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원왕후의 한글편지
순원왕후 지음, 이승희 옮김 / 푸른역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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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는 안동 김씨 일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지식이 조금 쌓이다 보니 두 번째는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정조 어찰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순원왕후의 편지글은 비록 정치 일선에 있지는 않았지만 수렴 청정을 하였던 만큼 당시 정치상도 상당 부분 반영을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당시에 69세까지 살았으니 천수를 다 누렸고 두 번이나 수렴청정을 통해 권력의 최정상에 있었으니 어찌 보면 최고의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편지글에 나온 것처럼 남편과 네 아이들, 심지어 손자까지 전부 먼저 보내고 후손이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 말년이 참으로 쓸쓸했을 것 같다.

수렴청정이라고 하면 최소한 신유박해를 일으킨 정순왕후나 청나라를 쥐고 흔든 서태후 같은 여걸들을 생각하기 쉬운데 편지에 나오는 순원왕후는 어린 손자가 왕위에 올라 클 때까지 무사히 왕을 보호하고 성년이 되어 전권을 물려 주는 후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친정 가문이 세도정치로 권력을 휘두르기는 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권력을 쥐고 흔들지는 못했던 느낌이다.

문정왕후나 정순왕후도 개인적인 글을 남겼다면 역시 같은 느낌이었을까?

순원왕후는 예를 중시한 조선시대의 쟁점이 되는 종묘 배향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해 친정 동생들에게 문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육을 받지 못한 아녀자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본인 자신이 권력지향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연이어 어린 임금이 등극하는 바람에 가장 웃어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면에 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어로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어려워 해설 부분만 읽었지만 당시 정치 상황이나 대궐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 번에는 숙명신한첩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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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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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책일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박물관 신문에 연재된 이야기 모음이라 서술 수준은 평이한 편이다.

덜 알려진 고구려 벽화를 소재로 한 연재물이란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아쉽게도 벽화가 많이 훼손되어 사진에 실린 그림만 가지고는 뭘 얘기하는 건지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번에 본 고려불화처럼 그래픽 처리를 해서 선명한 그림으로 만들어 주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텐데.

백제나 신라와는 달리 벽화를 남긴 고구려는, 비록 자체적인 역사서나 문자 기록은 없지만 당시 생활상과 신앙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초기 생활 풍속도도 흥미롭지만 5세기부터 등장하는 사신도나 비천상 등을 보면 고구려인의 정신세계를 엿보는 기분이 들어 특별했다.

중국과 북한 지역에 산재되어 자세한 연구가 어렵고 일제 시대 발굴되어 훼손도 많이 이루어졌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동북공정 때문에 고구려사가 관심사로 등장했는데 벽화 보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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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나라 신라 - 한국 고대사의 가장 화려한 꽃, 신라 황금문화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이한상 지음 / 김영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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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물관 학예사로서 실제 발굴에 참여하고 전시회를 기획했던 분의 책이라 그런지 유물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다.

과정은 잘 모르고 결론만 쉽게 취하려고 하는 나 같은 수준낮은 독자에게는 다소 전문적인 책으로 느껴진다.

신라 고분에서 발굴되는 황금 유물들의 의의에 대한 종합적인 해설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솔직히 어려웠다.

고고학은 상당히 과학적인 학문 같고 문헌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역사학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단 저자는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초까지 발굴되는 신라의 금관과 금귀걸이 등의 황금 유물 문화는 멀리 스키타이 등의 기마민족에서 찾기 보다는 고구려의 전래 양식일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더 거슬러 올라가 당시 북중국을 장악했던 선비족의 나라 북위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금관이 실제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장례유물로써 일종의 데드 마스크였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반면 금동관은 실제 무덤 속 주인공이 제례 등의 의식에서 착용했을 것으로 보고, 금령총의 소년이나 서봉총, 황남대총 북분 등의 여성 무덤에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 환두대도 같은 장식대도도 남성 무덤에서만 발굴됐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금관을 장식한 곡옥인데, 후손을 남기지 않은 사람, 즉 금령총처럼 소년의 무덤에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무령왕릉에서와 같은 지석이 발견되지 않아 누구의 무덤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고구려의 무덤만 해도 동수묘처럼 묵서 같은 게 있어 약간의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데 황남대총처럼 왕릉으로 생각되는 거대한 무덤에조차 인물을 알려주는 단서가 하나도 없다는 게 참 아쉽다.

무덤에 부장된 금관이나 금귀걸이 등은 일종의 위세품으로써 경주 인근 지역 지배층에도 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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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테마 한국문화사 7
김정희 지음 / 돌베개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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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왔을 때 아마도 신간 신청을 해서 읽었던 것 같다.

요즘 재독을 많이 하는데, 다시 읽으면 전혀 새로운 기분이 들고 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눈에 들어와 좋다.

테마 한국 문화사 시리즈는 도판이 좋고 설명하는 수준도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어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서 읽은 <고려 불화, 실크로드를 품다>는 고려시대 불화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 책은 조선시대 불화까지 대상을 넓혀 설명한다.

더불어 불교의 도상과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첨부되어 불교 이해에 도움이 됐다.

확실히 고려 불화는 왕실 주도가 많아서인지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조선시대 불화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서인지 다소 품격면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전형성의 반복이랄까.

그러나 기본적으로 불화는 예술품이나 감상용이 아니라 예배의 대상이었으니 일반 그림을 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출간된 각각의 불화에 대한 짧은 분량의 책이 나왔는데 이 책들을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읽을 때는 다 엇비슷해 보여 특별한 느낌을 못 받았지만 다시 보면 각각의 불화가 개성적으로 보일 것 같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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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산수화 테마 한국문화사 6
고연희 지음 / 돌베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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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정립을 도와주는, 너무 괜찮은 책.

뒷쪽에 소개된 읽어볼 만한 책 목록도 크게 도움이 됐다.

도판도 선명하고 해설 솜씨도 아주 좋다.

나처럼 교양으로 산수화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보면 딱 좋을 것 같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서양화는 매우 화려한 색감과 사실적인 기법으로 진화했는데 동양의 수묵화는 왜 먹에 안주해 평면적인 그림으로 남았을까 하는 게 늘 의문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서양화는 화가라는 직업인들에 의해 직업적으로 그려졌지만, 붓을 매개로 한 동양화는 기본적으로 서예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시서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계층, 즉 사대부들의 교양으로 자리잡아 이들의 미감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직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양화를 이해하려면 붓과 먹이라는 물질이 주는 특성을 알아야 하고, 또 서예와 그림이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음을 인지해야 한다.

채색과 입체적인 묘사 위주로 나간 서양화와는 근본 정신이 다른 셈.

정선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도, 무조건 우리 것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이다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들은 중국과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찾아내는데 주안점을 두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법이고 한 사회에 수용되어 변용되는 법이니 독창성에 너무 매몰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소개된 그림들도 매우 아름답고 산수화의 기본 개념과 준법 등에 대한 설명도 무척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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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09-23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이었을때 읽었는데, 벌써 몇년 지나니까 가물가물하네요.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marine 2013-09-24 11:38   좋아요 0 | URL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아마 재밌는 시간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