 같은 경우는 조선 건국 때 이성계를 도와 종묘의 배향공신으로까지 책봉될 만큼 큰 공을 세운 이지란으로 대표되는 친위 세력이 있었고, 몽골인 역시 원의 간섭기 때 고려의 다섯 국왕이 몽골인 공주들을 아내로 맞았으니 함께 들어온 몽골인 집단이 상당했을 것이다.
이들은 유랑 생활의 생활방식을 고수하여 농토에 정착하지 못하고 도축업을 하는 백정이나, 가죽을 손질하는 갖바치, 기예를 파는 재인 등으로 분류되어졌다.
그러고 보면 같은 평민 계층에서까지 백안시 됐던 백정의 기원이 타민족, 일종의 오랑캐였다는 게 이해가 된다. 

이들 외에도 명청 교체기 때 가도에 진을 친 모문룡을 따라 수십만의 중국인들이 난민으로 몰려 왔고, 임진왜란 때 일본 군사들도 많이 귀화했다고 한다.
또 신라 시대 아랍인들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흥덕왕 무덤 주위에 호종하는 무인상으로 서역인들이 세워질만큼 무슬림들의 정착도 활발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들의 인구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또 전통 사회에 얼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는지는 모두 추정치로 일종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 면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전통 사회가 외부에 대해 열려 있었고 교류와 이주가 활발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비주류의 이야기들도 발굴하면 흥미진진할 것 같고 우리 역사가 보다 풍부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문의 저자 이야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로마 제국이나 당, 미국 등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타민족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로 꼽고 있다.
패권주의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다문화와 관용 정신은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믿는다.
요즘 같은 다원화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역사의 한 단면을 짚어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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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현대미술의 기원
김영나 지음 / 시공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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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됐을까?
1990년대에 나온 책이니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책인데 말이다.
알라딘에서 표지만 보다가 막상 도서관에 가서 실제 책을 대하니, 너무 오래된 책 같아 고를까 말까 한참 망설였었다.
그렇지만 꾸미지 않고 직설적으로 책의 내용을 압축하는 단도직입적인 제목에 믿음이 생겨 빌리게 됐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아 너무 기쁘고 편집을 새로 해서 재출간 돼도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여성분이시고 이름도 독특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미술사학가도 참 멋진 직업 같다.
오래된 책이고 쫙 벌어지게끔 책이 엮여있어 안타깝게도 서론 몇 장이 분실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어떤 분이 참 열심히도 보셨는지 밑줄을 어찌나 많이 그어 놨던지 욕 나와서 혼났다.
심지어 드로잉까지 그려놨다.
그렇게 정성을 기울일 책 같으면 자기 돈 내고 사서 볼 일이지... 

표지가 된 그림은 입체파로 알려진 브라크의 야수파 시절 작품인 <집 뒤의 나무들>이다.
브라크가 처음에는 마티스 등과 같은 유파에 속해 저런 그림을 그렸다니, 처음 알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을 100% 다 소화하지는 못했다.
내용이 특별히 어렵거나 난해하지는 않다.
오히려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편안한 문체로 쓰여 있으면서도 상당히 깊이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좋은 문장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워낙 미술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설명 부분에서는 아, 그렇구나 이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선에서 끝났지 이걸 내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아직 무리인 것 같다.
그저 쓱 하고 지나가는 인상비평 정도가 내 수준인 것 같다.
그렇지만 희망을 갖고 있는 점은, 비슷한 주제를 반복해서 여러 책으로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윤곽선이 잡히면서 내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이 책의 주제인 현대 미술만 해도 그렇다.
막 그림에 눈을 떴을 때는 르네상스나 바로크, 신고전주의 같은 놀라울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완벽한 재현작들이 좋았다.
현대미술은 거부감이 들었고 말장난 같았으며 현학적으로 보여져 가짜 같았다.
사변적이고 갖다 붙이기 나름이고 특히 다다이즘이나 팝아트는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시장에 가 보고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들을 접하다 보니 오늘날 현대 미술이 자연의 모방에서 순수회화 언어로 어떻게 전환하게 됐는지 이해하게 됐고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지금은 정교한 고전 시대의 그림도 물론 좋지만 인상파 그림은 물론 야수파나 입체파, 표현주의, 상징주의 등등 20세기 화풍에도 열광한다.
그만큼 감상의 폭과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할까? 

