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 -실크로드를 품다 - 우리문화읽기1
김영재 지음 / 운주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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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의 집필 스타일이 툭툭 던지는 듯한 약간은 선문답 같은지라, 친절한 설명이 아쉽다.

전해져 오는 고려불화를 그래픽 처리하여 색감이나 선을 화려하게 복원해 놓아 감상하기는 참 좋았다.

불교가 국가적으로 보호받고 귀족층에서 향유됐던 최상위 문화였을 때 탄생한 고려불화는, 토속적인 느낌의 조선시대 불화와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개성적이지가 않은 것은, 저자의 말대로 불화는 기본적으로 예배를 위한 대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이콘화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일반 그림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감상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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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백제 유민 이야기
지배선 지음 / 혜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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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눈에 확 띌 만한데, 전체적인 서술 방향은 좀 불만스럽다.

원래 평전을 쓰다 보면 주인공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주변 상황을 크게 보기가 어렵고 주인공의 영향력을 크게 서술할 수밖에 없는 법이긴 하다.

이 책 역시 고구려와 백제 유민인 천남생과 흑치상지, 왕모중 등의 활약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찬양 일색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사료가 부족하고 망국의 유민들이라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정황증거의 비율이 커져 마치 당나라의 흥망을 이들이 전부 좌지우지 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사마광 등의 중국 역사가들이 이민족인 이들에 대한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음은 인지상정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국의 유민들을 실력에 맞게 기용해 역사서에 이름까지 남기게 한 것은 평가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천남생의 경우 저자도 마지막에 인정한 것처럼, 결국 당에 고구려를 팔아 먹은 셈이니 아무리 미화시켜도 매국노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없을 것이고, 흑치상지 역시 임존성 등에서 백제 부흥 운동을 일으켰으나 결과적으로 유인궤에게 매수당해 부흥군을 멸망시켰으니 개인적인 삶으로서는 불행한 역사 한가운데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으나 역사적 평가로서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저자는 부흥군의 중심이었던 흑치상지가 끌려간 아버지나 의자왕의 항복 권유 때문에, 또 원군으로 온 왜군의 노략질이 싫어 당에 항복했을 것이라 추정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결국 내부 분열에 불과하다.

부흥군의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니 대의명분을 버리고 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천남생이나 흑치상지 등이 당으로 가 큰 공을 세우고 역사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나 김부식의 평가처럼 결국 이들은 우리 역사로 보자면 반역자들임이 분명하다.

신라가 당을 끌어들여 외세의 힘으로 민족을 멸망시켰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천남생과 흑치상지 같은 지배층을 비난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수 양제나 당 태종도 정벌에 실패했던 위대한 고구려가 대체 왜 멸망했겠는가?

결국 연개소문의 반란 이후 국가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그 아들들의 내분 때문이 아닌가.

의자왕이 잡혀갔지만 백제 부흥군이 왜군까지 동원하여 반전을 꾀했으나 왜 망하고 말았는가?

흑치상지 같은 주요 인물이 당과 내통했기 때문이 아닌가.

안타까운 역사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고구려가 유목 부족 체제를 유지했다고 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책을 참조해야 할 것 같다.

거란이나 돌궐처럼 부족 체제를 유지했을 가능성도, 고구려의 큰 영토를 생각하면 당연히 있을 듯 하다.

이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사회 구조는 농경민이 주축이 된 백제나 신라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였을 듯 하다.

또 고구려와 백제 유민들이 일부 지도층은 출세했을지라도 대부분은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망국인들의 마지막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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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10-0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는 상대적으로 삼국 중에서도 약소국인 신라가 통일한데 있어 아쉬운 감이 많았고, 몇 년전에는 고구려나 백제는 멸망할만하니까 멸망했다는 생각으로 갔다가, 이 또한 너무 결과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지양하고 있는데 지금은 딱히 이렇다고 할만한 견해는 가지고 있지 않네요. 그런데 고구려와 백제의 끝은 너무 허망하더군요.

연개소문이 아들들에게 권력을 배분하는게 아니라 한 곳에 집중을 했다면, 그렇게 쉽게 멸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귀족연립정권의 취약성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은 더 허망했구요. ㅠㅠ;
 
선비의 멋 규방의 맛 - 고문서로 읽는 조선의 음식문화 국학자료 심층연구 총서 2
이숙인 외 지음,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연구실 기획 / 글항아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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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리서로 본 조선 후기 음식 문화 이야기.
책 편집이나 도판이 괜찮은 편.
요즘은 책을 참 예쁘게 잘 만든다.

