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 문성근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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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재미없다고 보지 말랬는데 역시나 크게 재밌는 건 아니었지만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

평론을 보기 전에 내 느낀 점을 쓰려고 한다

일단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보여 준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하는 느낌이다

모범생 스타일로 별로 멋있지도 않지만, 또 나름대로 깔끔한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 탓에 일부 여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남자

더 흥미로운 인물은 문성근이 맡은 캐릭터였다

박해일의 두 여자를 모두 뺏어 갈 정도라면 (그것도 유부남이 말이다) 정말 멋진 남자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너무나도 통속적인 속물로 나온다

그에게는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문성근은 함부로 말하고 여자를 밝히며 아랫사람에게 잡일을 많이 시키는 뻔뻔한 남자로 나온다

교양도 없고 편집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집안일까지 시킨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술을 좋아하며 여자를 밝히기까지 한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왜 그의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 걸까?

박해일를 짝사랑 하는 하숙집 여자가 있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정신병을 앓고 있고, 박해일을 짝사랑 한다

짝사랑의 슬픔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장면이 있다

어떤 얘기 끝에 수영장 가자고 툭 던지 말에 그녀는 수영복까지 새로 사고 언제 가느냐고 들떠 있다

당연히 박해일은 내가 언제? 라는 식으로 무심히 넘어가 버린다

짝사랑 하는 놈한테는 별 거 아닌 한 마디도 금과옥조 같은데 받는 놈한테는 흘러가는 말에 불과하다

불쌍한 그 여자는 박해일이 삶에 지쳐 있을 때, 혹은 질투에 미쳐 있을 때, 욕정을 푸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솔직히 섹스하는 장면 보면서 분노했다

이 나쁜 자식, 저보다 잘난 년한테 채이고 어디 와서 화풀이를 해?

그것도 제일 잔인한 형태로?

진짜 너무너무 화가 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박해일이 맡은 캐릭터에 동정심을 많이 느꼈는데 (능력이 안 되지만 착한, 그래서 질투의 감정마저도 부러움 내지는 동경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너도 똑같이 속물적인 놈이구나 싶으니까 진짜 화가 났다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아름답게라도 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 감정을 이용해 욕정을 푸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그 격렬한 섹스가 그렇게 추잡하고 더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 모든 종류의 섹스는 속물적이고 우스꽝스럽다

그래서 불 꺼 놓고 남 안 보는데서 하는 거 아닌가?

영화에서는 분위기와 조명을 이용해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이 영화, 진짜 리얼하게 가감없이 보여준다

바지를 절반만 벗어제끼고 여자의 질을 향해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는 사내, 그리고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여자, 숨을 헐떡이는 두 사람이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라 인간도 결국 동물에 불과하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박해일이 임신한 그녀를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모습이 잠깐 비춰지자 설마 의심스런 마음이 들었다

어, 저렇게 가면 영화인데? 현실에서 저럴 수 있을까? 설마 하룻밤 잤다고 남자가 책임진다고?

그런데 역시나 산부인과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도 남자는 오지 않고 결국 그녀를 버리고 만다

정신병자인 아버지와 동생 때문이냐는 그녀의 힐문에 박해일,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당근 아니지, 니네 가족이 문제가 아니라 너 자체가 싫다니까, 왜 그렇게 눈치를 못 채냐, 이 바보야, 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여자 입장에서는 섹스까지 했는데 그렇게 사랑하며 존경해 마지 않던 남자가 설마 사랑도 없이 자기 욕구를 채웠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창녀 취급을 받았다는 걸 절대 인정하기 싫었겠지

그나마 핑계 댈 가족이라도 있어 덜 상처 받았을 거다

그 여자와 박해일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소시민의 위악성에 대해 다시금 깨달은 기분이다

자기도 더 잘난 놈한테 애인을 둘 씩이나 뺏긴 주제에 자신을 짝사랑 하는 여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걸 보면 인간은 결국 이기적익 자기 중심적인 본성을 가진 존재다, 라는 말이다

왜 박해일은 자기를 부려 먹고, 애인을 둘 씩이나 뺏어간 뻔뻔하기 그지 없는 문성근 밑으로 들어갔을까?