도판이 너무나 생생하고 화려해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그동안 몰랐던 그림들이 너무 많다.
고갱은 고흐의 열정적이고 원색적인 화풍에 비해 별 매력을 못 느꼈는데 유명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게 됐다.
원시주의라고 일컫어지는 고갱의 독특한 소재와 화풍이 인상적이다.
<설교 후의 환영> 이라는 그림도 새롭게 보인다.
고흐의 격정적인 붓질과는 다르게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함께 실린 베르나르의 <호밀 추수>라는 그림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기법은 윤곽선을 두껍게 그린 후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를 채워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클르와조니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의 양식과 기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많이 배웠다.
뭔가 나에게 느낌이 오는데 그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몰라 그냥 멋있다, 인상적이다, 이렇게 밖에 안 나와 답답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많이 해소됐다.
붓질을 여러번 해서 색을 분할하던 점묘법의 신인상주의와는 구별되는, 평면 색면과 강한 윤곽선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과는 또다르게 굉장히 강렬해 보인다. 

인상파가 광선에 집중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자 아카데미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그 분위기는 받아들이고자 했던 유파가 바로 모로나 르동, 샤반느 등으로 대표되는 상징주의다.
바로 나같은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던 당시 관객들에게 적당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에콜 드 보자레의 교수이기도 했던 모로는 형태를 정교하게 묘사한 아카데미즘적 기법으로 살해된 올레푸스의 머리나 살로메에게 환영으로 보이는 요한의 머리 같은 환상적인 작품들을 남긴다.
신고전주의 같은 정교한 기법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무척 매력적으로 들린다.
모로는 제자들에게 자유로운 화풍을 추구하도록 격려했고 그 제자들 중 하나가 마티스라니, 놀랍다.
마티스는 피카소와 늘 비교되지만 나는 여태껏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보면서 마티스의 매력에 새롭게 빠져들게 됐다.
특히 <모자를 쓴 여인> 이나 <초록색의 선> 같은 작품을 보면 색의 대비를 통한 입체감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마티스와 더불어 야수파를 이끌었던 드렝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화가다.
그 중에서 특히 이 그림이 마음에 든다.  

 

구글에서 찾아 붙인 그림인데 책에는 더 선명한 도판으로 실려 훨씬 매력적이다.
설명에 따르면 <기하학적 색면 구조와 단순화되고 각이 지는 인체의 윤곽선> 에 관심을 가졌다는데 정말 입체적이고 매혹적인 그림이다.
어쩌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화풍이 바로 이런 야수파의 그림이 아닐까 싶을 만큼 많은 매력을 느꼈다.
이런 강렬한 채색과 뚜렷한 윤곽선이 주는 뚜렷한 인상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정말 알면 알수록 회화의 세계는 깊고 넓다.
보치오니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미래주의도 새롭게 발견한 수작들이다. 


<일어나는 도시>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무려 3m나 되는 대작이라고 한다.
또 한 작품, <대회랑의 폭동> 

 

위의 그림은 분할주의 기법으로 그려졌고 개인의 감정 표현보다는 집단의 의지나 운동감을 표현한 미래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윗쪽으로 비치는 빛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가는 그림 속에서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의 격앙이 느껴진다.
단지 테크놀로지가 가져다 줄 유토피아를 추구했다는 몇 마디 문장으로만 알고 있던 미래주의 화파의 작품들을 직접 대하니 역시 회화는 이론이 아닌 작품으로 말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그림, 들로네의 <에펠탑>도 빼 놓을 수가 없다. 