특히 음식이나 잔치 관련 옛그림들 도판이 선명해서 보기 좋다.

16세기 후반 퇴계 이황과 같은 시대를 산 안동의 재지사족, 김유의 <수운잡방>과 18세기 초 여성 장계향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수운잡방>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됐고, 사대부가 남성이 쓴 조리서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러고 보면 유교가 실생활과 유리된 학문이 아니었던 것 같다.

18세기 들어 실학이 부흥하긴 했지만 임용한씨의 지적대로 기본적으로 유학은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문이 분명하다.

장계향은 이문열의 <선택>이라는 소설 덕분에 알게 됐고 <음식디미방>도 역사스폐설 등을 통해 친숙한 책이다.

여자가 저작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드문 시대에, 여성으로서의 전문 분야인 음식에 관한 한글 조리서를 냈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두 책 모두 안동의 사대부가에서 실제 만들어진 음식들이 나와 흥미로웠다.

<음식디미방>의 경우 장계향의 시댁 종가에서 전통음식을 만들어 간다고 하니 널리 홍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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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
송호정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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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실물을 보니 전혀 다른 책이었고, 500 페이지 이상이 두께에 일단 기가 질렸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더군다나 상호대차라 연장도 안 되고) 반납하면 다시 읽기 힘들 것 같아 반납기한에 쫓겨 일종의 강제독서를 했는데 정말 유익했다.

(이런 게 바로 도서관 대출의 장점인 것 같다. 내 책이었으면 아마 계속 미뤘을 것이다)

송호정 교수의 다른 책, <단군, 만들어진 신화>를 먼저 읽었는데 그 책은 약간 중구난방 식으로 여기저기 발표한 글을 모은 것 같았지만 이 책은 본격적인 학술서로 고조선의 실체적 접근에 많이 유익했다.

토기와 동검 같은 고고학적 유물에 대한 설명은 내 이해력이 부족해 자세히 읽지 못했지만 저자가 논증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늘 의문이었던 게, 정말 비파형 동검이 나오는 지역을 전부 고조선 영토였다고 할 수 있냐는 문제다.

국사 교과서에서도 비파형 동검은 고조선의 표지 유물이라고 배웠고 저자가 책에서 비판한 역사스페셜, 고조선 편에서도 분명 그렇게 설명했다.

환단고기 등을 근거로 고조선 제국 운운하는 사람들도 비파형 동검을 고조선 영역으로 비정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비파형 동검은 남만주 일대에 널리 퍼진 양식이고 고조선의 중심지인 요동보다는 산융 등으로 대표되는 유목민들의 거주지, 요서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덕일씨 책에서 동이족을 한민족의 조상으로 규정하고 상나라까지도 중국의 한족과는 다른 민족, 즉 동이족이 이룬 문화로 설명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동이족은 산둥 반도로부터 남만주 일대에 사는 동쪽 오랑캐에 대한 범칭이므로 특정 종족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제일 흥미로웠던 건 기자조선의 실체다.

기자동래설은 한나라 때 생겨난 일종의 전설로 보고 조선 시대 때는 중화사상 때문에 수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요서 지방에서 백이 숙제의 나라인 고죽국이나 기후 등의 명문이 새겨진 청동예기들이 발굴되는데, 저자는 이를 주나라 건국 후 쫓겨 온 상족의 후예라고 본다.

실제 이 요서 지방은 산융이라는 토착 유목민들이 거주했는데 주나라 건설 후 상족 유이민과 섞어져 주의 분봉을 받은 연의 지배하에 있었다고 한다.

흔히 예맥족을 한민족의 선조로 인식하는데 예족과 맥족 두 집단이 혼합되어 예맥족이 되었고 이들은 요서가 아닌 요동에 분포했다고 한다.

조선족 역시 비슷한 지역에 거주하는 일족이나 선진문헌에서는 구별되는 종족으로 봤다.

저자에 따르면 예맥족은 요동 지역에, 그리고 고조선은 청천강을 경계로 한 서북한 지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청천강, 즉 평안남북도의 경계를 패수로 보는데 이 선을 기준으로 중국 문화와 한민족의 문화가 나눠진다.

