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 Art Classic 10
유스투스 뮐러 호프스테데. 콘스탄티노 포르쿠 지음, 이지영 옮김 / 예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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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에서 나온 아트 클래식 시리즈가 마로니에북스의 베이직 아트 보다 더 나은 것 같다.
덜 현학적이고 작가의 생애를 앞부분에 배치하고 뒷쪽에 유명 작품 설명을 따로 하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이 시리즈로 다른 예술가들도 읽어 볼 생각이다.
루벤스는 원래 좋아하는 화가였는데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에서 보고 더욱 좋아하게 됐다.
뒤러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다.
책에서 정의한 루벤스 그림의 특징이 내 기질과 잘 맞는다.
인체의 역동성, 큰 화면, 극적인 주제, 화려한 색채, 신화와 고전에 대한 풍부한 지식, 풍요로운 화가의 삶 등이 매력적이다.
어쩐지 나는 고흐나 렘브란트처럼 당대에 인정을 못받고 죽도록 고생하다가 불우하게 죽어간 화가보다는, 피카소나 마티스처럼 절정의 인생을 누린 화가들이 더 끌린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
루벤스의 아버지는 판사였는데 공주의 법률 고문을 하다가 간통죄로 기소되어 시골 마을에 유배되고 거기서 루벤스가 태어난다.
10세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는 다시 고향인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와 형 필립에게는 인문주의 교육을 시키고 동생 피터는 가난 때문에 귀족의 시종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미술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고 공방에 보낸다.
홀어머니로서는 대단한 교육적 투자였던 셈이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형에 대한 루벤스의 마음은 무척이나 애틋하여 여러 점의 초상화를 남긴다.
루벤스는 당대 유명한 화가들의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수년을 일한 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여기서 8년 동안 머무는데 만토바의 곤차자 공작의 눈에 들어 그의 궁정화가로 일하면서 유명한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에도 참석한다.
20년 후 대가가 되어 마리에게 직접 생애 연작을 의뢰받았으니 대단한 인연이라 할 것이다.
당시 그림이라면 로마 외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화가들에게 이탈리아 유학은 필수 코스였고 루벤스 역시 8년간 머무르면서 티치아노와 틴토레토 등의 선배 작품들을 수도 없이 모사했고 동시대인인 카라바조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틴토레토와 카바라조에게서 명암 대비와 빛의 극적 효과 등을 배우는데 양치기 목동의 경배 등을 보면 확실히 키아스쿠로의 분위기가 난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루벤스는 곤차가 가문으로부터 벗어나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다.
이 때 안트베르펜 대성당의 그 유명한 작품, <십자가에 올려짐> 과 <십자가에서 내려짐> 등을 그린다.
<플란다즈의 개>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그림이다.
(갑자기 돈이 없어 대가들의 그림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어간 이 가엾은 꼬마 화가 때문에 울컥해진다.
그러고 보면 이건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비극적이다.
일단 개가 우유 마차를 끈다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어 보이잖아)
결혼을 하면서 그는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데 첫 아내 이사벨라 브란트와 두번째 아내 헬레나 푸르망 모두에게 매우 충실한 남편이었다.
성실한 성격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았던 남자였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아내로 맞는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행운인가!
젊었을 때 절정기의 기량과 부유함을 뽐내면서 그린 인동초 덩굴 아래의 부부 자화상은 인물이 배경에 꽉 들어차는 구도다.
50대에 결혼한 겨우 열 여섯 살의 어린 아내 헬레나 푸르망을 그린 그림들도 유명하다.
특히 <모피를 두르고 있는 헬레나 푸르망> 이나 그녀의 언니 <스잔 푸르망> 등이 초상화는 그가 얼마나 놀라운 화가였는지 여실히 보여줄 뿐더러 두 자매의 뛰어난 미모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헬레나는 부유한 상인의 무려 열 한 번째 딸이었다고 한다.
이 어린 아내와의 사이에서도 다섯 명의 아이들을 낳고 막내딸은 그가 죽고 며칠 후에 태어났다고 한다.
첫 아내 이사벨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큰 딸의 초상화는 발그레한 빰의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다.
열 두 살의 어린 나이에 죽고 만 이 딸을 그릴 때 아버지가 얼마나 행복했을지 짐작이 가는, 사랑스러운 초상화다.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인생의 절정을 누리던 시절의 화려한 역사화도 좋지만, 스텐성으로 은퇴한 후 아내 헬레나와 자식들과 편안한 일생을 보내던 시절의 풍경화도 인상적이다.
후기로 갈수록 색채나 구도가 더 명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원 그림이나 농민들의 축제 그림 같은 경우는 루벤스가 풍경화가로서도 뛰어났음을 보여준다.
통풍에 걸려 오른손을 쓰지 못했던 몇 년 간 화가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그래서인지 말년에 그린 자화상에서 오른손은 장갑으로 가려져 있다.
말년의 자화상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처럼 숙연한 느낌이 든다. 

