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에 홀리다 - 조선 민화, 현대의 옷을 입다
이기영 지음, 서공임 그림 / 효형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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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표지도 너무 예쁘고 민화 작가 서영임씨의 도판들이 책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저자는 특이하게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기업체 연구소에 있다가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 도자기 회사를 차린 이력을 갖고 있다.

도자기 도안으로 민화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민화가 어떻게 발생했고 현대까지 이어져 왔는지 그 과정을 재밌게 설명한다.

사실 민화 예찬론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고 어떤 부분은 일방적인 찬양과 감탄 일색이라 휙휙 지나가기도 했지만 17세기 진경산수화부터 시작해 조선 사대부들과 중인 계층, 또 상공업과 농업 경영의 발전으로 부를 획득한 서민층 등의 예술 표현 욕구들을 민화의 발전 과정으로 연결시키는 글솜씨는 아주 매끄럽다.

아래에 인용한 책을 꼼꼼하게 밝혀 놨는데 일단 출처를 밝힌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긴 하나, 민화의 역사 부분은 거의 모든 글이 전부 인용문이라 자신의 견해가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이해는 한다.

전에 살림 총서 중 어떤 책을 읽는데 기존에 읽었던 번역서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베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굉장히 화가 났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거에 비하면 양심적이긴 하다.

허균씨가 쓴 민화 이야기도 있던데 같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한 가지 의문은 왜 민화는 일본의 우키요에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을까?

비단 국외 뿐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진경산수화나 풍속화에 비해 그다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마추어 그림이라 굳이 평론할 가치를 못 느끼는 걸까?

민화 작가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민화는 일종의 일러스트레이션이고 디자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즉 얼마든지 현대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쉬운 점은, 대부분 상징과 은유 같은 도상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자나 유교 경전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인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그림들의 도상을 현대인이 쉽게 이해하는 것은, 유럽식으로 세계화가 됐고 여전히 기독교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많이 안 해도 관람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잉어 두 마리가 있으면 연이어 과거에 합격하라는 의미인 줄 어떻게 알겠는가.

전통문화의 단절이 아쉬운 대목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의 삶이 향상되면서 개인의 주관성과 레저 활동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사실주의나 인상주의가 발달했고 역시 에도 시대의 조닌 계층의 생산력 향상으로 대중문화인 우키요에가 탄생했듯 조선 후반기에도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민화나 판소리 같은 서민 예술을 발전시켰다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여전히 조선은 사대부들의 나라이고 대중예술을 논하기에는 힘이 약해 보인다.

요즘 들어 민중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현대적 관점에서 의미부여를 하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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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현 자산관리사가 폭로하는 금융사의 실체와 진짜 부자 되는 법
박창모 지음 / 알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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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드는 문제로 요즘 고민하고 있던 터에 누가 추천해 줘서 읽은 책이다.

가능하면 이런 자기계발류나 재테크 책은 안 읽으려고 하는데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라 성공한 독서라 하겠다.

저자의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

먼 미래의 은퇴 자금 먼저 걱정할 게 아니라 당장 종잣돈 만드는 게 우선이고 더 중요한 것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여 목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적금이나 펀드 등을 헐지 않고 쓸 수 있게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전에 읽은, 은퇴자금은 3억으로 충분하다는 책에서도 이런 얘기를 봤던 것 같다.

국민연금을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개인 연금 하나 정도 들면 되고 나머지는 노후에도 은퇴할 생각하지 말고 작은 월급이라도 나오는 곳에서 일하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저축성 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사업비를 10% 정도 차감하기 때문에 적어도 7년 이상은 유지해야 겨우 원금이 나오고, 10년 이상 묵혀 둬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 확보에 장애가 되고, 차라리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라 이런 조언은 수긍하는 바다.

할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워낙 건강하셨고 옛날 분이시라 보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치료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뜻밖에 국가암환자 관리에 등록이 되어 실제 치료비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간병인 대신 가족들이 간호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용적인 면이 발생할 것 같다.