고조선이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한 기원전 8세기로부터 연의 장수 진개가 침입하여 2000리 영토를 빼앗았다고 하는 기원전 4세기 무렵까지 요동에서 청천강 이북까지 조선연맹체라는 느슨한 정치 체제가 있었고 (저자는 이를 전기 고조선 사회라고 본다) 기원전 3세기 무렵 연의 세력이 청천강 이북까지 밀고 내려오자 서북한 지역으로 중심지를 옮기면서 철기 문화를 받아들여 국가 체제를 정비한다.

이 때 진의 폭정 등으로 연나라 사람인 위만이 유민을 이끌고 조선으로 넘어와 위만조선이 성립된다.

저자는 이 위만 조선을, 중국계 관인 조타가 장악한 남월과 비슷한 맥락으로 본다.

지배층의 출신지만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자의 주장대로 남월이나 위만조선을 한의 식민국가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발해의 건국자 대조영이 고구려인이라는 이유로 발해를 한민족의 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민족이야 말로 19세기의 발명품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사료 비판과 고고학적 물질문화 증거를 기반으로 한 저자의 고조선사 인식은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고대 국가가 위대했다고 해서 현대의 우리가 더불어 위대하지는 것도 아니고 민족주의와 역사학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보니 송호정 교수가 식민사관에 물든 사람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적어도 이 책은 학술적 논거가 매우 정연하게 잘 쓰여졌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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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09-1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자극이 됩니다. ^^; 사놓게 되면 오히려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듯 합니다. ㅎㅎ 요즘에 고려사 읽기에 돌입해서, 좀 뒤에 읽을 것 같은데... 읽고 나면 조법종교수의 고조선 고구려사 연구도 읽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아마 조금 다른 논지에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던데요. ㅎㅎ

marine 2013-09-13 09:59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걱정했는데 많이 어렵지도 않고...
추천해 주신 책도 꼭 읽어 보겠습니다.
도서관 이용 잘 하는데 요즘은 상호대차까지 되서 너무 좋네요.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것 같은데 늘 감사드립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한 나라의 행복지수를 뒤바꾼 초대형 심리 프로젝트
앤서니 그랜트 & 앨리슨 리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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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행복론.
아마 알라딘 신간 서적 뒤적이다가 비슷한 카테고리로 추천해 준 책일 것이다.
진부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평균 정도는 된다.
호주 방송국에서 8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긍정 심리학 훈련을 통해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취재한 프로그램 같다.
이른바 <행복한 호주 만들기>

EBS 에서 했던 행복 찾기 프로그램과도 비슷한 맥락 같다.
용서하라, 감사하라 등등 좀 진부하고 고답적인 내용도 있지만 감사하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라 매일 글로 쓰고 변화상을 기록하라는 조언 등은 유용했다.
또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끊으려고 애쓰지 말고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라고 한다.
생각은 매우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하게 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강점과 해결책에 집중하라는 충고도 유용했다.

살면서 느끼는 것이, 아무리 불평하고 화를 내고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도 현실은 전혀 바뀌질 않는다.
차라리 책에 나온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해결책,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강점들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세상 모든 일과 감정과 관계에 다 신경을 쓸 수 없으니, 긍정적인 것, 좋은 것, 감사한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집중하는 것이 행복의 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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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3-09-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제가 어마어마해요~ 한 나라의 행복 지수를 뒤바꾸다 라니,,, 호주는 대체로 어떤지 궁금해요~
행복을 대하고 길들이는 인류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노하우도 있을테지만,,,

글쎄~ 아이를 낳고 피부로 확 느끼는,,,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국민 행복의 한계 같은 것들이 드디어 눈에 들보처럼 크게 보이게 되네요... 지나치게 앞만 달린 나라라서인가 너무 여유들이 없는거 같아요. 어린아이 시절부터 경쟁 구도에 내몰리고, 개개인의 한국인에게 경쟁을 멈추고 쉬라는 말은 실은 말뿐이고, 구조적으로 흔들지 않으면 모순이고요~ ㅎㅎ 참

marine 2013-09-13 10:01   좋아요 0 | URL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한 것 같아요. 요즘은 애를 한 둘만 낳다 보니 부모의 지원과 기대가 더해져 애들도 어려서부터 경쟁구도에 노출되는 것 같고...
아주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 볼만 합니다.

2013-09-11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