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 에덴에서 느보 산까지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1
한기채 지음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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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책.
내가 기대한 것은 성경에 나오는 역사적인 장소들에 관한 인문학적 지식인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위해 쓰여졌다.
제목과는 달리 지명에 관한 얘기는 거의 안 나오고 모세 5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하나님을 영접했는지에 관한 신앙 얘기가 주를 이룬다.
매 장마다 삽입된 지도와 명화들은 훌륭하다.
총천연색 도판이 돋보임.
그러고 보면 서양 문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을 빼면 논의가 힘들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문학으로서의 성경은 매우 사랑한다.
저자의 해설처럼 성경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뇌와 모순에 가득찬 행동들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신과 세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성경에 등장하는 모세와 여호수와 같은 의인들, 혹은 영웅이나 신앙심 굳건한 이들을 보면, 어쩌면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자 하는 의지를 神 이라는 존재로 의인화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 용기와 확신, 긍정성, 희망 등을 각자의 신으로, 유대인이라면 여호와라는 인격신으로 표상하여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정표로 삼은 게 아닐까.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을 때는 그 확신과 무오류가 너무 싫었지만 요즘은 삶이 힘들어서인지 무엇이 됐든 자기 삶의 중심축이 있다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성경은 과학이네, 하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종교 경전이 갖는 위대함을 깍아 먹는, 매우 저급한 행위 같다.
비록 창조설이나 인격신을 실재하는 것으로 믿지는 않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신앙의 의미로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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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 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전작 <보보스> 보다 더 인상적으로 읽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철학서 같기도 하다.
에리카와 해럴드라는 가상의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시작해 해럴드가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너무 잘 서술했다.
제목처럼 인간은 사회적 존재임을 강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인간이 이성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매우 감정적이라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결정이 이성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상대방과 나의 감정 상태를 잘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세기 철학사에 양립했던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와 베이컨의 경험주의는, 21세기에 보자면 경험주의의 승리인 셈.


 

주인공 에리카는 그야말로 아메리카 드림의 표본이다.
어머니는 중국 이민자로 노동자 계층로 알콜 중독이고, 아버지는 멕시코 이민자로 양육의 의무를 팽개치고 집을 나가 버렸다.
슬럼가에서 사는 에리카는 미국 사회의 하층민이지만 야망을 품고 상류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
<한국의 빈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바지만, 빈곤 탈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어느 나라에서든 교육인 것 같다.
저학력과 빈곤은 가장 큰 연결 고리가 아닌가 싶다.
에리카는 성적이 부족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아 일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소수민족에게 대학 정원을 따로 배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역차별일 수도 있겠지만 에리카의 사례에서 보듯 빈곤의 대물림을 막으려면 사회에서 이 정도는 배려해 줘야 할 것 같다.
에리카는 창업을 하고 망하기도 하지만 다시 입사한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해 중역으로 올라서고 CEO 까지 된다.
승승장구 하던 그녀는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자 장관을 역임한다.
이제는 UN 에서 주최하는 회의의 VIP로 참석할 만큼 최상류층이 된 것이다.
반면 남편 해럴드는 학예사로써 박물관 전시를 기획하고 책을 쓰는 작가다.
그는 에리카의 남편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아기도 없이 아내만 잘 나가자 결혼 생활에 갈등을 겪으면서 잠깐 알콜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중간에 에리카의 외도도 있었다.
이런 갈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극복하면서 에리카가 대선 캠프에 합류할 때 같이 참여하여 연구소 위원이 된다.
나는 에리카 부부의 결혼 생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보통은 남편의 사회적 성공에 아내가 편승하기 쉬운데 (마치 힐러리 클린턴처럼)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사례를 보여 줬다는 점이다.
에리카의 성공을 질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기에 묻어가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능력을 발휘하는 해럴드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보기 힘든 바람직한 예로 보였다.
또 에리카 역시 자신의 야망에 걸맞는 남자를 찾기 보다는 젊은 시절 사랑으로 한 남자를 선택해 남자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 것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결혼할 때 조건 따지는 현실에 대한 일침이랄까.


 