어쨌든 의외로 병원비가 많이 나오지 않아 깜짝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부터는 의료보험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됐고 굳이 사보험을 따로 들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입원해야 할 만큼 중병이 드물 뿐더러 입원을 하게 돼도 6세 미만은 국가에서 10% 본인부담금만 내면 전부 지원해 준다.

그래서 나는 태아 보험도 안 들고 아이들 보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차라리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에 저축을 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강제적인 저축이 제일 좋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입장이다.

 

물론 은행 이자가 물가상승률 따라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투자 개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나온 바대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만 65세 정도까지 보장이 되는 사망보험금도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단, 여유가 된다면 말이다.

저자는 일단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므로 지출과 급여 통장을 분리하고 지출 통장에서 체크카드를 만들어 변동지출을 관리하라고 한다.

사실 나도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데 (결산하기가 참 힘들다) 신랑이 카드는 다양하게 쓸수록 좋다는 주의라 이 부분이 맞추기가 참 힘들다.

신용카드로 쓰나 체크카드로 쓰나 어차피 나가는 돈은 비슷하고 체크카드를 쓸 경우 통장 잔액을 계속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신랑이 크게 과소비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은 나도 양보하고 있다.

이 놈의 신용카드 때문에 한 달 수입과 지출 맞추기가 참 힘들다.

이 달에 쓴 돈이 다음달에 나오니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감이 잘 안 오고 할부 같은 게 있으면 더 복잡해진다.

(사실 나는 할부도 싫어해서 일시불 할인받아 사는데 반대로 신랑은 왜 무이자 할부 제도를 이용하지 않냐는 주의다, 심지어 차를 살 때나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돈이 있는데도 꼭 장기 할부를 선택한다. 한꺼번에 돈이 나가는 것보다 조금씩 나가는 게 이익이라는 주의다)

 

목적에 맞게 통장을 분리하라는 조언은 많이 들어 봤다.

귀찮아서 대충 한 달 쓰고 남은 돈은 따로 모으기만 하는데 적어도 여행용 통장 정도 만드는 건 좋을 것 같다.

휴가 때 여행을 가게 되면 갑자기 적자가 되는데 이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6개월 단기 적금으로 들어 모은 돈 안에서 예산을 잡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경조사비나 예상치 못한 병원비 등은 비상금 통장에서 해결하라고 한다.

보너스가 나오면 다른 통장에 따로 모아야 흐지부지 없어지지 않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재테크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게임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지출 통제가 되고 종자돈이 모이면 다음에 할 일이 바로 투자인데 저자는 적립식 펀드를 장기간 투자할 것을 권한다.

한창 펀드 열풍이 불 때 은행 직원 말에 혹해서 동양종금에 두 개 정도 했었다.

말 그래도 매월 적립식이라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대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적금 뿐 아니라 이 펀드도 해약을 하게 됐다.

다행히 오르는 시점이었는지 꽤 수익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늘 돈이 쪼들려 펀드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이제는 좀 해볼까 싶기도 하다.

저자 말대로 여기 저기 종목을 나누어 분산투자하고 매월 적립하고 적어도 3년 이상 기다리면서 목표수익율에 도달할 때 환매한다면 큰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제일 걱정되는 게 은퇴 후 연금 마련과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문제다.

연금은 일단 집을 먼저 마련한 후 몇 년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고, 그보다는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다.

저자의 생각이 내 스타일에 잘 맞아 이 사람이 쓴 다른 책도 좀 찾아볼까 싶다.

변액연금이니 변액유니버셜이니 하는 저축성 보험에 대해서는 딱 맘을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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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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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꽤 된 것 같은데 도서관에 구비가 안 되어 있고 신청하기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다른 책 찾다가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꺼내 들었다.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책은 지나치면 결국 못 읽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읽게 된다.

