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전의 역사 - 전쟁의 제1법칙, 보급이 전장을 좌우한다 KODEF 세계 전쟁사 29
마르틴 반 크레펠트 지음, 우보형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재밌으면서도 어렵게 읽었다.
기본적으로 유럽 전쟁사에 대해 무지한 탓에 지명이나 인물들이 너무 생소해 처음에는 몰입이 잘 안 됐다.
뒷쪽으로 가면서 1,2 차 세계대전이 나오니까 그제서야 좀 감이 잡히고 대충 넘어갔던 앞쪽의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라든가 나폴레옹 전쟁 등을 다시 읽으면서 이해도를 높힐 수 있었다.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전쟁은 전략과 전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신무기나 지형 활용, 군대의 숫자 이런 게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보급이야 말로 전쟁의 양상과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보급은 전면에 다뤄지지 않았을까?
책에도 나온 바지만 식량과 탄환 보급을 신경쓰는 건 전혀 멋있어 보이지가 않고,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모든 상황을 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장군들이 수학자나 공학자가 아닌 이상 최적의 보급 상태를 제공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시대적 한계도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다.
철도가 발명되기 전에는 말이 끄는 수레가 나르던지 배로 운송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근대 군대들은 가능하면 강을 끼고 진격하려고 했다.
수레에 비해 선박은 훨씬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고 빠르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송량은 비약적으로 커졌으나 문제는 철도의 종단점과 실제 전투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1차 대전 때도 여전히 말이 끄는 수레가 보급을 담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차량 수송을 계획했는데 연료와 고무를 자국에서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야심찬 계획은 실패에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경제력으로 전 보급을 차량에 맡길 수 있는 국가는 오직 미국 뿐이었다고 한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항상 분노했던 것이, 침략군의 민간인 약탈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는 남의 나라를 침략한 것보다는 거의 대부분 침략을 당한 쪽이라 왜군이나 몽골군, 청나라 군, 심지어 도와 주러 왔다는 명군까지 민간인 약탈에 열을 올렸다는 내용이 많아 군대 기강의 해이함과 침략군의 잔인함에 치를 떨곤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전근대 군대에 있어 약탈이란 필수적인 보급 과정이란 걸 알게 됐다.
보급 수단은 한계가 있고 군사들이 이고 지고 오는 양도 정해져 있다.
그나마 행군이 길어지면 식량을 버리는 일도 속출한다.
본격적인 수송부대가 생긴 것도 나폴레옹 전쟁부터라고 한다.
그러니 그 전에는 대부분의 보급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말 같은 경우 인간에 비해 무려 열 배를 먹기 때문에 사료 공급도 큰 문제였다.
왜 한국에서 말을 육성할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되고, 대체 몽골군은 그 넓은 땅을 어떻게 누빌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현지징발은 전근대 군대의 보급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니 도망칠 때 식량을 다 태워 버리는 청야전술이 먹힐 수 밖에.
심지어 유럽에서는 끊임없이 이동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징발할 수 있는 식량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움직였다고 한다.
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길어지는 포위전이다.
18세기까지 요새는 매우 철저하게 방어되어 점령하려면 일곱 배 이상의 병력이 있어야 하고, 수 개월간 포위전이 지속되면 공격하는 쪽에서 식량 부족으로 지치는 일이 태반이라 쉽게 이기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전쟁 양상을 단번에 바꾼 이가 바로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이 등장하면서 전쟁은 포위전에서 전면전으로 바뀐다.
한꺼번에 적을 섬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폴레옹이 모든 성을 방치해 둔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대육군은 징병제로 포위전에 군사를 남겨 두고도 전면전을 벌일 만큼 충분한 병력이 있었던 것이다.
또 나폴레옹은 체계적인 보급을 위해 진격하는 루트에 보급창을 세워 먼저 보급 물자들을 채워 넣고, 수송부대를 만들어 공급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준비가 완벽했던 러시아 침략이 실패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전선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에 당시 수송 능력으로는 도저히 보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도로는 엉망이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는 마을들은 유럽의 풍부한 곡창지대와는 달리 현지징발할 물자가 없다.
이것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도 마찬가지로, 러시아 철도 궤도는 독일 철도와 맞지도 않아 이용하기 힘들었고 차량은 계속 진흙탕에 빠져 원활한 보급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1차 대전 이후 탄약은 엄청나게 소비되어 현지에서 도저히 충당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이런 이유로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은 히틀러의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고 그 역시 길어진 보급선 문제로 이집트 공격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 전쟁사에 무지해서 읽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전쟁의 진짜 양상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생긴다.
결국 이런저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려면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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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2 -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세계사 2
이주영.최서연 옮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1권을 재밌게 읽어서 2권 출간 소식이 반가웠다.
