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레거시 - 아웃케이스 없음
토니 길로이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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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좀 안 맞는 영화.

남편 때문에 봤다.

본 시리즈라고 하는데 맷 데이먼이 주연한 전작은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얼핏 나긴 하지만 연관성은 크게 못 느꼈다.

액션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3가 훨씬 더 재밌었다.

아웃컴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나온 배우가 인상적이었는데 찾아보니 에드워드 노튼이었다.

프라이멀 피어의 냉혹한 이중 인격자 역 맡았던 때가 생각난다.

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하는 최첨단 영화라 약간은 과장인 것 같기도 하고 첩보 영화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따라가기도 힘들다.
민주주의가 가장 활성화 된 나라에서도 국가는 국민을 속이고 끊임없이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첩보원을 파견하고 이들을 없애 버리고 있으니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인지 아니면 영화는 실제를 반영하는 것인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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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
올리비에 나카셰 외 감독, 프랑수아 클뤼제 외 출연 / UE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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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본 영화.

올레 TV 신청하니 dvd 안 빌려도 집에서 바로 볼 수 있으니 편하다.
주인공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 드리스 역의 오마 사이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릴 만큼 재밌게 봤다.

실화라는 걸 깜빡 잊고서 드리스가 화가로 성공하는 걸로 끝나려나? 생각했는데 무리하지 않은 평범한 결말에,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구나 생각했다.

순수한 영화였다면, 드리스 그림이 11,000유로에 팔렸으니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현대 화가로 데뷔해 필립과 대등한 위상을 가진 예술인으로 신분 상승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까?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 있지 않은 우정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상위 1%와 하위 1%의 불균형은 장애인과 정상인의 차이로 메꿔질 수 있을까?
전신마비인 필립이 펜팔을 하던 여성과 만나 결혼까지 하고 두 명의 아이를 뒀다는 결말은 가슴이 훈훈했다.
드리스 혹은 친구가 채워줄 수 없는 게 바로 가정일테니까.
마지막 장면의 실제 주인공을 보니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던데, 프랑스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 흑인 이민자로 대신한 것은 영화의 극적 대립에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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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가다 - 복지국가 여행기 우리시대의 논리 16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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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실망.
기대했던 수준의 책이 아니다.
부제를 잘 봤어야 하는데.
스웨덴 복지 정책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여행기다.
몇 년 전에 읽은 <스웨덴 사회복지의 실제>가 훨씬 더 스웨덴 복지 정책 이해에 도움이 됐다.
대부분이 여행기이고 주요 정책 소개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복지국가 스웨덴>을 너무 많이 인용하고 있어 출처만 밝히면 아무리 많이 인용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어졌다.
기대에 비해 실망이 큰 편.

국회의원 보좌관의 공적인 여행이라 보고서 같은 것을 쓰고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건 줄 알았는데 개인 여행기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한 권의 책을 쓸 때는 감정의 과잉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과해지면 독자에게 거부감을 주고 어쩔 수 없이 촌스러워진다.
진보주의가 한국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분이 되어 한 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반대하면 공격받는 세태가 참 아쉽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반대했던 스웨덴 전 총리가 암살된 것이 미국과 연관되지 않았을까라고 아무런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의심부터 하는 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혹시라도 박근혜나 새누리당에 호의적으로 얘기하면 매우 수구적이고 한심한 사람 취급하는 인터넷 싸이트가 있는데, 임대 아파트랑 섞여 있어서 너무 싫다, 임차인들 수준이 형편없어서 이사가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공개적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황당하고 어이없다 생각했는데 댓들들이 거기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입으로는 진보를 외치면서 실제 생활에서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섞여 살기 싫은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또 웃긴 게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사형제도는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진보라면 국가에 의한 살인과도 같은 사형제도 역시 폐지돼야 마땅하지 않은가.
피의자의 인권도 같은 문제라고 본다.
흉악범의 인권까지 배려해 주는 게 진보가 아닌가.
명분으로서의 진보와 실제 삶에 있어서의 진보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스웨덴의 복지 정책이 미국 등 신자유주의 국가보다 앞서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웨덴에서도 이민자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려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
책에서도 나온 바지만 진정한 연대는 노동자의 국적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무상보육으로 재정이 어렵다면서 고위 관계자가 나와서 이건희 손자도 무료로 다니게 해야 하냐는 말을 듣고, 이건희가 세금 제일 많이 낼텐데 왜 그 손자를 차별해야 하나 생각을 했었다.
이게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의 차이일 것이다.
내가 세금을 많이 낸 만큼 혜택이 돼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조세 저항이 줄지 않을까.
이미 중산층이 돼버린 스웨덴 노동자들이 사민당 대신 보수연합을 택했다고 하는데 이제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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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와 궁녀들 - 청 황실의 마지막 궁녀가 직접 들려주는 걸작 논픽션 2
룽얼 구술, 진이.선이링 지음, 주수련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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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야사 같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책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랬다.
이렇게 두껍다니...
600 페이지 넘는 책은 오랫만이다.
다행히 구술식으로 쓰여 있어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너무 장황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고 당시 청 황실의 풍속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글도 모르고 고관대작들이나 정치에 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게 차단되어 있었던 궁녀가 기술한 책이라 당시 청나라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큰 정보가 없지만 대신 실권을 쥐고 있던 서태후의 일상 생활을 살펴 볼 수 있다.
어쩜 이렇게 상세하게 구술을 하는지.
녹음기도 없이 수 년에 걸쳐 들은 이야기를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엮은 게 오히려 신기하다.
궁녀의 기억이 너무나도 세밀해 시간차를 두고 옮겨 적은 저자의 기억력에도 약간은 의문이 들 정도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청나라 궁녀들은 한족이 하나도 없고 전부 만주족 기하인인데 10대 초반에 궁에 들어온 후 25세 전후로 궁 밖으로 나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명나라 때는 조선처럼 죽어서야 나갈 수 있었으나 후반기로 올수록 태감, 즉 내시들과의 결혼이 공공연히 벌어졌고 청나라 때는 제도적으로 결혼을 위해 궁에서 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태감은 한인이 있었으나 궁녀는 오직 만주족에서만 뽑아다고 한다.
기인이 만주족 귀족이라면 기하인은 이들의 노비라 볼 수 있는데 한족 보다는 우월한 신분이었던 것 같다.
국가에서 보조해 주는 돈을 아편이나 놀음에 탕진하고 인생을 망치는 기인들이 이 책에도 등장한다.