아예 집으로까지 들어가서 충복 노릇을 하는 걸 보면, 문성근을 도저히 넘지 못할 산으로 인정하고 질투에서 동경심으로 감정을 바꾸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

"누나, 편집장님이랑 자지 말아요 나도 잘해요"

하하, 나도 잘해요라니, 정말 너무 리얼해 엄청 웃었다

배종옥 캐릭터는 도무지 호감이 안 간다

보통 영화에서 혼자 사는 여자란 자기 감정을 잘 통제하고 냉철하고 "쿨"한 분위기로 비교적 멋지게 그려지는 편인데 배종옥은 구질구질 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하긴 문성근도 그렇고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는 다 현실적이고, 그래서 아부 구질구질 하다

문성근 같은 경우도 유부남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니, 보통 영화에서라면 깔끔하고 부유하며 멋진 남자여야 할텐데, 문성근은 너무 현실적으로 나온다

욕도 잘 하고 무엇보다 속물적이고 잘 생기지도 않는, 여자들 후리는 걸 삶의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대단히 평범한 중년 사내!!

배종옥네 집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꾸질꾸질한 소파에 박해일과 둘이 누워 격렬한 섹스도 아니고 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진짜 연애 기분 안 나더라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왜 여자들이 속물적인 문성근에게 빠지냐는 것이다

박해일의 첫번째 애인도 그렇고, 배종옥도 문성근과 자게 되는 부분의 묘사가 명확하지 않아 약간 이해가 안 갔다

첫번째 애인이야 순진하게 생겨서 유부남 좋아하는 순진한 처녀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배종옥은 닳고 닳아서 쉽사리 유부남의 꼬임에 넘어갈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문성근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질투도 해 볼 만한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상대라면 이미 질투가 아니라 동경심으로 바뀌어 버린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암시하는 것, 2편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문성근의 하나 뿐인 딸은 그가 보잘 것 없이 생각하는, 이를테면 거의 따까리 수준인 박해일에게 마음을 뺏길 것 같다

박해일은 아마도 문성근에게 느끼는 질투에 대한 보상 심리로 딸의 마음을 받아 들이겠지

정말 독하고 똑똑한 놈 같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잔인하게 딸에게 복수를 할텐데 (하숙집 처녀를 임신시켜 놓고 찬 것처럼) 소심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마음을 받아 들임으로써 묘한 쾌감을 얻게 될 것 같다

문성근이 한 말이 있다

난 바람 피워도 아내와 애인 둘 다에게 잘 한다, 제일 쪼다 같은 놈이 바람도 못 피우면서 아내에게도 잘 못하는 놈들이다

나는 진즉 문학적인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 쪽으로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가 잘하는 것에 인생을 걸었다, 바로 여자 꼬시는 거

즉 영화에서 문성근은 현실을 너무 빨리 파악해서 고민이랄 게 없는 인물이다

바람을 피우면서도 양심의 가책 없이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고, 작가적 능력의 한계를 괴로워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보람도 느끼고 산다

그야마로 위악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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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
에드워드 즈윅 감독, 톰 크루즈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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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감동적인 영화였다

간만에 멋진 영화를 건진 기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봤다

인디언들을 학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탐 크루즈의 갈팡질팡 하는 연기가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일본으로 건너가 사무라이들에게 잡혀 포로 생활을 할 때도 선문답식의 대화도 마음에 안 들고 도대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가, 모호한 영화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런데 그가 사무라이 정신을 이해하면서 나는 영화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카츠모토라고 생각한다

평론에도 나왔지만 그는 사무라이이면서 불교도 같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고 신념을 지키려는 결연한 사무라이의 정신과, 죽음을 기꺼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해탈한 듯한 불교도의 믿음이 함께 존재하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점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 놓는 그 놀라운 정신이었다

사무라이라고 하면 단순히 무사 집단이라고 배웠는데 그들에게도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무사도 정신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집단이 죽음을 불사하고 지키려는 정신이 있다면, 이미 그 집단은 함부로 폄훼하기 어려운 어떤 가치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안타까운 몸부림에 눈물이 났다

특히 마지막 전투 씬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무사들에게 정부군이 속사포를 쏴 대자 적에게 가기도 전에 허망하게 쓰러지고 마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많이 울었다

정부군의 지휘관마저 눈시울을 붉히고 마침내 중지를 명령하는데, 카츠모토의 정적이었던 오마리는 겁에 질려 계속 대포를 쏘라고 외쳐댄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 장면인가!!

