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의 탄생 - 현대인의 지성을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로드맵
매기 잭슨 지음, 왕수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볼까 말까 망설였던 책인데 어떤 책에서 추천을 받고 호기심이 생겨 빌렸다.
인기가 많은 베스트셀러라 그런지 관외대출 상태여서 오래 기다린 책.
처음에는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보고 놀라 긴장을 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평이하다.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나 기술적인 조언을 기대했는데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집중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결국은 그 집중력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본격적인 학문적 개론서는 아닌 셈.
에피소드 나열이라고 하면 너무 박하게 평가한 걸까?
중언부언이 많아 집중력의 탄생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집필 방식이다.
그러나 단순히 학습을 위한 기술 정도로 생각했던 집중력이, 공부나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기절제력을 갖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은 큰 소득이다.
칙센트미하일의 몰입과도 비슷한 개념이랄까?
몰입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신바람, 열정,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집중력, 업 상태 뭐 이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집중력은 관심이 가는 하나의 목표에 에너지와 마음을 모아 다른 번민을 없애는 좀 더 명상적인 개념 같다.
온갖 잡다한 감정들을 떨쳐 버리고 정말 원하는 것, 그것이 일이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어떤 좋은 감정일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집중력의 분산으로 본다.
그래서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명상을 소개한다.
명상이라면 스님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종교적 목적 외에도 마음의 번뇌를 없애고 원하는 목표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다. 

한가지 깨달음이라고 하면, 나는 인간관계에 매우 예민한 성격이라 누가 나를 싫어하거나 호의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이런 것도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이고, 내가 그 사람에게 내 주의력을 나눠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으면 주변이 안 보이고 오로지 상대와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한다.
반대로 증오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증오의 감정에 집중해 다른 긍정적인 목표들이 묻히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거나 나쁜 기억들, 감정이 생기면 거기에 내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인식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
노력하면 바뀐다고 하니 (신경 회로의 유연성, 혹은 가변성 등으로 우아하게 설명한다) 한 번 애써 보려고 한다.
감명깊게 읽은 노벨상 수상자 에릭 캔델의 학습 이론이 소개되어 반가웠다.
기억한다는 것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특정 내용이 신경 회로에 저장되는 것으로, 장기 기억이 되면 시냅스가 강화되고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긴다.
이것이 가소성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성인기에도 얼마든지 성숙할 수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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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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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신간이 나왔을 때 서점에서 보고 도서관에 신간 신청 해 뒀던 책인데 근 몇 년 만에 드디어 읽게 됐다.
약간은 양식적인 면도 없지 않으나 쉽고 재밌게 읽었다.
뒷쪽에 부록처럼 딸린, 불교 용어 정리나 서양 미술사 개념 정리도 무척 유용했다.
미학과 출신답게 단순히 문화재를 예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느낌이 든다.
이 분의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어쩐지 베스트셀러 열풍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어 안 읽었는데 요즘 우리 문화재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한 번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항상 나는 뒷북을 치는 것 같다. 

인류의 시작부터 삼국시대 미술까지 역사적 사실과 결합하여 한국 미술사의 변천 양식을 쉽게 잘 기술했다.
무엇보다 도판이 선명하고 설명에 나온 것들은 대부분 실려 있어 보기 편했다.
요즘 책들은 디자인이나 도판이 참으로 훌륭하다.
전자책으로 바뀌면 이런 시각적인 부분이 많이 강화될 것 같아 기대된다.
원삼국시대라는 모호한 명칭이 항상 헷갈렸는데 자주 책에서 접하다 보니 이제 감이 좀 잡힌다.
삼국이 형성되는 기원전후부터 고대 국가의 체계가 잡히는 3세기 말까지를 일컫는 것 같다.
이 때는 고구려 백제 신라 뿐 아니라 부여와 삼한 옥저 동예 낙랑 등이 있었을 때라 원삼국시기라고 따로 명칭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유적지가 얼마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대적으로 전시한 창원 다호리 유적지다.