루벤스의 대표작들은 거의 다 실려 있는 것 같다.
공방에서 합동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2000점이 넘는 엄청난 작품을 생산했고 워낙 수가 많다 보니 미술 시장에서 가치가 아주 높지 않다는 평론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인물을 주로 그렸기 때문에 얀 브뤼겔에게 풍경을 맡기고 본인은 인물을 그리는 식으로 나눠서 한 작품도 많다.
영국 대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작품 중 전적으로 자신이 그린 것, 공방에서 나눠 그린 것, 자신이 손질을 한 것 등을 꼼꼼히 나눠 보냈고 동판화에 원작을 새겨 위조 방지를 했다는 걸 보면 탁월한 사업가였다는 생각도 든다.
이 매력적인 화가에게 더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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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에바 디 스테파노 지음, 김현주 옮김 / 예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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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특한 책이다.
비슷한 시리즈로 고흐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외는 잘 모르겠다.
작년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클림트展에 다녀온 후 좀 더 알고 싶은 욕구에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이다.
마치 원서 같은 표지가 인상적이다.
분량은 100 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양이고 그나마 도판이 대부분이라 설명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그림을 더 많이 즐길 수 있고 작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 보다는 그림에 집중하는 힘이 있다.
나는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읽었다.
북디자인이나 구성이 무척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로 계속 다른 예술가편이 나왔으면 같이 읽었을텐데 품절이라니 아쉽다. 

어떤 주제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복습하는 효과가 생긴다.
클림트에 대해 서너 권 읽다 보니 세기말 오스트리아에서 클림트가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장식미술의 대가, 놀라운 드로잉 솜씨, 몽환적이고 애로틱한 주제, 기발한 색채 감각.
빈 분리파의 기수이고 종합예술을 추구했으며 미술공예 운동을 했다.
교육을 중요시 하여 빈공방을 열었는데 나중에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이 개념이 꽃을 핀다.
일상 생활의 예술을 추구하는 유미주의자.
건축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하나까지도 품격과 아름다움을 신경쓰는 토털 아트의 선구자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는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 든다.
앤디 워홀이나 마티스를 보면 작가 어록이 꽤 많던데 클림트는 의외로 말로 표현한 게 거의 없다.
나를 알고 싶으면 내 그림을 보라는 말이 진정한 예술가처럼 들린다.
나는 초상화와 풍경화를 열심히 그리는 사람일 뿐이라는 소박한 자기규명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술공예 운동 등에 매우 관심이 많아 사회적인 활동도 활발했고 빈 미술계를 이끄는 거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분리파 전시회도 활발하게 개최됐다.
지난 번 전시회 때 봤던 바로 그 베토벤 프리즈가 베토벤을 기리기 위한 14회 전시회 때 출품된 작품이다.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놀랄만한 손기술을 가진 작가다. 