정적의 눈에는 사무라이들의 비장한 죽음이 전혀 들어 오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죽음을 불사하고 덤벼드는 그들의 용맹함이 견딜 수 없는 공포로 작용했을 뿐이다

카츠모토가 천황을 만나 자신은 근대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나는 이것이 그의, 혹은 근대화에 반대해 죽음을 택한 사무라이들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구한말에 선비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한 우리의 조상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순히 세태에 적응을 못한 것이라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츠모토는 근대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영어를 공부하고, 적을 알기 위해 알그렌을 살려 둔 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근대화를 빌미로 일본의 전통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것을 안타까워 했고, 근대화를 외치는 세력들이 천황을 무력화 시킨 뒤 전횡을 일삼는 것에 분노했을 따름이다

그가 천황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천황의 질문에 당신은 신이다, 신은 신하에게 질문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정권을 농단하는 세력에게 휘둘리지 말고 뜻대로 하라고 말한다

그는 천황이 세력가들에게 좌지우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천황은 곧 신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본 특유의 군국주의적 정신이 드러나는 것 같지만, 옳든 그르든 그것이 그들의 신념이고, 목숨까지 던져 가면서 지키려고 했던 것이라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제 목숨은 당신의 것이고,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거두어 가라고 한다

그의 신념이 잘못 됐든, 아니든 간에 천황, 곧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근대화를 빌미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의 정적보다는 도덕적으로 훨씬 우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인간이란 영적이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본능대로 잘 먹고, 안락함을 누리기 위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또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얼마든지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인간이다

이것은 사무라이 집단에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 현대사를 보더라도 민주화를 외치며 스러져 간 투사들이나, 전향을 거부하고 수십 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견뎌내고 있는 미전향 장기수들이 있다

좀 더 나가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항일 투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신은 다를지라도 그 가치나 무게는 같다고 생각한다

인디언을 학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미국 군인 알그렌이 카츠모토의 사무라이 정신, 곧 그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지키려고 했던 그 신념에 감동하여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고, 기꺼이 그들과 함께 죽음의 전투로 용감히 나아가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당신까지 죽을 필요는 없다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카츠모토의 말에 알그렌은 더 이상의 내 삶은 덤일 뿐이라고 전투복을 입는 알그렌은 아마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자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알그렌과 카츠모토 여동생 타가와의 로맨스도 인상적이었다

알그렌은 전투에서 타가의 남편을 죽인다

카츠모토가 알그렌을 그녀의 집에서 묵게 하자 처음에 그녀는 심한 치욕감을 느끼지만, 네 남편은 사무라이 정신에 따라 용감하게 죽었다는 오빠의 말을 묵묵히 따른다

또 알그렌이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자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면서 더 이상의 분노를 갖지 않는다

남편과 알그렌은 적으로 전쟁터에서 만났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상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받아 들인 그녀 역시 사무라이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의 원수를 갚겠다고 알그렌에게 복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알그렌과 타가 사이에 로맨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 부분은 깔끔하게 넘어 간다

딱 한 번 서로 포옹하고 가볍게 입맞춤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이 이불 위에서 나뒹구는 것 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알그렌이 사무라이들과 함께 죽음의 전쟁터로 나가기 전 날 그녀는 남편의 전투복을 입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 동안 그에 대한 사랑이 싹텄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그 보다는 자신의 집단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이방인에 대한 감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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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캣
보 웰치 감독, 마이크 마이어스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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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캣, 어이없는 영화

일단 시작부터 황당했다

그 넓은 극장에서 사촌 동생과 나, 딱 둘이서 봤다

그 전 회도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관객의 전부였다

관객이 이렇게도 없을 수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옛날에 닥터 K라고 친구 만든 감독이 전에 찍은 영화가 있는데 조조 프로 보러 갔더니 한 10명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날 이후 최고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당분간 께지기 힘들 기록일 듯...