유홍준씨의 다른 책, <완당평전> 이나 <화인열전> 등을 재밌게 읽어서 기대했는데 역시 편안하게 잘 풀어 쓴 책이다.

신문 연재용이라 그런지 더욱 쉽게 다가온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문화재 관련 책은 글 뿐 아니라 사진이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월관음도의 섬세한 옷자락이나 몽유도원도의 확대된 컷 등은 정말 정밀하게 잘 찍혀 있어 귀한 문화재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제목이 <국보순례>라 말 그대로 국보 1호부터 쭉 설명하는 줄 알았는데 국보급 문화재로 범위가 꽤 넓다.

우리나라에 없는 몽유도원도나 수월관음도 등이 실려 있어 더욱 반가웠다.

다른 그림들도 훌륭하지만 역시 조선 최고의 화가인 정선과 김홍도 그림의 품격은 참으로 뛰어나다.

겸재 정선展 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을 때 분명히 나도 가서 보고 도록도 샀던 것 같은데 어쩜 이렇게 기억이 없는지 모르겠다.

성 베네딕토회에서 왜관수도원에 기증한 그림 중 <내금강산전도>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 명작이다.

왜 정선을 진경산수화의 대가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관아재 조영석의 표현대로 겸재는 중국 그림의 모방에 멈추지 않고 누구보다 개성있는 필치로 한국 산천의 정경을 그려 냈다고 생각한다.

단원 김홍도가 연풍 군수로 있을 때 근처 단양 풍경을 그린 화첩도 정말 볼 만 했다.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생략과 변형을 선보인 단원의 풍경화는 참으로 일품이다.

먹이 가진 여백과 농담을 시원한 필치로 너무 잘 표현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가들이다.

 

뒷부분을 한참 동안 못 읽다가 도서관 반납 기일에 걸려 어제 급하게 읽었다.

음, 역시 재밌다.

뒷쪽에는 해외 박물관에 소장된 국보급 문화재들이 소개되어 더욱 좋았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재들은 당시 수집가들의 감식안이 더해져 국내에 있는 것들보다 미학적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특히 고려 청자는 그 자태가 너무나 황홀하여 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한국 문화를 중국과 일본의 아류 혹은 마이너리그로 보는 견해가 서구에서 강하다고 하는데 책 말미에 실린 미국 연구자의 말처럼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의 화려함, 혹은 거대함과는 구별되는 단아하고 소박한, 그러면서도 우아한 분명한 차이점을 지닌 매혹적인 문화라고 확신한다.

한 가지 수긍할 수 없는 점은, 왜 꼭 일본 천황을 일왕이라 불러야 하는가다.

저자 역시 일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식민 지배의 역사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일왕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베트남처럼 황제를 표방했던 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당연히 황제라 불러 주면 되는 것이고 일본 천황 역시 고유 명칭이니 그렇게 부르면 되는 게 아닐까?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는 외교적 제스춰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고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찍을 때는 꼭 황제 운운하면서 이웃 나라에 대해서는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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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의 꿈 - 고구려 중흥의 군주 미천왕 평전
이성재 지음 / 혜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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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들어 처음 읽은 책.

200 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분량의 책이지만 내용은 풍성한 편.

사학과를 나오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책의 신뢰성에 대해 약간은 걱정을 했지만 광개토대왕이나 연개소문을 제외한 고구려 인물에 대해서는 워낙 자료가 부족한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됐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비교적 성실하게 사료와 여러 자료들을 참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안 알려진 인물, 고구려 15대 미천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덤으로 선비족의 전연과 후연, 또 서진 시대 팔왕의 난과 같은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잘 모르던 시대였는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아침에 읽어서 그런지 잘 모르는 이 부분 나올 때 약간 졸기도 했다.