어쩌면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책을 출간하는 걸 보면 프랑스는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좀 더 사회주의적으로 보인다.
서문에 실린 편집자의 말대로 르몽드가 아니면 누가 아프리카와 3세계 국가들의 이야기를 이만큼의 비중으로 다뤄 주겠는가?
독립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특별히 반감도 없고 광우병 사태도 대중심리를 이용한 일종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이 신자유주의 물결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회의가 들기도 한다.
명분만 내세우고 말뿐인 그런 원론주의자들은 딱 질색이지만, 과연 오늘날의 이런 세계적 흐름은 잘 되어 가는 것일까, 우려가 된다.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의 이동에 규제를 없애고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보조금 없애고 노동시장 유연하게 한다고 정리해고 막하고 있는 놈이 다 갖는 이런 시스템, 대다수의 평범한 대중에게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것 같다.
나는 그저 막연히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면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보호관세가 철폐되야 궁극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져 생산성도 향산되리라 생각했는데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결국은 금융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실제로 미국은 여전히 면화 등에 대해서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미군 22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도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고 자기들까지 공동 시장과 공동 방위를 추구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결국은 다자중심주의로 가지 않을까, 또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국을 보면 세계 최고의 경제 성장률과 함께 국민총생산이 미국에 이어 2위이고 가장 중요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원료 수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등과도 좋은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프랑스 보다 국제 원조가 많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 역시 미국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외교 관계 수립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옆 나라의 패권주의를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로 느껴진다. 

세계화 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여러 국가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이런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
세계화가 곧 미국화가 아님은 너무 당연한데 세계화 하면 영어, 이런 식의 공식이 여전히 통용된다는 게 참 한숨이 나온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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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빈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 딱 맞는다.
<우리 형>의 귀엽고 착한 이미지의 미소년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정말 남자가 된 듯 하다.
크고 깊은 눈망울은 킬러로 변신해도 여전히 사슴 같아 보인다.
이 순수해 보이는 남자와 결혼할 행운녀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내용은 그저 그랬다.
임산부가 보면 안 된다고 하길래 대체 얼마나 무서운가 약간 긴장했는데 지난 번 <이끼>처럼 역시 별 건 없었다.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무뎌진 건지 요즘은 뭘 봐도 별로 슬프지가 않고, 왠만큼 잔인해서는 겨우, 저거? 이런 식이다.
잔인한 묘사는 바로 직전까지만 보여 주고 다음은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넘어간 게 오히려 덜 자극적이고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레옹을 본뜬 느낌이 많이 났다.
화분에 물 주는 것도 그렇고 전당포 주인이라는 설정도 어쩐지 비슷해 보이고.
제일 결정적인 건 바로 수미라는 소녀인데, 마틸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너무 어리고 애기라서 도저히 아저씨와의 로맨스를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나쁜 놈들한테 임신한 아내를 잃은 분노가 수미를 지켜야 한다는 보호본능으로 이어졌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저렇게까지 악을 물리치나 싶은 의아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김새론이라는 아역 배우가 뜬다고 하길래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키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그냥 말 그대로 옆집 꼬마일 뿐이다.
킬러로서의 원빈을 보여 주는 매개체 정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장기매매였다.
인도나 러시아에서 성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저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좀 섬뜩하긴 했다.
거기에 외과 의사가 관여한다는 점도 단순 깡패나 마피아 조직이 아닌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서웠다.
동남아 킬러에게 결국은 수미 대신 양눈을 뽑히고 만 장면은 설정은 끔찍하지만 솔직히 코미디 같다.
눈알 굴러 다닌는데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여튼 장기매매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상당히 무서웠다.
이건 의학과 범죄의 결합이라고 해야 하나? 

아편 밀수와 폭력, 납치, 장기매매 등을 일삼는 조직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돈.
돈을 벌기 위해 반인륜적인 일을 태연히 저지른다.
나는 항상 영화를 볼 때 핀트가 어긋나는데 이번에도 대체 저 사람들은 단지 돈을 위해 저렇게 잔인하고 끔찍한 삶을 산단 말인가, 한탄했다.
결국 죽고 나면 다 끝인 것을, 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에 아저씨가 경찰에 잡혀 가는 장면은 갑자기 법치국가 느낌이 나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저씨와 수미가 먼 곳으로 떠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바른 생활 사나이 느낌대로 경찰에 자수하다니.
어쩐지 약간은 맥이 빠진다.
한 10 여 년 후 아저씨가 출소할 때쯤 숙녀가 된 수미가 두부 사들고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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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조형 예술 - 아름다운 지중해 세계로 빠져들다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지중해지역원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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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가 무척 좋아서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한 책이다.
