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양장)
이규현 지음 / 알프레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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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시류에 편승한 책인가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비슷한 포맷의 책,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보다 도판도 좋고 해설도 풍부하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작가들에 대한 간단한 리뷰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양장본이라 확실히 질이 좋다.

가격이 꽤 비싼데 어떻게 도서관에 구비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가격을 기준으로 100점을 선정한 것이라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계속 등장해 뒤로 갈수록 약간 지루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의 경우, 이 점을 고려해 한 작가당 한 작품만 실었는데 이 책에서는 무조건 거래 가격 순서라 피카소, 앤디 워홀, 고흐, 프랜시스 베이컨, 로스코 등의 작품이 계속 등장한다.

피카소나 고흐 등은 그래도 구상화가라 그림마다 특색이 있어 지루한 줄 모르겠는데 워홀의 유명인사 시리즈, 베이컨의 삼면화, 로스코의 색면 추상은 동일 선상의 그림들이라 반복되니 솔직히 지루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한 말 중에,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진실로 그림을 보고 미학적 감동을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바로 이런 현대 미술을 보고 하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치바이스나 리커란, 쉬베이훙 같은 중국 수묵화 대가들의 작품이 같이 소개되어 너무 좋았다.

동양적 정서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에서 정말 반가웠다.

고가로 거래되는 20세기 후반 작품들이 대부분 미국 작가의 것이듯, 컬렉터들이 자국 작가들에게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중국 컬렉터들이 많아지고 있어 수묵화의 약진이 기대된다.

좋은 그림들을 기꺼이 미술관에 기증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부문화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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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 문화저널리스트 박진현의
박진현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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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읽는 책.

7번 읽기 공부법, 이라는 책도 있던데 확실히 반복을 하면 내용이 좀더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 같다.

책 자체가 아주 훌륭해서 여러 번 읽은 것은 아니고, 미국 미술관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다시 읽었는데 이제 더이상은 안 읽어도 될 듯 하다.

사실 이번에 읽으면서 약간 실망한 점도 있었다.

요즘은 검색이 하도 잘 되서 책에 나온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다 보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문장을 발견할 때가 많다.

저자의 경우 외국 작가들 소개하는 부분에서 네이버 지식백과를 상당 부분 인용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매체에 다른 저자가 쓴 글과 100% 똑같은 문장도 발견했다.

작가 소개하는 부분에서 부분적으로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자기만의 언어로 다시 쓸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예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히든지.

어떤 부분은 영문 싸이트, 특히 위키백과를 번역한 곳도 있었다.

작가라면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미술관의 기능이 단지 전시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서 시민들의 여가와 교육을 담당한다는 점이 인상깊다.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 우리처럼 유명 작품들을 대여전시 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체 소장품만으로도 많은 전시를 기획할 수 있어 참 부럽다.

어린이 뿐 아니라, 은퇴한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 점도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보면 어르신들이 해설 자원봉사도 많이 하시던데 예술 쪽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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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왕 충선왕 - 그 경계인의 삶과 시대 몽골 제국과 고려 2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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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왔을 때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안 읽을까 했던 책이다.

뭐랄까, 자극적인 제목이 어쩐지 시류에 편승하는 야사 위주의 비역사적인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 간섭기에 부마국이 됐다고 해서 혼혈이라고 표현하다니, 현대적 관점을 역사에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용한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고려무인 이야기>의 저자인 걸 알고 믿음을 가지고 읽게 됐다.

처음 읽었을 때는 분량이 너무 많고 중언부언 하는 것 같았는데 두번 째 읽으니 배경지식도 많이 쌓인 터라 빠른 속도로 편하게 읽힌다.

시간당 100~120  페이지까지 읽었으니 꽤 속독을 한 셈.

기본적으로 내가 당시 시대상을 많이 아는 편이고, 저자의 문체 자체가 워낙 쉽게 풀어 쓰고 있어 속독이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분량이 500 페이지가 넘은 모양이다.

다음 편도 무척 기대된다.

다음 주제는 충선왕의 아들인 충숙왕이나 손자인 공민왕이 될 듯.

 

충선왕은 쿠빌라이의 외손자로 태어나 고려 보다 원에서의 생활이 더 익숙했던 사람이다.

고려 체류 기간을 합해 봐야 몇 년 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확실히 그는 원 제국에 편입됐던 인물인 것 같다.

쿠빌라이의 외손자라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몽골 공주인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폐위까지 되고 (조비 무고 사건) 다시 복위했으나 공주 개가 파동 등을 겪으면서 부침이 심했던 탓에 아들 충숙왕에게 양위하고 대신 원에 머물면서 원과 고려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말년에는 만권당을 열어 원의 명사들과 교류하고 이제현 같은 고려의 뛰어난 인재들도 불러 모은다.