서태후라고 하면 독재자, 청나라를 멸망시킨 권력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옆에서 모신 궁녀의 눈으로 본 서태후는 꾸미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고 카리스마가 대단하며 세심하게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통 큰 여인이었던 듯 하다.
그 거대한 제국의 권력을 죽을 때까지 놓지 않고 두 명의 황제를 끼고 앉아 좌지우지 했던 그녀의 배포가 놀랍다.
정치가 여성에게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황제를 통해 대신 권력을 행사했지만 한나라 초기의 여태후나 당나라 때 측천무후, 청나라의 서태후 등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주물렀을 담대한 여자들 같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적으로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대단한 정치가라 할지라도 국가를 떠맡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비전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부족했기에 결국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독재자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청말 혼란기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앞으로 청 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과연 있었을까 싶다.

마치 한말의 민비나 고종처럼 말이다.

 

4장에 실린 서태후의 피난길은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한 편의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서태후라는 한 개인을 위해 수많은 궁녀들과 태감들이 24시간 대기하면서 시중을 들고 이런 의식들이 법으로까지 규정되어 있는 걸 보면 왜 권력은 늘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수많은 대중들은 그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매우 전제적이던 중국 왕조가 결국은 혁명으로 쓰러지고 공산주의로 돌아선 배경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제왕조를 무너뜨리는데 공산주의만큼 강력한 이념이 또 있을까.

 

너무나 상세하게 기술된 청말의 황실과 서태후의 일상사를 들여다 보면서 구한말에는 이런 구술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게 참 아쉽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수 년에 걸쳐 궁녀에게 공을 들이고 이러한 이야기가 기록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애쓴 덕분에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명성황후를 보필했던 궁녀의 이야기, 이런 책이 발굴되면 구한말 우리 역사는 얼마나 풍부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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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차 문화사
정동주 지음 / 한길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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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차의 역사인 줄 알았다.
읽어 보니 차 보다는 다관, 즉 찻잔이나 그릇에 포인트를 준 책이다.
다소 현학적인 지리한 찬사가 끼어 있어 지루하기도 했으나 사진이 너무 좋고 차의 역사를 종교 의식과 연관지어 설명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티포트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흔히 토기나 도기, 자기로 알려진 모든 그릇의 역사를 망라한다.
고대 시기의 그릇은 대부분 무덤의 부장품인데 사실 이 부분이 참 궁금했었다.
왜 이런 아름다운 그릇들을 만들어 부장품으로 넣었을까.
내세에서도 현재와 같은 생활을 하리라 기대해서라고도 하고 제사용 의기였다고도 하는데 이 책의 설명대로라면 신에게 예물, 즉 차를 바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차가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대략 통일 신라 무렵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고대 시기의 그릇들도 모두 차잔으로 해석하고 있어 좁은 의미의 차라기 보다는, 신에게 바치는 예물의 의미, 이를테면 술 등도 포함한 광의로 생각한 듯 하다.

자사호를 만든 이들은 단순한 도공이 아니라 특별히 예인으로 존경받는다 하고 일본의 주자인 규스를 만든 이도 예술가로 추앙받는데 왜 한국의 도공들은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까.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일까?
도자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훌륭한 자기를 만드는 이들이 천인이었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손으로 만드는 일을 천시하는 한국적 분위기에서 유래한 것 같다.
이 점이 안타까웠는지 저자는 현대 도예작가들 세 사람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품 사진을 실컷 감상했다.
부록으로 실린 열한 점의 세계 각국의 티포트들은 다관이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임을 실감할 만큼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셨다.
회화나 조각, 음악도 좋지만 자수나 도자기처럼 이런 실제적인 공예품의 예술적 경지는 더욱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도예 작품도 예술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 문화에 대한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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