지중해를 상징하는 파란 바탕의 디자인도 신선해 보였다.
편집도 보기 편하게 활자와 사진을 배치해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은 솔직히 약간 산만하다.
여러 필자가 나눠 쓴 것이라 통일성이 약할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지중해 지방으로 대상을 축소시킨다고 해도 여러 나라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공통 요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따로국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슬람과 그리스, 터키 문화, 스페인, 이탈리아 문화 등을 소개한 것은 좋았지만 어쩐지 수박 겉핥기에 그친 미진한 느낌도 든다.
또 주제가 조형예술이다 보니 회화, 건축, 조각 등으로 세분화 되어 한 권의 책으로 훑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주제를 좁혀 그리스 조각, 이슬람 건축양식, 이런 식으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번에 터키 여행 다녀온 게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야 소피야 성당과 블루 모스크 등을 단지 설명만으로 상상했다면 아마 그 규모와 화려함, 장엄함에 대해 나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졌을 것이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에 책의 설명이 마음으로 와 닿는다.
끝없는 찬사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면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예술 작품임은 분명하다.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도 직접 다녀와서 더 실감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워싱턴 어빙의 책은 읽을 때는 무슨 옛날 이야기 모음집도 아니고, 좀 지루했는데 그런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알람브라의 전체적인 느낌이 완성된 것 같다.
나무들이 우거진 여름정원 헤네랄리페, 열 두 마리 사자가 지키고 있는 분수대 (이건 복원공사 중인지 가려져 있었다) 등 책을 보니 그 때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건축 분야는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된 기본적인 건축학 책을 먼저 봐야 할 것 같다.
건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건축물이야 말로 한 시대의 예술 정신을 총집합해 놓은 완성품 같다.
특히 유럽의 성당이나 이슬람의 사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번 스페인 여행 때 세비야에 못 가 봐서 세비야 대성당을 못 본 게 무척 아쉽다. 

새로운 발견은 이스라엘의 조형미술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스라엘은 유대교나 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만 알려졌지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인물상 등을 조각하거나 회화로 남기지는 않았으나 대신 솔로몬의 성전과 같은 건축문화가 중요시 되고, 여러 명절 때 쓰이는 의례도구 등도 매우 섬세하게 세공한다.
사진으로 보니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워 관심이 간다.
특히 현대로 오면서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유대인 하면 어쩐지 배타적이고 선민의식에다가 피해의식도 클 것 같은데 의외로 셈족으로서의 히브리 정체성을 주장하는 단찌거 같은 예술가들도 많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이스라엘의 현대 미술에 대해서도 알아 보고 싶다. 

이슬람의 칼리그라피는 중국의 서예와는 또다른 대단히 장식적인 문자예술이다.
막연히 아랍문자도 한자처럼 조형미가 있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서예와는 분야가 완전히 다른 예술 같다.
서예는 글자가 갖는 조형미를 중시하는 반면, 칼리그라피는 장식적 도안으로써 기능하는 느낌이다.
흘림체로 쓰는 초서도 읽기 힘들지만, 칼리그라피 역시 지나치게 장식에 치우진 나머지 글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서체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예전에 아랍 문화에 대해 모를 때는 정말 이상한 글자 체계다, 라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갖고 보니 놀랍도록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형상을 새기거나 그리지 못하게 한 대신, 식물 문양이나 글자를 이용해 이렇게 아름다운 장식 문화를 탄생시킨 이슬람의 지혜와 능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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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밥
김성윤 지음 / 클라이닉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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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궁금해진다.
호텔이나 관광지에서 먹는 식사 말고,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처럼 정말 그 나라 사람들이 주식으로 매일 같이 먹는 음식이 뭘까 항상 궁금했었다.
마침 나 같은 호기심을 가진 저자가 이런 주제로 책을 내서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됐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음식 담당 전문기자로 일했다고 하고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음식과 관련된 공부 중이라고 한다.
약력만으로 보면 충분한 셈.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좀 약한 편이다.
풀무원에서 발간하는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항상 느끼는 바지만 처음부터 기획된 책이 아닌 이런 연재물 모음은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고 주제의식이 약한 편이다.
또 잡지에 연재된 만큼 학문적 깊이나 본격적 탐구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250페이지 정도 되고 사진도 많이 실려 있고 가볍게 읽을 만 하다.
세계인의 주식에 대한 본격적인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세계화 시대라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익히 알고 있는 음식들이 많이 등장한다.
인도의 난이라든가, 일본의 소바, 베트남의 쌀국수, 프랑스의 바게뜨, 미국의 베이글, 스페인의 파에야, 중남미의 토르티야 등등.
