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에 비친 조선국의 모든 것 - 조선교회사 서론 탐구히스토리
샤를 달레 지음, 정기수 옮김 / 탐구당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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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들이 쓴 조선에 관한 책들을 몇 권 본 적이 있어 내용이 겹치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조선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서 놀랬다.

붕당의 기원이나 노소론의 정치적 투쟁, 인현왕후 복위 사건, 환국, 회니시비 등도 나와 있을 정도다.

<하멜 표류기>는 실제로 조선에 수년 간 저자가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치 상황이나 역사를 거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의 저자 샤를 달레 주교는 조선에 와 보지도 않고 선교사들의 편지만 가지고 이렇게 정확히 조선의 상황을 기술할 수 있었다니, 조금 놀랍다.

아마도 당시 프랑스 신부들이 양반 교우들과 접촉을 했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깊은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재밌는 것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다.

천주교도인 양반들의 대부분이 남인이었을 터이니, 아마 당시에도 사도세자가 남인과 소론을 옹호하다가 노론에게 미움을 당해 아버지에 의해 죽었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던 모양이다.

이덕일씨가 최근에 주장한 억지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도 이런 소문이 돌아 사도세자는 당파 싸움에 희생된 비운의 왕세자로 봤던 것 같다.

조선어의 음운학적 연구도 곁들여져 있는데 너무 어려워 건너 뛰었다.

외국에 파견되는 신부들은 확실히 지식인 계층이었던 것 같다.

조선어가 교착어로써 프랑스어나 중국어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부라기 보다는 학자처럼 느껴진다.

당시 천주교인들이 대부분 하층민들이었을테니, 프랑스 신부들의 눈에 조선의 가난이 생생히 묘사된다.

다른 책에서도 확인한 바지만, 19세기 말의 조선은 서구 사회나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상당히 낙후되고 경제력이 떨어지는 가난한 나라였던 것 같다.

강력한 쇄국 정책이 왕조를 안정시키킨 했으나 산업 발달을 저해하여 생산력이 매우 낮은 사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료들을 접할 때마다 국사 시간에 배웠던 조선 후기의 자본주의 맹아론은 학자들의 허구적 주장이 아니었나 회의가 든다.

고문과 투옥, 사형 장면 등은 너무 끔찍해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서양도 마녀 사냥의 역사가 있으니 형벌의 잔혹함에서는 별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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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북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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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재밌다.

간만에 별 네 개 줘 본다.

미학과 사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여태껏 나는 사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아름다움이란, 예술이란, 부유함에 나오는 게 아닌가, 근본적으로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사치가 아닌가 싶다.

어쩜 이렇게도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있을까.

전편인 동유럽 편보다 도판이 더욱 훌륭하다.

저자가 정말 공들여 도자기 사진을 실은 것 같다.

종이가 굉장히 얇은데도 도판이 정말 훌륭하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나는 미적 감각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 물건을 살 때도 늘 가격대비 적당한 것이 우선이었지 디자인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훌륭한 디자인 제품들을 제대로 접해 보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여기 나오는 북유럽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은 눈을 못 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

단지 화려하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매우 현대적이고 감각적이고 흔한 말로 정말 세련됐다.

찻잔 하나, 식기 하나, 컵 하나가 어쩜 이렇게도 눈을 못 뗄 정도로 예쁘고 감각적일까.

내가 고심해서 고르는 것은 기껏해야 스타벅스 텀블러나 머그컵 정도인데 정말 딴 세상을 만난 것 같다.

알고 있는 식기라고는 잘 안 깨지고 가볍다는 코렐이 유일하다.

왜 사람들이 그릇에 열광하는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꽃병도 정말 화려하다.

꽃을 어떤 꽃병에 장식하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이른바 테이블 세팅의 미학이 있다.

도자기 피겨린도 너무나 깜찍하고 귀엽다.

이렇게 좋은 자기를 많이 소개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다음 편인 서유럽 편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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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중인들 - 정조의 르네상스를 만든 건 사대부가 아니라 중인이었다
허경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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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미시사라고 할까.

박제가 등만 해도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고, 책에는 듣도 보도 못한, 그러나 문집 등을 간행하고 기록을 남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중인들이 등장한다.

서구처럼 시민 사회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부르주아라는 새로운 권력 계층 형성에 실패한 탓이 아닐까?

중인들은 활발한 문예 활동을 펼쳤으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사대부 문화의 모방에 그친 게 아닐까 싶다.

전혀 다른 패러다임,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사회를 이끌어 가는 엘리트가 될텐데 구한말까지 여전히 사대부들의 문화를 답습하고 따라가고자 하였으니 조선에서는 시민혁명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비슷하게 보려고 해도 중인을 시민 계급으로 보기가 어렵다.

오늘날로 치면 중인들은 실무를 담당한, 일종의 전문직이었다.

의사, 회계사, 법관, 수학자, 예술가, 외교관 등등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온갖 직업들이 다 있다.

실무가 아닌 철학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 확실히 오늘날의 세계와 조선은 매우 다른 곳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서 흥미로웠다.

역관이나 화원들 이야기가 특히 재밌었다.

한가지 특이할 만 한 것은, 양반의 신분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고, 시대가 흐르면서 과거에서 탈락하고 잡과에 응시해 실무직을 수행하게 되면 중인 계급으로 고착된다는 점이다.

왜 양반들이 굶어 죽어도 과거 외에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사극에도 나오는 변계량이라는 조선 초기의 문신이 있었는데 세조 즉위에 반대하다가 평민으로 떨어져 후대에는 기술직을 수행하게 된다.