20세기로 넘어 오면서 1차 대전이 터지고 전 세계가 암울해진다.
이제 정서가 바뀌어 장식주의 화려한 선율 대신 에곤 실레나 코코슈카의 표현주의가 각광받기 시작한다.
코코슈카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작가라 잘 모르겠고 실레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각져 있고 어쩐지 불안정해 보인다.
어둡고 침울한 느낌, 물 흘러가듯 부드러운 드로잉 대신 일부러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딱딱한 선이 오히려 이들이 추구한 미학이라가고 한다.
피카소는 사실주의, 자연주의로부터 내려오는 안정감을 포기하지 않았고 반대로 이들은 20세기 시대 정서에 맞게 일부러 불안정서성을 추구한다.
클림트가 시대의 변화에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이 간다.
표현주의 스타일로 그린 초상화를 보면 여전히 놀랄 만큼 뛰어난 인체 드로잉과 색채 감각은 여전하지만 배경까지 화려하게 장식한 전작들에 비해 일단 물감 칠하는 것부터가 가볍고 어두운 느낌이 확연히 드러난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갔을 때 벨베데레 미술관을 못 간 게 너무 아쉽다.
그 때만 해도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나 유딧 그림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아마 우연한 기회로 들렸다면 그 때부터 좋아하는 화가 목록에 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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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룡 평전 - 조선문인화의 영수
김영회 외 지음 / 동문선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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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이라고 하기에 좀 민망하다.
유홍준씨가 쓴 <완당평전> 쯤은 되야 그래도 평전이라고 이름 붙일 만 하지 않을까?
전문가가 아니라 그런지 또 소설가라는 이력 때문인지 너무 에피소드 위주로 엮었다.
조희룡이 그린 매화도에 반해서 읽게 됐는데 김정희의 깍아내리는 인물평 때문에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다는 한탄을 오히려 저자가 재탕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조희룡을 학문적으로 전공하신 분이 다시 품격있는 글로 써 주시길 바란다.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중인 문인 계층을 소개한 점은 좋으나 김정희에 대한 비방, 혹은 상상력이 너무 가미된 에피소드식 소개는 자제를 해야 책의 품격이 높아질 것 같다.
덜 알려진 인물의 평전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글솜씨 때문에 상당히 실망했다.
그러나 조명을 덜 받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점만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조희룡의 신분이다.
중인열전인 <호산외기> 를 쓴 여항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어엿한 양반 신분이라고 주장한다.
선조들이 벼슬을 했고 본인도 액정서 관원이었다고 하는데 후기로 가면 박제가 등의 서얼이나 중인 계층도 벼슬을 할 때니 그것만으로는 신분을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자는 학자들이 조희룡을 굳이 중인이라고 깍아 내린다면서 작품이 중요하지 신분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지만 저자의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인지한다는 점에서 출생 성분이나 집안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희룡이 저평가 됐다는 것을 그의 출신성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철치 못한 태도 같다. 

김정희가 "서권기 문자향" 이라 하여 문인화의 사의를 중요시 한 반면, 조희룡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것을 표현할 손기술이 없다면 소용없다는 뜻으로 "수예론" 을 폈다는 점이 좋은 지적 같다.
조희룡의 매화 그림에는 서권기가 부족하다는 김정희의 평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현대에는 화려한 솜씨를 뽐내는 조희룡 스타일의 회화가 더 각광받는 게 아닐까 싶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된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그 화려한 매화 그림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케일이 크고 색감이 정말 좋다.
확실히 김정희의 세한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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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잠들지 못하는 역사 1
이우상 지음, 최진연 사진 / 다할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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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전에서 조선 왕릉 사진을 보고 감탄하여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에는 답사가 꽤 일반화 되어 왕릉도 훌륭한 답사 코스로 인지되고 있는지라 관련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사진이 훌륭하고 잘 몰랐던 왕이나 왕비들, 이를테면 단명한 예종이나 장순왕후, 헌종이나 효현왕후 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능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어 기쁘다.
저자가 꽤나 꼼꼼하게 자료 조사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책의 가치를 깍아 먹는 것은 저자의 집필 태도다.
소설식 에피소드 삽입, 혹은 저자의 지나친 감정 노출이야 말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학술적이지 못하고 흥미 위주로 지면을 메우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띄어 책의 가치를 깍아 먹는다.
그러고 보면 해당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의 책은, 그 주장이 옳든 그르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상당히 정밀하게 논지를 전개하는 것 같다.
아마추어 저술가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다. 