대부분 식당에서 먹어 본 음식들이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생소했던 음식으로는 일명 이집트빵이라고 불리는 피타빵과 제노바 빵으로 알려진 포카치아 등인데 설명이나 사진으로 봤을 때 피타빵은, 지난 번 터키 여행 때 먹었던 간이 거의 안 된 빵이 아닌가 싶다.
터키의 주식은 케밥, 즉 구운 고기류인데 곡물로는 이 빵을 올리브 오일이나 수프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포카치아는 제과점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걸로 봐서 아마 직접 보면 나도 알지 않을까 싶다.
북아프리카의 주식인 쿠스쿠스는 <누들로드>에서 알게 됐다.
곡물가루를 동글게 빚어 찜통에 넣고 쪄먹는 형태인데 우리나라의 떡 같기도 하고 동그란 국수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는 역시 TV가 책보다 한 수 위다.
책으로만 봐서는 아마 쿠스쿠스가 무슨 형태인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주식은 나시고랭이라는 일종의 볶음밥인데 아직까지 못 먹어 봤다.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찰기가 없고 부서지는 쌀을 직접 팬에 볶아 조리한 후 달콤한 간장이나 소스에 비벼 먹는다고 한다.
사진만 봐서는 딱 철판볶음밥이다.
일본의 주식으로 소개된 라멘과 우동의 차이는 맛과 모양으로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설명만 가지고는 구분이 약간 어려웠다.
둘 다 밀가루를 국수 형태로 만들어 국물을 부어 먹는건데 결정적인 차이는 뭔지 궁금하다.
라멘의 원산지는 중국의 산동성으로, 이 곳의 간수가 국수 반죽을 할 때 점성을 높게 하므로 수타면처럼 무한정 길게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누들로드>에서도 본 바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중국에서 이름은 길게 늘였다고 해서 납면이라고 부르고, 우동의 면발과의 차이를 제외하면 결국 같은 범주의 요리가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냉면은 남한에 건너 온 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대표된다. 
둘의 차이가 늘 헷갈렸는데, 책을 보면서 정확히 알게 됐다.
함흥냉면은 순수하게 전분만 가지고 면을 뽑고,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를 쓰지만 점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녹말을 7:3 비율로 섞는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 면발의 차이인 셈이다.
평양냉면은 육수로 꿩고기나 쇠고기 등을 쓰는데 여기에 동치미 국물을 가미한다.
그래서 맛이 매우 담백하다.
반면 함흥냉면은 가자미회 등을 추가하고 매콤달콤한 비빔냉면 형태로 먹는다.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물냉면은 평양냉면, 회냉면이나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인데 이 구분이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다.
역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소바는 일본의 메밀국수다.
역시 글루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밀가루를 추가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아쉽게도 밀가루를 많이 쓴다고 하니, 일본 가서 직접 소바를 먹어 봐야겠다.
이 소바를 쓰유라는 장국에 담궜다 먹는데 냉모밀이 바로 모리소바이고, 온모밀이 가케소바다.
일본에서는 가쓰오부시를 장국으로 쓰는 반면, 한국에서는 멸치국물을 많이 쓴다고 한다.
<누들로드>에서도 본 바지만, 일본인들은 면 자체의 맛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물이 매우 진하고 마치 양념장에 찍어 먹듯 소량 첨가하지만 (심지어 그냥 면만 먹는 경우도 봤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국물에 훌훌 말아먹는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쓰오부시 보다는 멸치를 많이 쓴다고 한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파스타의 면발보다는 소스를 더 중시한다고 한다.
실제 이탈리아에서는 약간 덜 익힌듯한 파스타의 면 맛을 매우 중시하여 소스는 모양을 낼 정도로만 살짝 붓는 선에서 끝난다.
지난 번 <누들로드>를 보고 또 이번 책을 읽으면서 주재료가 갖는 본연의 맛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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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2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들 로드, marine님도 보셨군요. 윤상이 한 음악이 정말 좋아서 전 음악에 이끌려 본 기억이 납니다. 제가 본 것은 2,3년쯤 전이었던 것 같은데(그때만 해도 저희집 텔레비전이 나왔었지요.지금은 일부러 끊었지만), marine님이 보신 것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았죠? 이 책도 궁금해집니다. 보관함으로 책을 밀어넣게 만드는 재주!

marine 2010-08-2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dvd 로 출시된 걸 봤어요. <누들로드>와 <누들누드>가 같은 건 줄 알았답니다^^ 마지막에 보니 윤상씨도 나오더라구요. 이 책은 퀄리티가 아주 높지는 않아요. 질적인 면에서는 <누들로드>가 훨씬 앞서구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