사실 그 전시를 볼 때만 해도 옹관묘나 널무덤이 나오고 부장품들이 출시되는 걸 보고 굉장히 옛날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이미 존재하던 원삼국 시대이니 먼먼 고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근초고왕이 등장하는 4세기만 해도 아직 마한 등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을 때다.
고대 국가로 발전하지 못해 기록이 많지 않은 게 안타깝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고구려는 만주 벌판에 이르는 큰 영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관심이 다들 많은데 상대적으로 백제 역사는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기껏해야 일본과의 연관성 수준으로 언급될까?
그래도 이번 <근초고왕>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고대 백제와 마한 등을 둘러싼 소국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 반갑다. 

도굴품이 많고 특히 일제 시대 때 무작위 발굴이 이루어져 제대로 된 조사가 시행되지 않은 점은 무척 안타깝다.
지난 번에 읽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도처럼 의미있는 작업도 있었지만 도굴에 가까운 무책임한 발굴이 많았다.
이래서 문화는 국력과 관련이 있나 보다.
광개토대왕비가 조작됐다는 학설도 나와 있던데 이성시의 책 <만들어진 역사> 에서 이미 일본인의 발견 이전에 뜬 원본 탁본이 존재함을 들어 낭설에 불과함을 지적한 바 있다.
낙랑의 위치를 놓고 이른바 재야 사학계에서는 절대로 한반도 내에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심지어 한4군이 아니라 한나라와는 관계없는 독립된 국가였다고도 함) 봉니나 칠기 등 한나라 유물들이 평양 주변에서 대량 발굴되어 학계에서는 평양 주변이 바로 낙랑이고, 일종의 자치주 수준으로 존속하였으며 초기 철기 유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다.
북한 땅에 있고 어쩐지 외세의 지배를 받은 것 같은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낙랑군의 역할은 다시 평가받아야 할 것 같다.
한국의 신석기를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나 덧띠토기 등은 중국의 채문토기와는 전혀 다른 기원이라고 한다.
과연 한국인의 선조는, 중원의 한족과는 전혀 별개인, 몽골의 퉁구스족 일원인 예맥족이 남하한 것인지 궁금하다.
기존에는 이런 북방전래설이 힘을 얻었는데 요즘에는 또다시 북방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말도 있고 어쨌든 과학이 좀 더 발전하면 더 많은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KBS 역사스페셜에서 매사냥 전통을 다룬 적이 있는데 그 때 황룡사 9층탑에 새겨진 여러 나라 중 응유라는 국명을 가리켜 매를 지칭하는 말이고 곧 백제를 뜻한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는 백제나 고구려가 신라가 정복하기를 기원하여 탑에 새긴 국가명에 들어 있지 않다고, 백제와 고구려를 외세로 보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나는 아무래도 저자가 정확히 모르고 감상적인 접근을 한 것 같은데 다른 자료를 참조해야 할 것 같다.
선화공주와 무왕의 사랑 얘기도 나오는데, 이미 무왕의 왕후는 선화공주가 아닌 사택왕후이며 2009년도에  미륵사지 석탑에서 그녀가 발원한 사리봉안기에 명문이 발굴되어 기록과 다름을 보여줬다.
저자는, 이 차이를 두고 선화공주가 첫째 부인이고 사택왕후가 다음 부인이었을 수 있다고 설화와 유물 간의 간극을 메우려고 한다.
문헌 기록보다는 실제 유물의 발굴이 더 중요하고, 정황상 불가능 하다, 아마 이랬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헌 기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태도다.
그래서 역사학은 고고학적 성과가 동반되야 하는 것 같다. 

1권만 출간되서 2권이 더 기대된다.
특히 2권은 고려 청자가 나올 시기니 더욱 기대됨.
요즘 삼국시대 토기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는데 이 쪽으로 좀 더 알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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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2 -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세계사 2
이주영.최서연 옮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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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막 나왔을 때 신간 신청해서 읽고 재독하고 있는 책.
