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류 -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선 140년의 대탐사,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5
앤 기번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들어도 너무 흥분이 된다.

최초의 인류라니, 수메르 문명 같은 역사적 인간의 기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류의 시작, 유인원에서 갈라져 사람과가 생기면서부터의 진짜 우리 조상을 찾는 이야기다.

400 페이지 정도로 두껍고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본격적인 학술서라기 보다는 화석을 찾아가는 과정, 화석 찾기와 인간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열정에 넘치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이야기라 인문학 저서 같기도 하다.

과학적 연구와 발굴이 체계화된 나라들이라 그런지 이런 르포 형식의 발굴 이야기도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내 지식의 한계는 비틀즈 노래에서 따왔다는 그 유명한 루시가 우리 인간의 조상이다는 선까지였다.

루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우리 인류와 같은 호모 속은 아니고 300만 년 전의 호미니드다.

지금은 그 윗대 조상들까지 밝혀져 있고 DNA 를 이용한 분자시계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복잡한 인간의 계보는 하나의 깔끔한 단일선의 진화가 아니다는 정도까지만 이해했고 좀더 많은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인류사적 지식 습득보다는 화석을 찾아다니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그 열정에 더 관심이 가고 감동을 받았다.

미국이라고 하면 자본주의의 최첨단이라 전부 뉴요커처럼 살 것 같은데, 과학자들의 이런 저서를 읽어 보면 말 그대로 드넓은 자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정말로 자연 자체를 연구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처럼 시골에서 물장구 치고 음풍농월을 읊는 도가적 자연이 아니라, 자연에서 화석을 발견하고 생태에 관심을 갖고 지질층을 분석하는 그런 과학적 호기심이 어린 시절 자연환경에서 생긴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정말로 동서양의 자연에 대한 접근법은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다.

우리 조상들의 화석은 아프리카에 묻혀 있는데 아프리카의 내전 때문에 발굴 허가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 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학문이 국경을 초월하기는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인류의 조상을 찾는 과학자들이라면 기독교인은 아닐 것 같은데도 대자연의 한가운데서 신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성경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그런 하나님은 아니겠지?


인상깊은 구절들을 옮겨 적다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이다 싶어 찾아 봤다.

아뿔사! 얼마 전에 읽었던 이정모씨의 <공생 멸종 진화>에서 내가 옮겨 적었던 바로 그 부분들이다.

눈으로 대충 읽을 때는 몰랐는데 한 문장씩 옮기다 보니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버젓이 번역이 되어 있는 책을 이렇게 그대로 옮겨서 자신의 책이라고 출판해도 되는 것인가?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이 부분은 이정모씨가 중앙선데이라는 잡지에도 똑같이 베껴서 썼고 출처 표시도 안 되어 있다.

원래 대중 독자를 위한 책들은 이렇게 막 갖다 써도 되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 유라시아의 역사
고마츠 히사오 외 지음, 이평래 옮김 / 소나무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별 4개 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500여 페이지의 분량이 부담스럽고 제목부터가 좀 지루하게 느껴져 복잡한 연대 나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고 체계적인 서술로 중앙아시아 역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일본 학자들의 역사책들은 서구쪽에서 나온 책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여러 학자들이 쓴 책인데도 중구난방이지 않고 복잡한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들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총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서술이라는 게 장점이다.

전공자의 번역이라 그런지 문장도 매끄럽다.

그렇지만 솔직히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한 70% 정도 감을 잡았다고 할까?

중앙아시아는 유목민의 후예들답게 정주 문명이 아니라 이합집산이 잦았고 오늘날 각각의 영토 국가로 독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여전히 복잡하고 직관적으로 한번에 와 닿지가 않는다.

자주 접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러시아와 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유라시아 초원을 잠식해 가는 근대사가 흥미로웠다.

투르크화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투르크어를 쓰는 사람들의 확산을 이야기한다.

투르크어와 이슬람교의 확산, 그리고 유목민에서 정주국가로의 변신이 중요한 주제 같다.

몽골과 청의 역사도 같이 나와서 입체적인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크로드 편 마지막 권인가 보다.

베스트셀러라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어서 얼른 빌렸다.

문학 작품은 안 읽어서 창비에서 나온 책들은 거의 접하질 못했는데 이 문화유산 시리즈는 편집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안의 사진들도 마음에 들고 읽기가 참 편하다.

무엇보다 글솜씨!

유홍준씨 책의 특장점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편안한 문체에 있는 듯하다.

기행문이 감상 위주라면 답사기는 역사 유적의 지식에 방점을 둔다는 설명이 이해된다.

좋은 기행문을 쓰기가 어려운 까닭은, 에세이를 잘 쓰는 게 원래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점에 범람하는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실망하게 되는 듯하다.

전문 에세이스트가 아니라면 이런 답사기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에 비중을 두는 쪽이 독자 입장에서는 훨씬 도움이 된다.

항상 모호하게 다가왔던 중국의 서역과 실크로드에 대한 기본 개념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아 즐겁게 읽었다.

1,2 권보다 3권이 더 마음에 든다.

일본 답사기 네 권도 정말 유익했는데 이번 실크로드 답사기도 참 좋았다.



<오류>

274p

5공이란 코란을 외우는 염공, 세금을 부과하는 고공, 메카에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조배공, 하루 다섯 번 예배하는 예공, 금식에 참여하는 재공이다.