마지막에 해럴드가 은퇴 후 유럽의 역사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가이드를 하는 장면은 바로 내가 꿈꾸던 일처럼 느껴졌다.
사업가인 에리카는 사람들에게 역사 유적지를 설명하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해럴드를 위해 여행사를 차려 준다.
이른바 문화유적 답사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가이드를 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나중에 은퇴하면 문화해설사 정도는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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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빈곤 - 다차원적 접근과 재생산 메커니즘
김교성.노혜진 지음 / 나눔의집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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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빈곤층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
교양서 보다는 다소 딱딱하고 본격적인 학술서 보다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통계 기법이나 도표 등은 지나치고 읽으니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화두가 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 생각해 본 계기가 됐다.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 약자 위주의 선별적 복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을 듣고 보니 시민권의 하나로써 우리가 투표권을 행사하듯 권리로써 국가로부터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고 남성들 역시 일정 세금을 낼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나라에서 1인 1표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으니 앞으로 복지 제도가 더 발달한다면 재산이 많든 적든 국가로부터 생활 유지에 필요한 기본 소득을 받는 것도 당연한 권리가 될지로 모르겠다.
문제는 재원 조달인데 알래스카 주처럼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세금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니 결국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하고 조세 저항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수급권자들에게 덧씌워지는 낙인 효과와, 수급권자 선정 과정의 복잡한 행정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 소득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빈곤이라는 것이 단지 소득만 결핍된 것이 아니라 여가 시간 부족, 사회적 참여 부족, 미래 설계 능력의 부족, 주변 관계의 단절, 주거 환경 열악, 건강을 돌볼 능력의 부족 등과도 연결된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특히 나는 이 시간 빈곤이 가장 와닿는다.
빈곤층의 경우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저임금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여가와 발전을 위해 쓸 시간이 부족하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는 미취학 아동이 있으면 돌봄 노동과 가사까지 책임져야 하므로 더욱 빈곤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보육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취약 계층은 노령, 여성, 저학력이라고 한다.
교육열 높은 사회에서 자라다 보니 모든 학생들이 적어도 고등학교는 마치는 줄 알았는데 빈곤층의 대부분이 중졸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랬다.
빈곤 탈피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에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공교육의 질 향상에 많이 투자해야 할텐데,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는 현 상황은 복지 면에서 보자면 참 암담하다.
그러니 강남에 사는 아이들만 일류대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수급권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 여부를 따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 부양의무자 여부가 조건에 들어가지 않았고 표에 나온 예시로는 일본과 한국만 해당됐다.
부양의무자란 빈곤층 부양을 국가가 아닌 친계 가족에게 맡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서로 보면 부모 부양은 당연히 자식들 몫이고 친척이 가난한데 주변에서 안 도와주면 욕을 먹는 법이라,  법에서도 빈곤층 부양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실제 가족들과 교류가 끊긴 경우에도 자식들이 있으면 수급권자로 선정되기 힘들다고 한다.
재산 여부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복지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사적 관계에 부양을 떠넘긴다는 건 국가의 책임 회피로 보인다.
부모나 친족을 돌보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권장함이 바람직한 일이지, 법적인 의무로 고지할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새 대통령이 뽑혔으니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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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역사기행 - 서해컬처북스 4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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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나이가 들었음이 확실하다.
읽었나 안 읽었나 애매한 것들은 나중에 보면 알라딘에 내 리뷰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왜 이렇게 가물가물할까.
2004년도에 올린 리뷰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
이런 점에서는 알라딘이 참 고맙다.

이집트 역사에 대한 정말 좋은 해설서다.
쉽고 재밌고 무엇보다 전문성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딱 하나 애매했던 점은, 모세를 람세스 2세 시대 인물로 단정지은 점인데, 내가 읽은 다른 책에서는 모세의 출애굽을 신화로 치부했기 때문에 성경을 반드시 실제 사건의 기록으로 봐야 하느냐가 의문이다.
성모 마리아의 처녀 수태는 이시스 여신이 페니스 없는 남편 오시리스 신의 아들 호루스를 낳은 신화를 차용했다고 한다.
유대인의 유일신 개념은 신왕국 파라오 아케나톤의 종교개혁인, 아텐 신을 차용한 것이고.
노아의 방주도 수메르 신화에 이미 나오는 걸 보면, 결국 인류 문화는 보편적인 것의 변용이 아닐까 싶다.
바와 카, 아크트라는 개념도 나중에 플라톤이 응용해 이데아라는 본질적 개념을 만들었다고 하니, 과연 5천년 전에 시작된 인류 최초의 문명다운 위용이다.

 

피라미드라면 당연히 왕묘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시신이 발굴된 경우는 딱 한 케이스에 불과하고 내부는 육중한 화강암 덩어리라 실제 묘지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고왕국 시대 무덤은 지상에 시신을 놓고 그 위네 장방형의 기념물을 올려 놓은 마스타바가 일반적이었다.
저자의 추측대로 장례 사원의 기념물이 아닐까 싶다.
보통 피라미드 만드는 방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는데 저자가 실제 모형을 축소해 만들어 봤더니 이론과 다른 부분이 많고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시연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피라미드 옆에서 발견된 태양선을 재조립하고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찾아 봐도 그 후에 어떻게 됐다는 내용이 없어 아쉽다.

 

항상 복잡했던 이집트 역사를 너무나 쉽고 재밌게 전문가의 견해로 잘 설명해서 이집트 역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교양서로서 손색이 없는데 벌써 품절로 뜨는 게 너무 아쉽다.
이집트 역사에 대한 다른 책도 읽어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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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 - 당신이 오페라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101가지 궁금증
이장직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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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좀 산만하지만 공연계에 대해 비교적 성실하게 쓴 저작.
40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좀 되지만 짧은 챕터로 분리되어 읽기 편하다.
<무대 뒤의 오페라> 라는 책과 비슷한 형식인데 오페라의 역사나 초연 당시 에피소드 보다는 오페라 공연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티켓 판매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짤막한 오페라 뒷이야기와 섞어서 서술한다.
유명 오페라 내용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나니 이제 이런 공연 뒷이야기 등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확실히 오페라는 기악곡 보다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인지 훨씬 쉽게 와 닿는다.
공연 예술이라 무대 장치 등의 볼거리도 풍부한 편이고.
오페라 가격이 늘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제작 과정을 보니 오히려 상당 부분 적자를 예상하고 만들 만큼 돈이 많이 든다.
앞으로는 비싸다는 생각 대신 질 좋은 공연을 관람한다고 생각을 바꿔야겠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말은 처음 알게 됐다.
오페라는 순수 예술, 뮤지컬은 상업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뮤지컬을 수준낮게 봤는데 이것도 편견이었던 것 같다.
오페라가 마이크를 쓰지 않는데 비해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성법이 팝음악과 비슷하고 춤이 가미된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라 보엠이 렌트로 각색된 것처럼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상호변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오페라 공연의 활성화는 참 중요할 것 같다.
서구의 유수 오페라단에서는 미래의 잠재 관객들을 위해 마술피리나 헨젤과 그레테 등의 어린이용 오페라를 많이 보급한다고 한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오페라를 접해 보지 않아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는데 커서 들어 보니 의외로 너무 재밌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 관심을 가졌다.
지난 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마술피리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아빠도 그런 심정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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