영화가 시작하고 황당함은 계속됐다

난 당연이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는 커녕 만화 캐릭터 조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왜 만화라고 생각했을까?

포스터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을 보고 일단 만화라고 판단했고, 더빙을 한다길래 두말 할 것도 없이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지

황당하기 그지 없었음

내가 딱 질색이 억지, 과장 코미디가 이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 역을 맡은 배우가 오스틴 파워에 나온 바로 그 배우라고 한다

아, 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코미디들...

나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영화 보는 내내 사촌 동생이 재밌어서 어쩔 줄 몰라 했다는 점

난 차라리 자고 싶었는데 왜 자냐고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억지로 다 봤다

신밧드의 모험 보다 더 재밌었다는 동생의 말에 위안을 삼고 극장을 나왔다

화려한 영상은 무척 예뻤다

나중에 평론을 보니 영상에만 주목하라고 하더군

아이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 지루함을 참고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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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SE - (3disc) 일반판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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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밌게 본 영화다

일단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강우석은 확실히 역량있는 감독이다

공공의 적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국 통일 외치면서 신파조로 흐르지도 않고 감정의 과장이 적어서 보기 편했다

영화를 보는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배역은 역시 안성기였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안성기를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경구는 극의 중심에서 절대 벗어나는 배우가 아닌데, 말하자면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역량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안성기에게는 밀리는 듯 하다

캐릭터 자체도 설경구가 극의 중심이 되기에는 약한 편이었다

처음에는 조국 통일 외치면서 맹목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 외치는 교관들이나 인간성이 말살된 특수 부대 요원들에 대한 비인간적이 처사에 스포트 라이트가 맞춰지면, 역시나 하는 신파조 영화에 불과하구나, 비웃어 줄 태세로 경계심을 풀지 않았는데 안성기가 윗사람들에게 실미도 부대원들의 신변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는 장면에서 곧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꾸었다

군인이란, 혹은 권위란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경외심마저 생겼다

처음에 안성기가 부대원들을 혹독하게 교육시키는 모습에서는 그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만을 보았다

군인이란 복종하기 위한 존재이고, 권위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랫사람을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상관에게 항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위란, 혹은 지도자란 자신이 맡고 있는 아랫사람들의 신변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살 명령을 거부하는 안성기에게 중정 부장이 당신도 어차피 빨갱이에게 어머니를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시작한 일 아니었냐는 식으로 몰아 세우자 "군인의 임무에 개인적인 복수심을 개입시키는 일은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대답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군인 정신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다 국가가 잘 되라고 하는 일이라는 말에 정치인은 정치를 잘 하면 되고, 군인은 나라를 열심히 지키면 저절로 국가는 잘 될 것이라고 대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치 군인이 사라져야 하는 당위성을 한 마디 말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군인에 대한 이미지나 사회적 인지도는 지금 보다 훨씬 더 높지 않았을까?

국가를 위해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이라는 직업은 어찌 보면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숭고한 직업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회적 인식이 요즘 같은 까닭은 정치 군인들이 군인의 명예를 깍아 먹었기 떄문이 아니었을까?

난 안성기가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군인 같은 강하고 무거운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국민 배우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실감했다

부당한 국가의 명령과 부대원들의 보호라는 대치 상황에서 고뇌하는 지휘관의 모습을 어쩜 그렇게 잘 표현을 하는지...