 6신은 첫째 코란경에 대한 믿음, 둘째 알라에 대한 믿음, 셋째 천사에 대한 믿음, 넷째 전생에 대한 믿음, 다섯째 후생에 대한 믿음, 여섯째 알라의 섭리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다.

-> 5공 중 첫번째는 코란을 외운다기 보다는 알라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라는 신앙 고백이라고 번역해야 할 것 같다. 또 6신 중 넷째 전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사도들에 대한 믿음이다. 이슬람은 전생을 믿지 않는다. 또 다섯째 후생에 대한 믿음도 최후의 심판으로 바꾸면 더 의미가 명확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를 읽다, 타이완 세계를 읽다
우 링리. 크리스 베이츠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 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는 수박 겉핥기 같은 너무 가벼운 지식인 것 같아 약간 실망했는데 적어도 이 타이완 편은 괜찮다.

아내는 타이완 사람이고 남편은 이 곳에 유학 온 미국인 부부라 현지인과 외국인 두 관점이 섞여 있어 더 흥미로운 것 같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는 약간 다른 역사를 가진 듯하다.

일본과 오키나와 느낌이랄까?

제주도는 원주민이 따로 있거나 하지 않아서 좀 떨어진 섬일 뿐이지 다른 문화권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대만은 아예 고산족이 따로 있고 현재는 중국과 다른 정치 체제이다 보니 우리와 북한 관계인가 싶다.

그럼에도 장제스가 대만으로 밀려온 후 교육을 통해 한민족 중화문명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져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확고하다고 한다.

대만 문화를 소개하는 걸 보면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중국 본토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교육열이나 권위주의, 혼전순결, 가족 우선, 가부장 문화, 체면 중시, 비언어적 의사소통 등이 그렇다.

여기도 산후조리 문화가 있나 보다.

산후풍은 매우 동양적인 증세인데 조리원이라는 상업성과 결합하여 현대 사회에 잘 정착한 것 같다.

산후조리 문화가 이렇게 보편화 된 걸 보면 한의학도 여전히 위상을 유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백일 잔치와 돌잔치를 하는데 대만은 생후 한 달을 기념한다고 한다.

한 달은 신생아 시기라 백일 잔치가 아기에게는 좀더 나을 것 같다.

영아사망률이 워낙 높을 때의 전통들이다.

일본 식민지 시기에 근대화가 됐다고 인정하는 부분은 다소 놀랍다.

1947년 2.28 사건 때는 국민당 정부가 무려 2만 명을 학살했다고 하는데 타이완의 현대사도 갈등이 무척 많을 듯하다.

국민당 독재를 물리치고 기대감을 갖고 정권을 잡았던 천수이볜이라는 당수는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다니 여기도 진보가 도덕적이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오류>

38p

송나라(860~1279) 때는 도교의 명상적인 측면과 연단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성리학이 학파로 발전했다.

-> 송나라는 960~1279 년이다.

43p

서기 500년 경 달마 대사가 중국에 도착해 소림사에서 태국을 창시하면서 불교의 인기가 높아졌다.

-> 태국이 아니라 태극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의 문화경관
김광식 지음 / 눈빛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제목만 보고 유럽 문화경관에 대한 전문적인 책인 줄 알았다.

유럽 몇 개 도시의 기행문이라 정보 면에서는 아쉽지만 일단 사진이 너무 훌륭하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인 것 같던데, 정말 대단하다.

저 멋진 표지 사진도 저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이 출판사의 특장점은 선명하고 훌륭한 사진들이다.

판형이 옆으로 길어 읽을 때 다소 불편한 점은 있다.

기왕의 기행문이라면 시간 순서대로 편집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제가 유럽의 문화경관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곳을 소개해 주는 것은 좋은데 동선이 왔다갔다 해서 한번에 쭉 읽히지가 않고 좀 고생했다.

놀랍게도 저자가 83세 때 유럽을 여행하고 쓴 글이라고 한다.

지적 능력은 나이가 들어도 쇠퇴하지 않는 모양이다.

글로만 봐서는 80대 할아버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문체가 산뜻하고, 무엇보다 노부부가 같이 외국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체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난 벌써부터 비행기 타기가 힘든데 정말 건강하신 분 같다.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의 유명 유적지들을 소개한다.

유럽은 와이러니를 방문해서 숙박도 하고 현지 음식도 만들어 먹는 관광농업이 많나 보다.

사진만 봐서는 너무 관심이 가고 끌린다.

단순히 유적지 돌아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그 지역에 머물면서 체험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라인 강 유역의 고성 탐방도 멋있었다.

유럽은 확실히 석조 건축물이라 잘 보존이 된 것 같다.

저자가 개신교도인지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톨릭의 특징은 의식에 있고 개신교는 오직 성경에 근거한다는 점이 차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교회와 성당에 모두 다니고 세례를 받았던 나로서는 오히려 개신교의 성경 무오류설, 근본주의적 관점이 더 우려스럽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세 가톨릭의 신학을 여전히 고수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

오히려 가톨릭의 성경 해석이 훨씬 진보적이고 열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오류>

66p

기원후 390년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 380년에 국교가 됐다.

182p

교황 클레멘스 7세(재위 1521-1634)와 교황 레오 10세(재위 1513-1521)는 로렌초의 손자로 메디치 가문 출신이다.

-> 클레멘스 7세의 재위 기간은 1521~1534년이다. 그리고 레오 10세는 로렌초의 아들, 클레멘스 7세는 조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