 

제일 눈에 거슬렸던 부분은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학자들이 그렇듯 (혹은 이덕일씨처럼 재야 사학자가 그렇듯) 유물이나 유적 같은 고고학적 발굴 보다 사료의 행간을 읽는데 주력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실제 증거보다 정황상 이렇다는 식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철의 제국 가야> 를 쓴 김종성씨 책에서도 많이 느낀 바다.

고대사에 대한 자료가 워낙 부족하고 분단 상황에서 발굴마저 쉽지 않으므로 고조선이나 고구려 등에 대한 역사는 상상의 여지가 참 많은 편이다.

특히 이 나라들은 한반도의 북방에 위치해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족 자긍심과도 연결되어 더욱 자의적 해석을 확장시키고 있다.

낙랑군의 위치만 봐도 그렇다.

이미 평양에서 수많은 중국제 유물이 발굴되었는데도 유물만 가지고는 모른다, 사서를 읽어 보면 정황상 평양에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식의 논지를 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말 낙랑이 한반도 밖에 있었다면 만주 송화강 등지에서 발굴된 실제 유물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중국 역사서들이 춘추 필법으로 역사를 기록하여 한족만 유리하게 써 놨다 해서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대부분의 역사서가 다 승자가 기록하는 것이니 믿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고, 그나마 자기 역사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말갈이나 숙신 등과 같은 고대 민족들은 억울해서 어쩌란 말인가?

한족에 대해서는 고구려가 중국측 역사서에 기록된 것과는 달리 사실은 대단한 강대국이었다 하면서도, 부여, 숙신, 말갈, 여진 등에 대해서는 큰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는 식으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건 정말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미천왕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순전히 드라마 덕분이다.

감우성과 이종원이 주연한 <근초고왕>에서 사유 고국원왕의 아버지로 소금장수였던 미천왕이 등장한다.

실제 배우가 연기한 것은 아니고 대사 속에 여러 번 언급됐다.

전연의 모용황이 환도성을 공격하면서 아버지의 시신을 도굴해 가고, 어머니와 아내를 인질로 잡아가서 사유는 일생을 연과의 전쟁으로 보낸다.

사극의 좋은 점은 왜곡도 물론 있겠으나 당시 역사적 사실과 시대적 분위기에 대해 배경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근초고왕> 이라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미천왕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쩐지 이름에서 풍기는 게, 미친왕 이런 느낌이 들어 별로 안 좋았는데 알고 보니 장사지낸 곳이 미천, 즉 아름다운 냇가라 美川 이라 했다고 한다.

사유는 고국원에 묻혔기 때문에 고국원왕이 된다.

삼국사기에 이들 왕의 이름이 다 나왔다는 게 참 신기하다.

 

미천왕의 가장 큰 업적은 낙랑과 대방군 정복이라고 한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고 뒤를 이은 고국원왕은 전연과의 싸움에서 밀려 국력을 크게 확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소수림왕과 고국양왕, 그리고 드디어 광개토 대왕 때 고구려는 전성기를 맞는다.

동수묘라고도 알려진 안악3호분의 주인공을, 저자는 미천왕의 시신이 전연에서 돌아온 후 이장한 무덤으로 본다.

북한 학계에서는 고국원왕의 왕릉으로 본다고 한다.

널방 쪽에 그려진 인물상에만 동수라고 주인공을 밝히는 명문이 있어 실제 무덤의 주인이라기 보다는 무덤 조성하는데 도움을 준 인물로 보고 있다.

또 왕릉급 유물들이 출토되어 신하의 묘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무덤에 무녕왕릉처럼 명문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무녕왕릉을 제외한 어떤 왕릉에서도 이런 명문이 발굴되지 않은 걸 보면 당시에는 왕의 일대기 등을 기록하는 문화가 없었던 모양이다.

 

뒷부분에 고국원왕이 소열제를 칭했다고 천자의 나라였다느니 여진이나 숙신 말갈 등을 거느린 황제국이었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앞에서는 전연으로부터 아버지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모용황으로부터 영동대장군이라는 지위까지 하사받으며 칭신했다고 밝힌다.