안성기도 그렇고 허준호도 극에서 부대원들에 대한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을 시킨 것이라면 조금의 사심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부대원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허준호가 배를 타고 나갈 때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와 함께라면 그 동안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극한의 훈련을 받은 세월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권위란 아랫사람들을 책임지고 보호하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을 때 비로소 세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안성기가 맡은 역이라 말로 진정한 군인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역도 바로 안성기라고 생각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설경구에게 일부러 사살 정보를 흘린 뒤 자살하고 마는 그 비극적인 캐릭터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옛날 야망의 전설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결국 자신이 장렬하게 죽음의 길로 들어서 산화되어 간 유동근이 맡은 바로 그 이정우를 보는 기분이었다

부대원들을 혹독하게 다루던 허준호가 사실은 그들을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하들로 생각했던 반면, 나름대로 인간적으로 대했던 교관이 사살 명령이 내려지자 냉정하게 그 명령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극한 상황을 통해서만 인간의 진심이 비로소 정확히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경구가 어머니 사진을 들켜 허준호가 빼앗자 인간성 좋은 그 교관이 심한 처사 아니냐고 반발했을 때 안성기가 등장한다

난 안성기가 어떻게 해결을 할까 너무 궁금했다

설경구 편을 들어 사진을 돌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

안성기는 전반적으로 훈련병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친다

뜻밖에도 그는 설경구에게서 사진을 빼앗아 허준호에게 건넨다

당연히 허준호는 빡빡 찢어 버린다

안성기는 분노를 간신히 참고 있는 설경구에게 독방 처분을 내린 후 사라진다

거기에 복종하는 설경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권위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허준호가 사진을 빼앗았더라면 분명히 설경구는 분노해서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안성기가 빼앗자 순순히 복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권위는 아랫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따르게 하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군기, 혹은 규칙이란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엄격하게 지켜질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엄격함이란 원칙을 가지고 모두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비극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동은 없었고, 안성기 역할에 감동을 받았다

확실히 난 영화를 보는 눈이 약간 독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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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확장판 [dts-ES] - 반지의 제왕 확장판 할인행사
피터 잭슨 감독, 엘리아 우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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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지의 제왕을 완결편까지 다 봤다

생각보다 지루했고 별다른 감동이 없었다

다만 전투씬 등의 놀라운 스펙타클에 감동을 받았을 뿐이다

아무래도 난 SF 쪽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아기자기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더 낫다

이해를 해 보려고 해설을 읽기도 했는데 스케일이 워낙 방대하고 커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얘기들을 꼽자면 프라도가 마지막까지 절대 반지를 운반하다가 불구덩이 앞에서 반지를 던지지 못하고 자기 손에 끼고 만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은 원천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프라도는 반지를 운반할만한 사람으로 지목될 정도로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 그조차도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는 반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손에 끼고 만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또 샘이 쓰러진 프라도를 들쳐 맨 후 반지를 운반할 수 없다면 반지를 가진 당신을 업고서라도 가겠다고 나선 장면도 충정심과 의무감을 보는 듯 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2편에서는 골룸이 반성을 하고 프라도 일행을 안내하는 것 같더니 역시 골룸의 목적은 반지를 빼앗는 것이었다

약간 실망했음

난 또 자신을 믿어 주는 프라도에게 감동하여 진심으로 그를 돕는다고 생각했지

역시 본성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코끼리 괴물이나 익룡 등의 묘사는 무척 사실적이고 화면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뉴질랜드 초원에 펼쳐진 호빗 마을도 초록색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완결편이 나와 해야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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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2005-01-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을 마무리하셨군요..1,2,3편중에 2편은 틈나는대로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만 3편은 엔딩부분에서 질질 끄는 듯하여 약간 지겨운 감이 있더라구요..
영화를 본 후에 소설을 보았는데 소설은 영화와 많이 다르더군요...
저희 집 사람이 레골라스의 미모에 완전히 반해 버려서 제가 질투에 몸부림을 친 영화이기도 ^ ^;;

marine 2005-01-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 활쏘는 남자요? 전 오히려 요정으로 나오는 리브 테일러가 신비스럽더군요 투명한 피부, 예술이죠!!

MILK 2005-10-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라미르와 만나는 장면에서 프로도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오해를 하죠.
그때부터 골룸이 다시 나쁘게 되는것같아요. 안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