사실 왕릉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주제라 동9릉이나 서5릉이니 하는 용어들이 생소했다.
조선의 역사는 근대사이기 때문에 고려나 신라에 비해 많이 알려진 편이라 굳이 외우지 않아도 어디에 왕릉이 있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는 사극도 도움이 된다.
역사 왜곡이나 어쩌니 하지만 대중에게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사극의 역할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
당장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도 워낙 빨리 죽었고 계비인 폐비 윤씨 사건 때문에 거의 조명을 못 받는 인물이다.
그런데 구혜선 나온 사극에서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일반인들에게 공혜왕후라는 인물을 알리게 됐다.
그녀는 세도가 한명회의 넷째딸로 언니가 바로 예종의 원비인 장순왕후다.
이 둘은 열 두 살 차이가 나는데 한명회가 마흔 하나에 얻은 딸이다.
재혼도 아니고 정실 부인에게서 얻은 적녀이니 조선 시대에 마흔 이후의 노산도 꽤 많았던 것 같다.
당장 엄귀비만 해도 마흔 셋에 영친왕을 낳았다.
아이 낳다가 죽는 일이 다반사였던 당시 의료 수준을 생각해 보면 타고난 건강체들이었던 것 같다.
한명회의 셋째딸은 열 다섯 살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어 예종에게 시집간다.
그런데 나이차가 꽤 난다.
(이 책의 나이는 전부 만으로 나온다)
신랑 예종은 열 살에 불과했고 신부가 다섯이나 위다.
보통 세자빈이 열 살 전후에 책봉되는 걸 보면 세도가 한명회의 입김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여튼 시집오자 마자 임신을 해서 다음해 인성대군을 낳지만 불행히 산후병으로 곧 죽고 만다.
이 불쌍한 아들 역시 세 살 때 죽는다.
<왕과 비>에서 죽은 손자를 않고 오열하던 세조와 한명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사극의 효과는 대단하다!!
겨우 열 한 살에 아버지가 되다니, 놀랍다.
예종이 열 아홉에 사망했는데 이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당연히 대통을 이었을 것이다.
또다른 사위 성종이 왕이 되긴 했지만 한명회로서는 아쉬운 대목일 것 같다. 

또 재밌는 것은 폐비 윤씨의 나이다.
성종과 무려 열 두 살 차이다.
<왕과 나> 에서는 구혜선과 고주원이 각각 역할을 맡았는데 실은 굉장히 연상이었던 셈이다.
소년왕의 마음을 어떻게 훔쳤을지 흥미롭다.
윤씨는 양반이었던 윤기견의 딸로 28세 때 숙의에 책봉되고 공혜왕후가 죽은 후 왕비에 오른다.
성종이 왕이 된 게 열 두 살이었으니 나이로 봐서 후궁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궁인으로 있다가 승은을 입었던 것 같다.
보통 중인이 궁녀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몰락 양반도 궁녀로 들어왔는지 궁금하다.
하여튼 정사대로 하면 <왕과 나>에서 보여주던 그런 애틋한 로맨스가 아니라 꽤 육감있는 자극적인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지명도 바로 이런 능에서 유래된 곳이 많다는 걸 알았다.
수시로 들락날락 하는 삼성역 근처의 선릉이 바로 성종과 정현왕후의 묘라고 한다.
서울 시립 미술관이 있는 정릉 역시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묘고 선수촌으로 유명한 태릉은 바로 그 유명한 문정왕후의 묘라고 하니 유래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작은 에피소드들이 숨어져 있는 능 이야기, 무척 재밌게 읽었고 실제로 답사를 한 번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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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역사체험학습을 하는 지라 이 책을 집에서 본적은 있지만 읽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읽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보겠습니다. ㅋㅋ

marine 2010-01-0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런 게 있군요. 좀 자극적인 상상력에 근거한 일화 삽입이라든가 독살설 운운하는 역사의식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자료 조사를 무척 많이 한 책이라 얻는 게 많았어요.

박혜연 2011-09-0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히 영친왕의 친어머니 순원황귀비 엄씨는 대단한여자라고 할수있어요! 다른 궁녀들과 비교할때 얼굴도 못생기고 더군다나 체격도 남자같고 성격도 걸걸함에도 불구하고 고종임금의 승은을 받아 마흔셋이라는 너무 늦은나이에 첫아이를 낳았잖습니까?
 