칭신한 것은 단지 시신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수서>에 나온 소열제라는 호칭을 두고 중국과 대등하게 생각했다고 보는 것은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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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플래너 - 세상에서 가장 쉬운 21일 행복 실천법
레지나 리드 지음, 이고은 옮김 / 나무발전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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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북세션에 소개된 신간.

뻔한 내용 같아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신년인만큼 뭔가 좀 해 보려는 욕구가 생겨 마침 국립중앙도서관에 있길래 읽게 됐다.

익히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들.

공간과 시간, 인간관계의 다이어트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정리법은 결국 버리기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산더미처럼 밀려 있는 서류들, 처리되지 못하고 나를 기다리는 이 서류들을 먼저 정리해야 공간 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그런데 일을 미루는 이유는 저자의 말대로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일 자체에 대한 두려움, 막판에 가서야 집중력이 생길 것 같다거나 (마감 효과) 완벽주의 때문에 마감을 못하고 계속 미루는 것 등등...

다 공감하는 바다.

나 역시 약간은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강박증적 성격이라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다 보니 일의 진척이 느리다.

또 과제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처음 시작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마감 시간이 닥쳐서야 미친듯이 몰아쳐 마무리를 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엄청 주는 편.

저자는 먼저 며칠 앞서서 나만의 마감 시간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단계를 여러 개로 나누어 각자에 대해서도 마감 시한을 정하라고 한다.

목표 세분화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된 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

두렵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 하다 보면 관성의 법칙이 생겨 일을 추진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

 

버리기도 매우 중요한 정리법이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보관하고 있는 철지난 자료들이나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옷장을 열어 보면 몇 년간 자리만 차지하는 옛날 옷들이 가득하다.

결국 물건이란 소비적인 것이므로 필요할 때 사서 부지런히 쓰고 필요가 다하면 바로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잡지 지난호도 버리라는 말에 뜨끔했다.

책에 대해서는 아무리 오래된 거라도 선뜻 버리질 못해 가능하면 안 사고 빌려 읽으려고 한다.

공간 다이어트의 핵심은 일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하기와 버리기에 있는 것 같다.

 

자기 전에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계획하기, 미리 준비해서 여유있는 아침을 맞기, 뭐 이런 세세한 팁들이 이어진다.

나도 올해는 플래너에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려 한다.

그냥 생각하는 것과 쓰는 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플래너 한 권을 다 못 쓰고 1년이 가버리는 걸 보면 꾸준히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 전에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매일 써 보라는 조언은 다른 곳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까?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여 심리적으로 대비하는 게 습관인 나로서는 이 훈련도 열심히 해 봐야겠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

이런 조언은 참 실천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확실히 경험이 많아지면 (성공이든 실패든) 어떤 일에 대한 요령이나 감이 생기는 것 같기는 하다.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자세히 쓴 다음,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다시 세분화 시키라는 말도 있다.

큰 범주로 나누자면, 직장, 가족, 개인, 집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특이한 게 바로 집이라는 항목이었는데 집을 꾸준히 관리해 줘야 유지가 된다는 점에서 이것도 필요한 항목 같기는 하다.

타이머를 이용해 15분 청소법, 이런 것도 아이디어 같다.

시간을 많이 잡아 먹지 않고 범위를 좁혀 빨리 해치우는 것이다.

결국은 버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겠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정리법을 적용하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no 라고 말하기라고 할까?

그런데 말하는 요령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나에게 의지하지 않고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

결국은 내 시간 뺏지 말라의 부드러운 표현이겠으나 불필요한 잡담이나 감정의 전이 등이 내 기분을 망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감정의 낭비를 막는 최고의 길 같다.

누가 부정적인 말을 하면 그 기분에 휩쓸리지 말고 머리에서 차단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나 보다.

인간이 원래 공감 능력이 발달한 종족이라 그런가?

나부터라도 주변에 좋은 기분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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