음, 처음에는 뭐가 뭔 얘긴지 헷갈리고 별 재미도 없었는데 1권 보다 2권이 더 익숙하고 일독보다 이독을 하니 더욱 흥미롭다.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지역선행연구가 필수라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지도와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세계 정세와 관계 변화 파악에 도움이 된다.
아쉬운 점은 두 페이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관심을 촉구하는 선에서 만족하는 소개글에 그친다는 점.
그래도 최근에 출간된 책이라 리비아나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 얘기까지는 실리지 않았지만 비교적 따끈따끈한 정세가 담겨 있다. 

식량 주권과 세계화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공산품과 서비스업을 팔기 위해 관세 철폐를 주장하는 미국이나 EU 등은 개도국을 달래기 위해 농산물 수입을 양보했지만 여러가지 형태로 암암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국 영농을 보호하고 있다.
차관을 갚기 위해 개도국에서는 수출 작물 재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주식으로 먹어야 할 식량은 선진국에서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2008년의 식량 파동은 금융 위기에 따른 인재라는 말이 머리에 콕 박힌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투기 자본들은 식량 등과 같은 원자재에 투자하고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값이 폭등하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금융 소득에 대한 규제야 말로 다같이 잘살기 위한 진보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토빈세를 물리는 것처럼 말이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른바 바이오 연료라는 것 때문에 수만톤에 달하는 곡식이 빠져 나가 기아에 한 몫을 했다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예전에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이 허상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이 책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와 같은 수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농민들은 점점 더 상품 작물 재배에 힘쓰기 때문에 곡식의 재배 면적은 점점 줄어든다.
책에서는 식량 주권을 확보하라고 강력하게 말하는데, 한국이 대표적인 식량 수입국으로 나와 황당했다.
쌀은 남아 돌아 버리는 판국인데, 밀이나 옥수수 같은 농작물을 수입하나?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가던 것들도 자꾸 반복해서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계화로 기업간의 무한 경쟁과 생산지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전세계 임금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해야 한다.
값싼 개도국 임금 노동자들이 선진국 노동자들의 경쟁 상대인 셈.
원가를 절감하는 첫번째 길이 바로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이니,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란 바로 해고를 자유롭게 하자는 고용 불안정성과 같은 얘기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내수 시장은 악화된다.
정부는 돈을 풀어 수요를 진작시키고 채권 같은 걸 대량 발행하여 적자에 허덕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 같은 경우도 신용 등급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막 풀면서 뻥 하고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보장해 주는 것이 소비 진작과 내수 경제 유지에 핵심일텐데 과연 어떻게 이것을 보장할 것인가?
얼마 전에 읽은 <한국의 가난>에서도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언급했다.
임금 보전이 어렵다면 대신 주거비나 의료비 등과 같은 필수적인 부분의 지출을 보조하여 작은 임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 줘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실감한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내전 중이고 지역마다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한국만 휴전선을 놓고 대치 중인 줄 알았는데 전 세계가 들끓고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 같은 패권주의 국가들이 뒤를 봐주면서 내전은 더욱 치열해 간다.
정규군은 당해내기 힘드니까 손쉬운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방법으로 세력을 넓히는 이른바 민병대 때문에 21세기 전쟁의 희생자 중 90%가 민간인이라고 하니, 오늘날 전세계적인 난민의 증가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3천만명에 달한다는 쿠르드족은 과연 독립 국가를 얻을 수 있을까?
코소보 같은 작은 나라도 독립하는 마당에 티벳이나 신장 같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독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전체 중국 면적의 1/6 에 달하고, 시짱 자치구는 40%의 영토라고 하니 중국이 그들을 절대 내어줄 리 없을 것 같다.
걱정했던 핵전쟁 같은 대규모 살상보다는 크고 작은 지역간 분쟁이 더욱 활발해져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평화는 오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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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난 (반양장) - 새로운 빈곤, 오래된 과제
김수현.손병돈.이현주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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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빌릴 때 도서관 사서가 기존에 빌렸던 책인데 다시 빌리냐고 물어 봐서 한 번 봤던 책이란 걸 알았다.
알라딘 보니 구판에 내 리뷰도 있다.