 

아폴리네르가 레제와 피카비아, 뒤샹, 들로네 등을 가리켜 음악과 유사하게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순수미술의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르피스트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정말 이 에펠탑 그림을 보면서 리드미컬 하고 위로 치켜 올라갈 것 같은 역동감을 느꼈다.
전통적인 원근법은 사라졌고 공간이 휘어지면서 공간과 대상의 완전한 통합을 보여 준다고 한다.
멀리서, 가까이서, 위에서, 아래에서 등등 각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다시점의 작품이고 그래서 리듬감이 생긴다.
파편화라는 입체주의가 추구하는 바를 대략적이나마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 가장 큰 소득이라면 대체 입체주의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약간이나마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여태껏 나는 대체 왜 세잔이 현대미술의 시작점인지 이해를 못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생 빅투아르 산 연작이나 사과만 계속 그린 정물화가 대체 왜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일까 늘 의아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세잔이 추구했던 것, 자연의 재현을 벗어나 대상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기하학적 형태를 추구했다는 점, 물체가 지니는 내적 속성, 양감과 깊이감을 추구했던 것, 공간을 비어있게 내버려 두지 않고 대상과 공간의 조화를 꾀하면서 공간도 대상만큼 중요하게 취급한 점, 바로 공간의 물질화, 견고한 공간을 추구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대상이었고 그것의 완벽한 묘사였다.
그러나 사진이 등장하면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바뀌면서 수요층이 변하면서 더 이상 자연의 완벽한 모방은 흥미를 잃게 된다.
자연의 재현이 아닌, 색체와 구성만으로 객관성이 아닌, 주관성의 추구, 내면의 표현, 감정과 욕구의 분출, 무엇보다 회화 자체의 조형미가 중요시된 현대미술의 시작, 바로 거기에 세잔이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공간에 광선이 주는 느낌을 표현했다.
그리고 세잔은 수평과 수직의 붓작업을 통해 견고한 조형적 공간을 추구했다.
이제 입체파는 다시점을 통해 파편화된 공간을 통해 대상만큼이나 공간을 중요시 했고 새로운 공간의 물질화를 이룩했다.
회화는 단순히 기법과 양식의 변화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 사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며 화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회의를 통해 의식과 함께 성장함을 다시 한 번 깊이 느끼게 됐다. 

정말 너무 재밌게 유익하게 읽은 책이고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봐야겠다.
회화가 이렇게 철학적이고 혁명적이며 사회적인지 미처 몰랐다.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상을 재현한 고전시대의 화가들과 현대 화가들은 어쩐지 다른 부류의 사람들 같다.
장인과 예술가의 차이라고 할까?
누가 더 위대하다는 이런 유치한 비교가 아니라 시대를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서로 다른 유형의 인물들 같다.
맨 마지막에 대중과 유리되어 이해받지 못하는 작품들을 만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위의식과, 국제화된 미술 시장의 확대로 새로운 고소득층으로 등장한 현재 화가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저자의 우려는 새겨 들을만 하다.
아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미술인 만큼 옥석은 시간의 흐름이 가려주리라 믿는다.
하여튼 추상미술은 자율성의 최고치이고, 무엇보다 독창성과 혁신성에 있어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의 분야가 아닐까 싶다.
얼마나 파격적이냐, 충격적이냐, 신선하냐, 독창적이냐 등으로 판단되는 현대미술은 기법과 주제의 변화무쌍함이 끝이 없어 보인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나도 그림을 배워 보면 어떨까 싶다.
정말 그림에는 전혀 재주가 없지만, 기본적인 드로잉이나 붓질하는 법을 익히면 감상하는 안목도 좀 더 깊어지고 무엇보다 내면의 충동이나 감정을 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내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현대미술은 기술의 출중함 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 어쩐지 나도 취미삼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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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유교건축 한국 미의 재발견 12
이상해 지음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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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건축에 대한 책은 워낙 공간 개념이 없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단 하나, 우리 궁궐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사실 궁궐 역시 내 관심 영역 밖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창덕궁 관람을 해설사와 함께 한 뒤부터 우리 궁궐, 더 나아가 전통문화라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다.
그 뒤로 궁궐에 대한 여러 책을 보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궁궐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혀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속도가 꽤 빨라졌다.
처음 궁궐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명칭부터가 생소해 꽤 고생을 했지만 이제 각 전각의 이름이 갖는 유래나 한자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궁궐의 각 전각 이름과 거기에 걸린 대련 등의 한자를 익히는 책도 나왔던데 이 책으로 본격적인 한자 공부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궁궐에 관한 책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사진이 무척이나 생생하고 아름답다.
일반인이 카메라 들고 가서 찍는 사진과는 비교가 안 되게 궁궐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항공사진 같은 높은 전경의 사진이 많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또 영역을 확장하여 항교와 서원까지 담아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방 건축 문화까지 조명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배가됐다.
언젠가 안동 하회 마을에 갔을 때 유성룡 고택을 둘러 보고 인근의 도산서원까지 구경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굉장히 유적지인데도 너무 대충 둘러 보고 온 것 같아 아쉽다.
그러고 보면 전국 각지에 문화재와 유적지가 산재해 있어 답사가기 참 좋다.
빨리 통일이 되서 고구려나 고려의 옛 수도 개경의 유적지도 가 보고 싶다.
주5일제로 인해 여가 생활의 기회가 넓어지면서 더불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사도 급등한 것 같아 기분이 훈훈하다. 

