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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
장 피엘 지음, 한정석 옮김 / 자인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프랑스 기자의 한국 사회 관찰기 내지는 고발기
프랑스 사람들이 읽으면 한국이란 나라가 겉으로는 발전을 했을지 모르나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매우 많은 붕괴 위험이 있는 불안정한 사회로 봤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절대 안 할 것 같다
마치 전여옥이 잘사는 나라 일본을 비판했듯 장 피엘 역시 무섭게 발전하는 아시아의 신흥 강국이 얼마나 내부적으로 곪아 있는지 조목조목 따진다
읽은지 오래 되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전여옥의 일본 비판서는 다분히 민족주의에 입각한 감정적인 비난이었데 비해, 그래도 이 사람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내가 판단하기로는 다 맞는 얘기다
다만 어느 사회나 나름의 문제점이 있고 발전 과정 속에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일 수 있는데 지나치게 특수화시켜 마치 그 나라의 민족성이 그러하다는 식으로 단정지을 위험은 있다
이를테면 수십년이 지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가 더 성숙하면서 사라질 문제들인데, 즉 그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데 한국인은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데도 근본 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다만 현상을 가지고 한국인은 이러이러 하다고 결론지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또 오랜 연구와 깊이있는 분석이 시도되야 한다
종교에 대한 열정, 광신이 가부장제 문화에서 온다는 저자의 분석은 탁월하다
강준만도 한 얘기지만 한국인은 지도자를 숭배한다
중앙 집권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엄부=지도자=종교 지도자,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 때 교회의 종말론, 혹은 근본주의에 대해 부담스러웠는데 글을 읽으면서 편해졌다
한국적인 특성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니엘서나 요한 계시록의 구절을 근거로 종말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한국적 상황에 갇혀 있는 우물 안 개구리들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억지 논리에 부담가질 필요없다
지구라는 이 어마어마한 공간에서 한국은 너무나 작은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
한국적 상황을 근거로 감히 전 세계의, 또 전 인류의 종말 운운하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
아무리 세계 현상을 근거로 내세워도 결국 한국인의 좁은 소견일 뿐이지 않는가?
말로는 세계화 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자민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저자의 말처럼 사실은 세계화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닌, 한국과 세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과 미국을 세계화로 생각하고 있다
이 넓은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점하는지에 대해 과연 우리는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찰해 본 일이 있는가?
물론 어느 나라나 자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국가들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 혹은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려면 적어도 그 관심 분야가 지금처럼 미국에 국한되서는 안 될 것이다
중동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가?
오직 미국과의 관계를 세계화라 생각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스스로 세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자화자찬 하는 꼴이 프랑스 기자에게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느니, 한국인의 손기술은 세계 제일이라느니 하면서 세계 운운하는 이 자화자찬들!!
나르시시즘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상 세계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은둔의 나라, 폐쇄적인 군사독재 시절을 이제 겨우 면했으면서 걸핏하면 세계 제일 어쩌고 하는 꼴이 남이 보면 정말 같잖을 것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단일 민족의 순수 혈통을 주장하는 매우 폐쇄적인 사람들이다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주가 많아져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우리를 강조하는 집단이다
지나칠 정도로 동질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끼어들기 힘들다
그나마 선진국 백인이면 우리보다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사실은 열등감 때문에 보기 싫어도 참아 주지만 후진국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배격해 버린다
사실 선진국 사람들도 한 민족 안에 끼워 주기 싫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외국인과 결혼한다고 하면 부모가 죽기 살기로 말리지 않는가?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은 민족주의의 극복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