구스타프 클림트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8
질 네레 지음, 최재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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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베이직 아트 시리즈.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클림트는 워낙 이해하기 쉬운 작가라 그런지 읽기도 편했다.
작년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했던 클림트展 작품들이 많이 등장해 무척 반가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베토벤 프리즈도 실려서 더 좋았다.
직전에 마티스를 읽었는데 다소 난해했던 그에 비해 클림트는 너무 쉽고 편안하다.
보편적인 시각적 아름다움에 호소하기 때문일까?
지금 봐서는 도저히 외설스럽다고 할 수 없는 편안한 에로틱인데 19세기 말의 비엔나 교양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나 보다.
하긴 올랭피아를 보고 외설이라고 했던 사람들이니.
사실 전시회에서 봤던 그의 드로잉은 좀 충격적이긴 했다.
책을 보니 초상화를 그릴 때도 모델을 벗겨놓은 뒤 나중에 채색을 한다고 한다.
에곤 실레 역시 꽤나 자극적인 드로잉을 많이 남겼는데 클림트에 비하면 오히려 건조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델에게 이런 낯뜨거운 포즈를 어떻게 취하라고 했을지 참...
남녀의 성행위 보다는 여성 모델 혼자 성감대를 만지면서 흥분하는 그런 드로잉이 대부분이다.
사실 인체의 드로잉에 있어서는 마티스 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클림트의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화려한 장식미를 생각한다면 탐미주의 이런 생각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마티스를 강렬한 색채 때문에 야수파라고 부르는데 클림트는 도저히 그런 우왁스러운 단어를 쓸 수가 없다.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
어쩜 저렇게 세심하게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유딧도 충격적이긴 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논개 정도의 성스러운 위인을 입 헤 벌린 창녀 정도로 묘사했으니 당시 그의 후원자였던 유대인들이 굳이 유딧을 살로메로 표기했다는 일화가 이해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조차 논쟁의 여지가 충분한 시도였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 의뢰했던 벽화 역시 돈을 돌려 주고 철수하는 걸로 결론이 난다.
법학, 철학, 의학 등 성스러운 학문의 위대함을 표현해 주라 했더니, 오히려 악에 의해 패배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주제를 그렸다.
굉장히 도발적이고 신비로운 스타일이었던데 남아 있었더라면 굉장한 이슈가 됐을 작품이다.
그를 후원하던 유대인 재벌에게 팔렸는데 2차 대전 때 히틀러에 의해 소각됐다고 한다.
이래서 전체주의가 무서운 거다. 

그의 장기는 초상화였다.
온갖 화려한 옷으로 장식한 이 우아한 초상화 스타일에 빈의 귀부인들이 다투어 주문을 해서 국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빈 배경을 남겨두지 않고 온갖 문양으로 꽉꽉 채우는 화려한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후배인 에곤 실레나 코코슈카 등에 밀려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될까 봐 어두운 스타일의 표현주의 초상화도 그렸는데 피카소처럼 클림트 역시 뭘 그려도 시각적으로 훌륭한 확실히 천재답다.
그가 그린 풍경화도 무척 마음에 든다.
신인상파 스타일대로 색을 분할해 점묘법처럼 그리기도 했는데 그러나 여전히 클림트는 빛과 날씨 이런 것보다 장식적인 색채 사용이 훨씬 중요했다.
그래서 더욱 개성적이고 확연한 구별점을 준다. 

작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에밀리 플뢰게에 대한 언급이 겨우 한 두 줄이라 아쉽다.
피카소 못지 않게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고 이복자녀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점잖은 마티스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클림트 작품들은 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전시회에 가길 정말 잘했다.
만약 가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렇고 그런 화가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클림트에 대해서는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몇 권의 화집을 더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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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0-01-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님의 클림트 평전도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 논쟁이 되면 좋을텐데. 그렇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죠. 저도 챙겨 봐야겠네요.

marine 2010-01-0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박홍규씨는 안 건드리는 주제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