종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유교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서양 중세의 기독교처럼 일종의 종교였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제물을 바치고 조상에게 기원하는 일종의 조상신 숭배가 아니었을까 싶다.
공자는 귀신의 일은 모른다고 하여 유교 하면 현세적인 정치 철학 내지는 이념 정도로 알고 있지만 여러 제사 의식 등을 통해 느낀 바로는 그 숭배 정도는 약하지만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전승되어 온 넓은 의미의 종교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 불교를 더욱 배척했을 것 같다.
단지 불교가 사치스럽고 국가의 기강을 해이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시대가 바뀌면서 지배 종교가 바뀌었기 때문에 중세 시대에 다른 종교를 탄압했듯 불교를 억눌렀던 게 아닐까?
전국 각지에 산재한 서원에 모셔진 유학 성현들의 위패를 보면 조상신 숭배가 사대부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종교적 심성을 갖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서원들을 일거에 철폐했으니 과연 대원군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고, 대단한 야망과 포부를 지녔던 정치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 많고 설명도 어렵지 않게 핵심을 잘 짚어 적당한 분량으로 갈무리 되어 있어 읽기 편했다.
부록으로 실린 연표나 용어 설명 등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의 美 시리즈는 일반인이 읽기 쉽게 잘 편집된 양질의 도서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전권을 다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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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 테마 한국문화사 1
방병선 지음 / 돌베개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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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한국사 시리즈는 한가지 주제를 정하여 풍부한 도판과 함께 전문적인 해설을 싣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책 중 하나다.
가능하면 전권을 다 읽어 보려고 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조선 백자 편을 골라든 까닭은, 요즘 한창 도자기에 마음을 뺏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리움 미술관에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원없기 감상하고 나서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빌렸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내용도 풍부하고 문장도 쉽게 쓰여져 읽기 편했고 다양한 백자들을 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박물관에서 느낀 바는, 어쩐지 고려청자는 하나같이 최상품으로 품격과 격식이 느껴지는데 반해, 조선백자는 대충 만들어진듯 한 분청사기를 포함하여 격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자가 워낙 귀하기 때문에 왕실 진상품만 만들어져서일까?
조선 시대로 들어오면서 자기 만드는 기술이 널리 퍼져 사대부 집안에서도 백자를 이용할 수 있었던 대중성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자보다 백자가 더 마음에 든다.
언젠가 미술관의 해설사 말이, 일본 사람들이 분청사기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자기의 좋고 나쁘고는 품질보다 개개인의 취향에 달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분청사기의 해학저이면서 추상적인 문양이 어쩐지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져 마음에 들고, 청화백자나 철화백자의 그 산수화 같은 시원한 문양들이 좋다.
용준 같은 경우는 왕실 행사 때 종이꽃을 장식하는 화준으로 쓰이거나 혹은 술을 담아놓는 항아리였을텐데, 그렇다면 좀 더 작은 매병류는 무슨 용도로 사용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생화보다 조화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화병으로 쓰였을 것 같지는 않고 위로 높은 모양새가 술을 담기에도 불안정해 보이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 역시 의문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바라보는 완상용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쓰임새가 있어 보인다.
도판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선명해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다. 