선조가 고위직을 역임한 사대부였는데도 후손은 중인이 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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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야기 이산의 책 20
린위탕 지음, 김정희 옮김 / 이산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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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광 안내 책자보다 훨씬 재밌다.

1950년대 정도 되는, 굉장히 오래 전 책인 것 같은데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어쩜 이렇게 한 도시의 매력을 잘 풀어 냈을까.

칼라 도판도 많아 책이 고급스럽다.

명청 자기는 정말 눈이 부시다.

지난 번 동유럽 도자기 책을 보면서 서양 자기에 감탄했지만, 명청 자기는 또다른 고급스러움과 격조높음이, 실용기로는 감히 못 쓰고 바라보기만 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베이징의 역사와 자금성, 주변 탑과 원림 등에 대해 자세히 배웠다.

다만 베이징의 풍속이나 기후, 생활상 등은 직접 겪어 보지 못해 많이 와 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의 매력적인 문장으로 지금까지 별 느낌이 없었던 이 거대 도시가 너무나 매혹적으로 다가 온다.

보통 도시 소개를 할 때는 역사적 유적지 정도로 그치는데, 회화와 종교, 공예 등의 예술적 측면까지 빠지지 않고 살펴 봐 풍성한 책이 됐다.

베이징 관광 전에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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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족을 멸하라 - 명청시대 형벌의 잔혹사
펑위쥔 지음, 김태경 옮김 / 에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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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형벌사를 논한 책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러 가지 사건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책이었다.

오늘날의 형법과 고대의 형법이 어떻게 다른가, 어떤 관점에서 법이 적용됐는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밝히고 있다.

명청대 이른바 기이한 사건이라는 7가지 경우가 나온다.

명나라 때의 네 가지 사건은, 개별적인 형사 사건이라기 보다는 황제에 의해 자행된 일종의 숙청이었고, 청나라 때의 세 가지 사건이 오늘날 같은 유명한 형사 사건들이다.

주원장에 의해 자행된 곽환이나 호유용 모반 사건, 아들 영락제에 의해 자행된 방효유의 이른바 10족을 몰살한 사건 등은 역사책에서 익히 바온 바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이가 죽었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중국은 황제의 절대 권력이 강한 나라이고 인구가 많다 보니 숙청 규모도 상상을 초월해 수만 명에 이른다.

호유용 모반 사건 등은 무려 10여 년의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 살해된 이가 3만에 이른다고 한다.

정말 주원장은 놀라운 독재자다.

아들 영락제 역시 자신의 즉위를 반대한 방효유를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친족 9족에 추가로 선생, 제자, 친구까지 포함시키는 10족을 죽이라는 전무후무한 연좌제를 적용한다.

이런 학살을 자행한 왕으로는 얼핏 연산군이 떠오르는데 그는 왕위를 뺏겼던 반면, 명 태조와 영락제는 굳건한 독재 정치를 굳혔으니 공포정치도 정치력이 출중해야 가능한 모양이다.

 

고대 형벌과 고문에 대해 자세히 나오는데 너무 끔찍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적어도 형법 문제에서는 인권이 확실히 놀라울 정도로 진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한 걸까?

그림이나 모형을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닌데도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기본적으로 고문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합법적인 수사 방법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과학적 수사 기법이 전무했을 때이니 자백을 범죄의 증거로 삼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물증을 찾아낼 수 없는 이상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고문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랬다고 자백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봉건사회 형법은 오늘날과 같은 무죄추정의 원칙 대신,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

잡혀 오면 죄가 있다는 전제 하에 모든 수사는 그것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할 점은, 옛날이라고 해서 무조건 법관 마음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입증할 근거, 즉 범죄자의 자백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러니 자백을 받기 위한 고문은 필수적일 수밖에.

 

범죄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 의심하는 것은 사회적 관습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묶지도 말라고 했던가.

관습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주변에서 의심을 하게 되고, 어떤 사건이 터지면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

거인에 합격했던 양내무와 평민 소백채의 남편 살해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너무 황당하고 기막힌 경우라 읽는 내내 어이가 없었다.

소백채는 집주인 양내무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하고 자주 싸운다.

그러던 차에 남편이 며칠 앓더니 사망하게 된다.

고열에 시달리다 죽었다.

평소 며느리 행동을 못마땅해 하던 시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이 독살당한 것 같다면서 소백채를 남편 살해범으로 고발한다.

그런데 독살당했다는 근거가 너무나 희박하다.

몸에 부어 올랐다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시신은 충분히 부패할 수 있다.

독살 여부를 대체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더군다나 며칠간 열이 나서 죽은 걸 보면 병력이 분명하고 당시에는 항생제가 없었으니 감염질환으로 며칠 앓다 죽는 경우도 흔했을 것이다.

여인의 행실에 대해 완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관리는 마을의 소문을 믿고 양내무를 잡아들여 사건을 짜 맞춘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고문이 행해진다.

소백채는 남편 살해범으로 능지형에 처해질 뻔 했으나 거인까지 합격한 양내무 집안의 노력으로 자희태후에게까지 탄원서가 들어가 3년의 소송 끝에 혐의가 벗겨지고 방면된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그 과정에서 벌어진 고문과 옥살이에 대한 보상은 커녕, 의심을 살 만한 정황들에 대한 처벌로 장형이 각기 수십 대 부과됐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국가가 옥살이 한 날을 전부 금전으로 보상해 줘야 할텐데 오히려 매을 때리다니!

 

고대 형법은 법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제권을 유지하고 관료제가 잘 돌아가기 위한 안전장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요즘의 관점으로 당시의 판결들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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