결국은 원의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자신을 후원하던 인종이 죽고 새 왕이 등극하자마자 티벳으로 유배를 떠났다.

왜 유배를 갔는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한 나라의 국왕이 그렇게 멀리 유배까지 간 걸 보면 원나라 정치에 꽤 연결되어 있었던 듯 하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이 몽골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자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가 떠오른다.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 앞에서는 혈육도 크게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친아들인 충숙왕에게도 다음 후계자를 자신의 조카 심왕 고로 삼으라고 하여 갈등을 빚는다.

저자는 이것을 충숙왕 본인이 아버지 충렬왕과 세력 다툼을 했던 것처럼, 아들 충숙왕과의 권력 다툼의 일종이라고 추측한다.

 

무인정권의 위세에 눌려 있던 충렬왕이 원의 부마가 되면서 왕의 위상을 되찾자 정통 관료 집단 이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밀실 정치를 하고 음주가무에 빠진 것을 비판한 충선왕은 국정개혁에는 실패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해 평소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사냥도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만권당에서 명사들과 교유에 힘쓴 걸 보면 상당히 절제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원 간섭기의 충자 돌림 왕들은 별 특색없이 나약한 왕으로 한꺼번에 취급되기 마련인데, 저자가 입체적으로 역사적 인물과 그 의의를 잘 살려냈다고 본다.

문장 솜씨가 좋아 마치 소설을 읽듯 편안하게 재밌게 읽었고, 다소 아쉬운 점은 너무 쉽게 풀어쓰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져 뒤로 가서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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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시로 변화시킨 연금술사들 정암총서 9
황철호 지음 / 동녘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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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이 잘 어울어져 있어 책이 참 예쁘다.

제목은 좀더 임팩트 있게 지었으면 좋았을텐데.

저자가 직접 답사한 건축물 위주로 기술하여 현장감이 있다.

미술관 답사만 생각했는데 건축 답사도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다.

특히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미술관이 많으니 미술관 기행과 겸하면 더 풍부한 여행이 될 듯 하다.

저자 자신이 현장에서 일하는 건축가라 일반적인 감상평 보다 더 재밌게 읽었다.

건축에 대헤서는 잘 모르지만 건축가가 단지 건물 짓는 사람이 아니라, 철학과 심미안을 가진 예술적 속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프랭크 게리의 티타늄 외피나 휘어지는 곡선 같은 건물도 재밌고, 안도 타다오의 콘크리트 노출이나 빛 같은 주제도 참 좋다.

특히 끊임없는 공부 그 중에서도 스스로 하는 공부를 중시하는 건축가들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니 아파트 말고 정원이 있는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다락에 서재를 만드는 데 투자할 것이다.

전에 신경숙의 서재가 소개된 걸 봤는데, 한 면이 전부 책장이고 안쪽에 샤워실과 침대가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내친 김에 작가들의 서재도 읽어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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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독서생활 -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미즈 이쿠타로 지음, 김석일 옮김 / 기담문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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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나온 책이라는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재밌게 읽었다.

확실히 필력 있는 사람들이 쓴 독서론은 깊이가 있다.

요즘 범람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독서론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내공이 있고 무엇보다 재밌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론도 읽어 봐야겠다.

 

공감하는 주제가 너무나 많았다.

이데올로기가 투쟁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먹고 사는 문제까지 파고 들어야 자생력이 생긴다는 점.

즉 부양의 의무가 없이 자유로운 학생들에게만 통하는 사상이 아니라,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공감시킬 수 있는 사상이어야만 진정으로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이런 면은 어쩐지 그가 보수주의자였을 거라는 느낌을 준다)

젊은이들의 인생 고민은 직업이 결정되면 대부분 사라진다는 점.

인생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지적이긴 하다.

책보다는 사색을 많이 하라는 쇼펜하우어의 충고는 우리 같은 평범한 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진짜 지성인들을 위한 일갈이었으니 여러분은 그냥 열심히 책을 읽는 게 좋다는 말.

몽테뉴의 말을 빌려 먹고 사는데 별 도움을 안 주고 딱히 오락으로서 재미도 없는 책을 읽는 까닭은 더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는 말은 마음에 와 닿았다.

솔직히 내가 책을 읽는 까닭은 멋지게 산다거나 교양인이 되겠다는 원대한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다.

알고자 하는 욕구, 어찌 보면 오락으로서의 독서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고전보다는 내가 궁금한 분야의 양서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많이 읽어도 썩 지적이고 사색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번역도 잘 되어 있고 내용도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깊이가 있어 독서론으로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미 고인이 되셨다고 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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