얼마 전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백주년 기념전에서 철화백자포도문항아리가 전시되어 본 적이 있다.
바로 옆에는 명문에 쓰여진 홍치이년명 청화백자송죽문항아리가 나란히 전시됐다.
둘 다 대학박물관에서 대여해 온 작품들이고 국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 국보나 보물 표시가 안 돼 있어서 아쉬웠다.
하여튼 그 두 유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특히 넓은 도자기의 윗쪽만 철화 안료로 포도넝쿨을 배치한 철화백자포도문항아리가 마음에 꼭 들었는데 책으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여백의 미를 제대로 살린 도자기라고나 할까? 
바로 아래의 작품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무조건 우리 도자기가 최고다, 라는 식의 자화자찬으로 흐르지 않고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와 비교하여 조선백자의 위상을 정립하고 당시 자기 생산의 흐름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청나라를 본받아야 한다는 북학 운동이 일어나면서 화려하게 장식한 중국 자기에 비해 조선 백자의 기술적 미흡함을 질타한 여러 책의 소개도 신선했다.
임진란 이후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으로 붙잡혀 가면서 주로 자기를 수입하는 쪽이었던 일본에서 비로소 자기 생산이 가능해졌고 좋은 태토의 발견으로 17세기 이후에는 수출까지 할 수 있었다는 설명에서 우리 도공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성리학의 전파와 더불어 이런 걸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임진왜란이 문화전쟁인데 과연 일본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현재 국가의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도공들의 희생은 가치있게 온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국력이 쇠약해지면서 결국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요도 망하게 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후 조선자기의 명맥도 끊겨 일본이나 서양자기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자기를 생산했던 우리의 훌륭한 전통이 이렇게 사그러져 갔다는 게 참 서글프다.
민속박물관에 갔을 때 도자기를 굽는 영상을 한 20여 분 동안 차분히 본 적이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기를 굽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지 새삼 느꼈으며 저런 게 바로 장인 정신이구나 감탄했었다.
자기 만드는 장인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았다면 또 상업화에 성공했다면 공예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발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알맞은 분량에 쉽고 재밌게 또 볼거리가 풍부하게 쓰여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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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값
김재준 지음 / 자음과모음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고른 책.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표지가 촌스럽고 시의에 뒤떨어진 부분도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아마추어 작가의 성실함과 꾸미지 않은 순박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진정한 컬렉터의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는 수집에 별 관심이 없다.
책을 닥치는대로 읽기는 좋아해도 모으지는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을 애용한다.
그렇긴 하지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 관련 책들을 종종 읽곤 한다.
인간은 태초부터 컬렉터였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의 우표수집부터 시작해 오늘늘 도서관과 미술관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가끔 전시회에 가면 마음을 확 끄는 그림들이 있다.
저자처럼 화랑을 열심히 들낙거릴 만큼 그림을 열심히 보지는 않아서 주로 대가들의 작품이 방한하거나 아니면 미술관에서 유명 그림들을 보게 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라고 해서 그림이 다 좋은 건 절대 아니고, 내 마음을 끄는 나만의 작품이 가끔 눈에 띈다.
그럴 때면 차마 작품을 구입할 수는 없으니 인쇄된 엽서나 나무 패널로 사곤 한다.
재밌는 건 그렇게 사 놓고 집에 걸어 두면 또 얼마 안 가 감흥이 식어 버린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영감을 주는 그림은 그야말로 내 인생의 그림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비싼 쇼파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보다 심플한 가구 위에 걸어 둘 멋진 그림을 찾는 게 훨씬 더 의미있는 인테리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사면 시간이 지나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게 그림 구매의 매력이라고 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그림을 사고 파는 이런 경제적인 시스템이 낯설고 예술 역시 먹고 사는 문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술도 하나의 산업이 되어야 창의적인 발전을 가능한다는 생각 정도로 정리하고 있어 이런 미술계의 돈 얘기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돈을 많이 번다면 그림 대신 책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해 본다.
원체 나는 활자 중독이라 그림보다 글씨가 더 좋다.
그래서 사진 많은 책보다 글씨 많은 책이 더 마음을 끈다.
정말 돈이 많다면 작품의 환금 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마치 백화점에서 옷을 사듯 내 취향대로 화랑에서 느낌이 오는 그림을 척 하고 사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에 발간된 그림 구매 관련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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