왜 내용이 전혀 생각이 안 날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영국의 동네 재생 프로그램이 있다는 부분을 읽으니까 그제서야 아, 하고 기억이 났다.
아마 그 부분이 아주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300 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이고 비교적 쉽고 친절하게 쓰여져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재독은 또다른 가치있는 독서다.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많은 인터넷 서점 싸이트 중 우연히 여기를 고른 건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서재가 이용되고 있어 개인적인 감상문 저장 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감사드린다.
비록 서점 보다는 도서관 주이용자라 실적이 높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무상급식 때문에 말도 많고 시끄러운데 2007년 책이 쓰여질 당시만 해도 무상급식은 논의에 오르지 못했던 것 같다.
무상급식 아동들이 사회적 낙인이 찍혀 상처를 받는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그 때만 해도 무상급식까지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책 읽으면서 결국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위해 시행되어야 하는 제도가 아닐까 싶어졌다.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는데 비슷한 소득의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복지 정책에 투자하는 비용은 1/4 수준이라는 게 놀라웠다.
세금 많이 걷는다고 포퓰리즘이니 공산주의니 하는 원성이 높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의 재원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시대적 변화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전세 문제였다.
저자는 전세자금 마련에 목돈이 들기 때문에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월세나 쪽방 등을 전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에는 아예 전세 제도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을 만큼 전세난이 심각해졌고 엄청난 속도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
아파트값이 안 오르니 누가 전세를 주겠냐, 서구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주거 비용이 싼 거다, 전세제도야 말로 집 장만할 수 있는 임대인 유리한 제도다 말이 많아 과연 복지 선진국에서는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했다.
자세한 기술은 부족하지만 대체적으로 복지 국가에서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임대 주택 비율이 매우 높았다.
평균 20% 정도이고 스웨덴 같은 북유럽 선진국은 40%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책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주거비 비용을 줄이면 소득이 작아도 나가는 지출이 적기 때문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줄어든다.
교육비 역시 마찬가지다.
반값 등록금 투쟁하는 것처럼 대학 등록금이 줄어들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더 나아가 무상의료 등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필수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여야 오늘날과 같은 고용 불안정 시대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이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은 결국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어떻게 그 부분을 해결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 내지는 노사정 대타협 이 정도 선에서 끝나고 있어 갈등 해결의 원론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
복지 확대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필요하고 국가의 재정은 결국 세금에서 나오는 것인데 과연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에 얼마나 합의해 줄지 미지수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는 해묵은 질문도 별 의미가 없게 된 것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이미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세계화 시대인 만큼 국가를 넘어선 거대 경제 구조가 자리잡아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이상 복지 문제를 파이 키우기 명분에 미뤄둘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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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100선 (반양장) - 개정판
국립중앙박물관 엮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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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재밌게 읽은 명품선집.
뒤에 명품에 대한 정의와 의의가 나와 더 유익했다.
요즘에는 비싼 상품에 쓰는 말이지만 원래는 1970년대에 보존해야 할 가치를 지닌 문화재에 처음 붙여졌다고 한다.
이를테면 중앙박물관 명품선집, 이런 식으로 말이다.
명품이란 의미는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유일무이한 독창성을 가지며 인류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사물에 붙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단어가 오늘날 비싼 럭셔리 소비재를 지칭하는 말로 전락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외국인이 볼 수 있도록 한글 설명 아래 간략하게 영어 설명이 덧붙여져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다.
국보와 보물이 많지만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다양한 유물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골고루 선별해서 실었다.
박물관이 무료화 된 후 마실 삼아 자주 다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물들이 눈에 익다.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정책이다.
사진 도판이 매우 선명하고 설명도 간략하지만 핵심을 짚고 있어 박물관에 처음 온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할 것 같다.
한국인이라 한글로 된 설명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유물 하나 하나에 대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니 이게 또 하늘과 땅 차이라,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느꼈었다.
내국인이 이 정도라면 외국인의 유물 관람은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겠구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 역시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가서도 눈으로 휙 보고 왔으니 결국 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 같다.
어쩔 수 없이 문화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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